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슬픔(우정시집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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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 순종하면서도 기쁨으로 무릎을 세우는 그가 내 친구라면 우리 우정의 램프에도 낮은 불이 켜지겠지”
김현 시인과 전욱진 시인의 우정시집03 〈깨끗한 슬픔〉
두 시인은 포크 앨범같은 시집을 함께 꾸려 전국 순회 낭독을 다니자 웃으며 의기투합한다. 그들은 서로의 시를 읽고 기쁨을 공유하고, 서로를 꿰뚫어 보고, 때로는 조용히 응시한다. “함께 밤눈을 밝히던 이가 있어 그때 그 시절이 그리 두렵지만은 않았다.” 신중히 편집된 섬세한 시어들이 차분히 펼쳐지고 교차된다. 이 시집에는 각자 시 15편과 에세이 1편이 수록되어 있다. 시에는 글쓴이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끝까지 읽으면서 누구의 시일까 궁금해하고 상상하는 것도 이 시집의 묘미. 두 시인의 언어들이 떠오르고, 깊어진다. “우리라고 해서, 우리도 어쩌면, 우리 사이에도 우리가 필요할지도 모르기에” 차분하고 조용한 친구의 목소리에 ‘깨끗하고 슬픈’ 우정의 세계로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사는 동안 할 수 있는 말의 횟수를 헤아리다 보면 늘 인생이 짧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어느새 상대에게 꼭 그 말을 들려주려 애쓰게 된다. 그렇지 않니? 하면 그래요? 궁금하기에 우정의 책장은 넘어간다”
김현 시인과 전욱진 시인의 우정시집03 〈깨끗한 슬픔〉
두 시인은 포크 앨범같은 시집을 함께 꾸려 전국 순회 낭독을 다니자 웃으며 의기투합한다. 그들은 서로의 시를 읽고 기쁨을 공유하고, 서로를 꿰뚫어 보고, 때로는 조용히 응시한다. “함께 밤눈을 밝히던 이가 있어 그때 그 시절이 그리 두렵지만은 않았다.” 신중히 편집된 섬세한 시어들이 차분히 펼쳐지고 교차된다. 이 시집에는 각자 시 15편과 에세이 1편이 수록되어 있다. 시에는 글쓴이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끝까지 읽으면서 누구의 시일까 궁금해하고 상상하는 것도 이 시집의 묘미. 두 시인의 언어들이 떠오르고, 깊어진다. “우리라고 해서, 우리도 어쩌면, 우리 사이에도 우리가 필요할지도 모르기에” 차분하고 조용한 친구의 목소리에 ‘깨끗하고 슬픈’ 우정의 세계로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사는 동안 할 수 있는 말의 횟수를 헤아리다 보면 늘 인생이 짧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어느새 상대에게 꼭 그 말을 들려주려 애쓰게 된다. 그렇지 않니? 하면 그래요? 궁금하기에 우정의 책장은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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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오래전 연락이 끊긴 동지에게
너는 충실했을 뿐이야
뒤늦은 답장을 띄워 보낸다면
삶의 종착지가 아니라
종점을 마음에 품고
버스에 오르는 삶
끝까지
끝으로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김현 〈충실한 슬픔〉 중에서
김현은 보이는 것보다 더 멀리 있으며 언제나 슬퍼하는 사람이다. 그 사실을 나만 꿰뚫어 본 것 같아 종종 기쁘지만, 실은 현을 아는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 어떻게 보면 현을 아는 이들은 같은 기쁨을 공유하는 것이다. 현은 그런 우리를 가만히 응시하고, 그 모습은 보이는 것처럼 썩 가까우며 언제나 웃는 얼굴이다.
-----------------------------------------------------------------
욱진이가 파란 벽에 기대어 서서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좋아한다. 어느 여름, 손님이 많은 시골 막국숫집에 자리가 나길 기다리며 내가 폴라로이드로 찍은 사진이다. 그 사진에는 그날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바람결, 흙내음과 지오다노 모델처럼 자세를 취한 욱진을 보며 웃던 친구들이 보이지 않게 보일 듯이 찍혀 있다.
"그럼에도 드물고 아름다운
이를테면 여름 저녁 하늘 같은
그런 장면 앞에 선 순간에는
부르고 싶은 마음을 참고
지는 해는 오래 바라보아도
눈이 시리지는 않겠지
하지만 감았다 뜨면 눈앞에
동그란 잔상은 어슴푸레
물에 잠겨 있는 한 사람이
입 밖으로 내는 목소리같이"
전욱진 〈역광〉 중에서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우리는 시시껄렁한 얘길 주고받는 대신 자못 진지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살고 싶은가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창 밖을 보면서, 산란하는 빛을 각자 음미하면서. 나는 지금도 종종 그 우연이 선사한 깨끗한 기쁨을 떠올린다. '욱진과 현'이라는 우정의 징표로 여겨봄 직한 것이다.
"욱진아, 저기 서봐."
살면서 이 말을 몇 번쯤 더 할 수 있을까? 사는 동안 할 수 있는 말의 횟수를 헤아리다 보면 늘 인생이 짧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어느새 상대에게 꼭 그 말을 들려주려 애쓰게 된다. 그렇지 않니? 하면 그래요? 하며 욱진이는 어떤 말을 보탤까. 궁금하기에 우정의 책장은 넘어간다
너는 충실했을 뿐이야
뒤늦은 답장을 띄워 보낸다면
삶의 종착지가 아니라
종점을 마음에 품고
버스에 오르는 삶
끝까지
끝으로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김현 〈충실한 슬픔〉 중에서
김현은 보이는 것보다 더 멀리 있으며 언제나 슬퍼하는 사람이다. 그 사실을 나만 꿰뚫어 본 것 같아 종종 기쁘지만, 실은 현을 아는 모두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 어떻게 보면 현을 아는 이들은 같은 기쁨을 공유하는 것이다. 현은 그런 우리를 가만히 응시하고, 그 모습은 보이는 것처럼 썩 가까우며 언제나 웃는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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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진이가 파란 벽에 기대어 서서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좋아한다. 어느 여름, 손님이 많은 시골 막국숫집에 자리가 나길 기다리며 내가 폴라로이드로 찍은 사진이다. 그 사진에는 그날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바람결, 흙내음과 지오다노 모델처럼 자세를 취한 욱진을 보며 웃던 친구들이 보이지 않게 보일 듯이 찍혀 있다.
"그럼에도 드물고 아름다운
이를테면 여름 저녁 하늘 같은
그런 장면 앞에 선 순간에는
부르고 싶은 마음을 참고
지는 해는 오래 바라보아도
눈이 시리지는 않겠지
하지만 감았다 뜨면 눈앞에
동그란 잔상은 어슴푸레
물에 잠겨 있는 한 사람이
입 밖으로 내는 목소리같이"
전욱진 〈역광〉 중에서
한 시간이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우리는 시시껄렁한 얘길 주고받는 대신 자못 진지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살고 싶은가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면서, 창 밖을 보면서, 산란하는 빛을 각자 음미하면서. 나는 지금도 종종 그 우연이 선사한 깨끗한 기쁨을 떠올린다. '욱진과 현'이라는 우정의 징표로 여겨봄 직한 것이다.
"욱진아, 저기 서봐."
살면서 이 말을 몇 번쯤 더 할 수 있을까? 사는 동안 할 수 있는 말의 횟수를 헤아리다 보면 늘 인생이 짧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어느새 상대에게 꼭 그 말을 들려주려 애쓰게 된다. 그렇지 않니? 하면 그래요? 하며 욱진이는 어떤 말을 보탤까. 궁금하기에 우정의 책장은 넘어간다
목차
목차
강아지 한 마리가 천국에 가면 9
사랑과 영혼 12
잔물결 14
음향 16
봄 18
산들 19
우리 사이 21
역광 25
가만히 있어봐 27
동거 28
시작하는 시 30
핍진성 32
충실한 슬픔 34
수신자 부담 37
할머니는 끝이 없네 39
봄날 문밖에서의 춤 42
사람이 아니던 시절에 44
고양이 한 마리가 천국에 가지 않으면 50
십팔번 52
아직도 그 역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이 있을까 54
인지부조화 57
깃털 58
입추 60
서점은 열려 있어요 61
보라매공원 63
철새들 64
홍콩 찻잔 65
잃어버린, 67
시월 71
내가 좋아한 그 사람의 시 73
틀림없는 76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77
시인들의 말 80
저자소개 84
수록작품 86
사랑과 영혼 12
잔물결 14
음향 16
봄 18
산들 19
우리 사이 21
역광 25
가만히 있어봐 27
동거 28
시작하는 시 30
핍진성 32
충실한 슬픔 34
수신자 부담 37
할머니는 끝이 없네 39
봄날 문밖에서의 춤 42
사람이 아니던 시절에 44
고양이 한 마리가 천국에 가지 않으면 50
십팔번 52
아직도 그 역에서 손을 흔드는 사람이 있을까 54
인지부조화 57
깃털 58
입추 60
서점은 열려 있어요 61
보라매공원 63
철새들 64
홍콩 찻잔 65
잃어버린, 67
시월 71
내가 좋아한 그 사람의 시 73
틀림없는 76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77
시인들의 말 80
저자소개 84
수록작품 86
저자
저자
김현
친구 선재가 '자화시(自畵詩) 프로젝트'를 해보자며 날 찍고, 날 찍은 사진 한 장을 건네준 것이 벌써 오래전이다. 나는 그 사진을 앉아서, 누워서, 때론 바닥에 둔 채 서서 보기도 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여러 달 전 불현듯 자화시를 끄적였는데, "내 얼굴을 보면서도 내가 아니구나 생각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해 "쓰게 될 것이다." 하고 끝난다. 그런데 그 시에 뭔가 빠진 게 있다는 생각. 그게 '나'라는 생각. 그래서 나는 나도, 누구도 보지 못하게 사진을 다시 벽으로 돌려놓은 채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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