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사랑이다
공상규 수필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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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그 사람의 인품이다
본인이 교장으로 근무할 때 교정직 공무원 출신인 공상규 선생님이 배움터 지킴이로 위촉되어 1년 반을 넘게 같이 생활하였다. 교장과 지킴이 사이에 친근감은 깊지 않아도 늘 말없이 봉사 활동을 하는 건 알고 있었다. 지킴이 선생님이 글을 쓴다는 사실은 처음엔 잘 몰랐다. 신문을 읽다가 학교에 관한 글을 쓴 걸 보게 되어 어렴풋이나마 알았다. 봉사 활동 중 느낀 소회를 신문 등에 기고하여 사회에 울리는 목탁 소리와 같은 신선한 바람을 느끼게 하여 반가웠다. 글 쓰는 지킴이 선생님이라는 생각에 학교장은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교장으로 있으면서 서너 명의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을 만나고 헤어졌지만, 인연은 봉사 활동이 끝나면 모든 게 끝이었다. 공상규 선생님과는 퇴직 전 마지막 만남이고 연배도 비슷해서 그런지 동질감을 느낀 경우가 많았다. 1960년대 같은 시절에 초등(국민)학교를 다녀서 더욱 친밀감을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글을 쓴다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닌데 이번에 배움터 지킴이로 활동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책으로 발간한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를 해주고 싶었다.
금명초등학교에서 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나름의 시각으로 선생님, 학생, 학부모, 민원인 등에 대해 적은 글을 읽고는 고충도 많았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선연이든 악연이든 상관없이 담담한 필체로 적은 게 돋보인다. 새로운 관점에서 학교라는 사회를 재조명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로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 많지만, 간혹 안 좋은 사람도 만난 글을 읽고는 마음이 아팠다.
공상규 선생님이 쓴 글을 통해 나 자신도 지킴이 선생님들에게 격려의 말이라도 해주었느냐고 물으면 선뜻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 새삼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마음이 따뜻한 선생님을 많이 만난 내용에 학교는 아직 희망이 흐르는 것 같아 안도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사물을 보는 눈이 남다른 데가 있어야 하는 만큼 지킴이 선생님이 본 학교가 새롭게 다가온다. 지킴이 선생님도 교직원들처럼 학부모 등으로부터 받은 갑질이나 얼토당토않은 민원에 고통을 당한 걸 보면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꼈다.
본인과 지킴이 선생님과는 서로 성격과 취향은 달라도 굳이 같은 걸 이야기하자면 책을 가까이한다는 점이다. 난 역사서나 대하소설을 좋아하지만 지킴이 선생님은 비소설류와 인문학적인 글을 보는 게 차이가 있다. 독서인으로 연대감이 생겼다. 책을 좋아하는 걸 계기로 마음이 통해 퇴직 후 트레킹 겸 여행을 매월 다니고 있다. 한 번은 경주에서 전傳 설총 묘, 진평왕릉, 선덕여왕릉, 신문왕릉 등 묘와 왕릉 답사를 통해 정을 다진 시간도 가졌다. 좋은 글은 여행 등 직접경험에서 나온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배웠다.
지킴이 선생님이 이번에 발간한 『선생님은 사랑이다』라는 책을 통해 교직원, 학생, 학부모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직원과 학부모들은 학교를 다른 시각에서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이라 일독을 권한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이 겪은 내용이라 많은 걸 생각할 수 있다. 글은 그 사람의 인품을 나타낸다는 말처럼 본인도 이 책을 통해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만들었다. 세상은 좋은 일만 일어날 수 있으면 행복한 삶이다. 교직원 등에 대한 갑질과 정당하지 않은 민원 등은 사라지고 아름다운 소식만 들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우리 선생님들이 먼저 앞장서야 할 것 같다.
황 기 홍
(전 금명초등학교 교장)
본인이 교장으로 근무할 때 교정직 공무원 출신인 공상규 선생님이 배움터 지킴이로 위촉되어 1년 반을 넘게 같이 생활하였다. 교장과 지킴이 사이에 친근감은 깊지 않아도 늘 말없이 봉사 활동을 하는 건 알고 있었다. 지킴이 선생님이 글을 쓴다는 사실은 처음엔 잘 몰랐다. 신문을 읽다가 학교에 관한 글을 쓴 걸 보게 되어 어렴풋이나마 알았다. 봉사 활동 중 느낀 소회를 신문 등에 기고하여 사회에 울리는 목탁 소리와 같은 신선한 바람을 느끼게 하여 반가웠다. 글 쓰는 지킴이 선생님이라는 생각에 학교장은 마음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교장으로 있으면서 서너 명의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을 만나고 헤어졌지만, 인연은 봉사 활동이 끝나면 모든 게 끝이었다. 공상규 선생님과는 퇴직 전 마지막 만남이고 연배도 비슷해서 그런지 동질감을 느낀 경우가 많았다. 1960년대 같은 시절에 초등(국민)학교를 다녀서 더욱 친밀감을 가지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글을 쓴다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닌데 이번에 배움터 지킴이로 활동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책으로 발간한다는 소식을 듣고 축하를 해주고 싶었다.
금명초등학교에서 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나름의 시각으로 선생님, 학생, 학부모, 민원인 등에 대해 적은 글을 읽고는 고충도 많았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선연이든 악연이든 상관없이 담담한 필체로 적은 게 돋보인다. 새로운 관점에서 학교라는 사회를 재조명할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로 대부분 좋은 사람들이 많지만, 간혹 안 좋은 사람도 만난 글을 읽고는 마음이 아팠다.
공상규 선생님이 쓴 글을 통해 나 자신도 지킴이 선생님들에게 격려의 말이라도 해주었느냐고 물으면 선뜻 긍정적인 대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 새삼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 것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마음이 따뜻한 선생님을 많이 만난 내용에 학교는 아직 희망이 흐르는 것 같아 안도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사물을 보는 눈이 남다른 데가 있어야 하는 만큼 지킴이 선생님이 본 학교가 새롭게 다가온다. 지킴이 선생님도 교직원들처럼 학부모 등으로부터 받은 갑질이나 얼토당토않은 민원에 고통을 당한 걸 보면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꼈다.
본인과 지킴이 선생님과는 서로 성격과 취향은 달라도 굳이 같은 걸 이야기하자면 책을 가까이한다는 점이다. 난 역사서나 대하소설을 좋아하지만 지킴이 선생님은 비소설류와 인문학적인 글을 보는 게 차이가 있다. 독서인으로 연대감이 생겼다. 책을 좋아하는 걸 계기로 마음이 통해 퇴직 후 트레킹 겸 여행을 매월 다니고 있다. 한 번은 경주에서 전傳 설총 묘, 진평왕릉, 선덕여왕릉, 신문왕릉 등 묘와 왕릉 답사를 통해 정을 다진 시간도 가졌다. 좋은 글은 여행 등 직접경험에서 나온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배웠다.
지킴이 선생님이 이번에 발간한 『선생님은 사랑이다』라는 책을 통해 교직원, 학생, 학부모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교직원과 학부모들은 학교를 다른 시각에서 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이라 일독을 권한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배움터 지킴이 선생님이 겪은 내용이라 많은 걸 생각할 수 있다. 글은 그 사람의 인품을 나타낸다는 말처럼 본인도 이 책을 통해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만들었다. 세상은 좋은 일만 일어날 수 있으면 행복한 삶이다. 교직원 등에 대한 갑질과 정당하지 않은 민원 등은 사라지고 아름다운 소식만 들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우리 선생님들이 먼저 앞장서야 할 것 같다.
황 기 홍
(전 금명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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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책을 읽고서 】
늘그막에 찾아온 어리게 살기
- 공상규 작가의 『선생님은 사랑이다』를 읽고 -
차 달 숙 시인·수필가
(부산문학인아카데미협회 회장)
1. 들어가면서
수필은 자신이 살아온 날의 깊이와 무게만큼 표현한다. 그래서 삶의 치열함과 아픔을 겪은 작가는 가슴 뭉클한 울림을 주는 작품을 잉태한다. 윤재천 수필가는 그의 <수필 아포리즘>에서 “한 편의 수필에는 작가 자신의 철학과 사유를 통해 현대와 과거의 행적, 미래를 예시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 수필은 백인백색百人百色이어서 좌충우돌의 시도로 천신만고 끝에 얻어진 작법이 자신만의 노하우와 천재성으로 이어져 타인의 글과 비교될 수 없는 특색을 지니게 된다.”라고 했다. 문학은 이야기다. 한 줄 문장이 해주는 이야기는 독자가 무심히 넘겨 가는 동안에도 스스로 싹을 내려 살아남는다. 그렇게 이야기가 공감을 획득하고 사유를 입어 '단순한 이야기'라는 한계를 넘게 한다.
필자는 평소 글이란, 읽으면서 작가가 어른거리고 인간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만이 느끼는 삶의 헤아림이랄지 감성 같은 걸 독자와 같은 생각으로 얻어내야 한다. 독자가 그 글을 다 읽을 때까지 그래, 그래 하며 따라 읽다가 아, 그래 이건 내가 미쳐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야 한다. 정말 그러네, 하고 그 이야기를 자기 삶과 주변으로 확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그런 글이 잘 쓴 글이다. 즉 글이란 쓴 사람 체험에 읽는 사람이 공유함으로써 완성된다.
공상규 작가가 선보인 『선생님은 사랑이다』 수필집은 초등학교 배움터 지킴이 봉사 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다. 그런데도 읽는 내내 속 깊은 마음과 따뜻함이 전해져 가슴이 훈훈해졌다. 솔직하고 여유로운 서술 태도 때문인지 술술 읽혀 잘 읽힌다.
2. 공상규 작가를 세우며
공상규 작가는 1955년 경남 창녕군 남지에서 출생하여 법무부 산하 교정직 공무원으로 34년간 봉직하다 정년퇴임을 했다. 인생 2모작 인생을 초등학교 배움터 지킴이로 근무하면서 이번 작품집 『선생님은 사랑이다』를 출간했다. 그는 2016년 문예지 《한국공무원문학》을 통해 수필 「사랑은 국경도 없다」 외 2편이 등단작으로 수필가로 등단했다.
공 작가는 세계 4대 성인인 공자님 후손으로 긍지와 자존감으로 선조님 유덕을 경모하고 계승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난 어디를 가나 개인 소개 시간이 주어지면 당당히 공자 81대라고 밝힌다. 석가모니,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 순으로 이 세상에 왔지만, 후손이 번창한 성인은 공자가 유일하다. 공씨는 시조인 공자의 탄생지 곡부를 단일 본관으로 삼아 계승해 오고 있다.
중국 여행을 두 번이나 하였지만 장자제, 만리장성 등 관광지만 둘러보고 곡부에 있는 시조 묘를 참배하지 못해 후손 된 도리가 부족했다. 1949년 국공 내전으로 장개석 총통이 대만으로 물러나면서 77대 종손 공덕성 씨를 데리고 간 일화는 유명하다. 2006년 대만에서 80대 적장손까지 태어났다. 성인의 후손을 모신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의 생각만으로 어렵다.
우리나라는 54세손 공소孔紹가 원나라 순제 때 한림학사로 위왕의 딸인 노국대장공주를 수행했다가 고려에 귀화하여 문하시랑평장사를 지냈다. 그 후 회원군에 봉해져 창원昌原 공씨로 사적賜籍을 받아 우리나라 시조가 되었다. 회원군檜原君의 회원은 지금도 창원특례시 마산회원구로 지명이 남아있다. 공민왕은 원나라에 머무를 때 노국대장공주와 결혼하여 지내다가 충정왕이 폐위된 후 왕위에 올랐다.
1794년에 조선 22대 정조 임금이 노나라의 공씨와 같은 조상임을 알고 왕의 전교로 다시 곡부를 본관으로 하였다. 임금으로부터 성을 하사받는 경우는 많으나 본관을 하사받은 경우는 곡부 공씨가 유일하다. 2570여 년이 지난 후에도 자긍심이 대단한 후손이 필자다. (중략)
2022년은 기원전 551년에 탄강한 공부자의 공기 2573년이다. 일반 사람들은 공기孔紀는 잘 모른다. 유림은 알고 있지만, 후손조차 모르는 사람이 더러 있다. 후손도 잘 모르는 시조 사상에 대해 남들이 알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이다. 후손으로 긍지만 가질 게 아니라 공부하라는 채찍질 같다. 필자를 포함하여 세계 400여만 명의 후손은 성인 공자를 빛낼 의무가 있다.
- 「후손의 긍지」 부분 -
3. 작품 세계를 펼치며
공상규 수필집 『선생님은 사랑이다』는 제1부 「배움터 지킴이의 하루」 외 7편을 비롯하여 제7부 「관심은 사랑의 다른 표현이다」까지 총 51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작가는 1부에서 산행기 「달작」 국외 여행기 「펜팔 소녀의 추억을 찾아서」 옛 추억을 불러온 「50년을 기다렸는데」 사회문제를 작가의 시각에서 본 「작별 인사」 등 다양한 소재로 글을 썼다.
제2부는 지킴이 근무 중 만난 선생님들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심을 글로 썼다. 「송 선생님과 3학년 5반」 「지킴이 담당, 배 선생님」 「인정이 넘치는 박 선생님」 「늘 고마운 정 선생님」 「존경심이 우러나는 이 선생님」 「마음이 따뜻한 정 선생님」 「사랑이 담긴 점심」 등이 그러하다.
제3, 4, 5부는 지킴이 근무 중 겪은 일화와 아이들의 이야기가 주로 등장한다. 특히 인사성과 감사하는 마음을 피력하였고, 6부는 학부모의 교통 봉사와 학교 방문객과 학부모들의 갑질이나 부당한 민원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마지막 7부에서는 유치원 원아에 관한 관심을 주제로 다루었다. 이들 작품 중 몇 편을 살펴보기로 한다.
▣ 펜팔 소녀의 추억
사람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삶의 기억을 갖고 산다. 이 기억들은 감성이 담기고, 의미화 되어 추억으로 소환된다.
칼릴 지브란은 “추억은 일종의 만남”이라고 했다. 그러나 추억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것은 퍼즐 판에 가득한 기억의 조각들이 순간순간 자연스레 피어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생의 부자는 재산이 많은 이가 아니라 추억이 많은 이라고 말한다. 공 작가의 펜팔에 얽힌 구김살 없었던 소년 시절이 읽힌다. 읽는 사람들도 글쓴이와 불러낸 따뜻한 소년의 추억에 동참한다. 글이란 쓴 사람의 체험에 읽는 사람이 공감함으로써 완성된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쌓여 있어 꼭 방문하고 싶은 나라였다. 학창 시절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소녀와 펜팔을 했다. 그 당시는 해외 펜팔이 유행하던 때였다. 고등학생 수준에 영문으로 편지를 쓴다는 게 쉽지 않았다. 펜팔 책자에서 예문도 베끼고 선생님께 묻기도 하여 어찌어찌하여 작성하였다.
호주와 뉴질랜드 펜팔 소녀 편지와 사진을 가슴에 품고 비행기에 올랐다. 만날 수는 없겠지만 청소년 때 애틋한 그리움 때문이다. 여행지로 출발하면서 그동안 잊히고 희미해진 기억의 불씨들이 다시 가슴속에 불을 지핀다. 다음 날 아침 시드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오페라하우스로 유명한 도시 시드니는 펜팔 소녀가 살던 곳이다. 1970년대는 돈이 있어도 해외여행이 자유화가 되기 전이라 갈 수도 없었는데 10대 소년이 이순을 넘어 찾아왔다. 꼭 한번 만나고 싶은 소녀였다.
눈이 예쁜 '케리 파엔'은 뉴질랜드의 세계적인 와인 산지이자 휴가지로 유명한 북섬 호크스 베이에 살았다. 소녀는 만날 수 없었지만 와이너리에서 마신 와인만으로도 만난 것처럼 기뻤다. 매년 5월이면 '에어 뉴질랜드 호크스 베이 인터내셔널 마라톤'이 개최되는데 42.195km는 무리지만 10km는 도전하여 포도밭을 한 번 달리며 구경하고 싶다. 할머니가 되었을 소녀와 달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뉴질랜드 하면 1970~1980년대 인기를 끈 번안가요 '연가'의 나라다. 로토루아 호수에서 배를 타고 연가를 흥얼거리며 펜팔 소녀에 대해 애틋함을 소환했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하략)
- 「펜팔 소녀의 추억을 찾아서」 부분 -
▣ 아이들 이야기
어린아이들은 화나면 화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기쁘면 기쁜 마음을 못 감춘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건 어른들의 경우와는 달리 아이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중국 명나라 후기에 살았던 사상가 이탁도는 “아이는 사람의 처음이요, 동심은 마음의 처음”이라고 했다. 공상규 작가의 『선생님은 사랑이다』에서 나오는 아이들도 그렇다. 마음이 비뚤어져 있을 땐 인사도 잘 안 하고 온갖 심술과 변덕도 부린다.
영국의 대설교가인 스펄죤 목사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우리에게 별빛 주시는 은혜를 감사하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달빛을 주실 것이요, 달빛 주시는 은혜를 찬송하면 하나님께서는 햇빛을 주실 것이요, 우리에게 햇빛 주시는 은혜를 찬양하면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햇빛도 소용없는 좋은 곳으로 인도하실 것이니, 거기는 하나님의 영원하신 빛이 밤낮으로 비칠 것이다.”라고 하였다.
사람은 살면서 늘 감사하며 생활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감사와 상관없이 사는 사람도 있다. 아이들 세계도 어른과 마찬가지다. 어떤 아이는 감사하며 학교생활을 하고 어떤 아이는 어른들을 이용하려고 한다. 여기에 인성 교육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작가의 맑은 심성이 오롯하게 느껴진다.
수정이는 이름처럼 수정같이 예쁘다. 인사도 잘한다.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착한 아이다. 착한 아이는 어디를 가더라도 사랑받는다. 인사를 잘하는 아이가 도움을 요청한 날이 있다. 하교 시에 “지킴이 선생님, 백 원만 빌려주세요.” 하면서 미안한 기색을 보인다. 호주머니에 백 원짜리 동전이 없어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물어봤다. 아이가 백 원짜리 동전 아홉 개를 보여주면서 천 원을 가지고 준비물을 사야 하는데 한 개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천 원짜리 물건을 구백 원에 팔 문방구 주인은 없을 것이다. 인심 좋은 주인아주머니를 만나면 내일 백 원 가지고 오라고 하면서 줄 수는 있다. 내가 천 원을 줄 테니 구백 원을 나에게 주고, 백 원은 너에게 그냥 주는 것이라 안 갚아도 된다고 하니 정말이냐고 묻는다. 단돈 백 원에 인심을 얻었다. 좋아하는 아이를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다.
가끔 아이들에게 비스킷을 주곤 한다. 무턱대고 주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어 인사성이 밝은 아이만 준다. 수정이도 인사를 잘하는 아이라 비스킷을 받으면 고맙다는 말은 빼놓지 않는다. 다음날 수정이가 사탕을 주고 간다. 안 받는다고 해도 억지로 “선생님 드세요.” 하면서 준다. 주는데 안 받으면 미안할까 봐 고맙다고 하면서 받는다. (중략)
초등학교 때 공부 습관이 거의 중고등학교까지 간다. 어릴 때 선생님의 올바른 가르침이 성인이 되는 밑거름이다. “지킴이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수정이의 상냥한 인사가 고맙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인사를 받는 게 즐거움이다. 몸에 좋은 보약이 따로 없다. 아이들과 생활하면 아이가 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이제야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것 같다. 수정이처럼 인사성이 바른 아이를 만나 기쁨이 배가 되는 보람도 느끼고 있다. 수정아, 예쁘게 잘 자라라. 너를 지켜보는 사람 중에 지킴이도 있다.
- 「고마움을 아는 수정이」 부분 -
지킴이 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안 되었을 때다. 2학년인 우영이가 혼자만 살갑게 인사를 한다. 인사하는 학생을 만나 내심 기분은 좋았다. 봉사 활동이 차츰 적응되어 갈 때 우영이가 하교 시 과자를 사 먹고 싶다며 돈을 요구한다. 다른 친구는 용돈으로 과자를 사 먹는데 돈이 없는 것 같아 지갑을 열었다. 천 원짜리가 서너 장 있다. 며칠 후 우영이가 두 번째 돈을 요구할 때도 별다른 의심을 안 했다. 단지 용돈이 부족해서 요구한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에게 베푼다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2천 원을 주었다. 인사를 잘하는 학생인데 무엇이 아깝겠는가.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을 아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튿날 우영이가 인사도 없이 모르는 체하고 그냥 지나간다.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일까. 갑자기 인사를 안 하는 게 이상했지만, 속마음은 알 수 없었다. 방과 후 학원 차량이 늦으면 그때는 알은체하며 학원에 전화를 부탁한다. 우영이가 군것질을 하기 위해 인사하며 접근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요즘은 초등학생이라도 부모가 용돈을 줘야 하는 시대이다.
우영아, 지킴이는 다시 인사를 잘하는 학생이 되기를 바란다. 네가 돈보다 우선이다. 갑자기 인사를 안 하면 돈 때문에 계획적으로 접근하였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지킴이 생활이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 때 너를 만나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 기쁨이 오래갔으면 했는데 아쉬움이 크다. 다시 인사를 잘하는 학생으로 돌아올 날을 위해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겠다. 어디를 가더라도 정직한 아이로 자라야 한다. 정직이 올바른 길로 가는 지름길이다.
- 「네가 돈보다 우선이다」 부분 -
▣ 겉모습 판단은 금물
우리나라 법조계의 존경받는 사표로 『무상을 넘어서』라는 수상집을 남긴 故 김홍섭(1915~1966) 판사는 늘 검소한 옷차림으로 여행 중에도 버스를 이용했다. 하루는 타고 가던 버스가 경찰의 검문을 받고 있었는데 허름한 외모의 이분께 “뭐 하는 사람이야?” 하고 물었다. “판사입니다.” “판사는 무슨 놈의 판사야.” “신분증 내놓아.” 한다. 그의 신분증에서 대법원 판사임을 알아본 경찰관은 깜짝 놀라 깍듯이 거수경례하며 용서를 청했다. 그분은 순수한 시골 아저씨 같은 옷차림과 외모로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공상규 작가는 전직이 법 집행 현장에서 일한 법무부 교정직 공무원이다. 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나름의 시각으로 현장에서 일어난 학부모, 민원인 등에 대해 쓴 글을 접하면서 고충도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공 작가는 4년 넘게 지킴이 봉사 활동을 하면서 신문 독자란에 학교 등에 관한 글을 투고할 때는 지면이 제한되어 있어 단편적인 내용만 쓸 수밖에 없는 아쉬움을 달래고 싶었다고 한다. 때로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불편했을 수도 있다. 지킴이도 동료로 생각하고 서로 편하게 대하면, 인사는 하는 만큼 정은 쌓인다고 했다.
“산과 삶은 멀리서 보아야 한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가까이 접해보면 허술한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때일수록 그 사람의 장점을 발견하여 내 마음이 다른 사람을 경멸하지 않도록 다짐해야 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고귀한 인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아이 때문에 안면이 있는 어머니가 광고지를 보여준다. 학교 앞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걸 나눠주는 데 왜 단속을 안 하느냐고 한다. 학교 정문 앞도 아니고 건널목을 건너 아파트 쪽에서 40대 남자가 나눠줬다. 내 권한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 그냥 보고만 있었다. 단속하지 않는다고 항의하기에 일단은 자세한 설명을 했지만 들은 척도 안 하고 교무실에 간다고 한다. 5분 정도 지난 후 교감 선생님께 전화가 온다. 학교 앞에서 전단지를 돌리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지 묻는다. 그간 일어난 일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학교 앞이 아니라 건널목 건너 아파트 앞이라고 했다. 아파트 앞은 가볼 필요가 없다며 고생한다고 말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교무실에 갔다 온 학부모가 정문을 나오는 것을 보고 다시 이야기했다. 오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이해를 시키고 싶었다. 아이의 어머니에게 학교에서는 단속할 권한이 없으니 학부모가 가서 항의하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내가 왜 하느냐며 휭하니 간다. 불법이라 생각하면 학부모도 제지하면 된다.
학부모가 민원을 넣을 때는 정당한지 아닌지를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무조건 민원을 넣는다고 다 해결이 되리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학부모가 갑이고 지킴이나 선생님이 을이라는 생각을 하루빨리 버려야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진다.
학부모의 막무가내 민원, 참 대처하기가 어렵다. 민원은 정당해야 효력이 있다. 사회의 갑질이 학교까지 침투한 것 같아 씁쓸하다. 정당한 민원은 학교에서 시정할 의무가 있지만, 막무가내 민원은 없었으면 한다.
- 「민원은 정당해야 한다」 부분 -
매주 금요일은 축구 '방과 후 수업'이 있는 날이다. 지킴이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말로만 듣던 갑질을 당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손자에게 축구화를 주기 위해 자전거를 끌고 운동장 스탠드로 가는 게 보인다. 스탠드에는 학생들이 방과 후 강사로부터 축구를 하기 전에 교육받고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자전거를 끌고 가면 수업을 방해하는 것이라 세워두고 가도록 부탁을 했다. 할아버지가 씩씩거리며 다가온다. 손자에게 축구화를 주러 가는데 왜 안 되느냐고 되물으며 “갑질하지 마세요, 이게 갑질이야.” 하면서 고함을 지른다.
“갑질하지 마세요.” 하면서 계속 고성을 지르며 교문 쪽으로 나간다. 참으로 답답한 어르신이다. 자전거를 지킴이실 근처에 세워두고 가라는 건 갑질이 아니고 정상이다. 어르신네는 손자만 중요하고 다른 학생은 배려할 줄 몰랐다. 할아버지는 특권의식은 없었지만, 학부모라는 신분을 갑질에 이용했다. 학부모의 이기적인 행동을, 상대방의 갑질로 포장하여 공격하다가 물러선 것이다.
지금 학교에는 학부모의 갑질이나 민원이 너무 많다. 우리 아이가 선생님에게 차별당했다는 얼토당토않은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도 보았다. 상세한 내용을 알아보면 학생끼리 사소한 말싸움 등이 대부분이다. 학생이 선생님의 말씀을 안 듣고 말썽을 부리면 훈육을 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닐까. 정당하지 않은 민원이 없어져야 선생님의 올바른 교육이 가능하다.
할아버지의 갑질, 그 사건 이후로 만나도 서먹서먹했다. 남에게 잘못했을 때 사과도 할 줄 아는 사람이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 지킴이 생활에 비애를 느낀 하루였다.
- 「할아버지의 갑질」 부분 -
코로나19로 학교를 방문하는 외래인은 발열검사를 한다. 체온이 37.5도 이상이면 출입할 수 없다. 발열검사를 하다가 이틀 동안 무례한 사람, 둘을 만났다.
오토바이 배달원이 음식물을 가지고 왔다. 발열검사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하니까 여러 사람이 사용한 것이라 안 받는다고 하면서 현관까지 간다고 한다. 20대 아르바이트생 같은데 말투가 거칠다. 서비스 정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오늘도 무례한 방문객을 만났다. 지킴이실 출입문을 열고는 “잠깐만요.” 하고 불러도 지나가면서 대답이 없다. 말은 충분히 들리는 거리인데 그냥 지나간다. 한 번 더 부른다. 30대 정도 되었을 것 같은데 '왜요.'라며 반말이다. 권력이라도 가졌으면 갑질을 하고도 남을 인성의 소유자다. 발열검사를 하셔야 출입할 수 있다고 하니 “빨리하소.”가 또 대답이다. 그냥 보내면 다른 사람에게도 무례하게 대할 것 같다. 왜 나이 많은 사람에게 반말하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 내 말이 강했는지 침묵을 지킨다. 더 하면 시비가 될 수 있어 끝내야 했다. 돼먹지 못한 인간을 잡고 더 이상 말을 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어른이지만 인성이 덜된 아이나 다름없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사람이 많다. 반말도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있었으면 한다. 무례한 말로 선생님이나 지킴이에게 상처 주는 외래인은 없었으면 한다.
- 「무례한 사람, 둘」 부분 -
4. 나가면서
모든 예술이 생활의 반영이라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상상이나 환각조차도 생활의 변형이요 연장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그 생활을 아름답게 담아내느냐 하는 '예술적 형상화'인데 공상규 작가는 꾸밈이나 변형 없이 그대로 드러내는데 재능을 갖고 있다.
제목은 글의 내용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독자와 만나는 최초의 통로이며 글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우리가 간판을 보고 식당을 선택해 들어가듯 매력적인 제목을 가진 글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낸다. 하지만 좋은 제목을 붙이는 것은 좋은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세계적인 문호 세익스피어도 글의 제목 때문에 고심한 일화가 있다. 작품을 완성해 놓고 오랫동안 제목을 정하지 못하다가 우연히 '햄'이 든 '오믈렛'을 먹던 중 '햄릿'이란 제목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공상규의 수필집 『선생님은 사랑이다』는 평범한 제목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평범하지 않다.
그는 주제나 소재를 지극히 세속적인 일상에서 찾아내어 그걸 보통 사람들의 시선과 가치관으로 탐색, 유추, 분석, 판단하여 예리한 비판을 유도하면서도 독자들에게 결코 교훈적인 낌새를 전혀 주지 않는다. 이런 평범한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써 내려간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인간은 자신이 중심이고 남들보다 더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산다. 특히 어린이들은 모든 에너지가 '나'에게로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교육을 통해 어른이 되어 가면서 차츰 주변 사람들의 고난과 시련에 관심을 갖게 된다. 자신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타인과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어가며 성숙해져 가는 것이다.
공상규 작가가 금명초등학교 선생님과 교직원, 그리고 어린이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아마도 독자는 삶을 대하는 작가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에 자극받아 자기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공상규 작가는 지난번 부산문학인아카데미협회 모임에서 지킴이 근무가 어린 학생들이 곁에 있어 즐겁다. 나이를 잊고 어리게 살 수 있다는 게 늘그막에 찾아온 행복이라고 했다. 그의 행복이 오래도록 이어지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사랑의 주파수를 널리 펴는 훌륭한 작가 선생님이 될 것을 바라며 선배로서 첫 수필집 상재를 축하드린다.
늘그막에 찾아온 어리게 살기
- 공상규 작가의 『선생님은 사랑이다』를 읽고 -
차 달 숙 시인·수필가
(부산문학인아카데미협회 회장)
1. 들어가면서
수필은 자신이 살아온 날의 깊이와 무게만큼 표현한다. 그래서 삶의 치열함과 아픔을 겪은 작가는 가슴 뭉클한 울림을 주는 작품을 잉태한다. 윤재천 수필가는 그의 <수필 아포리즘>에서 “한 편의 수필에는 작가 자신의 철학과 사유를 통해 현대와 과거의 행적, 미래를 예시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야 한다. 수필은 백인백색百人百色이어서 좌충우돌의 시도로 천신만고 끝에 얻어진 작법이 자신만의 노하우와 천재성으로 이어져 타인의 글과 비교될 수 없는 특색을 지니게 된다.”라고 했다. 문학은 이야기다. 한 줄 문장이 해주는 이야기는 독자가 무심히 넘겨 가는 동안에도 스스로 싹을 내려 살아남는다. 그렇게 이야기가 공감을 획득하고 사유를 입어 '단순한 이야기'라는 한계를 넘게 한다.
필자는 평소 글이란, 읽으면서 작가가 어른거리고 인간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만이 느끼는 삶의 헤아림이랄지 감성 같은 걸 독자와 같은 생각으로 얻어내야 한다. 독자가 그 글을 다 읽을 때까지 그래, 그래 하며 따라 읽다가 아, 그래 이건 내가 미쳐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야 한다. 정말 그러네, 하고 그 이야기를 자기 삶과 주변으로 확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그런 글이 잘 쓴 글이다. 즉 글이란 쓴 사람 체험에 읽는 사람이 공유함으로써 완성된다.
공상규 작가가 선보인 『선생님은 사랑이다』 수필집은 초등학교 배움터 지킴이 봉사 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이야기다. 그런데도 읽는 내내 속 깊은 마음과 따뜻함이 전해져 가슴이 훈훈해졌다. 솔직하고 여유로운 서술 태도 때문인지 술술 읽혀 잘 읽힌다.
2. 공상규 작가를 세우며
공상규 작가는 1955년 경남 창녕군 남지에서 출생하여 법무부 산하 교정직 공무원으로 34년간 봉직하다 정년퇴임을 했다. 인생 2모작 인생을 초등학교 배움터 지킴이로 근무하면서 이번 작품집 『선생님은 사랑이다』를 출간했다. 그는 2016년 문예지 《한국공무원문학》을 통해 수필 「사랑은 국경도 없다」 외 2편이 등단작으로 수필가로 등단했다.
공 작가는 세계 4대 성인인 공자님 후손으로 긍지와 자존감으로 선조님 유덕을 경모하고 계승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난 어디를 가나 개인 소개 시간이 주어지면 당당히 공자 81대라고 밝힌다. 석가모니,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 순으로 이 세상에 왔지만, 후손이 번창한 성인은 공자가 유일하다. 공씨는 시조인 공자의 탄생지 곡부를 단일 본관으로 삼아 계승해 오고 있다.
중국 여행을 두 번이나 하였지만 장자제, 만리장성 등 관광지만 둘러보고 곡부에 있는 시조 묘를 참배하지 못해 후손 된 도리가 부족했다. 1949년 국공 내전으로 장개석 총통이 대만으로 물러나면서 77대 종손 공덕성 씨를 데리고 간 일화는 유명하다. 2006년 대만에서 80대 적장손까지 태어났다. 성인의 후손을 모신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의 생각만으로 어렵다.
우리나라는 54세손 공소孔紹가 원나라 순제 때 한림학사로 위왕의 딸인 노국대장공주를 수행했다가 고려에 귀화하여 문하시랑평장사를 지냈다. 그 후 회원군에 봉해져 창원昌原 공씨로 사적賜籍을 받아 우리나라 시조가 되었다. 회원군檜原君의 회원은 지금도 창원특례시 마산회원구로 지명이 남아있다. 공민왕은 원나라에 머무를 때 노국대장공주와 결혼하여 지내다가 충정왕이 폐위된 후 왕위에 올랐다.
1794년에 조선 22대 정조 임금이 노나라의 공씨와 같은 조상임을 알고 왕의 전교로 다시 곡부를 본관으로 하였다. 임금으로부터 성을 하사받는 경우는 많으나 본관을 하사받은 경우는 곡부 공씨가 유일하다. 2570여 년이 지난 후에도 자긍심이 대단한 후손이 필자다. (중략)
2022년은 기원전 551년에 탄강한 공부자의 공기 2573년이다. 일반 사람들은 공기孔紀는 잘 모른다. 유림은 알고 있지만, 후손조차 모르는 사람이 더러 있다. 후손도 잘 모르는 시조 사상에 대해 남들이 알기를 바라는 것은 과욕이다. 후손으로 긍지만 가질 게 아니라 공부하라는 채찍질 같다. 필자를 포함하여 세계 400여만 명의 후손은 성인 공자를 빛낼 의무가 있다.
- 「후손의 긍지」 부분 -
3. 작품 세계를 펼치며
공상규 수필집 『선생님은 사랑이다』는 제1부 「배움터 지킴이의 하루」 외 7편을 비롯하여 제7부 「관심은 사랑의 다른 표현이다」까지 총 51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작가는 1부에서 산행기 「달작」 국외 여행기 「펜팔 소녀의 추억을 찾아서」 옛 추억을 불러온 「50년을 기다렸는데」 사회문제를 작가의 시각에서 본 「작별 인사」 등 다양한 소재로 글을 썼다.
제2부는 지킴이 근무 중 만난 선생님들에 대한 고마움과 존경심을 글로 썼다. 「송 선생님과 3학년 5반」 「지킴이 담당, 배 선생님」 「인정이 넘치는 박 선생님」 「늘 고마운 정 선생님」 「존경심이 우러나는 이 선생님」 「마음이 따뜻한 정 선생님」 「사랑이 담긴 점심」 등이 그러하다.
제3, 4, 5부는 지킴이 근무 중 겪은 일화와 아이들의 이야기가 주로 등장한다. 특히 인사성과 감사하는 마음을 피력하였고, 6부는 학부모의 교통 봉사와 학교 방문객과 학부모들의 갑질이나 부당한 민원에 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마지막 7부에서는 유치원 원아에 관한 관심을 주제로 다루었다. 이들 작품 중 몇 편을 살펴보기로 한다.
▣ 펜팔 소녀의 추억
사람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 삶의 기억을 갖고 산다. 이 기억들은 감성이 담기고, 의미화 되어 추억으로 소환된다.
칼릴 지브란은 “추억은 일종의 만남”이라고 했다. 그러나 추억은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것은 퍼즐 판에 가득한 기억의 조각들이 순간순간 자연스레 피어오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인생의 부자는 재산이 많은 이가 아니라 추억이 많은 이라고 말한다. 공 작가의 펜팔에 얽힌 구김살 없었던 소년 시절이 읽힌다. 읽는 사람들도 글쓴이와 불러낸 따뜻한 소년의 추억에 동참한다. 글이란 쓴 사람의 체험에 읽는 사람이 공감함으로써 완성된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쌓여 있어 꼭 방문하고 싶은 나라였다. 학창 시절 필리핀, 호주,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소녀와 펜팔을 했다. 그 당시는 해외 펜팔이 유행하던 때였다. 고등학생 수준에 영문으로 편지를 쓴다는 게 쉽지 않았다. 펜팔 책자에서 예문도 베끼고 선생님께 묻기도 하여 어찌어찌하여 작성하였다.
호주와 뉴질랜드 펜팔 소녀 편지와 사진을 가슴에 품고 비행기에 올랐다. 만날 수는 없겠지만 청소년 때 애틋한 그리움 때문이다. 여행지로 출발하면서 그동안 잊히고 희미해진 기억의 불씨들이 다시 가슴속에 불을 지핀다. 다음 날 아침 시드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오페라하우스로 유명한 도시 시드니는 펜팔 소녀가 살던 곳이다. 1970년대는 돈이 있어도 해외여행이 자유화가 되기 전이라 갈 수도 없었는데 10대 소년이 이순을 넘어 찾아왔다. 꼭 한번 만나고 싶은 소녀였다.
눈이 예쁜 '케리 파엔'은 뉴질랜드의 세계적인 와인 산지이자 휴가지로 유명한 북섬 호크스 베이에 살았다. 소녀는 만날 수 없었지만 와이너리에서 마신 와인만으로도 만난 것처럼 기뻤다. 매년 5월이면 '에어 뉴질랜드 호크스 베이 인터내셔널 마라톤'이 개최되는데 42.195km는 무리지만 10km는 도전하여 포도밭을 한 번 달리며 구경하고 싶다. 할머니가 되었을 소녀와 달릴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뉴질랜드 하면 1970~1980년대 인기를 끈 번안가요 '연가'의 나라다. 로토루아 호수에서 배를 타고 연가를 흥얼거리며 펜팔 소녀에 대해 애틋함을 소환했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
오늘 그대 오시려나 저 바다 건너서” (하략)
- 「펜팔 소녀의 추억을 찾아서」 부분 -
▣ 아이들 이야기
어린아이들은 화나면 화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기쁘면 기쁜 마음을 못 감춘다. 이렇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할 수 있는 건 어른들의 경우와는 달리 아이들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중국 명나라 후기에 살았던 사상가 이탁도는 “아이는 사람의 처음이요, 동심은 마음의 처음”이라고 했다. 공상규 작가의 『선생님은 사랑이다』에서 나오는 아이들도 그렇다. 마음이 비뚤어져 있을 땐 인사도 잘 안 하고 온갖 심술과 변덕도 부린다.
영국의 대설교가인 스펄죤 목사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우리에게 별빛 주시는 은혜를 감사하면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달빛을 주실 것이요, 달빛 주시는 은혜를 찬송하면 하나님께서는 햇빛을 주실 것이요, 우리에게 햇빛 주시는 은혜를 찬양하면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햇빛도 소용없는 좋은 곳으로 인도하실 것이니, 거기는 하나님의 영원하신 빛이 밤낮으로 비칠 것이다.”라고 하였다.
사람은 살면서 늘 감사하며 생활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감사와 상관없이 사는 사람도 있다. 아이들 세계도 어른과 마찬가지다. 어떤 아이는 감사하며 학교생활을 하고 어떤 아이는 어른들을 이용하려고 한다. 여기에 인성 교육의 부재를 아쉬워하는 작가의 맑은 심성이 오롯하게 느껴진다.
수정이는 이름처럼 수정같이 예쁘다. 인사도 잘한다. 어디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착한 아이다. 착한 아이는 어디를 가더라도 사랑받는다. 인사를 잘하는 아이가 도움을 요청한 날이 있다. 하교 시에 “지킴이 선생님, 백 원만 빌려주세요.” 하면서 미안한 기색을 보인다. 호주머니에 백 원짜리 동전이 없어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물어봤다. 아이가 백 원짜리 동전 아홉 개를 보여주면서 천 원을 가지고 준비물을 사야 하는데 한 개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천 원짜리 물건을 구백 원에 팔 문방구 주인은 없을 것이다. 인심 좋은 주인아주머니를 만나면 내일 백 원 가지고 오라고 하면서 줄 수는 있다. 내가 천 원을 줄 테니 구백 원을 나에게 주고, 백 원은 너에게 그냥 주는 것이라 안 갚아도 된다고 하니 정말이냐고 묻는다. 단돈 백 원에 인심을 얻었다. 좋아하는 아이를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다.
가끔 아이들에게 비스킷을 주곤 한다. 무턱대고 주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어 인사성이 밝은 아이만 준다. 수정이도 인사를 잘하는 아이라 비스킷을 받으면 고맙다는 말은 빼놓지 않는다. 다음날 수정이가 사탕을 주고 간다. 안 받는다고 해도 억지로 “선생님 드세요.” 하면서 준다. 주는데 안 받으면 미안할까 봐 고맙다고 하면서 받는다. (중략)
초등학교 때 공부 습관이 거의 중고등학교까지 간다. 어릴 때 선생님의 올바른 가르침이 성인이 되는 밑거름이다. “지킴이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수정이의 상냥한 인사가 고맙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인사를 받는 게 즐거움이다. 몸에 좋은 보약이 따로 없다. 아이들과 생활하면 아이가 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이제야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것 같다. 수정이처럼 인사성이 바른 아이를 만나 기쁨이 배가 되는 보람도 느끼고 있다. 수정아, 예쁘게 잘 자라라. 너를 지켜보는 사람 중에 지킴이도 있다.
- 「고마움을 아는 수정이」 부분 -
지킴이 생활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채 안 되었을 때다. 2학년인 우영이가 혼자만 살갑게 인사를 한다. 인사하는 학생을 만나 내심 기분은 좋았다. 봉사 활동이 차츰 적응되어 갈 때 우영이가 하교 시 과자를 사 먹고 싶다며 돈을 요구한다. 다른 친구는 용돈으로 과자를 사 먹는데 돈이 없는 것 같아 지갑을 열었다. 천 원짜리가 서너 장 있다. 며칠 후 우영이가 두 번째 돈을 요구할 때도 별다른 의심을 안 했다. 단지 용돈이 부족해서 요구한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에게 베푼다는 마음은 한결같았다. 2천 원을 주었다. 인사를 잘하는 학생인데 무엇이 아깝겠는가.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을 아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튿날 우영이가 인사도 없이 모르는 체하고 그냥 지나간다.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일까. 갑자기 인사를 안 하는 게 이상했지만, 속마음은 알 수 없었다. 방과 후 학원 차량이 늦으면 그때는 알은체하며 학원에 전화를 부탁한다. 우영이가 군것질을 하기 위해 인사하며 접근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요즘은 초등학생이라도 부모가 용돈을 줘야 하는 시대이다.
우영아, 지킴이는 다시 인사를 잘하는 학생이 되기를 바란다. 네가 돈보다 우선이다. 갑자기 인사를 안 하면 돈 때문에 계획적으로 접근하였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지킴이 생활이 처음이라 모든 게 서툴 때 너를 만나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 기쁨이 오래갔으면 했는데 아쉬움이 크다. 다시 인사를 잘하는 학생으로 돌아올 날을 위해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겠다. 어디를 가더라도 정직한 아이로 자라야 한다. 정직이 올바른 길로 가는 지름길이다.
- 「네가 돈보다 우선이다」 부분 -
▣ 겉모습 판단은 금물
우리나라 법조계의 존경받는 사표로 『무상을 넘어서』라는 수상집을 남긴 故 김홍섭(1915~1966) 판사는 늘 검소한 옷차림으로 여행 중에도 버스를 이용했다. 하루는 타고 가던 버스가 경찰의 검문을 받고 있었는데 허름한 외모의 이분께 “뭐 하는 사람이야?” 하고 물었다. “판사입니다.” “판사는 무슨 놈의 판사야.” “신분증 내놓아.” 한다. 그의 신분증에서 대법원 판사임을 알아본 경찰관은 깜짝 놀라 깍듯이 거수경례하며 용서를 청했다. 그분은 순수한 시골 아저씨 같은 옷차림과 외모로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공상규 작가는 전직이 법 집행 현장에서 일한 법무부 교정직 공무원이다. 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나름의 시각으로 현장에서 일어난 학부모, 민원인 등에 대해 쓴 글을 접하면서 고충도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공 작가는 4년 넘게 지킴이 봉사 활동을 하면서 신문 독자란에 학교 등에 관한 글을 투고할 때는 지면이 제한되어 있어 단편적인 내용만 쓸 수밖에 없는 아쉬움을 달래고 싶었다고 한다. 때로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불편했을 수도 있다. 지킴이도 동료로 생각하고 서로 편하게 대하면, 인사는 하는 만큼 정은 쌓인다고 했다.
“산과 삶은 멀리서 보아야 한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도 가까이 접해보면 허술한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때일수록 그 사람의 장점을 발견하여 내 마음이 다른 사람을 경멸하지 않도록 다짐해야 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고귀한 인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평소 아이 때문에 안면이 있는 어머니가 광고지를 보여준다. 학교 앞에서 학생들에게 이런 걸 나눠주는 데 왜 단속을 안 하느냐고 한다. 학교 정문 앞도 아니고 건널목을 건너 아파트 쪽에서 40대 남자가 나눠줬다. 내 권한이 미치지 않는 곳이라 그냥 보고만 있었다. 단속하지 않는다고 항의하기에 일단은 자세한 설명을 했지만 들은 척도 안 하고 교무실에 간다고 한다. 5분 정도 지난 후 교감 선생님께 전화가 온다. 학교 앞에서 전단지를 돌리는 사람이 아직도 있는지 묻는다. 그간 일어난 일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학교 앞이 아니라 건널목 건너 아파트 앞이라고 했다. 아파트 앞은 가볼 필요가 없다며 고생한다고 말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교무실에 갔다 온 학부모가 정문을 나오는 것을 보고 다시 이야기했다. 오해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이해를 시키고 싶었다. 아이의 어머니에게 학교에서는 단속할 권한이 없으니 학부모가 가서 항의하면 될 수도 있다고 하니 내가 왜 하느냐며 휭하니 간다. 불법이라 생각하면 학부모도 제지하면 된다.
학부모가 민원을 넣을 때는 정당한지 아닌지를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무조건 민원을 넣는다고 다 해결이 되리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학부모가 갑이고 지킴이나 선생님이 을이라는 생각을 하루빨리 버려야 올바른 교육이 이루어진다.
학부모의 막무가내 민원, 참 대처하기가 어렵다. 민원은 정당해야 효력이 있다. 사회의 갑질이 학교까지 침투한 것 같아 씁쓸하다. 정당한 민원은 학교에서 시정할 의무가 있지만, 막무가내 민원은 없었으면 한다.
- 「민원은 정당해야 한다」 부분 -
매주 금요일은 축구 '방과 후 수업'이 있는 날이다. 지킴이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말로만 듣던 갑질을 당했다. 할아버지 한 분이 손자에게 축구화를 주기 위해 자전거를 끌고 운동장 스탠드로 가는 게 보인다. 스탠드에는 학생들이 방과 후 강사로부터 축구를 하기 전에 교육받고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자전거를 끌고 가면 수업을 방해하는 것이라 세워두고 가도록 부탁을 했다. 할아버지가 씩씩거리며 다가온다. 손자에게 축구화를 주러 가는데 왜 안 되느냐고 되물으며 “갑질하지 마세요, 이게 갑질이야.” 하면서 고함을 지른다.
“갑질하지 마세요.” 하면서 계속 고성을 지르며 교문 쪽으로 나간다. 참으로 답답한 어르신이다. 자전거를 지킴이실 근처에 세워두고 가라는 건 갑질이 아니고 정상이다. 어르신네는 손자만 중요하고 다른 학생은 배려할 줄 몰랐다. 할아버지는 특권의식은 없었지만, 학부모라는 신분을 갑질에 이용했다. 학부모의 이기적인 행동을, 상대방의 갑질로 포장하여 공격하다가 물러선 것이다.
지금 학교에는 학부모의 갑질이나 민원이 너무 많다. 우리 아이가 선생님에게 차별당했다는 얼토당토않은 민원을 제기하는 학부모도 보았다. 상세한 내용을 알아보면 학생끼리 사소한 말싸움 등이 대부분이다. 학생이 선생님의 말씀을 안 듣고 말썽을 부리면 훈육을 하는 게 당연한 것이 아닐까. 정당하지 않은 민원이 없어져야 선생님의 올바른 교육이 가능하다.
할아버지의 갑질, 그 사건 이후로 만나도 서먹서먹했다. 남에게 잘못했을 때 사과도 할 줄 아는 사람이 공정한 사회를 만든다. 지킴이 생활에 비애를 느낀 하루였다.
- 「할아버지의 갑질」 부분 -
코로나19로 학교를 방문하는 외래인은 발열검사를 한다. 체온이 37.5도 이상이면 출입할 수 없다. 발열검사를 하다가 이틀 동안 무례한 사람, 둘을 만났다.
오토바이 배달원이 음식물을 가지고 왔다. 발열검사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고 하니까 여러 사람이 사용한 것이라 안 받는다고 하면서 현관까지 간다고 한다. 20대 아르바이트생 같은데 말투가 거칠다. 서비스 정신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오늘도 무례한 방문객을 만났다. 지킴이실 출입문을 열고는 “잠깐만요.” 하고 불러도 지나가면서 대답이 없다. 말은 충분히 들리는 거리인데 그냥 지나간다. 한 번 더 부른다. 30대 정도 되었을 것 같은데 '왜요.'라며 반말이다. 권력이라도 가졌으면 갑질을 하고도 남을 인성의 소유자다. 발열검사를 하셔야 출입할 수 있다고 하니 “빨리하소.”가 또 대답이다. 그냥 보내면 다른 사람에게도 무례하게 대할 것 같다. 왜 나이 많은 사람에게 반말하느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 내 말이 강했는지 침묵을 지킨다. 더 하면 시비가 될 수 있어 끝내야 했다. 돼먹지 못한 인간을 잡고 더 이상 말을 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어른이지만 인성이 덜된 아이나 다름없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는 사람이 많다. 반말도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이 있었으면 한다. 무례한 말로 선생님이나 지킴이에게 상처 주는 외래인은 없었으면 한다.
- 「무례한 사람, 둘」 부분 -
4. 나가면서
모든 예술이 생활의 반영이라는 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상상이나 환각조차도 생활의 변형이요 연장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그 생활을 아름답게 담아내느냐 하는 '예술적 형상화'인데 공상규 작가는 꾸밈이나 변형 없이 그대로 드러내는데 재능을 갖고 있다.
제목은 글의 내용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독자와 만나는 최초의 통로이며 글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우리가 간판을 보고 식당을 선택해 들어가듯 매력적인 제목을 가진 글은 독자들의 관심을 끌어낸다. 하지만 좋은 제목을 붙이는 것은 좋은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세계적인 문호 세익스피어도 글의 제목 때문에 고심한 일화가 있다. 작품을 완성해 놓고 오랫동안 제목을 정하지 못하다가 우연히 '햄'이 든 '오믈렛'을 먹던 중 '햄릿'이란 제목을 완성하게 된 것이다. 공상규의 수필집 『선생님은 사랑이다』는 평범한 제목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평범하지 않다.
그는 주제나 소재를 지극히 세속적인 일상에서 찾아내어 그걸 보통 사람들의 시선과 가치관으로 탐색, 유추, 분석, 판단하여 예리한 비판을 유도하면서도 독자들에게 결코 교훈적인 낌새를 전혀 주지 않는다. 이런 평범한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써 내려간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인간은 자신이 중심이고 남들보다 더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산다. 특히 어린이들은 모든 에너지가 '나'에게로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교육을 통해 어른이 되어 가면서 차츰 주변 사람들의 고난과 시련에 관심을 갖게 된다. 자신만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타인과 따뜻한 인간관계를 맺어가며 성숙해져 가는 것이다.
공상규 작가가 금명초등학교 선생님과 교직원, 그리고 어린이들과 새로운 인연을 맺어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참 아름답다. 아마도 독자는 삶을 대하는 작가와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에 자극받아 자기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공상규 작가는 지난번 부산문학인아카데미협회 모임에서 지킴이 근무가 어린 학생들이 곁에 있어 즐겁다. 나이를 잊고 어리게 살 수 있다는 게 늘그막에 찾아온 행복이라고 했다. 그의 행복이 오래도록 이어지고 어린이들에게 꿈과 사랑의 주파수를 널리 펴는 훌륭한 작가 선생님이 될 것을 바라며 선배로서 첫 수필집 상재를 축하드린다.
목차
목차
작가의 말 / 공상규 … 4
추천의 글 / 황기홍 … 7
제1부 배움터 지킴이의 하루
인생 2막 _ 19
배움터 지킴이의 하루 _ 23
달작 _ 27
후손의 긍지 _ 31
펜팔 소녀의 추억을 찾아서 _ 35
갈맷길을 걸으며 _ 39
50년을 기다렸는데 _ 43
작별 인사 _ 47
제2부 인정이 넘치는 박 선생님
송 선생님과 3학년 5반 _ 53
지킴이 담당, 배 선생님 _ 57
인정이 넘치는 박 선생님 _ 61
늘 고마운 정 선생님 _ 65
존경심이 우러나는 이 선생님 _ 69
마음이 따뜻한 정 선생님 _ 73
사랑이 담긴 점심 _ 77
제3부 첫 독자인 교감 선생님
소현이의 독서 _ 83
사서교사의 고마움 _ 87
하나님은 사랑이다 _ 89
첫 독자인 교감 선생님 _ 93
혜원이의 졸업 _ 97
산행으로 만나는 교장 선생님 _ 101
할머니의 손녀 사랑 _ 105
제4부 남매의 우애
예성이가 인사를 잘한다 _ 111
서우의 편지 _ 115
아버지의 욕심 _ 119
남매의 우애 _ 123
호의도 무작정 베푸는 게 아니다 _ 128
네가 돈보다 우선이다 _ 133
근무 단상 _ 137
제5부 오늘은 어디로 가십니까?
어서 와, 5월 개학은 처음이지? _ 143
윤지의 쪽지 _ 147
인사를 잘하는 아이가 사랑받는다 _ 150
오늘은 어디로 가십니까? _ 153
은서의 선물 _ 156
고마움을 아는 수정이 _ 160
앞으로 걷게 될 너의 꽃길을 응원할게 _ 164
제6부 학부모의 교통 봉사
선아네 분식 _ 169
외조부모의 외손녀 사랑 _ 173
학부모의 교통 봉사 _ 177
경비는 경비 업무만 하세요 _ 181
민원은 정당해야 한다 _ 185
할아버지의 갑질 _ 189
무례한 사람, 둘 _ 193
제7부 관심은 사랑의 다른 표현이다
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들 _ 199
안아 주세요 _ 203
채은이의 그림 선물 _ 207
붙임성이 좋은 아이 _ 211
관심은 사랑의 다른 표현이다 _ 215
인사성이 밝은 남매 _ 219
후배의 유치원 아들 _ 223
화명 꿈 유치원 _ 227
책을 읽고서 / 차달숙 … 233
에필로그 … 246
추천의 글 / 황기홍 … 7
제1부 배움터 지킴이의 하루
인생 2막 _ 19
배움터 지킴이의 하루 _ 23
달작 _ 27
후손의 긍지 _ 31
펜팔 소녀의 추억을 찾아서 _ 35
갈맷길을 걸으며 _ 39
50년을 기다렸는데 _ 43
작별 인사 _ 47
제2부 인정이 넘치는 박 선생님
송 선생님과 3학년 5반 _ 53
지킴이 담당, 배 선생님 _ 57
인정이 넘치는 박 선생님 _ 61
늘 고마운 정 선생님 _ 65
존경심이 우러나는 이 선생님 _ 69
마음이 따뜻한 정 선생님 _ 73
사랑이 담긴 점심 _ 77
제3부 첫 독자인 교감 선생님
소현이의 독서 _ 83
사서교사의 고마움 _ 87
하나님은 사랑이다 _ 89
첫 독자인 교감 선생님 _ 93
혜원이의 졸업 _ 97
산행으로 만나는 교장 선생님 _ 101
할머니의 손녀 사랑 _ 105
제4부 남매의 우애
예성이가 인사를 잘한다 _ 111
서우의 편지 _ 115
아버지의 욕심 _ 119
남매의 우애 _ 123
호의도 무작정 베푸는 게 아니다 _ 128
네가 돈보다 우선이다 _ 133
근무 단상 _ 137
제5부 오늘은 어디로 가십니까?
어서 와, 5월 개학은 처음이지? _ 143
윤지의 쪽지 _ 147
인사를 잘하는 아이가 사랑받는다 _ 150
오늘은 어디로 가십니까? _ 153
은서의 선물 _ 156
고마움을 아는 수정이 _ 160
앞으로 걷게 될 너의 꽃길을 응원할게 _ 164
제6부 학부모의 교통 봉사
선아네 분식 _ 169
외조부모의 외손녀 사랑 _ 173
학부모의 교통 봉사 _ 177
경비는 경비 업무만 하세요 _ 181
민원은 정당해야 한다 _ 185
할아버지의 갑질 _ 189
무례한 사람, 둘 _ 193
제7부 관심은 사랑의 다른 표현이다
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들 _ 199
안아 주세요 _ 203
채은이의 그림 선물 _ 207
붙임성이 좋은 아이 _ 211
관심은 사랑의 다른 표현이다 _ 215
인사성이 밝은 남매 _ 219
후배의 유치원 아들 _ 223
화명 꿈 유치원 _ 227
책을 읽고서 / 차달숙 … 233
에필로그 … 246
저자
저자
공상규
- 경남 창녕 출생
- 《한국공무원문학》 수필 신인상(2016년)
- 교정수필문학회?한국공무원문학협회 회원
- 부산문학인아카데미협회 회원
- 부산문인협회 회원
- 수상: 부산자랑 백일장 장원 (1992년)
- 수필집: 『선생님은 사랑이다』 (2022년)
- 《한국공무원문학》 수필 신인상(2016년)
- 교정수필문학회?한국공무원문학협회 회원
- 부산문학인아카데미협회 회원
- 부산문인협회 회원
- 수상: 부산자랑 백일장 장원 (1992년)
- 수필집: 『선생님은 사랑이다』 (202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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