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되는 날입니다(시인의일요일시집 44)
신혜정 시집
당신의 세계를 무너뜨리는
영원의 질문
㈜시인의일요일에서 신혜정의 신작 시집 『가만히 있어도 되는 날입니다』가 출간되었다. 혹시나 당신이 별생각 없이 덜컥 이 시집을 읽는다면 당신은 당신이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이 흔들리는 아찔함과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시집을 읽는 당신은, ?사라지거나 잊힌 존재들의 속삭임 속에서, 찰나와 영원의 경계를 탐색하며, 삶과 존재의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혜정 시집은 시간의 흐름을 거부하고, 찰나 속에 영원이 깃들고 영원이 다시 찰나로 돌아오는 독특한 감성으로 가득하다. “아득하거나 너무 가까움이 문득 아찔하다는 생각 순간이 곧 영원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바라보다」)처럼, 시인은 익숙한 것들의 너머를 바라보도록 이끌며 현대 사회에서 잊힌 것들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시인은 “영영 눈멀어 보시겠어요? 영원을 보시겠어요?”(「엑소포니」)라고 묻는다.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진실을 감각하도록 당신을 초대하는 마녀의 질문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이 시집의 가장 큰 특징은 시인이 창조한 ‘뒤틀린 질서의 집’이라는 독자적인 세계관이다. 이곳에서는 중력과 방향이 사라지고(「무중력 쇼」), 파괴가 새로운 질서가 되며(「플루토」), 탄생과 죽음의 순서마저 뒤집힌다. “생에서 생을 빼면 무엇이 남는가. 물에서 물을 빼면 무엇이 남는가. 숨에서 숨을 빼면 무엇이 남는가.”(「아가미」) 같은 존재론적 질문들이 당신의 가슴 깊숙이 파고든다. 신혜정 시인은 인간의 조건을 벗어나 언어 이전의 상태, ‘엑소포니’로의 변이를 시도한다. 이는 생물학적 퇴행이 아닌, 결핍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찾는 급진적인 진화이며, 시인의 깊은 철학적 사유가 담겨 있다. 이 독특하고 기이한 세계가 기존의 가치와 세계에 갇힌 당신을 무너뜨리고 영원의 질문을 던진다.
시집 『가만히 있어도 되는 날입니다』는 단순한 감정적 공감을 넘어, 존재의 근원에 대한 철학적 사유로 이끈다. 시인은 찰나의 순간에서 영원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감각을 일깨운다. 김유태 시인의 해설처럼 “나는 끝도 없이 타오르는 집 한 채에서, 끝내 오지 않을 너의 노크를 이미 듣고 있었노라고.”라는 구절은 당신이 시집을 통해 시간의 밀도를 달리 느끼고, 죽음을 통해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유의 전환을 경험하게 될 것임을 암시한다.
신혜정 시인만의 고유한 시적 마력이, 당신의 내면 깊숙이 숨겨진 질문들을 깨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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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미 듣고 있었노라
시인은 눈앞에 놓인 찰나와 영원의 문턱을 드나들면서, 존재와 부재 사이에 놓인 교각 위에 올라, 그 사잇길에 잔류하는 신체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럼으로써 시인은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지만, 여기에도 없고 저기에도 없는 상태가 되며 영원과 찰나와 한 몸으로 결속된다. 시인의 몸은 산개하는 찰나들의 아카이브이자 영원의 숨이 기탁되는 보관소다.
신혜정의 시집은 영원과 찰나의 목격자인 그의 화자들이 분기하는 집이다. 사라지거나 지워지거나 잊히거나 흘려보내지거나 지나쳐 버린 고아 유령들이 찰나를 비집고 영원의 틈에서 말을 거는 집. 시인은 자신의 몸을 영원과 찰나가 교차하는 성으로 내어주고, 한때 자신이었던 화자들을 머무르게 한다. 이 집의 거주자들은 이미 죽은 자이며 죽어가는 자이고 죽음으로써 죽어감으로써 산 자, 살아가는 자다. 우리는 그 집으로 진입하면서 영원과 찰나의 관계망 속으로 연루된다. 하지만 저 집의 내부로 입장하기 위해선 몇 가지 경고음을 숙지해야 한다. 이는 첫 번째 시 「편지-에필로그」에 상세히 기술되어 있으며, 시인이 규정하는 세계의 질서는 이처럼 몇 가지 법칙을 따른다. 경고문 앞에서 우리는 잠시 머뭇거려야만 한다.
시인은 전쟁과 참사라는 거대한 폭력의 궤도만을 응시하지 않는다. 이 시집의 미학은 조용한 폭력을, 폭력의 주변부에서 고개를 들어 바라보려는 데 있다. 「검은 시절」은 기억과 애도 사이에 놓은 부고가 주는 일상적 폭력을 다룬다. 죽은 이를 기리는 부고가 역설적으로 당사자를 이야기 속에서 삭제하고, 청자의 감정만을 중심에 서게 할 때의 폭력 말이다.
"이야기가 청자들의 마음을 슬픔으로 물들이는 동안/그이가 지워지고 만다"란 문장 속에서, 망자는 은밀하게 밀려나는 자리에 선다는 것이다. 폭력은 피를 흘리고 뼈를 보이는 지점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님을 시인은 안다. 누군가를 서서히 지우는 일상의 가학은, 침묵의 행위로서도 가능함을 다음 시 역시 증언한다. 「4」에서 "무엇을 피하는지도 모른 채 달아나야 했던 아이가 남긴/가쁜 숨소리 같은 파도가/달싹달싹 검은 돌에 닿을 때"의 순간은 의식 없이 지속되는 폭력의 무심함과 이름 없는 피해자의 침묵을 소환한다. 개발이라는 폭력보다도 중요한 건 도망쳐야 했다는 사실 자체이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온 세계는 화자들의 진술로 인해 다시 호출된다. 이름 없이 사라진 사람과 애도되지 못한 죽음에 대해 화자는 기억하라는 요청을 부표처럼 띄운다. 말해지지 않은 폭력의 곁에 서서 기억의 윤리를 복원하라는 청구서이기도 하다.
목차
목차
편지-에필로그 / 엑소포니 / 아가미 / 진주 / 내가 그린 늑대 그림 / 검은 시절 / 구전설화-작자미상 / 편지-투명인간 / 메멘토 모리 / 낙산사 / 선셋홀 / 유구한 일-유기;遺棄 / 궁수자리
2부
여름이었다 / 바람의 집 / 와이드하고 너무 가깝게 / 바라보다 / 하품 / 편지-사구 / 편지-버드 뷰 / 꽃의 진화 / 미러링 / 언두잉 / 맨스플레인 / 이미 / 4 / 편지-비문증 / 모르는 얼굴
3부
시간의 집 / 얼음의 집 / 그러니 오해일 것이다 우리가 만났을 리가 없었다 / 영은 영 / 흑체 / 플루토 / 꽃의 기원-아라키스의 잊혀진 문서 중 / 심리상담 / 양양 / K / 파워게임 / 롱테이크 / 환상통
4부
몬순샐러드 / 주머니 / 낙하 / 무중력 쇼 / 편지-워커 / 스토리텔링 뉴타운 / 호텔 스톡홀름 / 유구한 일-갤럭시 / 광안리 / 편지-랜드 오브 롤라 / 가붓하다 / 오래전 사람 하나가
해설 눈멀어야 입장 가능한 영원의 집 | 김유태 (시인·문화부 기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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