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의기소침(시인의일요일시집 50)
안정옥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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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의기소침하거나
무슨 꿍꿍이 같던 봄날에
안정옥 시인의 신작 시집 『시간의 의기소침』이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상실과 부재가 드리운 시간을 응시하며, 과거의 낡은 역할을 벗어 던지고 스스로 새로운 시간을 생성해 나가는 주체의 고독하고도 능동적인 시적 여정을 담아냈다.
시집을 관통하는 감성은 시간에 대한 서늘한 성찰이다. "다 겪었으니 나는 분명 오래전 죽은 사람"이라 고백하면서도, 시인은 "에잇, 밖에 나가 마당이나 쓸까"라며 묵묵히 현재를 일궈간다. 이 시집은 화려한 언어의 유희 대신,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만이 뱉을 수 있는 간결하고 단단한 문장들로 채워졌다. "나를 가로막는 건 언제나 나였다"는 자각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묶어둔 시간의 감옥을 발견하게 하며, "뒤를 쫓던 것처럼 지금도 쫓고 있다"는 문장은 상실을 견디는 인간의 보편적 의지를 일깨운다. 타인의 찬사에 놀라지 말라는 경계와 "존중은 해도 하인은 되지 마"라는 단호한 어조는 이 시집이 가진 독립적인 개성을 드러낸다. 특히 "아름다울 곳이 없어 꽃이 슬펐다"는 구절과 "후순위도 있다"는 통찰은 소외된 존재들을 향한 시인의 깊은 연민과 철학적 깊이를 보여준다.
이 시집의 차별점은 '시간의 사유'를 철저히 구체적 행위로 옮겨놓았다는 데 있다. 시인은 과거로 회귀하거나 미래를 낙관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의 결핍을 응시하며 '미결정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종교적 맥락에서 인간의 유한성을 인정하는 태도와 철학적 맥락에서의 생성론이 시적 언어로 치환되어, 독자들은 읽는 행위만으로도 스스로의 시간을 재정립하는 사유의 기회를 얻게 된다.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줘"라고 읊조리는 시인의 목소리는, 사라진 것들을 애도하면서도 결코 현재를 포기하지 않는 '새로운 생성'의 에너지를 품고 있다. "시간이란 것도 느닷없이 의기소침하거나 무슨 꿍꿍이인지 입 꾹 다물기도 해"라는 관찰은 평범한 일상을 낯설게 보게 하며, 독자 각자의 내면에 숨겨진 시간을 되살리는 정서적 경험을 선사한다.
안정옥 시인은 이번 시집 『시간의 의기소침』을 통해 시인은 삶의 무게를 묵묵히 짊어지고 나아가는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한층 깊이 있게 형상화했다. 그는 소외된 존재들과 공존하며, 낡은 시계에 새 건전지를 넣는 대신 자신의 남은 수명을 다하는 방식으로 단 한 번뿐인 시간을 온전히 맞이하고자 한다. 그의 시는 우리에게 뒤처진 삶도 결코 무의미하지 않음을, 묵묵히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에게도 마땅한 봄이 옴을 조용히 증명해 보인다.
무슨 꿍꿍이 같던 봄날에
안정옥 시인의 신작 시집 『시간의 의기소침』이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은 상실과 부재가 드리운 시간을 응시하며, 과거의 낡은 역할을 벗어 던지고 스스로 새로운 시간을 생성해 나가는 주체의 고독하고도 능동적인 시적 여정을 담아냈다.
시집을 관통하는 감성은 시간에 대한 서늘한 성찰이다. "다 겪었으니 나는 분명 오래전 죽은 사람"이라 고백하면서도, 시인은 "에잇, 밖에 나가 마당이나 쓸까"라며 묵묵히 현재를 일궈간다. 이 시집은 화려한 언어의 유희 대신, 삶의 밑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만이 뱉을 수 있는 간결하고 단단한 문장들로 채워졌다. "나를 가로막는 건 언제나 나였다"는 자각은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묶어둔 시간의 감옥을 발견하게 하며, "뒤를 쫓던 것처럼 지금도 쫓고 있다"는 문장은 상실을 견디는 인간의 보편적 의지를 일깨운다. 타인의 찬사에 놀라지 말라는 경계와 "존중은 해도 하인은 되지 마"라는 단호한 어조는 이 시집이 가진 독립적인 개성을 드러낸다. 특히 "아름다울 곳이 없어 꽃이 슬펐다"는 구절과 "후순위도 있다"는 통찰은 소외된 존재들을 향한 시인의 깊은 연민과 철학적 깊이를 보여준다.
이 시집의 차별점은 '시간의 사유'를 철저히 구체적 행위로 옮겨놓았다는 데 있다. 시인은 과거로 회귀하거나 미래를 낙관하는 대신, 지금 이 순간의 결핍을 응시하며 '미결정의 가능성'을 발견한다. 종교적 맥락에서 인간의 유한성을 인정하는 태도와 철학적 맥락에서의 생성론이 시적 언어로 치환되어, 독자들은 읽는 행위만으로도 스스로의 시간을 재정립하는 사유의 기회를 얻게 된다.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줘"라고 읊조리는 시인의 목소리는, 사라진 것들을 애도하면서도 결코 현재를 포기하지 않는 '새로운 생성'의 에너지를 품고 있다. "시간이란 것도 느닷없이 의기소침하거나 무슨 꿍꿍이인지 입 꾹 다물기도 해"라는 관찰은 평범한 일상을 낯설게 보게 하며, 독자 각자의 내면에 숨겨진 시간을 되살리는 정서적 경험을 선사한다.
안정옥 시인은 이번 시집 『시간의 의기소침』을 통해 시인은 삶의 무게를 묵묵히 짊어지고 나아가는 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한층 깊이 있게 형상화했다. 그는 소외된 존재들과 공존하며, 낡은 시계에 새 건전지를 넣는 대신 자신의 남은 수명을 다하는 방식으로 단 한 번뿐인 시간을 온전히 맞이하고자 한다. 그의 시는 우리에게 뒤처진 삶도 결코 무의미하지 않음을, 묵묵히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이들에게도 마땅한 봄이 옴을 조용히 증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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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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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간의 자리를 쓸고 닦으며
마주하는 미결정의 가능성
안정옥 시인이 이번 시집 『시간의 의기소침』에서 수행하는, 주체의 현재를 응시하고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지난 시간에 대한 성찰은 앞서 언급한 새로운 가능성으로서의 삶의 지평을 구축하기 위한 시적 노정이라 할 수 있다. 시집을 여는 시 「이별의 총칭」에서 시인은 시적 노정의 현재를 "눈물의 봇짐"으로 가시화한다.
'눈물'로 옷이 다 젖은 '당신'으로 말미암아 "한 발짝도 옮길 수 없을 때"를 감각하는 시인은 "당신을 떼어두"려 한다. 이때의 당신은 구체적 존재라기보다는 시인이 겪어온 삶의 시간과 그 시간에 자리한 모든 존재, 관계의 층위를 맥락화한다고 볼 수 있다. 눈물로 젖은 옷이 그 관계의 층위를 "떼어두라"고 하는 것은 지난 시간, 즉 과거와의 단절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삶의 그물망 속에 내재화된 시간이 "가두고 있는 것"을 풀어 흐르게 함으로써 다른 시간의 길을 잇는 능동적 수행에의 요구라 볼 수 있다. 이는 이전까지 시인의 "펜에 잠겼던 슬픔"을 풀어 "잉크 물이 흐를 길을 내"는 것, 그리하여 "다 겪었으니 나는 분명 오래전 죽은 사람"이라는 언술을 뒤집는 계기로 작동한다(「깃털 펜」). 그리고 이 계기로 말미암아 "무슨 일을 하며 평생을 보낼지/아직 결정된 것 없으니 무슨 일이든/다시 시작할 수도 있겠"(「800g으로 가볼까 해요」)다는 가능성의 순간을 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능성의 시간을 품는 시인의 노정이 쉽게 다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안정옥 시인이 느끼고 있는 시인이라는 정체성의 심연에는 「들깨」에서 언급되듯 "홀로 떨어져 나와 다른 것을 찾아 나서는/식물의 반복이 스스로를 지켜"내는 한편 "혼자였던 시간을 견"뎌냄으로써 의미를 획득하는 것이자 그러한 의미를 "누군가 막막하게 지켜봐" 주는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깃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그러한 태도는 "상실과 기쁨은 한 몸에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아무에게도 보여주기 싫"은 슬픔을 "스스로 견뎌야"(「고양이 네젬」) 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 한번 나를 담아 생이 만개할,/그것은 꽃을 심는 일이기도"(「나를 그곳으로 데려다줘」) 하다. 비록 "생이 나 자신을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른다는 막막함"으로 "젊은 날의 고통들로 꿈틀거리는 나를 없애고 싶"(「지렁이」)은 자기 파괴적 양태로 존재를 괴롭게 할지라도 "나를 가로막는 건 언제나 나였"음을 깨닫고 이를 딛고 나아가 "삶이 그렇게 나쁜 것 아니었다 말할 수 있"(「아주까리 잎으로도」)도록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인의 자세는 과거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현재와 미래의 꽃을 피워낼 것이 분명하다.
마주하는 미결정의 가능성
안정옥 시인이 이번 시집 『시간의 의기소침』에서 수행하는, 주체의 현재를 응시하고 그 안에 깃들어 있는 지난 시간에 대한 성찰은 앞서 언급한 새로운 가능성으로서의 삶의 지평을 구축하기 위한 시적 노정이라 할 수 있다. 시집을 여는 시 「이별의 총칭」에서 시인은 시적 노정의 현재를 "눈물의 봇짐"으로 가시화한다.
'눈물'로 옷이 다 젖은 '당신'으로 말미암아 "한 발짝도 옮길 수 없을 때"를 감각하는 시인은 "당신을 떼어두"려 한다. 이때의 당신은 구체적 존재라기보다는 시인이 겪어온 삶의 시간과 그 시간에 자리한 모든 존재, 관계의 층위를 맥락화한다고 볼 수 있다. 눈물로 젖은 옷이 그 관계의 층위를 "떼어두라"고 하는 것은 지난 시간, 즉 과거와의 단절을 요청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삶의 그물망 속에 내재화된 시간이 "가두고 있는 것"을 풀어 흐르게 함으로써 다른 시간의 길을 잇는 능동적 수행에의 요구라 볼 수 있다. 이는 이전까지 시인의 "펜에 잠겼던 슬픔"을 풀어 "잉크 물이 흐를 길을 내"는 것, 그리하여 "다 겪었으니 나는 분명 오래전 죽은 사람"이라는 언술을 뒤집는 계기로 작동한다(「깃털 펜」). 그리고 이 계기로 말미암아 "무슨 일을 하며 평생을 보낼지/아직 결정된 것 없으니 무슨 일이든/다시 시작할 수도 있겠"(「800g으로 가볼까 해요」)다는 가능성의 순간을 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가능성의 시간을 품는 시인의 노정이 쉽게 다음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안정옥 시인이 느끼고 있는 시인이라는 정체성의 심연에는 「들깨」에서 언급되듯 "홀로 떨어져 나와 다른 것을 찾아 나서는/식물의 반복이 스스로를 지켜"내는 한편 "혼자였던 시간을 견"뎌냄으로써 의미를 획득하는 것이자 그러한 의미를 "누군가 막막하게 지켜봐" 주는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깃들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쩌면 그러한 태도는 "상실과 기쁨은 한 몸에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아무에게도 보여주기 싫"은 슬픔을 "스스로 견뎌야"(「고양이 네젬」) 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시 한번 나를 담아 생이 만개할,/그것은 꽃을 심는 일이기도"(「나를 그곳으로 데려다줘」) 하다. 비록 "생이 나 자신을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른다는 막막함"으로 "젊은 날의 고통들로 꿈틀거리는 나를 없애고 싶"(「지렁이」)은 자기 파괴적 양태로 존재를 괴롭게 할지라도 "나를 가로막는 건 언제나 나였"음을 깨닫고 이를 딛고 나아가 "삶이 그렇게 나쁜 것 아니었다 말할 수 있"(「아주까리 잎으로도」)도록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인의 자세는 과거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현재와 미래의 꽃을 피워낼 것이 분명하다.
목차
목차
1부
이별의 총칭 / 깃털 펜 / 산누에나방 / 나뭇가지 새 / 자연의 재해석 / 詩詩詩한 것 / 필사본 / 800g으로 가볼까 해요 / 사과의 응답 / 땀
2부
사탕 / 1실링을 보내드립니다 / 게샤숲에 있어 그는 / 이상을 묻다 / 햄버그스테이크의 맥락 / 까치와 주변인 / 나를 보게 된다면 울어라 /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가 있다 / 강물의 깊이 / 낡은 시계
3부
잔상 / 시간의 의기소침 / 하늘말나리 / 호루라기 소리 / 고릴라처럼 무거웠다 / 활쏘기와 같다 / 코사크 자장가 / 베짱이 식으로 / 봄은 오기는 올까 / 토끼풀과 토끼의 관계
4부
들깨 / 사소한 예를 들면 / 달리아 꽃 구하기 / 고양이 네젬 / 금성에도 꽃은 있다 /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줘 / 지렁이 / 아주까리 잎으로도 / 여성주의 / 돈나무
5부
도둑의 부류 / 미미하다 무미하다 / 무심히 / 악마가 온다 / 절친하다 / 꽃의 기분 / 천사를 만나는 방법 / 완벽이라는 말 / 살모사 / 후순위도 있다
해설 시간의 사유, 그 미결정의 가능성 | 이병국 (시인 ㆍ 문학평론가)
이별의 총칭 / 깃털 펜 / 산누에나방 / 나뭇가지 새 / 자연의 재해석 / 詩詩詩한 것 / 필사본 / 800g으로 가볼까 해요 / 사과의 응답 / 땀
2부
사탕 / 1실링을 보내드립니다 / 게샤숲에 있어 그는 / 이상을 묻다 / 햄버그스테이크의 맥락 / 까치와 주변인 / 나를 보게 된다면 울어라 / 잠을 이루지 못하는 이가 있다 / 강물의 깊이 / 낡은 시계
3부
잔상 / 시간의 의기소침 / 하늘말나리 / 호루라기 소리 / 고릴라처럼 무거웠다 / 활쏘기와 같다 / 코사크 자장가 / 베짱이 식으로 / 봄은 오기는 올까 / 토끼풀과 토끼의 관계
4부
들깨 / 사소한 예를 들면 / 달리아 꽃 구하기 / 고양이 네젬 / 금성에도 꽃은 있다 /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줘 / 지렁이 / 아주까리 잎으로도 / 여성주의 / 돈나무
5부
도둑의 부류 / 미미하다 무미하다 / 무심히 / 악마가 온다 / 절친하다 / 꽃의 기분 / 천사를 만나는 방법 / 완벽이라는 말 / 살모사 / 후순위도 있다
해설 시간의 사유, 그 미결정의 가능성 | 이병국 (시인 ㆍ 문학평론가)
저자
저자
안정옥 1990년 《세계의 문학》로 등단했다.
시집 『그러나 돌아서면 그만이다』 『나의 온 삶은 훨씬 짧게』 『부서질 그를 위해 내
가 더디 늙었고』 등 12권이 있다.
시집 『그러나 돌아서면 그만이다』 『나의 온 삶은 훨씬 짧게』 『부서질 그를 위해 내
가 더디 늙었고』 등 12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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