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동자와 입술(한국산문 명수필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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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문학평론가와 사회운동가로 살아온 국립한국문학관 관장 임헌영의 수필집
지옥과 연옥, 천국이 공존하는 세태를 전위적인 기법으로 묘파한 수필문학의 정수. 고매한 철인들의 인생론부터 잡놈들의 육담을 아우르는 요지경을 풍자한 지성적 산문문학의 본보기
지옥과 연옥, 천국이 공존하는 세태를 전위적인 기법으로 묘파한 수필문학의 정수. 고매한 철인들의 인생론부터 잡놈들의 육담을 아우르는 요지경을 풍자한 지성적 산문문학의 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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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잘 났든 못 났든 자기 입장에서는 세상 돌아가는 게 억울하기 마련이다. 다들 자신이 노력한 만큼 그에 합당한 대우를 못 받고 산다는 데서 인생살이의 여한이 쌓인다.
이룩하지 못한 꿈이나 흘러간 사랑을 안타까워하며 그 심경을 한 송이 꽃에 비유하여 눈물을 자아낼 수 있는 멋진 글을 쓰고 싶은데 영 그게 안 된다.
모파상은 문학에 매달려 "나를 위로해 주오. 나를 즐겁게 해 주오. 나를 슬프게 해주오. 나를 감동시켜 주오. 나를 꿈꾸게 해주오. 나를 웃게 해주오. 나를 두렵게 해주오. 나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해주오. 나를 사색하게 해주오."라고 애원한다.
그러려면 누구나 푸근하게 쉬어가고 싶을 정도로 인간미가 넉넉하거나, 입심에 재기 넘치는 감수성까지 갖춰야 되건만 나라는 인간은 그저 무덤덤한 게 영 밥맛이니 글쟁이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부족한 사람이 뭔가 하려면 남다른 피와 땀과 눈물로 얼룩진 체험이나 탐색, 혹은 하다못해 깊은 사색이라도 해대는 열성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도통 그런 정성도 쏟을 줄 모르는 데다 약간 게으르면서도 간접체험으로도 감쪽같이 땜질할 수 있는 직업인 문학평론가가 되어버린 것 같다. 20대 중반부터 내 어깨에 달고 그걸로 밥을 먹어온 지가 어언 60년이 넘건만 연륜이 쌓일수록 첩첩산중이다,
그 갑갑한 인생의 후반 길에서 살짝 객기를 부려 본 것이 수필쓰기다. 굳이 변명하자면 평론만으로는 뭔가 내 답답한 인생살이를 토로할 길이 없기에 고백이나 하소연처럼 틈새 시간에 써댄 글들을 나는 '잡감문(雜感文)'이라 부르기를 좋아한다.
이 술어는 작가 루쉰(魯迅)이 소설이 아닌 글들을 모아 펴내면서 붙인 명칭으로, 원래 뜻이야 온갖 상념과 잡념들이란 취지겠지만 사실 인생살이 그 자체가 따지고 보면 너나없이 다 '잡놈'에서 오십 보 백 보 아닐까. 백 보 밖에서 보면 누구나 잘 나 보이지만 그 안으로 가까이 다가서 보면 한낱 잡놈에 다름 아닌 인생들! 그러니 잡감문이란 잡놈의 이런 생각 저런 망상일 수밖에 없다.
(…)
이렇게 아득바득 살다가도 가끔은 감상에 촉촉이 젖어들면 아비규환에 복마전인 세상이 갑자기 아름다워질 때도 있다.
아, 한 송이 꽃, 저 무심한 구름, 그리고 넉넉한 하늘, 어딜 둘러보나 바라보이는 의젓한 산, 나무, 바다, 호수, 무지개, 아, 무지개… 그런 글만 쓰면서 한유를 즐길 수는 없을까.
아무리 서정적인 음악을 들으며 고소하고 달콤한 글을 쓰려고 용을 써도 어느새 슬그머니 냉혈한처럼 따지며 파고드는 논리성으로 빠져들고 만다.
"내 손에 호미를 쥐여다오"라고 시인 이상화는 절규했다. 망치를 잡고 사유하고 피로 쓰라고 니체는 호소한다. 그런데 나는 고작 냉철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만 두드리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가슴이 메마른 도구적인 인간형으로 바꾸어 버렸던가. 평론가란 직업 탓일까. 그러니 내 글이 베스트셀러 되긴 틀렸다!
그래도 혹시 운 좋게 될지 몰라? 평론집보다는 쉽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잖아. 문고본이라 책값도 싸고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있잖아? 요즘 누가 지하철에서 책 보는 거 봤어? 다 휴대폰에서 만화나 게임에다 코를 박지! 참 세상 천박해졌지? 그래도 내 책은 볼 거야, 워낙 재밌거든. 글쟁이들은 거의 다 이렇게 생각할지 몰라. 어휴, 제발 꿈 깨셔!
이런 턱없는 기대감으로 내 솜씨가 허락하는 온 힘을 다 쏟아내 순수하고 서정적인 글들만 모아 본 것이 이 문고본 잡감문집이다.
(…)
이 책은 한국 출판사에서 유명한 '범우문고 333권' 기념으로, 초판이 나온 건 2023년 3월 6일이었다. 곧바로 재판이 나왔고, 연이어 ARKO문학 나눔에 선정되어 3판이 출간된 게 같은 해 11월 1일이었으니 독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다고 한들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 내가 베스트셀러 운이 없었던 탓인지 3판 발행 33일째 되던 12월 3일 윤형두 회장이 타계했다. 도서출판 범우사 창립(1966.8.3) 이전부터 인생 선배로 모시면서 5.16군사독재 정권의 몰락까지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사이였던 윤형두 회장. 특히 유신독재 시기(1972?1979)에 서로의 고통을 극복하고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으악새 클럽'(초창기 회원은 장을병, 한승헌, 리영희, 김상현, 이상두, 윤형두에 이어 후기에는 한완상, 김중배 이 두 분은 생존 중)이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최연소자로 초기부터 함께 했는데, 이 중 한, 리, 김, 윤과는 가히 혈육에 가까울 정도였다. 리영희 스승이 2010년 12월 5일에 작고한 데 이어 김상현 의원(2018.4.18), 한승헌 변호사(2022.4.20)까지 세상을 하직하시자 윤 회장은 지상에서 모든 미련을 포기하신 듯 느껴졌다. 막내인 나로서는 든든한 선배 후원자들을 다 잃은 듯했다.
이로써 내 귀염둥이 범우 문고판 수필집 「눈동자와 입술」도 줄초상을 맞았다. 윤 회장이 영육을 함께했던 범우사는 영애가 승계했으나 더 이상 출판은 않겠다는 의지여서 부득이 「눈동자와 입술」은 다른 출판사를 찾아야 했기에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내 제자들이 주관하는 월간 「한국산문」의 출판국에 맡기기로 했다. 이왕이면 다른 수필작품을 더 보태서 두툼하게 낼까도 생각했으나 범우사의 추억을 간직하고자 원본 그대로 출간한다. 독자 제현들이 이 꺼져가는 「눈동자와 입술」에 재생의 불길을 질러 주시기를 바란다.
잘 났든 못 났든 자기 입장에서는 세상 돌아가는 게 억울하기 마련이다. 다들 자신이 노력한 만큼 그에 합당한 대우를 못 받고 산다는 데서 인생살이의 여한이 쌓인다.
이룩하지 못한 꿈이나 흘러간 사랑을 안타까워하며 그 심경을 한 송이 꽃에 비유하여 눈물을 자아낼 수 있는 멋진 글을 쓰고 싶은데 영 그게 안 된다.
모파상은 문학에 매달려 "나를 위로해 주오. 나를 즐겁게 해 주오. 나를 슬프게 해주오. 나를 감동시켜 주오. 나를 꿈꾸게 해주오. 나를 웃게 해주오. 나를 두렵게 해주오. 나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해주오. 나를 사색하게 해주오."라고 애원한다.
그러려면 누구나 푸근하게 쉬어가고 싶을 정도로 인간미가 넉넉하거나, 입심에 재기 넘치는 감수성까지 갖춰야 되건만 나라는 인간은 그저 무덤덤한 게 영 밥맛이니 글쟁이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부족한 사람이 뭔가 하려면 남다른 피와 땀과 눈물로 얼룩진 체험이나 탐색, 혹은 하다못해 깊은 사색이라도 해대는 열성밖에 없다. 그런데 나는 도통 그런 정성도 쏟을 줄 모르는 데다 약간 게으르면서도 간접체험으로도 감쪽같이 땜질할 수 있는 직업인 문학평론가가 되어버린 것 같다. 20대 중반부터 내 어깨에 달고 그걸로 밥을 먹어온 지가 어언 60년이 넘건만 연륜이 쌓일수록 첩첩산중이다,
그 갑갑한 인생의 후반 길에서 살짝 객기를 부려 본 것이 수필쓰기다. 굳이 변명하자면 평론만으로는 뭔가 내 답답한 인생살이를 토로할 길이 없기에 고백이나 하소연처럼 틈새 시간에 써댄 글들을 나는 '잡감문(雜感文)'이라 부르기를 좋아한다.
이 술어는 작가 루쉰(魯迅)이 소설이 아닌 글들을 모아 펴내면서 붙인 명칭으로, 원래 뜻이야 온갖 상념과 잡념들이란 취지겠지만 사실 인생살이 그 자체가 따지고 보면 너나없이 다 '잡놈'에서 오십 보 백 보 아닐까. 백 보 밖에서 보면 누구나 잘 나 보이지만 그 안으로 가까이 다가서 보면 한낱 잡놈에 다름 아닌 인생들! 그러니 잡감문이란 잡놈의 이런 생각 저런 망상일 수밖에 없다.
(…)
이렇게 아득바득 살다가도 가끔은 감상에 촉촉이 젖어들면 아비규환에 복마전인 세상이 갑자기 아름다워질 때도 있다.
아, 한 송이 꽃, 저 무심한 구름, 그리고 넉넉한 하늘, 어딜 둘러보나 바라보이는 의젓한 산, 나무, 바다, 호수, 무지개, 아, 무지개… 그런 글만 쓰면서 한유를 즐길 수는 없을까.
아무리 서정적인 음악을 들으며 고소하고 달콤한 글을 쓰려고 용을 써도 어느새 슬그머니 냉혈한처럼 따지며 파고드는 논리성으로 빠져들고 만다.
"내 손에 호미를 쥐여다오"라고 시인 이상화는 절규했다. 망치를 잡고 사유하고 피로 쓰라고 니체는 호소한다. 그런데 나는 고작 냉철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자판만 두드리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가슴이 메마른 도구적인 인간형으로 바꾸어 버렸던가. 평론가란 직업 탓일까. 그러니 내 글이 베스트셀러 되긴 틀렸다!
그래도 혹시 운 좋게 될지 몰라? 평론집보다는 쉽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잖아. 문고본이라 책값도 싸고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있잖아? 요즘 누가 지하철에서 책 보는 거 봤어? 다 휴대폰에서 만화나 게임에다 코를 박지! 참 세상 천박해졌지? 그래도 내 책은 볼 거야, 워낙 재밌거든. 글쟁이들은 거의 다 이렇게 생각할지 몰라. 어휴, 제발 꿈 깨셔!
이런 턱없는 기대감으로 내 솜씨가 허락하는 온 힘을 다 쏟아내 순수하고 서정적인 글들만 모아 본 것이 이 문고본 잡감문집이다.
(…)
이 책은 한국 출판사에서 유명한 '범우문고 333권' 기념으로, 초판이 나온 건 2023년 3월 6일이었다. 곧바로 재판이 나왔고, 연이어 ARKO문학 나눔에 선정되어 3판이 출간된 게 같은 해 11월 1일이었으니 독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다고 한들 과장이 아니다.
그런데 내가 베스트셀러 운이 없었던 탓인지 3판 발행 33일째 되던 12월 3일 윤형두 회장이 타계했다. 도서출판 범우사 창립(1966.8.3) 이전부터 인생 선배로 모시면서 5.16군사독재 정권의 몰락까지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사이였던 윤형두 회장. 특히 유신독재 시기(1972?1979)에 서로의 고통을 극복하고자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으악새 클럽'(초창기 회원은 장을병, 한승헌, 리영희, 김상현, 이상두, 윤형두에 이어 후기에는 한완상, 김중배 이 두 분은 생존 중)이 사라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최연소자로 초기부터 함께 했는데, 이 중 한, 리, 김, 윤과는 가히 혈육에 가까울 정도였다. 리영희 스승이 2010년 12월 5일에 작고한 데 이어 김상현 의원(2018.4.18), 한승헌 변호사(2022.4.20)까지 세상을 하직하시자 윤 회장은 지상에서 모든 미련을 포기하신 듯 느껴졌다. 막내인 나로서는 든든한 선배 후원자들을 다 잃은 듯했다.
이로써 내 귀염둥이 범우 문고판 수필집 「눈동자와 입술」도 줄초상을 맞았다. 윤 회장이 영육을 함께했던 범우사는 영애가 승계했으나 더 이상 출판은 않겠다는 의지여서 부득이 「눈동자와 입술」은 다른 출판사를 찾아야 했기에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내 제자들이 주관하는 월간 「한국산문」의 출판국에 맡기기로 했다. 이왕이면 다른 수필작품을 더 보태서 두툼하게 낼까도 생각했으나 범우사의 추억을 간직하고자 원본 그대로 출간한다. 독자 제현들이 이 꺼져가는 「눈동자와 입술」에 재생의 불길을 질러 주시기를 바란다.
목차
목차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통곡의 철학
데모니쉬 혹은 지랄
30초 안에 화 가라앉히기
운명론에 대한 변증법적 만상
국민보건체조 + 낙지춤
보통사람들의 행복 찾기
바람둥이들이 가는 지옥
국민재산이동관리법
종로 네거리의 녹두 장군
돈 후안과 카사노바
금빛 게으른 울음
눈동자와 입술
내 문학의 도장 월계다방
소설 깊이 읽기 모임
도사 이외수와 김봉준
오동나무 아래 거북이 사는 동네
부자 만드는 명당 금성산
5.16쿠데타 학번의 대학생활
이산가족 상봉기
구쳔의 가도 변치 안는다
통곡의 철학
데모니쉬 혹은 지랄
30초 안에 화 가라앉히기
운명론에 대한 변증법적 만상
국민보건체조 + 낙지춤
보통사람들의 행복 찾기
바람둥이들이 가는 지옥
국민재산이동관리법
종로 네거리의 녹두 장군
돈 후안과 카사노바
금빛 게으른 울음
눈동자와 입술
내 문학의 도장 월계다방
소설 깊이 읽기 모임
도사 이외수와 김봉준
오동나무 아래 거북이 사는 동네
부자 만드는 명당 금성산
5.16쿠데타 학번의 대학생활
이산가족 상봉기
구쳔의 가도 변치 안는다
저자
저자
임헌영 1941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
안동사범학교 졸업, 초등학교 교사.
중앙대학교 국문과 및 대학원 수료.
재학 중 『중대신문』 기자.
1966년 월간 『현대문학』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앙대학교 국문학과 겸임교수.
민족문제연구소 부소장을 거쳐 소장.
현재 국립한국문학관 관장.
저서로 『불확실 시대의 문학』『임헌영의 유럽 문학 기행』『한국 소설 정치를 통매하다』 『한국현대 필화사-필화의 문학사회사』『상처와 화살, 인문학으로 세상읽기』『임헌영의 미국문학기행』, 대담집『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문학가 임헌영과의 대화』등이 있음.
안동사범학교 졸업, 초등학교 교사.
중앙대학교 국문과 및 대학원 수료.
재학 중 『중대신문』 기자.
1966년 월간 『현대문학』을 통해 문학평론가로 등단.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객원교수.
중앙대학교 국문학과 겸임교수.
민족문제연구소 부소장을 거쳐 소장.
현재 국립한국문학관 관장.
저서로 『불확실 시대의 문학』『임헌영의 유럽 문학 기행』『한국 소설 정치를 통매하다』 『한국현대 필화사-필화의 문학사회사』『상처와 화살, 인문학으로 세상읽기』『임헌영의 미국문학기행』, 대담집『문학의 길 역사의 광장-문학가 임헌영과의 대화』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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