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두막 결혼식(시인수첩 기획시인선 1)
유정탁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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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수첩기획시인선 1권. 유정탁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시인은 1998년 《전태일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데뷔작 「양정동 블루스」는 울산이라는 공단 도시에서 노동자라는 사이드의 삶을 사는 존재들의 번민과 고민을 작품으로 승화하였다. 그 시기엔 전국노동자 투쟁과 군부독재가 물러난 질풍노도의 시기여서 그의 등단작은 적절한 때에 발표되었다.
시인은 아직 울산에 적을 두고 있다. 그가 그토록 작품속에서 애절하게 노래했던 노동자의 삶은 아니지만 아직도 그가 꿈꾸는 세계는 멀고 꿈결 같기만 하다. 물론 시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세상 또한 좋아졌다. 대다수의 서민들이 그래도 나아진 삶을 살지만 아직은 불안한 세월이다.
유정탁 시인의 작품은 한 곳에 뿌리내리지 못한 보헤미안 혹은 집시의 내면 세계로 말할 수 있다. 물론 시인은 그것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인 역시 안정된 내면세계를 꿈꾸지만 우리의 현실은 늘 불안하고 어수선하기만 하다. 이것은 시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시인은 아직 울산에 적을 두고 있다. 그가 그토록 작품속에서 애절하게 노래했던 노동자의 삶은 아니지만 아직도 그가 꿈꾸는 세계는 멀고 꿈결 같기만 하다. 물론 시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세상 또한 좋아졌다. 대다수의 서민들이 그래도 나아진 삶을 살지만 아직은 불안한 세월이다.
유정탁 시인의 작품은 한 곳에 뿌리내리지 못한 보헤미안 혹은 집시의 내면 세계로 말할 수 있다. 물론 시인은 그것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인 역시 안정된 내면세계를 꿈꾸지만 우리의 현실은 늘 불안하고 어수선하기만 하다. 이것은 시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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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꿀밤, 그 사랑의 오브제
유정탁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원두막 결혼식이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1998년 《전태일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데뷔작 「양정동 블루스」는 울산이라는 공단 도시에서 노동자라는 사이드의 삶을 사는 존재들의 번민과 고민을 작품으로 승화하였다. 그 시기엔 전국노동자 투쟁과 군부독재가 물러난 질풍노도의 시기여서 그의 등단작은 적절한 때에 발표되었다.
시인은 아직 울산에 적을 두고 있다. 그가 그토록 작품속에서 애절하게 노래했던 노동자의 삶은 아니지만 아직도 그가 꿈꾸는 세계는 멀고 꿈결 같기만 하다. 물론 시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세상 또한 좋아졌다. 대다수의 서민들이 그래도 나아진 삶을 살지만 아직은 불안한 세월이다.
유정탁 시인의 작품은 한 곳에 뿌리내리지 못한 보헤미안 혹은 집시의 내면 세계로 말할 수 있다. 물론 시인은 그것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인 역시 안정된 내면세계를 꿈꾸지만 우리의 현실은 늘 불안하고 어수선하기만 하다. 이것은 시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다른 모든 것을 한 대상의 배경으로 만드는 사랑. 그것은 알 수 없는 파동으로 시작된다. 걷잡을 수 없던 감정도 시간에 따라 변한다. 베에 스며드는 물감처럼 사랑은 자취를 남기고 사라진다. 그 빛깔, 그 소리, 그 느낌이 출렁이는 날 다시 사랑은 돌아온다. 이전과는 다른 그리움으로.
유정탁의 시는 '그리움의 웃음꽃'이다. 그리움이 아니면 노래가 되지 않는 걸까. 나뭇가지에서 꽃이 피는 이유를 그는 아는 걸까. 그의 시를 거듭 읽는다. 그가 뛰어놀던 유년의 뒷동산 '민날'은 안개로 덮이고, 그 속에서 깔깔대는 소리가 잦아든다. 울음을 그치려고 훌쩍이는 소리도 들린다. 화자를 따라 울다가 웃다가, 허기가 진다.
사람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에도 서로 다른 존재다. 어린 시절의 자취는 온전히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변함없는 그 사람이기도 한 모순된 존재이다. 시인의 시간은 어린 시절에서 한참 멀리 와있다. 아기를 보면서 근심 걱정을 잊듯 시로 어린 시절을 공유하는 일은 시인과 독자의 거리를 쉬이 좁히는 방편이다. 유정탁 시인은 그걸 잘 안다. 먼 기억을 불러내어 그곳에다 독자들을 초대한다. 눈앞에 꿀밤나무를 두고 '나'와 계집애를 만나게 한다. 누군가를 참여시켜 관망하는 화자의 시적 태도라 할 수 있다.
그리움의 원천은 사랑이요, 사랑의 원천이 불장난에서 온 것이므로. 그리운 표정을 지닌 웃음꽃이라고나 할까. "빗자루로 죽도록 맞"던 기억과, "계집애"와 "불장난"할 때 정수리에 두들기던 '꿀밤'이 떠오른다.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도 입술 끝이 올라간다. 사랑의 한때는 기쁘고도 아린 추억이므로. '빗자루의 두들김'과 '꿀밤의 두들김'의 교차로 그리움만 쌓인다. 이처럼 그의 시에는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이라는 양가감정(ambivalence)이 나타난다. 미니멀리즘적 성향을 보이는 그의 시는 그러기에 감정의 군더더기가 없는 간결함을 추구한다. 그 속에는 개별적 체험이라는 특수성과 동심이라는 보편성의 옷을 껴입고 있다. 독자가 모여드는 지점이다.
너에게 물세례 받는 동안
그 시간은 관심이고
사랑이겠지
너의 사랑 받는 동안
생각이 열려서
내 머릿속은
온통 네 생각뿐
단지 콩이었다가
너로 인해 덧붙인 생명
너에게 가기 위해
난 지금 자라고 있어
- 「콩나물」 전문
그리움의 촉수가 이 정도면 "나(콩나물)"는 가스라이팅을 당한 존재라 할 수 있다. 이 시의 제재인 콩도 꿀밤과 같은 오브제이다. 은행나무에서처럼 화자를 콩으로 치환하여 고백한다. '너(계집애 혹은 여인)'는 올 듯 말 듯 오지 않고, 오는 듯하다가 가더니 간 뒤로는 오지 않는다. 그래도 화자는 울지 않는다. '계집애/여인'은 그가 부를 때마다 시가 되어 돌아오는, 시의 출발점이자 모티브이니까.
그가 시단에 첫발을 디딘 때를 생각해 본다. 그는 '전태일문학상(제8회)'을 받고 시단에 나왔다. 심사위원장이 신경림 시인이다. 스승이나 멘토로 삼을 여지가 충분하고, 또 유정탁은 그랬을 것 같다. 작품의 결로 본다면 그와 연결되는 시인들이 떠오른다. 오탁번 시인과 이병률이 그들이다. 우리 시단에서는 드문, 유머나 해학을 노래하는 시인들이다, 이병률과는 연령대나 문단의 진출 시기가 비슷하므로 우연한 동행일 것이다. 현대 한국시에서 유머나 위트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전통 시가에서 보는 해학이나 풍류는 어디로 간 걸까? 대개 어둡고, 불안하고, 우울하고, 아프고, 무겁거나 난해하여 종잡을 수 없을 지경이다. 독자들은 고문서를 읽기라도 하듯 끙끙거린다. 근현대사의 억압적인 정치/사회적 배경과 연관이 있을 법하다. 두 시인은 예외적이다. 유정탁이 그 영역에 있다. 그의 두 번째 시집 『버드나무 여인』을 읽은 독자라면 쉬이 알아차릴 것이다.
시인이 계보를 갖는다는 것은 중요하다. 제멋대로 시를 쓴다고 독창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쓰고 보면 어느 시인이 이전에 노래했던 내용이다. 어떻게 해야 독창적인 시를 쓸 수 있을까. 고산 등정에 빗대 보자. 높은 산에는 만만치 않은 등반가들이 모인다. 이들은 무거운 짐을 세르파에게 맡기고 길을 오른다. 등반가들이 간 길을 따라 베이스캠프까지 간다. 모방과 반복 훈련은 프로 세계에 드는 규칙이다. 남은 것은 정상 정복이다. 눈앞에는 가파른 빙벽. 그곳도 누가 올라간 길이지만 일정하지 않다. 길이 생길 만하면 눈사태가 덮치고 크레바스가 끊어놓는다. 정상까지 홀로 올라야 한다. 창의적인 관점이 필요한 때다. 자신만의 고유한 '역량/차이'를 발휘할 때다.
시인은 경계의 밖에 있는 존재이다. 경계 밖에서 안을 향해 노래할 때 새로운 느낌이 생겨난다. 그는 일상어가 지닌 함의를 연결하고 충돌시킨다. 보이지 않는 빛깔, 들리지 않는 소리, 만져지지 않는 감촉, 맡아지지 않는 냄새를 간파하여 하모니를 만드는 것이다. 유정탁은 원형을 체험할 시공간(고향)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유년의 스틸 컷을 통해 공감을 시도한다. 어린 시절은 감응의 원천이므로, 새카맣게 타버린 시인의 불장난을 연민하면서 독자들은 위안받는 것이다.
기억은 서사가 아니라 다양한 '감각'들로 이뤄져 있다. '비에 얽혔던 어떤 날의 냄새' '(엄마를 기다리며 바라본) 낡은 담의 균열' '파닥거리는 물고기의 몸짓' 같은 것들은 모두 이야기가 아니라 고유한 감각들의 형태로 시간 저편에서 피어오른다. 그것은 따뜻하기만 한 감각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버려진 공터처럼 신산한 감각을 품고 있다. 하지만 시인은 그 감각들을 통해 외갓집을 떠올리고, 아버지를 떠올리고, 유년기의 한순간을 떠올린다. 시인에게 있어 기억과 함께 떠오르는 고통의 감각들은 현실에 대한 분노나 무력감에 기인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 우리의 현실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나타나는 자각통이며, 또한 자신의 기원에 대해 떠올려보는 성찰의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편안하게만 보이는 일상에서 상처를 찾아내고 그것을 인간의 온기로 돌보는 일. 시인이 감각을 반추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한국적 서정의 태도를 이어 나가는 자신만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시인의 감각을 통해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가장 근원적인 이야기들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밤에 강변을 걷다 보면 살아 움직이는 것이 있다 바람이 그것을 증명한다 세상의 어둠은 다 저기에서 나오는 듯, 컴컴한 한 그루 나무가 막 샤워를 끝내고 출렁이는 머리를 말리고 있다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그는 그냥 어둠이었을 테지만, 상현의 달빛이 비치지 않았다면 그는 그냥 한 그루 나무였을 테지만 바람 속에 달빛을 받으니 그는 조숙한 여인이 되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벤치에 앉아 있는 내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머리 말리고 나가겠다 고 익히 알고 있는 여자나 된 듯 말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를 버리고 떠난 그 여자도 그랬다 어느 밤 여자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젖은 머리로 내 앞에 나타난 여자 향긋한 냄새가 났었다 사랑하면 향기가 난다는 걸 그때 알았다 여자가 내 곁을 떠나고 없을 때 나는 더 이상 향기를 맡을 수 없었다 어쩌다 강물이 키운 달빛이 보름달로 환해지는 날 내 가슴에도 그리운 그 향기 다시 날아오면 좋겠다 아직 내 사랑은 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므로
- 「버드나무 여인 2」 전문
"내 사랑은 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을 만큼 사랑의 느낌은 남아 있다. 그녀가 떠나간 자리에서 화자는 기다리기로 '역지사지'한다. 꿀밤나무와 은행나무를 거쳐 버드나무까지, 화자의 나무는 "계집애"를 빗댄 존재이다. 추억을 곱씹는 단계를 지나 환시처럼 눈앞에 어른거리니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받아들인다. '새를 품'은 태도에서 한 발 나아간 것이다. 시의 감동은 시인의 대상에 대한 정서의 용해를 독자가 수용하면서 발생한다.
유정탁의 '계집애'는 생애를 관통하는 그리움의 존재이다. '일상'은 먹고사는 일을 전제하고 흘러간다. 전자에 빠지면 후자가 암담하고, 후자에 빠지면 삶이 부질없다. 유정탁은 두 갈래 길에 줄곧 서 있었다. 어느 길로 가든 한 길은 가지 못한다. 그리움에 못 이겨서 가던 길을 되돌아와 다른 길로 가면 그 길에 대한 그리움이 생긴다. 일도양단을 결심했을 법하다. 그리움을 이별의 대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일상에서 '계집애'를 돌본다. 이념적으로는 이미 초월한 "대파"에다 자신을 두었다. '계집애'와 '일상'은 비로소 하나가 된다. 음과 양이 합쳐진 태극처럼 둘이 하나된 것이다. 시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유정탁의 시는 일상에서 나온다. '현실'과 '이상'을 거리 두다가 힘에 부쳤고, 현실에 발붙이며 이상을 추구한들 사랑은 돌아오지 않았다. 두 관념이 끝끝내 연리지를 이루었으니 두 가지에서 하나의 꽃을 피울 일이 남았다.
유정탁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원두막 결혼식이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1998년 《전태일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데뷔작 「양정동 블루스」는 울산이라는 공단 도시에서 노동자라는 사이드의 삶을 사는 존재들의 번민과 고민을 작품으로 승화하였다. 그 시기엔 전국노동자 투쟁과 군부독재가 물러난 질풍노도의 시기여서 그의 등단작은 적절한 때에 발표되었다.
시인은 아직 울산에 적을 두고 있다. 그가 그토록 작품속에서 애절하게 노래했던 노동자의 삶은 아니지만 아직도 그가 꿈꾸는 세계는 멀고 꿈결 같기만 하다. 물론 시대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세상 또한 좋아졌다. 대다수의 서민들이 그래도 나아진 삶을 살지만 아직은 불안한 세월이다.
유정탁 시인의 작품은 한 곳에 뿌리내리지 못한 보헤미안 혹은 집시의 내면 세계로 말할 수 있다. 물론 시인은 그것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인 역시 안정된 내면세계를 꿈꾸지만 우리의 현실은 늘 불안하고 어수선하기만 하다. 이것은 시인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다른 모든 것을 한 대상의 배경으로 만드는 사랑. 그것은 알 수 없는 파동으로 시작된다. 걷잡을 수 없던 감정도 시간에 따라 변한다. 베에 스며드는 물감처럼 사랑은 자취를 남기고 사라진다. 그 빛깔, 그 소리, 그 느낌이 출렁이는 날 다시 사랑은 돌아온다. 이전과는 다른 그리움으로.
유정탁의 시는 '그리움의 웃음꽃'이다. 그리움이 아니면 노래가 되지 않는 걸까. 나뭇가지에서 꽃이 피는 이유를 그는 아는 걸까. 그의 시를 거듭 읽는다. 그가 뛰어놀던 유년의 뒷동산 '민날'은 안개로 덮이고, 그 속에서 깔깔대는 소리가 잦아든다. 울음을 그치려고 훌쩍이는 소리도 들린다. 화자를 따라 울다가 웃다가, 허기가 진다.
사람은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에도 서로 다른 존재다. 어린 시절의 자취는 온전히 사라졌음에도 여전히 변함없는 그 사람이기도 한 모순된 존재이다. 시인의 시간은 어린 시절에서 한참 멀리 와있다. 아기를 보면서 근심 걱정을 잊듯 시로 어린 시절을 공유하는 일은 시인과 독자의 거리를 쉬이 좁히는 방편이다. 유정탁 시인은 그걸 잘 안다. 먼 기억을 불러내어 그곳에다 독자들을 초대한다. 눈앞에 꿀밤나무를 두고 '나'와 계집애를 만나게 한다. 누군가를 참여시켜 관망하는 화자의 시적 태도라 할 수 있다.
그리움의 원천은 사랑이요, 사랑의 원천이 불장난에서 온 것이므로. 그리운 표정을 지닌 웃음꽃이라고나 할까. "빗자루로 죽도록 맞"던 기억과, "계집애"와 "불장난"할 때 정수리에 두들기던 '꿀밤'이 떠오른다.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도 입술 끝이 올라간다. 사랑의 한때는 기쁘고도 아린 추억이므로. '빗자루의 두들김'과 '꿀밤의 두들김'의 교차로 그리움만 쌓인다. 이처럼 그의 시에는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이라는 양가감정(ambivalence)이 나타난다. 미니멀리즘적 성향을 보이는 그의 시는 그러기에 감정의 군더더기가 없는 간결함을 추구한다. 그 속에는 개별적 체험이라는 특수성과 동심이라는 보편성의 옷을 껴입고 있다. 독자가 모여드는 지점이다.
너에게 물세례 받는 동안
그 시간은 관심이고
사랑이겠지
너의 사랑 받는 동안
생각이 열려서
내 머릿속은
온통 네 생각뿐
단지 콩이었다가
너로 인해 덧붙인 생명
너에게 가기 위해
난 지금 자라고 있어
- 「콩나물」 전문
그리움의 촉수가 이 정도면 "나(콩나물)"는 가스라이팅을 당한 존재라 할 수 있다. 이 시의 제재인 콩도 꿀밤과 같은 오브제이다. 은행나무에서처럼 화자를 콩으로 치환하여 고백한다. '너(계집애 혹은 여인)'는 올 듯 말 듯 오지 않고, 오는 듯하다가 가더니 간 뒤로는 오지 않는다. 그래도 화자는 울지 않는다. '계집애/여인'은 그가 부를 때마다 시가 되어 돌아오는, 시의 출발점이자 모티브이니까.
그가 시단에 첫발을 디딘 때를 생각해 본다. 그는 '전태일문학상(제8회)'을 받고 시단에 나왔다. 심사위원장이 신경림 시인이다. 스승이나 멘토로 삼을 여지가 충분하고, 또 유정탁은 그랬을 것 같다. 작품의 결로 본다면 그와 연결되는 시인들이 떠오른다. 오탁번 시인과 이병률이 그들이다. 우리 시단에서는 드문, 유머나 해학을 노래하는 시인들이다, 이병률과는 연령대나 문단의 진출 시기가 비슷하므로 우연한 동행일 것이다. 현대 한국시에서 유머나 위트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전통 시가에서 보는 해학이나 풍류는 어디로 간 걸까? 대개 어둡고, 불안하고, 우울하고, 아프고, 무겁거나 난해하여 종잡을 수 없을 지경이다. 독자들은 고문서를 읽기라도 하듯 끙끙거린다. 근현대사의 억압적인 정치/사회적 배경과 연관이 있을 법하다. 두 시인은 예외적이다. 유정탁이 그 영역에 있다. 그의 두 번째 시집 『버드나무 여인』을 읽은 독자라면 쉬이 알아차릴 것이다.
시인이 계보를 갖는다는 것은 중요하다. 제멋대로 시를 쓴다고 독창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쓰고 보면 어느 시인이 이전에 노래했던 내용이다. 어떻게 해야 독창적인 시를 쓸 수 있을까. 고산 등정에 빗대 보자. 높은 산에는 만만치 않은 등반가들이 모인다. 이들은 무거운 짐을 세르파에게 맡기고 길을 오른다. 등반가들이 간 길을 따라 베이스캠프까지 간다. 모방과 반복 훈련은 프로 세계에 드는 규칙이다. 남은 것은 정상 정복이다. 눈앞에는 가파른 빙벽. 그곳도 누가 올라간 길이지만 일정하지 않다. 길이 생길 만하면 눈사태가 덮치고 크레바스가 끊어놓는다. 정상까지 홀로 올라야 한다. 창의적인 관점이 필요한 때다. 자신만의 고유한 '역량/차이'를 발휘할 때다.
시인은 경계의 밖에 있는 존재이다. 경계 밖에서 안을 향해 노래할 때 새로운 느낌이 생겨난다. 그는 일상어가 지닌 함의를 연결하고 충돌시킨다. 보이지 않는 빛깔, 들리지 않는 소리, 만져지지 않는 감촉, 맡아지지 않는 냄새를 간파하여 하모니를 만드는 것이다. 유정탁은 원형을 체험할 시공간(고향)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유년의 스틸 컷을 통해 공감을 시도한다. 어린 시절은 감응의 원천이므로, 새카맣게 타버린 시인의 불장난을 연민하면서 독자들은 위안받는 것이다.
기억은 서사가 아니라 다양한 '감각'들로 이뤄져 있다. '비에 얽혔던 어떤 날의 냄새' '(엄마를 기다리며 바라본) 낡은 담의 균열' '파닥거리는 물고기의 몸짓' 같은 것들은 모두 이야기가 아니라 고유한 감각들의 형태로 시간 저편에서 피어오른다. 그것은 따뜻하기만 한 감각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버려진 공터처럼 신산한 감각을 품고 있다. 하지만 시인은 그 감각들을 통해 외갓집을 떠올리고, 아버지를 떠올리고, 유년기의 한순간을 떠올린다. 시인에게 있어 기억과 함께 떠오르는 고통의 감각들은 현실에 대한 분노나 무력감에 기인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금 우리의 현실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일 때 나타나는 자각통이며, 또한 자신의 기원에 대해 떠올려보는 성찰의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편안하게만 보이는 일상에서 상처를 찾아내고 그것을 인간의 온기로 돌보는 일. 시인이 감각을 반추하는 것은 바로 그러한 한국적 서정의 태도를 이어 나가는 자신만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시인의 감각을 통해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가장 근원적인 이야기들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밤에 강변을 걷다 보면 살아 움직이는 것이 있다 바람이 그것을 증명한다 세상의 어둠은 다 저기에서 나오는 듯, 컴컴한 한 그루 나무가 막 샤워를 끝내고 출렁이는 머리를 말리고 있다 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그는 그냥 어둠이었을 테지만, 상현의 달빛이 비치지 않았다면 그는 그냥 한 그루 나무였을 테지만 바람 속에 달빛을 받으니 그는 조숙한 여인이 되어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이다 벤치에 앉아 있는 내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머리 말리고 나가겠다 고 익히 알고 있는 여자나 된 듯 말하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를 버리고 떠난 그 여자도 그랬다 어느 밤 여자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젖은 머리로 내 앞에 나타난 여자 향긋한 냄새가 났었다 사랑하면 향기가 난다는 걸 그때 알았다 여자가 내 곁을 떠나고 없을 때 나는 더 이상 향기를 맡을 수 없었다 어쩌다 강물이 키운 달빛이 보름달로 환해지는 날 내 가슴에도 그리운 그 향기 다시 날아오면 좋겠다 아직 내 사랑은 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므로
- 「버드나무 여인 2」 전문
"내 사랑은 벤치에 앉아 기다리고 있"을 만큼 사랑의 느낌은 남아 있다. 그녀가 떠나간 자리에서 화자는 기다리기로 '역지사지'한다. 꿀밤나무와 은행나무를 거쳐 버드나무까지, 화자의 나무는 "계집애"를 빗댄 존재이다. 추억을 곱씹는 단계를 지나 환시처럼 눈앞에 어른거리니 있는 그대로의 그녀를 받아들인다. '새를 품'은 태도에서 한 발 나아간 것이다. 시의 감동은 시인의 대상에 대한 정서의 용해를 독자가 수용하면서 발생한다.
유정탁의 '계집애'는 생애를 관통하는 그리움의 존재이다. '일상'은 먹고사는 일을 전제하고 흘러간다. 전자에 빠지면 후자가 암담하고, 후자에 빠지면 삶이 부질없다. 유정탁은 두 갈래 길에 줄곧 서 있었다. 어느 길로 가든 한 길은 가지 못한다. 그리움에 못 이겨서 가던 길을 되돌아와 다른 길로 가면 그 길에 대한 그리움이 생긴다. 일도양단을 결심했을 법하다. 그리움을 이별의 대가로 받아들인 것이다. 일상에서 '계집애'를 돌본다. 이념적으로는 이미 초월한 "대파"에다 자신을 두었다. '계집애'와 '일상'은 비로소 하나가 된다. 음과 양이 합쳐진 태극처럼 둘이 하나된 것이다. 시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유정탁의 시는 일상에서 나온다. '현실'과 '이상'을 거리 두다가 힘에 부쳤고, 현실에 발붙이며 이상을 추구한들 사랑은 돌아오지 않았다. 두 관념이 끝끝내 연리지를 이루었으니 두 가지에서 하나의 꽃을 피울 일이 남았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5
1부
감꽃 진 뒤·15
원두막 결혼식·16
냉이마을·18
물방울 지도·19
꿀밤나무와 함께·20
동거·22
왜가리와 인터뷰·24
당근·28
道·29
빨래·30
태화강역·32
분꽃·33
설·34
먼 산·35
개똥·36
연못·37
2부
시든 저녁·41
불은 탈옥을 꿈꾼다·42
움직이는 집 -?자동차 아래 고양이·44
감자장례식·46
종이컵·47
매미를 위하여·48
세탁기의 노래·49
육포·50
벽·52
대파論 1·54
자루·55
대파論 2·56
소파에 스미다·58
기타·60
솔잎, 쑥·61
비 오는 날의 일기·62
3부
지붕수리공·67
도끼질·68
빙점·70
자전거·72
참을 忍·74
참새를 위한 조문·75
태화강 너구리·76
번데기 파는 노파·78
군고구마 1·80
군고구마 2·82
콩나물·83
가오리무침·84
노래·86
누님의 마이크·88
한잔·90
사춘기·92
4부
닭똥집 씹는 동안·95
삼겹살 굽는 여자 -?경숙이 누나에게·96
내 곁에 있는 당신·98
버드나무 여인 2·100
이별의 시간·101
기차·102
게·104
은행나무의 말 -?카페 애령에서·106
슈트·108
사랑을 우리다·110
목화이불·112
새를 품다·114
이층 -?카페, 숲에서·116
이불·118
신혼초야·120
콩잎사랑·121
해설 | 장창호(극작가)
꿀밤, 그 사랑의 오브제
1부
감꽃 진 뒤·15
원두막 결혼식·16
냉이마을·18
물방울 지도·19
꿀밤나무와 함께·20
동거·22
왜가리와 인터뷰·24
당근·28
道·29
빨래·30
태화강역·32
분꽃·33
설·34
먼 산·35
개똥·36
연못·37
2부
시든 저녁·41
불은 탈옥을 꿈꾼다·42
움직이는 집 -?자동차 아래 고양이·44
감자장례식·46
종이컵·47
매미를 위하여·48
세탁기의 노래·49
육포·50
벽·52
대파論 1·54
자루·55
대파論 2·56
소파에 스미다·58
기타·60
솔잎, 쑥·61
비 오는 날의 일기·62
3부
지붕수리공·67
도끼질·68
빙점·70
자전거·72
참을 忍·74
참새를 위한 조문·75
태화강 너구리·76
번데기 파는 노파·78
군고구마 1·80
군고구마 2·82
콩나물·83
가오리무침·84
노래·86
누님의 마이크·88
한잔·90
사춘기·92
4부
닭똥집 씹는 동안·95
삼겹살 굽는 여자 -?경숙이 누나에게·96
내 곁에 있는 당신·98
버드나무 여인 2·100
이별의 시간·101
기차·102
게·104
은행나무의 말 -?카페 애령에서·106
슈트·108
사랑을 우리다·110
목화이불·112
새를 품다·114
이층 -?카페, 숲에서·116
이불·118
신혼초야·120
콩잎사랑·121
해설 | 장창호(극작가)
꿀밤, 그 사랑의 오브제
저자
저자
유정탁
경남 거창 출생
1998년 제8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시집 『늙은 사과』,『버드나무 여인』
1998년 제8회 전태일문학상 수상
시집 『늙은 사과』,『버드나무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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