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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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책은 왜 자꾸 나오고,
출판사는 왜 자꾸 생기는 걸까?
작가 유리관이 앞으로 차릴지 안 차릴지 모를 미래의 어느 출판사의 사명 후보와 그 뜻을 생각해내는 책. 이것이 사명을 찾아서다. 이 책을 구매할지 안 구매할지 모를 미래의 독자 여러분, 이 책의 서두를 읽어주길 바란다.
해보면 안다? 겪어보면 안다? 당해보면 안다? 그 전에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출판사를 차리겠다는 허튼 생각……. 요즘 같은 시대에는 ‘차린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출판사를 차린다는 일의 실상은 일종의 별명 만들기에 더 가깝지 않은가?
내게는 다음과 같이 느껴진다. 어쩌면 출판이라는 일의 정수는 이 나라에서 제공하는 출판사 검색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특정한 정체를 지시하는 사명(社名)을 하나 만드는 데 있을 뿐인 거 아니냐? 그 외 나머지 도서 따위와 관련된 일들은 다 ‘부차적인 잡무’일 뿐이다. 출판사 등록만 되어 있고 책은 내지 않는 저 수많은 출판사들이 뜻하는 것은?!
만약 우리가 인쇄를 출판의 필수 요소로 여기지 않겠다면, SNS 에 가입할 때의 닉네임 정하기와 출판사명의 등록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이는 합당한 질문 같다. 혹시 구분할 수 있다고 하면, 그로부터 출판이란 무엇인지를 역으로 추적(영 쓸모없는 일인 것도 같지만)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인터넷-표현 환경에서 개인 계정이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당장 떠오르는 하나. 출판사명이라고 하면 어쩐지 개인적일 수가 없다. 식당 이름처럼 대표 이름을 직접 쓴다든지 성을 쓴다든지 (최가네출판 등) 하는, 그런 건 곤란하다. 이 점은 개인이라는 개념이 물심양면으로 원 없이 폭주하고 있는 오늘날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왜 출판사는 개인적일 수 없을까? 책이라는 물건에 내재된 특별한 성질 때문일까? 다른 상품과 구분되는? 혹시 이에 비추어보건대, 사실상의 전자출판사라고도 할 수 있을 우리의 인터넷-별명들은 ‘지나치게 개인적으로’ 지어진 것이 아닐까? 아니…… 대체 무슨 소리지? 또는…… 어쩌면…… 너무 성급하게 굴지는 말자.
앞으로 차릴지 안 차릴지 모를 미래의 어느 출판사의 사명 후보와 그 뜻을 생각해내는 것이 이 회의의 목표였다. 회의란 모름지기 피할 수 없고 피하고 싶은, 항상 필요하지만 별 효용은 없는, 시작은 하기 싫은데 끝내기엔 석연치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회의는 전혀 괴롭지 않았다. 대부분은 일터에서 일하는 척하면서 짬짬이 딴짓으로 몰래 썼기 때문이다. 당연히 모든 묘사된 인명, 단체, 회사 및 그 외 일체의 명칭, 사건과 에피소드 등도 모두 허구로서 창작된 것이다. 왜 아니겠나?
이미 존재하는 출판사명과 겹치지 않도록 최대한 피했으나 등록되지 않은 독립출판사들과 미래의 출판사들에 대해서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 어차피 우리에게는 이 이름들에 대한 아무런 권리도 없다. 아니 그래서 출판사를 차린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 〈회의를 지나서〉, 본문 5~7쪽
책은 왜 자꾸 나오고,
출판사는 왜 자꾸 생기는 걸까?
작가 유리관이 앞으로 차릴지 안 차릴지 모를 미래의 어느 출판사의 사명 후보와 그 뜻을 생각해내는 책. 이것이 사명을 찾아서다. 이 책을 구매할지 안 구매할지 모를 미래의 독자 여러분, 이 책의 서두를 읽어주길 바란다.
해보면 안다? 겪어보면 안다? 당해보면 안다? 그 전에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출판사를 차리겠다는 허튼 생각……. 요즘 같은 시대에는 ‘차린다’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출판사를 차린다는 일의 실상은 일종의 별명 만들기에 더 가깝지 않은가?
내게는 다음과 같이 느껴진다. 어쩌면 출판이라는 일의 정수는 이 나라에서 제공하는 출판사 검색 시스템에 등록되어 있지 않으면서도 특정한 정체를 지시하는 사명(社名)을 하나 만드는 데 있을 뿐인 거 아니냐? 그 외 나머지 도서 따위와 관련된 일들은 다 ‘부차적인 잡무’일 뿐이다. 출판사 등록만 되어 있고 책은 내지 않는 저 수많은 출판사들이 뜻하는 것은?!
만약 우리가 인쇄를 출판의 필수 요소로 여기지 않겠다면, SNS 에 가입할 때의 닉네임 정하기와 출판사명의 등록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이는 합당한 질문 같다. 혹시 구분할 수 있다고 하면, 그로부터 출판이란 무엇인지를 역으로 추적(영 쓸모없는 일인 것도 같지만)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다못해 인터넷-표현 환경에서 개인 계정이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당장 떠오르는 하나. 출판사명이라고 하면 어쩐지 개인적일 수가 없다. 식당 이름처럼 대표 이름을 직접 쓴다든지 성을 쓴다든지 (최가네출판 등) 하는, 그런 건 곤란하다. 이 점은 개인이라는 개념이 물심양면으로 원 없이 폭주하고 있는 오늘날 묘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왜 출판사는 개인적일 수 없을까? 책이라는 물건에 내재된 특별한 성질 때문일까? 다른 상품과 구분되는? 혹시 이에 비추어보건대, 사실상의 전자출판사라고도 할 수 있을 우리의 인터넷-별명들은 ‘지나치게 개인적으로’ 지어진 것이 아닐까? 아니…… 대체 무슨 소리지? 또는…… 어쩌면…… 너무 성급하게 굴지는 말자.
앞으로 차릴지 안 차릴지 모를 미래의 어느 출판사의 사명 후보와 그 뜻을 생각해내는 것이 이 회의의 목표였다. 회의란 모름지기 피할 수 없고 피하고 싶은, 항상 필요하지만 별 효용은 없는, 시작은 하기 싫은데 끝내기엔 석연치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회의는 전혀 괴롭지 않았다. 대부분은 일터에서 일하는 척하면서 짬짬이 딴짓으로 몰래 썼기 때문이다. 당연히 모든 묘사된 인명, 단체, 회사 및 그 외 일체의 명칭, 사건과 에피소드 등도 모두 허구로서 창작된 것이다. 왜 아니겠나?
이미 존재하는 출판사명과 겹치지 않도록 최대한 피했으나 등록되지 않은 독립출판사들과 미래의 출판사들에 대해서까지 보장할 수는 없다. 어차피 우리에게는 이 이름들에 대한 아무런 권리도 없다. 아니 그래서 출판사를 차린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머지않아 알게 될 것이다.
- 〈회의를 지나서〉, 본문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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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여기까지가 이 책의 첫 부분이다. 21세기의 출판사는 가치 창출을 위해 무엇이든 되어야 하고, 더는 출판사가 아니어야 한다. 어쩌면 이미 아니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래는 무엇이었지? 정말 그것이었나?
"당신은 절대 출판사를 만들지 마라"
저주와 악담으로 채워진 희망 가득한 도서
읽으면 당신도 출판사를 차리고 싶어진다!
유리관 작가가 출판사의 이름을 짓는다. 세상에 존재했으면 하는 출판사들의 이름을, 존재해선 안 되는 출판사들의 이름을.
책 읽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책은 왜 자꾸 나오고, 출판사는 왜 자꾸 생기는 걸까? 만약 출판사의 쓸모가 다른 업종의 쓸모보다 형편 없는 것이라면…… 유리관 작가는 어째서 더 의미 없고 쓸모 없는 출판사를 자꾸만 지어내어 우리에게 소개하는 걸까? 가상의 출판사의 사명을 짓는 일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무용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엄청난 무용함이 문학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문학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솔직히 그마저도 확언할 수 없다. 《사명을 찾아서》는 문학의 무용함을 찬양하지 않는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저주와 악담이다.
당연하게도 누가 하지 말라고 하면 제일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출판을 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용기 따위는 없어도 된다!
하지 말라고 하니까 해야 할 뿐이다
무엇을 왜 출판할 것인가? 《사명을 찾아서》는 직접 답을 주거나 질문하지 않는다. 출판사를 차리지 말라고, 오로지 상상 속에서만 차리라고 명령하는 것 같다. 당연하게도 누가 하지 말라고 하면 제일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출판을 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사한다. 용기 따위는 없어도 된다. 하지 말라고 하니까 해야 할 뿐이다.
우리가 꼭 출판사의 별명만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게 무슨 회사든 상관 없다. 회사는 사명(使命)을 잊게 되거나 망하게 된다. 사명을 잊지 않은 가상의 회사들을 만나러 갈 시간이다.
Es ist schwerer, das Andenken der Namenlosen zu ehren als das der Ber?hmten. Der Geschichtsschreibung ist das Ged?chtnis der Namenlosen geweiht. 유명한 자보다 이름 없는 자를 추모하는 것이 더 어렵다. 역사적 해석은 이름 없는 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것이다. - 발터 벤야민의 묘지명
"당신은 절대 출판사를 만들지 마라"
저주와 악담으로 채워진 희망 가득한 도서
읽으면 당신도 출판사를 차리고 싶어진다!
유리관 작가가 출판사의 이름을 짓는다. 세상에 존재했으면 하는 출판사들의 이름을, 존재해선 안 되는 출판사들의 이름을.
책 읽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책은 왜 자꾸 나오고, 출판사는 왜 자꾸 생기는 걸까? 만약 출판사의 쓸모가 다른 업종의 쓸모보다 형편 없는 것이라면…… 유리관 작가는 어째서 더 의미 없고 쓸모 없는 출판사를 자꾸만 지어내어 우리에게 소개하는 걸까? 가상의 출판사의 사명을 짓는 일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무용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엄청난 무용함이 문학의 본질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문학이라고 불러도 되는 걸까? 솔직히 그마저도 확언할 수 없다. 《사명을 찾아서》는 문학의 무용함을 찬양하지 않는다. 이 책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저주와 악담이다.
당연하게도 누가 하지 말라고 하면 제일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출판을 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용기 따위는 없어도 된다!
하지 말라고 하니까 해야 할 뿐이다
무엇을 왜 출판할 것인가? 《사명을 찾아서》는 직접 답을 주거나 질문하지 않는다. 출판사를 차리지 말라고, 오로지 상상 속에서만 차리라고 명령하는 것 같다. 당연하게도 누가 하지 말라고 하면 제일 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출판을 하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선사한다. 용기 따위는 없어도 된다. 하지 말라고 하니까 해야 할 뿐이다.
우리가 꼭 출판사의 별명만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게 무슨 회사든 상관 없다. 회사는 사명(使命)을 잊게 되거나 망하게 된다. 사명을 잊지 않은 가상의 회사들을 만나러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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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회의를 지나서
GMCG / 검열사 / 輕惡黨 / 공짜책 / 관둠 / 국립출판사 / 금치산미디어 /
꽈배기책방 / 납골당 / 낱획 / 눈보라 / 데모판 / 돈버는방법 / 돌말 / 돼지와 개 / 두족류 / 랑데부 / 리비아 콜로라도 / 말시위 / 먼지로 / 몌구에서 / 무엇을 출판하지 않을 것인가 / 무자비 / 민중출판공사 / 밀고와투서 / 반지하출판사 / 배교밀담 / 보석내장 / 비몽사몽북스 / ㅅㅈㅁㄹ / 사금파리 / 사타내셔널 / 생각의자 / 서가행 / 소각로 / 슈레더 / 야유회 / 엑토플라즘 / 오른날개 / 우리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
일망타진 / 작가훈련소 / 장마서림 / 잿더미 / 전쟁하는꿈 / 챔피언출판사 / 초오류의 책 / 초즌 / 침팬치 / 캐치북 / 콘테나-추레라 / 콜호스프레스 / 탐침 / 태업선 / 토렴집 / 파산사 / 팸플릿 / 플루크스 / 할매틀니 / 해골박 / 흡혈문화사 / 히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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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저자
유리관
일해야 한다, 일하고 싶다, 일하기 싫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출판노동자. 생계 외 마음의 보전을 위한 취미로 읽기와 쓰기를 하며, 문예계 팀 블로그 곡물창고(gokmool.blogspot.com)에서 사이버 창고관리인으로도 일하고 있다. 일기집 『교정의 요정』(민음사, 2024)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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