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사랑한다 고백했던 말은
김윤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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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세계의 문학』을 통해 문단 활동을 시작한 김윤배 시인은 등단 37년을 맞아 열여덟 번째 시집 『내가 너를 사랑한다 고백했던 말은』을 발간했다. 이번 시집에는 「꽃말」 「백년 독자」 「후포」 「달그림자」 「카타콤」 「율려」 「내 영혼이 아플 때」 「미몽」 등 신작시 77편을 실었다.
현대시는 마법적 가치와 혁명적 소망이라는 양극 사이를 왕복한다. 마법적 가치에 대한 긍정이 상상력의 시 세계를 완성하고 혁명적 소망이 역사의식의 시 세계를 완성한다. 그러나 이 양극은 서로 회통하므로 하나이다. 시인은 두 양극을 한 시편에 넣기도 하며 다른 시편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시인의 이러한 양극적 운동은 인간의 조건에 대한 인간의 반역으로 보아야 한다. 어느 쪽이든 규범 지향과 가치 지향과 윤리 지향으로 대변되는 상식적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현대시는 마법적 가치와 혁명적 소망이라는 양극 사이를 왕복한다. 마법적 가치에 대한 긍정이 상상력의 시 세계를 완성하고 혁명적 소망이 역사의식의 시 세계를 완성한다. 그러나 이 양극은 서로 회통하므로 하나이다. 시인은 두 양극을 한 시편에 넣기도 하며 다른 시편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시인의 이러한 양극적 운동은 인간의 조건에 대한 인간의 반역으로 보아야 한다. 어느 쪽이든 규범 지향과 가치 지향과 윤리 지향으로 대변되는 상식적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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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마법적 가치에 대한 긍정은 영감에 대한 믿음에서 온다. 영감은 신의 숨결이 불어 넣어진 것이라는 의미이며 들숨이라는 뜻이고 예측하거나 기획되지 않은 것들과의 조우를 말한다. 시인의 상상력은 유한을 넘어선다. 시인의 언어적 운산 너머에 있는 들숨의 체험이 시인 것이다. 시인은 무엇으로든 상처받은 자이다. 상처의 원초적 치유는 주술이며 들숨이다. 이러한 치유 과정은 감각적 영역 바깥을 바라보게 하며 영원한 구원을 향하게 한다. 시를 통한 구원은 사회적 좌표 속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모리스 메를로퐁티는 '우리의 몸은 거대한 다이아몬드의 흠집과 같다'고 말한다. 여기서 흠집이란 인간으로서의 불량품이라는 뜻이며 스캔들을 가진 인간이라는 의미고 인간으로서 불가결한 빈틈을 가지고 있다는 뼈아픈 통찰이다. 그러므로 흠집은 세계와 나 사이의 빈틈이며 착각의 불가결이기도 하다.
시인은 세계를 눈이라는 빈틈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눈이 어째서 빈틈인가는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운명적 선택이 얼마나 후회막급이었는가를 생각하면 내 눈을 내가 찌르고 싶었던 회한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시가 신체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틀리지 않는 말이지만 이 말이 시인을 절망케 할 수도 있다. 시는 결국 착각의 미학이며 흠집이 이루어 내는 투명한 결정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눈은 신처럼 세상을 조감하지 못한다. 중국 송북 시대의 유명한 화가 장택단의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라는 두루마리 그림은 북송의 수도였던 카이펑의 청명절 풍경을 그린 그림인데 너무 길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카이펑의 풍물을 여러 각도의 시각으로 그린 그림이다. 이와 같은 큐비즘적 화풍은 세잔에게서 처음 시도되었다. 세잔은 같은 장소를 여러 각도에서 그렸다. 세잔의 큐비즘적 시각은 시인이 사물을 보는 시각과 닮았다. 시인은 한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 본질을 꿰뚫어 보려는 수단으로 상상력이라는 정신적 도구를 사용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든 보이는 것이 보인다면 보이는 그것은 그 사물의 본질로 시인이 그 사물의 본질을 꿰뚫은 것이 된다.
이때 본다는 것은 시인이 사물을 보는 것이라기보다 사물이 시인을 본다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화가 앙드레 마르시앙은 '숲속에서 나는 숲을 바라보는 있는 것은 내가 아니었다는 것을 느끼곤 했다. 어느 날 나는 나를 바라보며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은 바로 나무들이라고 느꼈다. 나는 화가란 우주에 의해 꿰뚫린 자임에 틀림없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생각은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의 신화에 닿는다.
시인의 마법적 가치에 대한 무한 긍정은 몸의 상처인 눈으로 만나는 사물과의 조우에서 시작되는 것이며 사물이 시인에게 혹은 바깥의 세상이 시인에게 말을 걸어오는 순간에 빛나는 시문 혹은 이미지가 섬광처럼 오는 것이다. 시인은 우주에 의해 꿰뚫린 자이다.
시인의 상상력은 말과 사물을 향해 꿈꾸게 한다. 말과 사물이 하나이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말과 사물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때 시인은 갈등하며 혼란스러워한다. 이는 존재와 존재자의 문제이며 사물의 본질과 그 본질을 드러내는 언어의 문제이다. 말과 사물, 이름과 이름이 붙여진 것 사이의 융합은 그보다 먼저 시인이 자기 자신과 세계와의 화해를 요구한다. 그 화해의 매개가 상상력이며 마법적 가치이다.
전생이라고 말하면 검은 잎들이 돋아나는 죽은 느티나무가 달그림자 속에 선다
달그림자를 본 것이 내 실수다
평생 달을 보지 않았던 내가 그날 달그림자를 보고 정신을 잃었다
전생을 보았던 것이다
붉은 달이 뜨고 붉은 달그림자가 세상을 붉게 덮었다
달이 세상을 이기는 순간이었다
붉은 달그림자가 일렁이는 바다에 거대한 성채를 지었다
─「달그림자」 전문
혁명적 소망은 말의 교란에서 태어난다. 역사이든 개인사이든 그 압박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은 의식과 의식에 따라 역사를 해명해 온 용어를 부수는 일이다. 용어를 부수는 일은 말의 파괴이며 인식의 재탈출이고 의식의 새로운 깊이다. 다시 말하면 역사적 실존이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이 역사적 실존을 결정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혁명적 시도는 소외된 의식의 회복으로 나타나며 세계에 대한 진정한 의식을 갖는 데서 시작된다.
헤겔이 '이성적인 것이 현실적인 것이며 현실적인 것이 이성적인 것이다'라고 말해 좌파와 우파의 아전인수식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담론이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좌파에서는 이성적인 것이 현실적인 것이란 인간의 사유가 언제라도 현실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으로, 마르크스의 이론을 실천으로 이끌어내는 강력한 동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우파에게는 현실적인 것이 이성적인 것이란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 자체로 이성적 사유의 결론이라는 해석을 가지고 현실을 정당화하는 논거를 마련해 주었던 것이다. 어느 편에 서든 현실은 비이성적인 탐욕의 결과이거나 반이성적인 폭력으로 은폐된 허위의 현실에서 꿈꾸며 절망하며 사랑하며 증오하며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인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중들은 허위와 위선에 분노하지 못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잠언에 몸을 떨었지만 이제는 진리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침묵한 것은 아니다.
시인은 진리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고통에 기꺼이 온몸을 바친다. 그러고는 존재하는 현실로부터 존재해야 하는 이성적인 것들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현상을 통해 현상의 이면에 숨죽이며 떨고 있는 본질을 드러내는 사유의 힘이 혁명적 소망을 향한 시각이다.
종소리는 죽은 자의 잠을 깨우는 의식이었다
종소리는 수시로 들렸다
수시로 누군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미선나무도 잠에서 깨어나고 가문비나무도 잠에서 깨어나고 수리부엉이도 잠에서 깨어난다
깊은 잠에 든 여배우도 잠에서 깨어나 스크린으로 복귀할 것이고 생명 사상을 펼치다 깊은 잠에 든 시인도 잠에서 깨어나 원고지 앞에 앉을 것이다
봄이니까, 세상이 깨어나니까
눈빛이 어디에 닿아 종소리가 들리게 될지 알 수 없다
눈빛은 어딘가에 닿을 것이고 종소리는 들릴 것이다
─「눈빛이 닿으면 종소리가 들렸다」 전문
세상의 모든 시편은 시인의 창조적 의지가 개입되어 있다. 창조적 의지 없이 탄생된 시편은 없는 것이다. 예컨대 자동기술법도 자동기술이라는 의지가 개입된 것이며 무의미 시도 무의미라는 의지가 개입된 것이다.
아무리 우리말이 역동적이라 하더라도 말 자신이 시를 이루어 가지는 못한다. 이 말은 시적 창조를 언어의 역동적 기능에만 맡길 수는 없다는 말이기도 하며 알파고가 시를 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은 시인에 의해 호명되었을 때 역동적인 모습으로 치환되는 것이며 말의 의미가 증폭되는 것이다.
시어들은 따지고 보면 가공되지 않은 질료들이다. 진정한 의미는 질료 속에 숨어 있으며 시인에 의해 의미가 채굴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편들은 의미나 메시지나 시 정신이 마멸된 것처럼 흐려 보여 잘 판독되지 않는 로블떼라시옹l'oblite'ration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 판독되지 않는 혹은 가공되지 않은 질료의 원형은 시편 안에서 완성된 세계에 머물지 않게 하는 시선의 확장을 의미한다. 이때의 시선이야말로 무한한 가능성으로 나갈 수 있는 구원의 빛인 것이다
시에서의 우상은 우리의 시선을 감각 속에 머물게 하지만 표상은 우리의 시선을 감각의 세계를 지나 무한한 곳으로 이끈다. 시편이 모든 것을 다 드러내고 있으면 우상에 사로잡힌 것이다. 우상은 시편의 여러 곳에서 출몰한다. 좋아하는 시인의 어법과 문장 답습, 고전이 된 작품의 영향, 대중적인 인기 영합, 상투성과의 타협,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의 실종, 매명과 명예의 추구, 권력과의 야합, 본질 추구의 포기, 미사여구美辭麗句와 교언영색巧言令色 등은 우상의 전형이다. 무엇보다 큰 우상은 자기 자신임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과 싸워야 한다는 말은 자신이 세운 자기 안의 성전을 부수라는 뜻이고 그 성전 안에 강고하게 군림하고 있는 자신이라는 우상을 파괴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모리스 메를로퐁티는 '우리의 몸은 거대한 다이아몬드의 흠집과 같다'고 말한다. 여기서 흠집이란 인간으로서의 불량품이라는 뜻이며 스캔들을 가진 인간이라는 의미고 인간으로서 불가결한 빈틈을 가지고 있다는 뼈아픈 통찰이다. 그러므로 흠집은 세계와 나 사이의 빈틈이며 착각의 불가결이기도 하다.
시인은 세계를 눈이라는 빈틈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눈이 어째서 빈틈인가는 설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우리들의 운명적 선택이 얼마나 후회막급이었는가를 생각하면 내 눈을 내가 찌르고 싶었던 회한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시가 신체로부터 시작되는 것은 틀리지 않는 말이지만 이 말이 시인을 절망케 할 수도 있다. 시는 결국 착각의 미학이며 흠집이 이루어 내는 투명한 결정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의 눈은 신처럼 세상을 조감하지 못한다. 중국 송북 시대의 유명한 화가 장택단의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라는 두루마리 그림은 북송의 수도였던 카이펑의 청명절 풍경을 그린 그림인데 너무 길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카이펑의 풍물을 여러 각도의 시각으로 그린 그림이다. 이와 같은 큐비즘적 화풍은 세잔에게서 처음 시도되었다. 세잔은 같은 장소를 여러 각도에서 그렸다. 세잔의 큐비즘적 시각은 시인이 사물을 보는 시각과 닮았다. 시인은 한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 본질을 꿰뚫어 보려는 수단으로 상상력이라는 정신적 도구를 사용한다. 어느 각도에서 보든 보이는 것이 보인다면 보이는 그것은 그 사물의 본질로 시인이 그 사물의 본질을 꿰뚫은 것이 된다.
이때 본다는 것은 시인이 사물을 보는 것이라기보다 사물이 시인을 본다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화가 앙드레 마르시앙은 '숲속에서 나는 숲을 바라보는 있는 것은 내가 아니었다는 것을 느끼곤 했다. 어느 날 나는 나를 바라보며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은 바로 나무들이라고 느꼈다. 나는 화가란 우주에 의해 꿰뚫린 자임에 틀림없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이러한 생각은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이아의 신화에 닿는다.
시인의 마법적 가치에 대한 무한 긍정은 몸의 상처인 눈으로 만나는 사물과의 조우에서 시작되는 것이며 사물이 시인에게 혹은 바깥의 세상이 시인에게 말을 걸어오는 순간에 빛나는 시문 혹은 이미지가 섬광처럼 오는 것이다. 시인은 우주에 의해 꿰뚫린 자이다.
시인의 상상력은 말과 사물을 향해 꿈꾸게 한다. 말과 사물이 하나이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말과 사물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때 시인은 갈등하며 혼란스러워한다. 이는 존재와 존재자의 문제이며 사물의 본질과 그 본질을 드러내는 언어의 문제이다. 말과 사물, 이름과 이름이 붙여진 것 사이의 융합은 그보다 먼저 시인이 자기 자신과 세계와의 화해를 요구한다. 그 화해의 매개가 상상력이며 마법적 가치이다.
전생이라고 말하면 검은 잎들이 돋아나는 죽은 느티나무가 달그림자 속에 선다
달그림자를 본 것이 내 실수다
평생 달을 보지 않았던 내가 그날 달그림자를 보고 정신을 잃었다
전생을 보았던 것이다
붉은 달이 뜨고 붉은 달그림자가 세상을 붉게 덮었다
달이 세상을 이기는 순간이었다
붉은 달그림자가 일렁이는 바다에 거대한 성채를 지었다
─「달그림자」 전문
혁명적 소망은 말의 교란에서 태어난다. 역사이든 개인사이든 그 압박에서 자유로워지는 길은 의식과 의식에 따라 역사를 해명해 온 용어를 부수는 일이다. 용어를 부수는 일은 말의 파괴이며 인식의 재탈출이고 의식의 새로운 깊이다. 다시 말하면 역사적 실존이 의식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이 역사적 실존을 결정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혁명적 시도는 소외된 의식의 회복으로 나타나며 세계에 대한 진정한 의식을 갖는 데서 시작된다.
헤겔이 '이성적인 것이 현실적인 것이며 현실적인 것이 이성적인 것이다'라고 말해 좌파와 우파의 아전인수식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담론이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좌파에서는 이성적인 것이 현실적인 것이란 인간의 사유가 언제라도 현실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것으로, 마르크스의 이론을 실천으로 이끌어내는 강력한 동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우파에게는 현실적인 것이 이성적인 것이란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 자체로 이성적 사유의 결론이라는 해석을 가지고 현실을 정당화하는 논거를 마련해 주었던 것이다. 어느 편에 서든 현실은 비이성적인 탐욕의 결과이거나 반이성적인 폭력으로 은폐된 허위의 현실에서 꿈꾸며 절망하며 사랑하며 증오하며 살아가고 있는 삶의 현장인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중들은 허위와 위선에 분노하지 못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라는 잠언에 몸을 떨었지만 이제는 진리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침묵한 것은 아니다.
시인은 진리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고통에 기꺼이 온몸을 바친다. 그러고는 존재하는 현실로부터 존재해야 하는 이성적인 것들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현상을 통해 현상의 이면에 숨죽이며 떨고 있는 본질을 드러내는 사유의 힘이 혁명적 소망을 향한 시각이다.
종소리는 죽은 자의 잠을 깨우는 의식이었다
종소리는 수시로 들렸다
수시로 누군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다 미선나무도 잠에서 깨어나고 가문비나무도 잠에서 깨어나고 수리부엉이도 잠에서 깨어난다
깊은 잠에 든 여배우도 잠에서 깨어나 스크린으로 복귀할 것이고 생명 사상을 펼치다 깊은 잠에 든 시인도 잠에서 깨어나 원고지 앞에 앉을 것이다
봄이니까, 세상이 깨어나니까
눈빛이 어디에 닿아 종소리가 들리게 될지 알 수 없다
눈빛은 어딘가에 닿을 것이고 종소리는 들릴 것이다
─「눈빛이 닿으면 종소리가 들렸다」 전문
세상의 모든 시편은 시인의 창조적 의지가 개입되어 있다. 창조적 의지 없이 탄생된 시편은 없는 것이다. 예컨대 자동기술법도 자동기술이라는 의지가 개입된 것이며 무의미 시도 무의미라는 의지가 개입된 것이다.
아무리 우리말이 역동적이라 하더라도 말 자신이 시를 이루어 가지는 못한다. 이 말은 시적 창조를 언어의 역동적 기능에만 맡길 수는 없다는 말이기도 하며 알파고가 시를 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말은 시인에 의해 호명되었을 때 역동적인 모습으로 치환되는 것이며 말의 의미가 증폭되는 것이다.
시어들은 따지고 보면 가공되지 않은 질료들이다. 진정한 의미는 질료 속에 숨어 있으며 시인에 의해 의미가 채굴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편들은 의미나 메시지나 시 정신이 마멸된 것처럼 흐려 보여 잘 판독되지 않는 로블떼라시옹l'oblite'ration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 판독되지 않는 혹은 가공되지 않은 질료의 원형은 시편 안에서 완성된 세계에 머물지 않게 하는 시선의 확장을 의미한다. 이때의 시선이야말로 무한한 가능성으로 나갈 수 있는 구원의 빛인 것이다
시에서의 우상은 우리의 시선을 감각 속에 머물게 하지만 표상은 우리의 시선을 감각의 세계를 지나 무한한 곳으로 이끈다. 시편이 모든 것을 다 드러내고 있으면 우상에 사로잡힌 것이다. 우상은 시편의 여러 곳에서 출몰한다. 좋아하는 시인의 어법과 문장 답습, 고전이 된 작품의 영향, 대중적인 인기 영합, 상투성과의 타협, 시대정신과 역사의식의 실종, 매명과 명예의 추구, 권력과의 야합, 본질 추구의 포기, 미사여구美辭麗句와 교언영색巧言令色 등은 우상의 전형이다. 무엇보다 큰 우상은 자기 자신임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과 싸워야 한다는 말은 자신이 세운 자기 안의 성전을 부수라는 뜻이고 그 성전 안에 강고하게 군림하고 있는 자신이라는 우상을 파괴하라는 강력한 메시지다.
목차
목차
1
꽃말 ______ 10
백년 독자 ______ 12
광? ______ 14
지하창고의 비밀 ______ 16
떠난 자만이 돌아올 수 있다 ______ 18
몽유, 혹은 검은 대륙 ______ 19
획? ______ 21
질문하는 돌 ______ 23
당신은 내 피를 맛보았다 ______ 25
쓰러지는 숲 ______ 27
미래 ______ 29
정한의 기록 ______ 31
그 숲에 다시 들 수 있을까 ______ 33
붉어지는 하늘에 무지개를 띄울 수 없는 날의
우울은 어둠을 묶을 수 있을까 ______ 34
영혼이라는 새가 지하를 날게 되면
먼저 무엇을 보았을까 ______ 36
2
누가 검은 눈물로 울고 있다 ______ 38
항상 기다리는 나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사람보다 덜 슬플까 ______ 39
영혼의 뿌리 ______ 41
보이지 않는 힘 ______ 42
지하 묘지마다 누워 있는 시편들의 미라를
어둠이 열고 있다 ______ 44
탈출 ______ 45
투명한 밤으로 천을 짜는 여인이여 ______ 46
한순간을 날기 위해 ______ 48
먼, 먼 ______ 50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말은 ______ 51
내 영혼이 아플 때 ______ 53
하루 ______ 55
절멸 ______ 57
3
미몽 ______ 60
상처 난 밤 속으로 호수의 잠들지 못한 마음이
펄럭이는 시간이다 ______ 62
나는 생애의 끝까지 그리운 곳을
생각하게 될 운명이다 ______ 64
계절이 상한 냄새를 풍기는 것은
내가 쉽게 상하는 과일이기 때문이다 ______ 65
구름이 앓고 있는 병은
어쩌면 그리움일지 모른다 ______ 66
가문비나무 숲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______ 67
고국이 앓고 있는 역병을 어찌 말해야 좋을지 몰라
벚꽃 계절을 버렸다 ______ 68
이 험난한 시절에
눈동자를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______ 70
마운틴 킬리만자로의 우흐르피크 빙벽 ______ 71
무엇이 그곳에 오래 서 있게 하는가 ______ 73
언약은 벚꽃을 지우고 창문을 지웠다 ______ 75
가슴의 불덩어리를 쏟았다 ______ 76
4
흰 손 ______ 78
눈빛이 닿으면 종소리가 들렸다 ______ 80
절망하는 가문비나무 숲 ______ 81
후포 ______ 82
햇빛 ______ 83
오래된 피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으면
작은 바닷가에서 달빛의 순장을 볼 것이다 ______ 85
생生 ______ 87
연련戀戀 ______ 89
몸에 돋은 슬픈 잎들을 보내려고 강에 서 있다 ______ 91
달그림자 ______ 93
생의 무늬들은 가슴에 난 흉터보다 선명하다 ______ 94
낙조 ______ 96
복수초 ______ 97
환희 ______ 98
피지 않은 꽃 ______ 99
장엄 혹은 영원 ______ 100
5
순야타Sunyata ______ 102
진천 ______ 104
체다카Tzedakah ______ 106
메타노이아Metanoia ______ 107
모래바람 ______ 108
영원한 공간 ______ 109
카타콤Catacomb ______ 111
율려律呂 ______ 112
산음山陰 ______ 113
있는 것은 있는 것이고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______ 114
두모 해변 ______ 115
기도 ______ 118
미친 ______ 119
시간의 그늘이 가슴에 눕는다 ______ 120
펜툰테스Penthoun-tes ______ 121
세바스티앙 살가도의 흑백 사진 ______ 122
꽃눈 ______ 124
오미자나무를 심다 ______ 125
침묵이 두려워진다 ______ 126
미선이 떠난다 ______ 127
시는 닿고자 하는 것 너머를 응시한다 ______ 129
꽃말 ______ 10
백년 독자 ______ 12
광? ______ 14
지하창고의 비밀 ______ 16
떠난 자만이 돌아올 수 있다 ______ 18
몽유, 혹은 검은 대륙 ______ 19
획? ______ 21
질문하는 돌 ______ 23
당신은 내 피를 맛보았다 ______ 25
쓰러지는 숲 ______ 27
미래 ______ 29
정한의 기록 ______ 31
그 숲에 다시 들 수 있을까 ______ 33
붉어지는 하늘에 무지개를 띄울 수 없는 날의
우울은 어둠을 묶을 수 있을까 ______ 34
영혼이라는 새가 지하를 날게 되면
먼저 무엇을 보았을까 ______ 36
2
누가 검은 눈물로 울고 있다 ______ 38
항상 기다리는 나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사람보다 덜 슬플까 ______ 39
영혼의 뿌리 ______ 41
보이지 않는 힘 ______ 42
지하 묘지마다 누워 있는 시편들의 미라를
어둠이 열고 있다 ______ 44
탈출 ______ 45
투명한 밤으로 천을 짜는 여인이여 ______ 46
한순간을 날기 위해 ______ 48
먼, 먼 ______ 50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말은 ______ 51
내 영혼이 아플 때 ______ 53
하루 ______ 55
절멸 ______ 57
3
미몽 ______ 60
상처 난 밤 속으로 호수의 잠들지 못한 마음이
펄럭이는 시간이다 ______ 62
나는 생애의 끝까지 그리운 곳을
생각하게 될 운명이다 ______ 64
계절이 상한 냄새를 풍기는 것은
내가 쉽게 상하는 과일이기 때문이다 ______ 65
구름이 앓고 있는 병은
어쩌면 그리움일지 모른다 ______ 66
가문비나무 숲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______ 67
고국이 앓고 있는 역병을 어찌 말해야 좋을지 몰라
벚꽃 계절을 버렸다 ______ 68
이 험난한 시절에
눈동자를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______ 70
마운틴 킬리만자로의 우흐르피크 빙벽 ______ 71
무엇이 그곳에 오래 서 있게 하는가 ______ 73
언약은 벚꽃을 지우고 창문을 지웠다 ______ 75
가슴의 불덩어리를 쏟았다 ______ 76
4
흰 손 ______ 78
눈빛이 닿으면 종소리가 들렸다 ______ 80
절망하는 가문비나무 숲 ______ 81
후포 ______ 82
햇빛 ______ 83
오래된 피가 궤도를 이탈하지 않으면
작은 바닷가에서 달빛의 순장을 볼 것이다 ______ 85
생生 ______ 87
연련戀戀 ______ 89
몸에 돋은 슬픈 잎들을 보내려고 강에 서 있다 ______ 91
달그림자 ______ 93
생의 무늬들은 가슴에 난 흉터보다 선명하다 ______ 94
낙조 ______ 96
복수초 ______ 97
환희 ______ 98
피지 않은 꽃 ______ 99
장엄 혹은 영원 ______ 100
5
순야타Sunyata ______ 102
진천 ______ 104
체다카Tzedakah ______ 106
메타노이아Metanoia ______ 107
모래바람 ______ 108
영원한 공간 ______ 109
카타콤Catacomb ______ 111
율려律呂 ______ 112
산음山陰 ______ 113
있는 것은 있는 것이고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______ 114
두모 해변 ______ 115
기도 ______ 118
미친 ______ 119
시간의 그늘이 가슴에 눕는다 ______ 120
펜툰테스Penthoun-tes ______ 121
세바스티앙 살가도의 흑백 사진 ______ 122
꽃눈 ______ 124
오미자나무를 심다 ______ 125
침묵이 두려워진다 ______ 126
미선이 떠난다 ______ 127
시는 닿고자 하는 것 너머를 응시한다 ______ 129
저자
저자
김윤배
1944년 충북 청주에서 출생, 1986년 『세계의 문학』에 작품을 발표하면서 문단 생활을 시작했다. 시집 『겨울 숲에서』(1986, 열음사), 『떠돌이의 노래』(1990, 창작과비평사), 『강 깊은 당신 편지』(1991, 문학과지성사), 『굴욕은 아름답다』(1994, 문학과지성사), 『따뜻한 말 속에 욕망이 숨어 있다』(1997, 문학과지성사), 『슬프도록 비천하고 슬프도록 당당한』(1999, 세계사), 『부론에서 길을 잃다』(2001, 문학과지성사), 『혹독한 기다림 위에 있다』(2007, 문학과지성사), 『바람의 등을 보았다』(2012, 창비), 『마침내, 네가 비밀이 되었다』(2019, 휴먼북스), 『언약, 아름다웠다』(2021, 현대시학사), 『그녀들의 루즈는 소음기가 장착된 피스톨이다』(2022, 문학세계사) 장시집 『사당 바우덕이』(2004, 문학과지성사), 『시베리아의 침묵』(2013, 문학과지성사), 『저, 미치도록 환한 사내』(2021, 휴먼북스) 산문집 『시인들이 풍경』(2000, 문학과지성사), 『최울가는 울보가 아니다』(2004, 작가) 평론집 『김수영 시학』(2014, 국학자료원) 동화집 『비를 부르는 소년』(2001, 산하), 『두노야 힘내』(2010, 푸른책들) 등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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