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극집 1(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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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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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리는 것
극작품이라는 형식의 글을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으로 나누어 바라볼 때, 베케트의 극은 달리 읽히는 면이 있다. 말과 음악과 소리는 '들리는 것'으로서 베케트의 극에서 주요하게 작용하며, '보이는 것'을 여러 방식으로 드러낸다.
소리와 불가분의 관계인 라디오를 위한 극 「지는 모두」에서,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혼잣말 내지 여담 같은 대사는 발을 끌며 걷는 소리와 동물 울음과 달구지 바퀴 소리와 자전거 종소리와 경적과 흥얼거림과 코 푸는 소리와 킥킥거림과 폭소와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 등을 두루 거느리며 소리로 꽉 찬 극을 만들어 간다. 역시 라디오를 위해 쓰인 「불씨」의 인물은 몽돌 해변을 걸으며 바닷소리 위로 죽은 이에게 긴 혼잣말을 걸고, 이 혼잣말에 아내가 거는 말과 아이가 피아노와 승마를 박자 맞춰 연습하는 소리와 울음이 겹쳐진다. 라디오라는 매체를 분명히 의식한 듯 읽히는 이 작품들은 말과 약간의 음악을 여러 소리와 함께 들려준다. 이 극들에서 음악은 작은 요소로 쓰이며, (극의 내용과 연관한 해석과 별개로) 다양한 소리 중 하나로 들리게 된다.
한편 음악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작품들이 있다. 라디오극 「말과 음악」의 '말'은 '음악'과 서로 견준다. '음악'은 음악 자신의 표현을 대사로 삼아 '말'과 대화한다. 이때 제3자 '골골'은 '말'을 '조'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밥'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말'과 '음악'을 등장인물의 자리에 확실히 위치시킨다. 3막으로 이루어진 텔레비전극 「유령 삼중주」는 통상 '유령' 삼중주라 불리는 베토벤의 「피아노 삼중주 5번」 2악장 '라르고'를 카메라의 움직임과 함께 극의 구조로 반영한다. 이 책을 닫는 작품인 텔레비전극 「나흐트 운트 트로이메」 역시 곡명을 극의 제목으로 삼은 경우로, 슈베르트의 리트 「밤과 꿈」 마지막 일곱 마디와 함께, 꿈꾸는 이가 곡을 읊조리고 흥얼거리는 것 외의 대사 없이 흘러간다. 이 라디오극과 텔레비전극에서 음악은 배경음악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음악은 등장인물이 되고, 대사가 되고, 구조가 되고, 주제나 주요한 흐름이 된다.
극 속에서, 베케트의 어떤 인물들은 말을 쏟아 낸다. 쏟아지는 이 말들은 듣는 이가 들은 말을 곱씹거나 거를 틈 없이 말을 덩어리로, 소리 자체로 받아들이게 한다. 일막극이자 일인극인 「크래프의 마지막 테이프」의 주인공은 오래전 테이프에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돌려 들으며 오늘의 녹음을 시작한다. 「재생」의 세 남녀는 회색 단지에 들어앉아 머리만 내민 채 번갈아, 다 함께 빠르게 말한다. 「응 조」에서 '조'에게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분출하는 말의 출구로서 입을 주목하게 하는 독백극 「나 아닌」과 문장부호를 벗어나 세 겹으로 들려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또 다른 독백극 「그때」, 제목처럼 한 편의 긴 독백으로 이어지는 「독백 한 편」, 흔들의자에 앉아 녹음된 제 목소리가 시처럼 흘러가는 양상을 듣는 「흔들노래」…. 덩어리진 말은 말을 소리로 체감하게 하면서, 말의 바깥을 바라보게 한다.
보이는 것
말의 바깥에 듣는 이가 있고, 움직이는 이가 있다. 이들이 보인다.
베케트의 극 속에서, '듣는 이'나 '청자'는 종종 구체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오하이오 즉흥」에 등장하는 '듣는 이'와 '읽는 이'는 생김새가 닮도록 지시된다. 「크래프의 마지막 테이프」나 「흔들노래」에서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이들이나 「그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세 방향에서 듣고 있는 이를 연상시키는 이 모습을 통해, 극을 독자로서 읽게 되는 이와 관객으로서 듣게 되는 이가 이렇게 만난다고 읽힌다. 「나 아닌」의 끝없는 대사가 펼쳐지는 윗무대 아래, 있는 듯 없는 듯 아주 조금 움직이는 청자도 있다. 텔레비전극 「응 조」에서, 제목에 등장하는 인물 '조'는 자신에게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자다. 조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 자기 방을 이렇게 저렇게 살피다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부터는 자리에 앉아 거의 움직이지 않는데, 화면은 그 얼굴의 미세한 변화를 비춘다. 한편 텔레비전극 「…다만 구름…」은 제목이 빌린 예이츠의 시 구절을 향해 가면서 말하는 시늉을, 입놀림을 보여 준다.
이러한 '대사 있음'이 듣는 이나 읽는 이의 (주로 말을 둘러싼) 작은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다면, '대사 없음'은 보다 명확한 움직임과 그에 따른 리듬을 때로 드러내 보인다. 텔레비전극 「사방」의 실연자 넷은 가운과 쓰개로 몸과 얼굴을 가린 채 정사각형 내부가 양 대각선으로 구획된 구역을 각자에게 주어진 경로로 규칙적으로 걸으며, 대사 대신 발소리와 함께 타악기 네 종류를 여러 조합으로 연주해 간다. '작은 극' 「오고 가고」의 경우, 최소한으로 전개되는 절제된 대사가 세 인물의 손과 팔의 특정한 움직임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영화 각본 「필름」 역시 한 마디("쉿!")를 제외하고 대사 없이 흐르면서 카메라가 '눈'이 되어 '대상'인 인물의 동선과 움직임을 뒤쫓다가, '대상'의 눈에 다다라 비로소 멈춘다. "존재함은 지각됨"이며, "자각은 존재 내에서 지속한다"는 사실이 이렇게 증명된다.
내가 나를 지각한다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음은 움직임이 계속됨을 증명한다. 말의 바깥이라고 말하면서 말을 벗어나지 못하듯이, 베케트의 세계는 움직이면서 움직이지 않는, 혹은 그 반대의 모순을 계속해서 실현한다. 이러한 운동성이 짐짓 굳어진 형태로 작품의 곳곳에 붙박여 있다. 들릴 수 있고, 보일 수 있으면서.
극작품이라는 형식의 글을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으로 나누어 바라볼 때, 베케트의 극은 달리 읽히는 면이 있다. 말과 음악과 소리는 '들리는 것'으로서 베케트의 극에서 주요하게 작용하며, '보이는 것'을 여러 방식으로 드러낸다.
소리와 불가분의 관계인 라디오를 위한 극 「지는 모두」에서, 등장인물들이 내뱉는 혼잣말 내지 여담 같은 대사는 발을 끌며 걷는 소리와 동물 울음과 달구지 바퀴 소리와 자전거 종소리와 경적과 흥얼거림과 코 푸는 소리와 킥킥거림과 폭소와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 등을 두루 거느리며 소리로 꽉 찬 극을 만들어 간다. 역시 라디오를 위해 쓰인 「불씨」의 인물은 몽돌 해변을 걸으며 바닷소리 위로 죽은 이에게 긴 혼잣말을 걸고, 이 혼잣말에 아내가 거는 말과 아이가 피아노와 승마를 박자 맞춰 연습하는 소리와 울음이 겹쳐진다. 라디오라는 매체를 분명히 의식한 듯 읽히는 이 작품들은 말과 약간의 음악을 여러 소리와 함께 들려준다. 이 극들에서 음악은 작은 요소로 쓰이며, (극의 내용과 연관한 해석과 별개로) 다양한 소리 중 하나로 들리게 된다.
한편 음악을 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작품들이 있다. 라디오극 「말과 음악」의 '말'은 '음악'과 서로 견준다. '음악'은 음악 자신의 표현을 대사로 삼아 '말'과 대화한다. 이때 제3자 '골골'은 '말'을 '조'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밥'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말'과 '음악'을 등장인물의 자리에 확실히 위치시킨다. 3막으로 이루어진 텔레비전극 「유령 삼중주」는 통상 '유령' 삼중주라 불리는 베토벤의 「피아노 삼중주 5번」 2악장 '라르고'를 카메라의 움직임과 함께 극의 구조로 반영한다. 이 책을 닫는 작품인 텔레비전극 「나흐트 운트 트로이메」 역시 곡명을 극의 제목으로 삼은 경우로, 슈베르트의 리트 「밤과 꿈」 마지막 일곱 마디와 함께, 꿈꾸는 이가 곡을 읊조리고 흥얼거리는 것 외의 대사 없이 흘러간다. 이 라디오극과 텔레비전극에서 음악은 배경음악으로 기능하지 않는다. 음악은 등장인물이 되고, 대사가 되고, 구조가 되고, 주제나 주요한 흐름이 된다.
극 속에서, 베케트의 어떤 인물들은 말을 쏟아 낸다. 쏟아지는 이 말들은 듣는 이가 들은 말을 곱씹거나 거를 틈 없이 말을 덩어리로, 소리 자체로 받아들이게 한다. 일막극이자 일인극인 「크래프의 마지막 테이프」의 주인공은 오래전 테이프에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돌려 들으며 오늘의 녹음을 시작한다. 「재생」의 세 남녀는 회색 단지에 들어앉아 머리만 내민 채 번갈아, 다 함께 빠르게 말한다. 「응 조」에서 '조'에게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분출하는 말의 출구로서 입을 주목하게 하는 독백극 「나 아닌」과 문장부호를 벗어나 세 겹으로 들려오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또 다른 독백극 「그때」, 제목처럼 한 편의 긴 독백으로 이어지는 「독백 한 편」, 흔들의자에 앉아 녹음된 제 목소리가 시처럼 흘러가는 양상을 듣는 「흔들노래」…. 덩어리진 말은 말을 소리로 체감하게 하면서, 말의 바깥을 바라보게 한다.
보이는 것
말의 바깥에 듣는 이가 있고, 움직이는 이가 있다. 이들이 보인다.
베케트의 극 속에서, '듣는 이'나 '청자'는 종종 구체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오하이오 즉흥」에 등장하는 '듣는 이'와 '읽는 이'는 생김새가 닮도록 지시된다. 「크래프의 마지막 테이프」나 「흔들노래」에서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반응하는 이들이나 「그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세 방향에서 듣고 있는 이를 연상시키는 이 모습을 통해, 극을 독자로서 읽게 되는 이와 관객으로서 듣게 되는 이가 이렇게 만난다고 읽힌다. 「나 아닌」의 끝없는 대사가 펼쳐지는 윗무대 아래, 있는 듯 없는 듯 아주 조금 움직이는 청자도 있다. 텔레비전극 「응 조」에서, 제목에 등장하는 인물 '조'는 자신에게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자다. 조는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 자기 방을 이렇게 저렇게 살피다가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부터는 자리에 앉아 거의 움직이지 않는데, 화면은 그 얼굴의 미세한 변화를 비춘다. 한편 텔레비전극 「…다만 구름…」은 제목이 빌린 예이츠의 시 구절을 향해 가면서 말하는 시늉을, 입놀림을 보여 준다.
이러한 '대사 있음'이 듣는 이나 읽는 이의 (주로 말을 둘러싼) 작은 움직임을 보여 주고 있다면, '대사 없음'은 보다 명확한 움직임과 그에 따른 리듬을 때로 드러내 보인다. 텔레비전극 「사방」의 실연자 넷은 가운과 쓰개로 몸과 얼굴을 가린 채 정사각형 내부가 양 대각선으로 구획된 구역을 각자에게 주어진 경로로 규칙적으로 걸으며, 대사 대신 발소리와 함께 타악기 네 종류를 여러 조합으로 연주해 간다. '작은 극' 「오고 가고」의 경우, 최소한으로 전개되는 절제된 대사가 세 인물의 손과 팔의 특정한 움직임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영화 각본 「필름」 역시 한 마디("쉿!")를 제외하고 대사 없이 흐르면서 카메라가 '눈'이 되어 '대상'인 인물의 동선과 움직임을 뒤쫓다가, '대상'의 눈에 다다라 비로소 멈춘다. "존재함은 지각됨"이며, "자각은 존재 내에서 지속한다"는 사실이 이렇게 증명된다.
내가 나를 지각한다는 것에서 벗어날 수 없음은 움직임이 계속됨을 증명한다. 말의 바깥이라고 말하면서 말을 벗어나지 못하듯이, 베케트의 세계는 움직이면서 움직이지 않는, 혹은 그 반대의 모순을 계속해서 실현한다. 이러한 운동성이 짐짓 굳어진 형태로 작품의 곳곳에 붙박여 있다. 들릴 수 있고, 보일 수 있으면서.
목차
목차
지는 모두
크래프의 마지막 테이프
불씨
말과 음악
재생
필름
오고 가고
응 조
숨
나 아닌
그때
발길
유령 삼중주
…다만 구름…
독백 한 편
흔들노래
오하이오 즉흥
사방
나흐트 운트 트로이메
부록 I / 단편극의 출간, 공연과 방송, 번역에 대해 / 이예원
부록 II / 돌들: 부동하는 작은 점들의 세계 / 김두리
작가 연보
작품 연표
크래프의 마지막 테이프
불씨
말과 음악
재생
필름
오고 가고
응 조
숨
나 아닌
그때
발길
유령 삼중주
…다만 구름…
독백 한 편
흔들노래
오하이오 즉흥
사방
나흐트 운트 트로이메
부록 I / 단편극의 출간, 공연과 방송, 번역에 대해 / 이예원
부록 II / 돌들: 부동하는 작은 점들의 세계 / 김두리
작가 연보
작품 연표
저자
저자
사뮈엘 베케트
사뮈엘 베케트(Samuel Beckett, 1906?-?89) - 1906년 4월 13일 아일랜드 더블린 남쪽 폭스록에서 유복한 신교도 가정의 차남으로 태어났다. 더블린의 트리니티 대학교에서 프랑스 문학과 이탈리아 문학을 공부하고 단테와 데카르트에 심취했던 베케트는 졸업 후 1920년대 후반 파리 고등 사범학교 영어 강사로 일하게 된다. 당시 파리에 머물고 있었던 제임스 조이스에게 큰 영향을 받은 그는 조이스의 『피네건의 경야』에 대한 비평문을 공식적인 첫 글로 발표하고, 1930년 첫 시집 『호로스코프』를, 1931년 비평집 『프루스트』를 펴낸다. 이어 트리니티 대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게 되지만 곧 그만두고, 1930년대 초 첫 장편소설 『그저 그런 여인들에 대한 꿈』(사후 출간)을 쓰고, 1934년 첫 단편집 『발길질보다 따끔함』을, 1935년 시집 『에코의 뼈들 그리고 다른 침전물들』을, 1938년 장편소설 『머피』를 출간하며 작가로서 발판을 다진다. 1937년 파리에 정착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레지스탕스로 활약하며 프랑스에서 전쟁을 치르고, 1946년 봄 프랑스어로 글을 쓰기 시작한 후 1989년 숨을 거둘 때까지 수십 편의 시, 소설, 희곡, 비평을 프랑스어와 영어로 번갈아가며 쓰는 동시에 자신의 작품 대부분을 스스로 번역한다. 전쟁 중 집필한 장편소설 『와트』에 뒤이어 쓴 초기 소설 3부작 『몰로이』, 『말론 죽다』, 『이름 붙일 수 없는 자』가 1951년부터 1953년까지 프랑스 미뉘 출판사에서 출간되고, 1952년 역시 미뉘에서 출간된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가 파리, 베를린, 런던, 뉴욕 등에서 수차례 공연되고 여러 언어로 출판되며 명성을 얻게 된 베케트는 1961년 보르헤스와 공동으로 국제 출판인상을 받고, 196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희곡뿐 아니라 라디오극과 텔레비전극 및 시나리오를 집필하고 직접 연출하기도 했던 그는 당대의 연출가, 배우, 미술가, 음악가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평생 실험적인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1989년 12월 22일 파리에서 숨을 거뒀고, 몽파르나스 묘지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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