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는 늦은 장미가 피고 있다
허경옥 유고시집
지난 2016년 여름 불의의 낙상사고로 54세의 삶을 마감한 허경옥 시인의 1주기를 맞아 출간한 유고시집이다. 허경옥 시인은 대학 재학 중이던 1985년 시 부문 대학문학상을 받았으며, 2000년 무렵 창작과 비평 인터넷 게시판에서 왕성한 작품 발표 활동을 보여준 바 있다. 이 시집에는 시인이 창작과 비평 자유게시판에서 〈메모〉 〈나무〉 〈K〉 등의 이름으로 발표했던 작품들과 대학교지에 실었던 작품, 어머니께 드렸던 작품 등 모두 54편이 실려 있다. 시집의 끝에는 대학 은사인 유승우 시인의 해설, 대학동기이며 초당대 외래교수인 박미경 시인의 발문, 남편이자 인천대 기초교육원 객원교수로 근무하는 이태희 시인의 후기가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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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언어의 숲, 그 미로를 걷다〉
지은 것은 집이고, 만든 것은 물건이다. 집은 살기 위해 짓고, 물건은 쓰기 위해 만든다. 그런데 '짓다'와 '만들다'는 동사이고, 이 두 동사를 합한 말이 '일하다'이며, '일하다'라는 동사의 주어는 사람이다. 사람만이 일을 한다. 이 일이 한자로 사(事)이고, 그 결과가 물(物)이다. 곧 사물(事物)이다. 짓는 일과 만드는 일의 결과가 사물(事物)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사물에는 자연의 사물과 인위의 사물이 있다. 자연의 사물은 공간에 존재하는 자연이고, 인위의 사물은 사람이 만들거나 지은 결과물이다. 그런데 시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다. 물건이 아니라 집이라는 말이다. 그러면 시는 어떤 집인가. 시인의 영혼이 살고 있는 집이다.
나는 이제껏 허경옥의 영혼의 집을 둘러봤다. 이 영혼의 집을 자연의 사물에 비유하면 숲이다. 공간에는 여러 종류의 초목이란 실물이 있지만, 시인의 시집 속에는 언어예술의 결과인 언어의 숲이 있다. 이 숲에는 시인이 심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은 각종 초목들이 있었다. 나는 이 숲 속의 미로를 거닐며, 각종 초목의 꽃과 열매의 향기를 맡으며, 허경옥 시인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움과 아쉬움을 가슴에 안고….
-해설 중에서- 유승우(시인, 인천대 명예교수)
〈어두웠다고, 다시 새벽이라고, 사랑한다고〉
만 오십삼 세에 불의의 사고로 운명을 다하고 마치 자신의 운명을 예견한 듯한 그녀의 시를 보니 숙연해지기만 한다. 공교롭게도 그녀가 제2회 도화문학상에 투고한 시 두 편은 「메아리」와 「겨울 서곡」이다. 제1회 도화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작은 1년 선배인 문수경 씨의 작품 「겨울 서곡」이었다. 그녀의 시는 모두가 대체적으로 어둡고 죽음과 진혼의 냄새가 난다. 어린 나이에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그녀의 생이 문득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시인은 시로서 말하게 되어있는 운명이니 그녀의 생을 궁금해 할 이유도 어쩌면 없을지 모른다. 철저하게 집안에 갇혀서 그녀의 뜻대로 예전 여인들처럼 살았던 그녀였으므로.
그녀가 중학교 2학년 때에 썼다는 「감자꽃」이나 시집의 표제작으로 그녀의 뜻과 상관없이 사후에 정해진 「밖에는 늦은 장미가 피고 있다」 그리고 「메아리」 모두 지극한 어머니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그녀의 시 속에 보이는 늙고 힘없고 눈이 멀어가고 실을 꿰는 어머니의 이미지는 희생과 인고의 어머니상으로 현대를 사는 우리들의 가슴을 울린다. 특히 자식을 잃고 산기슭을 헤매는 「메아리」의 늙은 어머니의 이미지는 아직 늙음의 단계에 도입하지 못하고 생을 놓쳐버린 시인의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발문 중에서- 박미경(인천대 국문과 83학번, 초당대 외래교수, 시인)
목차
목차
1부 창작과비평 게시판 발표작
옛 고래 주식회사
시외버스
그해 강가
철길 지나며
월미도에서
메아리
그 집 앞
밖에는 늦은 장미가 피고 있다
4월
애관 극장
미로 1
미로 2
미로 3
미로 4
미로 5
미로 6
인상화 1
인상화 2
목판에 새긴 나무
깨어진 거울
월식(月蝕)
시계점
저녁 산책 1
저녁 산책 2
도서관에서
인터넷 바다
門
별의 바벨탑
바이러스
휴가 중
먼 길
한 여름 밤의 꿈
두 개의 7월
밤 길
달팽이
어떤 창 밖 풍경
그믐 1
그믐 2
초가을 1
초가을 2
소래에서
이사
부르고 싶지 않은 노래
이른 별
낡은 공책
가을 산행
어느 들길
어떤 새벽 길
12월
겨울 아침
2부
겨울 序曲
해금강 기행
감자꽃
겨울 묘지
해설_ 유승우
발문_ 박미경
후기_ 이태희
저자
저자
1985년 대학 3학년 때 인천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가 주최하는 〈도화문학상〉 시 부문에 「겨울 서곡」이 당선되었다. 1989년 2월 인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안양 〈우리장터〉, 서울 〈학생신문〉, 부평 〈상업교육신문〉 등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1990년 10월 대학동문인 이태희와 결혼하였다. 둘 사이에서 1992년 1월 장남 이동하, 1994년 1월 차남 이정우가 태어났다.
2001년을 전후하여 창작과비평 인터넷사이트, 〈창비게시판〉에서 '메모', '나무', 'K' 등의 아이디로 다수의 시를 발표하였다.
2016년 8월 16일 불의의 낙상사고로 타계하였다.
현재 유족으로 남편은 인천대 기초교육원에서 글쓰기 수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장남은 서울대 대학원에서 물리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고, 차남은 사포(SAPO)라는 예명의 래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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