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의 도시(시인의일요일시집 41)
성은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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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일요일에서 성은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코끝의 도시』가 출간되었다. 시집 『코 끝의 도시』는 현대 사회의 익숙한 단절 속에서 길어 올린 삶의 숨결들을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시인은 도시의 각박함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관계의 본질을 더듬고, 상처받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시작을 감각적인 언어로 조명한다.
시집의 문을 여는 「문어」는 시인의 선언과도 같다. “바닥에 가보면 알 수 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물의 혀가 스친 자리마다 문장이 수초처럼 자란다.” 시인은 삶의 가장 낮은 곳, 눈길 주지 않던 심해의 바닥에서 생명의 문장들이 돋아나는 경이로움을 발견한다. 여기서 ‘쓰는 일’은 단순히 기록하는 행위를 넘어 ‘다시 사는 일’이 된다. 문어가 먹물을 터뜨려 침묵을 펼치듯, 시인 또한 고통 속에서도 붓을 들어 세상을 향한 연대의 손길을 뻗친다. “움켜쥐는 대신 감싸며 붙잡는” 그 따뜻한 시선은, 타자를 소유하려 하지 않고 그 존재 자체를 환대하려는 시인의 깊은 마음을 오롯이 드러낸다. 그리고 문어가 자신의 “무늬를 지우는” 행위는 관계의 시작이 곧 자신을 비우고 겸손해지는 데 있음을 속삭이는 듯하다.
시인은 도시의 풍경 곳곳에서 관계의 단절과 그럼에도 피어나는 연결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코끝의 도시」에서 화자는 “창가에 놓인 화분처럼 앉아서” 구부러진 골목을 바라본다. 이삿짐 트럭과 배달 오토바이 옆으로 가로등이 켜지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마법 같은 순간. 그것은 이웃집 대문이 “꾹 눌러놓은 빨래집게 같은 사람들”처럼 굳게 닫혀 있어도, 그 너머의 삶에 가만히 시선을 건네는 시인의 마음이다. 「세탁」에서 야간 수거함에 모인 얼룩진 옷가지들은 도시인들의 각자도생을 은유하는 듯하지만, “말리지 못한 마음”이나 “주소 없이 도착하는 그리움”은 여전히 타인을 향한 끈을 놓지 않는 시인의 내면을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고봉준의 해설처럼, 시인은 “밀집된 세계이지만,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처럼 사람들은 그곳에서 연대감이 아니라 파편화된 상태로 오직 각자도생의 삶을 살아간다”고 정의되는 도시의 비정한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를 지향하려는 몸짓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성은주 시인의 시는 또한 상처와 아픔을 끌어안는 데 주저함이 없다. 폐업한 카페의 ‘비상등’을 통해 시인은 사라지는 것들의 흔적을 기억하고, 그 상실 속에서 “살다 보면 살아지는 걸까/살다 보면 사라지는 걸까”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칠곡」에서 시인은 자신이 겪은 상처를 “어둡고서야 드러나는 별처럼, 깨지고서야 더 아름답게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묘사하며, 아픔의 자리가 결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도약대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떨어진 꽃잎이 봄을 알리고, 딱딱한 껍질을 뚫고 새잎이 돋아나듯, 시인은 상처의 자리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끈질김을 노래하며 “다시, 부활의 힘으로 잊었던 계절과 순한 것들의 둘레에 앉아 찢기지 않는 점선이 되어 고요한 별자리를 따라 떠돌고 싶어”라고 고백한다. 이는 고통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삶에 대한 경외이자, 상처를 품고 나아가려는 시인의 단단한 의지이다.
시집 『코끝의 도시』는 차가운 도시의 시선을 넘어, 그 속에 숨겨진 온기와 관계의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한 시인의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여정이다.? 시집을 덮고 나면, 우리 주변의 흔한 풍경들이 더 이상 무심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 버려진 작은 조각들, 그리고 깊숙이 묻어둔 상처들이 모두 하나의 문장이 되어 우리의 코끝에 아릿한 삶의 숨결로 다가올 것이다.
시인의일요일에서 성은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코끝의 도시』가 출간되었다. 시집 『코 끝의 도시』는 현대 사회의 익숙한 단절 속에서 길어 올린 삶의 숨결들을 담담하게 펼쳐 보인다. 시인은 도시의 각박함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관계의 본질을 더듬고, 상처받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시작을 감각적인 언어로 조명한다.
시집의 문을 여는 「문어」는 시인의 선언과도 같다. “바닥에 가보면 알 수 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물의 혀가 스친 자리마다 문장이 수초처럼 자란다.” 시인은 삶의 가장 낮은 곳, 눈길 주지 않던 심해의 바닥에서 생명의 문장들이 돋아나는 경이로움을 발견한다. 여기서 ‘쓰는 일’은 단순히 기록하는 행위를 넘어 ‘다시 사는 일’이 된다. 문어가 먹물을 터뜨려 침묵을 펼치듯, 시인 또한 고통 속에서도 붓을 들어 세상을 향한 연대의 손길을 뻗친다. “움켜쥐는 대신 감싸며 붙잡는” 그 따뜻한 시선은, 타자를 소유하려 하지 않고 그 존재 자체를 환대하려는 시인의 깊은 마음을 오롯이 드러낸다. 그리고 문어가 자신의 “무늬를 지우는” 행위는 관계의 시작이 곧 자신을 비우고 겸손해지는 데 있음을 속삭이는 듯하다.
시인은 도시의 풍경 곳곳에서 관계의 단절과 그럼에도 피어나는 연결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코끝의 도시」에서 화자는 “창가에 놓인 화분처럼 앉아서” 구부러진 골목을 바라본다. 이삿짐 트럭과 배달 오토바이 옆으로 가로등이 켜지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마법 같은 순간. 그것은 이웃집 대문이 “꾹 눌러놓은 빨래집게 같은 사람들”처럼 굳게 닫혀 있어도, 그 너머의 삶에 가만히 시선을 건네는 시인의 마음이다. 「세탁」에서 야간 수거함에 모인 얼룩진 옷가지들은 도시인들의 각자도생을 은유하는 듯하지만, “말리지 못한 마음”이나 “주소 없이 도착하는 그리움”은 여전히 타인을 향한 끈을 놓지 않는 시인의 내면을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고봉준의 해설처럼, 시인은 “밀집된 세계이지만,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처럼 사람들은 그곳에서 연대감이 아니라 파편화된 상태로 오직 각자도생의 삶을 살아간다”고 정의되는 도시의 비정한 현실 속에서도, 끊임없이 “타인과의 관계를 지향하려는 몸짓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성은주 시인의 시는 또한 상처와 아픔을 끌어안는 데 주저함이 없다. 폐업한 카페의 ‘비상등’을 통해 시인은 사라지는 것들의 흔적을 기억하고, 그 상실 속에서 “살다 보면 살아지는 걸까/살다 보면 사라지는 걸까”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칠곡」에서 시인은 자신이 겪은 상처를 “어둡고서야 드러나는 별처럼, 깨지고서야 더 아름답게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처럼” 묘사하며, 아픔의 자리가 결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도약대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떨어진 꽃잎이 봄을 알리고, 딱딱한 껍질을 뚫고 새잎이 돋아나듯, 시인은 상처의 자리에서 피어나는 생명의 끈질김을 노래하며 “다시, 부활의 힘으로 잊었던 계절과 순한 것들의 둘레에 앉아 찢기지 않는 점선이 되어 고요한 별자리를 따라 떠돌고 싶어”라고 고백한다. 이는 고통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삶에 대한 경외이자, 상처를 품고 나아가려는 시인의 단단한 의지이다.
시집 『코끝의 도시』는 차가운 도시의 시선을 넘어, 그 속에 숨겨진 온기와 관계의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한 시인의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여정이다.? 시집을 덮고 나면, 우리 주변의 흔한 풍경들이 더 이상 무심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 버려진 작은 조각들, 그리고 깊숙이 묻어둔 상처들이 모두 하나의 문장이 되어 우리의 코끝에 아릿한 삶의 숨결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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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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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의 자리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삶과 시
성은주의 두 번째 시집은 '관계'에 대한 지향이 특징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자체가 거대한 관계의 집합체이며, 그런 한에서 관계는 이미-항상 우리의 존재 조건이다. 사실 '관계'는 그 자체로 긍정적인 것도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 우리는 혼자 있다고 느낄 때조차 사실은 나 아닌 존재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는 '관계'를 지나치게 인간적인 것으로 이해함으로써 인간 아닌 것, 가령 바람, 햇빛, 구름, 공기 등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보다 인간 아닌 존재들과의 관계에 더 많이 의존하면서 살아간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우리가 종종 자신을 모든 관계에서 단절된 존재, 요컨대 단독자로서의 개인이라고 상상하는 이유는 인간 아닌 존재의 존재함, 즉 있음(being)을 부재로 인식하거나 '관계'를 지나치게 인간을 중심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재에 대한 근대적 사고, 그리고 모든 관계를 단절시킴으로써 삶을 고립되어 살아가는 과정으로 느끼게 만드는 도시라는 현대적 삶의 조건, 이것들이 바로 관계에 대한 단절과 인식의 왜곡을 초래하는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성은주의 시는 윤리적이다. 그녀의 시는 세상의 경계로 내몰리는 존재들의 삶, 유용성을 인정받지 못해 버려지는 사물들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으며, 세계와의 '불화'를 강조하는 동시대 젊은 시인들의 시와 달리 도시 문명이 강제하는 단자화된 분할을 넘어 자신의 바깥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를 향해 따뜻한 손을 내뻗는다. 시인은 고독한 독주(獨奏)보다는 "느린 합주"(「파이프오르간」)을 선호하며, 세상과 타인을 향해 날카롭고 뾰족한 모서리를 내밀고 있는 형상보다는 몽돌의 "둥근 행성"(「몽돌」)에 한층 친밀감을 느낀다. 그녀의 화자들은 자신이 이러한 지향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할 때 부끄러움을 느낀다. 가령 「손」의 화자가 그렇다. 이 시의 화자는 대학 병원 화장실 입구에서 "휠체어를 탄 사내가 방향 잃은 채 손을 놓고 있"(「손」)는 모습을 외면한 후 "불쑥 들켜버리는 얼룩 같은 부끄러움"(「손」)을 느낀다. 이러한 윤리적 태도는 단자화된 개인의 삶을 강제하는 도시의 질서에 반(反)하는 몸짓이다.
성은주의 두 번째 시집은 '관계'에 대한 지향이 특징이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는 다양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자체가 거대한 관계의 집합체이며, 그런 한에서 관계는 이미-항상 우리의 존재 조건이다. 사실 '관계'는 그 자체로 긍정적인 것도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 우리는 혼자 있다고 느낄 때조차 사실은 나 아닌 존재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는 '관계'를 지나치게 인간적인 것으로 이해함으로써 인간 아닌 것, 가령 바람, 햇빛, 구름, 공기 등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인간보다 인간 아닌 존재들과의 관계에 더 많이 의존하면서 살아간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우리가 종종 자신을 모든 관계에서 단절된 존재, 요컨대 단독자로서의 개인이라고 상상하는 이유는 인간 아닌 존재의 존재함, 즉 있음(being)을 부재로 인식하거나 '관계'를 지나치게 인간을 중심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재에 대한 근대적 사고, 그리고 모든 관계를 단절시킴으로써 삶을 고립되어 살아가는 과정으로 느끼게 만드는 도시라는 현대적 삶의 조건, 이것들이 바로 관계에 대한 단절과 인식의 왜곡을 초래하는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성은주의 시는 윤리적이다. 그녀의 시는 세상의 경계로 내몰리는 존재들의 삶, 유용성을 인정받지 못해 버려지는 사물들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으며, 세계와의 '불화'를 강조하는 동시대 젊은 시인들의 시와 달리 도시 문명이 강제하는 단자화된 분할을 넘어 자신의 바깥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를 향해 따뜻한 손을 내뻗는다. 시인은 고독한 독주(獨奏)보다는 "느린 합주"(「파이프오르간」)을 선호하며, 세상과 타인을 향해 날카롭고 뾰족한 모서리를 내밀고 있는 형상보다는 몽돌의 "둥근 행성"(「몽돌」)에 한층 친밀감을 느낀다. 그녀의 화자들은 자신이 이러한 지향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할 때 부끄러움을 느낀다. 가령 「손」의 화자가 그렇다. 이 시의 화자는 대학 병원 화장실 입구에서 "휠체어를 탄 사내가 방향 잃은 채 손을 놓고 있"(「손」)는 모습을 외면한 후 "불쑥 들켜버리는 얼룩 같은 부끄러움"(「손」)을 느낀다. 이러한 윤리적 태도는 단자화된 개인의 삶을 강제하는 도시의 질서에 반(反)하는 몸짓이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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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해변엔 마감이 없다
문어 / Shall we move / 길고 흰 책 / 연화정도서관 / 소멸하지 않고 서성거리는 / 카이트보드 / 칠곡 / 최후의 심판 /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 별이 빛나는 밤에 / 숨은그림찾기 / 나홀로나무 / 세탁 / 몽돌
2부 서로의 이름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거가대교 / 재재在在 / 손 / 희극과 비극 사이 / 구조 조정 / 어쩔 수 없는 일 / 목화 / 시소 / 점, 占 / 안국역 6번 출구 / 그러니까 / Kiss / 테베를 여는 100개의 문 / 간단합니다 / 에트르타 절벽의 일몰 / 붉은점모시나비 / 체라푼지 / 바다 고양이 식당 / 무언극 / 해어화 / 나를 닮은 사람 / 싱잉볼 / 나 없이 너는
3부 바나나처럼 휘어 있는 소문
코끝의 도시 / 모르는 사람들 / 선 / 당신의 계절 / 고속도로 / 게르니카 / 거품에 대하여 / 사과는 없었다 / 종이 피에로 / 파이프오르간 / 코시안 / 무엇이든 위조해 드립니다 /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 / 초 / 포말하우트
해설 다시 쓰는 일은 다시 사는 일 | 고봉준(문학평론가)
문어 / Shall we move / 길고 흰 책 / 연화정도서관 / 소멸하지 않고 서성거리는 / 카이트보드 / 칠곡 / 최후의 심판 / 사라진 것들을 위하여 / 별이 빛나는 밤에 / 숨은그림찾기 / 나홀로나무 / 세탁 / 몽돌
2부 서로의 이름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거가대교 / 재재在在 / 손 / 희극과 비극 사이 / 구조 조정 / 어쩔 수 없는 일 / 목화 / 시소 / 점, 占 / 안국역 6번 출구 / 그러니까 / Kiss / 테베를 여는 100개의 문 / 간단합니다 / 에트르타 절벽의 일몰 / 붉은점모시나비 / 체라푼지 / 바다 고양이 식당 / 무언극 / 해어화 / 나를 닮은 사람 / 싱잉볼 / 나 없이 너는
3부 바나나처럼 휘어 있는 소문
코끝의 도시 / 모르는 사람들 / 선 / 당신의 계절 / 고속도로 / 게르니카 / 거품에 대하여 / 사과는 없었다 / 종이 피에로 / 파이프오르간 / 코시안 / 무엇이든 위조해 드립니다 / 투탕카멘의 황금마스크 / 초 / 포말하우트
해설 다시 쓰는 일은 다시 사는 일 | 고봉준(문학평론가)
저자
저자
성은주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창』, 그림책 『수박씨 발자국』이 있다.
시집 『창』, 그림책 『수박씨 발자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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