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밭에 꽃씨를 뿌리며(창연시선 35)(양장본 Hardcover)
이경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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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경희 시인의 시집 속 꽃들은 시인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인의 마음 밭에서 피어나지만, 결국 독자의 밭으로 옮겨 심어진다. 시인의 언어는 읽는 이의 감각 속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고, 우리 안에서 또 다른 의미로 자란다. 바로 여기서 시집의 여운은 완성된다.
이경희 시집 『마음 밭에 꽃씨를 뿌리며』는 거대한 서사보다 사소한 감각의 떨림을 통해 삶의 본질에 다가서는 시집이다. 작은 것들을 바라보는 바른 눈, 하루의 무게를 온전히 살아내는 자세, 감사와 기도를 겹겹이 쌓아 올린 언어. 시인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가장 작은 변두리에서 존재의 비밀을 발견한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독자는 깨닫게 된다. 시집 속 꽃씨들은 이미 우리 마음 밭에도 흩뿌려져 있다는 사실을. 그것은 시간 속에서 언젠가 조용히 싹을 틔우고, 또 하나의 시가 되어 우리 삶을 밝혀줄 것이다.
-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순간의 향기를 붙잡는 시학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 들어가며
'마음 밭에 꽃씨를 뿌린다'라는 행위는 단순한 자연의 은유를 넘어, 이경희 시인의 시학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명제다. 그의 시편들은 곡진한 서정성과 삶의 회고, 종교적 신념,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곧 한 인간이 살아온 세월의 풍경과 마음속 기도의 울림을 함께 걸어가는 여정에 참여하는 일이 된다.
시인의 생애에서 해군 복무와 교직, 장애 학생들과의 긴 시간은 단순한 이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이 시집의 다층적 결을 형성하는 토대이자 '삶의 현장'을 언어로 전환하는 구체적 감각의 원천이다. 예컨대 「달빛 바다에 눈물을 훔쳤다」에서 "함교 현 측 한쪽에 기대어 달빛 바다에 눈물을 훔쳤다"라는 구절은 단순한 회상의 기록이 아니다. 군함의 흔들림과 함께 동요하는 젊은 시절의 자의식, 그리고 바다라는 무한 공간 속에서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체감하는 순간의 깊은 떨림을 그대로 전한다.
시인의 언어는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난해한 비유를 거부한다. 대신 감각과 체험, 그리고 일상의 사소한 장면에서 뿌리내린 직설적 서정성을 택한다. 「하루 예찬」의 첫머리에서 그는 이렇게 쓴다.
'산다는 것은 하루를 삶의 향기로 채워가는 / 눈물과 감사의 날들 / 천지 만물에 미미한 흔적을 남기는 것'
여기서 '하루'는 단순히 시간의 단위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온전한 총합이며 '현재'라는 절대적 좌표를 가리킨다. 삶을 거대한 서사로 확장하기보다 매 순간을 기적처럼 바라보는 태도는, 시집 전반에 걸쳐 발견되는 핵심적 관점이다.
또한 이 시집을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감사'와 '기도'다. 「감사 일기」에서 시인은 '소소한 일상을 감사로 여기며 / 부족한 것에 나를 칭찬하며 / 주어진 것을 은혜로 받아들이는' 삶을 노래한다. 이러한 자세는 단순한 자기 위안이나 도덕적 권고를 넘어선다. 세속적 욕망의 과잉과 불안을 넘어, 인간 존재를 근본으로 되돌려 세우려는 성찰적 태도다. 시인에게 감사는 기도와 맞닿아 있으며, 기도는 언어와 삶을 매개하는 영적 통로다.
특히 「목련꽃」에서의 심상은 이 시집의 전체적 정서를 압축한다. '며칠 밤을 새워 기도하는 / 눈물의 사연 / 아침 이슬을 머금고 / 하얗게 꽃잎 봉우리를 내민다' 목련은 단순한 자연의 대상이 아니라, 눈물과 인내, 영혼의 희구가 응결한 상징으로 제시된다. 바람과 비에 시달린 가지 끝에서 다시 피어나는 꽃은, 시인의 삶 속에서 반복된 시련과 극복의 은유로 기능한다.
이경희 시인의 시는 종종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것을 넘어 보편적 감각을 향해 열려 있다. 「달빛 바다에 눈물을 훔쳤다」의 바다는 젊은 날의 기억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가 마주하는 '삶이라는 항해'의 은유다. 「텃밭에도 빛깔이 있다」에서는 작은 꽃잎 하나, 흙 한 줌의 변화에서 인간 삶의 비밀을 읽어낸다. '서로서로 의지하며 꽃은 자라며 저마다의 빛깔 내었습니다'라는 구절처럼, 시인은 삶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시집의 또 다른 특징은, 내밀한 서정 속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담담한 문체다. 절망과 슬픔의 장면에서도 목소리는 격렬하게 흔들리지 않는다. 「생의 한가운데」에서 '큰 물결의 소용돌이가 삶을 휘몰아치고 / 움푹 파인 용트림 자국이 생의 깊이를 더한다'라는 표현처럼,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 고통을 미학적 언어로 전환해내는 힘은 시인의 오랜 성찰에서 비롯된다.
「마음 밭에 꽃씨를 뿌리며」라는 제목은 단순히 자연 친화적 세계관을 표방하는 것이 아니다. 이 꽃씨는 곧 언어이며, 마음이며, 기도다. 시인은 삶의 고비마다 그 언어의 씨앗을 뿌렸고, 그로써 자기 내면을 가꾸고 타인과 세상을 잇는 다리를 놓았다. 바다는 때로 폭풍으로 흔들리고, 언덕은 비바람에 깎이지만, 결국 꽃은 피어나고 향기를 남긴다.
이경희 시집은 우리가 잊고 지낸 '삶의 속도'를 되묻는다. 기적 같은 하루, 작고 평범한 감각의 반짝임, 기도의 손길, 사랑과 연대의 힘. 시인의 시선은 이 모든 것을 한데 엮어, 세상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을 다시금 일깨운다. 시를 읽으며 우리는 발견한다. 삶이란, 결국 나와 세계와 신을 향한 '감사의 응답'임을 알게 된다.
1. 시인이라는 존재
시인은 '삶을 사랑하는 자'다. 이경희의 시집 『마음 밭에 꽃씨를 뿌리며』는 단순한 감상의 기록이 아니라, 삶의 깊은 주름을 고요히 매만지는 손길과도 같다. 그의 언어는 화려한 수사를 거부한다. 시인의 세계는 작고 사소한 것, 바람 한 점, 빛의 떨림, 마음속 미세한 흔들림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작은 떨림은 시인의 언어를 통해 넓고 깊은 의미를 획득한다.
시집의 제목 『마음 밭에 꽃씨를 뿌리며』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마음 밭은 언어가 자라는 자리이며, 꽃씨는 시인이 심어 놓은 삶의 기억이다. 이 시집 속 시편들은 모두 한 알의 씨앗으로 태어나, 존재와 시간의 계절을 지나 꽃을 피운다. 바람에 흩날리고 비에 씻기며, 결국 남는 것은 그 꽃향기다. 이 경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시가 「하루 예찬」이다.
산다는 것은 하루를 삶의 향기로 채워가는
눈물과 감사의 날들
천지 만물에 미미한 흔적을 남기는 것
바람처럼 흔들어 주고 기대어
나를 채워가는 나그네의 발길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루는
기적같이 눈을 뜨고 세상을 본다는
얼마나 행복한 날들인가
아침 햇살이 하루를 밝히고
태양의 손길로 일할 수 있는 보람
별밤의 반짝이는 수천의 등불
수채화 빛으로 은혜롭게 채워지는 시간
가만히 기대어보면, 하루는
살아서 소리 나는 것을 듣는
얼마나 기쁜 날들인가
주위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소리
온갖 만물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소리
지혜의 바다 같은 물빛처럼 채워지는 순간들
흔들림의 파장이 심장을 두드리는 축복받는 시간
- 「하루 예찬」 부분
여기서 '하루'는 단순한 시간 단위가 아니라 존재의 중심을 가리킨다. 삶을 거대한 구조로 바라보지 않고, 하루라는 구체적 단위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기적들이 이 시집 전체를 지탱한다. 시인에게 하루는 '지금 여기'를 온전히 살아내는 방식이며, 그 하루의 축적이 곧 존재의 빛깔을 만든다.
시인의 언어는 '감사'와 '기도'의 결을 따라 흘러간다. 「감사 일기」에서 시인은 속삭인다.
소소한 일상을 감사로 여기며
부족한 것에 나를 칭찬하며
주어진 것을 은혜로 받아들이는
매일 매일 쌓아가는 공덕의 삶
남들보다 나를 바라보면서
일상의 삶에 행복을 느끼는 것
소학행의 습관이 기쁨으로 충만한 삶
행간을 밝히는 내 마음의 향연
하루의 쉼표를 찍고
감사한 일들을 조목조목 적어 내려가는 밀알의 시간
내일의 다짐이 펼쳐지고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마음 챙김의 작은 치유 공간
짧은 하루가 일상의 삶이 되고
누적된 감사의 삶이 습관이 되고
밝은 태도가 인생을 바꾸는 힘이 된다
마음 밭에 충만한 삶은 기적을 낳아
희망이 없던 사람, 가진 것이 없는 사람도
감사의 삶이 연속되면
안분지족의 축복된 삶이 되리라
- 「감사 일기」 전문
이 고백은 단순한 자기 위안이나 도덕적 교훈이 아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빛과 숨결의 감각, 그것을 은혜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경희의 시는 거창한 의미를 만들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의미를 지우고 언어를 투명하게 비워낸다. 덕분에 시 속의 공백은 더 깊고 넓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또한 이 시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억'의 풍경들이다. 과거는 시인의 언어 속에서 낡은 사진처럼 불려오지만, 결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아버지의 지게」를 보자.
산 뻐꾸기 지저귀면 봄은 익어가고
동리 앞 개울가 시냇물 흘러
봄빛 내려앉은 처마 끝, 마루에 걸터앉아
사립문만 바라보았다
싸리문 미끄러지는 소리
쏜살처럼 달려가 대문을 활짝 열었다
아버지 바지게 짐 머리 위
진달래꽃 한 다발 피었다
- 「아버지의 지게」 부분
이 구절에는 한 세대의 역사와 세월이 압축되어 있다. 아버지의 삶을 짊어진 지게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 기꺼이 무거운 시간을 견뎌낸 존재의 상징이다. 시인은 과거를 회고하지만, 그 기억은 독자의 현재와도 만나며 새로운 공명을 일으킨다.
자연 역시 이 시집에서 중요한 장치다. 이경희의 시 속에서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적 감각을 열어주는 거대한 통로다. 「무지갯빛 사랑」을 보자.
분홍색 꽃 팝콘처럼
교문 가로수 길 톡톡 터지면
아이들 얼굴이 봄을 불렀다
살포시 날아드는 하얀 꽃잎
벚꽃의 꽃망울이 몽실몽실
봄빛을 시샘하면
오늘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 「무지갯빛 사랑」 부분
여기서 교문 앞 팝콘 같은 꽃망울은 단순한 사물 묘사가 아니다. 아이들 얼굴에 내려앉은 봄빛, 생명의 환희, 존재의 무구함이 겹겹이 중첩된 상징이다. 시인의 언어는 아이의 얼굴과 계절의 빛깔을 한 호흡 안에 겹쳐놓으며, 언어로 포착된 '삶의 한순간'을 영원 속에 심는다.
2. 시인의 시선
이 시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작은 것에서 큰 세계로 확장하는 시선'입니다. 그 출발점은 시 「목련꽃」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며칠 밤을 새워 기도하는
눈물의 사연
아침 이슬을 머금고
하얗게 꽃잎 봉우리를 내민다
겨울 한파에 시린 사연
바람이 남기고 간, 아픈 가지마다
갈급한 영혼의 간절함
햇살에 몽실몽실 피었다
- 「목련꽃」 부분
목련은 단순한 꽃이 아니라, 시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응결된 영혼의 상징이다. '기도하는 눈물의 사연'이라는 표현은 존재를 관통하는 인내와 기다림, 결국 피어오르는 구원의 순간을 담고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인간의 상처와 치유, 희망을 자연의 심상 속에 심층적으로 겹쳐놓았다.
다음은 「텃밭에도 빛깔이 있다」이다.
"서로서로 의지하며 꽃은 자라며 저마다의 빛깔 내었습니다
비바람에 부딪어도 향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홉 개를 다 주고도 한 개가 부족한 듯 소담스러운 마음
작은 마음 꽃밭에 담아 봄날을 밝혔답니다
내 발걸음 소릴 듣고 피어나는 꽃들을 바라보며
들창, 이슬 보석 무지개처럼 떨구어 가는 마음으로
그늘진 이웃을 살며시 초대하렵니다
- 「텃밭에도 빛깔이 있다」 부분
이 시에서 '텃밭'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적 삶의 은유이다. 저마다의 빛깔을 가진 존재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의 본질과 닿아 있다. 서로 다르다는 사실은 갈등이 아니라 조화로, 다양성은 혼란이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전환된다.
세 번째로 「달빛 바다에 눈물을 훔쳤다」는 시집에서 가장 내밀한 회고적 시선이 드러난 작품이다.
울지 말아야지 울지 말아야지
혼자서 울지 말아야지
주먹다짐하고 돌아서는 함수 깃발 앞에서 입술을 깨물고
수평선 백파가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인생의 갈등과 고뇌의 순간 품고 달려가는 항행의 밤바다
함교 현 측 한쪽에 기대어 달빛 바다에 눈물을 훔쳤다.
- 「달빛 바다에 눈물을 훔쳤다」 부분
해군 복무 시절의 기억을 담은 이 시는, 개인의 젊은 시절을 넘어서 인간 존재의 유한함과 고독을 성찰하게 만든다. 달빛 바다는 무한의 상징이며, 그 아래에서 흘린 눈물은 끝없는 세계 앞에서 마주한 자기 자신에 대한 응답이다.
「생의 한가운데」에서는 삶의 시련을 단단히 직면하는 시인의 태도가 드러난다.
큰 물결의 소용돌이가 삶을 휘몰아치고
움푹 파인 용트림 자국이 생의 깊이를 더한다
한 점의 상흔이 씻고 간 것은
생의 한가운데 고통의 여운일세
수평선 너머로 밀려드는 번뇌의 너울
이 밤을 잠 못 들게 하여도
오직 마음에 굳은 심지와 평안을 위해
자아 성취를 위한 미련의 희생이라 여기며 나아가세
- 「생의 한가운데」 부분
여기서 '큰 물결'은 시련을, '용트림 자국'은 상처를 상징한다. 그러나 시인은 시련을 단순히 피하려 하지 않고, 그것을 삶의 깊이로 받아들인다. 언어는 차분하고 담담하지만, 그 속에는 강한 내적 체념과 초월의 의지가 스며 있다.
마지막으로 「바른 눈을 가져야지」는 시인의 시적 태도를 가장 명확히 드러난다.
때로는 내가 싫다
세상을 하얗게 덮는 겨울눈을 좋아했다
덮어야 길이 되고, 걷어내야 정의가 됨을 구분하지 못하니
가까이 만 보고 달려가는, 옹졸한 삶이 싫다
어찌, 저 아름다운 세상을 보지 못하는가
바른 눈과 길을 바라볼 줄 아는 밤이 길어진다
몸부림치는 바다를 들여다보라
생명의 숲에 눈을 돌려보라
물은 낮은 곳으로 더 깊은 곳으로 흐른다
강물 소리는 요란치 않아도 길을 내어갔다
바다로 흘러드는 물의 생명을
큰 눈을 뜨고 바라보리라
- 「바른 눈을 가져야지」 부분
이 짧은 문장은 시집 전체를 설명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시인은 세상의 위대한 사건보다 작은 떨림을 먼저 보고, 말하지 않는 사물의 숨결을 먼저 느낀다. 바로 이 태도가 시집을 관통하는 시인의 시학이다.
3. 시인의 언어
시집의 후반부로 갈수록 시인의 언어는 점점 더 투명해지고, 시선은 내면으로 깊숙이 스며든다. 존재의 무게를 가볍게 툭 놓아버리는 듯한 담담한 태도 속에서, 시인은 마치 오래된 기도를 한 올 한 올 풀어내듯 언어를 다룬다. 「인생이라는 선물」은 그 절정을 보여준다.
인생이란 선물을 아끼고 사랑해야지
형편에 맞게 살아가도록 내려준
위대한 하루는 축복받은 삶, 그 자체이다
내 아픈 사랑은 남을 돕게 하고
내 아픈 추억은 남의 고통을 끌어안고
내 형편과 처지가 바뀔 때는
언제나 남을 위한 사랑이 담겨 있음을
인생 선물은 마음에 창을 내기 나름
내 손 내밀 때 다가오는 손길에
그늘 향기는 인생을 복되게 했다
- 「인생이라는 선물」 부분
여기서 '선물'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음 자체, 한 번 더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가진 찬란한 의미를 가리킨다. 시인은 상실과 슬픔의 순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결핍을 애써 메우려 하지 않고, 그 빈자리를 은혜로 비워둔다. 바로 이 여백에서 이 시집의 미학이 완성된다.
이 시집의 「하조대 추억」은 시집 전체를 통합하는 열쇠와 같다.
한때는 수평선을 달려가는
무한한 꿈들이 푸른 빛으로 세상을 포효했지
고만고만한 사연들이 백사장에 거품처럼 밀려와
가슴을 톡톡 때리고 사라져 버렸지
휑하니 창공을 나는 갈매기들을 손짓하며
한 줄기 빛의 실마리를 찾았고
비행하는 갈매기들의 향연에 꿈같은 세월 파랗게 물들었지
시련의 발길은 해안 절벽으로
예쁜 해당화를 곱게 피웠다
청춘은 파도에 실어 달아났지만
밤바다에 아린 삶의 별밤 꿈들은
추억의 빛이 되었네
- 「하조대 추억」 부분
파도의 흐름과 생의 소멸을 겹쳐놓은 이 한 구절은, 유한한 생과 무한한 시간 사이의 긴장을 조용히 보여준다. 시인은 사라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라지는 순간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흔적의 아름다움을 붙잡는다. 별밤의 꿈이 추억이 되어도 그 궤적은 남아, 기억 속에서 영원히 반짝이듯, 시인의 언어 또한 우리의 감각 안에 남아 흐른다.
전체 시집을 꿰뚫는 이미지는 '씨앗'이다. 씨앗을 심고, 기다리고, 피어나게 하는 과정은 곧 언어와 존재를 가꾸는 일이다. 시인의 꽃씨는 말과 침묵 사이, 상처와 치유 사이에 심어져 있다. 바람과 비, 계절의 변화를 견디며 결국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은 이 시집이 가진 전체 세계의 은유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시집 속의 꽃들은 시인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인의 마음 밭에서 피어나지만, 결국 독자의 밭으로 옮겨 심어진다. 시인의 언어는 읽는 이의 감각 속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고, 우리 안에서 또 다른 의미로 자란다. 바로 여기서 시집의 여운은 완성된다.
이경희 시집 『마음 밭에 꽃씨를 뿌리며』는 거대한 서사보다 사소한 감각의 떨림을 통해 삶의 본질에 다가서는 시집이다. 작은 것들을 바라보는 바른 눈, 하루의 무게를 온전히 살아내는 자세, 감사와 기도를 겹겹이 쌓아 올린 언어. 시인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가장 작은 변두리에서 존재의 비밀을 발견한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독자는 깨닫게 된다. 시집 속 꽃씨들은 이미 우리 마음 밭에도 흩뿌려져 있다는 사실을. 그것은 시간 속에서 언젠가 조용히 싹을 틔우고, 또 하나의 시가 되어 우리 삶을 밝혀줄 것이다.
이경희 시집 『마음 밭에 꽃씨를 뿌리며』는 거대한 서사보다 사소한 감각의 떨림을 통해 삶의 본질에 다가서는 시집이다. 작은 것들을 바라보는 바른 눈, 하루의 무게를 온전히 살아내는 자세, 감사와 기도를 겹겹이 쌓아 올린 언어. 시인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가장 작은 변두리에서 존재의 비밀을 발견한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독자는 깨닫게 된다. 시집 속 꽃씨들은 이미 우리 마음 밭에도 흩뿌려져 있다는 사실을. 그것은 시간 속에서 언젠가 조용히 싹을 틔우고, 또 하나의 시가 되어 우리 삶을 밝혀줄 것이다.
-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순간의 향기를 붙잡는 시학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 들어가며
'마음 밭에 꽃씨를 뿌린다'라는 행위는 단순한 자연의 은유를 넘어, 이경희 시인의 시학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명제다. 그의 시편들은 곡진한 서정성과 삶의 회고, 종교적 신념, 그리고 인간 존재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기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집을 읽는다는 것은, 곧 한 인간이 살아온 세월의 풍경과 마음속 기도의 울림을 함께 걸어가는 여정에 참여하는 일이 된다.
시인의 생애에서 해군 복무와 교직, 장애 학생들과의 긴 시간은 단순한 이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이 시집의 다층적 결을 형성하는 토대이자 '삶의 현장'을 언어로 전환하는 구체적 감각의 원천이다. 예컨대 「달빛 바다에 눈물을 훔쳤다」에서 "함교 현 측 한쪽에 기대어 달빛 바다에 눈물을 훔쳤다"라는 구절은 단순한 회상의 기록이 아니다. 군함의 흔들림과 함께 동요하는 젊은 시절의 자의식, 그리고 바다라는 무한 공간 속에서 인간 존재의 유한성을 체감하는 순간의 깊은 떨림을 그대로 전한다.
시인의 언어는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난해한 비유를 거부한다. 대신 감각과 체험, 그리고 일상의 사소한 장면에서 뿌리내린 직설적 서정성을 택한다. 「하루 예찬」의 첫머리에서 그는 이렇게 쓴다.
'산다는 것은 하루를 삶의 향기로 채워가는 / 눈물과 감사의 날들 / 천지 만물에 미미한 흔적을 남기는 것'
여기서 '하루'는 단순히 시간의 단위가 아니라, 인간 존재의 온전한 총합이며 '현재'라는 절대적 좌표를 가리킨다. 삶을 거대한 서사로 확장하기보다 매 순간을 기적처럼 바라보는 태도는, 시집 전반에 걸쳐 발견되는 핵심적 관점이다.
또한 이 시집을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는 '감사'와 '기도'다. 「감사 일기」에서 시인은 '소소한 일상을 감사로 여기며 / 부족한 것에 나를 칭찬하며 / 주어진 것을 은혜로 받아들이는' 삶을 노래한다. 이러한 자세는 단순한 자기 위안이나 도덕적 권고를 넘어선다. 세속적 욕망의 과잉과 불안을 넘어, 인간 존재를 근본으로 되돌려 세우려는 성찰적 태도다. 시인에게 감사는 기도와 맞닿아 있으며, 기도는 언어와 삶을 매개하는 영적 통로다.
특히 「목련꽃」에서의 심상은 이 시집의 전체적 정서를 압축한다. '며칠 밤을 새워 기도하는 / 눈물의 사연 / 아침 이슬을 머금고 / 하얗게 꽃잎 봉우리를 내민다' 목련은 단순한 자연의 대상이 아니라, 눈물과 인내, 영혼의 희구가 응결한 상징으로 제시된다. 바람과 비에 시달린 가지 끝에서 다시 피어나는 꽃은, 시인의 삶 속에서 반복된 시련과 극복의 은유로 기능한다.
이경희 시인의 시는 종종 자신의 삶을 회고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것을 넘어 보편적 감각을 향해 열려 있다. 「달빛 바다에 눈물을 훔쳤다」의 바다는 젊은 날의 기억을 담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가 마주하는 '삶이라는 항해'의 은유다. 「텃밭에도 빛깔이 있다」에서는 작은 꽃잎 하나, 흙 한 줌의 변화에서 인간 삶의 비밀을 읽어낸다. '서로서로 의지하며 꽃은 자라며 저마다의 빛깔 내었습니다'라는 구절처럼, 시인은 삶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의 이야기로 풀어낸다.
시집의 또 다른 특징은, 내밀한 서정 속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는 담담한 문체다. 절망과 슬픔의 장면에서도 목소리는 격렬하게 흔들리지 않는다. 「생의 한가운데」에서 '큰 물결의 소용돌이가 삶을 휘몰아치고 / 움푹 파인 용트림 자국이 생의 깊이를 더한다'라는 표현처럼,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 고통을 미학적 언어로 전환해내는 힘은 시인의 오랜 성찰에서 비롯된다.
「마음 밭에 꽃씨를 뿌리며」라는 제목은 단순히 자연 친화적 세계관을 표방하는 것이 아니다. 이 꽃씨는 곧 언어이며, 마음이며, 기도다. 시인은 삶의 고비마다 그 언어의 씨앗을 뿌렸고, 그로써 자기 내면을 가꾸고 타인과 세상을 잇는 다리를 놓았다. 바다는 때로 폭풍으로 흔들리고, 언덕은 비바람에 깎이지만, 결국 꽃은 피어나고 향기를 남긴다.
이경희 시집은 우리가 잊고 지낸 '삶의 속도'를 되묻는다. 기적 같은 하루, 작고 평범한 감각의 반짝임, 기도의 손길, 사랑과 연대의 힘. 시인의 시선은 이 모든 것을 한데 엮어, 세상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도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을 다시금 일깨운다. 시를 읽으며 우리는 발견한다. 삶이란, 결국 나와 세계와 신을 향한 '감사의 응답'임을 알게 된다.
1. 시인이라는 존재
시인은 '삶을 사랑하는 자'다. 이경희의 시집 『마음 밭에 꽃씨를 뿌리며』는 단순한 감상의 기록이 아니라, 삶의 깊은 주름을 고요히 매만지는 손길과도 같다. 그의 언어는 화려한 수사를 거부한다. 시인의 세계는 작고 사소한 것, 바람 한 점, 빛의 떨림, 마음속 미세한 흔들림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작은 떨림은 시인의 언어를 통해 넓고 깊은 의미를 획득한다.
시집의 제목 『마음 밭에 꽃씨를 뿌리며』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마음 밭은 언어가 자라는 자리이며, 꽃씨는 시인이 심어 놓은 삶의 기억이다. 이 시집 속 시편들은 모두 한 알의 씨앗으로 태어나, 존재와 시간의 계절을 지나 꽃을 피운다. 바람에 흩날리고 비에 씻기며, 결국 남는 것은 그 꽃향기다. 이 경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시가 「하루 예찬」이다.
산다는 것은 하루를 삶의 향기로 채워가는
눈물과 감사의 날들
천지 만물에 미미한 흔적을 남기는 것
바람처럼 흔들어 주고 기대어
나를 채워가는 나그네의 발길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하루는
기적같이 눈을 뜨고 세상을 본다는
얼마나 행복한 날들인가
아침 햇살이 하루를 밝히고
태양의 손길로 일할 수 있는 보람
별밤의 반짝이는 수천의 등불
수채화 빛으로 은혜롭게 채워지는 시간
가만히 기대어보면, 하루는
살아서 소리 나는 것을 듣는
얼마나 기쁜 날들인가
주위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소리
온갖 만물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소리
지혜의 바다 같은 물빛처럼 채워지는 순간들
흔들림의 파장이 심장을 두드리는 축복받는 시간
- 「하루 예찬」 부분
여기서 '하루'는 단순한 시간 단위가 아니라 존재의 중심을 가리킨다. 삶을 거대한 구조로 바라보지 않고, 하루라는 구체적 단위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기적들이 이 시집 전체를 지탱한다. 시인에게 하루는 '지금 여기'를 온전히 살아내는 방식이며, 그 하루의 축적이 곧 존재의 빛깔을 만든다.
시인의 언어는 '감사'와 '기도'의 결을 따라 흘러간다. 「감사 일기」에서 시인은 속삭인다.
소소한 일상을 감사로 여기며
부족한 것에 나를 칭찬하며
주어진 것을 은혜로 받아들이는
매일 매일 쌓아가는 공덕의 삶
남들보다 나를 바라보면서
일상의 삶에 행복을 느끼는 것
소학행의 습관이 기쁨으로 충만한 삶
행간을 밝히는 내 마음의 향연
하루의 쉼표를 찍고
감사한 일들을 조목조목 적어 내려가는 밀알의 시간
내일의 다짐이 펼쳐지고 기쁨과 감사가 넘치는
마음 챙김의 작은 치유 공간
짧은 하루가 일상의 삶이 되고
누적된 감사의 삶이 습관이 되고
밝은 태도가 인생을 바꾸는 힘이 된다
마음 밭에 충만한 삶은 기적을 낳아
희망이 없던 사람, 가진 것이 없는 사람도
감사의 삶이 연속되면
안분지족의 축복된 삶이 되리라
- 「감사 일기」 전문
이 고백은 단순한 자기 위안이나 도덕적 교훈이 아니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빛과 숨결의 감각, 그것을 은혜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이경희의 시는 거창한 의미를 만들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의미를 지우고 언어를 투명하게 비워낸다. 덕분에 시 속의 공백은 더 깊고 넓은 울림을 만들어낸다.
또한 이 시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기억'의 풍경들이다. 과거는 시인의 언어 속에서 낡은 사진처럼 불려오지만, 결코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아버지의 지게」를 보자.
산 뻐꾸기 지저귀면 봄은 익어가고
동리 앞 개울가 시냇물 흘러
봄빛 내려앉은 처마 끝, 마루에 걸터앉아
사립문만 바라보았다
싸리문 미끄러지는 소리
쏜살처럼 달려가 대문을 활짝 열었다
아버지 바지게 짐 머리 위
진달래꽃 한 다발 피었다
- 「아버지의 지게」 부분
이 구절에는 한 세대의 역사와 세월이 압축되어 있다. 아버지의 삶을 짊어진 지게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 기꺼이 무거운 시간을 견뎌낸 존재의 상징이다. 시인은 과거를 회고하지만, 그 기억은 독자의 현재와도 만나며 새로운 공명을 일으킨다.
자연 역시 이 시집에서 중요한 장치다. 이경희의 시 속에서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적 감각을 열어주는 거대한 통로다. 「무지갯빛 사랑」을 보자.
분홍색 꽃 팝콘처럼
교문 가로수 길 톡톡 터지면
아이들 얼굴이 봄을 불렀다
살포시 날아드는 하얀 꽃잎
벚꽃의 꽃망울이 몽실몽실
봄빛을 시샘하면
오늘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 「무지갯빛 사랑」 부분
여기서 교문 앞 팝콘 같은 꽃망울은 단순한 사물 묘사가 아니다. 아이들 얼굴에 내려앉은 봄빛, 생명의 환희, 존재의 무구함이 겹겹이 중첩된 상징이다. 시인의 언어는 아이의 얼굴과 계절의 빛깔을 한 호흡 안에 겹쳐놓으며, 언어로 포착된 '삶의 한순간'을 영원 속에 심는다.
2. 시인의 시선
이 시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작은 것에서 큰 세계로 확장하는 시선'입니다. 그 출발점은 시 「목련꽃」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며칠 밤을 새워 기도하는
눈물의 사연
아침 이슬을 머금고
하얗게 꽃잎 봉우리를 내민다
겨울 한파에 시린 사연
바람이 남기고 간, 아픈 가지마다
갈급한 영혼의 간절함
햇살에 몽실몽실 피었다
- 「목련꽃」 부분
목련은 단순한 꽃이 아니라, 시인의 내면 깊은 곳에서 응결된 영혼의 상징이다. '기도하는 눈물의 사연'이라는 표현은 존재를 관통하는 인내와 기다림, 결국 피어오르는 구원의 순간을 담고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인간의 상처와 치유, 희망을 자연의 심상 속에 심층적으로 겹쳐놓았다.
다음은 「텃밭에도 빛깔이 있다」이다.
"서로서로 의지하며 꽃은 자라며 저마다의 빛깔 내었습니다
비바람에 부딪어도 향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홉 개를 다 주고도 한 개가 부족한 듯 소담스러운 마음
작은 마음 꽃밭에 담아 봄날을 밝혔답니다
내 발걸음 소릴 듣고 피어나는 꽃들을 바라보며
들창, 이슬 보석 무지개처럼 떨구어 가는 마음으로
그늘진 이웃을 살며시 초대하렵니다
- 「텃밭에도 빛깔이 있다」 부분
이 시에서 '텃밭'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공동체적 삶의 은유이다. 저마다의 빛깔을 가진 존재들이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은,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의 본질과 닿아 있다. 서로 다르다는 사실은 갈등이 아니라 조화로, 다양성은 혼란이 아니라 아름다움으로 전환된다.
세 번째로 「달빛 바다에 눈물을 훔쳤다」는 시집에서 가장 내밀한 회고적 시선이 드러난 작품이다.
울지 말아야지 울지 말아야지
혼자서 울지 말아야지
주먹다짐하고 돌아서는 함수 깃발 앞에서 입술을 깨물고
수평선 백파가 일렁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인생의 갈등과 고뇌의 순간 품고 달려가는 항행의 밤바다
함교 현 측 한쪽에 기대어 달빛 바다에 눈물을 훔쳤다.
- 「달빛 바다에 눈물을 훔쳤다」 부분
해군 복무 시절의 기억을 담은 이 시는, 개인의 젊은 시절을 넘어서 인간 존재의 유한함과 고독을 성찰하게 만든다. 달빛 바다는 무한의 상징이며, 그 아래에서 흘린 눈물은 끝없는 세계 앞에서 마주한 자기 자신에 대한 응답이다.
「생의 한가운데」에서는 삶의 시련을 단단히 직면하는 시인의 태도가 드러난다.
큰 물결의 소용돌이가 삶을 휘몰아치고
움푹 파인 용트림 자국이 생의 깊이를 더한다
한 점의 상흔이 씻고 간 것은
생의 한가운데 고통의 여운일세
수평선 너머로 밀려드는 번뇌의 너울
이 밤을 잠 못 들게 하여도
오직 마음에 굳은 심지와 평안을 위해
자아 성취를 위한 미련의 희생이라 여기며 나아가세
- 「생의 한가운데」 부분
여기서 '큰 물결'은 시련을, '용트림 자국'은 상처를 상징한다. 그러나 시인은 시련을 단순히 피하려 하지 않고, 그것을 삶의 깊이로 받아들인다. 언어는 차분하고 담담하지만, 그 속에는 강한 내적 체념과 초월의 의지가 스며 있다.
마지막으로 「바른 눈을 가져야지」는 시인의 시적 태도를 가장 명확히 드러난다.
때로는 내가 싫다
세상을 하얗게 덮는 겨울눈을 좋아했다
덮어야 길이 되고, 걷어내야 정의가 됨을 구분하지 못하니
가까이 만 보고 달려가는, 옹졸한 삶이 싫다
어찌, 저 아름다운 세상을 보지 못하는가
바른 눈과 길을 바라볼 줄 아는 밤이 길어진다
몸부림치는 바다를 들여다보라
생명의 숲에 눈을 돌려보라
물은 낮은 곳으로 더 깊은 곳으로 흐른다
강물 소리는 요란치 않아도 길을 내어갔다
바다로 흘러드는 물의 생명을
큰 눈을 뜨고 바라보리라
- 「바른 눈을 가져야지」 부분
이 짧은 문장은 시집 전체를 설명하는 열쇠이기도 하다. 시인은 세상의 위대한 사건보다 작은 떨림을 먼저 보고, 말하지 않는 사물의 숨결을 먼저 느낀다. 바로 이 태도가 시집을 관통하는 시인의 시학이다.
3. 시인의 언어
시집의 후반부로 갈수록 시인의 언어는 점점 더 투명해지고, 시선은 내면으로 깊숙이 스며든다. 존재의 무게를 가볍게 툭 놓아버리는 듯한 담담한 태도 속에서, 시인은 마치 오래된 기도를 한 올 한 올 풀어내듯 언어를 다룬다. 「인생이라는 선물」은 그 절정을 보여준다.
인생이란 선물을 아끼고 사랑해야지
형편에 맞게 살아가도록 내려준
위대한 하루는 축복받은 삶, 그 자체이다
내 아픈 사랑은 남을 돕게 하고
내 아픈 추억은 남의 고통을 끌어안고
내 형편과 처지가 바뀔 때는
언제나 남을 위한 사랑이 담겨 있음을
인생 선물은 마음에 창을 내기 나름
내 손 내밀 때 다가오는 손길에
그늘 향기는 인생을 복되게 했다
- 「인생이라는 선물」 부분
여기서 '선물'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 있음 자체, 한 번 더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가진 찬란한 의미를 가리킨다. 시인은 상실과 슬픔의 순간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결핍을 애써 메우려 하지 않고, 그 빈자리를 은혜로 비워둔다. 바로 이 여백에서 이 시집의 미학이 완성된다.
이 시집의 「하조대 추억」은 시집 전체를 통합하는 열쇠와 같다.
한때는 수평선을 달려가는
무한한 꿈들이 푸른 빛으로 세상을 포효했지
고만고만한 사연들이 백사장에 거품처럼 밀려와
가슴을 톡톡 때리고 사라져 버렸지
휑하니 창공을 나는 갈매기들을 손짓하며
한 줄기 빛의 실마리를 찾았고
비행하는 갈매기들의 향연에 꿈같은 세월 파랗게 물들었지
시련의 발길은 해안 절벽으로
예쁜 해당화를 곱게 피웠다
청춘은 파도에 실어 달아났지만
밤바다에 아린 삶의 별밤 꿈들은
추억의 빛이 되었네
- 「하조대 추억」 부분
파도의 흐름과 생의 소멸을 겹쳐놓은 이 한 구절은, 유한한 생과 무한한 시간 사이의 긴장을 조용히 보여준다. 시인은 사라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라지는 순간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흔적의 아름다움을 붙잡는다. 별밤의 꿈이 추억이 되어도 그 궤적은 남아, 기억 속에서 영원히 반짝이듯, 시인의 언어 또한 우리의 감각 안에 남아 흐른다.
전체 시집을 꿰뚫는 이미지는 '씨앗'이다. 씨앗을 심고, 기다리고, 피어나게 하는 과정은 곧 언어와 존재를 가꾸는 일이다. 시인의 꽃씨는 말과 침묵 사이, 상처와 치유 사이에 심어져 있다. 바람과 비, 계절의 변화를 견디며 결국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은 이 시집이 가진 전체 세계의 은유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시집 속의 꽃들은 시인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인의 마음 밭에서 피어나지만, 결국 독자의 밭으로 옮겨 심어진다. 시인의 언어는 읽는 이의 감각 속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고, 우리 안에서 또 다른 의미로 자란다. 바로 여기서 시집의 여운은 완성된다.
이경희 시집 『마음 밭에 꽃씨를 뿌리며』는 거대한 서사보다 사소한 감각의 떨림을 통해 삶의 본질에 다가서는 시집이다. 작은 것들을 바라보는 바른 눈, 하루의 무게를 온전히 살아내는 자세, 감사와 기도를 겹겹이 쌓아 올린 언어. 시인은 세상의 중심이 아니라 가장 작은 변두리에서 존재의 비밀을 발견한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독자는 깨닫게 된다. 시집 속 꽃씨들은 이미 우리 마음 밭에도 흩뿌려져 있다는 사실을. 그것은 시간 속에서 언젠가 조용히 싹을 틔우고, 또 하나의 시가 되어 우리 삶을 밝혀줄 것이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ㆍ3
제1부_얼마나소중한 날인가
하루 예찬ㆍ10
무지갯빛 사랑ㆍ12
낮 달맞이꽃ㆍ13
행복은ㆍ14
사랑은 파도를 넘어ㆍ15
마음 문ㆍ16
영성의 꽃ㆍ17
생의 한가운데 ㆍ18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지ㆍ20
마음 때 벗겨내기ㆍ21
그늘 꽃ㆍ22
저만치 달아났다ㆍ23
바다야ㆍ24
마음 챙김ㆍ25
하조대 추억ㆍ26
텃밭에도 빛깔이 있다ㆍ27
동치미ㆍ28
기도ㆍ29
하나님의 향기ㆍ30
제2부_마음 밭에 꽃씨를 뿌려야지
목련꽃ㆍ32
생명의 말씀ㆍ33
감사 일기ㆍ34
달빛 바다에 눈물을 훔쳤다ㆍ35
가을 동화ㆍ36
지금, 바로ㆍ37
내 탓임을 알아요ㆍ38
삶의 신호등 앞에 서다ㆍ40
풀꽃 교실ㆍ41
봄빛에 타는 마음ㆍ42
바람 소리 듣는다ㆍ44
삶의 묘미ㆍ45
고목 아래서ㆍ46
아내ㆍ47
생명의 길ㆍ48
봄날이 오면ㆍ49
돌아가는 길ㆍ50
제3부_삶의 향기 그윽하게
인생의 닻ㆍ54
장복산ㆍ55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에 앉아ㆍ56
들꽃의 향기ㆍ57
디딤돌ㆍ58
멈추지 않는 것ㆍ59
아버지의 지게ㆍ60
당신의 마음ㆍ61
잠시라도ㆍ62
모난 돌ㆍ63
해운대 바다ㆍ64
여름 맛ㆍ65
그 길을 찾는다ㆍ66
산길을 오르며ㆍ68
나눠 먹기ㆍ69
누이야ㆍ70
안개ㆍ72
눈높이ㆍ73
현악의 세월ㆍ74
제4부_이 순간을 사랑해야지
바른 눈을 가져야지ㆍ76
생각의 틀 깨기ㆍ77
아이들의 얼굴 ㆍ78
노랑 장미ㆍ79
무화과ㆍ80
진주알이 되도록 굴러봅니다ㆍ81
가족 밥상ㆍ82
동짓날ㆍ83
들꽃 시인ㆍ84
휠체어를 밀면서ㆍ86
단풍잎ㆍ87
이 순간을 사랑해야지ㆍ88
길 위에서ㆍ90
겨울나무ㆍ91
카페, 지중해ㆍ92
아홉산 숲 대밭 길ㆍ93
바람개비ㆍ94
제5부_삶의 질곡들이 인생을 물들이고
작은 돌탑 하나ㆍ96
마음을 두들겨 맞아야ㆍ97
'인문학 산책'을 읽고ㆍ98
꽃ㆍ99
인생이라는 선물ㆍ100
나답게 산다는 것ㆍ101
순천만, 겨울 초입ㆍ102
바다가 불렀다ㆍ103
스마트 폰 사진 세상ㆍ104
마음의 벽ㆍ105
내수면 생태공원 수원지ㆍ106
음악의 선율ㆍ107
역사의 강물ㆍ108
피아노ㆍ109
고향 뒷산에 올라ㆍ110
꽃을 심는 마음ㆍ111
The heart of planting flowersㆍ112
시집 해설
순간의 향기를 붙잡는 시학ㆍ113
-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제1부_얼마나소중한 날인가
하루 예찬ㆍ10
무지갯빛 사랑ㆍ12
낮 달맞이꽃ㆍ13
행복은ㆍ14
사랑은 파도를 넘어ㆍ15
마음 문ㆍ16
영성의 꽃ㆍ17
생의 한가운데 ㆍ18
마음이 어디에 가 있는지ㆍ20
마음 때 벗겨내기ㆍ21
그늘 꽃ㆍ22
저만치 달아났다ㆍ23
바다야ㆍ24
마음 챙김ㆍ25
하조대 추억ㆍ26
텃밭에도 빛깔이 있다ㆍ27
동치미ㆍ28
기도ㆍ29
하나님의 향기ㆍ30
제2부_마음 밭에 꽃씨를 뿌려야지
목련꽃ㆍ32
생명의 말씀ㆍ33
감사 일기ㆍ34
달빛 바다에 눈물을 훔쳤다ㆍ35
가을 동화ㆍ36
지금, 바로ㆍ37
내 탓임을 알아요ㆍ38
삶의 신호등 앞에 서다ㆍ40
풀꽃 교실ㆍ41
봄빛에 타는 마음ㆍ42
바람 소리 듣는다ㆍ44
삶의 묘미ㆍ45
고목 아래서ㆍ46
아내ㆍ47
생명의 길ㆍ48
봄날이 오면ㆍ49
돌아가는 길ㆍ50
제3부_삶의 향기 그윽하게
인생의 닻ㆍ54
장복산ㆍ55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에 앉아ㆍ56
들꽃의 향기ㆍ57
디딤돌ㆍ58
멈추지 않는 것ㆍ59
아버지의 지게ㆍ60
당신의 마음ㆍ61
잠시라도ㆍ62
모난 돌ㆍ63
해운대 바다ㆍ64
여름 맛ㆍ65
그 길을 찾는다ㆍ66
산길을 오르며ㆍ68
나눠 먹기ㆍ69
누이야ㆍ70
안개ㆍ72
눈높이ㆍ73
현악의 세월ㆍ74
제4부_이 순간을 사랑해야지
바른 눈을 가져야지ㆍ76
생각의 틀 깨기ㆍ77
아이들의 얼굴 ㆍ78
노랑 장미ㆍ79
무화과ㆍ80
진주알이 되도록 굴러봅니다ㆍ81
가족 밥상ㆍ82
동짓날ㆍ83
들꽃 시인ㆍ84
휠체어를 밀면서ㆍ86
단풍잎ㆍ87
이 순간을 사랑해야지ㆍ88
길 위에서ㆍ90
겨울나무ㆍ91
카페, 지중해ㆍ92
아홉산 숲 대밭 길ㆍ93
바람개비ㆍ94
제5부_삶의 질곡들이 인생을 물들이고
작은 돌탑 하나ㆍ96
마음을 두들겨 맞아야ㆍ97
'인문학 산책'을 읽고ㆍ98
꽃ㆍ99
인생이라는 선물ㆍ100
나답게 산다는 것ㆍ101
순천만, 겨울 초입ㆍ102
바다가 불렀다ㆍ103
스마트 폰 사진 세상ㆍ104
마음의 벽ㆍ105
내수면 생태공원 수원지ㆍ106
음악의 선율ㆍ107
역사의 강물ㆍ108
피아노ㆍ109
고향 뒷산에 올라ㆍ110
꽃을 심는 마음ㆍ111
The heart of planting flowersㆍ112
시집 해설
순간의 향기를 붙잡는 시학ㆍ113
- 임창연(시인·문학평론가)
저자
저자
이경희
이경희 시인은 경북 구미(선산)에서 태어났다. 경남대·창원대 교육대학원 (교육학 석사)를 졸업했다. 1995년 《진해문학》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0년 《한국문인》 수필 신인상, 《한비문학》 동시 신인상으로 문단에 나왔다. 2004년 국방부, 해군장교(소령)로 전역했다. 시집 『우리 사랑 들꽃처럼』을 발간하며 시작 활동을 했다. 2004(3.2) 교육부, 경남혜림학교에 특수교사로 부임했다.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장관 "교육현장체험수기 우수상" 2010년 창원시 "문화상", 진해문인협회장·진해특수교육연구회 회장 활동 등을 했으며, 2023년 특수교사로 퇴임했다. 2024년 창원특례시 7회 큰창원 예술제 올해의 작가상(문학)을 수상했다. 그밖에 홍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현재 한국문인·경남문인협회·경남시인협회 회원이며 진해문인협회 이사로서 들꽃연구와 저서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시집으로 『우리 사랑 들꽃처럼』 『마음 밭에 꽃씨를 뿌리며』와 수필집 『얘들아, 정말 잘했어!』 『감정 서랍(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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