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문예지 청목 문학고을선집(2026년 제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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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작가 인터뷰〉
문학고을 청목종합문예지 「이달의 작가 인터뷰」
삶의 길 끝에서 다시 시를 만나다
박중신 시인
인터뷰어 : 신선미 시인 (문학고을 홍보본부장)
삶에는 뒤늦게 도착하는 것들이 있다. 젊은 날에는 미처 몰랐지만, 시간이 흐른 뒤 비로소 자신의 자리로 찾아오는 것들, 박중신 시인에게 문학은 그런 길이었다.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한국전력과 대학 강단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그는, 일흔을 넘어 시인이 되었다. 공학자의 치열한 탐구와 문학의 따뜻한 사유는 서로 멀리 떨어진 세계처럼 보이지만, 그의 삶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진다.
첫 시집 『마음 긁혀 아문 자리에 그리움이 피었다』와 두 번째 시집 『마음 길 따라 걷다 보니, 여기에』, 그리고 공저 디카시집 『끊임없는 삶의 물음표』까지. 그의 문장에는 늘 삶의 흔적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지나온 시간을 향한 깊은 성찰이 배어 있다.
이번 「이달의 작가」에서는 늦은 나이에 문학의 길에 들어섰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자신의 문학을 걸어가고 있는 박중신 시인을 만나, 삶과 문학 그리고 시가 건네는 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문학은 제 삶의 또 다른 숨결이 되었습니다"
Q. 『청목』 독자분들께 간단한 소개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청목 22호』에 인터뷰를 싣게 되어 쑥스럽지만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성장했고, 대학에서는 전기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이후 한국전력에서 22년간 근무하며 연구와 직원 교육에 힘썼고, 대학 강단에서 20년간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지금은 작은 회사에서 기술이사로 일하며 틈틈이 문학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Q. 공학자의 길을 걸어오시다가 시를 쓰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대학교수가 된 이후 연구실에 홀로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마음속 이야기를 시로 적기 시작했지요. 특히 가족과 떨어져 지방 대학에서 생활하던 시절에는 시를 쓰는 일이 마음의 고뇌를 풀어내는 유일한 출구이기도 했습니다.
공학은 실험과 증명을 통해 정확한 답을 제시해야 하는 학문입니다. 반면 문학은 상상력의 경계를 넘나들며 삶을 훨씬 넓게 바라보게 합니다. 젊은 날을 공학적 사고로 살아왔다면, 지금은 문학적 유연함으로 삶을 바라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들메'라는 필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습니까?
시인이 되고 나니 필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니 신발 끈을 단단히 조여 매고 쉼 없이 걸어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 짚신을 단단히 동여매는 끈을 뜻하는 순우리말 '들메'를 알게 되었고, 제 삶과 닮아 있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어 필명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문학고을 시론 | 이지선〉
문학고을 시론
이지선
1. 시적 진술에 있어서의 상징
시인은 일상의 평범한 장면 속에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예민한 감각과 사유의 깊이를 지녀야 하며, 이러한 태도가 작품 속에 드러날 때 비로소 시는 단순한 언어의 배열을 넘어 삶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시인의 관찰과 사유의 태도를 중심으로 작품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시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중요한 비평적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조현민 시인의 「녹음의 언어」를 통해 시인이 지녀야 할 예민한 관찰력과 깊은 사유의 태도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러한 관찰과 사유는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예술로 만든다. 시인은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자연물이나 사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 안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상징과 비유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한다. 따라서 시를 이해할 때에는 시인이 어떠한 대상을 선택하고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 상징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징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통해 그 이면에 존재하는 더 깊은 의미를 암시하는 표현 방식이다. 시인은 상징을 통해 직접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과 사유를 전달하며, 독자는 그 상징을 해석하면서 작품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따라서 상징은 시인의 내면과 독자의 사유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따라서 상징은 시인의 내면과 독자의 사유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문학사에서 상징의 중요성은 꾸준히 강조되어 왔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인 샤를 보들레르는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를 눈에 보이는 현실만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악의 꽃』에서 향기와 색채, 소리 같은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보이지 않는 정신적 세계를 드러내고자 했다.
또한 "스테판 말라르메"는 시가 사물을 직접 설명하는 것보다 암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말라르메는 "사물을 이름 붙이는 것은 시의 즐거움을 대부분 없애는 일"이라고 말하며 상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시가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보여준다.
〈문학고을 수필론 | 이만수〉
1. 수필 쓰기 절차 : 4단계
이만수
〈〈 1~2단계 〉〉
사건과 경험 =〉 느낌과 생각
(이야기, 에피소드) (일반화, 보편화)
* 선경후정先景後情 : 풍경 묘사 =〉 감정 서술
대부분의 수필이 해당함. (= "빨간 김장김치"같은 수필)
〈예〉 이애리 [어떤 문]
이만수 [라면 먹을 때면], [창조의 흔적]
* 연상 작용
하나의 생각이 단서가 되어 관련 기억을 떠올리고,
그 유사성을 바탕으로 다른 생각으로 또 옮겨간다.
* 분리형 서술
경험(묘사) + 의미(감정, 깨달음)
* 참고 : 〈〈1단계〉〉만으로 이루어진 수필.
경景(사건, 경험)만 있고 정情(느낌, 생각)이 없는 수필.
(선경후경先景後景 = "맑은 백김치"같은 수필)
〈예〉 피천득 [은전 한 닢]
윤오영 [달밤]
김소운 [외투]
이만수 [동침], [좌판坐板], [어떤 꿈]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모닥불과 개미]
* 형상화(Figuration) 2가지 방법
(1) 말하기(Telling) : 직접적인 설명
- 작가가 사실(경험)과 생각을 직접 설명한다.
- 즉, 작가가 독자에게 해석을 제공한다.
(2) 보여 주기(Showing) : 생생한 묘사
- 작가가 사건 전개 과정을 묘사한다.
- 즉, 해석은 독자 스스로가 하게 한다.
〈〈 3~4단계 〉〉
의견과 주장 =〉 요청과 강요 --- 중수필(형식적 에세이)
( = "톡 쏘는 갓김치"같은 수필)
〈문학고을 소설론 | 남기선〉
소설론 6章
남기선
소설 꼭지 만들기
1. 꼭지는 왜 필요한가?
1) 개요
소설 창작 기법에서 '꼭지' 개념은 출판 용어로 장편소설에서 차례에 나오는 소제목을 뜻한다.
장편소설은 물론이고, 단편이나 중편도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이어서 나갈 수는 없다. 구성을 해서 각 단위별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본 작법의 모태는 '즉흥적 글쓰기'이다. 이것은 구성과는 다른 개념이다. 일단 전체적인 분량을 먼저 완성하려는 뜻에서 '꼭지 기법'을 도입했다.
여기서 말하는 꼭지는 장편소설에 나오는 소제목 chapter를 말한다. 한 꼭지의 분량은 200자 원고지 환산 100매 정도가 좋다.
가. 꼭지의 필요성
삶이라는 것이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날이 똑같이 기계처럼 이어지지 않는다. 모든 소설도 하나의 상황에서 시작이 되어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짧게 스케치한 줄거리 중에 새로운 사건이 시작이 될 때나, 세월이 흘렀을 때, 상황이 변했을 때, 혹은 배경이 바뀐 시점을 기준으로 하나의 꼭지를 만든다.
꼭지의 개념은 줄거리가 있는 짧은 이야기들이다. 단편이든, 중편이나 장편이든 실타래에서 실을 푸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 나갈 수는 없다. 여러 꼭지를 만들어서 이어 붙이면 한 편의 작품이 완성된다는 개념이다.
나. 꼭지 사용법
글을 써 나가다 갑자기 어느 부분에서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을 경우가 흔하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억지로 막히는 부분을 이어 나가다 결국 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미리 꼭지를 만들어 두면 처음 꼭지가 막힐 때 그 부분은 방치를 해 주고, 생각나는 꼭지를 써 보다 보면 처음 막힌 부분이 다시 풀리게 된다.
〈문학고을 디카시론 | 염혜원〉
〈디카시 감상〉
물안개 너머 삶의 결을 길어 올리는 시선
-서울지부 김진홍 작가의 디카시 세계-
염혜원
김진홍
공학박사, 문학고을 디카시 등단
2025 제1회 국제디카시 공모전 입상
2025 제1회 경북연가디카시 공모전 입상
김진홍 작가의 디카시는 자연과 일상의 순간을 단순히 포착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사진은 시적 언술과 만나 또 하나의 의미의 결을 생성하고, 짧은 문장은 독자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사유의 파문을 확장시킨다.
공학박사라는 이성적 기반 위에 놓인 그의 작품들은 오히려 더욱 절제된 감성과 깊은 서정으로 삶의 본질을 응시한다. 설명을 덜어낸 자리에는 여백이 남고, 그 여백 속에서 독자는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포개며 또 하나의 시를 완성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지점이 사진과 시적 언술의 화학작용을 중시하는 디카시 미학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다섯 편의 작품은 각각 독립된 세계를 지니면서도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진다. 고요에서 시작해 비움으로 나아가고, 경고와 성찰을 지나 다시 희망과 설렘으로 귀결되는 구조 속에서 작가는 삶의 순환과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김진홍 작가의 디카시는 '설명'보다 '환기'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남긴다.
〈양수리 소묘〉
물안개 퍼져
강변에 스미고
저 고요
누구의 붓끝인가
물안개 속 섬은 경계가 지워진 세계처럼 아득하다. 흐릿한 수면과 침묵의 풍경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저 고요 / 누구의 붓끝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자연을 설명하기보다, 한 편의 소묘처럼 절제된 풍경의 결을 통해 여백의 미학을 드러낸다.
사진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존재의 여백을 사유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 시적 언술은 그 정적인 이미지에 형이상학적 울림을 부여한다. 특히 절제된 언어와 여백의 활용은 독자의 해석 가능성을 확장시키며, 디카시 특유의 함축과 침묵의 미학을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이 작품은 디카시가 단순한 풍경 묘사가 아니라 '순간의 존재론적 사유'를 담아낼 수 있는 장르임을 보여준다. 디카시인들에게도 사진의 아름다움을 설명하기보다, 그 풍경이 불러오는 내면의 질문을 남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문학고을 인문학산책 | 김선규〉
함께 늙어간다는 것의 의미
담현 김선규
〈문학은 왜 성숙한 영혼들의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가〉
시간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질문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러나 시간은 누구에게나 같은 의미로 흐르지 않는다. 어떤 이에게 시간은 숫자로 기록된다.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나이, 정년, 은퇴. 시간은 계산되고 구획되며 행정적 단위로 관리된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 시간은 흔적으로 남는다. 눈가에 새겨진 주름, 머리칼에 내려앉은 흰빛, 조용히 깊어진 시선, 서두르지 않게 된 걸음. 시간은 그렇게 존재의 표정이 된다.
우리는 오랫동안 나이를 숫자로 이해해 왔다. 한 살 더 먹는다는 말 속에는 어딘가 모르게 잃어버림의 감정이 스며 있다. 젊음은 가능성이고 늙음은 한계라는 프레임이 우리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 왔다. 젊음은 박수받고 늙음은 조용히 정리되기를 요구받는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늙어간다는 것은 정말 퇴장에 가까워지는 일인가. 아니면 비로소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일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노년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 존재 전체를 향한 질문이다. 우리는 모두 시간을 통과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언제나 시간의 예술이었다. 시는 순간을 붙잡고, 소설은 삶의 결을 따라가며, 에세이는 지나온 시간을 해석한다. 문학은 단지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시간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하고,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는지를 기록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젊음만의 예술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의 무게를 견딘 이들의 언어야말로 더 깊고 더 오래 남는다. 젊은 날의 문장이 불꽃이라면, 성숙한 날의 문장은 숯불이다. 불꽃은 화려하지만 짧고, 숯불은 조용하지만 오래 간다.
오늘 우리는 묻고자 한다.
왜 우리는 늙음을 두려워하는가.
왜 나이 듦을 상실로만 이해하는가.
왜 공동체는 성숙을 자산으로 보지 않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개인의 노년은 외로울 수 있다. 그러나 공동체의 노년은 문화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혼자 늙어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함께 익어가는 것이다. 이 글은 바로 그 의미를 탐색하려는 작은 인문학적 산책이다.
〈문학고을 인문학산책 | 이지선〉
몸이 잊어버린 세계를 되찾는 언어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몸의 현상학과 시의 존재 이유
이지선
"시는 왜 필요한가."
이 질문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흔히 시를 감정을 표현하는 문학 장르라고 설명하거나 아름다운 언어로 이루어진 예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오늘날 시가 왜 여전히 존재해야 하는지 충분히 답하기 어렵다. 현대 사회는 과거 어느 시대보다 풍부한 정보와 기술을 갖추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세계의 거의 모든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으며, 인공지능은 필요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정리해 준다. 이러한 시대에 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정보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시는 뉴스보다 느리다. 또한 보고서보다 비효율적이며, 검색 엔진보다 부정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시를 쓰고 읽는다. 그렇다면 시는 정보가 할 수 없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프랑스의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는 이러한 질문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는 인간을 그저 세계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이성적 존재로만 이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은 무엇보다 먼저 몸으로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라고 보았다. 인간은 세계를 생각하기 전에 이미 세계를 느끼고 있으며, 그 의미는 살아 있는 경험 속에서 형성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시를 단순한 언어 예술로 보지 않고 인간의 감각과 존재를 회복시키는 행위로 바라보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세상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세상에 대한 정보를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비 오는 날 창문을 열어 공기의 냄새를 맡기보다 강수확률을 먼저 확인하고, 꽃을 바라보기보다 꽃의 이름과 특징을 검색한다. 여행지에 가서도 풍경을 눈에 담기보다 사진을 찍어 기록하는 데 집중한다. 경험보다 정보가 앞서는 시대인 것이다. 물론 정보는 중요하다. 그러나 정보는 경험 자체를 대신할 수 없다. 아무리 자세한 설명을 읽어도 바닷바람을 직접 맞는 감각을 완전히 전달할 수는 없으며, 꽃의 생태를 모두 안다고 해서 꽃을 마주했을 때의 떨림까지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메를로퐁티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다. 그는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의 근원을 몸에서 찾았다. 그의 대표 저서인 『지각의 현상학』에서 몸은 단순한 생물학적 기관이 아니다. 몸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이며, 인간이 존재하는 조건이다. 우리는 눈으로 빛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피부로 온도를 느끼며 살아간다. 다시 말해 인간은 세계 밖에서 세계를 관찰하는 존재를 넘어 몸을 통해 세계 속에 참여하는 존재이다.
그는 특히 몸이 지닌 독특한 성격을 강조했다. 몸은 지각하는 주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른손으로 왼손을 만질 때 오른손은 만지는 주체가 되지만 동시에 왼손 역시 촉각을 느끼는 주체가 된다. 몸은 주체와 객체가 분리되지 않은 채 서로 얽혀 있는 장소이다. 이러한 생각은 인간과 세계를 분리해 온 전통적인 철학의 관점을 넘어선다. 인간을 바라보는 외부의 관찰자로 보지 않고 세계와 끊임없이 교차하고 관계 맺는 존재로 인지한다.
메를로퐁티는 인간의 의식 역시 몸과 분리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의 의식이 몸을 통한 경험 속에서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이를 흔히 '육화된 의식'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생각하기 전에 이미 몸으로 세계를 살아내고 있으며, 의미 또한 그 경험 속에서 생겨난다. 우리는 계절의 변화를 달력보다 피부로 먼저 느끼고 누군가의 슬픔을 논리보다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먼저 이해한다.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감각적이며 경험적이다.
〈신작시〉
가이로 강영란 곽동욱 김경곤
김미선 김분자 김영철 김 용
김유신 김윤숙 김정미 김정희
김충은 남상열 류성원 박동수
박정표 박중신 박현숙 방예자
신기순 신진범 안귀숙 염정숙
오동석 유범진 이군호 이정경
이정은 이지선 이지훈 이현숙
임화택 장서린 정갑성 정석원
정석호 정선녀 정재용 조현덕
차명호 최근용 최해영 한상윤
홍계선 황철암
〈신작시조〉
김옥희
〈신작동시〉
정명자 황미선
〈신작수필〉
박하설 서아진 신경희
엄현서 오순아 이경은
임정숙 장수호 정갑성
조영애 한준혁
〈신작소설〉
남기선 이영희
문학고을 청목종합문예지 「이달의 작가 인터뷰」
삶의 길 끝에서 다시 시를 만나다
박중신 시인
인터뷰어 : 신선미 시인 (문학고을 홍보본부장)
삶에는 뒤늦게 도착하는 것들이 있다. 젊은 날에는 미처 몰랐지만, 시간이 흐른 뒤 비로소 자신의 자리로 찾아오는 것들, 박중신 시인에게 문학은 그런 길이었다.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한국전력과 대학 강단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그는, 일흔을 넘어 시인이 되었다. 공학자의 치열한 탐구와 문학의 따뜻한 사유는 서로 멀리 떨어진 세계처럼 보이지만, 그의 삶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하나로 이어진다.
첫 시집 『마음 긁혀 아문 자리에 그리움이 피었다』와 두 번째 시집 『마음 길 따라 걷다 보니, 여기에』, 그리고 공저 디카시집 『끊임없는 삶의 물음표』까지. 그의 문장에는 늘 삶의 흔적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그리고 지나온 시간을 향한 깊은 성찰이 배어 있다.
이번 「이달의 작가」에서는 늦은 나이에 문학의 길에 들어섰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자신의 문학을 걸어가고 있는 박중신 시인을 만나, 삶과 문학 그리고 시가 건네는 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문학은 제 삶의 또 다른 숨결이 되었습니다"
Q. 『청목』 독자분들께 간단한 소개와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청목 22호』에 인터뷰를 싣게 되어 쑥스럽지만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대전에서 성장했고, 대학에서는 전기공학을 전공했습니다. 이후 한국전력에서 22년간 근무하며 연구와 직원 교육에 힘썼고, 대학 강단에서 20년간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지금은 작은 회사에서 기술이사로 일하며 틈틈이 문학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Q. 공학자의 길을 걸어오시다가 시를 쓰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대학교수가 된 이후 연구실에 홀로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자연스럽게 마음속 이야기를 시로 적기 시작했지요. 특히 가족과 떨어져 지방 대학에서 생활하던 시절에는 시를 쓰는 일이 마음의 고뇌를 풀어내는 유일한 출구이기도 했습니다.
공학은 실험과 증명을 통해 정확한 답을 제시해야 하는 학문입니다. 반면 문학은 상상력의 경계를 넘나들며 삶을 훨씬 넓게 바라보게 합니다. 젊은 날을 공학적 사고로 살아왔다면, 지금은 문학적 유연함으로 삶을 바라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Q. '들메'라는 필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습니까?
시인이 되고 나니 필명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니 신발 끈을 단단히 조여 매고 쉼 없이 걸어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다 짚신을 단단히 동여매는 끈을 뜻하는 순우리말 '들메'를 알게 되었고, 제 삶과 닮아 있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어 필명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문학고을 시론 | 이지선〉
문학고을 시론
이지선
1. 시적 진술에 있어서의 상징
시인은 일상의 평범한 장면 속에서도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예민한 감각과 사유의 깊이를 지녀야 하며, 이러한 태도가 작품 속에 드러날 때 비로소 시는 단순한 언어의 배열을 넘어 삶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시인의 관찰과 사유의 태도를 중심으로 작품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시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중요한 비평적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조현민 시인의 「녹음의 언어」를 통해 시인이 지녀야 할 예민한 관찰력과 깊은 사유의 태도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러한 관찰과 사유는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예술로 만든다. 시인은 일상에서 흔히 마주치는 자연물이나 사물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 안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상징과 비유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한다. 따라서 시를 이해할 때에는 시인이 어떠한 대상을 선택하고 그것에 어떤 의미를 부여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인 상징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상징은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통해 그 이면에 존재하는 더 깊은 의미를 암시하는 표현 방식이다. 시인은 상징을 통해 직접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과 사유를 전달하며, 독자는 그 상징을 해석하면서 작품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따라서 상징은 시인의 내면과 독자의 사유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따라서 상징은 시인의 내면과 독자의 사유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문학사에서 상징의 중요성은 꾸준히 강조되어 왔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인 샤를 보들레르는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를 눈에 보이는 현실만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악의 꽃』에서 향기와 색채, 소리 같은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보이지 않는 정신적 세계를 드러내고자 했다.
또한 "스테판 말라르메"는 시가 사물을 직접 설명하는 것보다 암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말라르메는 "사물을 이름 붙이는 것은 시의 즐거움을 대부분 없애는 일"이라고 말하며 상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시가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을 보여준다.
〈문학고을 수필론 | 이만수〉
1. 수필 쓰기 절차 : 4단계
이만수
〈〈 1~2단계 〉〉
사건과 경험 =〉 느낌과 생각
(이야기, 에피소드) (일반화, 보편화)
* 선경후정先景後情 : 풍경 묘사 =〉 감정 서술
대부분의 수필이 해당함. (= "빨간 김장김치"같은 수필)
〈예〉 이애리 [어떤 문]
이만수 [라면 먹을 때면], [창조의 흔적]
* 연상 작용
하나의 생각이 단서가 되어 관련 기억을 떠올리고,
그 유사성을 바탕으로 다른 생각으로 또 옮겨간다.
* 분리형 서술
경험(묘사) + 의미(감정, 깨달음)
* 참고 : 〈〈1단계〉〉만으로 이루어진 수필.
경景(사건, 경험)만 있고 정情(느낌, 생각)이 없는 수필.
(선경후경先景後景 = "맑은 백김치"같은 수필)
〈예〉 피천득 [은전 한 닢]
윤오영 [달밤]
김소운 [외투]
이만수 [동침], [좌판坐板], [어떤 꿈]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모닥불과 개미]
* 형상화(Figuration) 2가지 방법
(1) 말하기(Telling) : 직접적인 설명
- 작가가 사실(경험)과 생각을 직접 설명한다.
- 즉, 작가가 독자에게 해석을 제공한다.
(2) 보여 주기(Showing) : 생생한 묘사
- 작가가 사건 전개 과정을 묘사한다.
- 즉, 해석은 독자 스스로가 하게 한다.
〈〈 3~4단계 〉〉
의견과 주장 =〉 요청과 강요 --- 중수필(형식적 에세이)
( = "톡 쏘는 갓김치"같은 수필)
〈문학고을 소설론 | 남기선〉
소설론 6章
남기선
소설 꼭지 만들기
1. 꼭지는 왜 필요한가?
1) 개요
소설 창작 기법에서 '꼭지' 개념은 출판 용어로 장편소설에서 차례에 나오는 소제목을 뜻한다.
장편소설은 물론이고, 단편이나 중편도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이어서 나갈 수는 없다. 구성을 해서 각 단위별로 쓰는 것이 일반적이다. 본 작법의 모태는 '즉흥적 글쓰기'이다. 이것은 구성과는 다른 개념이다. 일단 전체적인 분량을 먼저 완성하려는 뜻에서 '꼭지 기법'을 도입했다.
여기서 말하는 꼭지는 장편소설에 나오는 소제목 chapter를 말한다. 한 꼭지의 분량은 200자 원고지 환산 100매 정도가 좋다.
가. 꼭지의 필요성
삶이라는 것이 천편일률적으로 모든 날이 똑같이 기계처럼 이어지지 않는다. 모든 소설도 하나의 상황에서 시작이 되어 클라이맥스에 이른다. 짧게 스케치한 줄거리 중에 새로운 사건이 시작이 될 때나, 세월이 흘렀을 때, 상황이 변했을 때, 혹은 배경이 바뀐 시점을 기준으로 하나의 꼭지를 만든다.
꼭지의 개념은 줄거리가 있는 짧은 이야기들이다. 단편이든, 중편이나 장편이든 실타래에서 실을 푸는 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풀어 나갈 수는 없다. 여러 꼭지를 만들어서 이어 붙이면 한 편의 작품이 완성된다는 개념이다.
나. 꼭지 사용법
글을 써 나가다 갑자기 어느 부분에서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을 경우가 흔하다. 처음 글을 쓸 때는 억지로 막히는 부분을 이어 나가다 결국 포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미리 꼭지를 만들어 두면 처음 꼭지가 막힐 때 그 부분은 방치를 해 주고, 생각나는 꼭지를 써 보다 보면 처음 막힌 부분이 다시 풀리게 된다.
〈문학고을 디카시론 | 염혜원〉
〈디카시 감상〉
물안개 너머 삶의 결을 길어 올리는 시선
-서울지부 김진홍 작가의 디카시 세계-
염혜원
김진홍
공학박사, 문학고을 디카시 등단
2025 제1회 국제디카시 공모전 입상
2025 제1회 경북연가디카시 공모전 입상
김진홍 작가의 디카시는 자연과 일상의 순간을 단순히 포착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사진은 시적 언술과 만나 또 하나의 의미의 결을 생성하고, 짧은 문장은 독자의 내면 깊숙한 곳까지 사유의 파문을 확장시킨다.
공학박사라는 이성적 기반 위에 놓인 그의 작품들은 오히려 더욱 절제된 감성과 깊은 서정으로 삶의 본질을 응시한다. 설명을 덜어낸 자리에는 여백이 남고, 그 여백 속에서 독자는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포개며 또 하나의 시를 완성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지점이 사진과 시적 언술의 화학작용을 중시하는 디카시 미학의 본질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다섯 편의 작품은 각각 독립된 세계를 지니면서도 하나의 흐름처럼 이어진다. 고요에서 시작해 비움으로 나아가고, 경고와 성찰을 지나 다시 희망과 설렘으로 귀결되는 구조 속에서 작가는 삶의 순환과 인간 존재의 본질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김진홍 작가의 디카시는 '설명'보다 '환기'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남긴다.
〈양수리 소묘〉
물안개 퍼져
강변에 스미고
저 고요
누구의 붓끝인가
물안개 속 섬은 경계가 지워진 세계처럼 아득하다. 흐릿한 수면과 침묵의 풍경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서 있는 듯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저 고요 / 누구의 붓끝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자연을 설명하기보다, 한 편의 소묘처럼 절제된 풍경의 결을 통해 여백의 미학을 드러낸다.
사진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존재의 여백을 사유하게 하는 매개체가 되고, 시적 언술은 그 정적인 이미지에 형이상학적 울림을 부여한다. 특히 절제된 언어와 여백의 활용은 독자의 해석 가능성을 확장시키며, 디카시 특유의 함축과 침묵의 미학을 효과적으로 구현한다.
이 작품은 디카시가 단순한 풍경 묘사가 아니라 '순간의 존재론적 사유'를 담아낼 수 있는 장르임을 보여준다. 디카시인들에게도 사진의 아름다움을 설명하기보다, 그 풍경이 불러오는 내면의 질문을 남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문학고을 인문학산책 | 김선규〉
함께 늙어간다는 것의 의미
담현 김선규
〈문학은 왜 성숙한 영혼들의 공동체가 되어야 하는가〉
시간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질문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그러나 시간은 누구에게나 같은 의미로 흐르지 않는다. 어떤 이에게 시간은 숫자로 기록된다. 생년월일, 주민등록번호, 나이, 정년, 은퇴. 시간은 계산되고 구획되며 행정적 단위로 관리된다.
그러나 어떤 이에게 시간은 흔적으로 남는다. 눈가에 새겨진 주름, 머리칼에 내려앉은 흰빛, 조용히 깊어진 시선, 서두르지 않게 된 걸음. 시간은 그렇게 존재의 표정이 된다.
우리는 오랫동안 나이를 숫자로 이해해 왔다. 한 살 더 먹는다는 말 속에는 어딘가 모르게 잃어버림의 감정이 스며 있다. 젊음은 가능성이고 늙음은 한계라는 프레임이 우리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해 왔다. 젊음은 박수받고 늙음은 조용히 정리되기를 요구받는다.
그러나 정말 그런가. 늙어간다는 것은 정말 퇴장에 가까워지는 일인가. 아니면 비로소 자기 자신에게 가까워지는 일인가.
이 질문은 단순히 노년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 존재 전체를 향한 질문이다. 우리는 모두 시간을 통과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문학은 언제나 시간의 예술이었다. 시는 순간을 붙잡고, 소설은 삶의 결을 따라가며, 에세이는 지나온 시간을 해석한다. 문학은 단지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이 아니다. 시간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하고,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는지를 기록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학은 젊음만의 예술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의 무게를 견딘 이들의 언어야말로 더 깊고 더 오래 남는다. 젊은 날의 문장이 불꽃이라면, 성숙한 날의 문장은 숯불이다. 불꽃은 화려하지만 짧고, 숯불은 조용하지만 오래 간다.
오늘 우리는 묻고자 한다.
왜 우리는 늙음을 두려워하는가.
왜 나이 듦을 상실로만 이해하는가.
왜 공동체는 성숙을 자산으로 보지 않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함께 늙어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개인의 노년은 외로울 수 있다. 그러나 공동체의 노년은 문화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혼자 늙어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함께 익어가는 것이다. 이 글은 바로 그 의미를 탐색하려는 작은 인문학적 산책이다.
〈문학고을 인문학산책 | 이지선〉
몸이 잊어버린 세계를 되찾는 언어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몸의 현상학과 시의 존재 이유
이지선
"시는 왜 필요한가."
이 질문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우리는 흔히 시를 감정을 표현하는 문학 장르라고 설명하거나 아름다운 언어로 이루어진 예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만으로는 오늘날 시가 왜 여전히 존재해야 하는지 충분히 답하기 어렵다. 현대 사회는 과거 어느 시대보다 풍부한 정보와 기술을 갖추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세계의 거의 모든 지식을 손쉽게 얻을 수 있으며, 인공지능은 필요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정리해 준다. 이러한 시대에 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정보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시는 뉴스보다 느리다. 또한 보고서보다 비효율적이며, 검색 엔진보다 부정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여전히 시를 쓰고 읽는다. 그렇다면 시는 정보가 할 수 없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프랑스의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는 이러한 질문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는 인간을 그저 세계를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이성적 존재로만 이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인간은 무엇보다 먼저 몸으로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라고 보았다. 인간은 세계를 생각하기 전에 이미 세계를 느끼고 있으며, 그 의미는 살아 있는 경험 속에서 형성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관점은 시를 단순한 언어 예술로 보지 않고 인간의 감각과 존재를 회복시키는 행위로 바라보게 만든다.
우리는 흔히 세상을 본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세상에 대한 정보를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비 오는 날 창문을 열어 공기의 냄새를 맡기보다 강수확률을 먼저 확인하고, 꽃을 바라보기보다 꽃의 이름과 특징을 검색한다. 여행지에 가서도 풍경을 눈에 담기보다 사진을 찍어 기록하는 데 집중한다. 경험보다 정보가 앞서는 시대인 것이다. 물론 정보는 중요하다. 그러나 정보는 경험 자체를 대신할 수 없다. 아무리 자세한 설명을 읽어도 바닷바람을 직접 맞는 감각을 완전히 전달할 수는 없으며, 꽃의 생태를 모두 안다고 해서 꽃을 마주했을 때의 떨림까지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메를로퐁티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했다. 그는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의 근원을 몸에서 찾았다. 그의 대표 저서인 『지각의 현상학』에서 몸은 단순한 생물학적 기관이 아니다. 몸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이며, 인간이 존재하는 조건이다. 우리는 눈으로 빛을 보고 귀로 소리를 듣고 피부로 온도를 느끼며 살아간다. 다시 말해 인간은 세계 밖에서 세계를 관찰하는 존재를 넘어 몸을 통해 세계 속에 참여하는 존재이다.
그는 특히 몸이 지닌 독특한 성격을 강조했다. 몸은 지각하는 주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른손으로 왼손을 만질 때 오른손은 만지는 주체가 되지만 동시에 왼손 역시 촉각을 느끼는 주체가 된다. 몸은 주체와 객체가 분리되지 않은 채 서로 얽혀 있는 장소이다. 이러한 생각은 인간과 세계를 분리해 온 전통적인 철학의 관점을 넘어선다. 인간을 바라보는 외부의 관찰자로 보지 않고 세계와 끊임없이 교차하고 관계 맺는 존재로 인지한다.
메를로퐁티는 인간의 의식 역시 몸과 분리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의 의식이 몸을 통한 경험 속에서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이를 흔히 '육화된 의식'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생각하기 전에 이미 몸으로 세계를 살아내고 있으며, 의미 또한 그 경험 속에서 생겨난다. 우리는 계절의 변화를 달력보다 피부로 먼저 느끼고 누군가의 슬픔을 논리보다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먼저 이해한다. 인간의 삶은 본질적으로 감각적이며 경험적이다.
〈신작시〉
가이로 강영란 곽동욱 김경곤
김미선 김분자 김영철 김 용
김유신 김윤숙 김정미 김정희
김충은 남상열 류성원 박동수
박정표 박중신 박현숙 방예자
신기순 신진범 안귀숙 염정숙
오동석 유범진 이군호 이정경
이정은 이지선 이지훈 이현숙
임화택 장서린 정갑성 정석원
정석호 정선녀 정재용 조현덕
차명호 최근용 최해영 한상윤
홍계선 황철암
〈신작시조〉
김옥희
〈신작동시〉
정명자 황미선
〈신작수필〉
박하설 서아진 신경희
엄현서 오순아 이경은
임정숙 장수호 정갑성
조영애 한준혁
〈신작소설〉
남기선 이영희
목차
목차
발행인 서문
조현민 | 발행인 서문 _ 청목 22호
출간을 하며
디카시
김선규 호르무즈 외 2편
김용순 엄마의 삶 외 2편
염혜원 받아쓰기 외 2편
황존규 어린이의 꿈 외 2편
작가 인터뷰
신선미 삶의 길 끝에서 다시 시를
만나다 박중신 시인
시론
이지선 문학고을 시론
수필론
이만수 1. 수필 쓰기 절차 : 4단계
소설론
남기선 소설론 6章
디카시론
염혜원 물안개 너머 삶의 결을 길어
올리는 시선 -김진홍 작가 디카시
인문학 산책
김선규 함께 늙어간다는 것의 의미
이지선 몸이 잊어버린 세계를 되찾는 언어
신작시
가이로 마음 편하게 외 2편
강영란 단비 외 2편
곽동욱 주인공의 가면 외 2편
김경곤 고두사죄叩頭謝罪 외 2편
김미선 여적餘滴 외 2편
김분자 어둠의 틈새 외 2편
김영철 사랑, 행복 시작 외 2편
김용 아카시아꽃 외 2편
김유신 아버지의 등 외 2편
김윤숙 격랑激浪의 끝에서 외 2편
김정미 딱, 지금만큼만 외 2편
김정희 일찍 오는 봄 외 2편
김충은 5월 바람 외 2편
남상열 잡초와 나 외 2편
류성원 1초의 영토 외 2편
박동수 시인의 길 외 2편
박정표 5월을 닮은 외 2편
박중신 글향 외 2편
박현숙 운전 기사 외 2편
방예자 에움길 외 2편
신기순 계란 한 판 외 2편
신진범 한 톨의 쌀이 있어
- 룽도풍 서정시 외 2편
안귀숙 햇볕 외 2편
염정숙 인생 외 2편
오동석 꽃 외 2편
유범진 1월 (깊다는 것) 외 2편
이군호 2026. 병오년 새해를 맞으며 외 2편
이정경 균 외 2편
이정은 나무 하나 외 2편
이지선 두꺼비집 짓기 외 2편
이지훈 북부예비검속 영령들이시여 외 2편
이현숙 다섯 마리 외 2편
임화택 매화 향 머금은 윤슬 외 2편
장서린 사랑이란 외 2편
정갑성 공주가 산다 외 2편
정석원 같은 별을 보는 사람 외 2편
정석호 그리운 얼굴 외 2편
정선녀 마음의 여백 외 2편
정재용 두고 사는 나 외 2편
조현덕 온기 외 2편
차명호 방정식 외 2편
최근용 호수 외 2편
최해영 붉은 숨결 외 2편
한상윤 향기 깊은 마을 외 2편
홍계선 들풀 외 2편
황철암 무대 위의 침묵 외 2편
신작시조
김옥희 모닥불 외 2편
신작동시
정명자 손뼉 소리 외 2편
황미선 눈치 없는 바람 외 2편
신작수필
박하설 다시, 내 마음 곁으로 돌아오는
시간
서아진 '또 뵈어요'
신경희 압구정 뒷길을 걸으며〈브런치 글〉
엄현서 다시 뛰어라
오순아 두문포 비로소 봄
이경은 순례길에서 만난 어머니의
퍼스널 컬러
임정숙 내가 설 곳은 어디인가
장수호 내 말이 틀린 건가
정갑성 백만 원의 크기
조영애 가발과 바람 사이에서
한준혁 계절 끝에 선 꽃
신작소설
남기선 그녀의 귀환
이영희 생의 밖에서
〈디카시〉
김선규
김용순
염혜원
황존규
조현민 | 발행인 서문 _ 청목 22호
출간을 하며
디카시
김선규 호르무즈 외 2편
김용순 엄마의 삶 외 2편
염혜원 받아쓰기 외 2편
황존규 어린이의 꿈 외 2편
작가 인터뷰
신선미 삶의 길 끝에서 다시 시를
만나다 박중신 시인
시론
이지선 문학고을 시론
수필론
이만수 1. 수필 쓰기 절차 : 4단계
소설론
남기선 소설론 6章
디카시론
염혜원 물안개 너머 삶의 결을 길어
올리는 시선 -김진홍 작가 디카시
인문학 산책
김선규 함께 늙어간다는 것의 의미
이지선 몸이 잊어버린 세계를 되찾는 언어
신작시
가이로 마음 편하게 외 2편
강영란 단비 외 2편
곽동욱 주인공의 가면 외 2편
김경곤 고두사죄叩頭謝罪 외 2편
김미선 여적餘滴 외 2편
김분자 어둠의 틈새 외 2편
김영철 사랑, 행복 시작 외 2편
김용 아카시아꽃 외 2편
김유신 아버지의 등 외 2편
김윤숙 격랑激浪의 끝에서 외 2편
김정미 딱, 지금만큼만 외 2편
김정희 일찍 오는 봄 외 2편
김충은 5월 바람 외 2편
남상열 잡초와 나 외 2편
류성원 1초의 영토 외 2편
박동수 시인의 길 외 2편
박정표 5월을 닮은 외 2편
박중신 글향 외 2편
박현숙 운전 기사 외 2편
방예자 에움길 외 2편
신기순 계란 한 판 외 2편
신진범 한 톨의 쌀이 있어
- 룽도풍 서정시 외 2편
안귀숙 햇볕 외 2편
염정숙 인생 외 2편
오동석 꽃 외 2편
유범진 1월 (깊다는 것) 외 2편
이군호 2026. 병오년 새해를 맞으며 외 2편
이정경 균 외 2편
이정은 나무 하나 외 2편
이지선 두꺼비집 짓기 외 2편
이지훈 북부예비검속 영령들이시여 외 2편
이현숙 다섯 마리 외 2편
임화택 매화 향 머금은 윤슬 외 2편
장서린 사랑이란 외 2편
정갑성 공주가 산다 외 2편
정석원 같은 별을 보는 사람 외 2편
정석호 그리운 얼굴 외 2편
정선녀 마음의 여백 외 2편
정재용 두고 사는 나 외 2편
조현덕 온기 외 2편
차명호 방정식 외 2편
최근용 호수 외 2편
최해영 붉은 숨결 외 2편
한상윤 향기 깊은 마을 외 2편
홍계선 들풀 외 2편
황철암 무대 위의 침묵 외 2편
신작시조
김옥희 모닥불 외 2편
신작동시
정명자 손뼉 소리 외 2편
황미선 눈치 없는 바람 외 2편
신작수필
박하설 다시, 내 마음 곁으로 돌아오는
시간
서아진 '또 뵈어요'
신경희 압구정 뒷길을 걸으며〈브런치 글〉
엄현서 다시 뛰어라
오순아 두문포 비로소 봄
이경은 순례길에서 만난 어머니의
퍼스널 컬러
임정숙 내가 설 곳은 어디인가
장수호 내 말이 틀린 건가
정갑성 백만 원의 크기
조영애 가발과 바람 사이에서
한준혁 계절 끝에 선 꽃
신작소설
남기선 그녀의 귀환
이영희 생의 밖에서
〈디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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