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개혁의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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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회를 벤 칼은 왜 매번 헛돌았나"
네 번째 농협 개혁이 진행되는 지금, 앞선 세 번의 실패를 해부하다
농업전문기자 김재민, 65년 농협사(史) 전체를 관통해 개혁 실패의 문법을 찾아낸 첫 단행본
■ 개혁은 네 번째인데, 진단은 65년째 거꾸로다
2026년, 정부는 농협을 향해 네 번째 칼을 빼 들었다.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외부 독립 감사기구 신설, 농식품부 지도·감독권의 지주·자회사 확대, 인사추천위원회 외부위원 확대. 명분은 '조합원 주권의 회복'이다.
『농협 개혁의 잔혹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저자 김재민은 묻는다. "왜 농협 개혁은 늘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가."
1988년 조합장·중앙회장 직선제, 2000년 농·축·인삼협 통합, 2012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신경분리). 명분은 매번 그럴듯했으나 결과는 매번 닮아 있었다. 통합을 해도, 분리를 해도, 선거 방식을 바꿔도 농협중앙회의 권력은 줄기는커녕 더 비대해졌다.
저자는 그 이유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 중앙회의 비대함과 회장의 제왕적 권력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 즉 종속변수라는 것이다.
진짜 원인, 곧 독립변수는 회원조합의 영세성이다. 읍·면이라는 울타리에 갇힌 지역농협과 시·군을 넘지 못하는 품목농협이 스스로 하지 못하는 일을 중앙회가 대신 떠맡으면서 중앙회는 커졌다. 회원조합이 작을수록 중앙회는 커진다 - 이 인과를 거꾸로 읽는 한, 네 번째 개혁도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 이 책의 일관된 경고다.
■ 65년을 통째로 훑는다 - 관치 40년, 민주화 이후 36년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시야의 길이다. 농협을 '지금'이 아니라 '역사'와 '구조'로 읽는다.
· 제1부 태동 - 로치데일과 라이파이젠, 덴마크 그룬트비의 자생적 협동조합 운동. 그리고 한국이 그 "형식은 빌려 오되 본질은 빠뜨린" 순간
· 제2부 관치의 시대(1961~1990) - 조합장 임명권을 중앙회장에게 위임한 임시조치법, 비료 전담공급과 추곡수매. 농협이 '농정 집행기관'으로 굳어진 40년
· 제3부 민주화와 개방(1990~2000) - 관치의 종식과 '준비되지 않은 민주화'의 그늘
· 제4부 세 번의 개혁 - 2000년 통합, 2012년 신경분리, 2026년 4차 개혁을 나란히 세워 무엇을 고치려 했고 왜 실패했는지 대조
· 제5부 진단과 대안 - 메가농협, 지주제 폐지와 지분 배분, 협동조합 운동의 복원
■ '잃어버린 36년' - 농협은 왜 '파는 법'을 끝내 배우지 못했나
이 책이 농협의 오늘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열쇠는 '유통의 근육'이라는 비유다.
관치 40년 동안 농협이 갈고닦은 것은 '시장에서 거래하는 능력'이 아니라 '행정을 정확히 대행하는 능력'이었다. 정부가 값을 정하고 물량을 배정하면 농협은 받아서 나눠주기만 하면 됐다. 가격을 협상할 필요도, 시장을 개척할 필요도 없었다. 저자는 이를 "보급 창구로서 유능할수록 사업체로서는 무능해지는 역설"이라 부른다. 게다가 비료 사업은 정부가 마진을 보장해 주는 손쉬운 수익원이었고, 신용사업에서는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왔다. 위험을 무릅쓰고 낯선 시장에 뛰어들 이유 자체가 없었다.
같은 시기 미국의 오렌지 농가도, 뉴질랜드의 키위 농가도, 덴마크의 양돈 농가도 살아남기 위해 제 손으로 협동조합을 키워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바깥세상이 치열하게 유통의 근육을 단련하는 동안, 우리 농협의 근육은 그렇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저자가 이 시기를 '잃어버린 36년'이라 이름 붙인 까닭이다.
청구서는 뒤늦게 날아왔다. 우루과이라운드 타결과 함께 "이제 농협이 농산물을 팔아내라"는 주문이 쏟아졌고, 2015년 추곡수매 폐지로 40여 년간 정부가 떠안았던 쌀 유통과 수급안정 기능마저 농협의 몫이 됐다. 평생 정부 대행 사업을 처리하며 공무원처럼 살아온 조직에게 대형 유통업체와 값을 흥정하는 일은 낯선 세계였다. 결과는 값비싼 수업료였고, 실망한 선도 농가들이 영농조합·농업회사법인을 세워 빠져나가는 '탈(脫)농협' 현상까지 낳았다. 저자는 그 이탈을 가속한 제도로 농협법 제52조 겸직금지 조항을 지목한다. 조합이 조합원 농산물을 100% 팔아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스스로 유통에 나선 유능한 농가는 대의원조차 될 수 없고 그 조항이 때로 경쟁자를 선거에서 배제하는 울타리로 악용된다는 것이다.
"관치가 농협에 안긴 가장 뼈아픈 손실은, 어쩌면 자율성도 민주주의도 아닌 바로 이 '파는 능력'의 상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로 이 허약한 토대 위에서 2012년 신경분리가 단행된다.
네 번째 농협 개혁이 진행되는 지금, 앞선 세 번의 실패를 해부하다
농업전문기자 김재민, 65년 농협사(史) 전체를 관통해 개혁 실패의 문법을 찾아낸 첫 단행본
■ 개혁은 네 번째인데, 진단은 65년째 거꾸로다
2026년, 정부는 농협을 향해 네 번째 칼을 빼 들었다.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외부 독립 감사기구 신설, 농식품부 지도·감독권의 지주·자회사 확대, 인사추천위원회 외부위원 확대. 명분은 '조합원 주권의 회복'이다.
『농협 개혁의 잔혹사』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저자 김재민은 묻는다. "왜 농협 개혁은 늘 같은 자리로 돌아오는가."
1988년 조합장·중앙회장 직선제, 2000년 농·축·인삼협 통합, 2012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신경분리). 명분은 매번 그럴듯했으나 결과는 매번 닮아 있었다. 통합을 해도, 분리를 해도, 선거 방식을 바꿔도 농협중앙회의 권력은 줄기는커녕 더 비대해졌다.
저자는 그 이유를 한 문장으로 압축한다. 중앙회의 비대함과 회장의 제왕적 권력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 즉 종속변수라는 것이다.
진짜 원인, 곧 독립변수는 회원조합의 영세성이다. 읍·면이라는 울타리에 갇힌 지역농협과 시·군을 넘지 못하는 품목농협이 스스로 하지 못하는 일을 중앙회가 대신 떠맡으면서 중앙회는 커졌다. 회원조합이 작을수록 중앙회는 커진다 - 이 인과를 거꾸로 읽는 한, 네 번째 개혁도 같은 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이 이 책의 일관된 경고다.
■ 65년을 통째로 훑는다 - 관치 40년, 민주화 이후 36년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시야의 길이다. 농협을 '지금'이 아니라 '역사'와 '구조'로 읽는다.
· 제1부 태동 - 로치데일과 라이파이젠, 덴마크 그룬트비의 자생적 협동조합 운동. 그리고 한국이 그 "형식은 빌려 오되 본질은 빠뜨린" 순간
· 제2부 관치의 시대(1961~1990) - 조합장 임명권을 중앙회장에게 위임한 임시조치법, 비료 전담공급과 추곡수매. 농협이 '농정 집행기관'으로 굳어진 40년
· 제3부 민주화와 개방(1990~2000) - 관치의 종식과 '준비되지 않은 민주화'의 그늘
· 제4부 세 번의 개혁 - 2000년 통합, 2012년 신경분리, 2026년 4차 개혁을 나란히 세워 무엇을 고치려 했고 왜 실패했는지 대조
· 제5부 진단과 대안 - 메가농협, 지주제 폐지와 지분 배분, 협동조합 운동의 복원
■ '잃어버린 36년' - 농협은 왜 '파는 법'을 끝내 배우지 못했나
이 책이 농협의 오늘을 설명하는 또 하나의 열쇠는 '유통의 근육'이라는 비유다.
관치 40년 동안 농협이 갈고닦은 것은 '시장에서 거래하는 능력'이 아니라 '행정을 정확히 대행하는 능력'이었다. 정부가 값을 정하고 물량을 배정하면 농협은 받아서 나눠주기만 하면 됐다. 가격을 협상할 필요도, 시장을 개척할 필요도 없었다. 저자는 이를 "보급 창구로서 유능할수록 사업체로서는 무능해지는 역설"이라 부른다. 게다가 비료 사업은 정부가 마진을 보장해 주는 손쉬운 수익원이었고, 신용사업에서는 이자가 꼬박꼬박 들어왔다. 위험을 무릅쓰고 낯선 시장에 뛰어들 이유 자체가 없었다.
같은 시기 미국의 오렌지 농가도, 뉴질랜드의 키위 농가도, 덴마크의 양돈 농가도 살아남기 위해 제 손으로 협동조합을 키워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바깥세상이 치열하게 유통의 근육을 단련하는 동안, 우리 농협의 근육은 그렇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저자가 이 시기를 '잃어버린 36년'이라 이름 붙인 까닭이다.
청구서는 뒤늦게 날아왔다. 우루과이라운드 타결과 함께 "이제 농협이 농산물을 팔아내라"는 주문이 쏟아졌고, 2015년 추곡수매 폐지로 40여 년간 정부가 떠안았던 쌀 유통과 수급안정 기능마저 농협의 몫이 됐다. 평생 정부 대행 사업을 처리하며 공무원처럼 살아온 조직에게 대형 유통업체와 값을 흥정하는 일은 낯선 세계였다. 결과는 값비싼 수업료였고, 실망한 선도 농가들이 영농조합·농업회사법인을 세워 빠져나가는 '탈(脫)농협' 현상까지 낳았다. 저자는 그 이탈을 가속한 제도로 농협법 제52조 겸직금지 조항을 지목한다. 조합이 조합원 농산물을 100% 팔아주지 못하는 현실에서, 스스로 유통에 나선 유능한 농가는 대의원조차 될 수 없고 그 조항이 때로 경쟁자를 선거에서 배제하는 울타리로 악용된다는 것이다.
"관치가 농협에 안긴 가장 뼈아픈 손실은, 어쩌면 자율성도 민주주의도 아닌 바로 이 '파는 능력'의 상실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바로 이 허약한 토대 위에서 2012년 신경분리가 단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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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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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개의 트로이 목마 - 60년 방어선은 어떻게 4년 만에 무너졌나
이 책에서 가장 논쟁적이고 또 가장 새로운 서술은 제12장의 '두 개의 트로이 목마'다.
신용과 경제를 나눌 것인가는 2012년에 처음 나온 질문이 아니다. 1950년대 존슨안과 쿠퍼안의 대립부터 60년을 떠돈 한국 농협사의 가장 오래된 논쟁이며, 역사의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분리형이던 1957년 구농협은 3년 만에 무너졌고, 둘을 한 몸으로 합친 1961년 종합농협이 성과를 냈다. 2000년 통합 때도 김성훈 장관은 신경분리 요구를 정면에서 막아냈다.
그 방어선을 지킨 것은 농민단체의 힘도 조합장들의 결속도 아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소관 부처인 농림부가 버텼기 때문이다. 금융을 떼어내는 순간 농정 집행수단의 절반이 금융당국으로 넘어간다는 것을 농정 관료들은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승부처는 처음부터 하나였다. 그 자리에 누가 앉느냐.
책은 2008년 여름, 한 달 사이에 벌어진 두 건의 인사를 나란히 놓는다.
· 2008년 7월 7일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내정(8월 6일 취임) - 경제기획원·재정경제부 세제 라인을 평생 밟아온 정통 경제관료이자, 2004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으로 농협법 개정작업을 직접 지휘한 이력의 소유자
· 2008년 9월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제1차관, 농협경제연구소 대표이사 취임 - 재무부 금융라인의 정통 계승자. 2011년 1월 금융위원장으로 복귀
따로 보면 하나는 광우병 파동 수습을 위한 개각이고 다른 하나는 퇴임 관료의 재취업이다. 그러나 저자는 둘을 나란히 놓으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고 본다. "트로이 목마가 성문을 통과하는 조건은 하나다. 성 안 사람들이 그것을 자기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이어지는 연표가 이 장의 압권이다. 2008년 8월 장관 취임 → 9월 연구소 대표 취임 → 2009년 농협개혁위원회 가동과 1중앙회·2지주 구상 공식화 → 2009년 12월 정부 최종안 확정 → 2010년 8월 장관 퇴임 → 2011년 1월 김석동 금융위원장 복귀 → 2011년 3월 농협법 전부개정안 국회 통과 → 2012년 3월 2일 새농협 출범. 저자는 독자에게 이 연표를 다시 읽어 볼 것을 권한다. "농협의 의사결정 절차가 단 한 줄도 없다." 대의원회도 총회도 조합장 회의도 등장하지 않는다.
공청회와 순회토론회는 열렸다. 그러나 "의견을 듣는 것과 결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며, 토론회에서 나온 어떤 반대도 조문 하나를 바꾸지 못했다면 그것은 절차의 정당성을 조달하는 장치였을 뿐이라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협상처럼 보인 유일한 장면인 자본금 논의조차 "분리 여부도 분리 방식도 아닌, 청구서의 수신인만이 협상 대상"이었다. "팔 권한이 없는 자는 팔 수 없다. 농협은 협상의 당사자가 아니라 협상의 대상, 더 정확히는 협상 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이었다."
그리고 목마는 성문이 열린 뒤에도 성 안에 남았다. 신경분리로 태어난 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은 이후 10여 년간 경제관료들의 종착역이 됐다. "신경분리는 농민에게 판매농협을 안겨주지 못했지만, 모피아에게는 차관급 이상이 갈 수 있는 자리 하나를 새로 만들어주었다." 저자가 이 장의 제목을 '잘못 휘두른 칼날'로 붙인 이유도 여기 있다. "칼을 휘두른 것은 농협이 아니었다. 농협은 칼을 맞은 쪽이었다."
※ 서술의 성격에 관하여 - 저자는 「들어가며」에서 모피아와 농피아의 60년 대립, 장태평 장관의 '트로이 목마' 역할, 임종룡 회장의 경력 흐름에 관한 서술이 "객관적 경력의 흐름이라는 사실 위에 작가의 상상력을 얹은" 대목임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인사 시점과 이력, 입법 연표는 모두 공개된 사실이며, 그 사이를 잇는 해석은 저자의 것이다.
■ 신경분리 13년 성적표 - "한쪽은 사상 최대, 한쪽은 적자의 늪"
금융의 흑자로 경제사업을 떠받쳐 '판매농협'을 완성하겠다던 구상은 정반대로 뒤집혔다. 금융지주가 해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동안, 경제사업은 더 깊은 적자로 가라앉았다.
유통 자회사들은 매년 수백억 원대 적자로 자본잠식 위기에 몰렸고, 하나로마트 직영 매장 절반 이상이 만성 적자다. 중앙회→지주회사→사업 자회사로 이어지는 다층의 옥상옥 구조에서, 회원조합을 지원하라고 둔 조직이 도리어 계열사의 원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역설이 벌어졌다.
저자는 그 분리가 애초에 면밀히 설계된 산물조차 아니었다는 증언을 전한다. 당초 구상은 금융 부문만 중앙회 자회사로 두는 것이었으나, 업무보고 자리에서 "조직도의 균형" 이야기가 더해지며 경제 부문까지 별도 지주로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다. "한 번의 즉흥적 결정이 한 조직의 십수 년을 결박했다."
같은 장에서 저자는 2013년 농협금융의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를 "모피아가 모피아의 과제를 풀기 위해 농협의 돈을 동원한 사건"으로 재해석한다. 인수는 성공했으나 그 자금은 조합원 농민의 출자금에서 출발한 돈이었다는 지적이다.
■ '도덕농협 만들기'의 함정 - 농업 정책의 PC주의
저자가 2026년 개혁에 던지는 비판의 핵심은 '농업 정책의 PC주의'다. 정치적 올바름이 실질적 성과보다 도덕적 정당성의 외양을 앞세우듯, 농협 개혁 역시 "농민을 잘살게 하는가"를 묻지 않고 "나쁜 자를 어떻게 응징할 것인가"로 미끄러졌다는 것이다.
책은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게 하겠다면서 동시에 200만 조합원 직선으로 회장에게 가장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을 안기는 설계의 모순을 짚고, 정부 감독권 확대가 1990년에 어렵게 끊어낸 관치의 사슬을 '비리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다시 채우는 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저자는 비위 자체를 옹호할 뜻이 조금도 없음을 거듭 못 박는다. "비리는 사법과 감사가 단죄하면 될 일이지, 그것이 협동조합 자율성을 침해할 구실이 될 수는 없다."
MBC 〈PD수첩〉의 '비리백화점' 보도에 대해서도 감시 자체는 저널리즘의 본령임을 인정하면서, 200만 조합원이 주인인 협동조합을 '재벌' 프레임에 욱여넣고 비교 대상 없는 수치를 나열할 때 "보도는 감시가 아니라 단죄가 된다"고 반론한다.
■ 대안 - 메가농협, 그리고 "지분을 주인에게"
이 책은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5부 전체가 대안이다.
1. 메가농협(Mega-Nonghyup) 전략 - 읍·면 단위로 파편화된 조합을 시·군 단위 이상으로 광역화한다. 지역농협은 시·군당 1~4개, 원예농협은 시·도당 1~4개를 원칙으로, 총사업 규모 3,000억 원 미만 또는 경제사업 비중 33% 미만 조합을 우선 대상으로 삼는 가칭 「농축협 통합 촉진 특별법」 제정을 제안한다. 현재 1,100여 개 회원조합은 520~630개 수준으로 재편되고, 그중 50여 개 선도 조합이 '메가농협'으로 떠오른다는 구체적 추정치를 제시한다.
2. 옥상옥 경제지주 폐지와 지분 배분 - 경제지주를 폐지해 지원 기능을 중앙회로 통합하고, 농협금융지주의 소유 구조를 회원조합 70 : 중앙회 30으로 바꿔 금융 수익을 조합원에게 기본소득처럼 직접 배당하자고 제안한다. 광역화를 완료한 메가농협에 한해 금융 지분을 단계적으로 배정하면, 통합은 정부가 떠미는 구호가 아니라 조합이 스스로 택하는 경영 전략이 된다.
3. 답은 이미 역사 안에 있었다 - 저자가 드는 결정적 반증은 축협이다. 1980~90년대 시·군 단위 구조조정을 마친 축협은 회원조합이 강해지자 중앙회 축산 부문의 영향력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작아졌다. 도드람양돈농협은 13명·1.7만 두에서 출발해 자체 브랜드와 일본 수출을 일궈냈다. "우리는 그 답을 발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거꾸로 읽어 온 진단을 바로 세우기만 하면 된다."
■ 이 책이 지금 나와야 하는 이유
농식품부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한국갤럽에 의뢰한 조사에서 농협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일반 국민의 95.1%, 조합원의 94.5%가 찬성했다. 저자는 이 압도적 분노가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분노만으로는 개혁이 되지 않는다. 무엇을, 왜, 어떤 순서로 고쳐야 하는지를 알아야 비로소 개혁이 된다"고 말한다.
국회 농해수위에서 농협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는 지금, 이 책은 그 논의에 던지는 가장 구체적이고 이례적인 반론이자 대안이다.
이 책에서 가장 논쟁적이고 또 가장 새로운 서술은 제12장의 '두 개의 트로이 목마'다.
신용과 경제를 나눌 것인가는 2012년에 처음 나온 질문이 아니다. 1950년대 존슨안과 쿠퍼안의 대립부터 60년을 떠돈 한국 농협사의 가장 오래된 논쟁이며, 역사의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분리형이던 1957년 구농협은 3년 만에 무너졌고, 둘을 한 몸으로 합친 1961년 종합농협이 성과를 냈다. 2000년 통합 때도 김성훈 장관은 신경분리 요구를 정면에서 막아냈다.
그 방어선을 지킨 것은 농민단체의 힘도 조합장들의 결속도 아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소관 부처인 농림부가 버텼기 때문이다. 금융을 떼어내는 순간 농정 집행수단의 절반이 금융당국으로 넘어간다는 것을 농정 관료들은 알고 있었다. 그러므로 승부처는 처음부터 하나였다. 그 자리에 누가 앉느냐.
책은 2008년 여름, 한 달 사이에 벌어진 두 건의 인사를 나란히 놓는다.
· 2008년 7월 7일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내정(8월 6일 취임) - 경제기획원·재정경제부 세제 라인을 평생 밟아온 정통 경제관료이자, 2004년 농림부 농업정책국장으로 농협법 개정작업을 직접 지휘한 이력의 소유자
· 2008년 9월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제1차관, 농협경제연구소 대표이사 취임 - 재무부 금융라인의 정통 계승자. 2011년 1월 금융위원장으로 복귀
따로 보면 하나는 광우병 파동 수습을 위한 개각이고 다른 하나는 퇴임 관료의 재취업이다. 그러나 저자는 둘을 나란히 놓으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고 본다. "트로이 목마가 성문을 통과하는 조건은 하나다. 성 안 사람들이 그것을 자기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
이어지는 연표가 이 장의 압권이다. 2008년 8월 장관 취임 → 9월 연구소 대표 취임 → 2009년 농협개혁위원회 가동과 1중앙회·2지주 구상 공식화 → 2009년 12월 정부 최종안 확정 → 2010년 8월 장관 퇴임 → 2011년 1월 김석동 금융위원장 복귀 → 2011년 3월 농협법 전부개정안 국회 통과 → 2012년 3월 2일 새농협 출범. 저자는 독자에게 이 연표를 다시 읽어 볼 것을 권한다. "농협의 의사결정 절차가 단 한 줄도 없다." 대의원회도 총회도 조합장 회의도 등장하지 않는다.
공청회와 순회토론회는 열렸다. 그러나 "의견을 듣는 것과 결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며, 토론회에서 나온 어떤 반대도 조문 하나를 바꾸지 못했다면 그것은 절차의 정당성을 조달하는 장치였을 뿐이라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협상처럼 보인 유일한 장면인 자본금 논의조차 "분리 여부도 분리 방식도 아닌, 청구서의 수신인만이 협상 대상"이었다. "팔 권한이 없는 자는 팔 수 없다. 농협은 협상의 당사자가 아니라 협상의 대상, 더 정확히는 협상 테이블 위에 놓인 물건이었다."
그리고 목마는 성문이 열린 뒤에도 성 안에 남았다. 신경분리로 태어난 농협금융지주 회장직은 이후 10여 년간 경제관료들의 종착역이 됐다. "신경분리는 농민에게 판매농협을 안겨주지 못했지만, 모피아에게는 차관급 이상이 갈 수 있는 자리 하나를 새로 만들어주었다." 저자가 이 장의 제목을 '잘못 휘두른 칼날'로 붙인 이유도 여기 있다. "칼을 휘두른 것은 농협이 아니었다. 농협은 칼을 맞은 쪽이었다."
※ 서술의 성격에 관하여 - 저자는 「들어가며」에서 모피아와 농피아의 60년 대립, 장태평 장관의 '트로이 목마' 역할, 임종룡 회장의 경력 흐름에 관한 서술이 "객관적 경력의 흐름이라는 사실 위에 작가의 상상력을 얹은" 대목임을 스스로 밝히고 있다. 인사 시점과 이력, 입법 연표는 모두 공개된 사실이며, 그 사이를 잇는 해석은 저자의 것이다.
■ 신경분리 13년 성적표 - "한쪽은 사상 최대, 한쪽은 적자의 늪"
금융의 흑자로 경제사업을 떠받쳐 '판매농협'을 완성하겠다던 구상은 정반대로 뒤집혔다. 금융지주가 해마다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동안, 경제사업은 더 깊은 적자로 가라앉았다.
유통 자회사들은 매년 수백억 원대 적자로 자본잠식 위기에 몰렸고, 하나로마트 직영 매장 절반 이상이 만성 적자다. 중앙회→지주회사→사업 자회사로 이어지는 다층의 옥상옥 구조에서, 회원조합을 지원하라고 둔 조직이 도리어 계열사의 원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역설이 벌어졌다.
저자는 그 분리가 애초에 면밀히 설계된 산물조차 아니었다는 증언을 전한다. 당초 구상은 금융 부문만 중앙회 자회사로 두는 것이었으나, 업무보고 자리에서 "조직도의 균형" 이야기가 더해지며 경제 부문까지 별도 지주로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다. "한 번의 즉흥적 결정이 한 조직의 십수 년을 결박했다."
같은 장에서 저자는 2013년 농협금융의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를 "모피아가 모피아의 과제를 풀기 위해 농협의 돈을 동원한 사건"으로 재해석한다. 인수는 성공했으나 그 자금은 조합원 농민의 출자금에서 출발한 돈이었다는 지적이다.
■ '도덕농협 만들기'의 함정 - 농업 정책의 PC주의
저자가 2026년 개혁에 던지는 비판의 핵심은 '농업 정책의 PC주의'다. 정치적 올바름이 실질적 성과보다 도덕적 정당성의 외양을 앞세우듯, 농협 개혁 역시 "농민을 잘살게 하는가"를 묻지 않고 "나쁜 자를 어떻게 응징할 것인가"로 미끄러졌다는 것이다.
책은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게 하겠다면서 동시에 200만 조합원 직선으로 회장에게 가장 강력한 민주적 정당성을 안기는 설계의 모순을 짚고, 정부 감독권 확대가 1990년에 어렵게 끊어낸 관치의 사슬을 '비리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다시 채우는 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만 저자는 비위 자체를 옹호할 뜻이 조금도 없음을 거듭 못 박는다. "비리는 사법과 감사가 단죄하면 될 일이지, 그것이 협동조합 자율성을 침해할 구실이 될 수는 없다."
MBC 〈PD수첩〉의 '비리백화점' 보도에 대해서도 감시 자체는 저널리즘의 본령임을 인정하면서, 200만 조합원이 주인인 협동조합을 '재벌' 프레임에 욱여넣고 비교 대상 없는 수치를 나열할 때 "보도는 감시가 아니라 단죄가 된다"고 반론한다.
■ 대안 - 메가농협, 그리고 "지분을 주인에게"
이 책은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5부 전체가 대안이다.
1. 메가농협(Mega-Nonghyup) 전략 - 읍·면 단위로 파편화된 조합을 시·군 단위 이상으로 광역화한다. 지역농협은 시·군당 1~4개, 원예농협은 시·도당 1~4개를 원칙으로, 총사업 규모 3,000억 원 미만 또는 경제사업 비중 33% 미만 조합을 우선 대상으로 삼는 가칭 「농축협 통합 촉진 특별법」 제정을 제안한다. 현재 1,100여 개 회원조합은 520~630개 수준으로 재편되고, 그중 50여 개 선도 조합이 '메가농협'으로 떠오른다는 구체적 추정치를 제시한다.
2. 옥상옥 경제지주 폐지와 지분 배분 - 경제지주를 폐지해 지원 기능을 중앙회로 통합하고, 농협금융지주의 소유 구조를 회원조합 70 : 중앙회 30으로 바꿔 금융 수익을 조합원에게 기본소득처럼 직접 배당하자고 제안한다. 광역화를 완료한 메가농협에 한해 금융 지분을 단계적으로 배정하면, 통합은 정부가 떠미는 구호가 아니라 조합이 스스로 택하는 경영 전략이 된다.
3. 답은 이미 역사 안에 있었다 - 저자가 드는 결정적 반증은 축협이다. 1980~90년대 시·군 단위 구조조정을 마친 축협은 회원조합이 강해지자 중앙회 축산 부문의 영향력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작아졌다. 도드람양돈농협은 13명·1.7만 두에서 출발해 자체 브랜드와 일본 수출을 일궈냈다. "우리는 그 답을 발명할 필요가 없다. 다만 거꾸로 읽어 온 진단을 바로 세우기만 하면 된다."
■ 이 책이 지금 나와야 하는 이유
농식품부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한국갤럽에 의뢰한 조사에서 농협 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일반 국민의 95.1%, 조합원의 94.5%가 찬성했다. 저자는 이 압도적 분노가 정당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분노만으로는 개혁이 되지 않는다. 무엇을, 왜, 어떤 순서로 고쳐야 하는지를 알아야 비로소 개혁이 된다"고 말한다.
국회 농해수위에서 농협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는 지금, 이 책은 그 논의에 던지는 가장 구체적이고 이례적인 반론이자 대안이다.
목차
목차
프롤로그 · 농협은 누구의 것인가
제1부 태동 - 협동조합 운동에서 농협 출범까지
제1장 해방의 토양과 협동조합 운동 | 제2장 농협법 제정과 농협의 출범
제2부 농정 집행기관으로서의 40년(1961~1990)
제3장 군사정부와 관치 농협의 제도화 | 제4장 비료, 국유화된 산업의 유통을 떠맡다 | 제5장 추곡수매와 농협 | 제6장 리·동 단위에서 읍·면 단위로
제3부 농협에 요구된 새로운 역할(1990~2000)
제7장 관치의 종식과 조합장 직선제 | 제8장 '준비되지 않은 민주화'의 그늘 | 제9장 시장개방과 변화된 역할 요구
제4부 세 번의 개혁 - 무엇을 고치려 했고, 왜 실패했나
제10장 2000년 농·축·인삼협 통합 | 제11장 축협 구조조정이 남긴 교훈 | 제12장 2012년 신경분리 - 잘못 휘두른 칼날 | 제13장 반복되는 선거제도 개편의 한계 | 제14장 2026년 4차 개혁 - 정치개혁으로 변질된 경제조직 개혁
제5부 진단과 대안 - 진정한 농협개혁의 방향
제15장 거꾸로 선 진단 | 제16장 회원조합 영세성의 해부 | 제17장 메가농협 - 광역화가 답이다 | 제18장 지주제 폐지와 지분 배분 | 제19장 협동조합 운동의 복원 | 제20장 개혁의 순서와 절차 | 제21장 진정한 농협개혁의 청사진
에필로그 | 부록(한국 농협 65년 연표, 조직 구조 변천, 광역화 사례, 세 번의 개혁 비교, 추진단 진단에 대한 반론) | 참고문헌
제1부 태동 - 협동조합 운동에서 농협 출범까지
제1장 해방의 토양과 협동조합 운동 | 제2장 농협법 제정과 농협의 출범
제2부 농정 집행기관으로서의 40년(1961~1990)
제3장 군사정부와 관치 농협의 제도화 | 제4장 비료, 국유화된 산업의 유통을 떠맡다 | 제5장 추곡수매와 농협 | 제6장 리·동 단위에서 읍·면 단위로
제3부 농협에 요구된 새로운 역할(1990~2000)
제7장 관치의 종식과 조합장 직선제 | 제8장 '준비되지 않은 민주화'의 그늘 | 제9장 시장개방과 변화된 역할 요구
제4부 세 번의 개혁 - 무엇을 고치려 했고, 왜 실패했나
제10장 2000년 농·축·인삼협 통합 | 제11장 축협 구조조정이 남긴 교훈 | 제12장 2012년 신경분리 - 잘못 휘두른 칼날 | 제13장 반복되는 선거제도 개편의 한계 | 제14장 2026년 4차 개혁 - 정치개혁으로 변질된 경제조직 개혁
제5부 진단과 대안 - 진정한 농협개혁의 방향
제15장 거꾸로 선 진단 | 제16장 회원조합 영세성의 해부 | 제17장 메가농협 - 광역화가 답이다 | 제18장 지주제 폐지와 지분 배분 | 제19장 협동조합 운동의 복원 | 제20장 개혁의 순서와 절차 | 제21장 진정한 농협개혁의 청사진
에필로그 | 부록(한국 농협 65년 연표, 조직 구조 변천, 광역화 사례, 세 번의 개혁 비교, 추진단 진단에 대한 반론) | 참고문헌
저자
저자
김재민 농업전문기자.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경기·인천 지역 축협을,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농협중앙회를 출입하며 2000년 통합농협 출범의 여진과 2012년 신경분리의 전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몇 대에 걸쳐 한 지역에서 땅을 일궈 온 집안에서 자랐고, 농민에게 농협이 무엇인지를 "책상이 아니라 들판에서 먼저 배웠다"고 말한다.
2016년 농축식품·유통 분야의 연구와 저널리즘을 함께 하는 협동조합 농장과 식탁을 세워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같은 해 5월 월간 『농장에서 식탁까지』를 창간했고, 2017년 12월 인터넷 매체 팜인사이트를 열었다. 2026년에는 유튜브 채널 '팜인사이트'를 개설해 첫 기획으로 '농협 이야기' 시리즈를 내보냈다. 이 책의 뼈대가 된 '잃어버린 36년'이라는 진단도 그 방송에서 처음 나왔다.
축산과 먹거리 산업의 구조를 파고든 저술을 이어 왔다. 『닭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에서는 기업자본의 축산업 진출에 의문을 제기했고, 『대한민국 돼지산업사』(공저)에서는 삼겹살 중심의 소비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추적했다. 『유통의 역설』에서는 상식처럼 통용되는 유통 지식이 실은 판타지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가락시장 40년의 역사를 좇아 유통을 둘러싼 잘못된 환상을 깨뜨렸다.
'구조를 먼저 보라'는 이 일관된 시선이, 농협을 다룬 이 책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2026년 농협 개혁 국면에서는 정부 농협개혁추진단의 진단에 맞서 「농협개혁, 진단이 틀렸다 - 원승연 단장의 기고에 부쳐」, 「농협 감사 독립화, 협동조합 원리에 맞는가」, 「농협을 누구에게 돌려주는가 - 모피아인가, 조합원인가」, 「이제는 시끄러워야 한다」 등 일련의 반론을 발표해 왔다. 이 책은 그 반론들이 현실의 논쟁 속에서 도달한 결론이다.
2016년 농축식품·유통 분야의 연구와 저널리즘을 함께 하는 협동조합 농장과 식탁을 세워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같은 해 5월 월간 『농장에서 식탁까지』를 창간했고, 2017년 12월 인터넷 매체 팜인사이트를 열었다. 2026년에는 유튜브 채널 '팜인사이트'를 개설해 첫 기획으로 '농협 이야기' 시리즈를 내보냈다. 이 책의 뼈대가 된 '잃어버린 36년'이라는 진단도 그 방송에서 처음 나왔다.
축산과 먹거리 산업의 구조를 파고든 저술을 이어 왔다. 『닭고기가 식탁에 오르기까지』에서는 기업자본의 축산업 진출에 의문을 제기했고, 『대한민국 돼지산업사』(공저)에서는 삼겹살 중심의 소비구조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추적했다. 『유통의 역설』에서는 상식처럼 통용되는 유통 지식이 실은 판타지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가락시장 40년의 역사를 좇아 유통을 둘러싼 잘못된 환상을 깨뜨렸다.
'구조를 먼저 보라'는 이 일관된 시선이, 농협을 다룬 이 책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2026년 농협 개혁 국면에서는 정부 농협개혁추진단의 진단에 맞서 「농협개혁, 진단이 틀렸다 - 원승연 단장의 기고에 부쳐」, 「농협 감사 독립화, 협동조합 원리에 맞는가」, 「농협을 누구에게 돌려주는가 - 모피아인가, 조합원인가」, 「이제는 시끄러워야 한다」 등 일련의 반론을 발표해 왔다. 이 책은 그 반론들이 현실의 논쟁 속에서 도달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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