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동네의 하루
잊혀진 동네에 관한 열 편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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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 출판사의 두번째 단행본 〈평범한 동네의 하루〉는 독립출판 작가 열 명의 동네에 대한 기억의 조각을 모아 엮은 산문집이다. 2020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사업에 선정되된 이 책은, 지극히 사소하지만 바로 그러하기에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동네의 이야기가 담긴 기록서다.
출발점은 같았으나 작가들이 풀어놓은 동네의 서사는 열 갈래를 훌쩍 넘어 다채롭게 뻗어나간다. 묻어뒀던 과거를 직면하는 일, 지나간 인연에 대한 아쉬움, 좋았던 시절에 대한 애틋함과 새로운 동네에 대한 애정까지. 처음 이 책을 기획할 때만 하더라도 결코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를 작가들은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그렇게 더욱 풍성하고 깊은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다.
출발점은 같았으나 작가들이 풀어놓은 동네의 서사는 열 갈래를 훌쩍 넘어 다채롭게 뻗어나간다. 묻어뒀던 과거를 직면하는 일, 지나간 인연에 대한 아쉬움, 좋았던 시절에 대한 애틋함과 새로운 동네에 대한 애정까지. 처음 이 책을 기획할 때만 하더라도 결코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를 작가들은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그렇게 더욱 풍성하고 깊은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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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독립출판 작가 10인이 모은 기억의 조각보
지하철에서 한 번도 목적지가 된 적 없는 동네,
이름조차 낯선 동네의 뒷골목을 걷다
일원본동·쿠퍼티노 류기일
산곡동 권오훈
구의동 황은주
노량진동 나주영
창천동 박초롱
해방촌 곽민지
이매동 박아름
삼평동 정은하
성북동 구 달
당수동 황유미
딴짓 출판사의 두번째 단행본 『평범한 동네의 하루』는 독립출판 작가 열 명의 동네에 대한 기억의 조각을 모아 엮은 산문집이다. 2020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사업에 선정되된 이 책은, 지극히 사소하지만 바로 그러하기에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동네의 이야기가 담긴 기록서다. 출발점은 같았으나 작가들이 풀어놓은 동네의 서사는 열 갈래를 훌쩍 넘어 다채롭게 뻗어나간다. 묻어뒀던 과거를 직면하는 일, 지나간 인연에 대한 아쉬움, 좋았던 시절에 대한 애틋함과 새로운 동네에 대한 애정까지. 처음 이 책을 기획할 때만 하더라도 결코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를 작가들은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그렇게 더욱 풍성하고 깊은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다.
왜, '평범한 동네'의 이야기일까?
이른바 '핫한 길'이 넘쳐난다. 망리단길이나 연트럴파크, 샤로수길처럼 맛집과 눈요깃거리가 많은 동네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한다. 유튜버와 블로거들이 들렀다는 가게에서 밥을 먹으려면 한두 시간씩 줄을 서는 건 예사고,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월세와 권리금에 원 거주민들은 동네에서 밀려나 도망치듯 떠난다. 동네의 가치는 '부동산'의 논리로만 평가된 지 오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허전하다. '핫플레이스'가 아니라면 우리가 어떤 동네를 궁금해할 일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일도 없는 걸까? 지하철에서 한 번도 목적지가 된 적 없는 동네, 행정구역상의 이름조차 낯선 동네가 궁금했다. 구의동과 이매동, 일원본동과 산곡동, 삼평동과 당수동…… 나와 내 친구, 우리 주변 누군가의 고향이자 삶터인 그곳. 급조된 감성과 힙함 대신 조금 낯설지만 오래 묵은 향기가 있는 누군가의 동네에 발걸음하고 싶었다.
강남은 지천으로 논밭이었고 잠실은 누에 치던 동네였다는 할머니의 산역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모두에게는 장소에 얽힌 기억이 있다. 빨리 잊고 싶은 고됨이 스며 있는 곳이든, 밋밋한 일상이 고여 있는 곳이든,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곳이든, 각자의 기억이 모여 동네는 존재한다. 『평범한 동네의 하루』의 저자들이 풀어놓은 건 동네의 기억이자 그 시기를 지나온 자신과의 마주함이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찾게 되었을 때, 저자들은 옛 동네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임에 자못 놀란다. 변하지 않은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기억은 빠르게 소환되고, 매일 바쁘게 지나느라 알지 못했던 성장을 깨닫게 된다.
잊고 싶었던 과거의 동네, 그리고 과거의 나
『평범한 동네의 하루』의 동네에 따스한 과거의 기억만 소환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제발 벗어나고 싶은 장소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일 수도 있을 터. 권오훈ㆍ나주영 작가는 그때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포기하며 '망했다'는 말을 쓰는 아이들을 보며, 그 아이들이 바라보는 미래가 가끔씩 내게도 보였다. 나의 지난날이 생각났다. 늘 뭔가에 억눌려 있어 욱하고 감정이 터지곤 했던 나. 사실은 엄마 아빠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나. 학교에 다녀오면 텅 빈 집 식탁 위 엄마의 쪽지 대신 누군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기를 바랐던 나. 폐렴으로 입원하면서도 병원비 걱정을 내색 않으려는 엄마의 눈치를 보았던 나. 누나가 장학금 때문에 갈 수 있는 대학보다 훨씬 낮게 지원하길 바라지 않았던 나. 벼랑 끝에 한 손으로 매달린 느낌으로, 마지막 기회라 믿으며 공부하고 싶지 않던 나. 떠나보낸 줄 알았던 것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솔직하게 인정해야 했다.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나의 세계는 바뀌지 않았다. 인생의 멱살을 잡고 쓰러뜨렸다고 믿었던 건 착각이었다. 내가 시작된 동네를 끔찍이도 혐오했던 시절과, 그로부터 벗어나려 분투한 시절과, 완전히 새로 태어났다고 느낀 시절을 지나왔을 뿐이었다. _「사실은 그 불이 꺼진 적 없다는 걸」 중에서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가 언제 일어나는지, 언제 잠을 자는지, 언제 밥을 먹는지, 언제 집을 나서는지, 샤워는 얼마나 하는지, 누구와 통화를 하는지, 무슨 드라마를 보는지, 요새 아프지는 않은지 같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모르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이름 없는 이웃들이었다. _「고시원-1평들이 모여 이루는 누군가의 동네」 중에서
내가 선택한 나의 동네에서 살아가는 법
그런가 하면 나고 자란 동네를 떠나 스스로 삶터를 선택하고, 그곳의 이웃들과 어우러지며 새로운 '고향'을 찾게 된 이들도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느슨한 연대가 좋아 해방촌으로 이사 온 곽민지 작가는 잃어버린 개를 찾아주며 생긴 소동극을 해방촌의 정경과 함께 풀어놓는다. 서울은 아니지만 시골도 아닌 동네 남양주에서 살다가 홍대로 이사 온 박초롱 작가는 창천동과 성산동의 사람 사는 맛에 반해 밤에만 문을 여는 작은 바를 운영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자의 모습으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누구보다 끈끈하게 연대하는 동네. 1인 가구와 3대 대가족이 공존하는 동네. ENFP의 화신이어서 사람과의 관계를 누구보다 사랑하면서도 심리적인 나만의 공간은 확고히 갖고 싶은 내게도 잘 맞는 동네다. 나이도 성향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명절과 생일을 함께 보내고, 옥상과 차량을 공유하고, 술은 통일해 마시지 않더라도 겨울 대방어는 클수록 맛있으니 모여서 먹는, 하지만 비건 일행도 군말 없이 배려하는 친구들을 나는 여기에서 다 만났다. 철학과 섹스까지 모든 주제를 밤새 말할 수 있지만 나의 섹스나 나의 철학을 파고들거나 공격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관계도 여기서 참 많이 만났다. _「나와 외국인과 흰 삽살개」 중에서
그 동네가 마음에 들어 나는 성산동에 북바를 냈다. 책을 읽으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가게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깊숙한 골목에 있어(심지어 막다른 골목이었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늘 길을 헤맸다. 그곳에서 낮에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 길 가는 사람들을 구경했고, 밤에는 섬처럼 떠오른 바에 찾아오는 동네 주민들을 맞이했다. 한낮에 창가에 앉아 있으면 길 건너 단독주택에서 '난닝구'를 입은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는 걸 볼 수 있었고,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조금씩 커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내가 문을 열기도 전에 가게 앞에 앉아 있는 단골 손님과,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기다리는 친구도 생겼다. 홍대의 번잡함이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는 조용한 동네였다. _「언젠가는 별다를 게 없어지더라도」 중에서
그 밖에도 『평범한 동네의 하루』에는 '구경욕'을 채울 수 있는 서울의 두리번거림에 익숙해져 있다가 갑자기 정확한 목적지를 찍어야 하는 쿠퍼티노 근교의 삶으로 옮겨온 류기일 작가의 글, 우연히 찾은 고향에서 어떤 질문을 받고 오래된 인연을 떠올린 황은주 작가의 글, '신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해져버릴 정도로 오래된 동네에서 옛 기억을 끄집어올린 박아름 작가의 글, 떠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리워져버린 기술 골짜기의 풍경을 떠올린 정은하 작가의 글, 두 발로 서울 어디든 갈 수 있는 성북동 산책자 구달 작가의 글, 온 가족이 갑자기 떠난 '참 좋았던 시절' 동네에서 보낸 하루의 이야기를 담은 황유미 작가의 글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평범한 동네의 하루를 기록하는 건 그래서 사사로운 기억의 복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열 명의 기억의 조각보를 모아 만든 지도가, 오늘 내 삶은 무사한지 들여다보는 질문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질문의 지도를 그려보는 건 모두가 잠시 멈춰선 지금의 일상에서 더욱 중요한 일이라 믿는다. 당신의 동네는 어떤 모습인가.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곳인가.
지하철에서 한 번도 목적지가 된 적 없는 동네,
이름조차 낯선 동네의 뒷골목을 걷다
일원본동·쿠퍼티노 류기일
산곡동 권오훈
구의동 황은주
노량진동 나주영
창천동 박초롱
해방촌 곽민지
이매동 박아름
삼평동 정은하
성북동 구 달
당수동 황유미
딴짓 출판사의 두번째 단행본 『평범한 동네의 하루』는 독립출판 작가 열 명의 동네에 대한 기억의 조각을 모아 엮은 산문집이다. 2020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사업에 선정되된 이 책은, 지극히 사소하지만 바로 그러하기에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동네의 이야기가 담긴 기록서다. 출발점은 같았으나 작가들이 풀어놓은 동네의 서사는 열 갈래를 훌쩍 넘어 다채롭게 뻗어나간다. 묻어뒀던 과거를 직면하는 일, 지나간 인연에 대한 아쉬움, 좋았던 시절에 대한 애틋함과 새로운 동네에 대한 애정까지. 처음 이 책을 기획할 때만 하더라도 결코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를 작가들은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그렇게 더욱 풍성하고 깊은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다.
왜, '평범한 동네'의 이야기일까?
이른바 '핫한 길'이 넘쳐난다. 망리단길이나 연트럴파크, 샤로수길처럼 맛집과 눈요깃거리가 많은 동네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한다. 유튜버와 블로거들이 들렀다는 가게에서 밥을 먹으려면 한두 시간씩 줄을 서는 건 예사고,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월세와 권리금에 원 거주민들은 동네에서 밀려나 도망치듯 떠난다. 동네의 가치는 '부동산'의 논리로만 평가된 지 오래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허전하다. '핫플레이스'가 아니라면 우리가 어떤 동네를 궁금해할 일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일도 없는 걸까? 지하철에서 한 번도 목적지가 된 적 없는 동네, 행정구역상의 이름조차 낯선 동네가 궁금했다. 구의동과 이매동, 일원본동과 산곡동, 삼평동과 당수동…… 나와 내 친구, 우리 주변 누군가의 고향이자 삶터인 그곳. 급조된 감성과 힙함 대신 조금 낯설지만 오래 묵은 향기가 있는 누군가의 동네에 발걸음하고 싶었다.
강남은 지천으로 논밭이었고 잠실은 누에 치던 동네였다는 할머니의 산역사까지는 아니더라도, 모두에게는 장소에 얽힌 기억이 있다. 빨리 잊고 싶은 고됨이 스며 있는 곳이든, 밋밋한 일상이 고여 있는 곳이든, 소중한 이를 떠나보낸 곳이든, 각자의 기억이 모여 동네는 존재한다. 『평범한 동네의 하루』의 저자들이 풀어놓은 건 동네의 기억이자 그 시기를 지나온 자신과의 마주함이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흘러 다시 찾게 되었을 때, 저자들은 옛 동네가 변하지 않고 그대로임에 자못 놀란다. 변하지 않은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기억은 빠르게 소환되고, 매일 바쁘게 지나느라 알지 못했던 성장을 깨닫게 된다.
잊고 싶었던 과거의 동네, 그리고 과거의 나
『평범한 동네의 하루』의 동네에 따스한 과거의 기억만 소환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제발 벗어나고 싶은 장소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일 수도 있을 터. 권오훈ㆍ나주영 작가는 그때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사소한 일에도 쉽게 포기하며 '망했다'는 말을 쓰는 아이들을 보며, 그 아이들이 바라보는 미래가 가끔씩 내게도 보였다. 나의 지난날이 생각났다. 늘 뭔가에 억눌려 있어 욱하고 감정이 터지곤 했던 나. 사실은 엄마 아빠와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나. 학교에 다녀오면 텅 빈 집 식탁 위 엄마의 쪽지 대신 누군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기를 바랐던 나. 폐렴으로 입원하면서도 병원비 걱정을 내색 않으려는 엄마의 눈치를 보았던 나. 누나가 장학금 때문에 갈 수 있는 대학보다 훨씬 낮게 지원하길 바라지 않았던 나. 벼랑 끝에 한 손으로 매달린 느낌으로, 마지막 기회라 믿으며 공부하고 싶지 않던 나. 떠나보낸 줄 알았던 것들이 아직 남아 있었다. 솔직하게 인정해야 했다. 나는 달라지지 않았다. 나의 세계는 바뀌지 않았다. 인생의 멱살을 잡고 쓰러뜨렸다고 믿었던 건 착각이었다. 내가 시작된 동네를 끔찍이도 혐오했던 시절과, 그로부터 벗어나려 분투한 시절과, 완전히 새로 태어났다고 느낀 시절을 지나왔을 뿐이었다. _「사실은 그 불이 꺼진 적 없다는 걸」 중에서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가 언제 일어나는지, 언제 잠을 자는지, 언제 밥을 먹는지, 언제 집을 나서는지, 샤워는 얼마나 하는지, 누구와 통화를 하는지, 무슨 드라마를 보는지, 요새 아프지는 않은지 같은 것들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를 모르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이름 없는 이웃들이었다. _「고시원-1평들이 모여 이루는 누군가의 동네」 중에서
내가 선택한 나의 동네에서 살아가는 법
그런가 하면 나고 자란 동네를 떠나 스스로 삶터를 선택하고, 그곳의 이웃들과 어우러지며 새로운 '고향'을 찾게 된 이들도 있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느슨한 연대가 좋아 해방촌으로 이사 온 곽민지 작가는 잃어버린 개를 찾아주며 생긴 소동극을 해방촌의 정경과 함께 풀어놓는다. 서울은 아니지만 시골도 아닌 동네 남양주에서 살다가 홍대로 이사 온 박초롱 작가는 창천동과 성산동의 사람 사는 맛에 반해 밤에만 문을 여는 작은 바를 운영하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자의 모습으로 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누구보다 끈끈하게 연대하는 동네. 1인 가구와 3대 대가족이 공존하는 동네. ENFP의 화신이어서 사람과의 관계를 누구보다 사랑하면서도 심리적인 나만의 공간은 확고히 갖고 싶은 내게도 잘 맞는 동네다. 나이도 성향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명절과 생일을 함께 보내고, 옥상과 차량을 공유하고, 술은 통일해 마시지 않더라도 겨울 대방어는 클수록 맛있으니 모여서 먹는, 하지만 비건 일행도 군말 없이 배려하는 친구들을 나는 여기에서 다 만났다. 철학과 섹스까지 모든 주제를 밤새 말할 수 있지만 나의 섹스나 나의 철학을 파고들거나 공격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관계도 여기서 참 많이 만났다. _「나와 외국인과 흰 삽살개」 중에서
그 동네가 마음에 들어 나는 성산동에 북바를 냈다. 책을 읽으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가게다. 믿을 수 없을 만큼 깊숙한 골목에 있어(심지어 막다른 골목이었다) 처음 오는 사람들은 늘 길을 헤맸다. 그곳에서 낮에는 창가 테이블에 앉아 길 가는 사람들을 구경했고, 밤에는 섬처럼 떠오른 바에 찾아오는 동네 주민들을 맞이했다. 한낮에 창가에 앉아 있으면 길 건너 단독주택에서 '난닝구'를 입은 아저씨가 담배를 피우는 걸 볼 수 있었고, 새끼 고양이 세 마리가 조금씩 커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내가 문을 열기도 전에 가게 앞에 앉아 있는 단골 손님과, 가게 문을 닫을 때까지 기다리는 친구도 생겼다. 홍대의 번잡함이 다른 세계처럼 느껴지는 조용한 동네였다. _「언젠가는 별다를 게 없어지더라도」 중에서
그 밖에도 『평범한 동네의 하루』에는 '구경욕'을 채울 수 있는 서울의 두리번거림에 익숙해져 있다가 갑자기 정확한 목적지를 찍어야 하는 쿠퍼티노 근교의 삶으로 옮겨온 류기일 작가의 글, 우연히 찾은 고향에서 어떤 질문을 받고 오래된 인연을 떠올린 황은주 작가의 글, '신도시'라는 이름이 무색해져버릴 정도로 오래된 동네에서 옛 기억을 끄집어올린 박아름 작가의 글, 떠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리워져버린 기술 골짜기의 풍경을 떠올린 정은하 작가의 글, 두 발로 서울 어디든 갈 수 있는 성북동 산책자 구달 작가의 글, 온 가족이 갑자기 떠난 '참 좋았던 시절' 동네에서 보낸 하루의 이야기를 담은 황유미 작가의 글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평범한 동네의 하루를 기록하는 건 그래서 사사로운 기억의 복원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열 명의 기억의 조각보를 모아 만든 지도가, 오늘 내 삶은 무사한지 들여다보는 질문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그렇게 질문의 지도를 그려보는 건 모두가 잠시 멈춰선 지금의 일상에서 더욱 중요한 일이라 믿는다. 당신의 동네는 어떤 모습인가.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 곳인가.
목차
목차
모두가 토박이인 동네에서, 모두가 전학생인 동네로
일원본동·쿠퍼티노
사실은 그 불이 꺼진 적 없다는 걸
산곡동
지금 우리는 어디까지 온 걸까?
구의동
고시원-1평들이 모여 이루는 누군가의 동네
노량진동
언젠가는 별다를 게 없어지더라도
창천동
나와 외국인과 흰 삽살개
해방촌
오래된 신도시
이매동
판교의 기술 골짜기
삼평동
계속 걷게 만드는 동네
성북동
참 좋았던 시절
당수동
일원본동·쿠퍼티노
사실은 그 불이 꺼진 적 없다는 걸
산곡동
지금 우리는 어디까지 온 걸까?
구의동
고시원-1평들이 모여 이루는 누군가의 동네
노량진동
언젠가는 별다를 게 없어지더라도
창천동
나와 외국인과 흰 삽살개
해방촌
오래된 신도시
이매동
판교의 기술 골짜기
삼평동
계속 걷게 만드는 동네
성북동
참 좋았던 시절
당수동
저자
저자
류기일
전직 책 편집자. 현재 캘리포니아에 산다. 가끔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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