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엿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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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밤을 지새운 물, 자리끼가 머리맡에 놓여 있다. 섬섬옥수 반가운 사람의 붉은 손바닥처럼. 타는 목마름이 가신다. 그렇다. 나문석의 시편들은 청정한 물방울이다. 빈속을 훑어 내리는 차가운 쓰라림이다. 잠든 세포들을 일깨우는 은단이다. 비로소, 정신 차리고 먼동이 트는 창문을 열어본다. 오늘은 가끔 흐리고 맑을 예정이란다.
나 시인은 오십 대 후반에 첫 시집을 내고, 연필 한 다스 모두 채우는 세월을 보내고서야 두 번째를 맞이한다. 첫 시집에서 행간마다 묻어나던 비명과 비탄, 그리고 절규의 신음이 이제는 조금 누그러졌다. 아직도 꾹꾹 눌러 담은 것들이 어쩔 수 없이 폭포처럼 터지는 순간들이 있지만. 바야흐로 무릎을 낮추고, 그 말들을 엿듣고자 한다.
일찍이 사람의 고통을 맛보았던, 나 시인은 나에게 모든 아름다운 것들의 배경에는 언제나 슬픔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학교에서 교과서로 시를 배웠던 나에게 사람을 만남으로 진짜 시를 배우게 만들어 준 셈이다. 그와 함께 사람에게 배우는 시의 가장 기본은 우선, 견딜 수 있는 주량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십여 년의 세월 속에 나는 그보다 술이 더 세졌다. 참으로 고마운 일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제, 나 시인은 애써 지난 한 갑자를 먼지보다 작은 얼룩이라 명명한다. 지상에서 슬픔이 아닌 것은 하나도 없다고. 사람으로 바라본 세상이 너무 아파서, 주체할 수 없는 가슴이 별똥처럼 산화되었다고 유언한다. 그러나 그 슬픔의 눈물이 모여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었음을 기억하라고. 울지 않는 가슴이 어디 사람의 가슴이더냐 라며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전언한다. 평생 '두엄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그 많은 사람에게 아낌없이 '두엄'이 되어주었던 당신. 그러나 그 열매와 향기는 늘 타인의 몫이었다. 칠순을 코 앞에 두고서야 스스로 붉은 열매 한 알 영그는 모습을 어찌 축하한다는 말로써 대신 할 수 있을까.
시집의 맨 뒤(표4)를 나에게 맡긴 이유를 이제 알았다. 당신은 전국에 얼마나 많은 문학인을 알겠는가. 그러나 밀양 촌구석에 사는 나에게, 당신보다 십 년이나 어린 나에게, 어쩌면 당신의 생애 맨 뒤를 나에게, 정중하게 부탁한다는 뜻으로 느꼈다. 염려는 붙들어 매시라고, 저 부용산 봉우리 오릿길 너머 회오리바람 타고 여전히 봄이 오는 중이다.
우선! 당신의 머리맡에, 시집의 머리맡에 투명한 자리끼 한 사발 숙연히 내려놓는다.
- 하헌주 (시인)
나 시인은 오십 대 후반에 첫 시집을 내고, 연필 한 다스 모두 채우는 세월을 보내고서야 두 번째를 맞이한다. 첫 시집에서 행간마다 묻어나던 비명과 비탄, 그리고 절규의 신음이 이제는 조금 누그러졌다. 아직도 꾹꾹 눌러 담은 것들이 어쩔 수 없이 폭포처럼 터지는 순간들이 있지만. 바야흐로 무릎을 낮추고, 그 말들을 엿듣고자 한다.
일찍이 사람의 고통을 맛보았던, 나 시인은 나에게 모든 아름다운 것들의 배경에는 언제나 슬픔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학교에서 교과서로 시를 배웠던 나에게 사람을 만남으로 진짜 시를 배우게 만들어 준 셈이다. 그와 함께 사람에게 배우는 시의 가장 기본은 우선, 견딜 수 있는 주량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십여 년의 세월 속에 나는 그보다 술이 더 세졌다. 참으로 고마운 일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제, 나 시인은 애써 지난 한 갑자를 먼지보다 작은 얼룩이라 명명한다. 지상에서 슬픔이 아닌 것은 하나도 없다고. 사람으로 바라본 세상이 너무 아파서, 주체할 수 없는 가슴이 별똥처럼 산화되었다고 유언한다. 그러나 그 슬픔의 눈물이 모여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었음을 기억하라고. 울지 않는 가슴이 어디 사람의 가슴이더냐 라며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전언한다. 평생 '두엄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그 많은 사람에게 아낌없이 '두엄'이 되어주었던 당신. 그러나 그 열매와 향기는 늘 타인의 몫이었다. 칠순을 코 앞에 두고서야 스스로 붉은 열매 한 알 영그는 모습을 어찌 축하한다는 말로써 대신 할 수 있을까.
시집의 맨 뒤(표4)를 나에게 맡긴 이유를 이제 알았다. 당신은 전국에 얼마나 많은 문학인을 알겠는가. 그러나 밀양 촌구석에 사는 나에게, 당신보다 십 년이나 어린 나에게, 어쩌면 당신의 생애 맨 뒤를 나에게, 정중하게 부탁한다는 뜻으로 느꼈다. 염려는 붙들어 매시라고, 저 부용산 봉우리 오릿길 너머 회오리바람 타고 여전히 봄이 오는 중이다.
우선! 당신의 머리맡에, 시집의 머리맡에 투명한 자리끼 한 사발 숙연히 내려놓는다.
- 하헌주 (시인)
목차
목차
■ 시인의 말
1부 _ 영산홍 붉은 눈물로
序詩 · 13
4월, 창녕 · 15
광장엔 비 · 17
구의역에서 · 19
가야산을 오르며 · 20
그 말을 엿듣고 · 21
그는 왜 죽어야만 했는가 · 22
그림으로 쓰여진 詩 · 24
금시(今是) · 25
꼬순떡 · 26
긴 물음 짧은 대답 · 28
2부 _ 머나먼 길
눈물꽃 · 31
노근리 · 32
다시, 봄은 왔으나 · 34
얼룩 · 36
마음의 끈 · 38
머나먼 길 · 40
유언 · 42
보이지 않는 · 43
봄도, 그 무엇도 · 44
분노조절장애 · 45
부치지 못한 편지 · 46
빼앗긴 별밭 · 48
빛과 소금 · 50
3부 _ 어쩌려 하누, 저 푸른 원혼들
死令 · 53
솔릭이 쓴 詩 · 54
슬도(瑟島)엔 오늘도 바람 불고 · 55
수평을 여는 作業 · 56
숨 막힐 듯 바다는 외로웠다 · 58
詩에티카 · 59
시간을 붙잡고 싶은 날이 있다 · 60
新 如如山房 · 62
싼타모, 2002 · 64
아버님 전 상서 · 65
어쩌려 하누, 저 푸른 원혼들 · 66
역사(驛舍)를 가운데 두고 · 68
악양에서 시인을 · 69
4부 _ 키세스의 기도
이 일을 우짜겠노 · 73
잠시 후, · 74
지울 수 없는 이름 · 76
천태산 시나무 · 77
촛불의 힘 · 78
키세스의 기도 · 81
황간역(詩驛)에서 · 82
나의 길 · 83
흔들리는 시간 · 84
오늘 우리가 슬퍼하는 것은 · 86
사법부에 묻는다 · 88
· 발문/정재형(변호사) · 90
1부 _ 영산홍 붉은 눈물로
序詩 · 13
4월, 창녕 · 15
광장엔 비 · 17
구의역에서 · 19
가야산을 오르며 · 20
그 말을 엿듣고 · 21
그는 왜 죽어야만 했는가 · 22
그림으로 쓰여진 詩 · 24
금시(今是) · 25
꼬순떡 · 26
긴 물음 짧은 대답 · 28
2부 _ 머나먼 길
눈물꽃 · 31
노근리 · 32
다시, 봄은 왔으나 · 34
얼룩 · 36
마음의 끈 · 38
머나먼 길 · 40
유언 · 42
보이지 않는 · 43
봄도, 그 무엇도 · 44
분노조절장애 · 45
부치지 못한 편지 · 46
빼앗긴 별밭 · 48
빛과 소금 · 50
3부 _ 어쩌려 하누, 저 푸른 원혼들
死令 · 53
솔릭이 쓴 詩 · 54
슬도(瑟島)엔 오늘도 바람 불고 · 55
수평을 여는 作業 · 56
숨 막힐 듯 바다는 외로웠다 · 58
詩에티카 · 59
시간을 붙잡고 싶은 날이 있다 · 60
新 如如山房 · 62
싼타모, 2002 · 64
아버님 전 상서 · 65
어쩌려 하누, 저 푸른 원혼들 · 66
역사(驛舍)를 가운데 두고 · 68
악양에서 시인을 · 69
4부 _ 키세스의 기도
이 일을 우짜겠노 · 73
잠시 후, · 74
지울 수 없는 이름 · 76
천태산 시나무 · 77
촛불의 힘 · 78
키세스의 기도 · 81
황간역(詩驛)에서 · 82
나의 길 · 83
흔들리는 시간 · 84
오늘 우리가 슬퍼하는 것은 · 86
사법부에 묻는다 · 88
· 발문/정재형(변호사) · 90
저자
저자
나문석
⊙ 1957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 1976년 (오구동인)으로 詩作 활동.
⊙ 2009년 계간 《시에》로 등단.
⊙ 시집 『정삼각형 가족』이 있다.
⊙ 1976년 (오구동인)으로 詩作 활동.
⊙ 2009년 계간 《시에》로 등단.
⊙ 시집 『정삼각형 가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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