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의 탄생
추방된 어머니들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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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우리가 이야기했던 모성사는 단지 절반의 어머니들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임신과 출산 과정을 통해 누구나 어머니가 된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 자신이 낳은 아이를 입양 보내고 어머니 되기를 포기한 이들의 모성은 아직 이야기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저자는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수많은 여성들이 ‘미혼모’라는 집단으로 분류되고, 자신이 낳은 자녀를 결혼한 부부에게 입양 보낼 수밖에 없었던 미혼 모성 억압의 경험을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따라서 이 책에서 ‘미혼모’라는 용어는 낙인적 용어로서가 아니라 분석적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저자는 우선 우리에게는 생소한 서구의 “베이비 스쿱 시대”를 논한다. 이는 성역할에 기반한 자본주의 중산층 핵가족에 대한 지식과 이상이 만들어지던 이면에서 자행된 미혼모성 억압의 역사이다. 이 시기 서구에서 임신한 미혼 여성은 시설로 소리 소문 없이 보내졌으며 아이를 낳고 다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사회로 돌려보내졌다. 교화와 갱생 교육을 받고 그들이 출산한 아이는 결혼한 중산층 핵가족으로 입양 보냄으로써 미혼모는 다시 결혼에 적합한 여성성을 획득하게 된다. 이러한 서구의 “베이비 스쿱 시대”를 풍미했던 지식과 실천이 어떻게 국내에 유입되었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의 미혼모의 지위는 어떻게 ‘어머니’에서 ‘불우 여성’으로 변화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을 추적한다. 근대 결혼 제도 안에서 희생하는 어머니로서 여성성을 전형화 한 것이 ‘모성화’의 역사였다면, 이 책은 결혼 제도 밖에서 모성을 거세당한 미혼모의 ‘탈모성화’를 다룬 최초의 역사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안토니아스의 첫 책으로 수익금은 미/비혼의 임신과 출산으로 어려움 속에 있는 분들을 위해 전액 기부할 것이다
저자는 우선 우리에게는 생소한 서구의 “베이비 스쿱 시대”를 논한다. 이는 성역할에 기반한 자본주의 중산층 핵가족에 대한 지식과 이상이 만들어지던 이면에서 자행된 미혼모성 억압의 역사이다. 이 시기 서구에서 임신한 미혼 여성은 시설로 소리 소문 없이 보내졌으며 아이를 낳고 다시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사회로 돌려보내졌다. 교화와 갱생 교육을 받고 그들이 출산한 아이는 결혼한 중산층 핵가족으로 입양 보냄으로써 미혼모는 다시 결혼에 적합한 여성성을 획득하게 된다. 이러한 서구의 “베이비 스쿱 시대”를 풍미했던 지식과 실천이 어떻게 국내에 유입되었는지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의 미혼모의 지위는 어떻게 ‘어머니’에서 ‘불우 여성’으로 변화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과정을 추적한다. 근대 결혼 제도 안에서 희생하는 어머니로서 여성성을 전형화 한 것이 ‘모성화’의 역사였다면, 이 책은 결혼 제도 밖에서 모성을 거세당한 미혼모의 ‘탈모성화’를 다룬 최초의 역사서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안토니아스의 첫 책으로 수익금은 미/비혼의 임신과 출산으로 어려움 속에 있는 분들을 위해 전액 기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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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탈모성화'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미혼모의 모성을 역사적 관점으로 통찰한 최초의 저작
근대 젠더 정치의 완전체: 모성화(motherization) VS 탈모성화(demotherization)
서구 여성운동사에 있어서 제2의 물결이라 기록되는 1970년대를 전후해 서구의 많은 여성학자들은 섹슈얼리티/가족/재생산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성적으로 수동적인 여성/희생하는 모성은 여성과 어머니가 갖는 본질이 아니라 가부장적 담론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젠더는 사회/문화적 맥락에 의해 구성된 것임을 밝히는 주요한 업적들을 남겼다. 또한 결혼을 독신보다 나은 일로 여기게 된 것은 남편과 아내 그리고 부모와 자녀들의 친밀하고 다정한 관계의 발전을 요구하는 핵가족이 출현한 16세기경 무렵이었으며, 자애롭고 희생하고 헌신하는 모성은 남성중심의 근대 국가 형성과 관련된 이데올로기적 구조물이었음을 밝힌다. 나아가 성역할에 기초한 '핵가족'을 정상가족으로 전형화하고 조건 없이 희생하는 어머니 상 만들기는 단지 '모성신화'이며 여성을 '모성화(motherization)'하는 근대 가부장성에 기초한 젠더정치의 결과임을 이론화하였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이후 희생하는/무성적 어머니 상에 균열은 내는 이론적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욕구를 가진 어머니들의 모습이 근대가 만들어낸 전형적 어머니 상에 균열을 내며 대중 문화텍스트를 통해 빈번히 재현되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병상에서 자신의 미적 욕구를 위해 머리에 마요네즈를 바르는 어머니, 사회가 기대하는 어머니 상으로 살지만 그 안에서 오히려 자신을 파괴하는 삶을 살고 있는 어머니, 그리고 우리가 전혀 그러리라 생각하지 않은 어머니들의 이미지와 그간 말해지지 않던 어머니들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그 '다양'함 속에 여전히 소외된 어머니들이 있다. 바로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였으나 '어머니'가 될 자격이 없는 비윤리적 '여성'으로 범주화되고, 자신이 낳은 아이를 결혼제도 안에 '가족'을 이룬 중산층/이성애 가족으로 입양 보내고 재활과 훈육을 통해 결혼하기 적합한 '정상 여성'으로 돌아가기를 종용받았던 어머니들의 이야기이다. 근대의 모성사는 바로 이들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으로서 완성될 것이다. 또한 결혼제도 안으로 여성을 포획하고 그 안에서 한없이 희생하고 헌신하는 어머니로 '모성화(motherization)'하는 동시에 결혼제도 밖에서 어머니가 된 여성의 모성을 부정하고 그들의 어머니됨의 자격을 박탈하고 자녀를 입양으로 분리해내는 '탈모성화(demotherization)'의 역사가 말해질 때 바로 근대 젠더정치의 양가성이 드러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재생산/가족을 둘러싸고 벌어진 근대 젠더정치의 완전체이다.
서구의 '베이비 스쿱 시대', '미혼모'로부터 모성을 거세한 차별의 기원
최근 미혼모의 양육권이 과거에 비해 활발하게 이야기되고 있다. 미혼모가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기를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가끔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서구는 미혼모에 대한 차별이 없는데 한국 사회는 아직 후진적'이라는 식의 이야기이다. 이 말은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리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과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미혼모라는 낙인을 찍어 이들을 집단적으로 시설에 수용하고 아이를 입양 보내고 결혼하기 적합한 '여성'으로 교화시켜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사회로 복귀시키는 일은 바로 서구에서 시작되었다. 그 시기를 서구의 역사는 "베이비 스쿱 시대"로 기록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단지 결혼을 하지 않고 임신했다는 이유에서 수많은 '미혼모'들이 "체계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에 의해 아이를 입양 보내야 했던 시기"를 경험했다. 나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이다. 이 기간 동안 미국에서는 6백만에서 1천만 명에 이르는 미혼모가, 캐나다에서는 약 35만 명의 미혼모가 친권을 포기하고 아이를 떠나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혹은 나라에 따라 1980년대 초까지 이러한 일이 지속되었다. 근대 법률혼주의에 입각한 핵가족 만들기라는 국가적 프로젝트는 제도 밖에서 임신하고 출산한 여성들의 모성을 거세했으며, 근대 학문으로 등장한 정신분석학과 사회복지학이 과학의 언어로 이들 어머니의 모성을 거세해 내는 정교한 이론적 작업을 했다. 그리고 근대 새로운 직업군으로 등장한 사회사업가들(social worker)이 입양이란 제도를 통해 미혼모로부터 그들 자녀를 분리해 냈다. 이때부터 미혼모의 자녀는 어머니가 있으나 '고아'로 명명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입양으로 아이를 포기해야 했던 어머니들 스스로가 자신의 잃어버린 모성권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며 서구의 몇 몇 국가에서는 이러한 역사적 만행에 대해 정부로부터 사죄를 받기까지 하였다.
'미혼모'는 없었다!: 만들어지는 모성의 범주, '미혼모' 용어의 등장은 1970년대 전후의 일
'미혼모'를 일탈적 개인 또는 불우한 여성들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집단으로 보고 그들의 사회적 지위 그리고 성/출산/결혼 그리고 입양을 둘러싼 담론과 제도가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지를 역사적 관점을 가지고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당대 정치 이데올로기에 부합하지 않은 개인들이을 어떻게 하나의 사회적 범주가 되었는지, 그리고 이들 집단에 어떠한 정치적 개입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언제 어떻게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라는 사회적 범주가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역사의 조각들을 맞추며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1970년대 이전 우리 사회에 '미혼모'라는 개념은 물론 용어 자체도 없었음을 발견한다.
역사적으로 언제나 '모성'은 규정되어 왔다. '어머니'의 양육 역시 언제나 당연시 되었던 것은 아니다. 어떤 어머니들은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아이를 기르는 것이, 어떤 어머니들은 아이를 부계혈연 가족에 입적시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로 기대되었다. 또한 어떤 어머니들은 아이를 입양 보낸 뒤 다시 '여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모두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 믿도록 훈육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성'의 범주는 항상 문제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1970년대 이전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모성'은 혼혈아동을 출산한 어머니였다. 당시 서구에서 들어온 근대적 학문인 사회복지학에서는 근대의 가족질서에 맞지 않는 혼외 출산 여성들을 'unwed mothers'라 개념화했고 이 용어가 그대로 국내에 유입되어 혼혈아동을 출산한 어머니를 규정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후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하고 근대 국가로서의 면모를 더욱 갖추어 나가는 1970년대 어머니가 될 수 없는 모성의 범주에 변화가 일어난다. 드디어 '미혼모'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핵가족이 이상화되는 가운데 결혼제도 밖에서 출산을 한 모든 여성들이 이 '미혼모'의 범주 안에 포섭되었다. 해외입양을 전담하던 입양기관들은 이때부터 '미혼모 상담'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해외로부터 친권포기 상담 전문가를 초빙하여 국내 사회복지사들을 대상으로 미혼모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아이를 포기할 수 있는 방법을 훈련시키는 한편 '미혼모'에 대한 이해가 없던 정부를 설득하고 미혼모의 '갱생'과 아동의 입양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 지지를 이끌어 낸다.
근대 모성사의 복원, 그 위험 속에서 미혼모성의 미래를 전망하다
모성은 천부적인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는 한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기쁨과 희열만이 아니라 죄책감, 우울, 슬픔까지 매우 다양하게 발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한 여성에게는 기쁨과 희열만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언설화되며 양육의 모든 책임을 떠안기는 한편, 미/비혼 상태에서 임신한 여성에게서는 죄책감과 우울, 슬픔만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본질화하며 양육권을 박탈하고 그들 자녀의 입양을 정당화했다는 측면에서 모성은 관념적이며 사회구성적이며 정치적이다. 즉 에이드리언 리치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 사회에는 경험적 모성과 제도적 모성 사이의 커다란 괴리가 있다.
이제 어머니로서 그들의 삶과 이야기는 새롭게 조망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경험은 모성사의 한 축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속에 그들이 다시 희생하는 '어머니'로서 전형화되는 오류는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미혼모성을 역사화하는 작업은 조심스럽고 위험하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되거나 어머니가 되지 않는다는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한쪽 방향으로만 내몰린 여성들이 그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온전히 떠안고 감내하는 것을 강요받았던 근대 젠더 체제가 그 뿌리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미혼의 모성사는 다시 쓰여야 한다.
이 책은 1부 "배제, 모성의 추방"과 2부 "기록, 모성의 소환"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저자는 우선 '미혼모'를 사회적이고 역사적 사건으로 접근해야 함을 깨닫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서구의 '베이비 스쿱 시대'와 그 시대를 관통한 서구 미혼모들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 국내 혼외 출생아 통계 및 입양에 있어서 미혼모 자녀가 차지하는 비율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통찰은 무엇인지 서술한다. 그리고 이 통계들과 서구의 '베이비 스쿱 시대'가 결코 무관할 수 없다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며, '아이를 버린 미혼모'라는 언설은 당대의 가족과 젠더 정치의 긴밀한 연관 속에 구성된 것임을 논한다. 2부에서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부터 2010년대 중후반까지 성, 사랑, 결혼, 가족에 대한 담론과 제도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그리고 이와 맞물려 미혼모에 대한 인식과 담론은 어떻게 변화하고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추적하고 있다. 다소 방대한 시기를 다루고 있어 자칫 개괄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저자는 결혼/가족, 입양, 그리고 미혼모 당사자의 인식과 행위성을 세 개의 층위로 나누어 분석한다. 근대 이후 정비된 가족 제도와 입양 제도 그리고 가정에 관한 담론들과 입양 실천이 시대에 따라 미혼 모성을 어떻게 위치 짓고 의미화했는지, 또한 행위자로서의 미혼모는 자신의 모성을 어떻게 의미화하고 재해석하며 제도와 담론에 도전해 왔는지의 분석을 통해 '어머니'라는 경계에서 경합하고 있는 미혼 모성의 역사성을 탐구하고 있다. 저자는 당대의 인식과 제도가 미혼모라는 사회적 집단을 만들고 그들의 행위성을 구성했던 것처럼 향후 우리 사회 미혼모를 한 명의 어머니로, 미혼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을 하나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담론과 제도가 변화하여야 함을 주장한다.
미혼모의 모성을 역사적 관점으로 통찰한 최초의 저작
근대 젠더 정치의 완전체: 모성화(motherization) VS 탈모성화(demotherization)
서구 여성운동사에 있어서 제2의 물결이라 기록되는 1970년대를 전후해 서구의 많은 여성학자들은 섹슈얼리티/가족/재생산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성적으로 수동적인 여성/희생하는 모성은 여성과 어머니가 갖는 본질이 아니라 가부장적 담론이 만들어낸 결과이며, 젠더는 사회/문화적 맥락에 의해 구성된 것임을 밝히는 주요한 업적들을 남겼다. 또한 결혼을 독신보다 나은 일로 여기게 된 것은 남편과 아내 그리고 부모와 자녀들의 친밀하고 다정한 관계의 발전을 요구하는 핵가족이 출현한 16세기경 무렵이었으며, 자애롭고 희생하고 헌신하는 모성은 남성중심의 근대 국가 형성과 관련된 이데올로기적 구조물이었음을 밝힌다. 나아가 성역할에 기초한 '핵가족'을 정상가족으로 전형화하고 조건 없이 희생하는 어머니 상 만들기는 단지 '모성신화'이며 여성을 '모성화(motherization)'하는 근대 가부장성에 기초한 젠더정치의 결과임을 이론화하였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이후 희생하는/무성적 어머니 상에 균열은 내는 이론적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다양한 욕구를 가진 어머니들의 모습이 근대가 만들어낸 전형적 어머니 상에 균열을 내며 대중 문화텍스트를 통해 빈번히 재현되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병상에서 자신의 미적 욕구를 위해 머리에 마요네즈를 바르는 어머니, 사회가 기대하는 어머니 상으로 살지만 그 안에서 오히려 자신을 파괴하는 삶을 살고 있는 어머니, 그리고 우리가 전혀 그러리라 생각하지 않은 어머니들의 이미지와 그간 말해지지 않던 어머니들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그 '다양'함 속에 여전히 소외된 어머니들이 있다. 바로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였으나 '어머니'가 될 자격이 없는 비윤리적 '여성'으로 범주화되고, 자신이 낳은 아이를 결혼제도 안에 '가족'을 이룬 중산층/이성애 가족으로 입양 보내고 재활과 훈육을 통해 결혼하기 적합한 '정상 여성'으로 돌아가기를 종용받았던 어머니들의 이야기이다. 근대의 모성사는 바로 이들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으로서 완성될 것이다. 또한 결혼제도 안으로 여성을 포획하고 그 안에서 한없이 희생하고 헌신하는 어머니로 '모성화(motherization)'하는 동시에 결혼제도 밖에서 어머니가 된 여성의 모성을 부정하고 그들의 어머니됨의 자격을 박탈하고 자녀를 입양으로 분리해내는 '탈모성화(demotherization)'의 역사가 말해질 때 바로 근대 젠더정치의 양가성이 드러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재생산/가족을 둘러싸고 벌어진 근대 젠더정치의 완전체이다.
서구의 '베이비 스쿱 시대', '미혼모'로부터 모성을 거세한 차별의 기원
최근 미혼모의 양육권이 과거에 비해 활발하게 이야기되고 있다. 미혼모가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기를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고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가끔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서구는 미혼모에 대한 차별이 없는데 한국 사회는 아직 후진적'이라는 식의 이야기이다. 이 말은 반은 맞지만 반은 틀리다.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과거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미혼모라는 낙인을 찍어 이들을 집단적으로 시설에 수용하고 아이를 입양 보내고 결혼하기 적합한 '여성'으로 교화시켜 다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사회로 복귀시키는 일은 바로 서구에서 시작되었다. 그 시기를 서구의 역사는 "베이비 스쿱 시대"로 기록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단지 결혼을 하지 않고 임신했다는 이유에서 수많은 '미혼모'들이 "체계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에 의해 아이를 입양 보내야 했던 시기"를 경험했다. 나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이다. 이 기간 동안 미국에서는 6백만에서 1천만 명에 이르는 미혼모가, 캐나다에서는 약 35만 명의 미혼모가 친권을 포기하고 아이를 떠나보낸 것으로 추정된다. 혹은 나라에 따라 1980년대 초까지 이러한 일이 지속되었다. 근대 법률혼주의에 입각한 핵가족 만들기라는 국가적 프로젝트는 제도 밖에서 임신하고 출산한 여성들의 모성을 거세했으며, 근대 학문으로 등장한 정신분석학과 사회복지학이 과학의 언어로 이들 어머니의 모성을 거세해 내는 정교한 이론적 작업을 했다. 그리고 근대 새로운 직업군으로 등장한 사회사업가들(social worker)이 입양이란 제도를 통해 미혼모로부터 그들 자녀를 분리해 냈다. 이때부터 미혼모의 자녀는 어머니가 있으나 '고아'로 명명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 입양으로 아이를 포기해야 했던 어머니들 스스로가 자신의 잃어버린 모성권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며 서구의 몇 몇 국가에서는 이러한 역사적 만행에 대해 정부로부터 사죄를 받기까지 하였다.
'미혼모'는 없었다!: 만들어지는 모성의 범주, '미혼모' 용어의 등장은 1970년대 전후의 일
'미혼모'를 일탈적 개인 또는 불우한 여성들로서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적 집단으로 보고 그들의 사회적 지위 그리고 성/출산/결혼 그리고 입양을 둘러싼 담론과 제도가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지를 역사적 관점을 가지고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함으로써 비로소 당대 정치 이데올로기에 부합하지 않은 개인들이을 어떻게 하나의 사회적 범주가 되었는지, 그리고 이들 집단에 어떠한 정치적 개입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 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언제 어떻게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라는 사회적 범주가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역사의 조각들을 맞추며 19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1970년대 이전 우리 사회에 '미혼모'라는 개념은 물론 용어 자체도 없었음을 발견한다.
역사적으로 언제나 '모성'은 규정되어 왔다. '어머니'의 양육 역시 언제나 당연시 되었던 것은 아니다. 어떤 어머니들은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아이를 기르는 것이, 어떤 어머니들은 아이를 부계혈연 가족에 입적시키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로 기대되었다. 또한 어떤 어머니들은 아이를 입양 보낸 뒤 다시 '여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모두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 믿도록 훈육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성'의 범주는 항상 문제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1970년대 이전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모성'은 혼혈아동을 출산한 어머니였다. 당시 서구에서 들어온 근대적 학문인 사회복지학에서는 근대의 가족질서에 맞지 않는 혼외 출산 여성들을 'unwed mothers'라 개념화했고 이 용어가 그대로 국내에 유입되어 혼혈아동을 출산한 어머니를 규정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후 자본주의 경제가 발전하고 근대 국가로서의 면모를 더욱 갖추어 나가는 1970년대 어머니가 될 수 없는 모성의 범주에 변화가 일어난다. 드디어 '미혼모'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핵가족이 이상화되는 가운데 결혼제도 밖에서 출산을 한 모든 여성들이 이 '미혼모'의 범주 안에 포섭되었다. 해외입양을 전담하던 입양기관들은 이때부터 '미혼모 상담'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해외로부터 친권포기 상담 전문가를 초빙하여 국내 사회복지사들을 대상으로 미혼모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아이를 포기할 수 있는 방법을 훈련시키는 한편 '미혼모'에 대한 이해가 없던 정부를 설득하고 미혼모의 '갱생'과 아동의 입양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 지지를 이끌어 낸다.
근대 모성사의 복원, 그 위험 속에서 미혼모성의 미래를 전망하다
모성은 천부적인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는 한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이 기쁨과 희열만이 아니라 죄책감, 우울, 슬픔까지 매우 다양하게 발현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혼한 여성에게는 기쁨과 희열만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언설화되며 양육의 모든 책임을 떠안기는 한편, 미/비혼 상태에서 임신한 여성에게서는 죄책감과 우울, 슬픔만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본질화하며 양육권을 박탈하고 그들 자녀의 입양을 정당화했다는 측면에서 모성은 관념적이며 사회구성적이며 정치적이다. 즉 에이드리언 리치가 지적한 것처럼 우리 사회에는 경험적 모성과 제도적 모성 사이의 커다란 괴리가 있다.
이제 어머니로서 그들의 삶과 이야기는 새롭게 조망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들의 경험은 모성사의 한 축으로 기록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 속에 그들이 다시 희생하는 '어머니'로서 전형화되는 오류는 범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미혼모성을 역사화하는 작업은 조심스럽고 위험하다. 왜냐하면 어머니가 되거나 어머니가 되지 않는다는 선택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한쪽 방향으로만 내몰린 여성들이 그 안에서 경험하게 되는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온전히 떠안고 감내하는 것을 강요받았던 근대 젠더 체제가 그 뿌리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미혼의 모성사는 다시 쓰여야 한다.
이 책은 1부 "배제, 모성의 추방"과 2부 "기록, 모성의 소환"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 저자는 우선 '미혼모'를 사회적이고 역사적 사건으로 접근해야 함을 깨닫는 데 결정적 계기가 되었던 서구의 '베이비 스쿱 시대'와 그 시대를 관통한 서구 미혼모들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어 국내 혼외 출생아 통계 및 입양에 있어서 미혼모 자녀가 차지하는 비율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통찰은 무엇인지 서술한다. 그리고 이 통계들과 서구의 '베이비 스쿱 시대'가 결코 무관할 수 없다는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며, '아이를 버린 미혼모'라는 언설은 당대의 가족과 젠더 정치의 긴밀한 연관 속에 구성된 것임을 논한다. 2부에서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부터 2010년대 중후반까지 성, 사랑, 결혼, 가족에 대한 담론과 제도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그리고 이와 맞물려 미혼모에 대한 인식과 담론은 어떻게 변화하고 그들의 사회적 지위는 어떻게 변화하였는지 추적하고 있다. 다소 방대한 시기를 다루고 있어 자칫 개괄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저자는 결혼/가족, 입양, 그리고 미혼모 당사자의 인식과 행위성을 세 개의 층위로 나누어 분석한다. 근대 이후 정비된 가족 제도와 입양 제도 그리고 가정에 관한 담론들과 입양 실천이 시대에 따라 미혼 모성을 어떻게 위치 짓고 의미화했는지, 또한 행위자로서의 미혼모는 자신의 모성을 어떻게 의미화하고 재해석하며 제도와 담론에 도전해 왔는지의 분석을 통해 '어머니'라는 경계에서 경합하고 있는 미혼 모성의 역사성을 탐구하고 있다. 저자는 당대의 인식과 제도가 미혼모라는 사회적 집단을 만들고 그들의 행위성을 구성했던 것처럼 향후 우리 사회 미혼모를 한 명의 어머니로, 미혼모와 자녀로 구성된 가족을 하나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의 담론과 제도가 변화하여야 함을 주장한다.
목차
목차
감사의 글
글을 시작하며
1부 / 배제, 모성의 추방
1장 침묵의 역사
2장 역사적 장으로서의 미혼 모성
3장 세 개의 퍼즐 맞추기: '미혼모', '가족', '입양'
2부 / 기록, 모성의 소환
1장 근대의 전환기: 요보호 아동의 재배치와 '양육할 수 없는 어머니' 경계 만들기
2장 근대 국가로의 성장기: '어머니'에서 '불우 여성'으로
3장 후기 근대 '가족'과 '입양', 경합하는 담론 속의 '미혼 모성'
글을 마치며
참고문헌
글을 시작하며
1부 / 배제, 모성의 추방
1장 침묵의 역사
2장 역사적 장으로서의 미혼 모성
3장 세 개의 퍼즐 맞추기: '미혼모', '가족', '입양'
2부 / 기록, 모성의 소환
1장 근대의 전환기: 요보호 아동의 재배치와 '양육할 수 없는 어머니' 경계 만들기
2장 근대 국가로의 성장기: '어머니'에서 '불우 여성'으로
3장 후기 근대 '가족'과 '입양', 경합하는 담론 속의 '미혼 모성'
글을 마치며
참고문헌
저자
저자
권희정
문학에 심취하여 대학에서 일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사회의 모순을 이해하기 위한 해답은 문학에 있지 않음을 느끼고 이후 인류학으로 전공을 바꾼다. 가족과 젠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혼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2008년 한국의 미혼모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그들의 양육권을 보호할 목적으로 국내에 들어와 활동을 시작한 미국의 입양부 리차드 보아스 박사를 만난다. 그가 설립한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사무국장으로 이후 약 5년간 활동했다. 그간 전혀 알지 못했던 미혼모 문제와 마주하며 문제는 미혼모에게 있는 것이 아닌 사회에 있음을 깨닫고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를 분석하여 2014년 박사논문 "한국의 미혼모성에 관한 연구: 근대 이후 가족과 입양제도의 변화 및 실천을 중심으로"를 완성한다. 오랜 강사 생활과 박사학위 후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의 연구원 생활을 잠시 했으나 현재 1인 출판사 안토니아스를 설립하고 미혼모 이야기 수집, 관련 서적 번역 및 출판을 통해 미혼모에 관한 관점이 두 가지 양극 즉 억압 또는 구원의 대상을 벗어나 온전한 개체로서 이해할 수 있는 지식과 담론 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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