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년 동안 내리는 비(시인수첩 시인선 42)
정한용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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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수첩 시인선 42권. 독특한 시 세계를 천착해온 정한용 시인의 7번째 시집. 시인은 1980년 신춘문예 평론 당선과 1985년 『시운동』에 시 발표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얼굴 없는 사람과의 약속〉, 〈슬픈 산타페〉, 〈나나 이야기〉, 〈흰 꽃〉, 〈유령들〉, 〈거짓말의 탄생〉이 있다. 또한 영문 시선집 〈How to Make a Mink Coat〉, 〈Children of Fire〉를 냈다. 문학론으로 〈지옥에 대한 두 개의 보고서〉, 〈울림과 들림〉, 〈초월의 시학〉 등이 있다.
시인은 그간 인터넷 동인 『빈터』를 통해 시를 통한 일반인과의 활발한 교류를 이끌었고 또한 많은 독자를 확보하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시인들과 예술적 교류로 많은 국내 시가 외국으로 번역되는데 앞장을 서기도 하였다. 독일, 아이슬란드, 미국 등의 레지던스를 통해 직접 외국 시인들과의 퍼포먼스 혹은 텍스트를 통한 예술적 교감을 나누기도 하였다. 그의 외국판 시집이 현재 아마존과 애플을 통해 팔리고 있다.
〈천 년 동안 내리는 비〉은 전작들과 연관성이 있으면서도 이 시집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앞의 시집들이 지나온 과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천 년 동안 내리는 비〉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시인은 그간 인터넷 동인 『빈터』를 통해 시를 통한 일반인과의 활발한 교류를 이끌었고 또한 많은 독자를 확보하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시인들과 예술적 교류로 많은 국내 시가 외국으로 번역되는데 앞장을 서기도 하였다. 독일, 아이슬란드, 미국 등의 레지던스를 통해 직접 외국 시인들과의 퍼포먼스 혹은 텍스트를 통한 예술적 교감을 나누기도 하였다. 그의 외국판 시집이 현재 아마존과 애플을 통해 팔리고 있다.
〈천 년 동안 내리는 비〉은 전작들과 연관성이 있으면서도 이 시집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앞의 시집들이 지나온 과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천 년 동안 내리는 비〉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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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새로운 인류의 탄생, 로보사피엔스
『천 년 동안 내리는 비』
독특한 시 세계를 천착해온 정한용 시인의 7번째 시집 『천 년 동안 내리는 비』가 '시인수첩 시인선'의 마흔두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1980년 신춘문예 평론 당선과 1985년 『시운동』에 시 발표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얼굴 없는 사람과의 약속』, 『슬픈 산타페』, 『나나 이야기』, 『흰 꽃』, 『유령들』, 『거짓말의 탄생』이 있다. 또한 영문 시선집 『How to Make a Mink Coat』, 『Children of Fire』를 냈다. 문학론으로 『지옥에 대한 두 개의 보고서』, 『울림과 들림』, 『초월의 시학』 등이 있다.
시인은 그간 인터넷 동인 『빈터』를 통해 시를 통한 일반인과의 활발한 교류를 이끌었고 또한 많은 독자를 확보하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시인들과 예술적 교류로 많은 국내 시가 외국으로 번역되는데 앞장을 서기도 하였다. 독일, 아이슬란드, 미국 등의 레지던스를 통해 직접 외국 시인들과의 퍼포먼스 혹은 텍스트를 통한 예술적 교감을 나누기도 하였다. 그의 외국판 시집이 현재 아마존과 애플을 통해 팔리고 있다.
특히 시인은 다섯 번째 시집 『유령들』을 통해서 인간의 잔인한 집단 폭력성을 작품화 하였다. 시집 속에서 시인이 표현한 폭력성은 5.18민주화, 4.3항쟁, 아우슈비츠, 난징대학살, 우즈벡 안티잔사태, 아프리카 흑인 탄압 등 지구촌 곳곳의 잔인한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작품화하였다. 거기에는 전쟁, 테러, 인종, 종교 분쟁으로 빚어진 폭력과 학살에 특히 주목하였다.
집단 폭력성은 가해자가 자신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모르는데 있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서 일찍이 말하였다. 역사 속 악행은,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이 아니라, 국가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여기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지는데 문제가 있다. 집단 폭력성과 학살은 이렇게 일반화되고 보편화 된 역사에 의해 왜곡되어 왔다. 시인은 이런 역사적 폭력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문단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섯 번째 시집 『거짓말의 탄생』에서는 튼튼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부조리한 세계에 대한 풍자와 비틀기를 시도하였다. 시집에서 시인은 서사와 현실을 직시하고 환상, 꿈, 현실의 경계를 해체하고 다시 재조합하기도 한다. 그는 판타지를 통한 거짓말로 진실을 드러내는 작업을 시집 전체에서 일관되게 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본의 욕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현대인의 욕망의 근원에 대해서도 탐구하고 있다.
정한용 시인의 이러한 작품 세계는 삼투(osmosis)적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의 눈을 통해 통과된 현실은 삼투를 통해 판타지와 풍자와 고발을 통한 프리즘의 색으로 작품화된다.
신간 시집 『천 년 동안 내리는 비』또한 앞의 시집들과 연관성이 있으면서도 이 시집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앞의 시집들이 지나온 과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신간 『천 년 동안 내리는 비』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으로 20년 혹은 50년 후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반드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현대인은 늘 시간에 쫓기고 현실에 찌들면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미래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현대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20년 후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정한용 시인의『천 년 동안 내리는 비』를 읽어보시라.
정한용 시인이 바라본 미래 시대의 첫 번째 상상은 '사이보그'이다. 우리는 아직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벌써 사이보그 현상은 시작이 되었다. 시력 회복을 위한 백내장 수술, 렌즈 삽입, 인공관절 수술 등은 이미 주변에서 너무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인공 심장, 인공 장기까지 달고 살아가는 시대이다. 시인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하게 보지 않고 미래의 세계에 대한 상상력과 삼투(osmosis)를 통해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눈을 바꾸려 한다. 노안과 백내장으로 어차피 한번은 손볼 것, 최신 인공수정체를 끼우면 시력 20.0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다음은 이명에 시달리는 귀를 바꾸려 한다. 소머즈가 사용해 검증된 음파센서를 달면, 사람 심장소리도 들리고 심지어는 거짓과 진실도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다음은 무릎 연골을 바꾸려 한다. 이건 육백만불의 사나이가 오래 업그레이드시킨 것, 한번 달리면 안드로메다까지 저녁 마실을 다녀올 수 있다고 한다. 다음은 소화기능이 떨어진 위장을 업데이트하려고 한다. 버전업하는 것만으로도 요강이나 놋대야를 씹어삼킬 수 있고, 광고에 의하면 일 년 굶고도 너끈히 살 수 있다고 한다.
당신이 꽃을 꽃이라 불러야 꽃이 되듯, 당신이 나를 사이보그라고 불러줄 때 비로소 나는 사이보그가 된다. 우리 사랑은 그렇게 완성된다.
- 「사이보그 선언」 전문
제목으로 차용된 '사이보그 선언'은 미국의 페미니스트 다나 해러웨이(Donna J. Haraway)가 쓴 에세이의 제목이다. 시인은 작품에서 인공수정체, 무릎 연골, 위장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인간이 젊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사이보그는 이를 통해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넘어서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한다.
붉은 블라우스 틈으로 흰 찐빵같은 가슴을 보라 꽃잎처럼 살며시 열던 소녀.
나 사실은 술 못해, 이 술이 디지털이라 마시는 거야, 잠들기 전에 노래를 불러
달라던 소녀.
달력에 '디지털/디지털/디지털'이라고 쓰다 '아, 털이 싫어'라고 고쳐 쓰던 소녀.
네 시는 왜 전철 유리벽에 안나와, 물어보던 소녀.
내가 답이 없자, 사랑도 모두 디지털이야, 우기던 소녀.
거짓말은 육체와 뗄래야 뗄 수 없어, 말도 안되는 이론을 펴던 소녀.
세상이 지랄 같은 것도 모두 자기 탓이라며 담벼락에 머리를 찧던 소녀.
이 땅에 더 이상 봄은 오지 않을 거야, 영원히 겨울이면 좋겠다던 소녀.
피로 피를 씻던지 혁명이 일어나면 다시 올게, 안개처럼 사라졌다 백만 년 후
에 다시 나타난 소녀.
지금은 디지털 세계에서 공인한 늙은 소녀.
- 「디지털 소녀」 부분
디지털은 0과 1의 이진법으로 만들어지는 허상의 세계이다. '사랑도 디지털'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사이버 세계가 활성화되면서 지구촌은 이제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되고 있다. 엔터 한 번으로 지구촌 끝에서 끝으로 연결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디지털이라는 사이버 세계는 가까운 거리지만 실상은 허구의 세계이기도 하다. 화상 채팅으로 실시간 지구적 사랑을 하는 시대지만 이것은 거꾸로 도깨비의 세계이기도 하다. 이것을 '거짓말' 사랑이라고 시인은 비판적 시각으로 드러내고 있다. 즉 사랑도 '디지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지구 끝 브라질에서 화상으로 만나던 여성이 김포공항까지 비행기를 타고 온다는 이야기를 뉴스 속의 현실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페페, 커피 한 잔만 갖다 줘.
페페, 나 오늘 좀 기분 나빠, 왜냐고 묻지 마.
페페, 옆집 1504호 아줌마, 좀 엉뚱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페페, 내일 원고마감인데, 나머지 네가 좀 써줄래?
페페, 그래, 우리 내년에 결혼식 올리자.
페페, 안돼, 지금 당장은 안돼, 조르지 마, 보는 눈이 너무 많잖아.
페페, 화 내지 마, 지난 달에도 선물 사다 줬잖아.
페페, 마음에 안 들어? 디자인이 구려?
페페, 우리 촛불 켜고 와인 한잔하면서 기분 풀까?
페페, 다음 휴가 때, 모로코 여행 갈 땐, 꼭 데려갈게, 약속!
페페, 그런데, 너 옆집 아줌마 질투하는 거, 맞지?
페페, 좀 웃긴다고 생각하지 않니?
페페, 아니, 웃기는 게 아니라, 좀 슬퍼, 슬퍼하면 안 되니, 뭐?
페페, 너도 슬플 때가 있다고? 이해를 못한다고?
페페, 내 말에 삐쳤구나, 자 한잔, 건배!
페페, 튕기지 마, 사랑해줄게.
페페, 이리 가까이 와, 내 팔 베고 누워.
페페, 네가 이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예뻐.
페페, 우리, 지금, 할까?
- 「로보사피엔스, 페페」 전문
이제 가까운 미래에 지구에 새로운 인류가 출현할 것이다. 새로운 인류의 이름은 '로보사피엔스'이다. 로봇+사피엔스의 결합으로 태어나는 이 종은 어떤 일이든 주인이 원하는 일을 100% 만족시켜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업무는 물론이고 육체적 사랑까지 해결하는 새로운 종이다.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인간과 함께 여생을 보내는 반려자이기도 하다. 시인이 바라보는 미래의 상상은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다. 사이디아라비아에서는 이미 로봇이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한다.
정한용 시인이 신간 시집에서 상상력으로 바라보는 미래 사회는 다양하다. 전 세계가 바이러스로 인하여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지구를 떠나 우주로 피신하는 상상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인간과 99% 일치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미래에는 이들이 인간들과 같은 동등한 지위에서 친구가 되고, 시국을 의논할 것이라고 상상한다. 이러한 상상이 가능한 것은 일견 인간이라는 존재가 바이러스에 취약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어서일 것이다.
시인은 이러한 미래 사회의 상상력뿐만 아니라,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고뇌와 부조리에 대해서도 풍자하고 있다. 또한 소시민의 평화로운 삶에 대해서도 시적 화자로 삼아 소시민적 시각으로 담아내고 있다. 시인의 이러한 시각은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진보주의적 변화에 대해서는 중도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정한용 시인은 리얼리스트+모더니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 시인은 지금까지 펴낸 시집에서와 같이 끊임없는 새로운 시 세계를 천착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시 세계를 가진 좋은 시인이라 할 수 있다.
『천 년 동안 내리는 비』
독특한 시 세계를 천착해온 정한용 시인의 7번째 시집 『천 년 동안 내리는 비』가 '시인수첩 시인선'의 마흔두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시인은 1980년 신춘문예 평론 당선과 1985년 『시운동』에 시 발표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얼굴 없는 사람과의 약속』, 『슬픈 산타페』, 『나나 이야기』, 『흰 꽃』, 『유령들』, 『거짓말의 탄생』이 있다. 또한 영문 시선집 『How to Make a Mink Coat』, 『Children of Fire』를 냈다. 문학론으로 『지옥에 대한 두 개의 보고서』, 『울림과 들림』, 『초월의 시학』 등이 있다.
시인은 그간 인터넷 동인 『빈터』를 통해 시를 통한 일반인과의 활발한 교류를 이끌었고 또한 많은 독자를 확보하였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시인들과 예술적 교류로 많은 국내 시가 외국으로 번역되는데 앞장을 서기도 하였다. 독일, 아이슬란드, 미국 등의 레지던스를 통해 직접 외국 시인들과의 퍼포먼스 혹은 텍스트를 통한 예술적 교감을 나누기도 하였다. 그의 외국판 시집이 현재 아마존과 애플을 통해 팔리고 있다.
특히 시인은 다섯 번째 시집 『유령들』을 통해서 인간의 잔인한 집단 폭력성을 작품화 하였다. 시집 속에서 시인이 표현한 폭력성은 5.18민주화, 4.3항쟁, 아우슈비츠, 난징대학살, 우즈벡 안티잔사태, 아프리카 흑인 탄압 등 지구촌 곳곳의 잔인한 폭력성을 적나라하게 작품화하였다. 거기에는 전쟁, 테러, 인종, 종교 분쟁으로 빚어진 폭력과 학살에 특히 주목하였다.
집단 폭력성은 가해자가 자신이 가해자라는 사실을 모르는데 있다.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에 대해서 일찍이 말하였다. 역사 속 악행은,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이 아니라, 국가에 순응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보통이라고 여기게 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행해지는데 문제가 있다. 집단 폭력성과 학살은 이렇게 일반화되고 보편화 된 역사에 의해 왜곡되어 왔다. 시인은 이런 역사적 폭력에 대해 사실적으로 그려내어 문단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섯 번째 시집 『거짓말의 탄생』에서는 튼튼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부조리한 세계에 대한 풍자와 비틀기를 시도하였다. 시집에서 시인은 서사와 현실을 직시하고 환상, 꿈, 현실의 경계를 해체하고 다시 재조합하기도 한다. 그는 판타지를 통한 거짓말로 진실을 드러내는 작업을 시집 전체에서 일관되게 하고 있다. 여기에는 자본의 욕망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하고 현대인의 욕망의 근원에 대해서도 탐구하고 있다.
정한용 시인의 이러한 작품 세계는 삼투(osmosis)적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시인의 눈을 통해 통과된 현실은 삼투를 통해 판타지와 풍자와 고발을 통한 프리즘의 색으로 작품화된다.
신간 시집 『천 년 동안 내리는 비』또한 앞의 시집들과 연관성이 있으면서도 이 시집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앞의 시집들이 지나온 과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신간 『천 년 동안 내리는 비』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앞으로 20년 혹은 50년 후면 우리가 사는 세계는 반드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현대인은 늘 시간에 쫓기고 현실에 찌들면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미래에 대한 생각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는 현대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20년 후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정한용 시인의『천 년 동안 내리는 비』를 읽어보시라.
정한용 시인이 바라본 미래 시대의 첫 번째 상상은 '사이보그'이다. 우리는 아직 심각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벌써 사이보그 현상은 시작이 되었다. 시력 회복을 위한 백내장 수술, 렌즈 삽입, 인공관절 수술 등은 이미 주변에서 너무 흔한 일이 되어 버렸다. 인공 심장, 인공 장기까지 달고 살아가는 시대이다. 시인은 이러한 현상을 단순하게 보지 않고 미래의 세계에 대한 상상력과 삼투(osmosis)를 통해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눈을 바꾸려 한다. 노안과 백내장으로 어차피 한번은 손볼 것, 최신 인공수정체를 끼우면 시력 20.0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다음은 이명에 시달리는 귀를 바꾸려 한다. 소머즈가 사용해 검증된 음파센서를 달면, 사람 심장소리도 들리고 심지어는 거짓과 진실도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다음은 무릎 연골을 바꾸려 한다. 이건 육백만불의 사나이가 오래 업그레이드시킨 것, 한번 달리면 안드로메다까지 저녁 마실을 다녀올 수 있다고 한다. 다음은 소화기능이 떨어진 위장을 업데이트하려고 한다. 버전업하는 것만으로도 요강이나 놋대야를 씹어삼킬 수 있고, 광고에 의하면 일 년 굶고도 너끈히 살 수 있다고 한다.
당신이 꽃을 꽃이라 불러야 꽃이 되듯, 당신이 나를 사이보그라고 불러줄 때 비로소 나는 사이보그가 된다. 우리 사랑은 그렇게 완성된다.
- 「사이보그 선언」 전문
제목으로 차용된 '사이보그 선언'은 미국의 페미니스트 다나 해러웨이(Donna J. Haraway)가 쓴 에세이의 제목이다. 시인은 작품에서 인공수정체, 무릎 연골, 위장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인간이 젊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사이보그는 이를 통해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넘어서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한다.
붉은 블라우스 틈으로 흰 찐빵같은 가슴을 보라 꽃잎처럼 살며시 열던 소녀.
나 사실은 술 못해, 이 술이 디지털이라 마시는 거야, 잠들기 전에 노래를 불러
달라던 소녀.
달력에 '디지털/디지털/디지털'이라고 쓰다 '아, 털이 싫어'라고 고쳐 쓰던 소녀.
네 시는 왜 전철 유리벽에 안나와, 물어보던 소녀.
내가 답이 없자, 사랑도 모두 디지털이야, 우기던 소녀.
거짓말은 육체와 뗄래야 뗄 수 없어, 말도 안되는 이론을 펴던 소녀.
세상이 지랄 같은 것도 모두 자기 탓이라며 담벼락에 머리를 찧던 소녀.
이 땅에 더 이상 봄은 오지 않을 거야, 영원히 겨울이면 좋겠다던 소녀.
피로 피를 씻던지 혁명이 일어나면 다시 올게, 안개처럼 사라졌다 백만 년 후
에 다시 나타난 소녀.
지금은 디지털 세계에서 공인한 늙은 소녀.
- 「디지털 소녀」 부분
디지털은 0과 1의 이진법으로 만들어지는 허상의 세계이다. '사랑도 디지털'이라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사이버 세계가 활성화되면서 지구촌은 이제 하나의 공간으로 연결되고 있다. 엔터 한 번으로 지구촌 끝에서 끝으로 연결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디지털이라는 사이버 세계는 가까운 거리지만 실상은 허구의 세계이기도 하다. 화상 채팅으로 실시간 지구적 사랑을 하는 시대지만 이것은 거꾸로 도깨비의 세계이기도 하다. 이것을 '거짓말' 사랑이라고 시인은 비판적 시각으로 드러내고 있다. 즉 사랑도 '디지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지구 끝 브라질에서 화상으로 만나던 여성이 김포공항까지 비행기를 타고 온다는 이야기를 뉴스 속의 현실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페페, 커피 한 잔만 갖다 줘.
페페, 나 오늘 좀 기분 나빠, 왜냐고 묻지 마.
페페, 옆집 1504호 아줌마, 좀 엉뚱하다고 생각하지 않니?
페페, 내일 원고마감인데, 나머지 네가 좀 써줄래?
페페, 그래, 우리 내년에 결혼식 올리자.
페페, 안돼, 지금 당장은 안돼, 조르지 마, 보는 눈이 너무 많잖아.
페페, 화 내지 마, 지난 달에도 선물 사다 줬잖아.
페페, 마음에 안 들어? 디자인이 구려?
페페, 우리 촛불 켜고 와인 한잔하면서 기분 풀까?
페페, 다음 휴가 때, 모로코 여행 갈 땐, 꼭 데려갈게, 약속!
페페, 그런데, 너 옆집 아줌마 질투하는 거, 맞지?
페페, 좀 웃긴다고 생각하지 않니?
페페, 아니, 웃기는 게 아니라, 좀 슬퍼, 슬퍼하면 안 되니, 뭐?
페페, 너도 슬플 때가 있다고? 이해를 못한다고?
페페, 내 말에 삐쳤구나, 자 한잔, 건배!
페페, 튕기지 마, 사랑해줄게.
페페, 이리 가까이 와, 내 팔 베고 누워.
페페, 네가 이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예뻐.
페페, 우리, 지금, 할까?
- 「로보사피엔스, 페페」 전문
이제 가까운 미래에 지구에 새로운 인류가 출현할 것이다. 새로운 인류의 이름은 '로보사피엔스'이다. 로봇+사피엔스의 결합으로 태어나는 이 종은 어떤 일이든 주인이 원하는 일을 100% 만족시켜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업무는 물론이고 육체적 사랑까지 해결하는 새로운 종이다.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인간과 함께 여생을 보내는 반려자이기도 하다. 시인이 바라보는 미래의 상상은 머지않아 현실이 될 것이다. 사이디아라비아에서는 이미 로봇이 시민권을 취득했다고 한다.
정한용 시인이 신간 시집에서 상상력으로 바라보는 미래 사회는 다양하다. 전 세계가 바이러스로 인하여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고 예견하면서, 지구를 떠나 우주로 피신하는 상상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침팬지와 보노보는 인간과 99% 일치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미래에는 이들이 인간들과 같은 동등한 지위에서 친구가 되고, 시국을 의논할 것이라고 상상한다. 이러한 상상이 가능한 것은 일견 인간이라는 존재가 바이러스에 취약한 면역체계를 가지고 있어서일 것이다.
시인은 이러한 미래 사회의 상상력뿐만 아니라,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고뇌와 부조리에 대해서도 풍자하고 있다. 또한 소시민의 평화로운 삶에 대해서도 시적 화자로 삼아 소시민적 시각으로 담아내고 있다. 시인의 이러한 시각은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진보주의적 변화에 대해서는 중도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정한용 시인은 리얼리스트+모더니스트라고 할 수 있겠다. 시인은 지금까지 펴낸 시집에서와 같이 끊임없는 새로운 시 세계를 천착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시 세계를 가진 좋은 시인이라 할 수 있다.
목차
목차
1부
디지털 소녀
버르장머리 없는 질문들
사이보그 선언
로보사피엔스, 페페
로보사피엔스, 소피아
아무도 남지 않은 별에서
겨우
공룡알 화석
밤-새벽, 조금/살짝
구름의 문장
천 년 동안 내리는 비
사막으로 들어간 사람
사랑의 기록
천기누설
농담
2부
반복과 차이
臨政密旨
쇼나
침묵의 방
꿈꾸는 사람
불편한 기도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p.154
메르스 시대
저항
우리 동네 식당 순례기
성 주일 아침, 아이히만 씨들
한 점 붉은 의혹
배신견들
숲에 대한 생각
최후의 만찬
3부
어성전
두근두근
콧물의 내력
여름 감기
어느 하루
웃기는 짬뽕
기울다
사진 한 장
설거지
늙어가는 남자
늙은 차
피양랭면
스승의 날
빵 굽는 호수-라가바튼(Laugarvatn)에서
물의 길-스내펠스요쿨(Snæfellsj?kull)에서
4부
머무는 시간
눈 내린 아침
눈길
겨울 산행
봄의 환(幻)
헛꽃
초밥을 먹으며
쇠핑엔에서 담배 피우기
장보기 목록
빗소리를 새기다
먼 저곳
아주 멀리
수목장
지극
디지털 소녀
버르장머리 없는 질문들
사이보그 선언
로보사피엔스, 페페
로보사피엔스, 소피아
아무도 남지 않은 별에서
겨우
공룡알 화석
밤-새벽, 조금/살짝
구름의 문장
천 년 동안 내리는 비
사막으로 들어간 사람
사랑의 기록
천기누설
농담
2부
반복과 차이
臨政密旨
쇼나
침묵의 방
꿈꾸는 사람
불편한 기도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p.154
메르스 시대
저항
우리 동네 식당 순례기
성 주일 아침, 아이히만 씨들
한 점 붉은 의혹
배신견들
숲에 대한 생각
최후의 만찬
3부
어성전
두근두근
콧물의 내력
여름 감기
어느 하루
웃기는 짬뽕
기울다
사진 한 장
설거지
늙어가는 남자
늙은 차
피양랭면
스승의 날
빵 굽는 호수-라가바튼(Laugarvatn)에서
물의 길-스내펠스요쿨(Snæfellsj?kull)에서
4부
머무는 시간
눈 내린 아침
눈길
겨울 산행
봄의 환(幻)
헛꽃
초밥을 먹으며
쇠핑엔에서 담배 피우기
장보기 목록
빗소리를 새기다
먼 저곳
아주 멀리
수목장
지극
저자
저자
정한용
1958년 충주 생. 1980년 신춘문예 평론 당선과 1985년 『시운동』에 시 발표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얼굴 없는 사람과의 약속』, 『슬픈 산타 페』, 『나나 이야기』, 『흰 꽃』, 『유령들』, 『거짓말의 탄생』과, 영문시선집 『How to Make a Mink Coat』, 『Children of Fire』를 냈다. 문학론으로 『지옥에 대한 두 개의 보고서』, 『울림과 들림』, 『초월의 시학』 등이 있다. '천상병시문학상'과'시와시학상'을 수상했다. 미국, 독일, 아이슬란드 등의 작가 레지던시에 참여했으며, 시작품이 미국,일본, 캐나다, 마케도니아, 보스니아, 시리아, 아일랜드 등에서 현지어로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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