바다는 늙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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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두 번째 시집을 내면서
벌써 가을의 끝자락입니다. 긴 터널을 혼자서 걸어가고 있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견디며 가을을 맞이하였습니다. 하늘은 눈물겹도록 푸르고 황금물결 이루던 들녘도 곧 침묵에 들겠지요.
또 한 권의 시집을 내면서 부끄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설익은 시어들을 끝내 침묵하지 못한 까닭이기도 하지만 저의 속마음이 들켜버린 민망함 때문입니다.
병상에서 사투하면서도 컴퓨터에 서툰 나를 걱정하던 스테파노에게 이 책과 그리운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시집을 내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2021년 11월·정국대
두 번째 시집을 내면서
벌써 가을의 끝자락입니다. 긴 터널을 혼자서 걸어가고 있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견디며 가을을 맞이하였습니다. 하늘은 눈물겹도록 푸르고 황금물결 이루던 들녘도 곧 침묵에 들겠지요.
또 한 권의 시집을 내면서 부끄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설익은 시어들을 끝내 침묵하지 못한 까닭이기도 하지만 저의 속마음이 들켜버린 민망함 때문입니다.
병상에서 사투하면서도 컴퓨터에 서툰 나를 걱정하던 스테파노에게 이 책과 그리운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시집을 내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2021년 11월·정국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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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발문 ∞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차 달 숙
(시인. 월간《국보문학》주간)
정국대 작가는 1944년 경남 합천 출생으로 시인, 수필가로 등단하여 부산문인협회, 시가익는마을 회원이다. 부산 수영구문인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상임이사를 맡고 있으며, 부산문학인아카데미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왕성한 창작 활동과 문단 활동 등 노년에 전방위 문학을 하고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불타고 있는 문학에 대한 열정은 때로는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 모습이다.
그의 작품을 읽어본 분은 아시겠지만 글들이 일정한 품격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동의 할 줄로 안다. 글 곳곳에서 고상한 성품과 순수한 의지를 만났을 것이다. 아직 읽지 않은 분은 곧 만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발문이란 이름으로 여기에 그분에 대한 나의 소감을 쓰는 것이 기쁘고 즐겁다.
내가 정국대 시인을 만난 것은 2010년대 초반쯤이었다. 부산문인협회 사무국장 임기를 마치고 좀 여유가 생기는 시간을 틈타 수영구문화원에서 수필 강좌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정성스레 빗어 내린 은발 머리카락과 정갈하게 차려입은 옷매무새, 상대를 바라보는 은근한 눈빛과 부드러운 웃음이 인상적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인연으로 수필 공부를 같이하면서 어쩌다 멘토 역할을 맡게 되었다.
정국대 작가는 나의 권유와 주선으로 2012년 계간 《문예시대》 수필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그 후 서구문화원에서 시 창작과정을 수료하고, 2015년 계간 《문예시대》에서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2018년 시집 『철든 여자』를 발간하였으며 이번에 두 번째로 『바다는 늙지 않는다』라는 제2시집을 간행한다. 지금은 내가 회장을 맡고 있는 부산문학인아카데미 수필 창작반에서 열성적으로 공부하고 있어 타의 귀감이 되고 있다. 수상으로는 2013년 사회복지법인 청전 「제4회 세대공감 문예한마당공모전」 대상에 뽑혀 부산시장상을, 2015년 부산서구문화원 「제3회 전국시낭송대회」 우수상, 2016년 부산시 주최 「출산장려 편지쓰기대회」 금상으로 부산문인협회 회장상을 수상하였고, 금년 계간 《문심》수필 작품상과 《수영문예》에 게재한 수필 「비 내리는 날의 수영사직공원」이 특별작품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국대 시인의 제2시집 『바다는 늙지 않는다』는 95편으로 제1부 16편은 하늘나라로 떠난 남편을 그리는 마음을 담고 있다. 제2부 16편 삶의 의미를 새기는 소소한 일상의 단면을 제3부 23편은 꽃과 나무, 새와 자연 속에서 만나는 따스한 사랑의 마음을 제4부 19편은 계절과 절기를 따라 인생을 이야기 하면서 세월의 의미를 새기고 있다. 마지막 제5부 21편에서는 지금 그가 살고 있는 수영에서 만난 자연과 코로나19 시대 풍경. 믿고 있는 종교에서 만난 사건과 지혜를 나누고 있다.
외딴섬에 혼자인 듯한 적막한 밤
통증은 지칠 줄 모르는데
밤은 머리맡에서 맴돌고
새벽 멀기만 합니다
핸드폰 가족 단톡방에
당신이 남긴 마지막 문자를 읽어 봅니다
'우리는 한 가족
모두 잘 살아와 주어서 고맙다
새로운 사랑과 희망을 전하며
사랑한다'
문자를 보낸 시간은
고열에 시달리다 잠시 열이 내린
자정이 지날 무렵
오열로 활자는 흐려져도
핸드폰을 당신인 듯
가슴에 품어봅니다
-「마지막 문자」전문 -
하늘나라로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은 지극한 사랑이 아니고서는 망각 속으로 떠나보내기 쉽다. 현실에서 고인을 마음에 두고 살아간다는 건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 고통을 사랑으로 풀어내고 사랑을 예술로 승화 시키면서 시에 대한 열정이 그치지 않는가보다. 그렇다. 사랑의 힘을 느끼는 일은 행복한 순간이다. 그리움이 없는 사람이 어찌 하늘을 우러르며, 사무침이 없는 사람이 어찌 시를 쓸 수 있으랴.
'그래도'란 섬을 잇는 다리가 있어
늘 우리 관계가 좋아지고 이어진다
'그래도' 이전 상황에 분노하고
때론 단절하려다가도
'그래도' 그럴 수가 없지 하면서
이해와 포옹으로 돌아선다
상한선은 언제나 '그래도'다
'그래도'는
너와 나
우리와 너희를 이어주는
없어서 안 될 사랑의 섬다리
-「그래도」전문 -
이 시에는 삶의 의미를 새기는 소소한 일상 단면을 볼 수 있다. 사람에게 늘 보존돼 있는 온도는 36~37이다. 몸 온도는 36~37도이지만 마음의 온도 즉 표준은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다. 체온이 변하면 고통이 오는 것처럼 우리 마음에 이웃 사랑이 변하면 고통, 멸시, 죄악이 들어온다. 정국대 시는 투쟁 양식이 아닌 화해의 양식을 지향한다. 이는 독자들 부담을 최소화 하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 반가운 마음에 손 내밀었더니/ 웃으며 주먹 내민다/ 아차! 깜박했네//
주먹과 주먹이/ 정답게 인사하고/ 따뜻한 마음 오고 간다//
주먹은 치고 박고가 아니라/ 마음과 사랑 주고받는/ 새로운 역할 담당하려고/ 다시 태어난 아름다운 주먹
-「인사하는 주먹」전문 -
차양막에 방석까지/ 멋지게 개조한 유모차에/ 옷이며 신발까지/ 한껏 멋 낸 견공 태우고/ 자랑스레 밀고 가는 아가씨/ 견공 자가용 기사다//
개 팔자 상팔자란/ 옛말/ 하나도 그른 말 아니다
-「상팔자」전문 -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노라면 고달프고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그렇지만 가끔씩 웃을 일이 있어서 그런대로 삶의 윤활유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유머는 많은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해소하고 여유를 주어 정신건강에도 좋다. 또 사태를 푸는 실마리가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정국대 작품에서는 세태를 반영한 이런 유머스러운 시를 만날 수 있는 기쁨이 있다.
밖에서 친구와 놀다 넘어져/ 무릎에 피가 조금 난/ 서럽게 울면서 제일 먼저/ 엄마 품을 찾지 않던가요//
밖에서 힘들었던 하루 봉헌하고/ 내일을 맡겨 드릴/ 어머니 성모님이 계시니/ 얼마나 마음 든든한지요
-「놀다 넘어진 아이처럼」전문 -
온몸 가시 속에/ 저리도 고운 꽃잎 품었을 줄/ 아, 놀라워라/ 아침 햇살 속에 벙그는 환희의 몸짓/ 이미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일이었다
-「선인장 꽃피다」전문 -
눈으로 주고받는 평화의 인사/ "평화를 빕니다"/ 짧은 인사 속에/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 가득 담아/ 축복과 평화를 비는 진심/ 눈이 가만 웃고 있네요
-「눈웃음」전문 -
1980년 3월 프랑스 파리의 부르세 병원에 한 세기를 떠들썩하게 하던 매우 존경받는 한 지성인이 폐수종으로 입원을 했다. 그는 한 달 동안 이 병원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로 소리 지르고 고함을 치고 절규했다. 그가 바로 이 한 세기에 가장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1905~1960)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에 프랑스 언론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사르트르가 왜 그렇게 죽어야 했는가. 죽음으로부터 자유를 외쳤던 그의 말로가 비참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때 어느 독자가 신문사에 투고를 해서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고 한다.
"사르트르의 말로가 그렇게도 비참했던 이유는 사르트르에게 돌아갈 마음의 고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타 동물과 다른 점은 종교가 있다는 것이다. 인생의 내용에는 종교가 포함되어 있다. 단지 어떤 종교를 갖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의사에 달려있다. 종교적인 믿음이 있는 신앙인에게는 돌아갈 고향이 준비되어 있어 용기를 얻고 절망하지 않는다. 정국대 시에서는 이런 신앙 시를 만날 수 있어 위로가 된다.
이불장 문을 열 때마다/ 삐거덕거리며 소리 낸다/아프다는 비명 같기도 하고/ 유행 지난 낡은 이불이 지르는/ 애처러운 함성 같기도 하다//
문을 열어보면/ 숱한 사연들이 고개를 든다//
세월의 무게에 짓눌린/차마 버리지 못한 이불이/ 저마다 사연 안고 얌전히 개켜져 있다//
깊은 속내 감추어두고/ 남은 세월 함께 하자고/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이불장」전문 -
배추가 여러 번 죽고서/ 항아리에서 보낸 세월 머금고/ 감칠 맛 깊은 맛내며 익어간다//
세월의 깊이만큼/ 맛도 깊어져/ 이제는 갈비에게도/ 은근 슬쩍 앞자리 내어 주고/ 묵은지 갈비찜으로 불리길 마다 않는다//
어떤 재료와도 어울려/ 새로운 맛을 내면서/ 푸욱 익을수록/ 깊은 맛을 내는 묵은지 같이/ 남은 인생 살아가야겠다
-「묵은지」전문 -
이 시는 어쩔 수 없는 노년기 정서가 노출되는 경우이다. 시에는 나이를 초월해야 하는데 현재적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할 때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모습이 아닐까 여겨진다. '시는 미래에 있을 법한 일을 느낌으로 적어 내는 것'이라고 했다. 바쁘게 살아온 지난날들에 대한 반성과 함께 새로운 다짐을 스스로에 던지고 있다. 이젠 깊어질 대로 깊어진 정국대 시인의 황혼녘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기대해 본다.
바이러스가 훔쳐간 봄/ 두렵고 우울한 날/ 그래도 햇살은 맑고 환하다/ 바람은 조팝나무 꽃향기 실어 나르고/ 라일락 꽃색도 여전하다
-「그래도 봄이다」일부 -
갈대 속에 피어난/ 한 송이 붉은 코스모스/ 유난히 고운 모습이 눈물 겨워/ 혼자로도 외롭지 않도록/ 노을이 한참 머물다 간다
-「주남저수지 코스모스」일부 -
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느티나무와 의자 하나/ 변함없는 넉넉함에 사랑 배운다
-「느티나무와 의자」일부 -
알곡 거두어들인 들녘에서/ 사랑과 배려도 한 아름 안고와/ 찬바람 불어올 때/아랫목에 따뜻하게 풀어 놓고/ 모두가 사랑 가득한/ 따뜻한 겨울이기를 소망한다
-「가을 들녘」일부 -
정 시인이 표출해 낸 시에는 먼 곳에 있는 아름다운 시어를 가져 온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속에서 주고받는 방식 그대로를 시어로 차용하고 있다. 독자가 시를 외면하는 이유는 생활을 외면해 버리고 지나친 형이상학의 길로 들어선 시의 난해성과도 관련이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독자의 기대지평과 공동의 감정을 공유한 시적 접근은 효과적이다. 그의 시에는 현란한 수사가 없다. 미래파 자유시에서 횡행하는 이른 바 비틀어진 문장을 교묘한 표현을 이끌어 내지도 않는다. 현실 감각을 유지한 채 정직한 표현으로 의미를 드러낸다. 그러므로 정국대 시는 쉽고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제2시집 출간을 계기로 좀 더 치열하게 시의 영역을 넓히고 시 세계를 깊이 있게 천착해 볼 것을 당부 드린다.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차 달 숙
(시인. 월간《국보문학》주간)
정국대 작가는 1944년 경남 합천 출생으로 시인, 수필가로 등단하여 부산문인협회, 시가익는마을 회원이다. 부산 수영구문인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상임이사를 맡고 있으며, 부산문학인아카데미협회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왕성한 창작 활동과 문단 활동 등 노년에 전방위 문학을 하고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불타고 있는 문학에 대한 열정은 때로는 숭고해 보이기까지 한 모습이다.
그의 작품을 읽어본 분은 아시겠지만 글들이 일정한 품격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동의 할 줄로 안다. 글 곳곳에서 고상한 성품과 순수한 의지를 만났을 것이다. 아직 읽지 않은 분은 곧 만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발문이란 이름으로 여기에 그분에 대한 나의 소감을 쓰는 것이 기쁘고 즐겁다.
내가 정국대 시인을 만난 것은 2010년대 초반쯤이었다. 부산문인협회 사무국장 임기를 마치고 좀 여유가 생기는 시간을 틈타 수영구문화원에서 수필 강좌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정성스레 빗어 내린 은발 머리카락과 정갈하게 차려입은 옷매무새, 상대를 바라보는 은근한 눈빛과 부드러운 웃음이 인상적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인연으로 수필 공부를 같이하면서 어쩌다 멘토 역할을 맡게 되었다.
정국대 작가는 나의 권유와 주선으로 2012년 계간 《문예시대》 수필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그 후 서구문화원에서 시 창작과정을 수료하고, 2015년 계간 《문예시대》에서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2018년 시집 『철든 여자』를 발간하였으며 이번에 두 번째로 『바다는 늙지 않는다』라는 제2시집을 간행한다. 지금은 내가 회장을 맡고 있는 부산문학인아카데미 수필 창작반에서 열성적으로 공부하고 있어 타의 귀감이 되고 있다. 수상으로는 2013년 사회복지법인 청전 「제4회 세대공감 문예한마당공모전」 대상에 뽑혀 부산시장상을, 2015년 부산서구문화원 「제3회 전국시낭송대회」 우수상, 2016년 부산시 주최 「출산장려 편지쓰기대회」 금상으로 부산문인협회 회장상을 수상하였고, 금년 계간 《문심》수필 작품상과 《수영문예》에 게재한 수필 「비 내리는 날의 수영사직공원」이 특별작품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정국대 시인의 제2시집 『바다는 늙지 않는다』는 95편으로 제1부 16편은 하늘나라로 떠난 남편을 그리는 마음을 담고 있다. 제2부 16편 삶의 의미를 새기는 소소한 일상의 단면을 제3부 23편은 꽃과 나무, 새와 자연 속에서 만나는 따스한 사랑의 마음을 제4부 19편은 계절과 절기를 따라 인생을 이야기 하면서 세월의 의미를 새기고 있다. 마지막 제5부 21편에서는 지금 그가 살고 있는 수영에서 만난 자연과 코로나19 시대 풍경. 믿고 있는 종교에서 만난 사건과 지혜를 나누고 있다.
외딴섬에 혼자인 듯한 적막한 밤
통증은 지칠 줄 모르는데
밤은 머리맡에서 맴돌고
새벽 멀기만 합니다
핸드폰 가족 단톡방에
당신이 남긴 마지막 문자를 읽어 봅니다
'우리는 한 가족
모두 잘 살아와 주어서 고맙다
새로운 사랑과 희망을 전하며
사랑한다'
문자를 보낸 시간은
고열에 시달리다 잠시 열이 내린
자정이 지날 무렵
오열로 활자는 흐려져도
핸드폰을 당신인 듯
가슴에 품어봅니다
-「마지막 문자」전문 -
하늘나라로 떠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은 지극한 사랑이 아니고서는 망각 속으로 떠나보내기 쉽다. 현실에서 고인을 마음에 두고 살아간다는 건 고통이기 때문이다. 그 고통을 사랑으로 풀어내고 사랑을 예술로 승화 시키면서 시에 대한 열정이 그치지 않는가보다. 그렇다. 사랑의 힘을 느끼는 일은 행복한 순간이다. 그리움이 없는 사람이 어찌 하늘을 우러르며, 사무침이 없는 사람이 어찌 시를 쓸 수 있으랴.
'그래도'란 섬을 잇는 다리가 있어
늘 우리 관계가 좋아지고 이어진다
'그래도' 이전 상황에 분노하고
때론 단절하려다가도
'그래도' 그럴 수가 없지 하면서
이해와 포옹으로 돌아선다
상한선은 언제나 '그래도'다
'그래도'는
너와 나
우리와 너희를 이어주는
없어서 안 될 사랑의 섬다리
-「그래도」전문 -
이 시에는 삶의 의미를 새기는 소소한 일상 단면을 볼 수 있다. 사람에게 늘 보존돼 있는 온도는 36~37이다. 몸 온도는 36~37도이지만 마음의 온도 즉 표준은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다. 체온이 변하면 고통이 오는 것처럼 우리 마음에 이웃 사랑이 변하면 고통, 멸시, 죄악이 들어온다. 정국대 시는 투쟁 양식이 아닌 화해의 양식을 지향한다. 이는 독자들 부담을 최소화 하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 반가운 마음에 손 내밀었더니/ 웃으며 주먹 내민다/ 아차! 깜박했네//
주먹과 주먹이/ 정답게 인사하고/ 따뜻한 마음 오고 간다//
주먹은 치고 박고가 아니라/ 마음과 사랑 주고받는/ 새로운 역할 담당하려고/ 다시 태어난 아름다운 주먹
-「인사하는 주먹」전문 -
차양막에 방석까지/ 멋지게 개조한 유모차에/ 옷이며 신발까지/ 한껏 멋 낸 견공 태우고/ 자랑스레 밀고 가는 아가씨/ 견공 자가용 기사다//
개 팔자 상팔자란/ 옛말/ 하나도 그른 말 아니다
-「상팔자」전문 -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노라면 고달프고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그렇지만 가끔씩 웃을 일이 있어서 그런대로 삶의 윤활유 역할을 해주기도 한다. 그러므로 유머는 많은 인간관계에서 갈등을 해소하고 여유를 주어 정신건강에도 좋다. 또 사태를 푸는 실마리가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켜주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정국대 작품에서는 세태를 반영한 이런 유머스러운 시를 만날 수 있는 기쁨이 있다.
밖에서 친구와 놀다 넘어져/ 무릎에 피가 조금 난/ 서럽게 울면서 제일 먼저/ 엄마 품을 찾지 않던가요//
밖에서 힘들었던 하루 봉헌하고/ 내일을 맡겨 드릴/ 어머니 성모님이 계시니/ 얼마나 마음 든든한지요
-「놀다 넘어진 아이처럼」전문 -
온몸 가시 속에/ 저리도 고운 꽃잎 품었을 줄/ 아, 놀라워라/ 아침 햇살 속에 벙그는 환희의 몸짓/ 이미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일이었다
-「선인장 꽃피다」전문 -
눈으로 주고받는 평화의 인사/ "평화를 빕니다"/ 짧은 인사 속에/ 걱정하고 사랑하는 마음/ 가득 담아/ 축복과 평화를 비는 진심/ 눈이 가만 웃고 있네요
-「눈웃음」전문 -
1980년 3월 프랑스 파리의 부르세 병원에 한 세기를 떠들썩하게 하던 매우 존경받는 한 지성인이 폐수종으로 입원을 했다. 그는 한 달 동안 이 병원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로 소리 지르고 고함을 치고 절규했다. 그가 바로 이 한 세기에 가장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던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1905~1960)이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난 후에 프랑스 언론들이 떠들기 시작했다. '사르트르가 왜 그렇게 죽어야 했는가. 죽음으로부터 자유를 외쳤던 그의 말로가 비참했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때 어느 독자가 신문사에 투고를 해서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고 한다.
"사르트르의 말로가 그렇게도 비참했던 이유는 사르트르에게 돌아갈 마음의 고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타 동물과 다른 점은 종교가 있다는 것이다. 인생의 내용에는 종교가 포함되어 있다. 단지 어떤 종교를 갖느냐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의사에 달려있다. 종교적인 믿음이 있는 신앙인에게는 돌아갈 고향이 준비되어 있어 용기를 얻고 절망하지 않는다. 정국대 시에서는 이런 신앙 시를 만날 수 있어 위로가 된다.
이불장 문을 열 때마다/ 삐거덕거리며 소리 낸다/아프다는 비명 같기도 하고/ 유행 지난 낡은 이불이 지르는/ 애처러운 함성 같기도 하다//
문을 열어보면/ 숱한 사연들이 고개를 든다//
세월의 무게에 짓눌린/차마 버리지 못한 이불이/ 저마다 사연 안고 얌전히 개켜져 있다//
깊은 속내 감추어두고/ 남은 세월 함께 하자고/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이불장」전문 -
배추가 여러 번 죽고서/ 항아리에서 보낸 세월 머금고/ 감칠 맛 깊은 맛내며 익어간다//
세월의 깊이만큼/ 맛도 깊어져/ 이제는 갈비에게도/ 은근 슬쩍 앞자리 내어 주고/ 묵은지 갈비찜으로 불리길 마다 않는다//
어떤 재료와도 어울려/ 새로운 맛을 내면서/ 푸욱 익을수록/ 깊은 맛을 내는 묵은지 같이/ 남은 인생 살아가야겠다
-「묵은지」전문 -
이 시는 어쩔 수 없는 노년기 정서가 노출되는 경우이다. 시에는 나이를 초월해야 하는데 현재적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할 때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모습이 아닐까 여겨진다. '시는 미래에 있을 법한 일을 느낌으로 적어 내는 것'이라고 했다. 바쁘게 살아온 지난날들에 대한 반성과 함께 새로운 다짐을 스스로에 던지고 있다. 이젠 깊어질 대로 깊어진 정국대 시인의 황혼녘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기대해 본다.
바이러스가 훔쳐간 봄/ 두렵고 우울한 날/ 그래도 햇살은 맑고 환하다/ 바람은 조팝나무 꽃향기 실어 나르고/ 라일락 꽃색도 여전하다
-「그래도 봄이다」일부 -
갈대 속에 피어난/ 한 송이 붉은 코스모스/ 유난히 고운 모습이 눈물 겨워/ 혼자로도 외롭지 않도록/ 노을이 한참 머물다 간다
-「주남저수지 코스모스」일부 -
오늘도 내일도/ 언제나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느티나무와 의자 하나/ 변함없는 넉넉함에 사랑 배운다
-「느티나무와 의자」일부 -
알곡 거두어들인 들녘에서/ 사랑과 배려도 한 아름 안고와/ 찬바람 불어올 때/아랫목에 따뜻하게 풀어 놓고/ 모두가 사랑 가득한/ 따뜻한 겨울이기를 소망한다
-「가을 들녘」일부 -
정 시인이 표출해 낸 시에는 먼 곳에 있는 아름다운 시어를 가져 온 것이 아니라 일상의 삶속에서 주고받는 방식 그대로를 시어로 차용하고 있다. 독자가 시를 외면하는 이유는 생활을 외면해 버리고 지나친 형이상학의 길로 들어선 시의 난해성과도 관련이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독자의 기대지평과 공동의 감정을 공유한 시적 접근은 효과적이다. 그의 시에는 현란한 수사가 없다. 미래파 자유시에서 횡행하는 이른 바 비틀어진 문장을 교묘한 표현을 이끌어 내지도 않는다. 현실 감각을 유지한 채 정직한 표현으로 의미를 드러낸다. 그러므로 정국대 시는 쉽고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제2시집 출간을 계기로 좀 더 치열하게 시의 영역을 넓히고 시 세계를 깊이 있게 천착해 볼 것을 당부 드린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 … 3
제1부
。하늘을 보며 … 11
。바다는 늙지 않는다 … 12
。비오는 날 버스정류장에서 … 14
。마지막 문자 … 16
。뒷모습 … 18
。동선動線 … 19
。당신 앞에 서면 … 20
。꿈에서라도 … 21
。봄비 … 22
。가을비 내리는 저녁 … 24
。겨울바람 … 25
。새벽노을 … 26
。능소화 … 27
。사진 액자 앞에서 … 28
。사랑의 온도 … 30
。겨울 하늘 … 31
제2부
。그래도 … 35
。내 인생의 배 … 36
。군밤 장수 … 38
。벽壁 … 39
。사진 속의 손 … 40
。이불장 … 41
。산소 가는 길 … 42
。친구에게 쓴 편지 … 44
。재첩국 사이소 … 46
。된장찌개 … 48
。묵은지 … 50
。틈 … 51
。창가에서 … 52
。조약돌 … 53
。합천호반로 … 54
。촛불 … 56
제3부
。제비 … 59
。갈매기 … 60
。뻐꾸기 … 61
。극락조 … 62
。그때에는 … 64
。모란 … 66
。꽃필 날 기다리며 … 67
。가시연꽃 … 68
。꽃무릇 … 70
。능수 벚꽃 … 71
。바나나 … 72
。주남저수지 코스모스 … 74
。시월 장미 … 76
。묵정밭 … 77
。감꽃이 필 때면 … 78
。낙엽 … 80
。느티나무 잎 지다 … 82
。단풍 … 83
。느티나무와 의자 … 84
。젖은 낙엽의 기도 … 86
。선인장 꽃피다 … 88
。상림숲 … 89
。숲의 이야기 … 90
제4부
。봄을 기다리며 … 95
。입춘 … 96
。봄소식 … 97
。봄바람 … 98
。잃어버린 봄 … 100
。화분에 심은 봄 … 102
。그래도 봄이다 … 103
。땡볕과 무더위 … 104
。안개 … 106
。장마가 끝날 무렵 … 107
。말복 … 108
。팔월의 소묘 … 109
。나의 가을은 … 110
。가을 들녘 … 112
。추석 … 113
。건망증 … 114
。겨울이 오는 소리 … 115
。겨울의 문턱에서 … 116
。섣달 그믐날 밤 … 117
제5부
。광안리 바닷가에서 … 121
。수영성 곰솔나무 … 122
。수영성 박견 … 123
。수영성 푸조나무 … 124
。인사하는 주먹 … 125
。코로나 블루 … 126
。빛과 그림자 … 128
。상팔자 … 129
。흙의 날에 … 130
。톱의 노래 … 132
。해운대 빛 축제장에서 … 133
。공범 … 134
。놀다 넘어진 아이처럼 … 135
。바오로의 첫 복사 … 136
。눈웃음 … 137
。기적 … 138
。핸드폰 울리는 소리 … 139
。십자가 앞에서 … 140
。피에타상 앞에서 … 141
。성모님 앞의 촛불 … 142
。사랑하올 어머니 … 143
발문: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 차달숙 … 147
제1부
。하늘을 보며 … 11
。바다는 늙지 않는다 … 12
。비오는 날 버스정류장에서 … 14
。마지막 문자 … 16
。뒷모습 … 18
。동선動線 … 19
。당신 앞에 서면 … 20
。꿈에서라도 … 21
。봄비 … 22
。가을비 내리는 저녁 … 24
。겨울바람 … 25
。새벽노을 … 26
。능소화 … 27
。사진 액자 앞에서 … 28
。사랑의 온도 … 30
。겨울 하늘 … 31
제2부
。그래도 … 35
。내 인생의 배 … 36
。군밤 장수 … 38
。벽壁 … 39
。사진 속의 손 … 40
。이불장 … 41
。산소 가는 길 … 42
。친구에게 쓴 편지 … 44
。재첩국 사이소 … 46
。된장찌개 … 48
。묵은지 … 50
。틈 … 51
。창가에서 … 52
。조약돌 … 53
。합천호반로 … 54
。촛불 … 56
제3부
。제비 … 59
。갈매기 … 60
。뻐꾸기 … 61
。극락조 … 62
。그때에는 … 64
。모란 … 66
。꽃필 날 기다리며 … 67
。가시연꽃 … 68
。꽃무릇 … 70
。능수 벚꽃 … 71
。바나나 … 72
。주남저수지 코스모스 … 74
。시월 장미 … 76
。묵정밭 … 77
。감꽃이 필 때면 … 78
。낙엽 … 80
。느티나무 잎 지다 … 82
。단풍 … 83
。느티나무와 의자 … 84
。젖은 낙엽의 기도 … 86
。선인장 꽃피다 … 88
。상림숲 … 89
。숲의 이야기 … 90
제4부
。봄을 기다리며 … 95
。입춘 … 96
。봄소식 … 97
。봄바람 … 98
。잃어버린 봄 … 100
。화분에 심은 봄 … 102
。그래도 봄이다 … 103
。땡볕과 무더위 … 104
。안개 … 106
。장마가 끝날 무렵 … 107
。말복 … 108
。팔월의 소묘 … 109
。나의 가을은 … 110
。가을 들녘 … 112
。추석 … 113
。건망증 … 114
。겨울이 오는 소리 … 115
。겨울의 문턱에서 … 116
。섣달 그믐날 밤 … 117
제5부
。광안리 바닷가에서 … 121
。수영성 곰솔나무 … 122
。수영성 박견 … 123
。수영성 푸조나무 … 124
。인사하는 주먹 … 125
。코로나 블루 … 126
。빛과 그림자 … 128
。상팔자 … 129
。흙의 날에 … 130
。톱의 노래 … 132
。해운대 빛 축제장에서 … 133
。공범 … 134
。놀다 넘어진 아이처럼 … 135
。바오로의 첫 복사 … 136
。눈웃음 … 137
。기적 … 138
。핸드폰 울리는 소리 … 139
。십자가 앞에서 … 140
。피에타상 앞에서 … 141
。성모님 앞의 촛불 … 142
。사랑하올 어머니 … 143
발문: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 차달숙 … 147
저자
저자
정국대
정국대
。시인, 수필가, 시낭송가
。경남 합천 출생 (1944)
。2012년《문예시대》수필 신인상
。2015년《문예시대》시 신인상
。부산 수영구문인회 상임이사
。부산문인협회 회원
。부산문학인아카데미협회 회원
。시가 익는 마을 회원
。부산시 주최「출산장려 편지쓰기대회」
금상 (2016.10.10.)
。부산 서구문화원「제3회 전국시낭송대회」우수상 (2015.7.17.)
。사회복지법인 청천「제4회 세대공감 문예 한마당 공모전」대상 (부산시장상·2013.12.6.).)
。시인, 수필가, 시낭송가
。경남 합천 출생 (1944)
。2012년《문예시대》수필 신인상
。2015년《문예시대》시 신인상
。부산 수영구문인회 상임이사
。부산문인협회 회원
。부산문학인아카데미협회 회원
。시가 익는 마을 회원
。부산시 주최「출산장려 편지쓰기대회」
금상 (2016.10.10.)
。부산 서구문화원「제3회 전국시낭송대회」우수상 (2015.7.17.)
。사회복지법인 청천「제4회 세대공감 문예 한마당 공모전」대상 (부산시장상·2013.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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