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거나무 아래서(시인수첩 시인선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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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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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니의 힘
이영혜시는 내게 과연 무엇일까? 나는 왜, 무엇을 썼을까? 근본적이지만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을 다시 마주하고 또 골똘해진다.
나란 축을 중심으로 풍력발전기처럼 쉬지 않고 같이 돈 날개들. 내 삶에 힘을 전달해 주고 내 시가 된 날개들을 생각해 본다. 불완전한 모순덩어리인 나, 그런 나와 동행해 온 나의 가족과 친구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 그리고 내가 몸담고 사는 변화하는 이 사회가 그 요약이리라. 나와 때로는 불화하고 때로는 화해하며 돌아가는 이 날개들에 힘입어 여기까지 왔고, 그 사이사이 피어나는 꽃처럼, 또는 절규의 일기처럼 몇 편의 시가 남았다
1. 링거나무 아래서
2년여를 끌었던 코로나가 끝날 무렵, 나는 갑작스럽게 죽음의 문지방을 밟다가 돌아왔다.
소화불량, 명치 통증, 고열, 무력감 등등의 증상을 해열제와 동네 의원 방문으로 다스리다가 휴일날 집에 있던 딸이 축 늘어진 엄마를 대학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임시 검사소에서 코로나 검사와 온갖 검사를 받으며 반나절을 보내고 저녁이 다 돼서야 찍은 CT에 모습을 드러낸 어른 주먹보다 더 큰 검은 그림자. 췌장 꼬리 부분에 급성으로 생긴 낭종으로 나는 바로 응급 입원을 해야 했고, 다음날 진정마취 후 내시경을 통해서 위와 낭종을 연결하여 배농을 하는 배액관을 삽입했다. 그 뒤로 고농도 항생제 투약을 위해 열흘이 넘는 입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낭종이 거의 터지기 직전 발견되어 염증성 피고름이 뱃속에 퍼지는 심각한 위급 상황을 가까스로 모면한 것이다.
입원 기간 내내 맑은 수액과 하루 몇 번 투여되는 노란 항생제가 달린 링거대는 나의 분신이 되었고, 긴 줄 끝에 연결된 주삿바늘은 자주 내 핏줄을 뚫고 손목을 멍들고 붓게 했다. 핏줄로 들어간 약들은 내 몸의 염증 상태를 빠르게 없애고 나를 회복시켜 살려내고 있었지만, 나는 이 주삿바늘과 줄들로 인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 심각한 암 환자들이 항암 치료를 받으러 입원하는 병동이었기에 밤새 구역질하고 신음하는 그들과 보호자들을 보며 나는 어떤 불평불만도 사치스러워 잠 못 드는 밤마다 그저 이불을 덮어썼다. 항생제 투여 기간만 끝나면 퇴원할 나는 어쩌면 나이롱환자라 생각되었기에.
처음엔 내 상태가 놀랍고 두려워 눈물과 기도밖에 나오지 않았으나, 차츰 몸이 회복되는 걸 느끼며 나를 다스려 갔다. 매일 찾아오는 식구들이 나를 지켜주고 있었고 옆에서 응원해 주는 벗들이 힘이 되어주었다. 저 링거줄처럼 칭칭 나를 옭아매서 나의 자유를 속박하던 가족들이 나를 살게 하고 늘 나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나의 가장 소중한 의미임을 다시금 깨닫기도 했다.
입에서 항문까지 잘 먹고 잘 배설하도록 그 외길을 다스리는 일이 쉽고도 어려운 것이 우리 삶인데, 내 몸을 내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힘은 너무나 미약하여 절로 두 손이 모아졌다. 나를 지배하는 주인에게 종신 세 들어 사는 이 초라한 오 척 단신! 비용 인상 없이 더 오래 살다가 불현듯 퇴거명령 받고 홀연히 평화롭게 떠나갈 수 있기를 빌었다.
주렁주렁 오랏줄에 묶인 수형자들
생명줄이 포승줄 같다
화장실도 거동도, 두려움과 고통도
옭아맨 올가미
저 투명한 줄처럼
자유를 결박했던 식구들이
지금 나를 지킨다
차갑지만 단호한
링거 나무를 부여잡고
누군가 끈질기게 복도를 걷고 있다
-「링거나무 아래서」 부분
? ?
이영혜시는 내게 과연 무엇일까? 나는 왜, 무엇을 썼을까? 근본적이지만 쉽게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을 다시 마주하고 또 골똘해진다.
나란 축을 중심으로 풍력발전기처럼 쉬지 않고 같이 돈 날개들. 내 삶에 힘을 전달해 주고 내 시가 된 날개들을 생각해 본다. 불완전한 모순덩어리인 나, 그런 나와 동행해 온 나의 가족과 친구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 그리고 내가 몸담고 사는 변화하는 이 사회가 그 요약이리라. 나와 때로는 불화하고 때로는 화해하며 돌아가는 이 날개들에 힘입어 여기까지 왔고, 그 사이사이 피어나는 꽃처럼, 또는 절규의 일기처럼 몇 편의 시가 남았다
1. 링거나무 아래서
2년여를 끌었던 코로나가 끝날 무렵, 나는 갑작스럽게 죽음의 문지방을 밟다가 돌아왔다.
소화불량, 명치 통증, 고열, 무력감 등등의 증상을 해열제와 동네 의원 방문으로 다스리다가 휴일날 집에 있던 딸이 축 늘어진 엄마를 대학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다,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임시 검사소에서 코로나 검사와 온갖 검사를 받으며 반나절을 보내고 저녁이 다 돼서야 찍은 CT에 모습을 드러낸 어른 주먹보다 더 큰 검은 그림자. 췌장 꼬리 부분에 급성으로 생긴 낭종으로 나는 바로 응급 입원을 해야 했고, 다음날 진정마취 후 내시경을 통해서 위와 낭종을 연결하여 배농을 하는 배액관을 삽입했다. 그 뒤로 고농도 항생제 투약을 위해 열흘이 넘는 입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낭종이 거의 터지기 직전 발견되어 염증성 피고름이 뱃속에 퍼지는 심각한 위급 상황을 가까스로 모면한 것이다.
입원 기간 내내 맑은 수액과 하루 몇 번 투여되는 노란 항생제가 달린 링거대는 나의 분신이 되었고, 긴 줄 끝에 연결된 주삿바늘은 자주 내 핏줄을 뚫고 손목을 멍들고 붓게 했다. 핏줄로 들어간 약들은 내 몸의 염증 상태를 빠르게 없애고 나를 회복시켜 살려내고 있었지만, 나는 이 주삿바늘과 줄들로 인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 심각한 암 환자들이 항암 치료를 받으러 입원하는 병동이었기에 밤새 구역질하고 신음하는 그들과 보호자들을 보며 나는 어떤 불평불만도 사치스러워 잠 못 드는 밤마다 그저 이불을 덮어썼다. 항생제 투여 기간만 끝나면 퇴원할 나는 어쩌면 나이롱환자라 생각되었기에.
처음엔 내 상태가 놀랍고 두려워 눈물과 기도밖에 나오지 않았으나, 차츰 몸이 회복되는 걸 느끼며 나를 다스려 갔다. 매일 찾아오는 식구들이 나를 지켜주고 있었고 옆에서 응원해 주는 벗들이 힘이 되어주었다. 저 링거줄처럼 칭칭 나를 옭아매서 나의 자유를 속박하던 가족들이 나를 살게 하고 늘 나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나의 가장 소중한 의미임을 다시금 깨닫기도 했다.
입에서 항문까지 잘 먹고 잘 배설하도록 그 외길을 다스리는 일이 쉽고도 어려운 것이 우리 삶인데, 내 몸을 내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힘은 너무나 미약하여 절로 두 손이 모아졌다. 나를 지배하는 주인에게 종신 세 들어 사는 이 초라한 오 척 단신! 비용 인상 없이 더 오래 살다가 불현듯 퇴거명령 받고 홀연히 평화롭게 떠나갈 수 있기를 빌었다.
주렁주렁 오랏줄에 묶인 수형자들
생명줄이 포승줄 같다
화장실도 거동도, 두려움과 고통도
옭아맨 올가미
저 투명한 줄처럼
자유를 결박했던 식구들이
지금 나를 지킨다
차갑지만 단호한
링거 나무를 부여잡고
누군가 끈질기게 복도를 걷고 있다
-「링거나무 아래서」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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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시인의 말·5
1부
전율을 기다리며·15
바람꽃·16
살살·18
가장 큰 이름·20
유효기간·21
송곳니의 힘·22
아무것도 아니기도 한 무엇·24
슈퍼문·26
사이·28
오늘의 절벽·29
불면·30
달팽이 계단 정류소·32
달팽이 계단 능소화·34
링거나무 아래서·36
2부
발광·39
흰빛에 갇히다·40
아무렇지도 않은·42
사소한 구름 위를·44
고비, 별·46
고비, 바람·48
고비, 구름 그림자·49
고비, 길·50
신의 뒷모습·52
거리·54
꽃피는 아몬드나무·56
울트라, 동백·58
리스트를 듣는 밤·60
도화몽·62
3부
네일아트·65
무죄추정의 원칙·66
모호한 도시·68
야간 산책·70
누구를 위하여 불꽃은 터지나·72
늙은 봄·73
반짝반짝 기쁨조·74
흙수저 물고·76
바이러스 월드·78
하나원 일지 1 -?나팔꽃?인사·80
하나원 일지 2 -?네일아트·81
하나원 일지 3 -?먼?길,?비싼?길·82
소설(小雪)·84
천수관음 -?발?마사지·86
4부
벚꽃·89
헐거워지다·90
밥걱정·92
영종도·94
양파를 썰며·95
마지막 눈과 귀·96
우화등선·98
나목·100
봄꽃은 왕관을 쓰고·102
거리 두기·103
삼선 슬리퍼 한 쌍·104
행복한 동행·106
외길·108
헐렁한 동행·109
세입자·110
달,인·112
산문 | 이영혜
송곳니의 힘·113
1부
전율을 기다리며·15
바람꽃·16
살살·18
가장 큰 이름·20
유효기간·21
송곳니의 힘·22
아무것도 아니기도 한 무엇·24
슈퍼문·26
사이·28
오늘의 절벽·29
불면·30
달팽이 계단 정류소·32
달팽이 계단 능소화·34
링거나무 아래서·36
2부
발광·39
흰빛에 갇히다·40
아무렇지도 않은·42
사소한 구름 위를·44
고비, 별·46
고비, 바람·48
고비, 구름 그림자·49
고비, 길·50
신의 뒷모습·52
거리·54
꽃피는 아몬드나무·56
울트라, 동백·58
리스트를 듣는 밤·60
도화몽·62
3부
네일아트·65
무죄추정의 원칙·66
모호한 도시·68
야간 산책·70
누구를 위하여 불꽃은 터지나·72
늙은 봄·73
반짝반짝 기쁨조·74
흙수저 물고·76
바이러스 월드·78
하나원 일지 1 -?나팔꽃?인사·80
하나원 일지 2 -?네일아트·81
하나원 일지 3 -?먼?길,?비싼?길·82
소설(小雪)·84
천수관음 -?발?마사지·86
4부
벚꽃·89
헐거워지다·90
밥걱정·92
영종도·94
양파를 썰며·95
마지막 눈과 귀·96
우화등선·98
나목·100
봄꽃은 왕관을 쓰고·102
거리 두기·103
삼선 슬리퍼 한 쌍·104
행복한 동행·106
외길·108
헐렁한 동행·109
세입자·110
달,인·112
산문 | 이영혜
송곳니의 힘·113
저자
저자
이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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