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마지막 춤
박무형 수필집
피천득의 〈보스턴 심포니〉를 처음 만나고 수필의 매력에 빠져 문청의 꿈을 꿔 왔다는 저자는 공직에서 정년퇴임 후에야 그 꿈을 좇아 문단에 나오고 작품 활동을 꾸준히 해온 작가의 글이다. 산문이지만 운율이 살아 있고 형상화가 이루어져 작품 한 편 한 편이 아련한 그리움과 서정이 가득하다. 33편의 작품은 어느 페이지부터 읽어도 글맛에 푹 빠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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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추월이 누나〉는 어릴 적 고향인 삼천포에서 경험했던 일을 서정적으로 그려냈다. 당시 작가가 살던 집 가까이 K관집에서 일한 추월이 누나에 얽힌 이야기다. 언제나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추월이 누나를 묘사한 부분은 작가의 필력에 빨려들게 한다. 무릎 상처를 치료해준 추월이 누나가 손에 쥐여 준 고두밥 한 주먹을 기억하며 그때의 내면을 곰살갑게 풀어간 문장들은 호흡을 가다듬고 몰입하게끔 이끈다. 〈갈채다방〉은 서울 도심 한복판의 시대적 문화를 독자에게 생생하게 영상으로 보여주는 느낌이 일 정도로 형상화되어 있다. 표제이기도 한 〈아버지의 마지막 춤〉은 담담하게 묘사했지만 가슴 밑바닥까지 건드리는 울림을 안겨준다. 한량기가 다분하여 진주 기방에도 드나들고 몇 가지 악기도 능숙하게 다룰 만큼 끼가 다분했던 아버지는 어머니 속도 꽤 썩혔지만 인생을 즐길 줄 아시는 멋쟁이셨다. 돌아가시기 전 '발뒤꿈치와 어깨를 들썩들썩 들었다 놓으며 양팔을 갈매기 날갯짓처럼 덩실덩실 춤추던 아버지' 모습을 감칠맛 나게 형상화해냈다. 작가 박무형은 작품 소재가 일상의 발견에서부터 〈마늘을 까며〉 같은 작품은 사물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눙치는 위트가 재미도 안겨준다. 이 밖에도 오페라 등에 조예가 깊어 소재의 다양성과 예리한 감수성이 작품 곳곳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오게 한다.
깨진 무릎을 아파하던 참에 마침 추월이 누나가 쫓아 나와서 나를 K여관 안으로 데려갔다. 여러 방이 죽 늘어서 있는, 어둠침침한 긴 마루 끝에 나를 앉혀놓고 피멍이 든 무릎 상처에 머큐로크롬을 바르고 입김으로 후후 불어주었다. 그때 깨인 살갗으로 파고드는 소독약의 쓰림에 오만상을 찌푸리면서도 그녀의 하얀 목덜미의 고운 선을 보고 참 아름답다고 느꼈던 것 같다. 가슴속에서 콩닥거리는 소리가 들렸을 것이다. 그녀가 김이 무럭무럭 나는 고두밥을 한 움큼 내 손에 쥐여 주었을 때 가슴이 폭발할 것만 같았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추월이 누나〉 중에서
잠시 쉬면서 어리어리한 눈으로 껍질 벗은 마늘을 바라보았다. 불빛에 비친 마늘의 속살이 하얗고 뽀?다. 그것에 잠자리 날개 같은 엷은 선홍빛 보늬가 있는 듯 없는 듯 감싸고 있다. 그러고 보니 마늘 한 알 한 알이 젊은 여인의 누드처럼 꽤나 요염해 보였다. '마늘각시'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렇게 딱딱하고 쭉정이 같던 껍질들 속에서 이렇게 나긋하고 해말갛게 생긴 마늘각시들이 줄지어 나오다니! 나는 이들 아리따운 마늘각시에 둘러싸여 짐짓 황홀해졌다. 아내는 옆에서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은밀한 이 기분, 얼마만의 낭만인지 몰랐다.
-〈마늘을 까며〉 중에서
어느 날은 노경에 접어든 여인 여럿이 마포 집을 찾아왔다. 아버지의 한량 시절 행락을 함께 즐겼던 모임의 '여친들'이라 했다. 서울로 관광을 왔다가 어렵사리 수소문해서 찾아왔던 것이다. 마침 아버지와 집 마당에서 맞닥뜨렸는데 그들은 반가워서 어쩔 줄 모르고 한데 엉겨 덩실덩실 춤을 추며 왁자지껄했다. 나는 그때 아버지가 춤추는 것을 처음 보았다. 발뒤꿈치와 어깨를 들썩들썩 들었다 놓으며 양팔을 갈매기 날갯짓처럼 덩실덩실 돌며 한 곡조 읊었다.
-〈아버지의 마지막 춤〉 중에서
목차
목차
1.
추월이 누나 10 갈채다방 17 〈보스턴 심포니〉에 반하다 23 아버지의 마지막 춤 28
내 사춘기의 연못 39 드디어 아내가 웃었다 49
2.
마늘을 까며 56 레드의 얼굴 61 추억의 보물찾기 67 어머니의 초상 73
럭비처럼 쿨한 인생은 없을까 89 안녕하신지, 미즈 트래비스 96
3.
어떤 술대접 110 나의 음악 편력 116 팔불출 122 웃어준 장승과의 이별 128
주홍빛 줄무늬 우산 134 우린 과연 호모 비블로스인가 139
4.
갯벌에서 생긴 일 148 한 리더의 신화 154 어느 친구 이야기 161 산길 168
토스카의 희극 173
5.
가벼울 때 행복하다 180 나의 애마 185 화장과 성형 191
아다지오 소스테누토 198 지워지지 않는 잔상 204
6.
읽는 즐거움, 쓰는 괴로움 212 비 내린 그날의 일진 218
서울, 어제와 오늘 224 가방 231 4월을 보내며 236
저자
저자
부산 동래고, 국제대 경제학과, 연세대 교육대학원 졸업.
교육부·서울시교육청, 국립대학교, 중등학교 등
교육기관에서 교육행정공무원으로 33년간 재직.
한국학술진흥재단 기획실장, 경상대학병원 상임감사 역임.
2010년 《에세이21》 등단.
(사)한국수필문학진흥회 이사, 산영수필문학회,
남강문학회, 한국문인협회, 일현수필문학회,
맑은내문우회 회원.
수필집 《아버지의 마지막 춤》, 그 외 공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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