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뒷다리
황보출 시집
황보출 시집 『가자 뒷다리』. 이 시집에는 황보출 시인의 “나 죽을 때까지 이 이야기는 누구한테도 절대 하지 않겠다고 혼자 약속한 비밀”이 곧잘 터져 나온다. 6 25도 겪고 보릿고개도 몇 번을 넘었으니 왜 아픔이 없었겠는가. 이 책에 젊은 사람은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슬픔과 웃음이 가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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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시를 쓰는 것은 단순히 글 한 편을 쓰는 행위가 아니다. 시를 쓰는 행위는 자신을 돌아보는 행위이다. 어렸을 때 동무들과 놀던 기억, 아버지 엄마 곁을 떠나 시집가던 날의 그 슬픔, 겨울날 손이 곱아서 손을 호호 불며 빨래를 하다가 그것마저 너무 추워 자기 오줌에 손을 녹이며 빨래를 하던 그 냇가의 시린 풍경, 젊었을 때 손에서 굳은살이 떠나지 않을 정도로 밭을 갈고 풀을 뽑아도 뿌리 뽑지 못했던 가난, 사랑했던 그 누군가를 영영 떠나보내야 했던 슬픔! 황보출 할머니가 이런 것들을 올올이 꺼내 시집 한 권으로 펼쳐놓았다.
황보출 할머니의 시는 그 자체로 슬픔 덩어리이다. 황보출 할머니의 시 쓰기는 가만히 생각하면 눈시울이 젖어서 다른 것을 할 수 없는, 꼭꼭 숨겨두어서 근친이 아니라면 결코 아무도 모를 일을 끄집어내는 일이다. 그래서 이 시집에는 "나 죽을 때까지 이 이야기는 누구한테도 절대 하지 않겠다고 혼자 약속한 비밀"이 곧잘 터져 나온다. 6?25도 겪고 보릿고개도 몇 번을 넘었으니 왜 아픔이 없었겠는가. 황보출 할머니의 시집 <'가'자 뒷다리>에 젊은 사람은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슬픔과 웃음이 가득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한 세월을 살아온 황보출 할머니에게 일상은 아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집에서는 삶의 애환보다는 나이듦에 대한 아련함과 가족애가 묻어나온다. 시집에 상재된 첫 번째 시 '삼겹살'은 별것도 먹지 않았는데 화장실을 가야 하는 나이듦의 번거로움과 셋째 딸이 냉장고에 삼겹살을 사다 놓는 행위의 교차에서 이미 반세기를 넘어 한 세기 가까운 공력을 쌓아온 삶이 보인다.
'빨래'라는 시는 우리네 어머니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빨래
동지섣달 폭풍 냇가에
고등얼음에 콩깍지 잿물 받아서 빨래하면
손발이 터져 나갈 듯 했네.
물을 팔팔 끓여
요강에 담아 가 손을 적셔가며 빨래를 했네.
밤에 손이 터서
피가 나고 따갑고
견디기 힘들게 아플 때
시어머님 하신 말씀.
"야야 오줌을 눠서 거기에 손을 담그라."
내 오줌을 눠서 아픈 내 손 담갔네.
요즘 젊은이들이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슬픔과 감동
시인들이 가장 쓰기 힘든 시는 타인의 마음을 움찔거리게 하는 시이다. 움찔거림이 감동이든 놀라움이든 아니면 슬픔이나 기쁨이든 시인은 다들 자신의 시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마음이 1도나 2도쯤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황보출 할머니의 시가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툭툭 건드리며 움직이게 한다.
왜 그럴까? 황보출 할머니는 시를 짜내지 않는다. 열심히 써서 누구의 마음을 툭툭 치고 다니겠다는 마음도 없고, 화려한 문구를 머리 쥐어뜯으며 짜내지도 않는다. 아니 애초에 시를 쓰기 전부터 그냥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뿐이지 타인에게 감동을 준다거나 애절하게 다가갈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타인에게 자신의 시를 내놓고 자랑하려면 시를 잘 써야 한다는 마음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분은 그런 마음도 없다.
시인들이 자신의 시를 발표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과 달리 (물론 이런 마음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황보출 할머니는 시를 자랑하려고 쓰지 않는다. 자신의 삶을 드러낼 뿐이다. 그래서 시를 잘 써야 한다고 부담도 갖지 않는다. 표제작 '「가」자 뒷다리'에서 황보출 할머니는 주눅 들어서 한 평생을 살아왔지만, '저 정도면 나도 쓸 수 있어' 하고 시를 향해 대든다.
'가'자 뒷다리
내가 처음 한글 배울 때
'가'자 뒷다리도 모른 나
선생님들 덕분에
한글날 세종대왕릉에 가서
글짓기 대회
내 평생 첫 으뜸상을 받았네.
가슴이 우쭐했네.
이 시 '「가」자 뒷다리'는 처음 한글을 배우고 간신히 쓸 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글날 글짓기 대회에서 처음으로 상이라는 것을 받았을 때의 우쭐한 기분을 시로 쓴 것인데, 한글을 배우는 아득함이 '가'자 뒷다리라는 말에서 묻어나온다. 글자에 뒷다리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한글을 아는 사람이라면 글자와 손잡고 놀았을 텐데, 황보출 할머니는 한글을 몰라서 글자의 뒷다리만을 잡으려고 한 것이다.
황보출 할머니의 시는 오늘날 시인들에게 시를 이렇게 써야 한다는 '말씀'으로 보인다. 삶을 온전히 드러내 보이고, 자랑하지 않으며, 그래서 말의 사찰 같은 시를 쓰라는 꾸지람으로 보인다.
장터에서 돈이 없어 밥 한 끼 사먹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 먹는 밥이 황보출 할머니에게는 시이다. 그 밥으로 한 평생 살았다는 황보출 할머니의 시가 우리들에게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므로 이 시집 한 편 한 편의 시는 오늘날 우리 젊은 사람들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밥 한 끼이다.
품위 있는 디자인 요소 가미한 큰 글씨 책
출판사 돋보기는 큰 글씨로 책을 펴낸다는 각오로 출판시장에 뛰어든 신생 1인출판사이다. 그래서 시집 <'가'자 뒷다리>의 본문 글씨 크기는 전부 18포인트이다. 미국이나 유럽의 라지프린트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노안이나 약시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책을 읽고 싶어도 읽기가 쉽 않다. 책이라는 것이 수많은 글씨로 이루어졌지만, 그 글씨의 크기가 너무 작아서 노안이 온 어르신이나 약시자가 글을 제대로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도서출판 돋보기는 책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우선은 책에 대한 접근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출판사다. 그래서 큰 글씨로 책을 펴내는 것이라고 한다. 노령 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큰 글씨 책'에 대한 관심이 이 시집으로 촉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금까지 '큰 글씨 책'이 단순히 글자만 나열해 놓은, 디자인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고루한 방식의 출판 관행도 시집 <'가'자 뒷다리>의 출간과 함께 깨질 것으로 보인다. 시집 <'가'자 뒷다리>는 큰 글씨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황보출 할머니가 직접 그린 여러 삽화도 싣고 있어 책 디자인에 많은 품을 들였다. 집에 잡지 대신 꽂아놓으면 더욱 단아함을 느낄 시집이다.
목차
목차
삽겹살
'가'자 뒷다리
열쇠좌석
용기
나도 꽃이다
사돈하고 나하고 너무 달라서
사는 것이 다 그렇지요
갓난애 하나가
우리 아들 먹을 것
자는 잠
벚꽃축제
찰칵찰칵
황보출, 할머니 다 되었다
공부 잘했던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내 몸무게
장명아
2 자식 생각도 그만하고 싶은데
자식 생각도 그만하고 싶은데
월정사 전나무숲길
가로수
가을 닮은 나이
몸이 아프다
잘난 사람 부족한 사람
평등한 세상
기도
무 밭
저 달은 안다
나무에 앉은 새
안개 낀 가을 아침
새끼 오리
인생
맑은 날이 오면
나무도 죽고 나니
3 나도 요즘 태어났으면 인생살이가 좋았을까
피로회복제
욕심
다 한마음처럼
그 사람은 내 마음 알까
서리 맞은 뱀처럼
고맙습니다
4월 22일 오늘 일기
논에 있는 돌
말봉재 고개
물나물국죽
일 년 반찬
흰 눈이 하늘에서
오십이 년 전 이야기
배고픈 슬픔
엄지손가락 콩깍지 훑어내다가
참 고마웠네
4 내 가슴에 내동댕이쳐진 것들
빨래
내 남편님은
옛날에 우물에서
가을 홍시로
내 영감은
남편님 물신은
음력 2월 스무날 며느리 올림
새벽에 시장 가면
좋은 기억
눈으로 보지 않은 것
내가 미쳤지
괴로움 겪은 것
고부간에 벽 없이 살았는데
일 잘하는 홀시어머니
오랫동안 보관해라
저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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