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한 슬픈(b판시선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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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을 앞둔 늙어가는 노동자에게서 노동이 무엇인지, 공장이 어떤 곳인지를 듣는 일"
1. 이 책을 발행하며
표성배 시인의 신작 시집 〈가지런한 슬픈〉이 출간되었다. 형용사 두 개로만 이루어진 제목이 오래 눈길이 잡는다. '가지런하다'라는 말은 여럿이 층나지 않고 고르게, 잘 정돈이 된 듯하다는 말인데, 그 모양이 슬픈 까닭은 무엇일까. 시집의 표제시를 보면, 시적 화자가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진열장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닭을 바라보는데 "잘 정리된 제품처럼/정리정돈이 기본인 공장에서처럼/언제 어느 때든 누구나 쓸 수 있"(「가지런한 슬픈」)도록 되어 있는 상태다. 그런데 그 모양이 슬프게 보이는 것은 "날마다 공장에 출근해서/오늘도 무사히 손을 모았던 것처럼/두 다리를 가지런하게 모으고서는/(…)/돌아가는 라인 앞에/붙박이처럼 서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인 듯하다. 시인은 노동하는 삶을 이렇게 노래한다. "노동자에게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때와 장소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하지만,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지/정말 몰라서 모르는지/누가 그걸 정의할 수 있으랴/내일이 먼저 올까/저세상이 먼저 올까 모르면서/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길이 밥 때문이라면/그 길은 너무나 슬프고 슬픈 길"(「너무나 슬픈 길」)을 가는 일이라고 말이다. 이러하듯 표성배 시인은 이번 열두 번째 시집에서도 평생 노동자로 살아온 바대로 자기 정체성을 놓치지 않고 줄곧 노동의 서정을 보여주고 있다. 총 67편의 신작 시가 4부로 나뉘어 수록되었다.
표성배 시인은 소년공 출신 노동자다. "이곳에는 오로지 들고 내리고 자르고/굽히고 붙이고 떼고 칠하고 조이는 것이 유일한 탈출/오늘과 내일이 따로 없는/오직 한 길 직진만이 있을 뿐/이곳에서 마술처럼 하루가 사라지는 경험을/열다섯 살 때부터 해오고 있다/첫발을 들인 지 40년"(「거미집」)이 라고 말한다. 40년이 지났으니 이제 곧 정년퇴직의 시간이 도래한다. 이번 시집은 그 노동의 정년을 앞두고 자신의 삶과 노동을 돌아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집중력은 시집 권말에조차 평론 형식의 해설을 붙이지 않고 자신의 〈시작 노트〉를 곁들이고 있는데, 정년을 앞둔 늙어가는 노동자에게서 노동이 무엇인지, 공장이 어떤 곳인지를 듣는 일은 너무도 소중해서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밥과 피와 노래와 눈물이 공존하는 곳, 밤낮이 따로 없는 곳, 그래서 시간이 멈추어 있는지도 모르는, 그런데도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무슨 비밀이 있어 목을 매는지 알 수 없는 곳.
무엇보다 이곳에서 내일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희망의 노를 젓고 있다면 이보다 더한 아이러니가 있을까? 어떤 설명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나는 이곳을, 공장을 밥이 세운 콜로세움이라 이름 붙인다.
공장에는 계절이 없다.
온갖 불꽃이 요란하게 피어도 꽃 한 송이 밀어 올리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곳에서 위안받는 사람들, 그들을 노동자라 부른다.
자신의 삶을 일구는 것을 제외하면, 그들에겐 불가능이란 없다. 쇳덩이로 만든 배를 물 위에 띄우고 하늘을 날게도 한다. 경이롭다. 경이롭다는 말 이외에 다른 말이 필요할까?
하지만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한다. 공장에는 계절이 없기 때문이다. 사막 같은, 그래도 사막 같은 공장에서 오늘도 꿈꾸는 이들이 있다. 그들 이름이 하나같이 똑같다."(「시작 노트」)
1. 이 책을 발행하며
표성배 시인의 신작 시집 〈가지런한 슬픈〉이 출간되었다. 형용사 두 개로만 이루어진 제목이 오래 눈길이 잡는다. '가지런하다'라는 말은 여럿이 층나지 않고 고르게, 잘 정돈이 된 듯하다는 말인데, 그 모양이 슬픈 까닭은 무엇일까. 시집의 표제시를 보면, 시적 화자가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가 진열장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닭을 바라보는데 "잘 정리된 제품처럼/정리정돈이 기본인 공장에서처럼/언제 어느 때든 누구나 쓸 수 있"(「가지런한 슬픈」)도록 되어 있는 상태다. 그런데 그 모양이 슬프게 보이는 것은 "날마다 공장에 출근해서/오늘도 무사히 손을 모았던 것처럼/두 다리를 가지런하게 모으고서는/(…)/돌아가는 라인 앞에/붙박이처럼 서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인 듯하다. 시인은 노동하는 삶을 이렇게 노래한다. "노동자에게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때와 장소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하지만, 알고도 모르는 체하는지/정말 몰라서 모르는지/누가 그걸 정의할 수 있으랴/내일이 먼저 올까/저세상이 먼저 올까 모르면서/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길이 밥 때문이라면/그 길은 너무나 슬프고 슬픈 길"(「너무나 슬픈 길」)을 가는 일이라고 말이다. 이러하듯 표성배 시인은 이번 열두 번째 시집에서도 평생 노동자로 살아온 바대로 자기 정체성을 놓치지 않고 줄곧 노동의 서정을 보여주고 있다. 총 67편의 신작 시가 4부로 나뉘어 수록되었다.
표성배 시인은 소년공 출신 노동자다. "이곳에는 오로지 들고 내리고 자르고/굽히고 붙이고 떼고 칠하고 조이는 것이 유일한 탈출/오늘과 내일이 따로 없는/오직 한 길 직진만이 있을 뿐/이곳에서 마술처럼 하루가 사라지는 경험을/열다섯 살 때부터 해오고 있다/첫발을 들인 지 40년"(「거미집」)이 라고 말한다. 40년이 지났으니 이제 곧 정년퇴직의 시간이 도래한다. 이번 시집은 그 노동의 정년을 앞두고 자신의 삶과 노동을 돌아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집중력은 시집 권말에조차 평론 형식의 해설을 붙이지 않고 자신의 〈시작 노트〉를 곁들이고 있는데, 정년을 앞둔 늙어가는 노동자에게서 노동이 무엇인지, 공장이 어떤 곳인지를 듣는 일은 너무도 소중해서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밥과 피와 노래와 눈물이 공존하는 곳, 밤낮이 따로 없는 곳, 그래서 시간이 멈추어 있는지도 모르는, 그런데도 이곳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 무슨 비밀이 있어 목을 매는지 알 수 없는 곳.
무엇보다 이곳에서 내일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 희망의 노를 젓고 있다면 이보다 더한 아이러니가 있을까? 어떤 설명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나는 이곳을, 공장을 밥이 세운 콜로세움이라 이름 붙인다.
공장에는 계절이 없다.
온갖 불꽃이 요란하게 피어도 꽃 한 송이 밀어 올리지 못한다.
그런데도 이곳에서 위안받는 사람들, 그들을 노동자라 부른다.
자신의 삶을 일구는 것을 제외하면, 그들에겐 불가능이란 없다. 쇳덩이로 만든 배를 물 위에 띄우고 하늘을 날게도 한다. 경이롭다. 경이롭다는 말 이외에 다른 말이 필요할까?
하지만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한다. 공장에는 계절이 없기 때문이다. 사막 같은, 그래도 사막 같은 공장에서 오늘도 꿈꾸는 이들이 있다. 그들 이름이 하나같이 똑같다."(「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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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목차
목차
ㅣ시인의 말ㅣ 5
제1부
내가 사랑한 샛별 13
외로워서 사람이다 14
그러하다 16
어머니 17
소파 18
감나무 한 그루 20
풀의 눈물 22
봄은 쉬이 가고 겨울은 쉬이 오리 24
봄 아지랑이 피었다 지는 25
내일을 전당포에 맡겨버리자 26
경남은행 본점을 훔치다 28
더 이상 봄은 없다 29
착하게 살아라 30
바람에 물어보는 32
그곳에도 눈 내립니까 33
올해도 여전히 꽃은 피었습니다 34
당신은 알고 있겠지요 36
제2부
한 우물에 사는 달빛 별빛같이 39
노을 앞에서 40
꿈속의 꿈 42
노래하는 눈 43
가을이 더 쓸쓸한 나이 44
당산나무 아래서 46
눈 내린 아침 48
늦은 봄날 오후 49
저녁 해가 따뜻한 시간입니다 50
처녀 꽃 52
고요는 더 멀리 달아나고 53
졸다 놀라 깬 개가 짖듯이 54
길은 시작부터 외롭다 56
반월산 57
첫차를 타는 사람들 58
제3부
공장 61
춘래불사춘 62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63
선물 64
이건 비밀입니다 66
장마 67
거미집 68
애채들이 자라지 않는 나무 70
불꽃 71
뿌리 72
너무나 슬픈 길 74
지금은 아니다 75
동백꽃보다 붉은 76
꿈에는 날개가 있어 78
참 단순한 삶 79
가지런한 슬픈 80
계약직 82
제4부
한 세기의 끝에서 1 85
한 세기의 끝에서 2 86
한 세기의 끝에서 3 87
한 세기의 끝에서 4 88
한 세기의 끝에서 5 90
한 세기의 끝에서 6 92
한 세기의 끝에서 7 93
한 세기의 끝에서 8 94
한 세기의 끝에서 9 96
한 세기의 끝에서 10 97
한 세기의 끝에서 11 98
한 세기의 끝에서 12 99
한 세기의 끝에서 13 100
한 세기의 끝에서 14 101
한 세기의 끝에서 15 102
한 세기의 끝에서 16 103
한 세기의 끝에서 17 104
한 세기의 끝에서 18 105
ㅣ시작 노트ㅣ 107
제1부
내가 사랑한 샛별 13
외로워서 사람이다 14
그러하다 16
어머니 17
소파 18
감나무 한 그루 20
풀의 눈물 22
봄은 쉬이 가고 겨울은 쉬이 오리 24
봄 아지랑이 피었다 지는 25
내일을 전당포에 맡겨버리자 26
경남은행 본점을 훔치다 28
더 이상 봄은 없다 29
착하게 살아라 30
바람에 물어보는 32
그곳에도 눈 내립니까 33
올해도 여전히 꽃은 피었습니다 34
당신은 알고 있겠지요 36
제2부
한 우물에 사는 달빛 별빛같이 39
노을 앞에서 40
꿈속의 꿈 42
노래하는 눈 43
가을이 더 쓸쓸한 나이 44
당산나무 아래서 46
눈 내린 아침 48
늦은 봄날 오후 49
저녁 해가 따뜻한 시간입니다 50
처녀 꽃 52
고요는 더 멀리 달아나고 53
졸다 놀라 깬 개가 짖듯이 54
길은 시작부터 외롭다 56
반월산 57
첫차를 타는 사람들 58
제3부
공장 61
춘래불사춘 62
크로노스와 카이로스 63
선물 64
이건 비밀입니다 66
장마 67
거미집 68
애채들이 자라지 않는 나무 70
불꽃 71
뿌리 72
너무나 슬픈 길 74
지금은 아니다 75
동백꽃보다 붉은 76
꿈에는 날개가 있어 78
참 단순한 삶 79
가지런한 슬픈 80
계약직 82
제4부
한 세기의 끝에서 1 85
한 세기의 끝에서 2 86
한 세기의 끝에서 3 87
한 세기의 끝에서 4 88
한 세기의 끝에서 5 90
한 세기의 끝에서 6 92
한 세기의 끝에서 7 93
한 세기의 끝에서 8 94
한 세기의 끝에서 9 96
한 세기의 끝에서 10 97
한 세기의 끝에서 11 98
한 세기의 끝에서 12 99
한 세기의 끝에서 13 100
한 세기의 끝에서 14 101
한 세기의 끝에서 15 102
한 세기의 끝에서 16 103
한 세기의 끝에서 17 104
한 세기의 끝에서 18 105
ㅣ시작 노트ㅣ 107
저자
저자
표성배 시인.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1995년 제6회 〈마창노련문학상〉을 받으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집으로 「아침 햇살이 그립다」, 「저 겨울산 너머에는」, 「개나리 꽃눈」, 「공장은 안녕하다」, 「기찬 날」, 「기계라도 따뜻하게」, 「은근히 즐거운」, 「내일은 희망이 아니다」, 「자갈자갈」, 「당신은 누구십니까」, 「당신이 전태일입니다」 등이 있고, 시산문집으로 「미안하다」가 있다. 제7회 〈경남작가상〉(2021)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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