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시간
남북 제헌의회 속기록으로 본 '두 국가'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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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1948년 그날, 그들은 무슨 말을 했을까?"
남북 제헌의회 속기록으로 되짚는 분단국가 탄생의 기원
『분단의 시간』은 두 개의 국가를 수립하는 과정인 동시에, 하나의 국가를 염두에 둔 정치적 실험의 기록이었던 남북의 속기록을 원활하게 읽히도록 재구성함으로써, 두 속기록 속에 담겨 있던 분단국가의 출발점이면서 통일 지향 흔적이 공존하는 현장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초기 '두 국가'의 탄생 과정을 이해하고, 현재의 '두 국가' 논의와 남북관계 및 한반도의 미래를 구상하는 데 매우 중요한 나침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신종대
지금, 1948년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
북한이 대한민국을 자신과 국경을 맞댄'외국'으로 선언한 지금, 우리는 1948년으로 돌아가 보아야 한다.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자 한국에서도 '평화적 두 국가론' 등 다양한 대응 구상이 쏟아지고 있다. 한반도의 남과 북의 관계는 통일을 추구하는 잠정적 특수관계인가,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는 일반관계인가? 이 논쟁의 뿌리를 찾으려면 남북이 '두 국가'로 탄생한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분단의 시간: 남북 제헌의회 속기록으로 본 '두 국가'의 탄생』(이하 '『분단의 시간』')은 1948년 남북이 각기 국가를 수립하기 위해 개최한 제헌의회의 첫 번째 회의록을 정면으로 들여다본다. 대한민국 국회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두 의회 기관이 헌법을 만들고 정부를 조직하던 그 현장의 목소리를 오늘의 독자에게 처음으로 생생하게 전하는 것이다.
속기록은 국민의 대표들이 헌법을 심의하고 정부를 조직하기 위해 논쟁을 벌이는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문헌이다. 『분단의 시간』이 원본으로 삼은 제헌국회 회의록에는 발언의 망설임, 중단, 반박과 개입, 감정의 고조까지 현장의 모든 것이 날것 그대로 담겨 있다. 최고인민회의 제1기 제1차회의 회의록은 상대적으로 정제된 원고 낭독의 비중이 크지만, 회의 진행 과정과 대의원들의 동정, 즉석 질의응답 등 토론 과정을 그대로 싣고 있어 속기록에 준하는 자료이다. 마치 생중계를 지켜보듯이 '두 국가'가 탄생하던 순간을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해석'이 아닌 생생한 '발화'로 읽어 보자는 것이 『분단의 시간』의 출발점이다.
속기록의 생생함을 넘어
'읽히는 역사'로
『분단의 시간』은 남북의 헌법 제정과 정부 수립 과정에서 생산된 방대한 의회 속기록을 정리하고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국가의 출발점에서 이루어진 논쟁을 박제된 결론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과정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의 역사서나 해설서와는 분명한 차별성을 지닌다.
원본 속기록은 그 방만한 성격상 잘 읽히지 않는다. 『분단의 시간』의 가장 큰 특징은 그처럼 방만하고 방대한 속기록을 '읽히는 역사'로 정리하고 재구성했다는 점에 있다. 무엇보다 당시 정치인들의 발언을 가능한 한 '날것 그대로' 살리면서도, 독자가 읽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적절한 편집을 가해 생생함과 가독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원본 속기록의 토론 기록은 날짜별로 이루어져 같은 주제의 논의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거나 중복된 사례가 많다. 하나의 의제를 놓고 토론이 진행되는 도중에 다른 문제가 끼어들거나 감정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분단의 시간』은 독자가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헌법 조항과 국가 운영의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발언들을 재배열함으로써, 독자가 논쟁의 흐름과 구조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각 논의가 등장하게 된 역사적 맥락과 그것이 갖는 현실적 의미를 짚어주는 해설과 주석을 촘촘히 배치했다. 이로써 남북 제헌의회 속기록에 관한 단순한 자료집을 넘어 그것을 '읽히는 역사'로 재구성했다.
속기록 속 목소리들 ? 우리가 몰랐던 분단의 속사정
지금껏 분단의 역사는 주로 강대국의 외교 무대, 정치세력의 이합집산, 미소공동위원회의 결렬 같은 '속기록 바깥의 이야기'로 채워져 왔다. 그러나 정작 새 나라를 만드는 의회 안에서 의원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분단의 시간』은 그 공백을 충분히 채우고도 남는다. 현대 국가의 탄생 과정은 대부분 다음 세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첫째, 전 국민 선거를 통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를 구성한다. 둘째, 의회는 국가의 기본 틀을 규정한 헌법과 기타 법령을 제정한다. 셋째, 그 헌법에 따라 의회는 행정과 사법을 집행하는 국가 기관을 조직한다.
따라서 1948년 국회와 최고인민회의의 속기록을 읽지 않고는 해방된 한반도가 '두 국가'로 분단된 속사정을 알 수 없다. 국가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봉건과 식민지의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토지는 어떻게 분배할 것이며 상공업은 어떻게 진흥할 것인가, 새로운 독립 국가의 정치체제는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자유민주주의인가, 인민민주주의인가? 권력의 집중인가, 삼권 분립인가? 새 나라의 밑그림을 두고 벌어진 진지하고 때로는 격렬한 토론이 『분단의 시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장 놀라운 발견 ? 남북 헌법은 닮아 있었다
무엇보다 『분단의 시간』이 드러내는 가장 뜻밖의 사실은, 극단적으로 다를 것 같은 남북의 제헌 헌법이 중요한 지점에서 놀라울 만큼 수렴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남북의 제헌 헌법은 정치체제에서는 국제정치의 영향과 지향하는 이념의 차이 때문에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대한민국 헌법이 미국의 영향을 받아 입법·행정·사법 삼권의 분립을 명시한 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은 소련의 영향을 받아 최고인민회의를 주권 기관으로 하는 유일 주권 체제를 지향한다.
그러나 사회경제 부문으로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토지개혁, 주요 산업의 국가 관리, 대외무역 통제, 중소 상공업 보호 등의 조항들에서 남북 헌법은 이념의 차이를 뛰어넘어 공통된 목소리를 낸다. 식민지 경제 구조를 청산하고 국가 주도로 경제를 재건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남북 제헌의회가 함께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해방된 한반도가 '두 국가' 아닌 하나의 나라로 독립했어야 하는 이유를 역사적으로 정확히 보여준다.
냉전의 경직된 틀로 1948년을 보려고 하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남북 제헌의회 속기록을 펼치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또 하나의 발견 ? '두 국가'는 통일을 꿈꾸며 탄생했다
남북 제헌의회의 회기 내내 통일은 반복적으로 언급되었다. 각자의 정부 수립이 궁극적으로 한반도 전체를 대표하는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인식은 남북이 공유하고 있었다. 국회는 헌법에서 한반도 전역을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통일을 추진하는 특별위원회의 설치 문제를 진지하게 토론했다. 최고인민회의는 헌법에서 북한 지역에 이은 남한 지역의 토지개혁 실시를 규정하고, 서울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부(수도)로 명시했다.
이처럼 '두 국가'는 하나의 국가를 지향하는 인식 속에서 탄생했다. 남북 모두 통일을 추구하면서 분단국가로 수립된 이 역설이 『분단의 시간』의 핵심 메시지 가운데 하나이다. 1948년 제헌의회의 토론을 따라가다가 보면, 오늘날 '두 국가론'을 둘러싼 논쟁이 전혀 새로운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분단의 시간』은 남북한 체제의 출발점에서 어떤 선택과 논쟁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분단이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수많은 선택과 갈등이 축적된 '과정'이었음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분단의 시간』은 분단의 과거를 기록하는 동시에 현재를 이해하고 통일의 미래를 고민하게 하는 '분단'과 '통일'의 참고서라 할 수 있다.
제헌의회 속기록은 현재의 거울
1948년의 남북 제헌의회 속기록은 오늘의 남북한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제헌의회의 논의들에 지금까지도 반복되고 있는 문제들의 원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제헌국회 속기록을 보자. 사유재산을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 공공복리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 토론은 지금도 대한민국이 고민하고 있는 의제이다. 나아가 노동자의 경영 참여나 지분 배분과 같은, 지금 생각해도 급진적인 경제 민주화 구상까지도 제헌국회는 논의하고 있었다.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선택, 양원제와 단원제의 선택, 대통령의 임기와 선출 방식, 계엄령과 같은 대통령 비상대권의 범위, 사법부의 독립 문제 등 권력 구조를 둘러싼 쟁점 역시 현재의 개헌 논의나 국민적 의제와 놀라울 정도로 맞닿아 있다. 제헌국회 속기록은 한국 사회가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문제들의 '초기 설계도'인 셈이다.
최고인민회의 속기록은 어떤가? 북한의 제헌 과정은 남한과는 전혀 다른 정치 원리를 보여준다. 삼권 분립을 부정하고 인민의 유일 주권을 강조하는 북한의 정치 구조는 권력 분산과 견제를 전제로 한 남한의 체제와 뚜렷이 대비된다.
선거에 대한 인식에서도 차이가 분명하다. 남북의 선거를 인상적으로 비교해 보면, 전자는 리얼리티 쇼에 가깝고 후자는 기획 드라마에 가깝다. 전자가 일정한 조건만 설정한 채 결과는 행위자의 자유에 맡겨 놓는다면, 후자는 최대한의 합의를 끌어내는 완벽한 사전 시나리오를 요구한다.
헌법에 대한 이해 역시 다르다. 대한민국 헌법이 장차 수립될 국가 체제의 기초에 관한 규범과 법규를 제시한 측면이 강했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은 이미 시행되고 있던 민주개혁의 성과와 구성원 간에 확인된 국가 체제를 법적으로 공고화하는 성격을 띠었다. 이 같은 초기 북한의 특징들은 주체사상의 전면화를 거치며 변화해 온 오늘날의 북한을 이해하는 데에도 기본적인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이처럼 남북 제헌의회 속기록에 담긴 모든 논쟁은 대부분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두 국가' 논란과 함께 국제정세의 커다란 변화를 마주하면서 개헌 논의가 거세게 일고 있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분단의 시간』은 이 모든 문제를 역사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중요한 준거를 제공할 것이다.
남북 제헌의회 속기록으로 되짚는 분단국가 탄생의 기원
『분단의 시간』은 두 개의 국가를 수립하는 과정인 동시에, 하나의 국가를 염두에 둔 정치적 실험의 기록이었던 남북의 속기록을 원활하게 읽히도록 재구성함으로써, 두 속기록 속에 담겨 있던 분단국가의 출발점이면서 통일 지향 흔적이 공존하는 현장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초기 '두 국가'의 탄생 과정을 이해하고, 현재의 '두 국가' 논의와 남북관계 및 한반도의 미래를 구상하는 데 매우 중요한 나침반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 신종대
지금, 1948년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
북한이 대한민국을 자신과 국경을 맞댄'외국'으로 선언한 지금, 우리는 1948년으로 돌아가 보아야 한다.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자 한국에서도 '평화적 두 국가론' 등 다양한 대응 구상이 쏟아지고 있다. 한반도의 남과 북의 관계는 통일을 추구하는 잠정적 특수관계인가,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는 일반관계인가? 이 논쟁의 뿌리를 찾으려면 남북이 '두 국가'로 탄생한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분단의 시간: 남북 제헌의회 속기록으로 본 '두 국가'의 탄생』(이하 '『분단의 시간』')은 1948년 남북이 각기 국가를 수립하기 위해 개최한 제헌의회의 첫 번째 회의록을 정면으로 들여다본다. 대한민국 국회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두 의회 기관이 헌법을 만들고 정부를 조직하던 그 현장의 목소리를 오늘의 독자에게 처음으로 생생하게 전하는 것이다.
속기록은 국민의 대표들이 헌법을 심의하고 정부를 조직하기 위해 논쟁을 벌이는 '그 순간'을 있는 그대로 기록한 문헌이다. 『분단의 시간』이 원본으로 삼은 제헌국회 회의록에는 발언의 망설임, 중단, 반박과 개입, 감정의 고조까지 현장의 모든 것이 날것 그대로 담겨 있다. 최고인민회의 제1기 제1차회의 회의록은 상대적으로 정제된 원고 낭독의 비중이 크지만, 회의 진행 과정과 대의원들의 동정, 즉석 질의응답 등 토론 과정을 그대로 싣고 있어 속기록에 준하는 자료이다. 마치 생중계를 지켜보듯이 '두 국가'가 탄생하던 순간을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해석'이 아닌 생생한 '발화'로 읽어 보자는 것이 『분단의 시간』의 출발점이다.
속기록의 생생함을 넘어
'읽히는 역사'로
『분단의 시간』은 남북의 헌법 제정과 정부 수립 과정에서 생산된 방대한 의회 속기록을 정리하고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국가의 출발점에서 이루어진 논쟁을 박제된 결론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과정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존의 역사서나 해설서와는 분명한 차별성을 지닌다.
원본 속기록은 그 방만한 성격상 잘 읽히지 않는다. 『분단의 시간』의 가장 큰 특징은 그처럼 방만하고 방대한 속기록을 '읽히는 역사'로 정리하고 재구성했다는 점에 있다. 무엇보다 당시 정치인들의 발언을 가능한 한 '날것 그대로' 살리면서도, 독자가 읽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적절한 편집을 가해 생생함과 가독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원본 속기록의 토론 기록은 날짜별로 이루어져 같은 주제의 논의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거나 중복된 사례가 많다. 하나의 의제를 놓고 토론이 진행되는 도중에 다른 문제가 끼어들거나 감정싸움이 벌어지기도 한다. 『분단의 시간』은 독자가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헌법 조항과 국가 운영의 핵심 쟁점을 중심으로 발언들을 재배열함으로써, 독자가 논쟁의 흐름과 구조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각 논의가 등장하게 된 역사적 맥락과 그것이 갖는 현실적 의미를 짚어주는 해설과 주석을 촘촘히 배치했다. 이로써 남북 제헌의회 속기록에 관한 단순한 자료집을 넘어 그것을 '읽히는 역사'로 재구성했다.
속기록 속 목소리들 ? 우리가 몰랐던 분단의 속사정
지금껏 분단의 역사는 주로 강대국의 외교 무대, 정치세력의 이합집산, 미소공동위원회의 결렬 같은 '속기록 바깥의 이야기'로 채워져 왔다. 그러나 정작 새 나라를 만드는 의회 안에서 의원들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분단의 시간』은 그 공백을 충분히 채우고도 남는다. 현대 국가의 탄생 과정은 대부분 다음 세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첫째, 전 국민 선거를 통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의회를 구성한다. 둘째, 의회는 국가의 기본 틀을 규정한 헌법과 기타 법령을 제정한다. 셋째, 그 헌법에 따라 의회는 행정과 사법을 집행하는 국가 기관을 조직한다.
따라서 1948년 국회와 최고인민회의의 속기록을 읽지 않고는 해방된 한반도가 '두 국가'로 분단된 속사정을 알 수 없다. 국가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봉건과 식민지의 질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토지는 어떻게 분배할 것이며 상공업은 어떻게 진흥할 것인가, 새로운 독립 국가의 정치체제는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자유민주주의인가, 인민민주주의인가? 권력의 집중인가, 삼권 분립인가? 새 나라의 밑그림을 두고 벌어진 진지하고 때로는 격렬한 토론이 『분단의 시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장 놀라운 발견 ? 남북 헌법은 닮아 있었다
무엇보다 『분단의 시간』이 드러내는 가장 뜻밖의 사실은, 극단적으로 다를 것 같은 남북의 제헌 헌법이 중요한 지점에서 놀라울 만큼 수렴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남북의 제헌 헌법은 정치체제에서는 국제정치의 영향과 지향하는 이념의 차이 때문에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대한민국 헌법이 미국의 영향을 받아 입법·행정·사법 삼권의 분립을 명시한 반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은 소련의 영향을 받아 최고인민회의를 주권 기관으로 하는 유일 주권 체제를 지향한다.
그러나 사회경제 부문으로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토지개혁, 주요 산업의 국가 관리, 대외무역 통제, 중소 상공업 보호 등의 조항들에서 남북 헌법은 이념의 차이를 뛰어넘어 공통된 목소리를 낸다. 식민지 경제 구조를 청산하고 국가 주도로 경제를 재건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남북 제헌의회가 함께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해방된 한반도가 '두 국가' 아닌 하나의 나라로 독립했어야 하는 이유를 역사적으로 정확히 보여준다.
냉전의 경직된 틀로 1948년을 보려고 하면 보이지 않는 것들이, 남북 제헌의회 속기록을 펼치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또 하나의 발견 ? '두 국가'는 통일을 꿈꾸며 탄생했다
남북 제헌의회의 회기 내내 통일은 반복적으로 언급되었다. 각자의 정부 수립이 궁극적으로 한반도 전체를 대표하는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라는 인식은 남북이 공유하고 있었다. 국회는 헌법에서 한반도 전역을 대한민국 영토로 규정하고, 통일을 추진하는 특별위원회의 설치 문제를 진지하게 토론했다. 최고인민회의는 헌법에서 북한 지역에 이은 남한 지역의 토지개혁 실시를 규정하고, 서울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수부(수도)로 명시했다.
이처럼 '두 국가'는 하나의 국가를 지향하는 인식 속에서 탄생했다. 남북 모두 통일을 추구하면서 분단국가로 수립된 이 역설이 『분단의 시간』의 핵심 메시지 가운데 하나이다. 1948년 제헌의회의 토론을 따라가다가 보면, 오늘날 '두 국가론'을 둘러싼 논쟁이 전혀 새로운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분단의 시간』은 남북한 체제의 출발점에서 어떤 선택과 논쟁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드러냄으로써, 분단이 하나의 '결과'가 아니라 수많은 선택과 갈등이 축적된 '과정'이었음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분단의 시간』은 분단의 과거를 기록하는 동시에 현재를 이해하고 통일의 미래를 고민하게 하는 '분단'과 '통일'의 참고서라 할 수 있다.
제헌의회 속기록은 현재의 거울
1948년의 남북 제헌의회 속기록은 오늘의 남북한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다. 제헌의회의 논의들에 지금까지도 반복되고 있는 문제들의 원형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제헌국회 속기록을 보자. 사유재산을 어디까지 보장할 것인가, 공공복리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 토론은 지금도 대한민국이 고민하고 있는 의제이다. 나아가 노동자의 경영 참여나 지분 배분과 같은, 지금 생각해도 급진적인 경제 민주화 구상까지도 제헌국회는 논의하고 있었다.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선택, 양원제와 단원제의 선택, 대통령의 임기와 선출 방식, 계엄령과 같은 대통령 비상대권의 범위, 사법부의 독립 문제 등 권력 구조를 둘러싼 쟁점 역시 현재의 개헌 논의나 국민적 의제와 놀라울 정도로 맞닿아 있다. 제헌국회 속기록은 한국 사회가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문제들의 '초기 설계도'인 셈이다.
최고인민회의 속기록은 어떤가? 북한의 제헌 과정은 남한과는 전혀 다른 정치 원리를 보여준다. 삼권 분립을 부정하고 인민의 유일 주권을 강조하는 북한의 정치 구조는 권력 분산과 견제를 전제로 한 남한의 체제와 뚜렷이 대비된다.
선거에 대한 인식에서도 차이가 분명하다. 남북의 선거를 인상적으로 비교해 보면, 전자는 리얼리티 쇼에 가깝고 후자는 기획 드라마에 가깝다. 전자가 일정한 조건만 설정한 채 결과는 행위자의 자유에 맡겨 놓는다면, 후자는 최대한의 합의를 끌어내는 완벽한 사전 시나리오를 요구한다.
헌법에 대한 이해 역시 다르다. 대한민국 헌법이 장차 수립될 국가 체제의 기초에 관한 규범과 법규를 제시한 측면이 강했다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은 이미 시행되고 있던 민주개혁의 성과와 구성원 간에 확인된 국가 체제를 법적으로 공고화하는 성격을 띠었다. 이 같은 초기 북한의 특징들은 주체사상의 전면화를 거치며 변화해 온 오늘날의 북한을 이해하는 데에도 기본적인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이처럼 남북 제헌의회 속기록에 담긴 모든 논쟁은 대부분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두 국가' 논란과 함께 국제정세의 커다란 변화를 마주하면서 개헌 논의가 거세게 일고 있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분단의 시간』은 이 모든 문제를 역사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중요한 준거를 제공할 것이다.
목차
목차
머리말 5
국회와 최고인민회의 15
[I. 국회 편 1948. 5. 31.~8. 15.]
1. 국회의 개원 21
하나님에 대한 기도로 시작한 국회 25
2. 대한민국 헌법의 심의와 제정 31
1 | 헌법안의 기초 과정 33
2 | 헌법안 심의 39
전문 39
제1장?총강 41
제2장?국민의 권리·의무 69
제3장?국회 104
제4장?정부 120
제5장?법원 157
제6장?경제 164
제7장?재정 184
제8장?지방자치 191
제9장?헌법 개정 193
제10장?부칙 194
3?| 헌법의 제정 199
[부록] 1948년 7월 17일 공포 대한민국 헌법 201
3.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 217
1?| 정부의 조직 219
2?| 초대 정부의 구성 225
[Ⅱ. 최고인민회의 편 1948. 9. 2.~9. 10.]
1. 최고인민회의의 개회 281
1?| 첫 회의 283
2?| 대의원 자격심사위원회 보고 291
2.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의 심의와 제정 303
1?| 헌법안의 기초 과정 307
2?| 헌법안 심의 325
① 헌법안 토론(제1독회) 326
상공업과 노동 326
토지와 농민 340
공민의 권리와 의무 344
정치와 외교 351
대한민국 헌법 비판 360
토론에 대한 결론 373
② 헌법안 축조 심의(제2·3독회) 377
제1장 근본 원칙 378
제2장 공민의 기본적 권리 및 의무 381
제3장 최고주권기관 385
제4장 국가중앙집행기관 392
제5장 지방주권기관 396
제6장 재판소 및 검찰소 399
제7장 국가 예산 402
제8장 민족 보위 402
제9장 국장(國章) 국기 및 수부(首府) 402
제10장 헌법 수정의 절차 403
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수립 407
1?|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선출 409
2?| 정권의 이양 411
3?| 정부의 구성 417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정강 423
소련 정부와 북미합중국 정부에 보내는 조선최고인민회의의 요청서 431
1948년 헌법으로 보는 남북 국가 체제 비교 441
국회와 최고인민회의 15
[I. 국회 편 1948. 5. 31.~8. 15.]
1. 국회의 개원 21
하나님에 대한 기도로 시작한 국회 25
2. 대한민국 헌법의 심의와 제정 31
1 | 헌법안의 기초 과정 33
2 | 헌법안 심의 39
전문 39
제1장?총강 41
제2장?국민의 권리·의무 69
제3장?국회 104
제4장?정부 120
제5장?법원 157
제6장?경제 164
제7장?재정 184
제8장?지방자치 191
제9장?헌법 개정 193
제10장?부칙 194
3?| 헌법의 제정 199
[부록] 1948년 7월 17일 공포 대한민국 헌법 201
3.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 217
1?| 정부의 조직 219
2?| 초대 정부의 구성 225
[Ⅱ. 최고인민회의 편 1948. 9. 2.~9. 10.]
1. 최고인민회의의 개회 281
1?| 첫 회의 283
2?| 대의원 자격심사위원회 보고 291
2.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의 심의와 제정 303
1?| 헌법안의 기초 과정 307
2?| 헌법안 심의 325
① 헌법안 토론(제1독회) 326
상공업과 노동 326
토지와 농민 340
공민의 권리와 의무 344
정치와 외교 351
대한민국 헌법 비판 360
토론에 대한 결론 373
② 헌법안 축조 심의(제2·3독회) 377
제1장 근본 원칙 378
제2장 공민의 기본적 권리 및 의무 381
제3장 최고주권기관 385
제4장 국가중앙집행기관 392
제5장 지방주권기관 396
제6장 재판소 및 검찰소 399
제7장 국가 예산 402
제8장 민족 보위 402
제9장 국장(國章) 국기 및 수부(首府) 402
제10장 헌법 수정의 절차 403
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수립 407
1?|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선출 409
2?| 정권의 이양 411
3?| 정부의 구성 417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 정강 423
소련 정부와 북미합중국 정부에 보내는 조선최고인민회의의 요청서 431
1948년 헌법으로 보는 남북 국가 체제 비교 441
저자
저자
강응천 강응천 편저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남북한 정치와 통일 문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남북한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적, 보편적 맥락에서 자리매김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기획을 진행해 왔다. 『한국생활사박물관』(12권), 『근현대사신문』(2권), 『라이벌 한국사』, 『지식의 사슬』(7권), 『역사 오디세이』, 『국호로 보는 분단의 역사』 등을 쓰거나 만들었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남북한 정치와 통일 문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남북한의 역사와 문화를 세계적, 보편적 맥락에서 자리매김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기획을 진행해 왔다. 『한국생활사박물관』(12권), 『근현대사신문』(2권), 『라이벌 한국사』, 『지식의 사슬』(7권), 『역사 오디세이』, 『국호로 보는 분단의 역사』 등을 쓰거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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