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날: AI 시대의 일상혁명 이야기
최고가 아닌 최적의 삶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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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AI가 산업과 교육은 물론 일상생활까지 뒤흔드는 오늘의 상황에서, 소수에게 ‘최고의 삶’을 약속하는 AI혁명을 뒤따라가기보다 지금 여기서, 다수가 ‘최적의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일상혁명을 시작하자고 주장한다. 그동안 일상용품의 수동적 소비자로 살아오느라 망각해온 우리의 몸과 마음의 잠재력을 일깨워 자신의 삶을 “작품”으로 만드는 일상생활의 창조적 생산자로 거듭나자는 것이다. 저자는 그 방법을 4개 장, 50개의 짧은 이야기들로 다채롭게 예시한다.
4개 장의 표제는 몸의 변화에서 시작해 마음의 변화에 이르는 일상혁명의 복잡한 여정을 기-승-전-결의 흐름으로 이어주는 이정표로 제시된다. 인력과 척력의 변증법을 활성화해 굳어 있는 몸의 탄력성을 높이고(기; 1장 몸의 자유), 도시의 회색빛 죽은 공간의 배치를 바꿔 생명의 감정이 살아 숨 쉬는 장소로 변화시키며(승; 2장 공간의 감정), 소원해진 사람들 사이에서 활기찬 흥의 네트워크를 만들면서(전; 3장 관계의 흥), 6가지 마음의 기본 능력들을 연결해 새롭게 펼치는 과정(결; 4장 마음의 축제).
1~3장은 7세대의 남녀노소 주인공들이 고군분투하며 일상생활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가상의 일상다큐축제에 선보이는 짝수갈래 이야기 21개와 이 이야기들을 접한 네티즌들이 인터넷, SNS에 올리는 감상과 저마다의 실천에 관한 홀수갈래 이야기 21개로 구성된다. 마지막 4장 〈마음의 축제〉는 사회적 비교로 위축된 우리의 마음을 감각, 오성, 욕망, 이성, 감정, 판단력이라는 6가지 기본능력들의 연결을 통해 확장하는 8개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시, 단편소설, 에세이, 철학적 단상, 일기, 동화 등 다양한 장르들을 혼성한 형식의 50개 이야기들은 〈오래된 이야기의 전통〉과 〈근대문학〉의 장점을 결합해 사회적 삶의 토대이면서도 소흘히 취급되어온 일상성에 새로운 조명을 비춘다. 이를 통해 저자는 서로 분리되어 있는 일상성과 문학성과 이야기성의 긴밀한 협응을 촉진하는 〈통섭적-다성적-대화적〉인 새로운 이야기 형식을 모색한다.
4개 장의 표제는 몸의 변화에서 시작해 마음의 변화에 이르는 일상혁명의 복잡한 여정을 기-승-전-결의 흐름으로 이어주는 이정표로 제시된다. 인력과 척력의 변증법을 활성화해 굳어 있는 몸의 탄력성을 높이고(기; 1장 몸의 자유), 도시의 회색빛 죽은 공간의 배치를 바꿔 생명의 감정이 살아 숨 쉬는 장소로 변화시키며(승; 2장 공간의 감정), 소원해진 사람들 사이에서 활기찬 흥의 네트워크를 만들면서(전; 3장 관계의 흥), 6가지 마음의 기본 능력들을 연결해 새롭게 펼치는 과정(결; 4장 마음의 축제).
1~3장은 7세대의 남녀노소 주인공들이 고군분투하며 일상생활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가상의 일상다큐축제에 선보이는 짝수갈래 이야기 21개와 이 이야기들을 접한 네티즌들이 인터넷, SNS에 올리는 감상과 저마다의 실천에 관한 홀수갈래 이야기 21개로 구성된다. 마지막 4장 〈마음의 축제〉는 사회적 비교로 위축된 우리의 마음을 감각, 오성, 욕망, 이성, 감정, 판단력이라는 6가지 기본능력들의 연결을 통해 확장하는 8개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시, 단편소설, 에세이, 철학적 단상, 일기, 동화 등 다양한 장르들을 혼성한 형식의 50개 이야기들은 〈오래된 이야기의 전통〉과 〈근대문학〉의 장점을 결합해 사회적 삶의 토대이면서도 소흘히 취급되어온 일상성에 새로운 조명을 비춘다. 이를 통해 저자는 서로 분리되어 있는 일상성과 문학성과 이야기성의 긴밀한 협응을 촉진하는 〈통섭적-다성적-대화적〉인 새로운 이야기 형식을 모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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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소수에게 '최고'의 삶을 약속하는 'AI혁명'에 맞서
다수가 '최적'의 삶을 향유하는 '일상혁명'!
수동적 소비자로 전락해 망각했던 몸과 마음의 잠재력을 활성화해
일상생활의 창조적 생산자로 전환하는 50개 이야기.
일상성과 문학성과 이야기성의 긴밀한 협응을 모색하는 〈통섭적-다성적-대화적〉인 형식.
AI혁명이 산업과 교육은 물론 일상생활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나아가 '인간 정신의 마지노선'인 음악·미술·문학 창작 및 과학 연구의 벽마저 허물고 있다. 기존 학과를 AI학과로 교체한다고 이 거대한 문명사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까? AI 시대의 일상혁명 이야기 『빛나는 날』은 기존 논의와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이 문제에 접근한다. 정보화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소수에게 〈최고의 삶〉을 약속하는 AI를 뒤따라가는 대신 다수가 향유할 수 있는 〈최적의 삶〉을 지금 여기, 일상 속에서 만들어 가야 한다는 독자적 해법이 그것이다.
인간 삶의 토대로서 동서고금 면면이 이어져온 일상생활. 작은 차이들의 반복과 상호작용으로 진화의 물꼬를 터왔을 우리들의 다채로운 일상생활. 그런 일상의 창조성이 산업화-정보화에 의해 약화되다가 이제 AI에 의해 대체될 위험에 처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점점 더 원자적 개인들로 고립되고 무기력해지는 일상을 가로질러, 자유-평등-연대의 가치들이 선순환하는 새로운 일상을 제시한다. 완전에 다가가려는 AI에게는 불완전해 보일 수 있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 가령 날씨에 따라 기분이 변하거나, 미워해야 할 사람을 더러 그리워하기도 하고, 타인들의 웃음이나 눈물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기도 하는 인간 특유의 불확실성에서 일상혁명의 단서를 끌어내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독특한 일상혁명의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먼저 인류의 '오래된 신호'에 귀 기울이자고 말한다. '너 자신을 알라'는 명령의 이면에서 '자기 배려와 타자 배려의 선순환', '몸과 마음의 자유로운 발달'이라는 신호를 찾아내 자신의 일상을 '작품'으로 만들기. 이로써 만드는 새로운 변화가 일상혁명이다. 나비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옆으로, 아래로, 위로 춤을 추며 날아간다. 어느 날 문득 우리의 일상이 나비의 신비로운 춤을 닮았을 거라는 우연한 깨달음을 갖게 된 저자는 '변화 없이 늘 똑같은 하루하루', '하찮고 시시한 나날들'이라는 무기력한 인식을 깨고 새롭게 생동하는 생명활동으로서의 일상들을 연결시켜 나간다. 미약하게 흩어진 일상이 활기차게 순환된다면 우리의 삶에도 '나비 효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꿈으로 일상 모험을 감행하는 이야기가 바로 『빛나는 날』이다.
이야기는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과도 같은 '신호'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오늘날의 혼돈의 시대에 던지는 화두다. 이로써 거대한 태풍이 되기 위해 불어가는 바람들이 이 책의 독특한 구성, 즉 나비 효과를 창발하는 형식이 된다.
우선 4개의 장은 몸의 변화에서 마음의 변화로 나아가는 개인들의 인지생태학적 발달 과정을 그리는 바람의 중심축이다. 인력과 척력의 변증법을 활성화해 굳어 있는 몸의 탄력성을 높이고(기; 1장 몸의 자유), 도시의 회색빛 죽은 공간의 배치를 바꿔 생명의 감정이 살아 숨 쉬는 장소로 변화시키며(승; 2장 공간의 감정), 소원해진 사람들 사이에서 활기찬 흥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면서(전; 3장 관계의 흥), 6가지 마음의 기본 능력들을 연결해 새롭게 펼치는 과정(결; 4장 마음의 축제).
반면 짝수와 홀수 갈래 이야기는 상, 하, 좌, 우로 춤을 추며 나아가는 나비와 이에 화답하며 점차 커지는 나비들의 비행과 닮아 있다. 7명의 남녀노소 주인공들이 고군분투하며 일상생활을 변화시키는 1장~3장의 짝수갈래 이야기 21개. '일상다큐축제'에서 7세대의 이야기들을 접한 네티즌들이 인터넷, SNS에 올리는 감상과 저마다의 실천에 관한 홀수갈래 이야기 21개.
마지막 4장은 마음의 6가지 기본 능력들을 펼치는 '마음의 축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사회적 비교로 위축된 우리 마음을 확장시키는 동력을 일구어내기를 희망한다. 확장된 마음이야말로 카오스 속 태풍의 눈처럼 일상혁명을 지속시키는 '숭고의 순간'이자, 이질적인 마음들을 연결하는 '변증법적 성좌'의 창조 원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상생활의 혁명적 변화를 위한 실용적 지혜와 통찰을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두 세기 전 독일의 작가 요한 페터 헤벨이 쓴 『이야기 보석 상자』(1811)와 유사하다. 원제 "라인지방 가정의 벗의 보석 상자"가 암시하듯 민중이 일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도록 돕는 '가정의 벗' 역할을 한 헤벨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대에 '달력이야기'라는 독립된 장르로 분류된 헤벨의 이야기와 달리 이 책은 소설, 에세이, 시, 일기, 철학적 단상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는 독특한 이야기들이다.
유진화의 『빛나는 날』은 이런 혼성적 형식으로 오래된 이야기의 전통과 근대문학의 장점을 결합해 사회적 삶의 토대인 일상성을 새롭게 일구어낸다. 은유와 환유의 언어적 기예와 상상력의 합주를 통해 내면을 깊이 탐구해 온 문학만의 고유한 장점을 살리면서 일상의 시공간과 관계들을 혁명적으로 재편하는 방식으로 마음과 마음의 연결을 촉진하는 이야기. 일상성과 문학성과 이야기성의 긴밀한 협응을 모색하는 〈통섭적-다성적-대화적〉인 이야기 형식이 그것이다.
*** 이 책의 원작은 『인간혁명에서 사회혁명까지 : 문명 전환을 위한 지식순환의 철학과 일상혁명 스토리텔링』(심광현·유진화 지음, 희망읽기, 2020)의 「2부 일상혁명 스토리텔링과 철학적 탐구의 순환」이다. 이중 유진화가 쓴 일상혁명 이야기 50개를 발췌하고, 심광현의 해제를 덧붙여 새롭게 펴낸 책이 『빛나는 날 : AI 시대의 일상혁명 이야기』이다.
촘촘한 자간에 736쪽 분량의 원작에서는 1부와 3부의 방대한 지식들과 2부의 철학적 해석들로 그 흐름이 분절되었던 이야기들이 연속적 리듬을 갖고 '일상혁명'이라는 주제를 선명히 드러내도록 재편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 가치가 재조명되기 시작한 일상생활이 AI혁명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오늘의 상황은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일상혁명'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라고 본다.
사회생활의 토대인 일상생활의 혁명
그동안 비판적 사회과학은 생산양식이 상부구조 즉 통치양식의 토대라는 점에만 주목해 왔다. 앙리 르페브르가 강조했듯이 그 '토대의 토대'가 바로 일상생활이라는 사실은 외면해온 것이다. 르페브르는 일상생활이 '소비주의 관료주의'에 의해 침식되는 과정을 비판하면서 '자주관리'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작품'으로 만들어가라고 이론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그 실천 과정 자체를 천착하지는 않았다. 반면 이 책의 저자 유진화는 이런 이론적 비판 및 요청과 공명하면서도 〈일상생활의 비판을 넘어 일상생활의 혁명〉으로 나아가는 구체적인 과정을 생생한 이야기들로 시뮬레이션한다.
과거에는 의식주의 운영과 여가 생활에서 능동적이었던 생산자가 지난 수십 년을 거치면서 수동적인 소비자로 축소되었다. 이렇게 변화된 일상의 구조는 이제 또다시 상상을 초월하게 바뀌는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에 따른 일자리의 급격한 축소, 자산·소득·문화적 양극화의 심화는 일반 민중의 일상적 소비도 턱없이 위축시킨다. 여기에 중첩된 기후위기와 경제위기는 사회적 생산 전반의 '탈성장'과 일상적 소비 패턴의 전환을 강제하고 있다. 더 이상 무차별적 소비생활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현재의 주어진 생활 조건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소비에만 의존하느라 최소한으로 사용하던 각자의 몸과 마음의 잠재력을 능동적으로 발휘해 스스로 일상생활의 운영 주체로 거듭나는 변화가 그것이다. 이 책의 이야기 「11. 대상」에서 화자가 "예쁘지 않은 이름을 가진 걸레가 더러운 것들을 깨끗하게 변화시키는 힘에 반해", "걸레라는 대상이 주는 힘을 내 팔뚝에 단단히 새겨 가고" 있듯이. 걸레질의 가쁜 숨을 돌리고, "픽션과 논픽션, 서로 다른 종류의 책 서너 권을 조금씩 돌려가며", "허구성과 사회성의 두 세계가 묘한 조화를 부리는 나만의 시공간 속에서" 희망을 읽어내듯이 말이다.
이 책의 해제자는 몸과 마음의 잠재력을 변화하는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진화해온 다양한 능력들(신체운동, 특수감각, 체성감각, 내장감각, 무의식적 지각, 정동, 감정, 충동, 욕구, 오성, 판단력, 이성, 상상력, 직관 등)의 〈복잡계 네트워크〉로 정의한다. 일상혁명은 그동안 분산되어 있던 이 능력들을 연결해 〈일상용품의 수동적 소비자〉에서 〈일상생활의 창조적 생산자〉로 거듭나는 생활양식을 뜻한다.
그런데 일상혁명은 단지 개인적인 생활양식의 구조 변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각자의 몸과 마음의 능동적 변화는 의식주의 운영과 '사회적 뇌'(거울뉴런/뇌섬엽)를 매개로 다른 이들의 몸과 마음의 변화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이런 상호작용이 누적되어 〈복잡계 네트워크의 네트워크〉가 촘촘해지면 사회생활의 구조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반면 이런 변화를 만들지 못하면 부상 중인 'AI자본주의'에 의해 심화될 자산·소득·문화의 양극화와 착취·수탈·억압의 극한 상황(최악의 경우, 정신은 메타버스의 가상현실 속에, 육체는 생체 에너지 추출 장치에 가두는 영화 〈〈매트릭스〉〉 같은 이중세계)을 제어할 수 없다.
자유-평등-연대의 가치가 선순환하는 '최적'의 삶
사회생활의 토대인 일상생활을 바꿔야만 사회생활 역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해제자에 의하면 일상혁명을 통한 몸과 마음의 '자유로운 발달'은 인간은 물론 모든 생명체의 건강한 존속을 위한 인지생태학적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몸과 마음의 '자유로운 발달'이란 〈오토포이에시스의 자유〉, 〈어포던스의 평등〉, 〈미메시스의 연대〉의 3가지 실존적 가치가 '선순환'하는 것이다.
1)오토포이에시스의 자유 : 생명체는 세포들의 자기-생산(auto-poiesis), 즉 세포 분열과 결합을 통해 자신의 능동성을 부단히 갱신한다. 직립을 통해 더 큰 '자유도'를 획득한 인간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동물보다 더 다양하고 확대된 형태의 몸과 마음의 자유로운 발달을 욕망한다.
2)어포던스의 평등 : 타고난 오토포이에시스 역량을 현실화하려면 환경이 제공하는 영양물질, 빛, 공기, 물, 땅 등 다양한 어포던스(기회·선물, affordance)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적 삶을 위해서는 이런 자연적 어포던스 외에도 문명을 통해 구성해온 다양한 재화와 문화라는 사회적 어포던스가 필요하다. 그러나 누군가 어포던스를 독점한다면 다른 이들은 삶을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자연적·사회적 어포던스의 평등 없이는 오토포이에시스의 자유도 지속 불가능하다.
3)미메시스의 연대 : 오토포이에시스의 자유를 유지하도록 어포던스의 평등을 실현하려면 서로 간의 다차원적 협력과 연대가 요구된다. 오토포이에시스 증대에 필요한 물질-에너지-기술-정보와 이를 위해 필요한 어포던스 간의 적절한 균형점을 조절하고, 공감과 모방과 협력을 확대하는 언어적-비언어적 상호작용이 바로 미메시스(mimesis)다. 이 과정에서 특정 인물이나 세력에 대한 추종으로 후퇴하지 않도록 긴장과 균형을 맞추는 민주적 협력, 즉 〈미메시스의 미메시스〉가 바로 연대다.
인지생태학적 관점에서, 인공지능 시스템의 발전이 아무리 가속화된다고 해도 인간의 잠재적 역량 모두를 대체할 수 없다. 수억 년 이상 진화해온 인간의 몸과 마음에는 다양하고 복잡한 역량들이 내재해 있다. 현재 인공지능기술은 이 역량들 중에서 〈신체〉 운동 능력, 〈무의식적 지각〉, 〈특수감각〉, 〈체성감각〉, 〈오성〉의 패턴 인식 기능을 〈역설계〉하고 있다. 조만간 복잡한 상황 변화에 적절한 결정으로 대처하는 〈판단력〉의 일부 기능(규정적 판단력)까지 알고리즘으로 개발할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생명감각〉, 〈충동〉, 〈감정〉, 〈욕망〉까지 알고리즘화하기는 어렵다(현재 감정분석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었지만 감정분석이라는 '인지적' 기능을 넘어 몸의 욕구와 현실의 일치 여부를 쾌와 불쾌로 판정, 조절하는 인간 감정의 고유한 '수행적' 기능까지 개발하기는 어렵다).
후자의 능력들은 기쁨과 슬픔, 사랑과 증오, 부러움과 시기심, 몰입과 무기력증, 흥분과 우울증이 교차하는 예측 불가능한 정서적 파도를 유발해 설계자의 의도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사이보그가 개발자의 연애를 시기해 문제를 일으키는 영화 〈〈사이보그 아담〉〉(2015)처럼 인간과 동일한 욕망을 장착한 AI는 정신분열증 환자보다 더 심각한 '오작동'의 위험이 있다. 이런 능력들의 과잉을 조절하기 위해 진화된 〈판단력〉의 나머지 부분(반성적 판단력), 〈인격〉, 〈이성〉, 〈직관〉도 알고리즘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유진화의 이야기 「1. 신호」의 시에서 "이별을 눈치채고 더 크게 부르는 소리"나, 엄마의 "밥맛이나 손맛", "눈물 젖은 빵"과, "내 숨소리를 들려주는 집"의 의미를 AI가 알기 어려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런 차이가 오히려 인공지능 매트릭스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로의 길을 억제할 사회적 연대 강화의 현실적 기반이 된다. 인공지능이 〈역설계〉하고 있는 6가지 능력들 간의 가능한 조합의 멱집합 수는 〈2?=64〉이다. 그러나 13가지 능력들의 가능한 조합의 멱집합 수는 (n=13)인 경우 〈21ⁿ=8,192〉이다. 이 개인적 조합이 인격적 대화를 통해 사회적 조합으로 확대될 경우, 그 양적 차이는 거대한 질적 차이로 증폭된다. 부상 중인 〈인공지능자본주의〉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사회적 연대 강화〉가 그것이다.
해제자는 이런 과학적 맥락에서 인공지능을 통해 자본-국가가 완성하려는 소수만의 수직적인 〈최고〉의 삶에서 다수가 함께 하는 수평적인 〈최적〉의 삶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최적의 삶〉은 환경이 주는 선물인 어포던스를 낭비하지 않고, 몸과 마음의 오토포이에시스 역량을 강화하며, 타인은 물론 자연과 미메시스하는 즐거움에 노력을 기울이는 삶이다. 저자가 이야기 「1. 신호」에서 귀를 기울이자는 "인류의 오래된 신호"의 핵심 내용이 이것이다.
안에서 느끼는 마음의 축제
해제자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최소한 4차원의 연결 구조를 갖는 〈복잡계 네트워크〉다. (1)지각-행동 고리를 만드는 전후뇌의 기능, (2)지각과 행동 사이에서 작용하는 감각(신피질)-감정(변연계)-욕망(시상하부-뇌간)과 오성-판단력-이성(전전두엽)을 연결하는 삼부뇌의 기능, (3)부분/계산(좌뇌)과 전체/직관(우뇌)을 연결하는 좌우뇌의 기능, (4)상대의 행동과 의도를 읽어내고 모방하는 거울뉴런과 공감하는 뇌섬엽의 사회적 관계 맺기 기능 등.
그러나 이 복잡한 연결망과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마음의 운동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 칸트가 체계화한 6가지 기본 능력들의 관계망은 이 간격을 좁히는 데 도움을 준다. 이야기 「43. 마음」은 마음의 다채로운 운동을 내부로부터 느끼며 사용하기에 적합한 방법을 카메라 렌즈의 작동에 비유해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마음은 몸처럼 성장하지만 또 몸과 달리 쇠퇴하지 않고 점점 성숙해지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하루하루 펼쳐지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일상 속에서 여섯 가지 마음의 능력들을 만나는" 6개 이야기를 통해 "마음의 축제"를 펼쳐 보인다. 저자는 상상력을 통해 6가지 기본 능력들을 연결하는 효과적인 사용 방법을 다양하게 예시하기도 한다. 이야기 「21. 연상」을 살펴보자.
1) "치료 기구가 굴착기보다 더한 굉음을 내며 달려들 때 산악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고 상상하기 (…) 그러자 무섭기는커녕 신나고 재미있었어. 더 큰 도전을 기다리게까지 되더군."
2) "다음 날부터 난 치과에서의 상상을 내 일상으로 끌어들였다네. 아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잔소리를 퍼부을 때, 내가 알고 있는 철학자, 과학자, 작가들을 연상해 보았어. 그랬더니 아내의 잔소리가 몹시 흥미로워지더군. 나는 아내의 잔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면서, 공감을 표현하거나 유쾌한 반문들을 던지기도 했네."
3) "제도와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상상의 세계에서 진정한 공부와 삶을 향유할 수 있다고나 할까. (…) 그리하여 일상은 나를 상상하고, 나는 일상을 상상하는 거지. 새로운 관계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네. 서로 사랑하는 애인처럼 말일세."
이야기 「18. 영원」에서 "사랑의 나무"라는 긍정적 환상을 창조함으로써 가난의 고통을 함께 이겨내고, 마지막 「50. 이야기」에서 '딥러닝'의 방법에 따라 인간을 공격하기도, 반대로 인간을 부러워하게도 되는,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다각도로 시뮬레이션하는 나나의 가족은 진정한 의미에서 '일상의 예술가'라 할 수 있다.
일상성과 이야기성과 문학성의 상호침투
많은 이들이 자율성과 자존감과 행복감을 상실한 현 상황을 넘어 서로 '연결' 되기를 갈구하고 있다. 하지만 MBTI나 SNS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마음의 내면적 깊이와 넓이를 연결하기에 단편적이고 미흡하다. 이렇게 마음의 연결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지만 정작 내면의 깊이와 넓이를 탐구해온 문학이 외면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바일 디지털 영상시대라는 환경의 변화가 일차적인 이유다. 그러나 해제자에 의하면, 바흐친이 비판했듯이 내면을 다룸에도 '단성적-독백적'인 성격이 강한 현대 소설의 스타일이 '마음들 간의 다성적 연결'에 적합하지 않아서다. 이런 이유로 해제자는 새로운 이야기 형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내면을 깊이 탐구해온 문학만의 고유한 장점을 살리면서도 일상을 재편하는 방식을 재미와 의미의 새끼줄로 엮어 마음과 마음의 연결을 촉진하는 통섭적-다성적-대화적인 이야기 형식이 그것이다.
해제자는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손〉과 언어를 사용하는 〈입술〉이 두정엽에 위치한 〈인간 뇌의 신체지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심부에서 서로 맞물려 위치한 이 영역들은 두뇌의 모든 영역들이 전달하는 정보가 수렴되고 발산되는 일종의 신경학적 플랫폼이다. 이야기는 이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손-도구 사용(1차의식)과 입술-언어 사용(고차의식)이 다중감각과 어울려 만드는 복잡 미묘한 협응의 춤처럼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누는 과정이자 매체인 것이다.
수천수만 갈래로 분업화된 사회적 노동의 치열한 경쟁과 콘텐츠산업이 만드는 수많은 이야기들의 홍수에 휩쓸리는 오늘의 상황에서 이런 '협응'의 경험을 만들고, 나누는 일이 가능한 것일까? 유진화의 '일상혁명 이야기'는 그 가능성을 두 가지 측면에서 찾는다.
1) 벤야민이 이야기의 원천이라고 밝힌 노동과 경청의 수공업적 공동체가 완전히 소멸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공통된 의식주를 일구어가는 일상생활 속에 잔존하거나 새로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2) 우리 모두에게 내재된 다양한 마음의 능력들이 지향하는 바가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점에 있다. 이 두 측면은 손-도구를 사용해 일상을 영위하는 경험(1)과 입술-언어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경험(2)의 '협응', 즉 공통의 장을 형성하는 XY 좌표와 같은 것이다. 이야기 「11. 대상」에서 이 좌표가 일상 속에서 구현된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천 원, 이천 원의 푼돈으로 상호부조가 이루어지는 재래시장. 소박한 생계로 상인과 손님이 연결된 이 대상은 나에게 민초의 힘을 불어넣어 준다. (…)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가는 시외버스는 우리가 모두 흔들리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 소요 속에서 창밖의 풍경은 변화한다. (…) 내게서 나오는 생생한 리듬이 풍경의 변화를 더욱 깊어지게 한다는 (…) (필자; 일상다큐축제에서) 사람들은 자기의 일상생활을 생산물처럼 펼쳐 놓고 모처럼 마음껏 스스로 주인이 되고 있었다. (…) 그것은 생산물이 소통하자 생산물의 주인들까지 소통하는 진정한 희극이었다. (…) 비극 속에 끊임없이 희극을 중첩시켜 가는 힘 말이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이야기성이 문학성과는 어떻게 결합하고 있을까? 하르트만의 『미학』에 따르면, 작가는 문학의 가장 후경(後景)인 인격성의 계층과 보편적인 이념의 계층을 개념으로 "설명"하는 철학자와 달리, 오직 중간층(상황과 행동, 심리적 작용과 반작용, 도덕적 가치 감정, 인간의 운명)의 상호작용을 통해 "암시"한다. "하나하나의 성격·사건·운명·정열·행위 등을 처리하되 그 구체적인 개성을 손상함 없이 보편적 이념의 의의가 현실적으로 튀어나오게" 솜씨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유진화의 50개 이야기에는 이렇게 중간층의 상호작용을 통해 후경의 깊은 내면으로 파고드는 다수의 사례들이 있지만 두 개만 살펴보자.
이야기 「34. 언어」에서 아내와 다툰 후, 자신의 말과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한태양은 독립투사 송몽규의 행동과 시인 윤동주의 마음을 교차시킨 영화 〈〈동주〉〉를 보고 오열한다. 살아 있는 자신이 〈기술적 담론〉의 언어 속에 갇혀 살아왔음을 깨닫고 격한 부끄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세상에 태어나서 시를 쓰기를 바라고 (…) 그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만 한 게 부끄러워 서명하지 못 하겠다"는 영화 속 윤동주의 마지막 대사를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 한 자 한 자 음미하면서 밤새 참회록과도 같은 글을 써내려간다. 정보와 기술로 둘러싸인 3인칭의 〈사물화〉의 세계를 넘어 책임과 저항과 부끄러움과 참회로 가득 찬 1인칭과 2인칭의 대화적 〈인격화〉의 세계를 발견해 가면서 말이다.
이야기 「38. 세대」는 가상의 특별한 상황을 설정한다. 식인종을 가장한 원주민과의 대면을 계기로 드러나는 7세대의 상이한 성격과 행동들. 운명에 맞서는 도덕적 감정과 실존적인 분투. 그 후경에서 돋아나는 개성적인 인격과 확장된 마음의 나눔들. 무인도의 아름다운 황혼과 새벽의 풍경 속에서 이야기는 7개의 미학적 층위가 어떻게 상호 침투하며 물결 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작가는 이야기의 전개와 극적 반전을 통해 다음의 생각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서로 마음을 나누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 존재",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낯선 타인들, 과거의 인물들과 후손들까지 (…) 전 인류적인 관심과 이해, 애정을 나누고 싶어"하면서 "기쁨을 키우고, 행복에의 꿈이 확대"되도록 하려는 "노력이 인간의 진화"의 원천이 아니었을까 하는.
해제자는 이런 사례들이 벤야민이 말한 '사다리를 타고 하늘과 지하를 자유롭게 오르내리면서 인류에게 공통된 하나의 집단적 경험을 전달하는' 이야기꾼의 이미지와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해제자는 이 책의 이야기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간의 품위', '용기', '연대', '협력', '감동', '평등', '자유', '희망', '사랑' 등은 역사지리적 발전의 동력이 되어온 인지생태학적 가치들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단어들은 서로를 '삭제'하게 만드는 경쟁 압력 때문에 먼 별들처럼 우리로부터 떨어져 있다. 이런 압력 때문에 이야기 「23. 생존」의 화자처럼 "돈이라는 생존 수단을 제외시킨 일상혁명은 공허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돈은 생존의 필요조건의 하나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하루하루의 생존'에 유리한 것은 추상적인 '교환가치(와 잉여가치)'의 보험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벅차게 만드는 최적의 '사용가치'이기도 한 '실존적 가치'의 생명력이다. 화자도 깊은 고민 끝에 그와 같은 답을 찾는다.
해제자는 사방으로 흩어져버린 이런 실존적 가치들을 하나의 성좌로 연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런 연결을 통해 희망으로 절망을 이겨내는 놀라운 반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야기 「17. 부러움」에서 특히 돋보이는 이런 경험들의 일상적 '체화'는 몸과 마음의 분열되고 정체된 패턴을 '척도 없는 복잡계 네트워크(자유로운 발달)'의 역동적 패턴으로 전환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뇌의 미메시스 역량이 촉진되면 수직적 위계와 치열한 경쟁으로 요동치는 오늘의 사회구성체에서 '자유로운 개인들의 평등한 연합'이라는 최적의 패턴으로 나아가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처럼 "나를 내 마음에 들게 바꾸고, 사회를 우리 마음에 들게 바꾸는 진정한 용기와 소망"으로 충만한 전망이 그것이다. 해제자는 일상혁명 이야기 『빛나는 날』의 역사지리-인지생태학적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다수가 '최적'의 삶을 향유하는 '일상혁명'!
수동적 소비자로 전락해 망각했던 몸과 마음의 잠재력을 활성화해
일상생활의 창조적 생산자로 전환하는 50개 이야기.
일상성과 문학성과 이야기성의 긴밀한 협응을 모색하는 〈통섭적-다성적-대화적〉인 형식.
AI혁명이 산업과 교육은 물론 일상생활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나아가 '인간 정신의 마지노선'인 음악·미술·문학 창작 및 과학 연구의 벽마저 허물고 있다. 기존 학과를 AI학과로 교체한다고 이 거대한 문명사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까? AI 시대의 일상혁명 이야기 『빛나는 날』은 기존 논의와는 전혀 다른 관점으로 이 문제에 접근한다. 정보화 시대에 그랬던 것처럼 소수에게 〈최고의 삶〉을 약속하는 AI를 뒤따라가는 대신 다수가 향유할 수 있는 〈최적의 삶〉을 지금 여기, 일상 속에서 만들어 가야 한다는 독자적 해법이 그것이다.
인간 삶의 토대로서 동서고금 면면이 이어져온 일상생활. 작은 차이들의 반복과 상호작용으로 진화의 물꼬를 터왔을 우리들의 다채로운 일상생활. 그런 일상의 창조성이 산업화-정보화에 의해 약화되다가 이제 AI에 의해 대체될 위험에 처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점점 더 원자적 개인들로 고립되고 무기력해지는 일상을 가로질러, 자유-평등-연대의 가치들이 선순환하는 새로운 일상을 제시한다. 완전에 다가가려는 AI에게는 불완전해 보일 수 있는 인간의 다양한 모습, 가령 날씨에 따라 기분이 변하거나, 미워해야 할 사람을 더러 그리워하기도 하고, 타인들의 웃음이나 눈물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기도 하는 인간 특유의 불확실성에서 일상혁명의 단서를 끌어내는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독특한 일상혁명의 방향을 가늠하기 위해 먼저 인류의 '오래된 신호'에 귀 기울이자고 말한다. '너 자신을 알라'는 명령의 이면에서 '자기 배려와 타자 배려의 선순환', '몸과 마음의 자유로운 발달'이라는 신호를 찾아내 자신의 일상을 '작품'으로 만들기. 이로써 만드는 새로운 변화가 일상혁명이다. 나비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옆으로, 아래로, 위로 춤을 추며 날아간다. 어느 날 문득 우리의 일상이 나비의 신비로운 춤을 닮았을 거라는 우연한 깨달음을 갖게 된 저자는 '변화 없이 늘 똑같은 하루하루', '하찮고 시시한 나날들'이라는 무기력한 인식을 깨고 새롭게 생동하는 생명활동으로서의 일상들을 연결시켜 나간다. 미약하게 흩어진 일상이 활기차게 순환된다면 우리의 삶에도 '나비 효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꿈으로 일상 모험을 감행하는 이야기가 바로 『빛나는 날』이다.
이야기는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과도 같은 '신호'로부터 시작된다. 이는 오늘날의 혼돈의 시대에 던지는 화두다. 이로써 거대한 태풍이 되기 위해 불어가는 바람들이 이 책의 독특한 구성, 즉 나비 효과를 창발하는 형식이 된다.
우선 4개의 장은 몸의 변화에서 마음의 변화로 나아가는 개인들의 인지생태학적 발달 과정을 그리는 바람의 중심축이다. 인력과 척력의 변증법을 활성화해 굳어 있는 몸의 탄력성을 높이고(기; 1장 몸의 자유), 도시의 회색빛 죽은 공간의 배치를 바꿔 생명의 감정이 살아 숨 쉬는 장소로 변화시키며(승; 2장 공간의 감정), 소원해진 사람들 사이에서 활기찬 흥의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면서(전; 3장 관계의 흥), 6가지 마음의 기본 능력들을 연결해 새롭게 펼치는 과정(결; 4장 마음의 축제).
반면 짝수와 홀수 갈래 이야기는 상, 하, 좌, 우로 춤을 추며 나아가는 나비와 이에 화답하며 점차 커지는 나비들의 비행과 닮아 있다. 7명의 남녀노소 주인공들이 고군분투하며 일상생활을 변화시키는 1장~3장의 짝수갈래 이야기 21개. '일상다큐축제'에서 7세대의 이야기들을 접한 네티즌들이 인터넷, SNS에 올리는 감상과 저마다의 실천에 관한 홀수갈래 이야기 21개.
마지막 4장은 마음의 6가지 기본 능력들을 펼치는 '마음의 축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사회적 비교로 위축된 우리 마음을 확장시키는 동력을 일구어내기를 희망한다. 확장된 마음이야말로 카오스 속 태풍의 눈처럼 일상혁명을 지속시키는 '숭고의 순간'이자, 이질적인 마음들을 연결하는 '변증법적 성좌'의 창조 원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상생활의 혁명적 변화를 위한 실용적 지혜와 통찰을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두 세기 전 독일의 작가 요한 페터 헤벨이 쓴 『이야기 보석 상자』(1811)와 유사하다. 원제 "라인지방 가정의 벗의 보석 상자"가 암시하듯 민중이 일상을 지혜롭게 살아가도록 돕는 '가정의 벗' 역할을 한 헤벨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대에 '달력이야기'라는 독립된 장르로 분류된 헤벨의 이야기와 달리 이 책은 소설, 에세이, 시, 일기, 철학적 단상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는 독특한 이야기들이다.
유진화의 『빛나는 날』은 이런 혼성적 형식으로 오래된 이야기의 전통과 근대문학의 장점을 결합해 사회적 삶의 토대인 일상성을 새롭게 일구어낸다. 은유와 환유의 언어적 기예와 상상력의 합주를 통해 내면을 깊이 탐구해 온 문학만의 고유한 장점을 살리면서 일상의 시공간과 관계들을 혁명적으로 재편하는 방식으로 마음과 마음의 연결을 촉진하는 이야기. 일상성과 문학성과 이야기성의 긴밀한 협응을 모색하는 〈통섭적-다성적-대화적〉인 이야기 형식이 그것이다.
*** 이 책의 원작은 『인간혁명에서 사회혁명까지 : 문명 전환을 위한 지식순환의 철학과 일상혁명 스토리텔링』(심광현·유진화 지음, 희망읽기, 2020)의 「2부 일상혁명 스토리텔링과 철학적 탐구의 순환」이다. 이중 유진화가 쓴 일상혁명 이야기 50개를 발췌하고, 심광현의 해제를 덧붙여 새롭게 펴낸 책이 『빛나는 날 : AI 시대의 일상혁명 이야기』이다.
촘촘한 자간에 736쪽 분량의 원작에서는 1부와 3부의 방대한 지식들과 2부의 철학적 해석들로 그 흐름이 분절되었던 이야기들이 연속적 리듬을 갖고 '일상혁명'이라는 주제를 선명히 드러내도록 재편집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 가치가 재조명되기 시작한 일상생활이 AI혁명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오늘의 상황은 대중적으로 접근하기 쉬운 '일상혁명'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라고 본다.
사회생활의 토대인 일상생활의 혁명
그동안 비판적 사회과학은 생산양식이 상부구조 즉 통치양식의 토대라는 점에만 주목해 왔다. 앙리 르페브르가 강조했듯이 그 '토대의 토대'가 바로 일상생활이라는 사실은 외면해온 것이다. 르페브르는 일상생활이 '소비주의 관료주의'에 의해 침식되는 과정을 비판하면서 '자주관리'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작품'으로 만들어가라고 이론적으로 요청했다. 그러나 그 실천 과정 자체를 천착하지는 않았다. 반면 이 책의 저자 유진화는 이런 이론적 비판 및 요청과 공명하면서도 〈일상생활의 비판을 넘어 일상생활의 혁명〉으로 나아가는 구체적인 과정을 생생한 이야기들로 시뮬레이션한다.
과거에는 의식주의 운영과 여가 생활에서 능동적이었던 생산자가 지난 수십 년을 거치면서 수동적인 소비자로 축소되었다. 이렇게 변화된 일상의 구조는 이제 또다시 상상을 초월하게 바뀌는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에 따른 일자리의 급격한 축소, 자산·소득·문화적 양극화의 심화는 일반 민중의 일상적 소비도 턱없이 위축시킨다. 여기에 중첩된 기후위기와 경제위기는 사회적 생산 전반의 '탈성장'과 일상적 소비 패턴의 전환을 강제하고 있다. 더 이상 무차별적 소비생활은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현재의 주어진 생활 조건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소비에만 의존하느라 최소한으로 사용하던 각자의 몸과 마음의 잠재력을 능동적으로 발휘해 스스로 일상생활의 운영 주체로 거듭나는 변화가 그것이다. 이 책의 이야기 「11. 대상」에서 화자가 "예쁘지 않은 이름을 가진 걸레가 더러운 것들을 깨끗하게 변화시키는 힘에 반해", "걸레라는 대상이 주는 힘을 내 팔뚝에 단단히 새겨 가고" 있듯이. 걸레질의 가쁜 숨을 돌리고, "픽션과 논픽션, 서로 다른 종류의 책 서너 권을 조금씩 돌려가며", "허구성과 사회성의 두 세계가 묘한 조화를 부리는 나만의 시공간 속에서" 희망을 읽어내듯이 말이다.
이 책의 해제자는 몸과 마음의 잠재력을 변화하는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진화해온 다양한 능력들(신체운동, 특수감각, 체성감각, 내장감각, 무의식적 지각, 정동, 감정, 충동, 욕구, 오성, 판단력, 이성, 상상력, 직관 등)의 〈복잡계 네트워크〉로 정의한다. 일상혁명은 그동안 분산되어 있던 이 능력들을 연결해 〈일상용품의 수동적 소비자〉에서 〈일상생활의 창조적 생산자〉로 거듭나는 생활양식을 뜻한다.
그런데 일상혁명은 단지 개인적인 생활양식의 구조 변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각자의 몸과 마음의 능동적 변화는 의식주의 운영과 '사회적 뇌'(거울뉴런/뇌섬엽)를 매개로 다른 이들의 몸과 마음의 변화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다. 이런 상호작용이 누적되어 〈복잡계 네트워크의 네트워크〉가 촘촘해지면 사회생활의 구조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 반면 이런 변화를 만들지 못하면 부상 중인 'AI자본주의'에 의해 심화될 자산·소득·문화의 양극화와 착취·수탈·억압의 극한 상황(최악의 경우, 정신은 메타버스의 가상현실 속에, 육체는 생체 에너지 추출 장치에 가두는 영화 〈〈매트릭스〉〉 같은 이중세계)을 제어할 수 없다.
자유-평등-연대의 가치가 선순환하는 '최적'의 삶
사회생활의 토대인 일상생활을 바꿔야만 사회생활 역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해제자에 의하면 일상혁명을 통한 몸과 마음의 '자유로운 발달'은 인간은 물론 모든 생명체의 건강한 존속을 위한 인지생태학적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몸과 마음의 '자유로운 발달'이란 〈오토포이에시스의 자유〉, 〈어포던스의 평등〉, 〈미메시스의 연대〉의 3가지 실존적 가치가 '선순환'하는 것이다.
1)오토포이에시스의 자유 : 생명체는 세포들의 자기-생산(auto-poiesis), 즉 세포 분열과 결합을 통해 자신의 능동성을 부단히 갱신한다. 직립을 통해 더 큰 '자유도'를 획득한 인간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동물보다 더 다양하고 확대된 형태의 몸과 마음의 자유로운 발달을 욕망한다.
2)어포던스의 평등 : 타고난 오토포이에시스 역량을 현실화하려면 환경이 제공하는 영양물질, 빛, 공기, 물, 땅 등 다양한 어포던스(기회·선물, affordance)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적 삶을 위해서는 이런 자연적 어포던스 외에도 문명을 통해 구성해온 다양한 재화와 문화라는 사회적 어포던스가 필요하다. 그러나 누군가 어포던스를 독점한다면 다른 이들은 삶을 유지할 수 없다. 따라서 자연적·사회적 어포던스의 평등 없이는 오토포이에시스의 자유도 지속 불가능하다.
3)미메시스의 연대 : 오토포이에시스의 자유를 유지하도록 어포던스의 평등을 실현하려면 서로 간의 다차원적 협력과 연대가 요구된다. 오토포이에시스 증대에 필요한 물질-에너지-기술-정보와 이를 위해 필요한 어포던스 간의 적절한 균형점을 조절하고, 공감과 모방과 협력을 확대하는 언어적-비언어적 상호작용이 바로 미메시스(mimesis)다. 이 과정에서 특정 인물이나 세력에 대한 추종으로 후퇴하지 않도록 긴장과 균형을 맞추는 민주적 협력, 즉 〈미메시스의 미메시스〉가 바로 연대다.
인지생태학적 관점에서, 인공지능 시스템의 발전이 아무리 가속화된다고 해도 인간의 잠재적 역량 모두를 대체할 수 없다. 수억 년 이상 진화해온 인간의 몸과 마음에는 다양하고 복잡한 역량들이 내재해 있다. 현재 인공지능기술은 이 역량들 중에서 〈신체〉 운동 능력, 〈무의식적 지각〉, 〈특수감각〉, 〈체성감각〉, 〈오성〉의 패턴 인식 기능을 〈역설계〉하고 있다. 조만간 복잡한 상황 변화에 적절한 결정으로 대처하는 〈판단력〉의 일부 기능(규정적 판단력)까지 알고리즘으로 개발할 것이다. 그러나 나머지 〈생명감각〉, 〈충동〉, 〈감정〉, 〈욕망〉까지 알고리즘화하기는 어렵다(현재 감정분석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었지만 감정분석이라는 '인지적' 기능을 넘어 몸의 욕구와 현실의 일치 여부를 쾌와 불쾌로 판정, 조절하는 인간 감정의 고유한 '수행적' 기능까지 개발하기는 어렵다).
후자의 능력들은 기쁨과 슬픔, 사랑과 증오, 부러움과 시기심, 몰입과 무기력증, 흥분과 우울증이 교차하는 예측 불가능한 정서적 파도를 유발해 설계자의 의도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사이보그가 개발자의 연애를 시기해 문제를 일으키는 영화 〈〈사이보그 아담〉〉(2015)처럼 인간과 동일한 욕망을 장착한 AI는 정신분열증 환자보다 더 심각한 '오작동'의 위험이 있다. 이런 능력들의 과잉을 조절하기 위해 진화된 〈판단력〉의 나머지 부분(반성적 판단력), 〈인격〉, 〈이성〉, 〈직관〉도 알고리즘으로 만들기는 어렵다. 유진화의 이야기 「1. 신호」의 시에서 "이별을 눈치채고 더 크게 부르는 소리"나, 엄마의 "밥맛이나 손맛", "눈물 젖은 빵"과, "내 숨소리를 들려주는 집"의 의미를 AI가 알기 어려운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런 차이가 오히려 인공지능 매트릭스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로의 길을 억제할 사회적 연대 강화의 현실적 기반이 된다. 인공지능이 〈역설계〉하고 있는 6가지 능력들 간의 가능한 조합의 멱집합 수는 〈2?=64〉이다. 그러나 13가지 능력들의 가능한 조합의 멱집합 수는 (n=13)인 경우 〈21ⁿ=8,192〉이다. 이 개인적 조합이 인격적 대화를 통해 사회적 조합으로 확대될 경우, 그 양적 차이는 거대한 질적 차이로 증폭된다. 부상 중인 〈인공지능자본주의〉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사회적 연대 강화〉가 그것이다.
해제자는 이런 과학적 맥락에서 인공지능을 통해 자본-국가가 완성하려는 소수만의 수직적인 〈최고〉의 삶에서 다수가 함께 하는 수평적인 〈최적〉의 삶으로의 전환이 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최적의 삶〉은 환경이 주는 선물인 어포던스를 낭비하지 않고, 몸과 마음의 오토포이에시스 역량을 강화하며, 타인은 물론 자연과 미메시스하는 즐거움에 노력을 기울이는 삶이다. 저자가 이야기 「1. 신호」에서 귀를 기울이자는 "인류의 오래된 신호"의 핵심 내용이 이것이다.
안에서 느끼는 마음의 축제
해제자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최소한 4차원의 연결 구조를 갖는 〈복잡계 네트워크〉다. (1)지각-행동 고리를 만드는 전후뇌의 기능, (2)지각과 행동 사이에서 작용하는 감각(신피질)-감정(변연계)-욕망(시상하부-뇌간)과 오성-판단력-이성(전전두엽)을 연결하는 삼부뇌의 기능, (3)부분/계산(좌뇌)과 전체/직관(우뇌)을 연결하는 좌우뇌의 기능, (4)상대의 행동과 의도를 읽어내고 모방하는 거울뉴런과 공감하는 뇌섬엽의 사회적 관계 맺기 기능 등.
그러나 이 복잡한 연결망과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마음의 운동 사이에는 큰 간격이 있다. 칸트가 체계화한 6가지 기본 능력들의 관계망은 이 간격을 좁히는 데 도움을 준다. 이야기 「43. 마음」은 마음의 다채로운 운동을 내부로부터 느끼며 사용하기에 적합한 방법을 카메라 렌즈의 작동에 비유해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마음은 몸처럼 성장하지만 또 몸과 달리 쇠퇴하지 않고 점점 성숙해지는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하루하루 펼쳐지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일상 속에서 여섯 가지 마음의 능력들을 만나는" 6개 이야기를 통해 "마음의 축제"를 펼쳐 보인다. 저자는 상상력을 통해 6가지 기본 능력들을 연결하는 효과적인 사용 방법을 다양하게 예시하기도 한다. 이야기 「21. 연상」을 살펴보자.
1) "치료 기구가 굴착기보다 더한 굉음을 내며 달려들 때 산악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고 상상하기 (…) 그러자 무섭기는커녕 신나고 재미있었어. 더 큰 도전을 기다리게까지 되더군."
2) "다음 날부터 난 치과에서의 상상을 내 일상으로 끌어들였다네. 아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잔소리를 퍼부을 때, 내가 알고 있는 철학자, 과학자, 작가들을 연상해 보았어. 그랬더니 아내의 잔소리가 몹시 흥미로워지더군. 나는 아내의 잔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하면서, 공감을 표현하거나 유쾌한 반문들을 던지기도 했네."
3) "제도와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상상의 세계에서 진정한 공부와 삶을 향유할 수 있다고나 할까. (…) 그리하여 일상은 나를 상상하고, 나는 일상을 상상하는 거지. 새로운 관계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네. 서로 사랑하는 애인처럼 말일세."
이야기 「18. 영원」에서 "사랑의 나무"라는 긍정적 환상을 창조함으로써 가난의 고통을 함께 이겨내고, 마지막 「50. 이야기」에서 '딥러닝'의 방법에 따라 인간을 공격하기도, 반대로 인간을 부러워하게도 되는,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관계를 다각도로 시뮬레이션하는 나나의 가족은 진정한 의미에서 '일상의 예술가'라 할 수 있다.
일상성과 이야기성과 문학성의 상호침투
많은 이들이 자율성과 자존감과 행복감을 상실한 현 상황을 넘어 서로 '연결' 되기를 갈구하고 있다. 하지만 MBTI나 SNS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마음의 내면적 깊이와 넓이를 연결하기에 단편적이고 미흡하다. 이렇게 마음의 연결을 갈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지만 정작 내면의 깊이와 넓이를 탐구해온 문학이 외면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바일 디지털 영상시대라는 환경의 변화가 일차적인 이유다. 그러나 해제자에 의하면, 바흐친이 비판했듯이 내면을 다룸에도 '단성적-독백적'인 성격이 강한 현대 소설의 스타일이 '마음들 간의 다성적 연결'에 적합하지 않아서다. 이런 이유로 해제자는 새로운 이야기 형식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내면을 깊이 탐구해온 문학만의 고유한 장점을 살리면서도 일상을 재편하는 방식을 재미와 의미의 새끼줄로 엮어 마음과 마음의 연결을 촉진하는 통섭적-다성적-대화적인 이야기 형식이 그것이다.
해제자는 환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도구를 만들고 사용하는 〈손〉과 언어를 사용하는 〈입술〉이 두정엽에 위치한 〈인간 뇌의 신체지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중심부에서 서로 맞물려 위치한 이 영역들은 두뇌의 모든 영역들이 전달하는 정보가 수렴되고 발산되는 일종의 신경학적 플랫폼이다. 이야기는 이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손-도구 사용(1차의식)과 입술-언어 사용(고차의식)이 다중감각과 어울려 만드는 복잡 미묘한 협응의 춤처럼 생생한 경험을 함께 나누는 과정이자 매체인 것이다.
수천수만 갈래로 분업화된 사회적 노동의 치열한 경쟁과 콘텐츠산업이 만드는 수많은 이야기들의 홍수에 휩쓸리는 오늘의 상황에서 이런 '협응'의 경험을 만들고, 나누는 일이 가능한 것일까? 유진화의 '일상혁명 이야기'는 그 가능성을 두 가지 측면에서 찾는다.
1) 벤야민이 이야기의 원천이라고 밝힌 노동과 경청의 수공업적 공동체가 완전히 소멸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공통된 의식주를 일구어가는 일상생활 속에 잔존하거나 새로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이다.
2) 우리 모두에게 내재된 다양한 마음의 능력들이 지향하는 바가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이라는 점에 있다. 이 두 측면은 손-도구를 사용해 일상을 영위하는 경험(1)과 입술-언어를 통해 마음을 나누는 경험(2)의 '협응', 즉 공통의 장을 형성하는 XY 좌표와 같은 것이다. 이야기 「11. 대상」에서 이 좌표가 일상 속에서 구현된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천 원, 이천 원의 푼돈으로 상호부조가 이루어지는 재래시장. 소박한 생계로 상인과 손님이 연결된 이 대상은 나에게 민초의 힘을 불어넣어 준다. (…) 울퉁불퉁한 길을 달려가는 시외버스는 우리가 모두 흔들리는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 소요 속에서 창밖의 풍경은 변화한다. (…) 내게서 나오는 생생한 리듬이 풍경의 변화를 더욱 깊어지게 한다는 (…) (필자; 일상다큐축제에서) 사람들은 자기의 일상생활을 생산물처럼 펼쳐 놓고 모처럼 마음껏 스스로 주인이 되고 있었다. (…) 그것은 생산물이 소통하자 생산물의 주인들까지 소통하는 진정한 희극이었다. (…) 비극 속에 끊임없이 희극을 중첩시켜 가는 힘 말이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이야기성이 문학성과는 어떻게 결합하고 있을까? 하르트만의 『미학』에 따르면, 작가는 문학의 가장 후경(後景)인 인격성의 계층과 보편적인 이념의 계층을 개념으로 "설명"하는 철학자와 달리, 오직 중간층(상황과 행동, 심리적 작용과 반작용, 도덕적 가치 감정, 인간의 운명)의 상호작용을 통해 "암시"한다. "하나하나의 성격·사건·운명·정열·행위 등을 처리하되 그 구체적인 개성을 손상함 없이 보편적 이념의 의의가 현실적으로 튀어나오게" 솜씨를 발휘한다는 것이다. 유진화의 50개 이야기에는 이렇게 중간층의 상호작용을 통해 후경의 깊은 내면으로 파고드는 다수의 사례들이 있지만 두 개만 살펴보자.
이야기 「34. 언어」에서 아내와 다툰 후, 자신의 말과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느낀 한태양은 독립투사 송몽규의 행동과 시인 윤동주의 마음을 교차시킨 영화 〈〈동주〉〉를 보고 오열한다. 살아 있는 자신이 〈기술적 담론〉의 언어 속에 갇혀 살아왔음을 깨닫고 격한 부끄러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런 세상에 태어나서 시를 쓰기를 바라고 (…) 그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만 한 게 부끄러워 서명하지 못 하겠다"는 영화 속 윤동주의 마지막 대사를 그야말로 "죽을힘을 다해" 한 자 한 자 음미하면서 밤새 참회록과도 같은 글을 써내려간다. 정보와 기술로 둘러싸인 3인칭의 〈사물화〉의 세계를 넘어 책임과 저항과 부끄러움과 참회로 가득 찬 1인칭과 2인칭의 대화적 〈인격화〉의 세계를 발견해 가면서 말이다.
이야기 「38. 세대」는 가상의 특별한 상황을 설정한다. 식인종을 가장한 원주민과의 대면을 계기로 드러나는 7세대의 상이한 성격과 행동들. 운명에 맞서는 도덕적 감정과 실존적인 분투. 그 후경에서 돋아나는 개성적인 인격과 확장된 마음의 나눔들. 무인도의 아름다운 황혼과 새벽의 풍경 속에서 이야기는 7개의 미학적 층위가 어떻게 상호 침투하며 물결 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작가는 이야기의 전개와 극적 반전을 통해 다음의 생각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서로 마음을 나누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 존재", 사랑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낯선 타인들, 과거의 인물들과 후손들까지 (…) 전 인류적인 관심과 이해, 애정을 나누고 싶어"하면서 "기쁨을 키우고, 행복에의 꿈이 확대"되도록 하려는 "노력이 인간의 진화"의 원천이 아니었을까 하는.
해제자는 이런 사례들이 벤야민이 말한 '사다리를 타고 하늘과 지하를 자유롭게 오르내리면서 인류에게 공통된 하나의 집단적 경험을 전달하는' 이야기꾼의 이미지와 부합한다고 설명한다.
해제자는 이 책의 이야기들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간의 품위', '용기', '연대', '협력', '감동', '평등', '자유', '희망', '사랑' 등은 역사지리적 발전의 동력이 되어온 인지생태학적 가치들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단어들은 서로를 '삭제'하게 만드는 경쟁 압력 때문에 먼 별들처럼 우리로부터 떨어져 있다. 이런 압력 때문에 이야기 「23. 생존」의 화자처럼 "돈이라는 생존 수단을 제외시킨 일상혁명은 공허한 것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돈은 생존의 필요조건의 하나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하루하루의 생존'에 유리한 것은 추상적인 '교환가치(와 잉여가치)'의 보험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벅차게 만드는 최적의 '사용가치'이기도 한 '실존적 가치'의 생명력이다. 화자도 깊은 고민 끝에 그와 같은 답을 찾는다.
해제자는 사방으로 흩어져버린 이런 실존적 가치들을 하나의 성좌로 연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런 연결을 통해 희망으로 절망을 이겨내는 놀라운 반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야기 「17. 부러움」에서 특히 돋보이는 이런 경험들의 일상적 '체화'는 몸과 마음의 분열되고 정체된 패턴을 '척도 없는 복잡계 네트워크(자유로운 발달)'의 역동적 패턴으로 전환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적 뇌의 미메시스 역량이 촉진되면 수직적 위계와 치열한 경쟁으로 요동치는 오늘의 사회구성체에서 '자유로운 개인들의 평등한 연합'이라는 최적의 패턴으로 나아가는 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말」에서처럼 "나를 내 마음에 들게 바꾸고, 사회를 우리 마음에 들게 바꾸는 진정한 용기와 소망"으로 충만한 전망이 그것이다. 해제자는 일상혁명 이야기 『빛나는 날』의 역사지리-인지생태학적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목차
목차
작가의 말
1장 몸의 자유
1. 신호 2. 생명력 3. 빛 4. 변화 5. 다름 6. 협력 7. 연관 8. 이치
9. 유토피아 10. 충전 11. 대상 12. 용기 13. 역경 14. 반전
2장 공간의 감정
15. 웃음 16. 비움 17. 부러움 18. 영원 19. 시간표 20. 생동 21. 연상
22. 기다림 23. 생존 24. 전환 25. 연기 26. 여행 27. 환상 28. 자연
3장 관계의 흥
29. 애정 30. 창조 31. 활동 32. 인격 33. 우연 34. 언어 35. 노력
36. 감동 37. 모방 38. 세대 39. 평등 40. 거울 41. 성찰 42. 기쁨
4장 마음의 축제
43. 마음 44. 감각 45. 오성 46. 욕망
47. 이성 48. 감정 49. 판단력 50. 이야기
해제 : 일상혁명 이야기 『빛나는 날』의 역사지리-인지생태학적 함의
1장 몸의 자유
1. 신호 2. 생명력 3. 빛 4. 변화 5. 다름 6. 협력 7. 연관 8. 이치
9. 유토피아 10. 충전 11. 대상 12. 용기 13. 역경 14. 반전
2장 공간의 감정
15. 웃음 16. 비움 17. 부러움 18. 영원 19. 시간표 20. 생동 21. 연상
22. 기다림 23. 생존 24. 전환 25. 연기 26. 여행 27. 환상 28. 자연
3장 관계의 흥
29. 애정 30. 창조 31. 활동 32. 인격 33. 우연 34. 언어 35. 노력
36. 감동 37. 모방 38. 세대 39. 평등 40. 거울 41. 성찰 42. 기쁨
4장 마음의 축제
43. 마음 44. 감각 45. 오성 46. 욕망
47. 이성 48. 감정 49. 판단력 50. 이야기
해제 : 일상혁명 이야기 『빛나는 날』의 역사지리-인지생태학적 함의
저자
저자
유진화
일상, 문학, 예술, 삶의 철학을 소소한 이야기로 어우르는 글을 쓰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산에 가기, 미소의 순간 등을 좋아한다. 저서에는 『그림의 새로운 시작 : 문명 전환과 다성적·민중적 리얼리즘의 감각과 서사 』(심광현·유진화, 희망읽기, 2022), 『대중의 철학이 된 영화』(심광현·유진화, 희망읽기, 2021), 『인간혁명에서 사회혁명까지 : 문명 전환을 위한 지식순환의 철학과 일상혁명 스토리텔링』(심광현·유진화, 희망읽기, 2020)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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