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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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의 길목에서 얻은 시인의 보석
─ 신영춘 시집 『빛의 족적』
목회자인 신영춘 시인의 네 번째 신작시집 『빛의 족적』이 작가 기획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신영춘 시인은 강원도 인제 출생으로,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성서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역사편찬위원장이며 《기독교헤럴드》 편집인이기도 하다. 그는 바쁜 목양의 발걸음 가운데서도 『들꽃 소담한 고향길』 · 『하늘을 여는 빗소리』 · 『동해안을 따라가는 길』 등 세 권의 시집을 상재했으며, 학술서적 『탄식과 구원의 메타포』와 설교집 『성결의 문턱에서』, 『하나님의 견인줄』 등을 펴냈다.
이번에 펴낸 시집 『빛의 족적』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자연에 대한, 사람들에 대한, 해체를 보는, 작은 공동체를 바라보는, ‘애절한 시선’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시인 자신이 이번 시집의 내면세계를 이미 명료하게 정돈하고 변별적 의미망을 부가했다는 뜻이다. 특히 시집의 제목이 ‘빛의 족적’인 것은, 삶과 믿음의 길에서 기독교 신앙의 빛이 남긴 발자국을 충일하게 따라가겠다는 의지의 표방과도 같다. 그런 만큼 이 시집에 동원된 수사와 표현방식이 어떠하다 할지라도, 시의 궁극적 지향점은 믿음의 광원光源이요 그것이 세상과 사람들에게 대가 없는 은혜를 공여하는 데 있다. 미상불 이는 신앙인의 시가 가진 특장이요 미덕이라 할 것이다.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유달리 ‘애절함’이란 언사를 강조했다. 자연에 대하여, 사람에 대하여, 동시대의 문예사조에 대하여, 그리고 자신이 속한 신앙공동체에 대하여, 시인은 끊임없이 애절한 눈빛과 표정을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곧 성경의 언어로 긍휼이며 유가儒家의 언어로 측은지심이며, 시적 언어로는 대상에 대한 연민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시집이 발간되는 과정에 ‘사막’을 만났고, 진심갈력盡心竭力으로 우물을 파는 심정이 시집의 생산에 역할을 했다는 터이니, 시인의 애절함이 폭넓고 또 웅숭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궁극에 있어 시인은 이 시의 우물에서 샘이 솟아나 목마른 나그네의 목을 축이기를 소망한다. 이 지점은 일반적인 시인과 목회자 시인의 입지가 분명하게 구별되는, 긍정적이고 순방향인 의도를 함축한다.
─ 신영춘 시집 『빛의 족적』
목회자인 신영춘 시인의 네 번째 신작시집 『빛의 족적』이 작가 기획시집으로 출간되었다.
신영춘 시인은 강원도 인제 출생으로, 서울신학대학교에서 성서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역사편찬위원장이며 《기독교헤럴드》 편집인이기도 하다. 그는 바쁜 목양의 발걸음 가운데서도 『들꽃 소담한 고향길』 · 『하늘을 여는 빗소리』 · 『동해안을 따라가는 길』 등 세 권의 시집을 상재했으며, 학술서적 『탄식과 구원의 메타포』와 설교집 『성결의 문턱에서』, 『하나님의 견인줄』 등을 펴냈다.
이번에 펴낸 시집 『빛의 족적』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자연에 대한, 사람들에 대한, 해체를 보는, 작은 공동체를 바라보는, ‘애절한 시선’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시인 자신이 이번 시집의 내면세계를 이미 명료하게 정돈하고 변별적 의미망을 부가했다는 뜻이다. 특히 시집의 제목이 ‘빛의 족적’인 것은, 삶과 믿음의 길에서 기독교 신앙의 빛이 남긴 발자국을 충일하게 따라가겠다는 의지의 표방과도 같다. 그런 만큼 이 시집에 동원된 수사와 표현방식이 어떠하다 할지라도, 시의 궁극적 지향점은 믿음의 광원光源이요 그것이 세상과 사람들에게 대가 없는 은혜를 공여하는 데 있다. 미상불 이는 신앙인의 시가 가진 특장이요 미덕이라 할 것이다.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유달리 ‘애절함’이란 언사를 강조했다. 자연에 대하여, 사람에 대하여, 동시대의 문예사조에 대하여, 그리고 자신이 속한 신앙공동체에 대하여, 시인은 끊임없이 애절한 눈빛과 표정을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곧 성경의 언어로 긍휼이며 유가儒家의 언어로 측은지심이며, 시적 언어로는 대상에 대한 연민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시집이 발간되는 과정에 ‘사막’을 만났고, 진심갈력盡心竭力으로 우물을 파는 심정이 시집의 생산에 역할을 했다는 터이니, 시인의 애절함이 폭넓고 또 웅숭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궁극에 있어 시인은 이 시의 우물에서 샘이 솟아나 목마른 나그네의 목을 축이기를 소망한다. 이 지점은 일반적인 시인과 목회자 시인의 입지가 분명하게 구별되는, 긍정적이고 순방향인 의도를 함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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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사물의 본성을 통찰하는 시의 눈
프랑스의 시인 아르튀르 랭보가 말한 견자見者, Le Voyant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자'라는 뜻이다. 1부에 실린 시들은 이와 같은 시인의 심미안審美眼을 활달하게 운용하면서, 특히 삶의 주변에 임립林立한 사물들을 통찰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 대상을 관찰하는 범주를 한껏 개방해 놓고, 사물의 본성과 더불어 그것이 우리의 내면에 작동하는 상관성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 견자로서의 시인이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사물의 크고 화려한 면모가 아니다. 소박하고 조촐하지만 품격있는 물성物性에의 인식이 그에게 시의 산출을 허여한다. 이는 1부의 제목을 '작고 아름다운 세상'이라 명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 산촌의 창을 열면 / 고요히 떠오르는 동천의 빛이여 / 그대에게서 무한을 꿈꾸며 / 하늘의 음성에 귀를 기울입니다
- 「사랑의 뿌리」
시인이 '뿌리 깊은 사랑'을 감각 하는 시적 방식이다. 그는 '산촌의 창'을 열고 만나는 '동천의 빛'에서 '하늘의 음성'을 듣는다. 자연의 경관에서 체득하는 사랑의 힘은, 바라보는 자의 '언 가슴'이나 '빈 가슴'을 치유하는 활력이 된다. 이때의 사랑은, 시인에게 있어 믿음의 또 다른 이름이다.
고요히 황산 뜰에 내려앉은 / 노을 속에는 /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 투명한 설움이 담겨 있습니다
- 「가을 저녁은 2」
시인은 가을 저녁이라는 시간적 환경 속에서 풍요한 색상으로 덧칠된 대지의 공간적 무대 위에 서 있다. 계절의 변환을 온몸으로 마주하며, '조용히 홀로됨'의 의미를 반추한다. 그 가운데 담긴 '투명한 설움'은 맑고 처연하며 아름다운 감정이다. 계절이 변환하는 한순간이, 이처럼 시적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두움 너머에서 / 불그레한 불빛이 들녘을 지나 / 손짓을 합니다
- 「들녘 끝에는 불빛이 있다」
시인은 매우 단정적으로 '들녘 끝에는 불빛이 있다'고 언표言表한다. 그 불빛의 손짓은 참기 어려운 내면의 그리움을 촉발한다. 그것은 '당신'이 있기 때문인데, 이때 그 존재는 다의적이고 중층적인 뜻을 가졌다. 이 모든 자연경관이나 현상은, 사물의 본질과 시인의 심상을 하나의 연관관계로 이어준다. 여기에 개재介在된 애절함이, 이를테면 하나의 촉매제로 기능하는 것이다.
인간사의 애절함과 시적 형상력
'인간에 대한 애절한 시선'을 표방한 이 시집 2부의 시들은, 앞서 언급한 두 번째 단계와 세 번째 단계에 걸쳐져 있는 인간관을 반영한다. 더불어 이를 이성적 논리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감성적 정동적情動的 차원에서 노래한다. 애절함이란 감정의 모티브를 담은 시들이 여기에 소환되는 이유다.
문지방을 다리 사이에 넣고 / 살아왔습니다 / 한 다리는 밖에 / 한 다리는 방에
- 「문지방」
문지방은 두 문설주 아래에 가로로 댄 나무다. 우리는 이 문지방을 넘어 방 안으로 들어가고 또 방 밖으로 나온다. 문제는 인용의 시에서 표현된 문지방이 그와 같은 사물의 안팎 구분에 머물지 않고, 인간사의 온갖 곡절과 고뇌의 갈림길이라는데 있다. 시인은 이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 앞에 선 인간의 내면적 동통疼痛을 계량했다.
새벽 예배당이 언덕에 /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 잠든 땅에 십자가 하나 / 머리에 이고 서 있습니다
- 「덩그러니 1」
사실은 새벽 예배당이 언덕에 '덩그러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언덕에 서 있는 예배당에 새벽이 이른 것이다. 이 순서를 전도顚倒하여 쓸 수 있는 것이 시적 문법이다. 시인이 보기에 잠든 땅에 십자가 하나 이고 있다면, 그 땅의 사람들과 신앙의 실천에 관한 묵언의 발화에 해당한다. 거기에 하고 많은 꿈과 탄식, 숙제와 기다림 등을 한꺼번에 포괄하는 시다.
가물거리는 호숫가의 달과 별 / 사람들이 수면 위로 어른거린다 / 예전에 사랑했던 연인이 / 호수 위에서 달과 함께 춤을 춘다
- 「시골광인 2」
가물거리는 호수가 있고, 달과 별과 사람들이 수면 위에 어른거린다. '시골 광인'이란 제목을 달아서 쓴 연작시의 하나이니, 이때의 호수는 정서적으로 통제가 되지 않는 세상을 형상화한 무대다. '예전에 사랑했던 연인'이 춤을 추고 있는 것은, 이제껏 경험해 온 숱한 세상살이와 그 사연들의 그림자로 여겨진다. 이 시인이 사람에 대한 애절함을 드러내는 시적 변용 사례의 하나다.
삶의 질서에 관한 재해석의 방식
신영춘 시의 기본적인 입지점은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언어 표현과 그로써 부양할 수 있는 인간의 근본적인 심성, 그리고 마침내 지향하고 도달해야 할 신앙의 지경地境을 표상하는 데 있다. 사정이 그러한데도 이 시인은, 동시대의 문학적 경향 중 하나인 '해체'의 창작 형식에 대해 깊은 주의를 기울이기도 한다. 문학에 있어서의 해체 또는 해체주의는,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에 의해 시발되었고, 기존의 의미와 구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해석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언어의 이중성을 강조하며, 고정적 관념을 부정하고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한다. '해체를 바라보는 애절한 시선'이란 패찰을 내건 3부의 시에서, 시인은 이러한 사유를 근간으로 하여 새롭게 시적 대상을 관찰하는 시작 유형을 보여준다.
당신의 몸은 / 하늘을 담고픈 욕망에 / 갈급합니다 / 당신의 몸과 / 하늘이 하나 될 때 / 세계가 / 당신 안에서 깨어납니다.
- 「몸」
20세기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의 세계에서 '몸'이 물신주의의 도구로 전락한 사태를 두고, 시인은 기독교적 세계관에 비추어 이 개념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고민한다. 곧 '당신의 몸'에는 '하늘을 담고픈 욕망'이 잠재되어 있음을 확언하려는 것이다. 기실 이 양자 사이에는 어지러운 외나무다리가 가로 놓인 모양새이지만, 시인에게는 선험적인 명료한 답안이 있다.
"그래 / 이리 온 내 딸아 / 아버지의 나라로 가자 / 아버지의 바다에 널 / 잠재워주마".
- 「은희가 부르는 자장가에는 안식이 없다」
시인은 김언희 시인의 해체주의적 시 「아버지의 자장가」를 보고, 거기에 기독교적 시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전혀 다른 글쓰기의 유형을 끌어안고 이를 신앙의 존재 양식으로 견인하려는 시도는, 해체주의가 이 시인의 세계에서 어떻게 가늠되는지를 익히 말해준다.
목양의 길에 점철된 이해와 사랑
우리 문학사에 널리 알려진 김현승 시인은, 한 개인의 신앙 역정에 점철된 '믿음-회의-회개-믿음'의 도식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그의 시 「견고한 고독」이나 「절대고독」은 이 과정에 있어서 회의의 심경을 시적 언술로 나타낸 범례다. 결국은 '돌아온 탕자'와 같은 회개와 눈물의 시편이 그의 말기 작품인데, 신영춘의 시에서는 해체주의에 대한 방법론적 고찰이 있을 뿐 이러한 굴곡과 기복은 없다. 그런 점에서 그는 행복한 시인이요 행복한 목회자다. 4부에 수록된 시들은 '빛의 족적'이라는 제목에 부응하도록, 목양의 길목에서 만난 사람과 사건들 그리고 그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말하자면 신앙 공동체를 응대하는 사랑과 신뢰의 시들인 것이다.
거기서 만나는 날 / 이 짧은 시간 동안 / 은은히 퍼져가는 / 종소리처럼 / 완성된 희망을 / 손잡고 노래하리라.
- 「떠나는 천사가」
이 시는 목회자로서 시인이 감당해야 했던 이별의 아픔을 제재題材로 한다. 오래 목회하면서 정들었던 교회와 동역자들을 떠나는 마당에, 시인은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원한 나라 천국에서 만나는 미래를 암시하며, '완성된 희망'에의 날로 별리別離의 정을 승화昇華해 표현한다.
목자는 시커먼 짐승을 끌어안아 줍니다 / 비로소 아침 햇살이 / 그의 눈에 비출 때 / 영롱한 다이아몬드가 하염없이 떨어집니다.
- 「제단에 엎드립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제단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시커먼 짐승들'에 대해 서술한다. 그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시인을, 목회자를 힘들게 하고 온전한 삶과 신앙의 일을 저해하는 어떤 존재일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시인은 이를 끌어안아 주고, 그 눈에서 보석 같은 눈물이 떨어지는 광경을 연출한다. 기독교적 사랑의 실체가 바로 이와 같다.
사죄의 은혜와 / 포근히 감싸안는 / 사랑의 성령을 / 우리들 마음속에 내려 주소서.
- 「사모하는 마음」
우리 신앙생활 처처에 정처 없는 발길을 옮겨야 할 때가 많고 또 우리의 힘이 허약하여 대책 없이 부대낄 때도 많다, 시인은 이를 넘어서는 저력을 '사랑의 성령'이라 호명呼名한다. 기독교적 가르침의 모범답안으로 밀고 나가자면, 이보다 나은 해결의 방략이 없다. 그러므로 이는 이 시집 전체를 통틀어 시인이 수확한 정답의 언어다. 덧붙여 말하자면, 이 결론에 부합하지 않는 시는 이 시인의 세계에서 별반 값이 나가지 않는다.
이처럼 『빛의 족적』에서 살펴본 시인은 무엇보다도 먼저 믿음이 수발秀拔하고 유능한 목회자이자, 감성의 언어를 자유롭게 운용하여 시로서의 콘텐츠를 뜻깊게 구성하는 시인이었다.
신영춘 시인이 자신의 삶 또 믿음의 경유지를 거쳐오면서, 귀하게 얻은 보석 같은 선물, 『빛의 족적』이 독자들의 마음밭에도 선물처럼 가닿길 희망한다.
프랑스의 시인 아르튀르 랭보가 말한 견자見者, Le Voyant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자'라는 뜻이다. 1부에 실린 시들은 이와 같은 시인의 심미안審美眼을 활달하게 운용하면서, 특히 삶의 주변에 임립林立한 사물들을 통찰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 대상을 관찰하는 범주를 한껏 개방해 놓고, 사물의 본성과 더불어 그것이 우리의 내면에 작동하는 상관성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 견자로서의 시인이 소중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사물의 크고 화려한 면모가 아니다. 소박하고 조촐하지만 품격있는 물성物性에의 인식이 그에게 시의 산출을 허여한다. 이는 1부의 제목을 '작고 아름다운 세상'이라 명명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 산촌의 창을 열면 / 고요히 떠오르는 동천의 빛이여 / 그대에게서 무한을 꿈꾸며 / 하늘의 음성에 귀를 기울입니다
- 「사랑의 뿌리」
시인이 '뿌리 깊은 사랑'을 감각 하는 시적 방식이다. 그는 '산촌의 창'을 열고 만나는 '동천의 빛'에서 '하늘의 음성'을 듣는다. 자연의 경관에서 체득하는 사랑의 힘은, 바라보는 자의 '언 가슴'이나 '빈 가슴'을 치유하는 활력이 된다. 이때의 사랑은, 시인에게 있어 믿음의 또 다른 이름이다.
고요히 황산 뜰에 내려앉은 / 노을 속에는 /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 투명한 설움이 담겨 있습니다
- 「가을 저녁은 2」
시인은 가을 저녁이라는 시간적 환경 속에서 풍요한 색상으로 덧칠된 대지의 공간적 무대 위에 서 있다. 계절의 변환을 온몸으로 마주하며, '조용히 홀로됨'의 의미를 반추한다. 그 가운데 담긴 '투명한 설움'은 맑고 처연하며 아름다운 감정이다. 계절이 변환하는 한순간이, 이처럼 시적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두움 너머에서 / 불그레한 불빛이 들녘을 지나 / 손짓을 합니다
- 「들녘 끝에는 불빛이 있다」
시인은 매우 단정적으로 '들녘 끝에는 불빛이 있다'고 언표言表한다. 그 불빛의 손짓은 참기 어려운 내면의 그리움을 촉발한다. 그것은 '당신'이 있기 때문인데, 이때 그 존재는 다의적이고 중층적인 뜻을 가졌다. 이 모든 자연경관이나 현상은, 사물의 본질과 시인의 심상을 하나의 연관관계로 이어준다. 여기에 개재介在된 애절함이, 이를테면 하나의 촉매제로 기능하는 것이다.
인간사의 애절함과 시적 형상력
'인간에 대한 애절한 시선'을 표방한 이 시집 2부의 시들은, 앞서 언급한 두 번째 단계와 세 번째 단계에 걸쳐져 있는 인간관을 반영한다. 더불어 이를 이성적 논리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감성적 정동적情動的 차원에서 노래한다. 애절함이란 감정의 모티브를 담은 시들이 여기에 소환되는 이유다.
문지방을 다리 사이에 넣고 / 살아왔습니다 / 한 다리는 밖에 / 한 다리는 방에
- 「문지방」
문지방은 두 문설주 아래에 가로로 댄 나무다. 우리는 이 문지방을 넘어 방 안으로 들어가고 또 방 밖으로 나온다. 문제는 인용의 시에서 표현된 문지방이 그와 같은 사물의 안팎 구분에 머물지 않고, 인간사의 온갖 곡절과 고뇌의 갈림길이라는데 있다. 시인은 이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 앞에 선 인간의 내면적 동통疼痛을 계량했다.
새벽 예배당이 언덕에 /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 잠든 땅에 십자가 하나 / 머리에 이고 서 있습니다
- 「덩그러니 1」
사실은 새벽 예배당이 언덕에 '덩그러니'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언덕에 서 있는 예배당에 새벽이 이른 것이다. 이 순서를 전도顚倒하여 쓸 수 있는 것이 시적 문법이다. 시인이 보기에 잠든 땅에 십자가 하나 이고 있다면, 그 땅의 사람들과 신앙의 실천에 관한 묵언의 발화에 해당한다. 거기에 하고 많은 꿈과 탄식, 숙제와 기다림 등을 한꺼번에 포괄하는 시다.
가물거리는 호숫가의 달과 별 / 사람들이 수면 위로 어른거린다 / 예전에 사랑했던 연인이 / 호수 위에서 달과 함께 춤을 춘다
- 「시골광인 2」
가물거리는 호수가 있고, 달과 별과 사람들이 수면 위에 어른거린다. '시골 광인'이란 제목을 달아서 쓴 연작시의 하나이니, 이때의 호수는 정서적으로 통제가 되지 않는 세상을 형상화한 무대다. '예전에 사랑했던 연인'이 춤을 추고 있는 것은, 이제껏 경험해 온 숱한 세상살이와 그 사연들의 그림자로 여겨진다. 이 시인이 사람에 대한 애절함을 드러내는 시적 변용 사례의 하나다.
삶의 질서에 관한 재해석의 방식
신영춘 시의 기본적인 입지점은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언어 표현과 그로써 부양할 수 있는 인간의 근본적인 심성, 그리고 마침내 지향하고 도달해야 할 신앙의 지경地境을 표상하는 데 있다. 사정이 그러한데도 이 시인은, 동시대의 문학적 경향 중 하나인 '해체'의 창작 형식에 대해 깊은 주의를 기울이기도 한다. 문학에 있어서의 해체 또는 해체주의는,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데리다에 의해 시발되었고, 기존의 의미와 구조를 해체하고 새로운 해석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언어의 이중성을 강조하며, 고정적 관념을 부정하고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한다. '해체를 바라보는 애절한 시선'이란 패찰을 내건 3부의 시에서, 시인은 이러한 사유를 근간으로 하여 새롭게 시적 대상을 관찰하는 시작 유형을 보여준다.
당신의 몸은 / 하늘을 담고픈 욕망에 / 갈급합니다 / 당신의 몸과 / 하늘이 하나 될 때 / 세계가 / 당신 안에서 깨어납니다.
- 「몸」
20세기 이후 포스트모더니즘의 세계에서 '몸'이 물신주의의 도구로 전락한 사태를 두고, 시인은 기독교적 세계관에 비추어 이 개념을 어떻게 바로잡아야 할지 고민한다. 곧 '당신의 몸'에는 '하늘을 담고픈 욕망'이 잠재되어 있음을 확언하려는 것이다. 기실 이 양자 사이에는 어지러운 외나무다리가 가로 놓인 모양새이지만, 시인에게는 선험적인 명료한 답안이 있다.
"그래 / 이리 온 내 딸아 / 아버지의 나라로 가자 / 아버지의 바다에 널 / 잠재워주마".
- 「은희가 부르는 자장가에는 안식이 없다」
시인은 김언희 시인의 해체주의적 시 「아버지의 자장가」를 보고, 거기에 기독교적 시각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전혀 다른 글쓰기의 유형을 끌어안고 이를 신앙의 존재 양식으로 견인하려는 시도는, 해체주의가 이 시인의 세계에서 어떻게 가늠되는지를 익히 말해준다.
목양의 길에 점철된 이해와 사랑
우리 문학사에 널리 알려진 김현승 시인은, 한 개인의 신앙 역정에 점철된 '믿음-회의-회개-믿음'의 도식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그의 시 「견고한 고독」이나 「절대고독」은 이 과정에 있어서 회의의 심경을 시적 언술로 나타낸 범례다. 결국은 '돌아온 탕자'와 같은 회개와 눈물의 시편이 그의 말기 작품인데, 신영춘의 시에서는 해체주의에 대한 방법론적 고찰이 있을 뿐 이러한 굴곡과 기복은 없다. 그런 점에서 그는 행복한 시인이요 행복한 목회자다. 4부에 수록된 시들은 '빛의 족적'이라는 제목에 부응하도록, 목양의 길목에서 만난 사람과 사건들 그리고 그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말하자면 신앙 공동체를 응대하는 사랑과 신뢰의 시들인 것이다.
거기서 만나는 날 / 이 짧은 시간 동안 / 은은히 퍼져가는 / 종소리처럼 / 완성된 희망을 / 손잡고 노래하리라.
- 「떠나는 천사가」
이 시는 목회자로서 시인이 감당해야 했던 이별의 아픔을 제재題材로 한다. 오래 목회하면서 정들었던 교회와 동역자들을 떠나는 마당에, 시인은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영원한 나라 천국에서 만나는 미래를 암시하며, '완성된 희망'에의 날로 별리別離의 정을 승화昇華해 표현한다.
목자는 시커먼 짐승을 끌어안아 줍니다 / 비로소 아침 햇살이 / 그의 눈에 비출 때 / 영롱한 다이아몬드가 하염없이 떨어집니다.
- 「제단에 엎드립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제단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시커먼 짐승들'에 대해 서술한다. 그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시인을, 목회자를 힘들게 하고 온전한 삶과 신앙의 일을 저해하는 어떤 존재일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시인은 이를 끌어안아 주고, 그 눈에서 보석 같은 눈물이 떨어지는 광경을 연출한다. 기독교적 사랑의 실체가 바로 이와 같다.
사죄의 은혜와 / 포근히 감싸안는 / 사랑의 성령을 / 우리들 마음속에 내려 주소서.
- 「사모하는 마음」
우리 신앙생활 처처에 정처 없는 발길을 옮겨야 할 때가 많고 또 우리의 힘이 허약하여 대책 없이 부대낄 때도 많다, 시인은 이를 넘어서는 저력을 '사랑의 성령'이라 호명呼名한다. 기독교적 가르침의 모범답안으로 밀고 나가자면, 이보다 나은 해결의 방략이 없다. 그러므로 이는 이 시집 전체를 통틀어 시인이 수확한 정답의 언어다. 덧붙여 말하자면, 이 결론에 부합하지 않는 시는 이 시인의 세계에서 별반 값이 나가지 않는다.
이처럼 『빛의 족적』에서 살펴본 시인은 무엇보다도 먼저 믿음이 수발秀拔하고 유능한 목회자이자, 감성의 언어를 자유롭게 운용하여 시로서의 콘텐츠를 뜻깊게 구성하는 시인이었다.
신영춘 시인이 자신의 삶 또 믿음의 경유지를 거쳐오면서, 귀하게 얻은 보석 같은 선물, 『빛의 족적』이 독자들의 마음밭에도 선물처럼 가닿길 희망한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
1부 작고 아름다운 세상 - 자연에 대한 애절한 시선
비 13
사랑의 뿌리 14
작고 아름다운 세상 16
라르고 강경 18
철새와 함께 춤을 춰요 19
늦가을 벚꽃 1 20
늦가을 벚꽃 2 21
가을 저녁은 2 22
다 자란 나무 24
오랫동안 기다린 빗소리 26
문득 들꽃이 보였습니다 27
늦가을 저녁이 운다 28
한 쌍의 바위 30
들녘 끝에는 불빛이 있다 31
새들은 32
바다 이야기 1 33
바다를 다녀왔구나 34
해질녁의 강경풍경 36
새벽엔 바람이 주저앉았습니다 38
눈이 시린 내 고향 39
프리지아 40
꽃물이 오를 때 42
벌판에서 뒤돌아 본 길 43
바람맞는 방식 44
저녁에 분 바람 45
2부 눈을 치우면 - 사람들에 대한 애절한 시선
문지방 49
덩그러니 1 51
덩그러니 2 52
덩그러니 3 53
덩그러니 4 54
덩그러니 5 55
시골광인 1 56
시골광인 2 57
시골광인 3 58
시골광인 4 59
시골광인 5 60
겨울여인 61
눈을 치우며 62
암선고 64
아멘입니다 65
가슴떨려 66
꽃봉오리는 떨어지고 67
뒤돌아 본 길 68
멈추지 않는 노래 70
기다림 1 72
기다림 2 73
옥중서간 75
떠나가는 푸른 나무였다 76
고별의 용기 78
다섯 능선을 지나 79
살 만큼 살았다면 80
그대를 기다리며 81
당신의 웃음은 82
당신의 들에서 84
3부 은희가 부르는 자장가에는 안식이 없다 - 해체를 보는 애절한 시선
이소 87
몸 88
은희가 부르는 자장가에는 안식이 없다 90
가출 92
귀향 93
그 섬으로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94
귓밥 후비기 97
개미귀신 98
고된 꿈으로부터의 도피 100
서평 101
중심의 생각 102
불랙홀에 빠져든 청개구리 104
서재에 빛이 들이칠 때 105
어두움 속으로 걸어갑니다 106
도시의 서정 108
검은 해일 110
비가 되어 온 112
노송이 없어졌다 113
깊고 깊은 밤 114
시간에게 116
가지 않기로 한 길 117
오수의 유혹 118
도회의 빗방울이 싫다 119
4부 빛의 족적 - 작은 공동체를 바라보는 애절한 시선
빛의 족적 123
백 년 동안의 고독이었다 128
모교의 깊은 밤이 그립습니다 130
삼인칭이 일인칭에게 133
말씀으로 다시 일어나라 136
십자가가 드리워졌습니다 139
떠나는 천사가 140
찬사없는 헌신 142
제단에 엎드립니다 143
사명자의 끝인사 144
큰 나무 위에 달이 걸려 있다 146
아우타즈미링의 목사 147
클라우디오 호벨도 148
아마존 강변에서 149
아마존 석양에 부르는 노래 150
사모하는 마음 151
정초의 해가 떠오를 때 152
요나단은 어디 있는가 153
신년의 은혜를 154
꽃피는 계절의 서설 155
해설 / 삶과 믿음의 길목에서 얻은 시인의 보석_김종회 158
1부 작고 아름다운 세상 - 자연에 대한 애절한 시선
비 13
사랑의 뿌리 14
작고 아름다운 세상 16
라르고 강경 18
철새와 함께 춤을 춰요 19
늦가을 벚꽃 1 20
늦가을 벚꽃 2 21
가을 저녁은 2 22
다 자란 나무 24
오랫동안 기다린 빗소리 26
문득 들꽃이 보였습니다 27
늦가을 저녁이 운다 28
한 쌍의 바위 30
들녘 끝에는 불빛이 있다 31
새들은 32
바다 이야기 1 33
바다를 다녀왔구나 34
해질녁의 강경풍경 36
새벽엔 바람이 주저앉았습니다 38
눈이 시린 내 고향 39
프리지아 40
꽃물이 오를 때 42
벌판에서 뒤돌아 본 길 43
바람맞는 방식 44
저녁에 분 바람 45
2부 눈을 치우면 - 사람들에 대한 애절한 시선
문지방 49
덩그러니 1 51
덩그러니 2 52
덩그러니 3 53
덩그러니 4 54
덩그러니 5 55
시골광인 1 56
시골광인 2 57
시골광인 3 58
시골광인 4 59
시골광인 5 60
겨울여인 61
눈을 치우며 62
암선고 64
아멘입니다 65
가슴떨려 66
꽃봉오리는 떨어지고 67
뒤돌아 본 길 68
멈추지 않는 노래 70
기다림 1 72
기다림 2 73
옥중서간 75
떠나가는 푸른 나무였다 76
고별의 용기 78
다섯 능선을 지나 79
살 만큼 살았다면 80
그대를 기다리며 81
당신의 웃음은 82
당신의 들에서 84
3부 은희가 부르는 자장가에는 안식이 없다 - 해체를 보는 애절한 시선
이소 87
몸 88
은희가 부르는 자장가에는 안식이 없다 90
가출 92
귀향 93
그 섬으로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94
귓밥 후비기 97
개미귀신 98
고된 꿈으로부터의 도피 100
서평 101
중심의 생각 102
불랙홀에 빠져든 청개구리 104
서재에 빛이 들이칠 때 105
어두움 속으로 걸어갑니다 106
도시의 서정 108
검은 해일 110
비가 되어 온 112
노송이 없어졌다 113
깊고 깊은 밤 114
시간에게 116
가지 않기로 한 길 117
오수의 유혹 118
도회의 빗방울이 싫다 119
4부 빛의 족적 - 작은 공동체를 바라보는 애절한 시선
빛의 족적 123
백 년 동안의 고독이었다 128
모교의 깊은 밤이 그립습니다 130
삼인칭이 일인칭에게 133
말씀으로 다시 일어나라 136
십자가가 드리워졌습니다 139
떠나는 천사가 140
찬사없는 헌신 142
제단에 엎드립니다 143
사명자의 끝인사 144
큰 나무 위에 달이 걸려 있다 146
아우타즈미링의 목사 147
클라우디오 호벨도 148
아마존 강변에서 149
아마존 석양에 부르는 노래 150
사모하는 마음 151
정초의 해가 떠오를 때 152
요나단은 어디 있는가 153
신년의 은혜를 154
꽃피는 계절의 서설 155
해설 / 삶과 믿음의 길목에서 얻은 시인의 보석_김종회 158
저자
저자
신영춘
강원도 인제 출생
서울신학대학교 성서신학박사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역사편찬위원장
기독교헤럴드 편집인
천광교회 위임목사
시집 『들꽃 소담한 고향길』
『하늘을 여는 빗소리』
『동해안을 따라 가는 길』
학술서적 『탄식과 구원의 메타포』
설교집 『성결의 문턱에서』
『하나님의 견인줄』
서울신학대학교 성서신학박사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역사편찬위원장
기독교헤럴드 편집인
천광교회 위임목사
시집 『들꽃 소담한 고향길』
『하늘을 여는 빗소리』
『동해안을 따라 가는 길』
학술서적 『탄식과 구원의 메타포』
설교집 『성결의 문턱에서』
『하나님의 견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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