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존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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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단 하나의 물음에 대한 대답
이 책은 스테디셀러 『한글의 탄생』의 저자인 언어학자 노마 히데키가 "언어는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단 하나의 물음을 끝까지 밀고 나간 언어 원리론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동안 언어학은 언어가 어떤 구조를 지니는지, 어디에서 발화되고 어떻게 쓰이는지에는 큰 관심을 기울여왔으면서도, 정작 언어가 '어떻게 존재하는가' 하는 존재론적 물음은 거의 다룬 적이 없다. 언어는 마치 공기처럼, 혹은 형태 없는 기호처럼, 초월적이고 선험적인 무언가로 다루어져왔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딛고 서는 자리는 '언어장(言語場)'이다. 언어장이란 '언어가 생명을 얻고 실행되는 장', 곧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말이 실제로 실현되는 현장을 가리킨다. 누군가 말하고 누군가 듣고, 누군가 쓰고 누군가 읽는 바로 그 자리에서만 언어는 비로소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이 책은 스테디셀러 『한글의 탄생』의 저자인 언어학자 노마 히데키가 "언어는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단 하나의 물음을 끝까지 밀고 나간 언어 원리론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동안 언어학은 언어가 어떤 구조를 지니는지, 어디에서 발화되고 어떻게 쓰이는지에는 큰 관심을 기울여왔으면서도, 정작 언어가 '어떻게 존재하는가' 하는 존재론적 물음은 거의 다룬 적이 없다. 언어는 마치 공기처럼, 혹은 형태 없는 기호처럼, 초월적이고 선험적인 무언가로 다루어져왔다는 것이다.
저자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딛고 서는 자리는 '언어장(言語場)'이다. 언어장이란 '언어가 생명을 얻고 실행되는 장', 곧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말이 실제로 실현되는 현장을 가리킨다. 누군가 말하고 누군가 듣고, 누군가 쓰고 누군가 읽는 바로 그 자리에서만 언어는 비로소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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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말해진 언어'와 '쓰여진 언어'는 어떻게 구분되는가
언어가 실제로 오가는 자리인 '언어장'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저자는 언어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즉 '말해진 언어'와 '쓰여진 언어'를 엄격히 구별한다. 사람의 목소리가 빚어내는 소리의 성김과 빽빽함은 소리의 세계에서 '언어음'이라는 형태(게슈탈트)가 되고, 한참 뒤에 출현한 문자는 그 말을 빛의 세계로 풀어놓아 '쓰여진 언어'로 하여금 시간의 속박마저 넘어서게 한다. 저자는 '쓰여진 언어'가 '말해진 언어'의 단순한 반영이나 이차적 산물이 아니라, 서로의 신체에 파고들어 상대를 바꾸어 놓는 독자적 존재 양식임을 거듭 강조한다.
기존 언어학의 기본 도식에 대한 문제 제기
이 책의 사고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은 '의미'의 문제다. 기존의 언어학과 인문 사상 역시 흔히 언어가 의미를 '가진다'고 보고, 인코드된 기호를 디코드한다는 도식으로 언어를 설명해왔다. 요컨대 보내는 이가 기호에 의미를 넣고, 받는 이가 그것을 꺼낸다고 말이다. 『언어존재론』은 이 도식을 철저히 부정한다. 언어는 의미를 가지지 않으며, 언어장 속에서 비로소 의미가 '되는' 것이고, 때로는 의미가 되지 못하기도 한다. 같은 언어장에서 발화된 같은 말이 어떤 이에게는 '사고'로, 다른 이에게는 '혼돈'으로 성립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목적론적 언어관의 위험성
저자의 시선은 언어의 안쪽으로도 깊이 파고든다. 저자는 언어학과 언어철학이 의심 없이 사용해온 '문장'과 '발화' 같은 기본 개념을 다시 검증하고, 언어장에서 분리되어 표본처럼 다루어져온 '문장'과 '의미'의 허구를 드러낸다. 주어와 술어를 중심에 두는 '주어-술어문 중심주의'의 굴레를 비판하고, '생략'이란 무엇인가를 되물으며, 말이 화자의 '의도'나 '목적'의 결과라고 보는 목적론적 언어관의 위험성을 경계한다. 나아가 '비문(非文)'과 '진위값', 시제, 그리고 '이름 붙이기'에서 출발하는 명명론을 거쳐, 언어가 언어 외 현실을 실천적으로 산출해내는 양상까지 논의를 확장한다.
'정음 에크리튀르 혁명'으로서의 훈민정음 창제
이 책의 백미는 문자론이다. 저자는 한자와 한문이 천 년 동안 한반도에 드리운 '자기장' 속에서 모어가 '앎'을 구성하지 못했던 사정을 짚고, 15세기 훈민정음의 창제를 '정음 에크리튀르 혁명'으로 규정한다. 한자·한문이 지배하던 '쓰여진 언어'의 세계에 정음이 일으킨 훈민정음 혁명은 '쓰여진 언어'의 존재 양식이 통째로 바꿔놓은 일대 사건이었다. 또한 저자는 인터넷과 IT 혁명이 불러온 '쓰여진 언어'의 격변, '말해진 언어'와 '쓰여진 언어'의 상호 침투, 그리고 저자의 조어인 'LAVnet 자본'과 AI에 이르기까지, 동시대의 가장 첨예한 언어 현상에도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가르치고 배우는 언어의 세계로
책의 끝머리에서 저자는 '가르침=배움'이라는 빛을 언어에 투사한다. 언어는 본원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며, 그 점에서 인간이라는 개체와 인류라는 종에 언어가 어떻게 존재하는가 하는 '동태(動態)'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저자는 이 책을, 오랜 세월 갇혀 있던 '언어의 형이상학'이라는 고성(古城)의 문을 활짝 열어젖혀 '언어존재론'이라는 광야를 향해 내달리려는 시도라고 표현한다.
그럼 각 장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을지 간략히 살펴보자.
1장 언어존재론이란 무엇인가
출발점은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 소쉬르에 대한 정면 비판이다. 언어는 무엇보다도 우선 화자의 두뇌 속에 습관이나 버릇으로 존재한다는, 현대 언어학자 대다수가 암묵적으로 공유해온 전제를 저자는 "논리의 비약"이라고 잘라 말한다. 말하지 않으면 언어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언어는 두뇌 속이 아니라, 말이 실제로 실현되는 시공간인 '언어장'에 존재한다. 나아가 "일본어는 존재하는가?"라는 도발적인 물음을 통해 '○○어'라는 이름의 내실과 윤곽이 얼마나 흐릿한지를 드러내고, 언어학이 애용해온 '문맥' 개념을 언어로 실현된 것에 한정해 다시 정의한다.
2장 언어의 존재 양식과 표현 양식
언어는 소리의 세계에서 언어음으로 존재하거나('말해진 언어'), 빛의 세계에서 문자로 존재한다('쓰여진 언어'). 이 '존재 양식'과, 입말체·글말체라는 '표현 양식'은 전혀 다른 평면이다. 헌법 조문을 소리 내어 읽으면 문체는 글말체이되 존재 양식은 '말해진 언어'다. 이 구분 위에서 문자의 탄생사가 펼쳐진다.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 자모를 만들고 획을 더한 훈민정음이'정음 에크리튀르 혁명'으로서 조명되고, 만들어지고도 살아남지 못한 문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문자란 만들어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활용되고 전해져야 한다는 통찰로 이어진다. 석비와 사본에서 전란과 좀 벌레까지, '문자의 신체'를 둘러싼 서술은 이 책에서 가장 문학적인 대목이라 할 수 있다.
3장 소리가 의미가 '될' 때, 빛이 의미가 '될' 때
언어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언어는 의미가 '되기도 하고, 되지 않기도 한다'. 의미는 발화자가 실어 보내는 화물이 아니라 수화자 한 사람 한 사람 안에서 그때마다 실현되는 사건이다. 같은 말을 듣고도 발화자와 수화자의 '의미'가 어긋나는 일상의 경험이 여기서 원리적으로 해명된다. '의미가 통한다'는 것을 자명한 전제로 삼아온 기존 의미론의 형이상학, '의미하는 것'과 '의미되는 것'의 통일이라는 의제(擬制)가 차례로 해체된다. 언어가 의미를 이루지 못하는 사태를 직시하지 못하면 언어론은 "공상의 주관주의적 낙관주의"에 빠진다는 경고는, 소통이 늘 성공한다고 가정해온 모든 언어 이론을 향한다.
4장 '말해진 언어'와 '쓰여진 언어'
'말해진 언어'는 지금·여기에서 울리고 사라지지만 '쓰여진 언어'는 시간을 건너 다른 언어장에서 몇 번이고 되살아난다. 두 존재 양식의 '시간'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형(形)·음(音)·의(義)의 삼각형, 인용론, 복수의 쓰는 이에 의해 산출되는 텍스트, 옛 사본의 '보이며 지우기(見せ消ち)'에서 디지털 문서의 버전 관리까지 이어지는 '고쳐쓰기'의 계보가 다뤄진다. 압권은 IT 혁명론이다. 보컬로이드, SNS, 전자책, 그리고 대규모 언어 모델(LLM)까지, 미디어의 격변이 언어의 존재 양식 자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언어 교육의 미래와 함께 논한다.
5장 발화론·문장론
언어 연구가 아무런 의심 없이 언어의 기본 단위로 삼아온 '문장'이란 과연 무엇인가. 살아 있는 담화와 텍스트에서 출발해보면, 정연한 '문장'이란 언어장에서 떼어낸 표본에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단어(word)라는 단위의 질곡, 문장(sentence)이라는 단위의 질곡. 저자는 '문장의 질곡'이야말로 "언어를 이야기하는 모든 학문에 아직도 퍼져 있는 병"이라고 진단하며, 발화를 언어장 속에서 다시 보는 발화론을 세운다. 두 사람의 대화에는 발화의 띠, 즉 트랙이 원래 두 줄 존재한다는 지적, 발화와 침묵을 함께 보는 시선 등, 대화 분석과 담화 연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곳곳에서 걸음을 멈추게 될 것이다.
6장 주술론·생략론
주어와 술어를 갖춘 문장이 온전한 문장이라는 '주어-술어문' 중심주의를 실제 언어 사실로 반박한다. 조사만으로 이루어진 발화, 술어 없는 발화가 담화 조사(調査)를 통해 무수히 확인된다. "갈래?", "이거, 네가?" 같은 말은 무언가를 '생략'한 형태가 아니다. 언어장 속에서 충분히 알 수 있기에 처음부터 언어화할 필요가 없었을 뿐이다. 말을 화자의 '의도'나 '목적'의 산물로 설명하는 목적론적 언어관, 연구자가 애용해온 '화자의 의도'라는 "가장 위험한 개념"이 도마 위에 오른다.
7장 진위론·시제론·명명론
언어는 참(眞)을 말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공상도, 거짓도, 모순도 언어는 태연히 이야기한다. 문법적 '비문'조차 해당 언어의 문장일 수 있다. 시제론에서는 SF가 등장한다. '서기2201년'의 우주선, 필립 K. 딕의 소설 속 "January 3, 1992". 언어가 그려내는 세계의 시간은 언어 밖 현실의 시간에서 한없이 자유롭다는 것, 언어는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언어적 대상 세계'를 실천적으로 산출하는 장치라는 사실을 밝힌다. 콰인의 명제에서 이상(李箱)의 시까지, 철학과 문학을 넘나드는 예증이 이 장의 묘미라 할 수 있다.
8장 동태로서의 언어·동태로서의 의미
언어를 완성된 정지 체계로 보는 '언어 정태관'을 넘어, 언어를 언제나 움직이고 있는 동태로 본다. 번역과 언어 사이에서 일어나는 '간언어적 번민', 언어가 달라도 의미는 같다고 믿는'의미 동일성'의 물신화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마지막에 이르러 책은 뜻밖의 따뜻한 명제에 도달한다. 언어는 본원적으로 '가르치고=배우는' 것, 즉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장치라는 것. "언어는 소통의 도구다"라는 낡은 도그마에 대한 응답이라 할 수 있다.
언어가 실제로 오가는 자리인 '언어장'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저자는 언어의 두 가지 존재 양식, 즉 '말해진 언어'와 '쓰여진 언어'를 엄격히 구별한다. 사람의 목소리가 빚어내는 소리의 성김과 빽빽함은 소리의 세계에서 '언어음'이라는 형태(게슈탈트)가 되고, 한참 뒤에 출현한 문자는 그 말을 빛의 세계로 풀어놓아 '쓰여진 언어'로 하여금 시간의 속박마저 넘어서게 한다. 저자는 '쓰여진 언어'가 '말해진 언어'의 단순한 반영이나 이차적 산물이 아니라, 서로의 신체에 파고들어 상대를 바꾸어 놓는 독자적 존재 양식임을 거듭 강조한다.
기존 언어학의 기본 도식에 대한 문제 제기
이 책의 사고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은 '의미'의 문제다. 기존의 언어학과 인문 사상 역시 흔히 언어가 의미를 '가진다'고 보고, 인코드된 기호를 디코드한다는 도식으로 언어를 설명해왔다. 요컨대 보내는 이가 기호에 의미를 넣고, 받는 이가 그것을 꺼낸다고 말이다. 『언어존재론』은 이 도식을 철저히 부정한다. 언어는 의미를 가지지 않으며, 언어장 속에서 비로소 의미가 '되는' 것이고, 때로는 의미가 되지 못하기도 한다. 같은 언어장에서 발화된 같은 말이 어떤 이에게는 '사고'로, 다른 이에게는 '혼돈'으로 성립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목적론적 언어관의 위험성
저자의 시선은 언어의 안쪽으로도 깊이 파고든다. 저자는 언어학과 언어철학이 의심 없이 사용해온 '문장'과 '발화' 같은 기본 개념을 다시 검증하고, 언어장에서 분리되어 표본처럼 다루어져온 '문장'과 '의미'의 허구를 드러낸다. 주어와 술어를 중심에 두는 '주어-술어문 중심주의'의 굴레를 비판하고, '생략'이란 무엇인가를 되물으며, 말이 화자의 '의도'나 '목적'의 결과라고 보는 목적론적 언어관의 위험성을 경계한다. 나아가 '비문(非文)'과 '진위값', 시제, 그리고 '이름 붙이기'에서 출발하는 명명론을 거쳐, 언어가 언어 외 현실을 실천적으로 산출해내는 양상까지 논의를 확장한다.
'정음 에크리튀르 혁명'으로서의 훈민정음 창제
이 책의 백미는 문자론이다. 저자는 한자와 한문이 천 년 동안 한반도에 드리운 '자기장' 속에서 모어가 '앎'을 구성하지 못했던 사정을 짚고, 15세기 훈민정음의 창제를 '정음 에크리튀르 혁명'으로 규정한다. 한자·한문이 지배하던 '쓰여진 언어'의 세계에 정음이 일으킨 훈민정음 혁명은 '쓰여진 언어'의 존재 양식이 통째로 바꿔놓은 일대 사건이었다. 또한 저자는 인터넷과 IT 혁명이 불러온 '쓰여진 언어'의 격변, '말해진 언어'와 '쓰여진 언어'의 상호 침투, 그리고 저자의 조어인 'LAVnet 자본'과 AI에 이르기까지, 동시대의 가장 첨예한 언어 현상에도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가르치고 배우는 언어의 세계로
책의 끝머리에서 저자는 '가르침=배움'이라는 빛을 언어에 투사한다. 언어는 본원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며, 그 점에서 인간이라는 개체와 인류라는 종에 언어가 어떻게 존재하는가 하는 '동태(動態)'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저자는 이 책을, 오랜 세월 갇혀 있던 '언어의 형이상학'이라는 고성(古城)의 문을 활짝 열어젖혀 '언어존재론'이라는 광야를 향해 내달리려는 시도라고 표현한다.
그럼 각 장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을지 간략히 살펴보자.
1장 언어존재론이란 무엇인가
출발점은 현대 언어학의 아버지 소쉬르에 대한 정면 비판이다. 언어는 무엇보다도 우선 화자의 두뇌 속에 습관이나 버릇으로 존재한다는, 현대 언어학자 대다수가 암묵적으로 공유해온 전제를 저자는 "논리의 비약"이라고 잘라 말한다. 말하지 않으면 언어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언어는 두뇌 속이 아니라, 말이 실제로 실현되는 시공간인 '언어장'에 존재한다. 나아가 "일본어는 존재하는가?"라는 도발적인 물음을 통해 '○○어'라는 이름의 내실과 윤곽이 얼마나 흐릿한지를 드러내고, 언어학이 애용해온 '문맥' 개념을 언어로 실현된 것에 한정해 다시 정의한다.
2장 언어의 존재 양식과 표현 양식
언어는 소리의 세계에서 언어음으로 존재하거나('말해진 언어'), 빛의 세계에서 문자로 존재한다('쓰여진 언어'). 이 '존재 양식'과, 입말체·글말체라는 '표현 양식'은 전혀 다른 평면이다. 헌법 조문을 소리 내어 읽으면 문체는 글말체이되 존재 양식은 '말해진 언어'다. 이 구분 위에서 문자의 탄생사가 펼쳐진다.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 자모를 만들고 획을 더한 훈민정음이'정음 에크리튀르 혁명'으로서 조명되고, 만들어지고도 살아남지 못한 문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문자란 만들어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활용되고 전해져야 한다는 통찰로 이어진다. 석비와 사본에서 전란과 좀 벌레까지, '문자의 신체'를 둘러싼 서술은 이 책에서 가장 문학적인 대목이라 할 수 있다.
3장 소리가 의미가 '될' 때, 빛이 의미가 '될' 때
언어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언어는 의미가 '되기도 하고, 되지 않기도 한다'. 의미는 발화자가 실어 보내는 화물이 아니라 수화자 한 사람 한 사람 안에서 그때마다 실현되는 사건이다. 같은 말을 듣고도 발화자와 수화자의 '의미'가 어긋나는 일상의 경험이 여기서 원리적으로 해명된다. '의미가 통한다'는 것을 자명한 전제로 삼아온 기존 의미론의 형이상학, '의미하는 것'과 '의미되는 것'의 통일이라는 의제(擬制)가 차례로 해체된다. 언어가 의미를 이루지 못하는 사태를 직시하지 못하면 언어론은 "공상의 주관주의적 낙관주의"에 빠진다는 경고는, 소통이 늘 성공한다고 가정해온 모든 언어 이론을 향한다.
4장 '말해진 언어'와 '쓰여진 언어'
'말해진 언어'는 지금·여기에서 울리고 사라지지만 '쓰여진 언어'는 시간을 건너 다른 언어장에서 몇 번이고 되살아난다. 두 존재 양식의 '시간'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형(形)·음(音)·의(義)의 삼각형, 인용론, 복수의 쓰는 이에 의해 산출되는 텍스트, 옛 사본의 '보이며 지우기(見せ消ち)'에서 디지털 문서의 버전 관리까지 이어지는 '고쳐쓰기'의 계보가 다뤄진다. 압권은 IT 혁명론이다. 보컬로이드, SNS, 전자책, 그리고 대규모 언어 모델(LLM)까지, 미디어의 격변이 언어의 존재 양식 자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언어 교육의 미래와 함께 논한다.
5장 발화론·문장론
언어 연구가 아무런 의심 없이 언어의 기본 단위로 삼아온 '문장'이란 과연 무엇인가. 살아 있는 담화와 텍스트에서 출발해보면, 정연한 '문장'이란 언어장에서 떼어낸 표본에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단어(word)라는 단위의 질곡, 문장(sentence)이라는 단위의 질곡. 저자는 '문장의 질곡'이야말로 "언어를 이야기하는 모든 학문에 아직도 퍼져 있는 병"이라고 진단하며, 발화를 언어장 속에서 다시 보는 발화론을 세운다. 두 사람의 대화에는 발화의 띠, 즉 트랙이 원래 두 줄 존재한다는 지적, 발화와 침묵을 함께 보는 시선 등, 대화 분석과 담화 연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곳곳에서 걸음을 멈추게 될 것이다.
6장 주술론·생략론
주어와 술어를 갖춘 문장이 온전한 문장이라는 '주어-술어문' 중심주의를 실제 언어 사실로 반박한다. 조사만으로 이루어진 발화, 술어 없는 발화가 담화 조사(調査)를 통해 무수히 확인된다. "갈래?", "이거, 네가?" 같은 말은 무언가를 '생략'한 형태가 아니다. 언어장 속에서 충분히 알 수 있기에 처음부터 언어화할 필요가 없었을 뿐이다. 말을 화자의 '의도'나 '목적'의 산물로 설명하는 목적론적 언어관, 연구자가 애용해온 '화자의 의도'라는 "가장 위험한 개념"이 도마 위에 오른다.
7장 진위론·시제론·명명론
언어는 참(眞)을 말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공상도, 거짓도, 모순도 언어는 태연히 이야기한다. 문법적 '비문'조차 해당 언어의 문장일 수 있다. 시제론에서는 SF가 등장한다. '서기2201년'의 우주선, 필립 K. 딕의 소설 속 "January 3, 1992". 언어가 그려내는 세계의 시간은 언어 밖 현실의 시간에서 한없이 자유롭다는 것, 언어는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언어적 대상 세계'를 실천적으로 산출하는 장치라는 사실을 밝힌다. 콰인의 명제에서 이상(李箱)의 시까지, 철학과 문학을 넘나드는 예증이 이 장의 묘미라 할 수 있다.
8장 동태로서의 언어·동태로서의 의미
언어를 완성된 정지 체계로 보는 '언어 정태관'을 넘어, 언어를 언제나 움직이고 있는 동태로 본다. 번역과 언어 사이에서 일어나는 '간언어적 번민', 언어가 달라도 의미는 같다고 믿는'의미 동일성'의 물신화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마지막에 이르러 책은 뜻밖의 따뜻한 명제에 도달한다. 언어는 본원적으로 '가르치고=배우는' 것, 즉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공생의 장치라는 것. "언어는 소통의 도구다"라는 낡은 도그마에 대한 응답이라 할 수 있다.
목차
목차
한국어판 서문
머리말
1장 언어존재론이란 무엇인가-언어장으로
1. 언어존재론과 언어의 학문
2. 언어장론
3. 일본어는 존재하는가?-'○○어'의 내실과 윤곽
4. 언어장과 '문맥'
2장 언어의 존재 양식과 표현 양식
1. 소리와 빛
-언어의 존재 양식으로서 '말해진 언어'와 '쓰여진 언어'
2. 언어의 존재 양식과 표현 양식
3. '말해진 언어'에서 '쓰여진 언어'로
4. '쓰여진 언어'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정음 에크리튀르 혁명
3장 소리가 의미가 '될' 때, 빛이 의미가 '될' 때
1. 언어에 관여하는 의미
2. '쓰여진 언어'가 의미가 될 때
3. '말해진 언어'가 의미가 될 때
4. 언어는 의미가 되기도 하고, 되지 않기도 한다
5. '의미가 통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허구의 형이상학
6. 발화자와 수화자의 '의미'는 왜 다를까
7. '의미하는 것'과 '의미되는 것'의 통일이라는 의제
4장 '말해진 언어'와 '쓰여진 언어'
1. '말해진 언어'와 '쓰여진 언어'라는 장치
2. 소리=언어음으로서 존재하고, 빛=문자로서 존재한다
3. '말해진 언어'와 '쓰여진 언어'의 '시간'
4. '형·음·의 삼각형'이라는 장치
5. 인용론
6. '말해진 언어'의 복수 화자와 복수 청자
7. '쓰여진 언어'에서 텍스트의 고쳐쓰기와 중층적 산출
8. IT 혁명과 언어의 존재 양식, 표현 양식의 변용
-새로운 언어장
9. 언어의 존재 양식과 표현 양식의 구별이 언어 교육 앞에 내미는 것
5장 발화론·문장론-언어장에서
1. 언어존재론이라는 물음을 통해 언어의 안을 보다
2. 담화와 텍스트, 그리고 발화
3. 문장이란 어떠한 단위인가
4. 단어(word)의 질곡, 문장(sentence)의 질곡
5. 언어를 말하는 '문장'의 병
6장 주술론·생략론-언어화한다는 것
1. '주어-술어문' 중심주의의 질곡
2. 언어 사실에서 '주어문'과 '비주어문',
'술어문'과 '비술어문'
3. '생략'론-언어화된다는 것
4. 말이 화자의 '의도'나 '목적'의 결과라는 목적론적 언어관
7장 진위론·시제론·명명론-언어적 대상 세계의 실천적 산출
1. 언어 외 현실-진위론의 함정
2. '비문'과 진위값, '비문'과 자연스러움
3. '보통 문장'과 '보통이 아닌 문장'은 완만하게 펼쳐진 광야에 존재한다
4. '부자연스러움'을 배태하는 언어
-의미의 이항 대립이 풀어지다
5. 공상도 거짓도 모순도 이야기하는 언어
-언어가 그려낸 것
6. 스스로 어긋나는 언어
-언어는 자신 안에 이질적인 것을 품고 있다:
언어의 자기 배리성
7. 언어존재론이 묻는 시제론
8. 명명론
-이름 붙이기에서 언어적 대상 세계의 실천적 산출로
8장 동태로서의 언어·동태로서의 의미
1. '언어 정태관'의 질곡
2. 간언어적 번민-언어의 사이에서 움직이는 것
3. 동태로서의 의미, '의미 동일성'이라는 물신화
4. '가르치고=배우는' 언어-언어의 본원적 공생성
지은이 후기
해설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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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장 언어존재론이란 무엇인가-언어장으로
1. 언어존재론과 언어의 학문
2. 언어장론
3. 일본어는 존재하는가?-'○○어'의 내실과 윤곽
4. 언어장과 '문맥'
2장 언어의 존재 양식과 표현 양식
1. 소리와 빛
-언어의 존재 양식으로서 '말해진 언어'와 '쓰여진 언어'
2. 언어의 존재 양식과 표현 양식
3. '말해진 언어'에서 '쓰여진 언어'로
4. '쓰여진 언어'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정음 에크리튀르 혁명
3장 소리가 의미가 '될' 때, 빛이 의미가 '될' 때
1. 언어에 관여하는 의미
2. '쓰여진 언어'가 의미가 될 때
3. '말해진 언어'가 의미가 될 때
4. 언어는 의미가 되기도 하고, 되지 않기도 한다
5. '의미가 통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허구의 형이상학
6. 발화자와 수화자의 '의미'는 왜 다를까
7. '의미하는 것'과 '의미되는 것'의 통일이라는 의제
4장 '말해진 언어'와 '쓰여진 언어'
1. '말해진 언어'와 '쓰여진 언어'라는 장치
2. 소리=언어음으로서 존재하고, 빛=문자로서 존재한다
3. '말해진 언어'와 '쓰여진 언어'의 '시간'
4. '형·음·의 삼각형'이라는 장치
5. 인용론
6. '말해진 언어'의 복수 화자와 복수 청자
7. '쓰여진 언어'에서 텍스트의 고쳐쓰기와 중층적 산출
8. IT 혁명과 언어의 존재 양식, 표현 양식의 변용
-새로운 언어장
9. 언어의 존재 양식과 표현 양식의 구별이 언어 교육 앞에 내미는 것
5장 발화론·문장론-언어장에서
1. 언어존재론이라는 물음을 통해 언어의 안을 보다
2. 담화와 텍스트, 그리고 발화
3. 문장이란 어떠한 단위인가
4. 단어(word)의 질곡, 문장(sentence)의 질곡
5. 언어를 말하는 '문장'의 병
6장 주술론·생략론-언어화한다는 것
1. '주어-술어문' 중심주의의 질곡
2. 언어 사실에서 '주어문'과 '비주어문',
'술어문'과 '비술어문'
3. '생략'론-언어화된다는 것
4. 말이 화자의 '의도'나 '목적'의 결과라는 목적론적 언어관
7장 진위론·시제론·명명론-언어적 대상 세계의 실천적 산출
1. 언어 외 현실-진위론의 함정
2. '비문'과 진위값, '비문'과 자연스러움
3. '보통 문장'과 '보통이 아닌 문장'은 완만하게 펼쳐진 광야에 존재한다
4. '부자연스러움'을 배태하는 언어
-의미의 이항 대립이 풀어지다
5. 공상도 거짓도 모순도 이야기하는 언어
-언어가 그려낸 것
6. 스스로 어긋나는 언어
-언어는 자신 안에 이질적인 것을 품고 있다:
언어의 자기 배리성
7. 언어존재론이 묻는 시제론
8. 명명론
-이름 붙이기에서 언어적 대상 세계의 실천적 산출로
8장 동태로서의 언어·동태로서의 의미
1. '언어 정태관'의 질곡
2. 간언어적 번민-언어의 사이에서 움직이는 것
3. 동태로서의 의미, '의미 동일성'이라는 물신화
4. '가르치고=배우는' 언어-언어의 본원적 공생성
지은이 후기
해설
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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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저자
노마 히데키 野間秀樹
언어학자, 미술가. 한국과 일본 양쪽의 피를 이어받았다. 도쿄외국어대학 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한국문화연구소 특별 연구원, 일본 국제교양대학 객원 교수, 메이지가쿠인대학 객원 교수·특명 교수 등을 역임했다. 미술가로서 도쿄 등지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고 《류블라냐 국제판화비엔날레》, 《브래드포드 국제판화비엔날레》를 비롯하여 프라하, 바르샤바, 서울, 대구 등에서 각종 단체전에 참가했다. 제13회 《일본현대미술전》 가작을 수상했다. 언어학자로서 2005년 대한민국 문화포장을 수장하고 2010년 『한글의 탄생』으로 마이니치신문사와 아시아조사회가 주관하는 제22회 아시아태평양상 대상, 2012년 한글학회 주관 주시경학술상, 2014년 일본 파피루스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한글의 탄생: 인간에게 문자란 무엇인가』(헤이본샤/돌베개), 『K-POP 원론』(하자/연립서가), 『언어, 이 희망에 찬 것』(홋카이도대학출판회), 『그림으로 이해하는 한글과 한국어: 역사부터 문화까지 한눈에 알아보기』(헤이본샤), 『한국어 어휘와 문법의 상관구조』(태학사, 대한민국학술원 2003년도 우수학술도서), 『한국어를 어떻게 배울 것인가』(헤이본샤), 『사상 최강의 한국어 연습장 초입문편』(나쓰메샤), 『신新 지복至福의 한국어』(아사히출판사) 등이, 엮은 책으로 『한국어 교육론 강좌』(1~4권, 구로시오출판사), 『한국의 지知를 읽다』(쿠온/위즈덤하우스), 『한국의 미美를 읽다』(쿠온/연립서가), 『한국의 마음心을 읽다』(쿠온/독개비) 등이 있다.
언어학자, 미술가. 한국과 일본 양쪽의 피를 이어받았다. 도쿄외국어대학 대학원 교수, 서울대학교 한국문화연구소 특별 연구원, 일본 국제교양대학 객원 교수, 메이지가쿠인대학 객원 교수·특명 교수 등을 역임했다. 미술가로서 도쿄 등지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을 열고 《류블라냐 국제판화비엔날레》, 《브래드포드 국제판화비엔날레》를 비롯하여 프라하, 바르샤바, 서울, 대구 등에서 각종 단체전에 참가했다. 제13회 《일본현대미술전》 가작을 수상했다. 언어학자로서 2005년 대한민국 문화포장을 수장하고 2010년 『한글의 탄생』으로 마이니치신문사와 아시아조사회가 주관하는 제22회 아시아태평양상 대상, 2012년 한글학회 주관 주시경학술상, 2014년 일본 파피루스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한글의 탄생: 인간에게 문자란 무엇인가』(헤이본샤/돌베개), 『K-POP 원론』(하자/연립서가), 『언어, 이 희망에 찬 것』(홋카이도대학출판회), 『그림으로 이해하는 한글과 한국어: 역사부터 문화까지 한눈에 알아보기』(헤이본샤), 『한국어 어휘와 문법의 상관구조』(태학사, 대한민국학술원 2003년도 우수학술도서), 『한국어를 어떻게 배울 것인가』(헤이본샤), 『사상 최강의 한국어 연습장 초입문편』(나쓰메샤), 『신新 지복至福의 한국어』(아사히출판사) 등이, 엮은 책으로 『한국어 교육론 강좌』(1~4권, 구로시오출판사), 『한국의 지知를 읽다』(쿠온/위즈덤하우스), 『한국의 미美를 읽다』(쿠온/연립서가), 『한국의 마음心을 읽다』(쿠온/독개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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