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지우다
권위주의자들은 왜, 어떻게 과거를 조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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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정권은 왜 다양한 관점의 역사를 두려워하는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역사 지우기’의 메커니즘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역사’를 둘러싼 싸움은 더 이상 학술 논쟁에 머물지 않는다. 교과서에서 어떤 사건이 삭제되고, 도서관에서 어떤 책이 사라지며, 박물관의 전시 해설이 어떻게 바뀌는가는 곧바로 시민의 권리, 선거, 소수자의 지위, 그리고 민주주의의 존립과 연결된다. 《역사를 지우다》는 이런 변화가 왜 동시에, 비슷한 방식으로,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를 왜곡하지 말자’는 도덕적 호소가 아니다. 권위주의가 어떤 논리와 제도를 통해 과거를 통제하고, 그로 인해 시민들이 현재의 선택 능력을 잃어 가는지를 해부하는 매우 현실적인 정치철학 및 역사의 보고서다. 과거를 둘러싼 싸움이 곧 현재와 미래의 자유를 둘러싼 싸움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구체적 사례와 이론적 분석으로 동시에 입증한다.
《역사를 지우다》가 지금 한국 독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역사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정치적 진영 대립과 결합하고, 교육과 기억의 문제가 곧바로 권력 투쟁의 장이 되는 현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이슨 스탠리는 헝가리, 폴란드, 미국, 인도, 러시아 등의 사례를 통해 권위주의 정치가 어떻게 과거를 재단하고, 교육과 기억 제도를 재설계하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단지 특정 국가의 일탈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잠식하는 하나의 ‘국제적 패턴’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역사 지우기’의 메커니즘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역사’를 둘러싼 싸움은 더 이상 학술 논쟁에 머물지 않는다. 교과서에서 어떤 사건이 삭제되고, 도서관에서 어떤 책이 사라지며, 박물관의 전시 해설이 어떻게 바뀌는가는 곧바로 시민의 권리, 선거, 소수자의 지위, 그리고 민주주의의 존립과 연결된다. 《역사를 지우다》는 이런 변화가 왜 동시에, 비슷한 방식으로,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를 왜곡하지 말자’는 도덕적 호소가 아니다. 권위주의가 어떤 논리와 제도를 통해 과거를 통제하고, 그로 인해 시민들이 현재의 선택 능력을 잃어 가는지를 해부하는 매우 현실적인 정치철학 및 역사의 보고서다. 과거를 둘러싼 싸움이 곧 현재와 미래의 자유를 둘러싼 싸움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구체적 사례와 이론적 분석으로 동시에 입증한다.
《역사를 지우다》가 지금 한국 독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역사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정치적 진영 대립과 결합하고, 교육과 기억의 문제가 곧바로 권력 투쟁의 장이 되는 현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이슨 스탠리는 헝가리, 폴란드, 미국, 인도, 러시아 등의 사례를 통해 권위주의 정치가 어떻게 과거를 재단하고, 교육과 기억 제도를 재설계하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단지 특정 국가의 일탈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잠식하는 하나의 ‘국제적 패턴’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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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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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주의 정권은 왜 다양한 관점의 역사를 두려워하는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역사 지우기'의 메커니즘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역사'를 둘러싼 싸움은 더 이상 학술 논쟁에 머물지 않는다. 교과서에서 어떤 사건이 삭제되고, 도서관에서 어떤 책이 사라지며, 박물관의 전시 해설이 어떻게 바뀌는가는 곧바로 시민의 권리, 선거, 소수자의 지위, 그리고 민주주의의 존립과 연결된다. 《역사를 지우다》는 이런 변화가 왜 동시에, 비슷한 방식으로,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를 왜곡하지 말자'는 도덕적 호소가 아니다. 권위주의가 어떤 논리와 제도를 통해 과거를 통제하고, 그로 인해 시민들이 현재의 선택 능력을 잃어 가는지를 해부하는 매우 현실적인 정치철학 및 역사의 보고서다. 과거를 둘러싼 싸움이 곧 현재와 미래의 자유를 둘러싼 싸움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구체적 사례와 이론적 분석으로 동시에 입증한다.
《역사를 지우다》가 지금 한국 독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역사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정치적 진영 대립과 결합하고, 교육과 기억의 문제가 곧바로 권력 투쟁의 장이 되는 현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이슨 스탠리는 헝가리, 폴란드, 미국, 인도, 러시아 등의 사례를 통해 권위주의 정치가 어떻게 과거를 재단하고, 교육과 기억 제도를 재설계하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단지 특정 국가의 일탈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잠식하는 하나의 '국제적 패턴'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권위주의 정권의 역사 지우기
권위주의 정권은 역사를 '경쟁 서사'로 인식한다. 다양한 관점이 공존하는 역사 이해는 시민에게 국가 이야기의 공동 저자로서의 역할을 요구하고, 이는 단일한 권력 서사와 충돌한다. 그래서 교과서·교육과정·공적 기념의 층위를 조정해 복수의 관점을 하나의 신화로 환원한다. 이 책은 그 핵심 메커니즘을 삭제·왜곡·대체라는 '지우기'의 기술로 묶어 교육과 문화 전반에서 작동하는 권위주의의 전략을 해부한다.
바로 지금 미국 정치를 보면 이 '역사 지우기' 문제는 더 긴급하다. 트럼프 대통령을 축으로 공화당 일각에서 이른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이니셔티브와 비판적 인종 이론(CRT)의 축소 및 금지, '애국 교육' 프레임의 재가동, 학교·도서관 장서 제한 같은 조치가 확산하며 역사·시민교육의 언어와 기준을 바꾸려는 시도가 거세졌다. 이는 한 지역 또는 한 국가의 논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적으로 '과거의 영광 - 타락한 현재 - 가상의 적의 발명'이라는 동일한 문법이 정책 → 제도 → 일상으로 스며들게 되는 흐름으로 나타난다. 《역사를 지우다》는 이러한 흐름을 개별 사건의 나열이 아닌 그 작동 원리로 보여주기 때문에, 파편화된 뉴스를 일정한 패턴으로 읽고 다음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역사의 완전한 지우기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세대의 기억과 생활세계의 경험은 제도적 검열을 뚫고 남는다. 저자는 바로 그 틈에서 민주주의의 회복력이 발생한다고 본다. 역사 시민성이 유지될 때 권위주의의 단일 서사는 균열을 드러내며, '역사 지우기' 자체가 공적 논쟁의 대상이 된다.
교육을 장악하라: 교육과정·도서관·캠퍼스에 대한 공격
권위주의는 학교를 최전선으로 삼는다. 교실 내에서의 간섭과 도서 검열, '정치적 중립'과 '애국 교육' 같은 구호 아래 교육과정을 평면화하고, 구조적 차별을 설명하는 개념 언어를 제거한다. 대학 역시 낙인과 예산 압박, 규제의 표적이 된다. 이는 지식의 총량 축소가 아니라 사회를 이해하는 틀 자체를 빼앗는 과정이며, 선전이 주입되기 쉬운 토양을 만든다.
국제적으로도 유사한 양상이 관찰된다. 인도에서는 국립교육연구훈련위원회(NCERT)가 널리 사용되는 교과서를 수정해 무굴 제국의 비중을 축소했다. 무굴은 오늘날 인도에서 소수인 무슬림이 지배하던 시기였다는 이유로 주변화되었고, 그 결과 "인도의 진정한 영광은 종교적 순수성을 지닌 힌두 문명에 있다"라는 힌두 민족주의 신화가 교육제도에서 강화되었다. 대학가에서는 반무슬림법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를 '반국가적'으로 낙인찍으며 경찰력이 개입한 사례가 반복되어, 고등교육의 자치와 비판적 토론 공간이 직접 압박을 받았다.
이렇게 구성된 교육 권위주의는 학문 자유를 압박하고, 학생·교사의 선택과 평가, 진로까지 연쇄적으로 제약한다.
신화적 과거와 적의 발명: 파시즘의 정치 언어
권위주의는 '영광의 과거'와 '타락한 현재'를 대비시키고, 그 간극의 책임을 외부자에게 전가한다. 이 과정에서 법과 질서를 과잉 동원하고, 성·문화·이민에 대한 불안을 정치 연료로 사용한다. 그러면서 말이 행동을 정당화하고, 행동이 다시 말을 사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순환인 '반사실의 정상화'가 작동한다.
러시아의 사례는 전쟁 정당화와 교과서 개정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러시아 교과서는 우크라이나인이 독립적 역사·정체성·언어를 지니지 않는다고 서술하며(집단학살의 역사가 없다는 주장까지 포함), 2014년 이후의 갈등을 내전으로 규정하거나 러시아의 개입을 지운 채 기술해 침공의 책임을 흐린다. 이러한 서술은 '우크라이나인은 파시스트'라거나 '러시아는 단지 내부 반군을 도왔다'라는 식의 허위 주장들과 결합해, 침공을 정당화하는 이야기 구조를 학생들에게 주입한다. 저자는 이러한 가짜 역사가 아니었다면 러시아 내부의 전쟁 지지도는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바로 그 왜곡과 싸우는 1차 전선이 학교와 대학임을 지적한다.
또한 점령지에서는 교과서와 학교 운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체성의 흔적을 체계적으로 억압하고, 푸틴의 연설과 국가 담론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와 하나인 민족'으로 규정해 분리된 정체성 자체를 부정한다. 나아가 책은 2022년 침공 이후의 작전이 문화적 집단학살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며, 우크라이나 아동을 러시아로 대규모 이송·입양하는 관행을 사례로 든다.
각국의 사례들: 러시아·헝가리·인도·폴란드의 기억 정치
헝가리는 국가 핵심 교육과정을 재편해 '불편한 과거'를 흐리고 단일한 민족 신화를 강화했다. 2020년 개정에서 문학 영역을 "헝가리 민족의 문학"으로 정의하고, 트리아농 조약 이후 국경 밖 헝가리인까지 포괄하는 민족 서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동시에 홀로코스트 생존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임레 케르테스(Imre Kertesz)의 작품을 교육과정에서 제외해, 유대인 생존자의 공헌과 비극을 사실상 주변화했다. 반면 2차 세계대전 시기 우익 극작가 페렌츠 헤르체그(Ferenc Herczeg) 등은 핵심 목록으로 승격되며 '판테온(떠받들어야 할 유명 인물)'의 위상을 부여받았다. 과거 개정 때도 파시스트 정당 출신 인사를 포함한 소수계 작가들이 정치적 이유로 판테온화된 전례가 있어, 교육과정이 자긍심-정체성-기억을 재배열하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시킨다.
폴란드에선 그단스크 2차 세계대전 박물관을 둘러싼 공방이 상징적이다. 국제학자 컨소시엄이 기획해 2017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폴란드의 피해만을 강조하는 기존 서사에서 벗어나 홀로코스트로 희생된 폴란드 유대인, 나치에 의해 학살된 소련 전쟁포로 등 다양한 집단의 경험을 개별적으로 조명했다. 목적은 폴란드의 경험을 세계사적 맥락 속에 위치시키는 것이었지만, 이 균형적 서술은 곧 정치적 압박에 직면했다. 박물관 서사를 '국민적 피해'로 재집중시키려는 시도는 공공 기억기관의 전시 설명·선정 기준·해석 언어까지 재정렬하려는 움직임으로 번지며 민주주의적 기억 질서에 균열을 초래했다.
이와 맞물려 미국·러시아·인도 등에서도 비판적 관점을 금지하는 제도 변화가 가속화되고, 투표법 강화 같은 정치 공학과 결합했다. 책은 이러한 흐름이 우발적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권위주의 동원 체제의 '지적·정서적 인프라 재설계'임을 밝힌다. 각국의 사례는 공통의 문법과 지역적 특수성을 함께 드러내며, '역사 지우기'가 국경을 넘어 공유되는 기술임을 보여준다.
역사 되찾기와 방어: 민주주의는 어떻게 과거를 지키는가
이 책의 결론은 '역사 되찾기'를 단순한 방어적 구호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 정치 실천으로 제시한다. 제이슨 스탠리는 과거를 둘러싼 싸움이 결국 교육, 기억 제도, 공론장의 구조를 둘러싼 싸움이며, 이 전선에서 후퇴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지탱할 언어와 기준을 잃게 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단순하지도, 안이하지도 않다. 다양한 자료를 읽고 가르칠 수 있는 제도적 조건을 지키는 일, 교사의 전문성과 학문의 자율성을 보호하는 일, 지역 아카이브·박물관·도서관·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해 공공 기억의 기반을 넓히는 일, 그리고 교육 과정과 전시, 공적 서사가 어떤 기준으로 구성되는지를 끊임없이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일 등이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인프라'임을 보여준다. 문제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이전에, 왜 그리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사회가 합의할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이 책이 일관되게 강조하는 점은 민주주의는 결코 편안한 체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민주주의는 불편한 사실, 경쟁하는 해석, 자신이 속한 집단의 신화를 흔드는 이야기들까지 제도적으로 포용할 용기를 요구한다. 반대로 권위주의는 언제나 과거를 단순화하고, 불편한 질문을 제거하고, 단일한 이야기로 세계를 정리하려 든다. 《역사를 지우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억의 정치'가 어떻게 '자유의 정치'와 직결되는지를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책이다. 권위주의가 과거를 재단하려 할 때 복수의 이야기들이 공존하고 경쟁할 수 있는 질서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역사를 지우다》는 그 질문에 대해 가장 치열하고도 현실적인 답변을 제시한다.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역사 지우기'의 메커니즘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역사'를 둘러싼 싸움은 더 이상 학술 논쟁에 머물지 않는다. 교과서에서 어떤 사건이 삭제되고, 도서관에서 어떤 책이 사라지며, 박물관의 전시 해설이 어떻게 바뀌는가는 곧바로 시민의 권리, 선거, 소수자의 지위, 그리고 민주주의의 존립과 연결된다. 《역사를 지우다》는 이런 변화가 왜 동시에, 비슷한 방식으로, 여러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를 왜곡하지 말자'는 도덕적 호소가 아니다. 권위주의가 어떤 논리와 제도를 통해 과거를 통제하고, 그로 인해 시민들이 현재의 선택 능력을 잃어 가는지를 해부하는 매우 현실적인 정치철학 및 역사의 보고서다. 과거를 둘러싼 싸움이 곧 현재와 미래의 자유를 둘러싼 싸움이라는 사실을 이 책은 구체적 사례와 이론적 분석으로 동시에 입증한다.
《역사를 지우다》가 지금 한국 독자에게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역사 해석'을 둘러싼 갈등이 정치적 진영 대립과 결합하고, 교육과 기억의 문제가 곧바로 권력 투쟁의 장이 되는 현실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제이슨 스탠리는 헝가리, 폴란드, 미국, 인도, 러시아 등의 사례를 통해 권위주의 정치가 어떻게 과거를 재단하고, 교육과 기억 제도를 재설계하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그 과정이 단지 특정 국가의 일탈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잠식하는 하나의 '국제적 패턴'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권위주의 정권의 역사 지우기
권위주의 정권은 역사를 '경쟁 서사'로 인식한다. 다양한 관점이 공존하는 역사 이해는 시민에게 국가 이야기의 공동 저자로서의 역할을 요구하고, 이는 단일한 권력 서사와 충돌한다. 그래서 교과서·교육과정·공적 기념의 층위를 조정해 복수의 관점을 하나의 신화로 환원한다. 이 책은 그 핵심 메커니즘을 삭제·왜곡·대체라는 '지우기'의 기술로 묶어 교육과 문화 전반에서 작동하는 권위주의의 전략을 해부한다.
바로 지금 미국 정치를 보면 이 '역사 지우기' 문제는 더 긴급하다. 트럼프 대통령을 축으로 공화당 일각에서 이른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이니셔티브와 비판적 인종 이론(CRT)의 축소 및 금지, '애국 교육' 프레임의 재가동, 학교·도서관 장서 제한 같은 조치가 확산하며 역사·시민교육의 언어와 기준을 바꾸려는 시도가 거세졌다. 이는 한 지역 또는 한 국가의 논란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적으로 '과거의 영광 - 타락한 현재 - 가상의 적의 발명'이라는 동일한 문법이 정책 → 제도 → 일상으로 스며들게 되는 흐름으로 나타난다. 《역사를 지우다》는 이러한 흐름을 개별 사건의 나열이 아닌 그 작동 원리로 보여주기 때문에, 파편화된 뉴스를 일정한 패턴으로 읽고 다음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역사의 완전한 지우기는 결코 가능하지 않다. 세대의 기억과 생활세계의 경험은 제도적 검열을 뚫고 남는다. 저자는 바로 그 틈에서 민주주의의 회복력이 발생한다고 본다. 역사 시민성이 유지될 때 권위주의의 단일 서사는 균열을 드러내며, '역사 지우기' 자체가 공적 논쟁의 대상이 된다.
교육을 장악하라: 교육과정·도서관·캠퍼스에 대한 공격
권위주의는 학교를 최전선으로 삼는다. 교실 내에서의 간섭과 도서 검열, '정치적 중립'과 '애국 교육' 같은 구호 아래 교육과정을 평면화하고, 구조적 차별을 설명하는 개념 언어를 제거한다. 대학 역시 낙인과 예산 압박, 규제의 표적이 된다. 이는 지식의 총량 축소가 아니라 사회를 이해하는 틀 자체를 빼앗는 과정이며, 선전이 주입되기 쉬운 토양을 만든다.
국제적으로도 유사한 양상이 관찰된다. 인도에서는 국립교육연구훈련위원회(NCERT)가 널리 사용되는 교과서를 수정해 무굴 제국의 비중을 축소했다. 무굴은 오늘날 인도에서 소수인 무슬림이 지배하던 시기였다는 이유로 주변화되었고, 그 결과 "인도의 진정한 영광은 종교적 순수성을 지닌 힌두 문명에 있다"라는 힌두 민족주의 신화가 교육제도에서 강화되었다. 대학가에서는 반무슬림법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를 '반국가적'으로 낙인찍으며 경찰력이 개입한 사례가 반복되어, 고등교육의 자치와 비판적 토론 공간이 직접 압박을 받았다.
이렇게 구성된 교육 권위주의는 학문 자유를 압박하고, 학생·교사의 선택과 평가, 진로까지 연쇄적으로 제약한다.
신화적 과거와 적의 발명: 파시즘의 정치 언어
권위주의는 '영광의 과거'와 '타락한 현재'를 대비시키고, 그 간극의 책임을 외부자에게 전가한다. 이 과정에서 법과 질서를 과잉 동원하고, 성·문화·이민에 대한 불안을 정치 연료로 사용한다. 그러면서 말이 행동을 정당화하고, 행동이 다시 말을 사실처럼 보이게 만드는 순환인 '반사실의 정상화'가 작동한다.
러시아의 사례는 전쟁 정당화와 교과서 개정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러시아 교과서는 우크라이나인이 독립적 역사·정체성·언어를 지니지 않는다고 서술하며(집단학살의 역사가 없다는 주장까지 포함), 2014년 이후의 갈등을 내전으로 규정하거나 러시아의 개입을 지운 채 기술해 침공의 책임을 흐린다. 이러한 서술은 '우크라이나인은 파시스트'라거나 '러시아는 단지 내부 반군을 도왔다'라는 식의 허위 주장들과 결합해, 침공을 정당화하는 이야기 구조를 학생들에게 주입한다. 저자는 이러한 가짜 역사가 아니었다면 러시아 내부의 전쟁 지지도는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바로 그 왜곡과 싸우는 1차 전선이 학교와 대학임을 지적한다.
또한 점령지에서는 교과서와 학교 운영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체성의 흔적을 체계적으로 억압하고, 푸틴의 연설과 국가 담론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와 하나인 민족'으로 규정해 분리된 정체성 자체를 부정한다. 나아가 책은 2022년 침공 이후의 작전이 문화적 집단학살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며, 우크라이나 아동을 러시아로 대규모 이송·입양하는 관행을 사례로 든다.
각국의 사례들: 러시아·헝가리·인도·폴란드의 기억 정치
헝가리는 국가 핵심 교육과정을 재편해 '불편한 과거'를 흐리고 단일한 민족 신화를 강화했다. 2020년 개정에서 문학 영역을 "헝가리 민족의 문학"으로 정의하고, 트리아농 조약 이후 국경 밖 헝가리인까지 포괄하는 민족 서사를 전면에 배치했다. 동시에 홀로코스트 생존 작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임레 케르테스(Imre Kertesz)의 작품을 교육과정에서 제외해, 유대인 생존자의 공헌과 비극을 사실상 주변화했다. 반면 2차 세계대전 시기 우익 극작가 페렌츠 헤르체그(Ferenc Herczeg) 등은 핵심 목록으로 승격되며 '판테온(떠받들어야 할 유명 인물)'의 위상을 부여받았다. 과거 개정 때도 파시스트 정당 출신 인사를 포함한 소수계 작가들이 정치적 이유로 판테온화된 전례가 있어, 교육과정이 자긍심-정체성-기억을 재배열하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시킨다.
폴란드에선 그단스크 2차 세계대전 박물관을 둘러싼 공방이 상징적이다. 국제학자 컨소시엄이 기획해 2017년 개관한 이 박물관은, 폴란드의 피해만을 강조하는 기존 서사에서 벗어나 홀로코스트로 희생된 폴란드 유대인, 나치에 의해 학살된 소련 전쟁포로 등 다양한 집단의 경험을 개별적으로 조명했다. 목적은 폴란드의 경험을 세계사적 맥락 속에 위치시키는 것이었지만, 이 균형적 서술은 곧 정치적 압박에 직면했다. 박물관 서사를 '국민적 피해'로 재집중시키려는 시도는 공공 기억기관의 전시 설명·선정 기준·해석 언어까지 재정렬하려는 움직임으로 번지며 민주주의적 기억 질서에 균열을 초래했다.
이와 맞물려 미국·러시아·인도 등에서도 비판적 관점을 금지하는 제도 변화가 가속화되고, 투표법 강화 같은 정치 공학과 결합했다. 책은 이러한 흐름이 우발적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권위주의 동원 체제의 '지적·정서적 인프라 재설계'임을 밝힌다. 각국의 사례는 공통의 문법과 지역적 특수성을 함께 드러내며, '역사 지우기'가 국경을 넘어 공유되는 기술임을 보여준다.
역사 되찾기와 방어: 민주주의는 어떻게 과거를 지키는가
이 책의 결론은 '역사 되찾기'를 단순한 방어적 구호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 정치 실천으로 제시한다. 제이슨 스탠리는 과거를 둘러싼 싸움이 결국 교육, 기억 제도, 공론장의 구조를 둘러싼 싸움이며, 이 전선에서 후퇴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스스로를 지탱할 언어와 기준을 잃게 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은 단순하지도, 안이하지도 않다. 다양한 자료를 읽고 가르칠 수 있는 제도적 조건을 지키는 일, 교사의 전문성과 학문의 자율성을 보호하는 일, 지역 아카이브·박물관·도서관·시민사회의 연대를 통해 공공 기억의 기반을 넓히는 일, 그리고 교육 과정과 전시, 공적 서사가 어떤 기준으로 구성되는지를 끊임없이 공개적으로 토론하는 일 등이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정치적 인프라'임을 보여준다. 문제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이전에, 왜 그리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사회가 합의할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이 책이 일관되게 강조하는 점은 민주주의는 결코 편안한 체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민주주의는 불편한 사실, 경쟁하는 해석, 자신이 속한 집단의 신화를 흔드는 이야기들까지 제도적으로 포용할 용기를 요구한다. 반대로 권위주의는 언제나 과거를 단순화하고, 불편한 질문을 제거하고, 단일한 이야기로 세계를 정리하려 든다. 《역사를 지우다》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억의 정치'가 어떻게 '자유의 정치'와 직결되는지를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책이다. 권위주의가 과거를 재단하려 할 때 복수의 이야기들이 공존하고 경쟁할 수 있는 질서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 《역사를 지우다》는 그 질문에 대해 가장 치열하고도 현실적인 답변을 제시한다.
목차
목차
들어가며
1장 권위주의 체제를 만드는 방법
2장 마음의 식민지화
3장 민족주의 프로젝트
4장 우월주의에서 파시즘으로
5장 반교육
6장 고전교육
7장 역사 되찾기
나가며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
찾아보기
1장 권위주의 체제를 만드는 방법
2장 마음의 식민지화
3장 민족주의 프로젝트
4장 우월주의에서 파시즘으로
5장 반교육
6장 고전교육
7장 역사 되찾기
나가며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주
찾아보기
저자
저자
제이슨 스탠리
Jason Stanley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철학자로서 예일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토론토대학교 글로벌·공공정책 멍크 스쿨(Munk School)의 미국학 석좌교수, 키이우 경제대학교의 석좌교수이다. 예일대학교 로스쿨 산하 저스티스 콜래버러토리(Justice Collaboratory) 구성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권위주의, 민주주의, 선전,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등 주요 매체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23개 언어로 번역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우리와 그들의 정치: 파시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Fascism Works: The Politics of Us and Them)》를 비롯해 《지식과 실천적 관심(Knowledge and Practical Interests)》, 《선전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Propaganda Works)》 등이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철학자로서 예일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토론토대학교 글로벌·공공정책 멍크 스쿨(Munk School)의 미국학 석좌교수, 키이우 경제대학교의 석좌교수이다. 예일대학교 로스쿨 산하 저스티스 콜래버러토리(Justice Collaboratory) 구성원으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권위주의, 민주주의, 선전, 표현의 자유를 주제로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등 주요 매체에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23개 언어로 번역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우리와 그들의 정치: 파시즘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Fascism Works: The Politics of Us and Them)》를 비롯해 《지식과 실천적 관심(Knowledge and Practical Interests)》, 《선전은 어떻게 작동하는가(How Propaganda Works)》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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