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5(한국디카시 대표시선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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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의 합창과 고요가 버무려지는 순간
별밤과 나는 보물창고에 갇힌다
밝은 눈과 맑은 마음의 대위법
─ 윤석광 디카시집 『21-5』
수학교사 출신 윤석광의 디카시집 『21-5』이 도서출판 작가의 한국디카시 대표시선 32번으로 출간되었다.
저자 윤석광은 35년간 고등학교 수학 교사로 재직하고 명예 퇴직하였다. 이후 생활도예과에 입학하여 공부한 후 도자기 공방 〈소소(小少)〉를 운영하고 있으며, 배낭여행으로 세계 50여 개국을 다닌 배낭여행 마니아이기도 하다. 또한 현재는 시니어연기모델학과에 재학 중인 열혈 학도이다. 이러한 다양한 체험과 경력들이 윤석광의 디카시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그는 현재 한국디카시인협회 경남 양산지회의 임원을 맡고 있다. 그동안 윤석광은 〈명성문화예술센터〉 디카시백일장, 〈이병주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 〈달성 시로 물들이다〉 다카시공모전 등을 거쳐, 〈봉황대 마타리꽃 문학상〉 디카시 최우수상, 그리고 〈경북문경연가〉 디카시공모전 금상을 수상하였다.
일찍이 『논어』 〈양화편〉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시를 공부하지 않느냐. 시는 감흥을 돋우고 세태를 관찰하게 하며 대중과 어울려 즐거워하게 하는 동시에, 가까이로는 부모를 잘 섬기게 하고 멀리로는 군주를 잘 섬기게 한다. 뿐만 아니라 조수초목(鳥獸草木)의 이름을 많이 배우게 한다.” 이 가르침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조수초목’의 이름을 많이 아는 것이 곧 시를 잘 쓸 수 있는 필요조건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윤석광의 디카시에 등장하는 만상(萬象)의 다층적인 모습이 그가 종내 디카시인일 수밖에 없는 전제조건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장황한 언사가 동원된 까닭은, 그와 같이 보다 확장된 시선으로 이 시집에 수록된 디카시들을 살펴보자는 뜻에서다.
별밤과 나는 보물창고에 갇힌다
밝은 눈과 맑은 마음의 대위법
─ 윤석광 디카시집 『21-5』
수학교사 출신 윤석광의 디카시집 『21-5』이 도서출판 작가의 한국디카시 대표시선 32번으로 출간되었다.
저자 윤석광은 35년간 고등학교 수학 교사로 재직하고 명예 퇴직하였다. 이후 생활도예과에 입학하여 공부한 후 도자기 공방 〈소소(小少)〉를 운영하고 있으며, 배낭여행으로 세계 50여 개국을 다닌 배낭여행 마니아이기도 하다. 또한 현재는 시니어연기모델학과에 재학 중인 열혈 학도이다. 이러한 다양한 체험과 경력들이 윤석광의 디카시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그는 현재 한국디카시인협회 경남 양산지회의 임원을 맡고 있다. 그동안 윤석광은 〈명성문화예술센터〉 디카시백일장, 〈이병주국제문학제〉 디카시공모전, 〈달성 시로 물들이다〉 다카시공모전 등을 거쳐, 〈봉황대 마타리꽃 문학상〉 디카시 최우수상, 그리고 〈경북문경연가〉 디카시공모전 금상을 수상하였다.
일찍이 『논어』 〈양화편〉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어찌하여 시를 공부하지 않느냐. 시는 감흥을 돋우고 세태를 관찰하게 하며 대중과 어울려 즐거워하게 하는 동시에, 가까이로는 부모를 잘 섬기게 하고 멀리로는 군주를 잘 섬기게 한다. 뿐만 아니라 조수초목(鳥獸草木)의 이름을 많이 배우게 한다.” 이 가르침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조수초목’의 이름을 많이 아는 것이 곧 시를 잘 쓸 수 있는 필요조건이 된다고 할 수 있겠다. 윤석광의 디카시에 등장하는 만상(萬象)의 다층적인 모습이 그가 종내 디카시인일 수밖에 없는 전제조건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장황한 언사가 동원된 까닭은, 그와 같이 보다 확장된 시선으로 이 시집에 수록된 디카시들을 살펴보자는 뜻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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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가족 또는 친인의 관계성 고찰
세상 모든 일은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곧 인간관계(Human relations)가 행복의 지표를 좌우한다는 논의는 오래된 정설이다. 1부에 실린 윤석광의 디카시들은 주로 이와 같은 관계의 문법, 특히 가족이나 친인(親姻)의 그것에 관심이 많다. 「고민되네」에서는 고양이의 눈을 빌려 친족간의 확인 문제를, 「애섧은 사랑」에서는 도로변 남녀의 조형물을 통해 애달프고 서러운 연모의 정을 나타낸다.
바다가 잠시 물러난 자리
옹기종기 행복을 캔다
칠게의 놀이터에 앉아
시간이라는 조개껍질을 열면
반짝이는 건 함께하는 소중함
- 「가족이라는 풍경」
넓은 갯벌의 풍경을 보면 인용된 사진은 서해안 어디가 아닐까 싶다. 그 썰물의 시간 '바다가 잠시 물러난 자리'에 일가족일 듯한 일군의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캐고 있다. 시인은 이 광경을 두고 '옹기종기 행복을 캔다'라고 적시(摘示)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일컬어 '칠게의 놀이터'라 명명(命名)했다. 칠게는 갑각류 바닷게의 한 종류다. 이들에게 칠게나 같은 자리의 조개 등이 무엇에 소용될지는 잘 모르겠으되, 시인은 거기에 식용이나 판매용 같은 계산된 수식어를 가져다 두지 않았다. 그와 함께 '시간이라는 조개껍질'을 열면 '함께하는 소중함'이 반짝인다는 것이다. 함께하는 시간을 이보다 더 절실하게 표현하기는 어려울 터이다.
눈물일까 꽃물일까 젖어 드는 마음 자락
말이 없는 고모산성 꽃 바람길 열어주니
기다리는 님의 마중 걸음걸음 사뿐사뿐
견우직녀 해후하듯 버선발로 맞이하네
- 「연가(戀歌)」
이 디카시는 경북문경 디카시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작품이다. 고색창연한 빛깔로 남아 있는 오래된 축성築城의 담벽 길을 따라, 한 여인의 편안한 걸음이 눈에 들어온다. 연초록 잎새와 들풀, 연분홍 꽃잎이 살아있는 정경을 보면 아직 어느 봄날의 시간이다. 사진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조화를 이루어 '연가(戀歌)'라는 시의 제목과 무리 없이 어울린다. 이 시는 시적 언술을 읽기 이전에 사진만으로도 좋은 평점을 얻었다. 시의 첫머리는 '눈물일까 꽃물일까 젖어 드는 마음 자락'이라고 시작된다. 문경의 고모산성이면 삼국시대 경상북도 북부의 관문이었던 신라의 성곽이다. 시인은 이 시의 이미지 그리고 여인의 걸음을 두고 '님 마중'이라고 보았다. 물론 그러기에 연가이기도 하다.
풍경과 심경 사이, 길의 원근법과 시선
풍경을 반사하는 마음의 저변에는 자연에 반응하는 각자 자기 방식의 패턴이 있다. 윤석광의 디카시에는 이러한 풍경과 심경의 상호 조응과 그 현현(顯現)의 방식이 잘 수렴되어 있다. 2부의 시들 중 「21-5」는 이 시집의 표제가 된 작품이며, '행복 쉼터'와 '멀티언어예술'을 성립시키는 방정식을 풀어 보인다. 그가 오랜 기간 수학 교사였다는 사실을 소환할 만큼 정교해 보이지만, 답안은 결국 자연 친화의 사상이다. 그런가 하면 「침묵의 바다에서」는 아마도 버들마편초인 듯한 꽃이 사막 앞에 넓게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그 무언(無言)의 말을 심경에 담아낸다.
막걸리 한 잔에 너털웃음
잔소리 한번 없으시던
아버지의 생전 한 마디
자고로 남자는
듣는 귀가 있어야 해
- 「경청」
석재 담에 연이은 목재 대문이다. 그 대문의 얼굴이 꼭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이러한 형상 자체가 쉽지 않은 형국이겠으나, 시인은 거기서 세상 떠난 아버지를 환기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 눈앞의 풍경이 가슴속의 심경에 육박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국면이 아니다. 그 아버지는 '막걸리 한 잔에 너털웃음'의 소박한 품성으로 짐작되고, 생전에 '잔소리 한번 없으시던' 자애로운 인품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그 어간(於間)에 촌철살인의 한 마디가 살아 있다. '자고로 남자는 듣는 귀가 있어야' 한다지 않는가. 이 '경청(敬聽)'이라는 성품을 익히고 있다면, 그는 안에서나 밖에서나 볼품 있는 인격자다. 대문의 얼굴에서 아버지의 훈도(薰陶)를 도출할 수 있다면, 이 시인은 좋은 눈과 귀를 동시에 가진 셈이 된다.
이처럼 윤석광은 이 디카시 창작의 문맥을 익히 알고 있고, 그러한 연유로 이 시집 3부의 시들이 대체로 그와 같은 경로를 따라 산출되었다. 「Endless Love」는 역사의 갈피 가운데서 윤심덕의 〈사의 찬미〉를 불러내고, 그 처연한 환경을 바탕으로 집중하여 사랑 고백의 언어를 내놓았다. 「포행(布行)」에서는 그 제목의 뜻대로 승려들이 참선을 하다가 잠시 방선(放禪)하여 한가로이 거니는 장면을 대상으로 하여 '마음따라 걷는 길'이란 주제어를 도출했다.
바람은 파도를 등에 업고
어둠은 빛을 밀어낸다
자연이 만들어 낸 태초의 무늬
난수표 같은 다대포의 흥얼거림
선홍색 낙조가 황혼을 노래하다
- 「시간의 주름」
인용의 사진은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을 연출했다. 겉보기로는 어느 바닷가 모래사장에 들어오고 나가는 바닷물이 잔류하여 기묘한 지형을 이룬 곳이다. 시간대로는 노을이 지고 있는 때이며, 그래서 가까운 곳과 먼 곳의 배색(配色)이 환상적인 그림으로 드러난다. 시인은 여기에 '시간의 주름'이라는 자못 고상하고 과감한 제목을 붙였다. 그가 관찰하기에 이는 '자연이 만들어 낸 태초의 무늬' 같으며, '난수표 같은 다대포의 흥얼거림'이다. 아, 그러고 보니 여기는 부산 사하구의 다대포 해안이다. 시인은 이 '선홍색 낙조'가 '황혼을 노래'한다는 활유법을 적용했다. 이처럼 초점이 강한 사진을 선택하고 이처럼 강렬한 시적 언술을 부가하였기에, 이 시는 참으로 주목할 만하다.
길과 기다림과 만남의 방정식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은, 길에 대한 모든 시의 선두에 서 있다. 두 갈래 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우리 인생의 선택 그리고 그에 따른 곡절과 뒤이은 여운을 함께 상징하기 때문이다. 디카시인은 언제나 이와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어떤 영상을 렌즈에 담을지, 그 영상 기호에 부합하는 문자 기호가 어떤 형용이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기 때문이다. 이 시집 4부에서 볼 수 있는 시들은, 이러한 상황을 노래한 것이 많다. 시인에게 있어 풍경으로서의 길은 곧 인생길의 상징이요, 그 길에 연동하여 곡진(曲盡)한 기다림과 운명적 만남의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한다. 「03122024 절규」는 하늘에 길을 낸 구름의 모형에서 '속전속결'의 길 찾기를, 「귀천」에서는 하늘에 걸린 양피(羊皮) 모양의 구름에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존재 양식을 보여준다.
「봄의 길목에」는 늦겨울에서 초봄으로 가는 길목이다. 그가 보기에 '기다림은 새로운 시작'이어서, 이 새의 작은 부리 하나에도 봄이 매달린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의 디카시는 범상한 일상 속에서 비범한 사유(思惟)를 일깨웠다.
가슴을 훔치는 아미
발그레한 볼
너는 내 마음의 보석상자
한그루 가로등 되어
그 사람을 마냥 기다립니다
- 「손톱달과 사랑」
황혼에서 밤으로 가는 시간대의 해안 길인 것 같다. 서녘 하늘에 아직 짙은 모색(暮色)이 남았는데, 도로변의 가로등에는 불빛이 들어왔다. 칠흑으로 검은 바닥에서 올려다보면, 저 멀리 중천에 '손톱달'이 걸려 있다. 이 시간과 공간을 포착하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 독특한 환경적 장치 위에서 손톱달이 의미하는 '사랑'이라는 개념의 정체다. 굳이 손톱달인 것은, 초승달이나 그믐달같이 손톱의 끝부분처럼 가느다란 모양으로 이지러진 달이라는 그 원의(原義)에 시적 의미를 잇대어 보이기에 그렇다. 시인은 여기에 '가슴을 훔치는 아미'이자 '발그레한 볼'의 관념을 불러온다. 더 나아가 아주 과감하게 '너는 내 마음의 보석상자'라고 언표(言表)했다. 그리고 그가 선 자리는 '한 그루 가로등'이 있는 곳, 마냥 기다림의 자리다.
〈시인의 말〉에서 말을 빌리면, 그에게 시 쓰기는 〈쉬울수록 어려워지는 시의 공간〉에서의 활동이었다. 그는 '아픈 만큼의 성숙'으로, '하얀 눈밭에 첫발을 내딛는 심정'으로 시를 쓴다고 했다. 시인의 이 고단하고 행복한 디카시 창작은 앞으로도 연면히 이어질 것이다. 우리가 함께 이름을 붙인 가족 또는 친인의 관계성 고찰, 풍경과 심경 사이, 길의 원근법, 시선을 집중하면 보이는 것들, 그리고 길과 기다림과 만남의 방정식 등의 주제들도 여러 모형의 시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묵묵히 걸어갈 그의 디카시의 세계가 그 자신에게는 물론, 많은 독자에게 좋은 디카시의 진수(眞髓)를 공여해줄 수 있길 바란다.
세상 모든 일은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곧 인간관계(Human relations)가 행복의 지표를 좌우한다는 논의는 오래된 정설이다. 1부에 실린 윤석광의 디카시들은 주로 이와 같은 관계의 문법, 특히 가족이나 친인(親姻)의 그것에 관심이 많다. 「고민되네」에서는 고양이의 눈을 빌려 친족간의 확인 문제를, 「애섧은 사랑」에서는 도로변 남녀의 조형물을 통해 애달프고 서러운 연모의 정을 나타낸다.
바다가 잠시 물러난 자리
옹기종기 행복을 캔다
칠게의 놀이터에 앉아
시간이라는 조개껍질을 열면
반짝이는 건 함께하는 소중함
- 「가족이라는 풍경」
넓은 갯벌의 풍경을 보면 인용된 사진은 서해안 어디가 아닐까 싶다. 그 썰물의 시간 '바다가 잠시 물러난 자리'에 일가족일 듯한 일군의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캐고 있다. 시인은 이 광경을 두고 '옹기종기 행복을 캔다'라고 적시(摘示)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일컬어 '칠게의 놀이터'라 명명(命名)했다. 칠게는 갑각류 바닷게의 한 종류다. 이들에게 칠게나 같은 자리의 조개 등이 무엇에 소용될지는 잘 모르겠으되, 시인은 거기에 식용이나 판매용 같은 계산된 수식어를 가져다 두지 않았다. 그와 함께 '시간이라는 조개껍질'을 열면 '함께하는 소중함'이 반짝인다는 것이다. 함께하는 시간을 이보다 더 절실하게 표현하기는 어려울 터이다.
눈물일까 꽃물일까 젖어 드는 마음 자락
말이 없는 고모산성 꽃 바람길 열어주니
기다리는 님의 마중 걸음걸음 사뿐사뿐
견우직녀 해후하듯 버선발로 맞이하네
- 「연가(戀歌)」
이 디카시는 경북문경 디카시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은 작품이다. 고색창연한 빛깔로 남아 있는 오래된 축성築城의 담벽 길을 따라, 한 여인의 편안한 걸음이 눈에 들어온다. 연초록 잎새와 들풀, 연분홍 꽃잎이 살아있는 정경을 보면 아직 어느 봄날의 시간이다. 사진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조화를 이루어 '연가(戀歌)'라는 시의 제목과 무리 없이 어울린다. 이 시는 시적 언술을 읽기 이전에 사진만으로도 좋은 평점을 얻었다. 시의 첫머리는 '눈물일까 꽃물일까 젖어 드는 마음 자락'이라고 시작된다. 문경의 고모산성이면 삼국시대 경상북도 북부의 관문이었던 신라의 성곽이다. 시인은 이 시의 이미지 그리고 여인의 걸음을 두고 '님 마중'이라고 보았다. 물론 그러기에 연가이기도 하다.
풍경과 심경 사이, 길의 원근법과 시선
풍경을 반사하는 마음의 저변에는 자연에 반응하는 각자 자기 방식의 패턴이 있다. 윤석광의 디카시에는 이러한 풍경과 심경의 상호 조응과 그 현현(顯現)의 방식이 잘 수렴되어 있다. 2부의 시들 중 「21-5」는 이 시집의 표제가 된 작품이며, '행복 쉼터'와 '멀티언어예술'을 성립시키는 방정식을 풀어 보인다. 그가 오랜 기간 수학 교사였다는 사실을 소환할 만큼 정교해 보이지만, 답안은 결국 자연 친화의 사상이다. 그런가 하면 「침묵의 바다에서」는 아마도 버들마편초인 듯한 꽃이 사막 앞에 넓게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그 무언(無言)의 말을 심경에 담아낸다.
막걸리 한 잔에 너털웃음
잔소리 한번 없으시던
아버지의 생전 한 마디
자고로 남자는
듣는 귀가 있어야 해
- 「경청」
석재 담에 연이은 목재 대문이다. 그 대문의 얼굴이 꼭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 이러한 형상 자체가 쉽지 않은 형국이겠으나, 시인은 거기서 세상 떠난 아버지를 환기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면 눈앞의 풍경이 가슴속의 심경에 육박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국면이 아니다. 그 아버지는 '막걸리 한 잔에 너털웃음'의 소박한 품성으로 짐작되고, 생전에 '잔소리 한번 없으시던' 자애로운 인품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그 어간(於間)에 촌철살인의 한 마디가 살아 있다. '자고로 남자는 듣는 귀가 있어야' 한다지 않는가. 이 '경청(敬聽)'이라는 성품을 익히고 있다면, 그는 안에서나 밖에서나 볼품 있는 인격자다. 대문의 얼굴에서 아버지의 훈도(薰陶)를 도출할 수 있다면, 이 시인은 좋은 눈과 귀를 동시에 가진 셈이 된다.
이처럼 윤석광은 이 디카시 창작의 문맥을 익히 알고 있고, 그러한 연유로 이 시집 3부의 시들이 대체로 그와 같은 경로를 따라 산출되었다. 「Endless Love」는 역사의 갈피 가운데서 윤심덕의 〈사의 찬미〉를 불러내고, 그 처연한 환경을 바탕으로 집중하여 사랑 고백의 언어를 내놓았다. 「포행(布行)」에서는 그 제목의 뜻대로 승려들이 참선을 하다가 잠시 방선(放禪)하여 한가로이 거니는 장면을 대상으로 하여 '마음따라 걷는 길'이란 주제어를 도출했다.
바람은 파도를 등에 업고
어둠은 빛을 밀어낸다
자연이 만들어 낸 태초의 무늬
난수표 같은 다대포의 흥얼거림
선홍색 낙조가 황혼을 노래하다
- 「시간의 주름」
인용의 사진은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을 연출했다. 겉보기로는 어느 바닷가 모래사장에 들어오고 나가는 바닷물이 잔류하여 기묘한 지형을 이룬 곳이다. 시간대로는 노을이 지고 있는 때이며, 그래서 가까운 곳과 먼 곳의 배색(配色)이 환상적인 그림으로 드러난다. 시인은 여기에 '시간의 주름'이라는 자못 고상하고 과감한 제목을 붙였다. 그가 관찰하기에 이는 '자연이 만들어 낸 태초의 무늬' 같으며, '난수표 같은 다대포의 흥얼거림'이다. 아, 그러고 보니 여기는 부산 사하구의 다대포 해안이다. 시인은 이 '선홍색 낙조'가 '황혼을 노래'한다는 활유법을 적용했다. 이처럼 초점이 강한 사진을 선택하고 이처럼 강렬한 시적 언술을 부가하였기에, 이 시는 참으로 주목할 만하다.
길과 기다림과 만남의 방정식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은, 길에 대한 모든 시의 선두에 서 있다. 두 갈래 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우리 인생의 선택 그리고 그에 따른 곡절과 뒤이은 여운을 함께 상징하기 때문이다. 디카시인은 언제나 이와 같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어떤 영상을 렌즈에 담을지, 그 영상 기호에 부합하는 문자 기호가 어떤 형용이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기 때문이다. 이 시집 4부에서 볼 수 있는 시들은, 이러한 상황을 노래한 것이 많다. 시인에게 있어 풍경으로서의 길은 곧 인생길의 상징이요, 그 길에 연동하여 곡진(曲盡)한 기다림과 운명적 만남의 장면들이 연출되기도 한다. 「03122024 절규」는 하늘에 길을 낸 구름의 모형에서 '속전속결'의 길 찾기를, 「귀천」에서는 하늘에 걸린 양피(羊皮) 모양의 구름에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존재 양식을 보여준다.
「봄의 길목에」는 늦겨울에서 초봄으로 가는 길목이다. 그가 보기에 '기다림은 새로운 시작'이어서, 이 새의 작은 부리 하나에도 봄이 매달린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의 디카시는 범상한 일상 속에서 비범한 사유(思惟)를 일깨웠다.
가슴을 훔치는 아미
발그레한 볼
너는 내 마음의 보석상자
한그루 가로등 되어
그 사람을 마냥 기다립니다
- 「손톱달과 사랑」
황혼에서 밤으로 가는 시간대의 해안 길인 것 같다. 서녘 하늘에 아직 짙은 모색(暮色)이 남았는데, 도로변의 가로등에는 불빛이 들어왔다. 칠흑으로 검은 바닥에서 올려다보면, 저 멀리 중천에 '손톱달'이 걸려 있다. 이 시간과 공간을 포착하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문제는 이 독특한 환경적 장치 위에서 손톱달이 의미하는 '사랑'이라는 개념의 정체다. 굳이 손톱달인 것은, 초승달이나 그믐달같이 손톱의 끝부분처럼 가느다란 모양으로 이지러진 달이라는 그 원의(原義)에 시적 의미를 잇대어 보이기에 그렇다. 시인은 여기에 '가슴을 훔치는 아미'이자 '발그레한 볼'의 관념을 불러온다. 더 나아가 아주 과감하게 '너는 내 마음의 보석상자'라고 언표(言表)했다. 그리고 그가 선 자리는 '한 그루 가로등'이 있는 곳, 마냥 기다림의 자리다.
〈시인의 말〉에서 말을 빌리면, 그에게 시 쓰기는 〈쉬울수록 어려워지는 시의 공간〉에서의 활동이었다. 그는 '아픈 만큼의 성숙'으로, '하얀 눈밭에 첫발을 내딛는 심정'으로 시를 쓴다고 했다. 시인의 이 고단하고 행복한 디카시 창작은 앞으로도 연면히 이어질 것이다. 우리가 함께 이름을 붙인 가족 또는 친인의 관계성 고찰, 풍경과 심경 사이, 길의 원근법, 시선을 집중하면 보이는 것들, 그리고 길과 기다림과 만남의 방정식 등의 주제들도 여러 모형의 시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묵묵히 걸어갈 그의 디카시의 세계가 그 자신에게는 물론, 많은 독자에게 좋은 디카시의 진수(眞髓)를 공여해줄 수 있길 바란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봄바람 났다
4월, 짧은 연극 · 14
가족이라는 풍경 · 16
고민되네 · 18
독야홍홍(獨也紅紅) · 20
내일은 · 22
무아지경 · 24
바람의 초상(肖像) · 26
애섧은 사랑 · 28
연가(戀歌) · 30
우리 사이 · 32
울매 · 34
은하수 · 36
이 웬수같은 · 38
일두화(一?花) · 40
초혼(招魂) · 42
제2부 더위는 보물창고다
21-5 · 46
Comedy · 48
둔갑 · 50
그리움이 머무는 집 · 52
단장(斷腸) · 54
마음에 비가 내린다 · 56
반목 · 58
순례자 · 60
숨죽인 기다림 · 62
오늘 저녁은 따뜻하다 · 64
이산(離散) · 66
작은 기도 · 68
전당포 · 70
찜통더위 · 72
첫 출근 · 74
침묵의 바다에서 · 76
제3부 그해 가을맛은 달았다
Endless Love · 80
노을 맛 · 82
늦깎이 · 84
경청 · 86
미녀와 야수 · 88
범칙금 · 90
살아간다는 것 · 92
술래잡기 · 94
시간의 주름 · 96
열애 · 98
이주 노동자 · 100
인생은 타이밍 · 102
일탈 · 104
자연애 · 106
포행(布行) · 108
혼돈의 시간 · 110
제4부 꿈은 언제나 지금부터 시작이다
03122024 절규 · 114
감옥 · 116
견불생심(見佛生心) · 118
귀천(歸天) · 120
당랑거철 · 122
묵은 온기 · 124
봄의 길목에 · 126
부엉이 방구 · 128
손톱달과 사랑 · 130
승무(僧舞) · 132
신(神)의 선물 · 134
애기섬 · 136
저항 · 138
친구 · 140
파수꾼 · 142
해설 / 밝은 눈과 맑은 마음의 대위법_김종회 · 144
제1부 봄바람 났다
4월, 짧은 연극 · 14
가족이라는 풍경 · 16
고민되네 · 18
독야홍홍(獨也紅紅) · 20
내일은 · 22
무아지경 · 24
바람의 초상(肖像) · 26
애섧은 사랑 · 28
연가(戀歌) · 30
우리 사이 · 32
울매 · 34
은하수 · 36
이 웬수같은 · 38
일두화(一?花) · 40
초혼(招魂) · 42
제2부 더위는 보물창고다
21-5 · 46
Comedy · 48
둔갑 · 50
그리움이 머무는 집 · 52
단장(斷腸) · 54
마음에 비가 내린다 · 56
반목 · 58
순례자 · 60
숨죽인 기다림 · 62
오늘 저녁은 따뜻하다 · 64
이산(離散) · 66
작은 기도 · 68
전당포 · 70
찜통더위 · 72
첫 출근 · 74
침묵의 바다에서 · 76
제3부 그해 가을맛은 달았다
Endless Love · 80
노을 맛 · 82
늦깎이 · 84
경청 · 86
미녀와 야수 · 88
범칙금 · 90
살아간다는 것 · 92
술래잡기 · 94
시간의 주름 · 96
열애 · 98
이주 노동자 · 100
인생은 타이밍 · 102
일탈 · 104
자연애 · 106
포행(布行) · 108
혼돈의 시간 · 110
제4부 꿈은 언제나 지금부터 시작이다
03122024 절규 · 114
감옥 · 116
견불생심(見佛生心) · 118
귀천(歸天) · 120
당랑거철 · 122
묵은 온기 · 124
봄의 길목에 · 126
부엉이 방구 · 128
손톱달과 사랑 · 130
승무(僧舞) · 132
신(神)의 선물 · 134
애기섬 · 136
저항 · 138
친구 · 140
파수꾼 · 142
해설 / 밝은 눈과 맑은 마음의 대위법_김종회 · 144
저자
저자
윤석광
고등학교 수학교사 35년 재직 후 명퇴
생활도예과 2년 졸업 후 도자기 공방 '小少' 운영
세계 50여개국 배낭여행
시니어 연기 모델학과 1학년 재학 중
양산디카시인협회 부회장
제2, 3회 명성문화예술센터 디카시 백일장 전국 공모 동상
2024 이병주문학관 전국 디카시 공모 장려상
제6회 '달성, 시로 물들이다' 전국 디카시 공모 우수상
제2회 봉황대 마타리꽃 문학상 디카시 부문 최우수상
제1회 경북문경연가 디카시 공모전 금상 수상
그 외 다수 공모전 입상
생활도예과 2년 졸업 후 도자기 공방 '小少' 운영
세계 50여개국 배낭여행
시니어 연기 모델학과 1학년 재학 중
양산디카시인협회 부회장
제2, 3회 명성문화예술센터 디카시 백일장 전국 공모 동상
2024 이병주문학관 전국 디카시 공모 장려상
제6회 '달성, 시로 물들이다' 전국 디카시 공모 우수상
제2회 봉황대 마타리꽃 문학상 디카시 부문 최우수상
제1회 경북문경연가 디카시 공모전 금상 수상
그 외 다수 공모전 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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