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 무서워(에세이문고)
방민 수필집
2013년 《에세이문학》으로 등단하여 활동 중인 수필가 방민의 다섯 번째 수필집. 45편 글을 ‘낙원 가는 길,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종로 봄날, 5시 36분, 여수 밤바다’의 5부로 나누어 실었다. 일상 삶을 체험하며 떠오른 사색과 피어난 감상, 사회 제반 현상과 자연물 관찰의 단상, 자아 정체성 탐구를 시도하는 등이 제재의 대종을 이룬다. 이 책은 특히 현 한국어 문장에서 외국어 번역투와 비만형 문장의 문제를 인식하여 이를 벗어나려는 나름의 노력을 경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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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이 책에서 보인 작가의 관심 폭은 넓다. 수필의 일반 특징인 작가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잘한 체험을 소재로 하면서도 개인 신변 체험이지만 사회와 나라, 세계의 흐름에 무관하지 않은 그만의 특유한 시각을 만나고 독자 해석을 읽는다. 〈떡잎을 기다리며〉는 꽃과 식물의 생명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세상과 인간 삶에 관한 성찰을 펼친다. 옥상의 나무 화분 텃밭을 가꾼 체험으로부터 인간 삶의 이치와 자유 찾아 온 난민과 탈북민까지도 끌어 담는 성찰의 폭을 드러낸다. 삶의 경륜을 접하다 보면 진정 수필 독서의 참맛을 느껴볼 수 있다.
"무비자 입국인데다 수속도 자유로운 개방형이라서 내전으로 모국을 떠난 난민부터 자유를 찾아 남행한 탈북민 씨앗들이다. 주인이 까다롭지 않은 텃밭 나라를 경영한다는 풍문이 아마도 식물 세계로 널리 퍼진 게 아닌지 모르겠다. 떠도는 소문은 늘 진실을 배반한다는 현실을 그들이 알 리 없는 게 다행인가."(168쪽)
〈매실나무〉는 정원의 나무를 전지하다가 동식물의 생명과 인간을 비교하며 생명체 사이에 가능한 공유의 삶에 대한 성찰을 펼치기도 하고, 〈나무 한 그루〉에선 저자의 사생관(死生觀)을 나무에 빗대기도 한다. 식물에 대한 그 나름의 관심과 사랑은 급기야 〈사랑고백〉에서 만난다. 은행나무에 대한 그만의 연애사를 담담하고 진솔하게 고백하는 걸 만나면 왠지 모를 뭉클함을 느끼게 된다. 이쯤 이르면 인간과 식물의 혼연일체란 과연 어떠한지를 어느 독자라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독립 출판사를 이제 막 시작한 퇴직 교수다. 이 과정에서 민원인으로서 인허가 과정에서 겪은 관청과의 체험인 〈종로구청 문화과〉와 그 〈속편, 종로구청 문화과〉는 〈청와대 앞에서〉로 이어져 '어공'과 '늘공'의 민낯이 드러나며 저자의 진솔한 세상 인식을 대면할 수 있다.
"종로구청과 가까운 촛불로 세든 그 건물 사람도 종로구청 문화과 여직원처럼 사과할 줄 아는 유전자는 애당초 없어 보인다. 어쩌면 정녕 필요한 유전자를 갖춘 공무원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촛불은 꺼버리고 《토지》의 농민들처럼 횃불을 들어야 할지도 모르겠다.(38면)
살아가며 자잘하게 부딪는 세상사에 대해 그만의 특유한 해석과 독특한 사유를 거친 해학과 성찰을 발견하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소소한 재미가 아닐 수 없다. 잡지 주간으로 근무하면서 독자가 보내온 〈대봉시〉 무게와 이전 발간한 수필집 《삶을 길에서 묻다》의 중량을 우연히 비교하며 자기 글에 대한 가치에 회의하는 심정을 표현하고, 공항행 버스를 놓쳐 전철로 오는 바람에 결국 비행기를 못 탄 안타까움과 후회로 자책하는 〈택시〉, 소위 카드깡을 하는 타산 심리를 노출하는 〈카드사용법〉, 성질이 급하지만 세상에 오래 남고 싶어 하는 생명 욕구를 드러낸 〈조루증 남자〉, 퇴직 후의 삶의 풍경을 그린 〈첫 키스〉와 연금 생활자의 심정을 담아내며 다른 이웃 삶의 그늘을 끌어들여 연민을 고백한 〈밑져야 본전〉, 아내 대신 된장찌개를 끓이곤 부부 사이 권력 관계를 탐색한 〈된장찌개〉 등이 독자에게 쉽게 공감대를 끌어내며 흥미롭게 다가갈 것이다.
수필문학이 자아 성찰의 문학임을 여실하게 드러낸 〈개화기는 언제인가〉, 〈아무도 모르라고〉, 〈창가에서〉, 〈명작〉. 〈콤플렉스〉, 〈고독자형 인간〉 따위를 읽어보면 작가의 내면 풍경을 확인하면서 독자 스스로 '나는 누구이며, 어떠한 삶을 사는가?'를 되묻게 할 것이다. 타인의 삶을 엿보면서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피드백의 자아 탐구는 결국 문학의 본질적 효용성을 확인해 줄 것이다. 나아가 다른 삶을 읽는다는 것(수필 읽기)은 마치 거울 보듯이 내 삶을 간접으로 들여다보는 것이란 깨달음에 이르게 할 것이고 이것이 바로 수필집 독서의 참다운 가치를 발견한다면 이 책에서 확인하는 망외의 소득이라 하겠다.
이 책이 독자에게 어떤 깨달음일지 즐거움일지 준다면 바로 이런 것일 거라는 글 두 편, 〈여수 밤바다〉와 〈시월 어느 멋진 날〉을 꼭 읽어봐야 한다. 저자 생활 체험에서 우려낸 삶의 정체성 민낯을 제대로 읽어 맛볼 수 있다면 참 좋은 시간을 보낸 것이라 단언하며 독자 여러분께 주저 없이 선택하길 권한다.
목차
목차
1장
대봉시 10
서순라길에서 13
이집트 스타일 16
비빔밥 20
조루증 남자 24
된장찌개 27
낙원 가는 길 31
종로구청 문화과 34
비 내리는 송해 길 39
2장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44
택시 47
종로 칼국수 50
사람 꽃 53
첫 키스 55
죽어서도 구경거리 60
팔자八字 타령 63
아바이순대 67
개화기는 언제인가 69
3장
아무도 모르라고 74
밑져야 본전 78
청와대 앞에서 83
글이 무서워 87
익선동 이발관 92
카드 사용법 95
도심권 50+센터 99
돈 잘 쓰는 법 101
종로 봄날 105
4장
매실나무 108
5시 36분 112
창가에서 113
종로서적 116
우리 동네 119
명작 124
탑골공원에서 128
콤플렉스 131
한 발짝만 134
5장
여수 밤바다 138
사랑 고백 142
나무 한 그루 148
원당봉 일출 153
속편, 종로구청 문화과 157
고독자형 인간 161
종묘에서 165
떡잎을 기다리며 167
시월 어느 멋진 날 170
저자
저자
한국문인협회 회원.
에세이아카데미 대표..
저서 《방 교수, 스님이 되다》(2014),
《미녀는 하이힐을》(2015),
《용서의 언덕 너머-카미노 데 산티아고》(2016),
《삶을 길에서 묻다》(2018),
《수필, 제대로 쓰려면》(2017),
《수필 숲을 더듬다-해석의 자유를 찾아서》(2019),
《글이 무서워》(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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