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딛고 싸우기
케이블방송 설치수리 노동자에 대한 기록
『땅딛고 싸우기』는 ‘우리집 TV와 인터넷을 설치하고 수리하고 철거하는 엔지니어의 이야기’다. ‘디지털 셋톱박스와 검은 선로가 가입자들에게 제 발로 걸어가는’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가 보는 화면 뒤에는 엄연히 그들의 노동이 숨어 있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방송?통신 업계 노동자들의 숨겨진 노동을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신은 이 글을 무엇으로 보고 있는가? 책상 위 PC인가, 스마트폰인가? 아직도 그것이 물건으로만 보이는가? 당신이 쓰는 인터넷, 당신이 손에 든 휴대폰은 절대로 물건이 아니다. 사람이다. 묻지 않아도, 알고 싶지 않다 해도 그것은 사람이 만든 것이다.” 물건이 아니라 사람의 노동이다. 필자는 그들의 숨겨진 노동을 어떻게 드러낼까 고민했다. 우선 그것은 화면 뒤에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싸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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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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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사람은 없다. '디지털 셋톱박스와 검은 선로가 가입자들에게 제 발로 걸어가는' 듯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가 보는 화면 뒤에는 엄연히 그들의 노동이 숨어 있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방송?통신 업계 노동자들의 숨겨진 노동을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신은 이 글을 무엇으로 보고 있는가? 책상 위 PC인가, 스마트폰인가? 아직도 그것이 물건으로만 보이는가? 당신이 쓰는 인터넷, 당신이 손에 든 휴대폰은 절대로 물건이 아니다. 사람이다. 묻지 않아도, 알고 싶지 않다 해도 그것은 사람이 만든 것이다." 물건이 아니라 사람의 노동이다. 필자는 그들의 숨겨진 노동을 어떻게 드러낼까 고민했다. 우선 그것은 화면 뒤에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싸움이었다.
화면 뒤에 있는 사람을 찾는 싸움: 방송통신 업계 노동자들의 숨겨진 노동
사모펀드의 '먹튀'에 맞선 케이블방송 노동자들, 노숙 농성 177일 고공 농성 50일의 기록
노조를 만든 뒤 직장으로 돌아가기까지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까?
아무도 묻지 않고, 아무도 말하려 하지 않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투기자본의 '먹튀', 방송 영역 공공성 파괴에 맞선 노조
2007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맥쿼리와 손잡고 국내 케이블TV 업계 3위인 씨앤앰을 인수했다. 그것도 인수액의 70퍼센트를 은행에서 빌린 '차입 매수'였다. 당시 공공 영역이자 정부 인허가 사업에 사모펀드가 들어올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는 이를 승인했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재매각을 통한 차익을 얻는 게 목적이었다. 하지만 2009년 IPTV의 등장으로 케이블TV는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사모펀드와 빚쟁이가 지배한 씨앤앰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다. 2013년 이후 씨앤앰 원청, 하청에는 모두 노동조합이 있었다. 대주주가 보기에 '싸우는 노조'의 존재는 매각가 하락의 주범이었다. 2014년 6월 하청 업체들이 재계약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109명을 대량 해고하자 주위에서는 대주주가 매각가를 유지할 목적으로 하도급 업체와 노동자를 정리해 고정비용을 줄이려 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원청의 말을 잘 듣지 않는 하청 업체, 노동조합이 있는 업체는 바꿔버리면 끝인 업계에서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는 이를테면 '파리 목숨'이다."(27쪽)
◎ 특수고용 노동자, 간접고용의 자리
TV와 인터넷을 설치하고 수리하고 철거하는 씨앤앰 엔지니어, 에어컨을 설치하거나 가스를 충전해주는 삼성전자서비스 엔지니어. "이들의 공통점은 '혼자'이며 '간접고용'이라는 점이다. 대기업은 비용을 줄이려고 하도급 업체를 통해 엔지니어를 고용하고, 업체는 이들을 혼자 내보낸다. 낙상 사고가 일어나는 것도 '비용 절감' 탓이다." 건당 수수료와 성과급을 받는 임금 체계와 근로 조건은 본사가 정하고, 하도급 업체는 개인사업자로 특수 고용한 엔지니어에게 영업 압박을 전가한다. 본사와의 하도급 계약이 불공정할수록 궁극적으로는 하청 노동자, 간접고용 비정규직만 피해를 보는 구조다. 한국 사회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방문한 저를 보고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주는데 사모님이 나오면서 신문지를 바닥에 한 장씩 깔더라고요. '신문지 깐 데만 밟고 들어오라'고. 그때 굉장히 기분이 나빴죠. 똑같이 AS 해주고 나왔죠. 저도 같은 인간인데… 발 잘 닦고 다닙니다, 냄새도 안 나고. 신문지를 까는 걸 보면서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 케이블 설치기사는 어떻게 해서 전광판 위에 서게 되었나
노동자들은 2014년 7월부터 대주주가 입주한 서울파이낸스센터 주변에서 노숙 농성을 벌였다. 단순한 노사관계, 원청 하청 간의 갑을 문제가 아니라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대주주, 투기자본과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수수방관했고 문제의 키를 쥐고 있는 대주주는 하청의 노사문제라며 꿈쩍 하지 않았다. 노숙 농성이 넉 달을 넘겼을 무렵 씨앤앰의 하도급 업체에서 해고된 강성덕 씨와 지부 정책부장을 맡고 있던 임정균 씨는 2014년 11월 12일 새벽 4시 50분께 프레스센터와 서울파이낸스센터 사이에 위치한 20미터 높이의 전광판에 올라 고공 농성을 시작했다. 서울 한복판의 커다란 화면이었다.
◎ 책의 구성
책의 1부는 2014년을 다뤘다. 우선 씨앤앰 5년의 노동 잔혹사, 사태의 기원을 들여다봤다. 그리고 케이블 업계의 정리 해고와 노조 파업, 회사의 고질적인 영업 압박으로 인한 수리설치 기사들의 고통, 고정 임금이 없는 '건 바이 건(건당 수수료)' 수익 배분 등 노동 현실을 파고들어 정리했다. 이후 씨앤앰 하청 업체의 비정규직 대량 해고로 촉발된 노숙 농성, 씨앤앰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연대, 강성덕, 임정균 두 노동자의 고공 농성, 12월 31일 타결로 두 노동자가 전광판에서 내려오기까지 씨앤앰 사태의 전말을 시간순으로 다뤘다.
책의 2부는 2013년을 다뤘다. 2013년 들어 방송?통신 업계 엔지니어들은 노동조합을 만들기 시작했다. 노조를 만든 뒤 노동자들의 생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떤 힘으로 원?하청 업체와 싸울 수 있었는지 그 뿌리를 들여다봤다. 노조가 임금 단체협상 등 교섭을 벌이는 와중에 필자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작업에 참여했고 이후 지회별로 모인 노동자 13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2013년 여름이었다. 노조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들의 일과 곤궁한 현실, 현장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았다.
◎ 추천의 글
지금 당신은 이 글을 무엇으로 보고 있는가? 책상 위 PC인가, 스마트폰인가? 아직도 그것이 물건으로만 보이는가? 당신이 쓰는 인터넷, 당신이 손에 든 휴대폰은 절대로 물건이 아니다. 사람이다. 묻지 않아도, 알고 싶지 않다 해도 그것은 사람이 만든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부인하고 싶다면, 아래 영상을 보길 바란다. 당신이 보일 것이다.__김동원(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
'필자들은 왜 이 기록을 시작했을까?' 축사를 쓰려고 원고를 읽으면서 처음 떠오른 질문이다. 한국에서 자행된 사모펀드의 노동잔혹사에 분개하여?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소중한 연대의 기록을 남기려고? 필자들에게 묻지 않았다. 왜냐하면 어떤 이유이든 이 책이 세상에 나온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하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성취이며 드문 성과다. 진심으로 감사한다.__은수미 국회의원
민완 기자, 언젠가부터 잘 쓰지 않는 말이다. 민첩하고 재치 있게 일 처리를 잘하는 기자를 일컫는 이 말이 잊혀진 말이 된 것은 그만큼 기자를 설명할 수 있는 말이 많아졌거나, 아니면 더 이상 그런 기자를 세상이 우대하지 않기 때문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민완의 '완'은 팔목 완 자를 쓴다. 완력을 말한다. 장담컨대 '완력'에 있어서 박장준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악한 기자가 틀림없다. 이슈를 향한 끈질김과 취재를 부여잡는 힘에 있어 종종 그는 이제는 사라진 어떤 기자의 탁월한 유형을 보여주곤 한다. 씨앤앰 사태에서의 그의 취재는 종종 편집국을 어렵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취재는 그 하늘의 노동자들이 언제든 발 딛고 사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희소한 가능성이기도 했다. 써야 할 기사가 써온 기사보다 많은 그이지만, 그는 지금도 내가 아는 가장 열심인 '민완 기자'다.__김완 <미디어스> 편집장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하나로 단결해 승리한 씨앤앰 투쟁은 우리 시대의 희망이었다. 발가슴으로 쓴 이 투쟁 보고서를 읽은 이들이 많을수록 한국 사회는 나아질 것이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 승리의 기억이 알알이 활자로 박힌 이 책을 통해 1000만 비정규직 장그래들이 일어서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__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목차
목차
2014년__연대의 힘: 노숙?고공 농성
박장준
2013년__노는 땅 위에서 파업 중: 노조 결성과 현장
차재민
저자
저자
기자는 2011년부터. 2014년 <미디어오늘>에서 <미디어스>로 옮김. 외모가 현장친화적이라 취재에 유리. 각종 결의대회 취재시 투쟁조끼와 머리끈 받는 건 일상. 2013년 12월 경찰의 민주노총 강제 진입 당시 경찰에 섞여 오함마와 빠루가 난무한 현장 취재. 최대 단점은 무식함. 그래서 손 번쩍 들며 '질문 있다' 말을 못 함. 조용하고 길게 괴롭히는 편.
업계에서는 또라이로 불림. 자본과 언론의 부정적인 면에 집중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정당화. 그래도 불리한 기사 썼다고 치졸하게 보도자료 끊지는 말길. 유복자로 불린다는 풍문도 있음. 기업에게 밥을 얻어먹지 않으려 노력하니 그렇게 불릴 수도 있음. 해명하자면 전혀 부자 아님. 연봉 삭감 각오하고 이직함. 먹고살기 힘듦. 그러니 메뉴 선택권을 내게.
아무리 기자라도 사명감과 정의감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 그래도 사회운동에 기여하는 게 기자의 본분이라 굳게 믿고 있음. 현장 활동가에게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을 보면 아직 양심은 남아 있는 것 같음. 젊었을 때 하얗게 불태우고 기자를 그만둘 생각을 막연하게 하는 중. 강한 어깨와 집요한 성격을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하겠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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