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집밥(아무튼 시리즈 85)
"이렇게 집밥의 세계는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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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다운 밥을 먹었다는 감각
집밥이라는 실천적 하루하루
새삼스럽지만 집밥은 '집'과 '밥'을 합친 단어다. 집에서 해 먹는 밥. 이렇게 단순한 뜻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현대인'에게는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일이 대단한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바쁘고, 도시에 살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집 밖에 있으며, 집에 돌아오면 항상 피곤한 사람들"이 바로 현대인 아닌가.
저자 변연경은 대부분의 일을 집에서 처리할 수 있고 부산스러운 바깥보다 집을 좋아하다 보니 집밥과 밥 먹기, 밥 차리기를 수월하게 이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그도 논문을 쓰느라 밥을 해 먹을 시간이 없어서 한동안 레토르트 식품으로 식단을 꾸린 적이 있었다.
"매일매일 아침에는 빵을 먹고 앉아서 논문을 쓰고, 점심에 레토르트와 밥을 데워 먹고 다시 앉아서 논문을 쓰고, 저녁에 다른 레토르트를 밥과 데워 먹고 또 앉아서 논문을 쓰는 생활을 계속했다. 메뉴는 다양하고 음식은 따뜻했으며 배도 불렀다. 하지만 이 생활이 한동안 지속되자 이상하게 마음이 서글펐다. 누가 나를 구박해서 밥을 제대로 못 먹은 것도 아닌데 마음이 궁핍하고 속이 헛헛했다." (8면)
저자가 쓰고 있는 논문은 다름 아닌 '맛-음식 경험의 현상학'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이런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는데 "왜 내가 먹는 음식이 이 모양인가" 궁시렁거린다. 그리고 그동안 집밥의 번거로움과 수고스러움에 격하게 몸부림칠 때도 많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집밥을 먹었을 때 비로소 밥다운 밥을 먹었다는 감각이 가능했다. 저자는 철학인스럽게 인간이 먹이-세계도 아니고 사료-세계도 아닌, 바로 음식-세계에 거주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집밥의 면면을 살펴보기로 한다. 『아무튼, 집밥』에는 이제껏 만들고 먹었던 집밥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너무너무 밥하기 싫은 날'에 대해 나눈 대화들, 야망을 품고 도전한 음식들, 무엇보다 부엌에서 종종거리며 음식을 만들어낸 시간들이 기록되어 있다. 자신에게 쌓인 끼니와 남다르게 간직하고 있었던 속엣말 그리고 그 덕분에 가능했던 나날들까지.
집밥이라는 실천적 하루하루
새삼스럽지만 집밥은 '집'과 '밥'을 합친 단어다. 집에서 해 먹는 밥. 이렇게 단순한 뜻이지만 사실 대부분의 '현대인'에게는 집에서 밥을 해 먹는 일이 대단한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바쁘고, 도시에 살고,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집 밖에 있으며, 집에 돌아오면 항상 피곤한 사람들"이 바로 현대인 아닌가.
저자 변연경은 대부분의 일을 집에서 처리할 수 있고 부산스러운 바깥보다 집을 좋아하다 보니 집밥과 밥 먹기, 밥 차리기를 수월하게 이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그도 논문을 쓰느라 밥을 해 먹을 시간이 없어서 한동안 레토르트 식품으로 식단을 꾸린 적이 있었다.
"매일매일 아침에는 빵을 먹고 앉아서 논문을 쓰고, 점심에 레토르트와 밥을 데워 먹고 다시 앉아서 논문을 쓰고, 저녁에 다른 레토르트를 밥과 데워 먹고 또 앉아서 논문을 쓰는 생활을 계속했다. 메뉴는 다양하고 음식은 따뜻했으며 배도 불렀다. 하지만 이 생활이 한동안 지속되자 이상하게 마음이 서글펐다. 누가 나를 구박해서 밥을 제대로 못 먹은 것도 아닌데 마음이 궁핍하고 속이 헛헛했다." (8면)
저자가 쓰고 있는 논문은 다름 아닌 '맛-음식 경험의 현상학'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이런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는데 "왜 내가 먹는 음식이 이 모양인가" 궁시렁거린다. 그리고 그동안 집밥의 번거로움과 수고스러움에 격하게 몸부림칠 때도 많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집밥을 먹었을 때 비로소 밥다운 밥을 먹었다는 감각이 가능했다. 저자는 철학인스럽게 인간이 먹이-세계도 아니고 사료-세계도 아닌, 바로 음식-세계에 거주한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집밥의 면면을 살펴보기로 한다. 『아무튼, 집밥』에는 이제껏 만들고 먹었던 집밥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너무너무 밥하기 싫은 날'에 대해 나눈 대화들, 야망을 품고 도전한 음식들, 무엇보다 부엌에서 종종거리며 음식을 만들어낸 시간들이 기록되어 있다. 자신에게 쌓인 끼니와 남다르게 간직하고 있었던 속엣말 그리고 그 덕분에 가능했던 나날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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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고구마를 넣은 김치찌개에는 사연이 있다
유익함도 노동도 아닌, 한 사람으로부터 펼쳐지는 집밥의 장면들
집에서 해 먹는 밥은 집 밖 음식보다는 건강하다. 주머니 사정에도 도움이 된다. "배달 음식을 자꾸 시켜 먹으면 돈이 술술 빠져나간다." 동시에 집밥은 지난한 과정이다. 먹고 싶은 "메뉴를 생각하고 집에 있는 재료와 없는 재료"를 따져봐야 한다. 메뉴 선정부터 "장보기, 재료 손질, 본격 조리, 남은 음식 처리, 설거지,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가 한 세트다. 그렇기에 저자는 집밥을 자주 해 먹고 늘 필요로 하면서도 집밥이 요하는 에너지가 종종 버겁다. "나를 사랑해서 따끈한 된장찌개를 먹이고 싶지만, 역시나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냥 거실에 드러누워 있으라고 내버려두고도 싶다."
집밥은 좋지만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라서 그는 집밥을 두고 자주 갈등한다. 다만 그 기로에서 집밥의 이로움을 내세워 집밥의 고됨을 지우려고 하지 않고, 반대로 집밥의 고됨을 부각하며 집밥의 이로움을 폄하하지도 않는다. 대신에 한 사람이 집밥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장면에 초점을 맞춘다. 누군가 필요한 재료를 전부 갖추지 못해서 김치찌개에 고구마를 넣어볼까 망설인다면, 음식의 표준이나 레시피 지키기는 무시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를 구분해 들여놓은 이가 있다면 그만의 사사로운 사정을 헤아려본다. 번거로워도 집밥을 차려 먹는 사람들을 떠올릴 때 자신 안에 번지는 따뜻함을 설명하기로 시도한다. "때로는 고통스러워하면서, 때로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리고 때로는 구구절절 한참을 풀어내야 할 만큼 복잡한 마음을 지닌 채" 시장과 부엌, 식탁을 오가며 집밥을 해 먹는 생생한 하루하루를 들여다본다.
밥을 먹는 일, 의미로 배불리는 일, 마음이 채워지는 일
매번 의식하지는 않더라도 집밥은 맥락에 놓이고 한 끼니 그 이상이 되고는 한다. 저자가 그저 때우듯이 먹은 레토르트 식품은 논문으로 씨름하던 시절과 겹쳐 있다. 그때 그는 이상하게 서글펐다.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집밥이라 해도 그 안에는 의미가 담겨 있는 셈이다. 한편으로 집밥에서는 사사로운 변칙들이 허용된다. 바깥 음식과 달리 집밥은 마진을 남기지 않아도 무방하고 맛이 일관되지 않아도 문제될 게 없으며 별점이 휘두르는 평가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처럼 집밥은 한 사람의 시간과 연결되어 지나온 날의 또 다른 말로 남는다. 뿐만 아니라 애초에 "불확실함과 애매함으로 점철"된 것이기에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펼쳐진다. 어제와 오늘, 앞으로 만들어 먹을 무수한 집밥은 단지 음식에 그치지 않고 그 순간과 포개어지면서도 저마다의 뜻을 남긴다. 바로 그런 방식으로 집밥이란 세계는 넓어지고 또 깊어진다.
"우리는 언제나 음식과 의미를 함께 먹고 있다고 생각한다. 먼 길을 다녀와서 뜨거운 국물 한 숟갈을 뜨며 집에 왔다는 것을 실감하는 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다음에 데려오고 싶은 누군가를 떠올리는 때. 우울한 마음을 음식으로 달래는 날이나 새로운 음식을 먹고 놀라움에 눈이 동그래지는 순간들. 음식은 또렷하게 "자, 이 김치찌개는 이런 의미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은은하고 흐릿하게 우리에게 스며든다."(134면)
유익함도 노동도 아닌, 한 사람으로부터 펼쳐지는 집밥의 장면들
집에서 해 먹는 밥은 집 밖 음식보다는 건강하다. 주머니 사정에도 도움이 된다. "배달 음식을 자꾸 시켜 먹으면 돈이 술술 빠져나간다." 동시에 집밥은 지난한 과정이다. 먹고 싶은 "메뉴를 생각하고 집에 있는 재료와 없는 재료"를 따져봐야 한다. 메뉴 선정부터 "장보기, 재료 손질, 본격 조리, 남은 음식 처리, 설거지,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가 한 세트다. 그렇기에 저자는 집밥을 자주 해 먹고 늘 필요로 하면서도 집밥이 요하는 에너지가 종종 버겁다. "나를 사랑해서 따끈한 된장찌개를 먹이고 싶지만, 역시나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냥 거실에 드러누워 있으라고 내버려두고도 싶다."
집밥은 좋지만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라서 그는 집밥을 두고 자주 갈등한다. 다만 그 기로에서 집밥의 이로움을 내세워 집밥의 고됨을 지우려고 하지 않고, 반대로 집밥의 고됨을 부각하며 집밥의 이로움을 폄하하지도 않는다. 대신에 한 사람이 집밥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장면에 초점을 맞춘다. 누군가 필요한 재료를 전부 갖추지 못해서 김치찌개에 고구마를 넣어볼까 망설인다면, 음식의 표준이나 레시피 지키기는 무시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를 구분해 들여놓은 이가 있다면 그만의 사사로운 사정을 헤아려본다. 번거로워도 집밥을 차려 먹는 사람들을 떠올릴 때 자신 안에 번지는 따뜻함을 설명하기로 시도한다. "때로는 고통스러워하면서, 때로는 즐거운 마음으로, 그리고 때로는 구구절절 한참을 풀어내야 할 만큼 복잡한 마음을 지닌 채" 시장과 부엌, 식탁을 오가며 집밥을 해 먹는 생생한 하루하루를 들여다본다.
밥을 먹는 일, 의미로 배불리는 일, 마음이 채워지는 일
매번 의식하지는 않더라도 집밥은 맥락에 놓이고 한 끼니 그 이상이 되고는 한다. 저자가 그저 때우듯이 먹은 레토르트 식품은 논문으로 씨름하던 시절과 겹쳐 있다. 그때 그는 이상하게 서글펐다. 특별하지도 대단하지도 않은 집밥이라 해도 그 안에는 의미가 담겨 있는 셈이다. 한편으로 집밥에서는 사사로운 변칙들이 허용된다. 바깥 음식과 달리 집밥은 마진을 남기지 않아도 무방하고 맛이 일관되지 않아도 문제될 게 없으며 별점이 휘두르는 평가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처럼 집밥은 한 사람의 시간과 연결되어 지나온 날의 또 다른 말로 남는다. 뿐만 아니라 애초에 "불확실함과 애매함으로 점철"된 것이기에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모습으로 펼쳐진다. 어제와 오늘, 앞으로 만들어 먹을 무수한 집밥은 단지 음식에 그치지 않고 그 순간과 포개어지면서도 저마다의 뜻을 남긴다. 바로 그런 방식으로 집밥이란 세계는 넓어지고 또 깊어진다.
"우리는 언제나 음식과 의미를 함께 먹고 있다고 생각한다. 먼 길을 다녀와서 뜨거운 국물 한 숟갈을 뜨며 집에 왔다는 것을 실감하는 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다음에 데려오고 싶은 누군가를 떠올리는 때. 우울한 마음을 음식으로 달래는 날이나 새로운 음식을 먹고 놀라움에 눈이 동그래지는 순간들. 음식은 또렷하게 "자, 이 김치찌개는 이런 의미야"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냥 은은하고 흐릿하게 우리에게 스며든다."(134면)
목차
목차
밥다운 밥을 먹었다는 감각
불확실성과 애매함으로 점철된
집밥의 세계가 나를 키웠다
그 서랍을 비울 것이다
모든 부엌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까짓 밥, 겨우 밥
--연경과 유경의 짧은 대화
양배추 참치 덮밥과 마음의 안정
집슐랭 원 스타
--전골, 솥밥, 덮밥, 차밥
더 많이 끓이면 더 맛있다
실패해도 어쩔 수 없는 몇몇 야심들
--집에서 모일 때
톨스토이와 닭고기 미역국과 부엌에 있는 사람
이상한 잡식동물의 우주
가능하면 많은 날들의 밥상이
결국 밥을 했다
불확실성과 애매함으로 점철된
집밥의 세계가 나를 키웠다
그 서랍을 비울 것이다
모든 부엌은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까짓 밥, 겨우 밥
--연경과 유경의 짧은 대화
양배추 참치 덮밥과 마음의 안정
집슐랭 원 스타
--전골, 솥밥, 덮밥, 차밥
더 많이 끓이면 더 맛있다
실패해도 어쩔 수 없는 몇몇 야심들
--집에서 모일 때
톨스토이와 닭고기 미역국과 부엌에 있는 사람
이상한 잡식동물의 우주
가능하면 많은 날들의 밥상이
결국 밥을 했다
저자
저자
변연경 추상적 개념과 구체적인 생활의 의미 사이를 오가는 철학자 혹은 철학인. 맛 경험, 음식 경험의 현상학을 시도하는 논문으로 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새로운 음식 만들어보는 것을 좋아한다.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가능하면 직접 요리해 먹으려고 하는 편이다.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그저 그렇고 때로는 완전히 실패하지만, 어쨌거나 직접 하는 것이 즐겁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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