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산업사회와 한국정치
갈등의 지속과 변화
이 책을 공동집필한 저자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한국사회를 분석하였다. 토마스 쿤은 “학문의 발전은 퍼즐을 풀기 위해 애쓰는 지식인들의 공동노력의 산물이다”라고 말했다. 이 책의 필진은 이행기의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려는 지적 호기심을 갖고 함께 고민하였다. 진리를 갈구하는 사람은 한시도 마음이 평안하지 않은 법이다. 열정이 그 사람을 이리저리 휘몰고 다니기 때문이다. 본 연구진도 연구하고 토론하면서 격정적인 토론과 반론을 거듭하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논의결과를 도출하여 책으로 엮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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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후기 산업사회론은 전 세계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오늘날 당시의 폭발적인 관심이 잦아들고 있다. 그 이유는 후기 산업사회가 이제 우리에게는 익숙한 개념이 되었거나, 아니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산업사회가 영원무궁할 수 없고 미래에는 새로운 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학자는 시대의 도래를 앞서 알리는 사람이다. 이 책은 후기 산업사회에 대한 관심을 새로이 불러일으키려는 의도에서 출간되었다.
산업사회의 종말을 알리는 징표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업이 퇴조하면서 서비스업이 주류 산업이 되었다. 이미 2005년에 미국 공장노동자의 비율이 10% 이하로 떨어지면서, 1차 산업과 2차 산업의 종사자 수가 비슷해지고, 3차 산업 종사자가 압도적인 시대가 되었다. 그리고 정보통신의 발달로 시장경제가 네트워크경제로 변모하고 있다. 네트워크경제란 상품거래가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단순한 개념을 넘어서서, 주요 상품인 정보가 추가비용 없이 무한 복제되어 공급되는 신경제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립셋과 로칸의 사회균열이론에 의하면 역사적 변곡점에서 사회적 균열이 발생한다. 프랑스 혁명은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의 균열을 가져왔고, 산업혁명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의 균열을 가져왔다. 산업사회는 계급투쟁이 핵심갈등인 사회이다. 그리하여 자본과 노동의 대립은 근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학, 영화 등 모든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로 다루어졌다. 산업화 이전의 그 어떤 사회에서도 물질로 인간의 행복을 계산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업화로 인하여 물질적 생산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사회적 관계가 물질화되었다. 인류 역사에서 생산된 물질의 80%가 지난 100년 동안에 만들어졌고, 물질적 이익을 둘러싼 갈등은 첨예화 되었다. 푸르동의 "재산은 장물이다"라는 주장은 산업시대의 배분 문제를 둘러싼 투쟁의식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산업사회적 갈등과 후기 산업사회적 갈등은 그 성격을 달리한다. 전자가 국가와 시장을 둘러싼 물질적 권력관계의 갈등이라면, 후자는 시민사회적 탈물질적 갈등이다. 따라서 산업사회의 갈등이 노사갈등, 이념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이라면, 후기 산업사회의 갈등은 여성, 환경, 이주 등을 둘러싼 갈등이다. 미래는 과거의 구속 하에 건설된다. 후기 산업사회란 산업적 구속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사회가 아니다. "후기"라는 형용사에 의해 조건 지워진 탈 산업사회이다. 한국은 이러한 후기 산업사회에도 채 도달하지 못한 단계에 있다. 아직은 산업사회에서 후기 산업사회로 가는 이행단계에 있다. 따라서 한국사회의 갈등은 산업사회적 갈등과 후기 산업사회적 갈등이 혼재하거나 혼합된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공동집필한 저자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공감하고 한국사회를 분석하였다. 토마스 쿤은 "학문의 발전은 퍼즐을 풀기 위해 애쓰는 지식인들의 공동노력의 산물이다"라고 말했다. 이 책의 필진은 이행기의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갈등의 성격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려는 지적 호기심을 갖고 함께 고민하였다. 진리를 갈구하는 사람은 한시도 마음이 평안하지 않은 법이다. 열정이 그 사람을 이리저리 휘몰고 다니기 때문이다. 본 연구진도 연구하고 토론하면서 격정적인 토론과 반론을 거듭하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논의결과를 도출하여 책으로 엮게 되었다.
고상두는 "후기산업사회 이행지표로서의 신사회운동"에서 후기 산업사회의 도래가 1970년대 서구에서 발생한 신사회운동의 중요한 발생배경이라고 보고, 그러한 연관성 속에서 후기 산업사회의 성격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의 시민운동이 서구의 신사회운동과 어느 정도 병치 가능한지를 확인함으로써 한국사회가 후기 산업사회에 얼마나 진입하였는지를 가늠해보고자 하였다.
후기 산업사회론은 산업사회가 후기산업사회로 바뀌면서 모든 영역에서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이론이다. 즉, 경제 및 기술 구조가 변화하면서 인간 삶의 방식이 바뀌고, 산업주의의 종언과 함께 새로운 문명의 도래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후기 산업사회적 변화는 경제분야에서는 포스트 포디즘, 문화분야에서는 탈근대, 탈물질주의, 사회분야에서는 정보화 등의 양상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변화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발생하였지만, 서로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후기산업사회의 공통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가 후기산업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탈물질적 가치는 생성되지 않고 있다. 다수 국민은 여전히 물질적 가치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계급정치, 복지국가, 조합주의 등 포드주의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포스트 포드주의에 대한 비전도 부재하다. 한국이 후기산업사회로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보사회적 관점에서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회의 높은 정보화 수준과 이에 기반한 활발한 의사소통 활동 등을 볼 때, 한국사회의 후기산업사회 이행논의는 정보, 지식, 소통, 네트워크 등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이라고 본다.
한국사회의 산업사회적 갈등에 관해서는 장선화, 윤성이, 민희, 박원호 4명의 저자가 집필을 하였다. 장선화는 "후기산업사회 노동시장 갈등과 사회협약의 정치: 한국에서 사회협약의 정치는 실현 가능한가?"라는 글에서 후기 산업사회에서도 여전히 노동시장 갈등이 핵심적 사회 갈등으로 남아있다는 전제 하에 한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갈등을 조정하는 제도적 협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사회협약 정치의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한국에서의 노동협의에 관한 연구는 주로 유럽의 사회적 대화, 신조합주의, 경제조정양식 등을 소개하면서 적용가능성을 논의해왔다.
1990년대까지 유럽과 한국은 노동계급 형성 시기, 국가-사회 관계의 특징, 노동계급 조직화의 수준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여 왔다. 따라서 사회협약 정치를 한국에 적용했을 때 경제조정과 협의에 의한 갈등완화라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1990년대 경제위기 이후 사회적 협의 제도를 구축하는데 적합한 조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유럽의 국가들에서 새로운 실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역사적 맥락과 사회적 조건, 노동시장 제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한 사회협약의 정치에 한국을 비롯한 후발 산업 국가들이 주목하는 이유이다.
후기산업사회에 접어들어 한국은 성장둔화, 복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 높은 청년 실업률, 임금격차의 확대, 비정규직 문제 등 중첩된 노동시장 과제에 직면해 있다. 한국에서는 1998년 이후 중앙차원의 노사정위원회가 설치 운영되어왔다. 하지만 정부는 조정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노동과 자본은 노동시장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필요한 합의정신을 보여주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 16여 년간의 경험을 통해 산업사회에서와 같이 정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거나 표면적 합의에 불과한 사회협약을 내세운다면 오히려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노사정위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중앙 차원에서는 정부가 장기적 경제전망을 제시하고, 이해 당사자들은 당면한 정책과제에 폭넓게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대화가 실질적 효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주도적이기 보다는 정부는 조정자 역할을 하면서 다차원적인 협력을 통한 합의를 이끌 필요가 있다. 한국의 노동시장 행위자와 조직 구조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대표 간 회의를 거친 후 한두 번의 공청회로 합의를 도출하기에는 지나치게 분산적이고 탈집중화되어 있다. 더욱이 노사를 비롯한 사회 내 이해 당사자들이 협의 과정에서 서로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당장의 합의를 도출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대화를 지속하고 사회 전체적 이익이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 주체를 확대하여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적 역동성을 담당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데 가장 중요한 조건인 노동시장에서의 갈등 조정기제가 공백으로 남아있다는 측면에서 형식적 사회 협약 체결을 넘어서 실질적인 사회 협의 제도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윤성이는 "한국사회 이념갈등의 실상과 해소방안"에서 후기산업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이념갈등의 구조와 갈등의 실체를 분석하고 이념갈등 해소방안을 제시한다. 물질적 풍요와 정보화의 확산과 함께 개인들의 가치체계가 점차 후기산업사회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표출되는 이념갈등의 양상은 여전히 산업사회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사회의 이념갈등 구조를 보면 자유주의(진보)=냉전이데올로기 좌파=시장경제 좌파가 동일한 차원으로 이해되며 그 반대편에는 보수=냉전이데올로기 우파=시장경제 우파가 동일집단으로 대립 축을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사회에서 사용되는 이념의 의미에는 세 가지 차원이 - '냉전이데올로기' 영역, '경제' 영역, 그리고 '사회도덕' 영역 - 혼재되어 있다.
한국사회 이념갈등이 심각하게 표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주요 정책에 대한 진보와 보수 집단 간의 입장 차이는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편 대통령과 정당에 대한 평가처럼 정파적 이슈에 있어서는 이념집단 간에 첨예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이념표상을 이용해 측정한 양 집단 간의 상호인식은 매우 부정적으로 나타난다. 결국 우리사회의 이념갈등이 가치와 정책을 둘러싼 입장의 차이라기보다는 진보와 보수 그리고 여당과 야당 간의 진영정치와 맞물린 정치적 투쟁의 특성을 보인다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사회의 이념갈등이 합리적이고 건전한 정책경쟁의 모습을 갖기 위해서는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 갈등구도를 극복하고 정책 중심의 다양하고 다층적인 공론의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당의 정책생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 인프라를 강화하여야 하며, 진보와 보수가 함께 토론하고 경쟁하는 공론장이 구축되어야 한다.
민희의 "후기산업사회 시민의 변화와 민주주의"는 변화 속의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에 관한 연구로서, 한국 민주주의를 사회 변화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 시도이다. 그 중에서도 후기산업사회의 시민 변화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연구 시각은 사회 변화란 정치문화 전반의 변화를 유도하기 마련인데, 이러한 변화상은 시민에 대한 논의를 통해 더욱 구체화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시민이 정치 생활에서 표출하는 가치와 태도 그리고 행태가 지금의 민주주의 작동방식을 좌우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 또한 중요하게 고려하였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글은 후기산업사회와 민주주의가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과거와 달리 새롭게 연관되는 것으로 보았다. 첫째, 후기산업사회의 대두는 시민의 탈물질적 가치의 확대와 시민의 정치적 동원의 방식을 다양화시켰다. 둘째, 이러한 변화는 정치 행위에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쳐 기존의 엘리트 주도형 참여보다 시민 주도형 참여가 증가하는 데 기여하였다. 셋째, 후기산업사회에서의 시민의 가치와 태도, 행태의 변화가 시민을 의무적 시민 유형에서 자기실현적 시민 유형으로의 변화를 추동했다.
한국은 민주화 이후 본격적인 후기산업사회로의 구조적 변화를 경험하였다. 이 가운데 탈물질적 가치가 경제적 상황에 다소 영향을 받는 것을 제외하고 한국 시민은 의무적 시민보다 자기실현적 시민의 요소를 상당히 표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의 운영 주체인 정치제도는 이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는 듯하다. 한국 민주주의가 대외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의 평가를 받지만, 정치제도에 대한 시민의 신뢰는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여전히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의 수준을 측정하는 척도로서 제도적 디자인을 우선시하는 산업사회적 시각에 머물러 있다. 반면, 시민은 이를 넘어서 그들의 삶의 질은 어떤지, 그들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척도로 고려한다. 그리고 이것은 변화의 한 가운데 위치해 있는 한국 시민이 민주주의를 이해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볼 때, 후기산업사회적 한국 민주주의의 현주소는 민주주의 작동방식이 변화 속의 시민과 제대로 조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원호의 "세대갈등: 청년의 정치적 소외를 중심으로"는 한국사회의 세대문제, 특히 청년들의 정치적 소외를 산업사회에서 후기산업사회로 이행하는 과도기적 맥락에서 조명하고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압축된 산업화와 민주화를 수행한 한국 사회에서 청년세대들이 짊어졌던 임무는 매우 막중한 것이었다. 해방 직후의 국가건설을 주도한 것도, 산업화 과정의 핵심적 인적 자원도, 그리고 민주화의 결정적 추동력도 모두 젊은 세대에 의해 채워지고 수행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현재 목격하고 있는 청년 세대의 경제적 곤란과 정치적 소외 현상은 다분히 이행기적 증후군이다. 기성세대들이 이미 수행하고 넘어선 산업화 민주화의 과제가 더 이상 남아있지 않고 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헤게모니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한국의 청년들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경제적 소외와 정치적 무기력을 겪고 있는 것으로 진단된다. 이 글은 이러한 청년세대의 정치적 소외와 극복의 가능성을 경험적으로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글에서는 후기 산업사회에 청년 세대가 처한 정치적 소외를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첫째, 산업사회의 세대들이 지녔던 정치적 전망과는 다른 현 청년 세대의 정치적, 이념적 정향을 검토한다. 특히, 산업사회에서 고유한 경제적 이념축이 청년 세대에서는 탈물질주의 등 새로운 대안적 이념축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검토한다. 둘째, 기성세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성취한 산업화 민주화의 과제들이 소거된 후기산업사회에서 청년세대들이 정치과정에 대해 느끼는 효능감을 분석한다. 이들은 이전 세대들과는 다르게 높은 교육 수준과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있으나, 동시에 제도화된 정부나 거버넌스에 대해 느끼는 신뢰는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내적 효능감과 외적 효능감의 불일치가 청년세대의 정치적 소외의 핵심문제로 드러났다. 셋째, 후기산업사회에서 청년세대가 정치과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방식을 검토한다. 선거나 정당을 통한 전통적인 참여는 기술과 통신의 발전에 기반한 후기산업사회의 새로운 직접민주주의적 대안에 의해 대체되고 있으며, 청년세대가 이러한 새로운 참여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이러한 새로운 참여의 패턴들이 얼마나 실질적인 대안이 될 것인지는 미지수이지만, 정치적으로 소외된 청년세대의 유의미한 참여 출구가 되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국의 후기산업사회적 갈등 주제에 관해서는 김민정, 김성진, 정하윤, 신두철 4명의 저자가 집필하였다. 김민정은 "한국 여성운동과 국가의 관계: 여성운동의 제도화와 그 효과"에서 1987년 민주화이후 급속하게 발전한 한국의 여성운동에 관하여 분석하였다. 한국의 여성운동은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국가주도의 여성동원 활동을 주로 하여 왔지만 그래도 여성의 지위향상 및 의식 개선을 위해 많은 활동을 하였다. 1987년 민주화와 더불어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활동을 전개하였는데 1998년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지나면서 여성운동은 정부부처에 등록, 법인화하였고 정부와의 공동사업 및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면서 제도화하였다.
이러한 제도화가 여성운동에 상당히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데 그것은 재정적 안정을 통해 지속적인 여성운동을 전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과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여성관련 의제들을 빠르게 법제화 및 정책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제도화 때문에 여성운동이 보편적 이익으로서의 성평등보다는 여성의 특수이익을 추구한다는 비판에 직면하였고 정부의 재정적 지원에 의존하여 정책화 혹은 정부 사업 지원활동에만 집중하게 되어 운동의 근본적 목적 추구에 소홀하고 정부에 의존하게 되었다는 비판, 그리고 결국 정부의 하급기관화하는 정체성의 상실 위기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비판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한국 여성운동의 제도화는 서구의 후기 산업사회 2기 여성운동이 추구했던 국가로부터 자율적인 활동, 사회에 기반을 둔 활동보다는 정책적 변화를 추구하며 국가를 통한 사회의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여성운동의 제도화가 한국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이는 한국적 속성이며 여성운동의 제도화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후기 산업사회의 2기 여성운동은 사회의 의식변화 및 성평등 의제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 단계를 거친 후 국가를 통한 법제화, 정책화, 적극적인 조치 등에 관심을 가지는 단계에 이르게 되었는데 한국에서는 2기 여성운동의 경험이 일천한 상태에서 바로 제도화 단계로 전이하면서 여성운동의 역량이 고갈된 채 국가에 포획되어 하급기관화 혹은 자율성의 상실 등의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김성진은 "후기산업사회 이주문제와 갈등 양상"을 통해 이주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원인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고, 갈등관리를 통해 이주의 긍정적 측면을 사회발전의 역동성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시사점을 얻고자 하였다. 후기산업사회에 이르러 국제이주는 급격히 확대되고 있으며, 이주에 대한 기대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주 증가는 유입국 경제에 대한 기여, 송금을 통한 유출국의 개발효과 등 많은 긍정적인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이주 증가는 폭력적 갈등, 이주에 대한 강력한 통제 요구 등과 같은 부정적인 양상도 야기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산업사회의 구조변화가 이주를 둘러싼 갈등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하고,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주 양상 및 인식의 변화를 고찰하였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주는 급증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증가는 경제 사회적 변화와 맞물려 진행되고 있어 이주자의 '선별적 유입'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사회의 경우 이주문제와 관련해 국제기구와 시민단체 그리고 이주민 사회의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어 이주자와 주류사회와의 관계 설정에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리하여 모든 유형의 이주에 대한 동등한 권리 부여, 이주자들의 인권 상황, 그리고 이들에 대한 지원정책 등의 영역에서 입장차이가 발견되고 있다. 이주관련 갈등에서 이주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주관련 초기 담론 형성과정에서 근본 원칙에 대한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분석은 이주문제가 다양한 정치, 경제, 사회적 요소들이 고려되어야 할 문제이며, 다양한 영역과 수준에서 정부 및 민간단체 간의 조율과 이주관련 통합기구의 설치가 필요함을 시사해주고 있다.
정하윤, 신두철은 "한국 녹색운동의 정치제도화의 기회구조에 관한 연구"에서 한국 녹색운동의 정치제도화 과정 및 요인을 분석하면서, 후기 산업사회의 특징과 함의를 살펴보았다. 한국의 녹색운동은 제도권 외부에서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 행사 차원에만 머무르지 않고 정치제도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이러한 시도는 운동 내부의 역동성과 한국의 정치기회구조를 분석함으로써 설명이 가능하다. 한국 녹색운동의 역사적 발전은 운동 내부의 역량을 증대시킴으로써 정치제도화를 위한 정치적 자원을 제공하였다. 외적으로 한국 사회구조와 정치기회구조는 운동정당의 정치제도화에 제도적 맥락으로 작용하였다.
한국 환경운동을 바탕으로 2012년 창당된 녹색당은 보수-진보라는 기존 정당과는 상이한 이념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참여적, 탈중심적, 당원 중심의 조직 양상을 나타내며, 다른 유권자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 창당 이후 녹색당은 국회의원선거와 지방선거에 참여하였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현재 새로운 가치와 이념, 조직 측면에서 기존 산업사회의 정당과는 다른 새로운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 녹색운동의 정치제도화의 가능성과 한계는 탈물질주의, 선거제도, 환경정책구조, 정치적 동맹의 요인을 분석함으로써 설명이 가능하다. 탈물질주의적 가치는 아직 주변부에 머물러 있고, 폐쇄적인 선거제도와 정당법은 녹색운동의 정치제도화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 또한 녹색운동 세력과 진보정당과의 연합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환경운동 내부의 결집문제가 있다는 점에서 우호적인 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녹색당의 가치를 대변하는 기존 정당의 부재와 기존 정당의 환경에 대한 소극적 입장은 녹색당의 정치제도화에 가장 큰 기회구조라고 할 수 있다.
한국 녹색당은 이념과 조직 면에서 후기 산업사회의 특성을 지니고 있지만, 녹색당이 내세우는 가치를 중심으로 한 균열구조가 아직 한국정치의 핵심적인 균열구조를 바꾸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의 측면에서 환경보호와 같은 새로운 사회적 요구가 존재하지만, 정치세력으로 결집하지도 행동으로 표출되지도 못하였다. 정당의 측면에서 한국 녹색당은 기존 정당들과 경쟁구도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후기 산업사회 특유의 사회적 가치가 존재하지만, 이것이 가치체계의 변화를 이끌고, 녹색당의 정치제도화와 환경 중심의 균열구조를 형성하는 데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 실린 주옥같은 글들이 나오게 된 것은 한국연구재단의 SSK 지원사업 덕분이다. 책을 만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갚지 못할 빚을 지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사업은 지적 관심이 동일한 연구자들이 함께 의기투합할 수 있는 좋은 기반을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우리 연구진의 글을 한권의 아름다운 책으로 만들어 주신 마인드탭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또한 책의 출간을 위해 진두지휘한 민희 박사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학문연구를 천직으로 생각하고 늘 연구에 매진하는 집필진에게 가장 큰 감사를 드린다.
2015년 봄
저자들과 함께 후기 산업사회를 기다리며
고상두
목차
목차
후기산업사회 노동시장 갈등과 사회협약의 정치: 한국에서 사회협약의 정치는 실현 가능한가? / 장선화
한국사회 이념갈등의 실상과 해소방안 / 윤성이
후기산업사회 시민의 변화와 민주주의 / 민 희
세대 갈등: 청년의 정치적 소외를 중심으로 / 박원호
한국 여성운동과 국가의 관계: 여성운동의 제도화와 그 효과 / 김민정
후기산업사회 이주문제와 갈등 양상 / 김성진
한국 녹색운동의 정치제도화의 기회구조에 관한 연구: 녹색운동과 녹색당의 사례를 중심으로 / 정하윤ㆍ신두철
저자
저자
베를린 자유대학교 정치학 박사
연세대학교 지역학협동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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