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 만한 세상
장애란 제2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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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란 작가의 두 번째 시집. 그의 작품에는 가족 사랑과 자연에 대한 사랑이 정겹게, 때로는 가슴 시리게 다가온다. 고단한 일상에도 밥상에 둘러앉은 가족의 모습에서 마음이 따뜻해진다. 사랑이 흘러넘치는 부부의 모습은 고요한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앙상한 나무에서 잎눈이 올라오고 꽃망울을 터뜨리는 일련의 과정을 생명 탄생과 과정의 신비로움으로 잘 표현했다.
그의 작품을 읽고 있으면 숲속에 있는 듯, 넓은 바다를 보고 있는 듯, 따뜻한 햇볕 아래 있는 듯, 나무 그늘에 있는 듯이 고요와 평안함을 느낀다. 고향을 이루는 집터의 민들레꽃과 정겨운 이웃사촌, 작은 풀꽃마저도 아련한 향수와 정겨움이 묻어난다. 땀으로 젖은 옷과 흙발에서 농부의 고단함이 있으나 자연은 정성을 들인 만큼 정직한 결실을 준다는 교훈을 얻는다.
그의 작품을 읽고 있으면 숲속에 있는 듯, 넓은 바다를 보고 있는 듯, 따뜻한 햇볕 아래 있는 듯, 나무 그늘에 있는 듯이 고요와 평안함을 느낀다. 고향을 이루는 집터의 민들레꽃과 정겨운 이웃사촌, 작은 풀꽃마저도 아련한 향수와 정겨움이 묻어난다. 땀으로 젖은 옷과 흙발에서 농부의 고단함이 있으나 자연은 정성을 들인 만큼 정직한 결실을 준다는 교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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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해설
세월의 길목에 핀 서정의 미학
이호연(시인, 문학박사)
《아직 살 만한 세상》은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따스한 시선을 따라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을 코로나19로 지친 독자들과 함께 거닐면서 따스한 위로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 앞에서 수줍어하는 아이처럼 자신을 드러내기에 아직은 쑥스럽다는 듯이 다가오는 그의 서정이 정겹다. 그의 첫 시집 《촌부의 야채 가게》에 놓인 푸성귀처럼 풋풋하여 입에 군침이 도는 듯하다. 이 가게에는 무엇이 준비되어 있으며, 어떻게 우리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줄까? 시인인 주인장의 마음에 넘쳐나는 정겨움이 우리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으니, 이번 제2시집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장애란의 제2시집 《아직 살 만한 세상》은 6부로 구성하였다. 제1부 '황혼 여정'은 자신의 인생 여정에 대한 성찰을 통하여 얻은 깨달음을 담고 있으며, 제2부 '가을의 하루'에서는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제3부 '사랑의 꽃말'은 제주도 생활을 중심으로 일상적 삶을 이미지를 활용하여 형상화하고 있고, 제4부 '젊은 엄마'에서는 가족과 더불어 살아온 삶을 노래하면서 자신의 삶을 감사기도 드리듯 그려내고 있다. 제5부 '풀꽃'은 농부의 삶을 그렸고, 제6부 '초동 친구'에서는 친구, 그리고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노래하여 정겨운 서정을 펼치고 있다.
제1부 '황혼 여정'에서 삶에 대한 성찰의 시를 만날 수 있다. '그리움', '기다림', '불면의 밤', '황혼 여정' 등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성찰을 통하여 얻은 삶에 대한 깨달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이러한 드러냄을 통하여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그리움〉에서 '해변 맑은 물에 살며시 손 담그니 잠자던 샛바람이 눈을 뜨며 웃는' 것이 그리움이라 읊고 있다. 그 눈길이 그의 온화한 미소처럼 정겹고, 그의 시어들이 몽돌처럼 둥글둥글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기다림〉에서는 '거센 물보라에 실신한 몽돌', '마음이 돌이 되어 밤이슬 맞으며 동글어진 억겁의 세월에 인연은 열린 마음의 피안'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뒤척이다보니 '진실은 부서지고, 시간은 무게를 더하고, 어느새 날이 밝았다'고 노래한다. 불면이 춤을 추고 다가오면 그냥 포기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긍정하고 함께하면서 더 애틋하게 자신의 삶을 보살피게 된다. 그는 〈삶1〉에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꿈을 잃고 웃음도 멎은 '아카시아', 열매 떨군 '벚나무'와 같다고 하면서, '피고 지고, 가고 오는 자연'처럼 인생도 그러하리라 위로하고 감사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삶이 '상처와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때로는 깨달음'을 얻어 살아올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우리들 삶이 고통 아닌 게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고 그 고통에 억눌려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 고통을 품에 안고 희망을 갖고서 다시 살아야 한다. '옹이 박힌 가슴에 삶의 동력이 희망으로 뭉쳐지고 있었다'는 역설적인 인식이야말로 그에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었다. 그래서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끼리 인사하기조차 어색한 코로나 세태에 '엄마 손 놓고 배꼽인사'하는 아이, 길거리에서 인사하는 중학생 예닐곱 명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인사에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는 마음 또한 열심히, 열정적으로 인생을 살아온 연륜의 여유가 아닐까? 감사하는 마음이 지극하니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리라. 역시 이러한 사람들이 있어서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그래서 〈월동 대비〉에서 '인생살이 밭을 갈고, 가슴앓이 몇 번 만에 인생 후반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장날〉에서는 겨울을 몰고 오는 가을비를 바라보며 '어린 시절 비 맞고 화롯가에 앉아 재잘대던 자매를 생각하면서, 지나온 길은 아득하지만 남아 있는 길이 행복으로 가득하기를 기대한다. 그 마음이 지극한 정성으로 이어져 봄마중 나가는 인연으로 가슴 벅차다. 5일장에서 산나물을 팔고 있는 할머니의 작은 바구니에서 '시골집 향수가 꿀범벅'이 되어 밀려와 '가슴 한 아름 안겨 오는 찡한 인생 이야기'를 듣고, 〈진보의 세월에〉는 노인정에서 '75세 청춘'으로 '새댁이 된 기분'을 만끽하기도 한다.
제2부 '가을의 하루'에서는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을 노래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한결같은 정성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시인의 오롯한 서정이 돋보인다. 〈봄〉에서 '삭신은 바람에 울고, 마음은 추억에 울고'처럼 유사한 통사구조로 운율을 형성하고 '입춘 즈음'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어도 '따뜻한 양지 녘'을 찾아 '가슴을 데우는' 삶을 형상화하여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는 '봄이 놀라 대지의 화폭에 연둣빛 물감칠하면' '상큼하고 발랄한 소녀'가 된다고 하면서, 개울에 조약돌을 던지고 그 물결을 바라보며 〈봄 노래〉를 부른다.
뻐꾸기 소리를 듣고서 산 너머 종지기가 종을 친다는 시적 발상이 기발하다. 싱그러운 5월을 한 폭의 풍경화처럼 그려내면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봄비가 떡갈나무 잎사귀에 농번기 종을 달고, 봄비 소리에 종지기가 화들짝 깨어나 종을 치는 풍경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길이 한없이 따스하다. 봄의 인사를 받는 화자의 마음이 봄비처럼 다가온다. 그리하여 그는 〈삼월〉에서 '껍질에 갇힌 생명'을 본다. 그리고 '태초의 뜻에 따라' 살아가고자 한다. 그 뜻은 겨울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봄을 앗아갈 수 없다는 진리 앞에 자신의 삶 또한 그러리라는 자기 위안이리라. '아직도 빈 가지엔 섧게 우는 소리' 남아 있지만, '삼월은 순풍에 돛을 달고' 올 것을 믿기 때문이다.
한편 〈경칩〉에서는 '꽃등이 지천인 세상'을 어쩔 거냐며, 겨울을 지나 잘 살아왔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환장하겠다'며 복짓는 자연을 노래한다. 자연이 복을 짓는다는 표현에서 그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인상적이다.
〈삼복〉에서는 삼복 더위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오체투지 순례기도'로 드러난다. '풍요로운 결실'을 감사하는 마음이 그의 삶에서 중심이 되는 기도로 이어지는 것이다. 역시 그러한 서정은 〈초복〉에서도 드러난다. 아버지를 생각하니, 한 시절의 풍경이 떠오른다. '아버지 지고 온 쑥 다발을 마당 가운데 세워놓고' 쑥불을 지피던 일이다. 말하지 않아도 '사랑이 숨결 따라 터져 나오고 초복은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던' 그 시절, 쑥불을 피워 모기를 쫓던 그 풍경이 그립다. 자연과 함께하면서 가족들이 더위를 이겨내는 모습이 자못 흥미롭다.
〈결실〉에서는 창밖의 밤나무가 계절 앓이로 고통의 긴 시간 지새우다가 가슴에 옹이가 생겼단다. 그러나 그 상처로 얼룩진 가슴앓이가 '밤이 익으면, 벼가 익으면' '고단한 농부의 삶'에 '한숨 열말'이 신음으로 버겁지만, 그래도 붉게 물드는 저녁 하늘을 보면서 웃음 지으며, 농부들의 가슴앓이를 '슬픈 행복'이라고 역설적으로 위로하고 있다. 가을 햇볕을 '따스한 눈빛'의 '노모'로 비유한 〈가을의 하루〉에서는 저녁 식사 준비로 분주한 늦가을 저녁을 노래하여 '들녘 가을걷이로 통장작 같은 몸이 된 늙은 아낙'을 위로하고 있다.
〈겨울〉에서는 '야속하게 깊어가는 겨울'을 노래한다. 누구나 봄이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이러저러한 일들을 꾸려 희망에 부풀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후회가 쌓여가는 것이 인생사가 아니던가. '서릿발 친 흙살에 동태 된 파'처럼 쓸쓸함으로 온몸이 굳어가는 시절이지만, 그래도 또 내년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제3부 '사랑의 꽃말'은 제주에서 몇 달을 배우자와 함께 살면서 얻은 시정을 정겹게 다듬어 내었다. 자연에 대한 애틋한 서정을 추억과 함께 그려낸 시심을 따라가다 보니, 그대로 그리움의 향연이다. 그는 〈꿈꾸던 제주 바다〉에서 '튀어 오르는 물방울 따라' '이끼 긴 걱정'을 던져버린다. 섭지코지에서 '긴 세월 푸른 인연'을 '애모의 노래'로 흥얼거린다. 그리하여 〈너와 나〉에서는 '긴 세월 외로움은 이끼 많은 검버섯 키우고' 파도는 '고향 찾은 옛 동무 맞이하듯' 석양 노을의 낭만을 노래한다.
〈단풍〉에서 '무서리에 신열을 앓더니', '늦깎이 정열에' 산야가 불붙는다고 한다. '황금빛 은행잎은 석양에 노을이 되고, 바람 한소끔 끓어오르면 오색 먼 길 미소 지으며 자연으로 돌아간다'며 단풍을 그려낸다. 그는 〈몽돌〉에서 '인연'을 '밤이슬 맞으며 억천만겁 쌓은' 것으로 표현한다. 그처럼 인연이 쌓였기에 시인의 몸 안에 삶이 아로새겨진 몽돌이 있다.
또한 〈봉선화〉에서는 그의 발걸음 역시 흥미롭다. 장독대에 오르다 봉선화 씨방을 건드렸는데, 봉선화가 '톡 터지며' '꿈을 보았네. 세상을 보았네'라고 한 마디 던진다는 의인화는 생동감과 함께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촌 아낙의 가슴에 장작불이 타오르고, 초가을 쓸쓸한 저녁'에도 꽃씨 한 알에 취기가 오른다. 소녀의 수줍음이 그대로 스며 있는 정갈함에 숙연해진다. 그 가슴에 취기가 오르는 것은 설레는 소녀 가슴의 형상화로 그 느낌이 생생하다. '아지랑이처럼 피었다 사라지는 백치미'가 애처로워 '밤이슬 맞으며 불면으로 고백'했던 '사랑의 꽃말'이 들려온다.
자연을 대하는 그의 마음이 보석처럼 빛나는 조가비로 형상화된다. 조가비에게 마음을 빼앗겨 조가비와 하나가 된다. 그리하여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가슴으로 경이로운 자연의 신비 앞에 겸허해진다. 그 마음이 정으로 넘쳐나기에 '평화'를 맛볼 수 있다. 〈성산 바다〉는 어부들이 '설움과 원망은 바다 끝에 두고' 와서 '해탈의 웃음으로 다시 태어나는' 곳으로 '오늘도 온몸 추스르는 등대'로 그려진다. 그리하여 '성산포 앞 바다'에 해가 지면 '묵은 시름 사라지고 달빛만 고요히 숨을 쉰다'고 노래한다.
윤습한 바람에 감정도 따라 젖고, 신비로운 수묵화의 산허리 감는 운무를 바라보며 허허로운 마음이 자연 앞에서 허세를 벗는다. 마음을 비우니 자신의 삶이 원초적 행복으로 오히려 충만하다. 그리하여 화자는 '푸르른 숲을 닮아' 자연과 하나가 되고 있다. 물아일체의 경지에 도달한 시인의 서정적 미학이 돋보인다.
〈장마〉에서는 '우리의 잘못을 거듭 회개하고 내일을 바르게 살기 위해 하느님께 평화'를 구한다. 삼복더위에도 빗줄기가 손님처럼 찾아와 '반갑고 고마워서 온몸으로 환영'하였는데, 장마가 '기상 관측 이후 최장기간이라는 뉴스 예보에 아연'하면서도 '인간의 힘만으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는 하늘의 과제'임을 깨닫고,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그의 신심 또한 그의 시정처럼 그윽함을 본다. 비가 적절한 때에 적절하게 내리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장마에는 홍수와 무더위로, 가뭄에는 쩍쩍 갈라지는 논밭을 보면서 가슴이 타들어가고 불볕더위로 열대야까지 겹치는 곤란을 겪는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기에 신앙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제4부 '젊은 엄마'는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가족과 더불어 살아온 삶에 대한 감사 기도로 채워져 있다. 가족이 한 자리에 앉아 식사하기도 힘든 세상에 '식구'라는 의미까지 희미해져가는 상황을 '젊은 엄마'는 잘 헤쳐 나간다. 든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삶은 기적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 기적은 우연히 주어지는 게 아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감사 기도'로 열어가는 그의 믿음이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씨앗이 되고 있다. '허기진 생활고'에 힘겹게 살아가면서도 '하늘'을 보고 웃는 그의 모습에서 경건한 삶의 자세를 읽게 된다. 그러한 자세로 살아가기에 '그래도 몸 비비는 가족 사랑'으로 '삶의 기적'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어찌 회한이 없겠는가마는 그는 〈백년 해로〉에서 '끓어오르는 애증 속에도 연민은 부싯돌 되어 황혼길 함께 걷는다'고 노래한다. 연민을 부싯돌로 삼는 마음이 이제까지의 시련을 이겨낸 저력이라 생각하니 숙연해진다. 삶에 대한 그 긍정적인 태도와 표현이 절묘하다. 부부를 노래한 연작시에서는 부부가 주고받는 말이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그러나 그 따뜻함이 그저 웃어넘길 수 없는 여운을 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희비애락이 추억 속에 떠오르고, 그 추억은 '당신은 나의 힘, 당신은 나의 믿음'이 된다. 생각해 보니 '네잎클로버'에 얽힌 추억이 그립다. 배우자의 '콧노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비록 '철딱서니 없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시간은 유유히 흘러 '백발 황혼에 가을 동화 같은 사랑'을 기대하는 그이에게 화자 또한 '철딱서니 없다'고 하면서 즐거워한다.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 같다. 희비애락 다 겪고 나니 이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것인가? '그리움은 그리움끼리 삶을 노래'할 수 있을까? 〈부부2〉에서는 '백년가약 맺던 날 줄타기는 시작'되었는데, '참을 인'을 그리고 또 그리다가 '언젠가 그분 부르시면 가슴에 봉인된' 그 '참을 인' 한 글자에 '봄눈 녹아 흐르는 맑은 물같이 눈물 녹여 흐르리'라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모성애〉에서는 '아들의 고통'을 대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하루가 여삼추 같다고 하면서 '칠흑 바다에 불 꺼진 등댓불'로 담담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마음속 기도는 '절절한 절규'다. 기도의 '봇물이 터졌다'는 표현으로 아픈 자식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을 그려낸다. 그 기도의 응답으로 '말씀이 훈풍으로' 불어온다.
〈성묘〉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흉흉한' 상황에서도 '산길 내달려 친지에게 택배 봉송 꾸리'면서 '농군의 땀방울'이 '헛되지 않았음'을 담아내는 그의 시정이 참 따뜻하다. '장맛 변하면 집안이 흉가 된다는 말씀'을 지고 사셨던 어머니를 그린 〈어머니〉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애틋하다. '살얼음판' 같은 삶을 고달프게 사셨던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세월 속에 가전 보옥'이 되어 '화수분 씨간장', '어머니 혼불'로 빛난다. 〈노부부〉의 식탁 풍경은 참으로 정겹게 그려진다. '용달 마친 그이'에게 밥을 지어 드리면서도 '국 후후 불어 마시며', 배우자의 얼굴에 떠오르는 '웃음'을 놓치지 않는다. 힘들어도 웃을 수 있는 그 마음이 넉넉하다. 이와 같이 그의 가족 사랑이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더욱 든든하고, 이웃으로까지 확대되는 그의 사랑이 그만큼 깊고 따뜻하고 애틋하다.
제5부 '풀꽃'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농부의 삶을 그려낸다. 농사철에 비가 오지 않으면 가뭄으로 논이 쩍쩍 갈라져 가는 모습을 보며 애간장이 다 녹아내리고, 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홍수가 나면 수마가 할퀴고 간 자국마다 농부들의 피눈물이 고인다. 그러나 자연을 원망하지 않고 순응하면서 살아온 자신의 삶을 통해 자부심과 긍지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농부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긴 장마〉는 텃밭에서 수확할 농작물이 장마로 인하여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예측을 벗어난 게릴라성 빗줄기'에 '시름 짙은' 농부의 마음이 애처롭다. 농사철에 적절하게 비가 내려주길 바라면서 밭으로 향하는 그의 마음이 오롯하다.
자연 속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농부의 삶을 현장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여우비에 화들짝 놀라 모종삽을 찾는' 농부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행복'하다는 시인의 정감이 오롯하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화자의 삶이 '시집보낼 채소 모종에 안달 난 아낙'으로 드러난다. 풍년을 기원하는 농부의 마음을 〈농부는〉에서는 '콩 한 톨도 나누는 고운 심성', '꽃향기보다 짙은 땀 냄새'로 비유하면서 '절실한 기도 올리는 모습'으로 형상화한다.
〈밭갈이〉에서는 '새참 짓던 아낙 어룽어룽 소싯적' 추억을 떠올리면서 '밭갈이 여념 없는 지아비 어둠살 갈아엎고 밝은 세상 펼쳐 놓으니' 비로소 행복이 잠에서 깨어난다고 노래한다. 〈촌부〉에서는 장맛비가 그치지 않는 동안에도 '이웃과 나눔 잔치'를 생각하는 화자의 마음이 한없이 넉넉하다. 농부로서의 삶에 자부심을 갖고, 스스로 살아가는 삶에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서는 눈길이 차분하면서도 정겹다. 특히 부부가 함께하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쓰다듬는 정경은 청자에게 아늑한 정감으로 다가온다.
봄 햇살 나른할 때, 촌부의 능숙한 발걸음이 논두렁 밭이랑을 누빈다. 자연은 달래, 쑥, 씀바귀에 민들레까지 여기저기 선물을 마련하였다. 서둘러 봄이 주는 선물을 요리하는 화자의 모습에 신이 난다. 〈시골 동네〉에서 그는 '하늘엔 사랑 별, 땅엔 이야기 별'을 바라보며 '이웃 간 도타운 정 나누며 살았'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 시절을 추억하는 화자의 가슴을 '멍든 들국'이 아프게 하기도 하지만, '버들치 동자개 송사리 가재, 동무들 만나 황홀한 춤사위로' 함께했던 생각으로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어 본다.
〈시월의 텃밭〉은 농부의 환한 미소가 함께할 세상, '크기도 모양도 다르지만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노래이다. 〈추억〉에서 화자는 '황혼의 길목에서 불 밝히는 사진첩'에 5일장에서 돌아오던 길을 떠올린다. '동구 밖까지 마중 나온 아이와 가슴 찐한 한바탕 포옹'으로 정겹고 생동감이 넘친다. '저녁노을이 얼굴 붉히며 떠난 자리'에서 '우리의 저녁은 시작된다'는 긍정적인 자세가 고단한 삶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그는 참 부지런하다. 농부의 삶에 근면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터득한 지혜이리라. 〈텃밭〉에서 '봄 볕살 자연스레 맺은 이웃사촌 바람꽃마저' 반겨 든다고 한다. 바지에 묻은 흙을 털며 아침 일찍 밭일을 하면서 '봄 볕살'을 이웃사촌으로 맺은 부지런한 농부의 삶이다.
제6부 '초동 친구'에서는 친구들과 이웃들에 대한 그리움이 새로운 삶에 대한 동력이 되고 있다. 세상 살아가면서 친구, 특히 함께 땔나무를 하고 꼴을 베고, 물장구치며 놀았던 초동 친구는 더욱 정답고 알뜰한 친구이다. 그러니 나이가 들수록 더 찾게 되고, 더 그리운 사람들일 것이다. 또한 함께 살았던 이웃, 또 지금 함께 살고 이웃은 더더욱 소중한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그는 이러한 사람들에 대한 살뜰한 정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갑장 친구〉에서는 '전화벨 소리 요란하여 수화기 들으니 혼자된 친구'가 짧으면서도 시적인 말을 건넨다. '갈까, 올래'라는 이 말속에 함축하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우리들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은 아닐까? '대접 커피 비우고 씽긋 웃음 지으며' 이 맛에 살아간다는 그 마음이 우리들 삶을 더욱 넉넉하게 해 주고 있다. '울화병 넋두리'에도 그의 이러한 마음이 우리들에게 세상을 더욱 잘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리라고 믿는다.
〈고향 마을〉에서 그는 '그리운 추억'을 노래하면서 '나이에서 오는 그리움'으로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한다. 그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놀이터를 바라본다. 〈놀이터〉에서는 '고무줄 위에서 폴짝폴짝' 뛰면서 동요를 부르는 아이를 보고, '엄마가 섬 그늘에'라는 구절을 상기하여 그 노래에 서린 추억을 불러온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어릴 적의 '고무줄놀이 사방치기 공기놀이 술래잡기'가 영상처럼 펼쳐지고, '추억이 봄바람에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는 표현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새해〉에서 그의 마음은 언제나 이웃을 위해 열려 있다. 복 지어라, 복 받으라 인사 나누며 '두루주머니'에 희망을 담는 것처럼 모두가 근심 걱정 내려놓고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러면서 〈속풀이〉에서는 '선선한 바람 맞으며 가을과 거닐고, 설레는 마음 천방지축 한바탕 놀다 보니' 속이 풀린다고 한다. 그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자연과 함께하고 있는가를 살필 수 있다.
그가 시상을 떠올리기 위해 용틀임하듯 몸부림치는 모습을 통해 그의 시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다. '허접한 글귀가 퇴고의 강에 부딪혀 허우적댄다'는 표현은 그가 시어 하나를 건져 올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보여준다. 농사짓듯 마음밭을 갈고, 그 밭에 씨를 뿌리고, 가꾸어가는 그의 시심이 잘 드러나 있다. 세상 무엇 하나 허투루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진리를 그의 시에서 읽을 수 있다. 세상에 대해서도 정성을 다하여 관심을 기울이고, 실마리를 찾아 온갖 뒤엉킨 매듭을 풀어나가고자 한다. 〈인연2〉는 그러한 마음이 반영된 작품이다.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불안과 불신'에 관심을 갖고서 우리들은 어떻게 그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삶에 굴레를 씌우고 지혜의 숲을 가렸다'는 현실에 대한 판단은 '평온했던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는 '살가운 시절의 인연'을 찾고, '평화로운 양심이 살아있는 세상'을 그리워하고 있다. 〈초동 친구〉에서는 '그리운 얼굴이?웃음'을 짓고, '청보리 푸른 물결'과 '동화 나라 이야기'로 마음을 채우면, '그리움이 말을 한다'고 한다.
그의 시에서는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특히 〈향수〉에서 '꿈 날개 달고 객지에 일상 꾸리니 희미한 불빛 속에 잠자던 가로등 그리움에 찬바람이 서럽다'며 고향에 대한 정을 노래한다. 이처럼 그의 시에 흐르는 서정은 그리움이다. 이웃과 더불어 자연에서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맛깔스럽게 차려진 밥상처럼 넉넉하면서도 정겹다.
촌부의 야채 가게 같은 서정의 밭에서 함께 거닐다 보니 어느덧 마음은 그리움에 가득한 들판을 지나고 있다. 그는 밑동만 남은 그루터기에 잠시 쉬어가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시, 한 사람이라도 공감하고 감사할 시를 출산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밑동만 남은 그루터기 같은 자신의 삶을 통해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고자 하는 시인의 서정이 시편 하나하나에 그득히 담겨 있음을 보았다.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눈길로 넉넉하고, 아늑하고, 아름다운 서정의 미학을 정립하고 있다.
그에게 세월의 길목은 한 여인의 삶에서 시인의 삶으로 변화하는 또 다른 출발을 의미한다. 여태까지 그러했듯 시인으로서의 삶 또한 정성을 다할 것이다. 그래서 인생 이야기를 '촌부의 야채 가게'에 상품으로 내놓듯 시집으로 엮어낸 그의 오롯한 정성에 감동한다. 돌아오는 5일장에는 또 어떤 '농작물'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살 만한 세상을 위한 그의 정겨운 노래를 계속해서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극한 정성으로 바라보는 살 만한 세상의 시적 형상화, 살 만한 세상을 위한 연가는 세월의 길목에서 그가 피워낸 서정의 미학이다.
세월의 길목에 핀 서정의 미학
이호연(시인, 문학박사)
《아직 살 만한 세상》은 제목부터 눈길을 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따스한 시선을 따라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을 코로나19로 지친 독자들과 함께 거닐면서 따스한 위로를 받고 싶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 앞에서 수줍어하는 아이처럼 자신을 드러내기에 아직은 쑥스럽다는 듯이 다가오는 그의 서정이 정겹다. 그의 첫 시집 《촌부의 야채 가게》에 놓인 푸성귀처럼 풋풋하여 입에 군침이 도는 듯하다. 이 가게에는 무엇이 준비되어 있으며, 어떻게 우리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해줄까? 시인인 주인장의 마음에 넘쳐나는 정겨움이 우리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으니, 이번 제2시집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장애란의 제2시집 《아직 살 만한 세상》은 6부로 구성하였다. 제1부 '황혼 여정'은 자신의 인생 여정에 대한 성찰을 통하여 얻은 깨달음을 담고 있으며, 제2부 '가을의 하루'에서는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을 노래하고 있다. 제3부 '사랑의 꽃말'은 제주도 생활을 중심으로 일상적 삶을 이미지를 활용하여 형상화하고 있고, 제4부 '젊은 엄마'에서는 가족과 더불어 살아온 삶을 노래하면서 자신의 삶을 감사기도 드리듯 그려내고 있다. 제5부 '풀꽃'은 농부의 삶을 그렸고, 제6부 '초동 친구'에서는 친구, 그리고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노래하여 정겨운 서정을 펼치고 있다.
제1부 '황혼 여정'에서 삶에 대한 성찰의 시를 만날 수 있다. '그리움', '기다림', '불면의 밤', '황혼 여정' 등의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성찰을 통하여 얻은 삶에 대한 깨달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이러한 드러냄을 통하여 삶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그리움〉에서 '해변 맑은 물에 살며시 손 담그니 잠자던 샛바람이 눈을 뜨며 웃는' 것이 그리움이라 읊고 있다. 그 눈길이 그의 온화한 미소처럼 정겹고, 그의 시어들이 몽돌처럼 둥글둥글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기다림〉에서는 '거센 물보라에 실신한 몽돌', '마음이 돌이 되어 밤이슬 맞으며 동글어진 억겁의 세월에 인연은 열린 마음의 피안'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뒤척이다보니 '진실은 부서지고, 시간은 무게를 더하고, 어느새 날이 밝았다'고 노래한다. 불면이 춤을 추고 다가오면 그냥 포기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긍정하고 함께하면서 더 애틋하게 자신의 삶을 보살피게 된다. 그는 〈삶1〉에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꿈을 잃고 웃음도 멎은 '아카시아', 열매 떨군 '벚나무'와 같다고 하면서, '피고 지고, 가고 오는 자연'처럼 인생도 그러하리라 위로하고 감사 노래를 부른다.
자신의 삶이 '상처와 고통'의 연속이었지만, 그래도 '때로는 깨달음'을 얻어 살아올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우리들 삶이 고통 아닌 게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고 그 고통에 억눌려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그 고통을 품에 안고 희망을 갖고서 다시 살아야 한다. '옹이 박힌 가슴에 삶의 동력이 희망으로 뭉쳐지고 있었다'는 역설적인 인식이야말로 그에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되었다. 그래서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한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는 이웃끼리 인사하기조차 어색한 코로나 세태에 '엄마 손 놓고 배꼽인사'하는 아이, 길거리에서 인사하는 중학생 예닐곱 명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인사에 '고마움'을 표시할 수 있는 마음 또한 열심히, 열정적으로 인생을 살아온 연륜의 여유가 아닐까? 감사하는 마음이 지극하니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이리라. 역시 이러한 사람들이 있어서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그래서 〈월동 대비〉에서 '인생살이 밭을 갈고, 가슴앓이 몇 번 만에 인생 후반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장날〉에서는 겨울을 몰고 오는 가을비를 바라보며 '어린 시절 비 맞고 화롯가에 앉아 재잘대던 자매를 생각하면서, 지나온 길은 아득하지만 남아 있는 길이 행복으로 가득하기를 기대한다. 그 마음이 지극한 정성으로 이어져 봄마중 나가는 인연으로 가슴 벅차다. 5일장에서 산나물을 팔고 있는 할머니의 작은 바구니에서 '시골집 향수가 꿀범벅'이 되어 밀려와 '가슴 한 아름 안겨 오는 찡한 인생 이야기'를 듣고, 〈진보의 세월에〉는 노인정에서 '75세 청춘'으로 '새댁이 된 기분'을 만끽하기도 한다.
제2부 '가을의 하루'에서는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을 노래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한결같은 정성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시인의 오롯한 서정이 돋보인다. 〈봄〉에서 '삭신은 바람에 울고, 마음은 추억에 울고'처럼 유사한 통사구조로 운율을 형성하고 '입춘 즈음' '칼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어도 '따뜻한 양지 녘'을 찾아 '가슴을 데우는' 삶을 형상화하여 자연에 순응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는 '봄이 놀라 대지의 화폭에 연둣빛 물감칠하면' '상큼하고 발랄한 소녀'가 된다고 하면서, 개울에 조약돌을 던지고 그 물결을 바라보며 〈봄 노래〉를 부른다.
뻐꾸기 소리를 듣고서 산 너머 종지기가 종을 친다는 시적 발상이 기발하다. 싱그러운 5월을 한 폭의 풍경화처럼 그려내면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봄비가 떡갈나무 잎사귀에 농번기 종을 달고, 봄비 소리에 종지기가 화들짝 깨어나 종을 치는 풍경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길이 한없이 따스하다. 봄의 인사를 받는 화자의 마음이 봄비처럼 다가온다. 그리하여 그는 〈삼월〉에서 '껍질에 갇힌 생명'을 본다. 그리고 '태초의 뜻에 따라' 살아가고자 한다. 그 뜻은 겨울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봄을 앗아갈 수 없다는 진리 앞에 자신의 삶 또한 그러리라는 자기 위안이리라. '아직도 빈 가지엔 섧게 우는 소리' 남아 있지만, '삼월은 순풍에 돛을 달고' 올 것을 믿기 때문이다.
한편 〈경칩〉에서는 '꽃등이 지천인 세상'을 어쩔 거냐며, 겨울을 지나 잘 살아왔다고 스스로 위로하면서, '환장하겠다'며 복짓는 자연을 노래한다. 자연이 복을 짓는다는 표현에서 그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인상적이다.
〈삼복〉에서는 삼복 더위에도 감사하는 마음이 '오체투지 순례기도'로 드러난다. '풍요로운 결실'을 감사하는 마음이 그의 삶에서 중심이 되는 기도로 이어지는 것이다. 역시 그러한 서정은 〈초복〉에서도 드러난다. 아버지를 생각하니, 한 시절의 풍경이 떠오른다. '아버지 지고 온 쑥 다발을 마당 가운데 세워놓고' 쑥불을 지피던 일이다. 말하지 않아도 '사랑이 숨결 따라 터져 나오고 초복은 어느새 저만치 달아나던' 그 시절, 쑥불을 피워 모기를 쫓던 그 풍경이 그립다. 자연과 함께하면서 가족들이 더위를 이겨내는 모습이 자못 흥미롭다.
〈결실〉에서는 창밖의 밤나무가 계절 앓이로 고통의 긴 시간 지새우다가 가슴에 옹이가 생겼단다. 그러나 그 상처로 얼룩진 가슴앓이가 '밤이 익으면, 벼가 익으면' '고단한 농부의 삶'에 '한숨 열말'이 신음으로 버겁지만, 그래도 붉게 물드는 저녁 하늘을 보면서 웃음 지으며, 농부들의 가슴앓이를 '슬픈 행복'이라고 역설적으로 위로하고 있다. 가을 햇볕을 '따스한 눈빛'의 '노모'로 비유한 〈가을의 하루〉에서는 저녁 식사 준비로 분주한 늦가을 저녁을 노래하여 '들녘 가을걷이로 통장작 같은 몸이 된 늙은 아낙'을 위로하고 있다.
〈겨울〉에서는 '야속하게 깊어가는 겨울'을 노래한다. 누구나 봄이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이러저러한 일들을 꾸려 희망에 부풀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는 후회가 쌓여가는 것이 인생사가 아니던가. '서릿발 친 흙살에 동태 된 파'처럼 쓸쓸함으로 온몸이 굳어가는 시절이지만, 그래도 또 내년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우리는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제3부 '사랑의 꽃말'은 제주에서 몇 달을 배우자와 함께 살면서 얻은 시정을 정겹게 다듬어 내었다. 자연에 대한 애틋한 서정을 추억과 함께 그려낸 시심을 따라가다 보니, 그대로 그리움의 향연이다. 그는 〈꿈꾸던 제주 바다〉에서 '튀어 오르는 물방울 따라' '이끼 긴 걱정'을 던져버린다. 섭지코지에서 '긴 세월 푸른 인연'을 '애모의 노래'로 흥얼거린다. 그리하여 〈너와 나〉에서는 '긴 세월 외로움은 이끼 많은 검버섯 키우고' 파도는 '고향 찾은 옛 동무 맞이하듯' 석양 노을의 낭만을 노래한다.
〈단풍〉에서 '무서리에 신열을 앓더니', '늦깎이 정열에' 산야가 불붙는다고 한다. '황금빛 은행잎은 석양에 노을이 되고, 바람 한소끔 끓어오르면 오색 먼 길 미소 지으며 자연으로 돌아간다'며 단풍을 그려낸다. 그는 〈몽돌〉에서 '인연'을 '밤이슬 맞으며 억천만겁 쌓은' 것으로 표현한다. 그처럼 인연이 쌓였기에 시인의 몸 안에 삶이 아로새겨진 몽돌이 있다.
또한 〈봉선화〉에서는 그의 발걸음 역시 흥미롭다. 장독대에 오르다 봉선화 씨방을 건드렸는데, 봉선화가 '톡 터지며' '꿈을 보았네. 세상을 보았네'라고 한 마디 던진다는 의인화는 생동감과 함께 재미를 더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촌 아낙의 가슴에 장작불이 타오르고, 초가을 쓸쓸한 저녁'에도 꽃씨 한 알에 취기가 오른다. 소녀의 수줍음이 그대로 스며 있는 정갈함에 숙연해진다. 그 가슴에 취기가 오르는 것은 설레는 소녀 가슴의 형상화로 그 느낌이 생생하다. '아지랑이처럼 피었다 사라지는 백치미'가 애처로워 '밤이슬 맞으며 불면으로 고백'했던 '사랑의 꽃말'이 들려온다.
자연을 대하는 그의 마음이 보석처럼 빛나는 조가비로 형상화된다. 조가비에게 마음을 빼앗겨 조가비와 하나가 된다. 그리하여 활화산처럼 타오르는 가슴으로 경이로운 자연의 신비 앞에 겸허해진다. 그 마음이 정으로 넘쳐나기에 '평화'를 맛볼 수 있다. 〈성산 바다〉는 어부들이 '설움과 원망은 바다 끝에 두고' 와서 '해탈의 웃음으로 다시 태어나는' 곳으로 '오늘도 온몸 추스르는 등대'로 그려진다. 그리하여 '성산포 앞 바다'에 해가 지면 '묵은 시름 사라지고 달빛만 고요히 숨을 쉰다'고 노래한다.
윤습한 바람에 감정도 따라 젖고, 신비로운 수묵화의 산허리 감는 운무를 바라보며 허허로운 마음이 자연 앞에서 허세를 벗는다. 마음을 비우니 자신의 삶이 원초적 행복으로 오히려 충만하다. 그리하여 화자는 '푸르른 숲을 닮아' 자연과 하나가 되고 있다. 물아일체의 경지에 도달한 시인의 서정적 미학이 돋보인다.
〈장마〉에서는 '우리의 잘못을 거듭 회개하고 내일을 바르게 살기 위해 하느님께 평화'를 구한다. 삼복더위에도 빗줄기가 손님처럼 찾아와 '반갑고 고마워서 온몸으로 환영'하였는데, 장마가 '기상 관측 이후 최장기간이라는 뉴스 예보에 아연'하면서도 '인간의 힘만으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는 하늘의 과제'임을 깨닫고,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그의 신심 또한 그의 시정처럼 그윽함을 본다. 비가 적절한 때에 적절하게 내리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장마에는 홍수와 무더위로, 가뭄에는 쩍쩍 갈라지는 논밭을 보면서 가슴이 타들어가고 불볕더위로 열대야까지 겹치는 곤란을 겪는다. 하지만 자연은 인간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신의 영역이기에 신앙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제4부 '젊은 엄마'는 지난날을 회상하면서 가족과 더불어 살아온 삶에 대한 감사 기도로 채워져 있다. 가족이 한 자리에 앉아 식사하기도 힘든 세상에 '식구'라는 의미까지 희미해져가는 상황을 '젊은 엄마'는 잘 헤쳐 나간다. 든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삶은 기적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 기적은 우연히 주어지는 게 아니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감사 기도'로 열어가는 그의 믿음이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씨앗이 되고 있다. '허기진 생활고'에 힘겹게 살아가면서도 '하늘'을 보고 웃는 그의 모습에서 경건한 삶의 자세를 읽게 된다. 그러한 자세로 살아가기에 '그래도 몸 비비는 가족 사랑'으로 '삶의 기적'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 많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어찌 회한이 없겠는가마는 그는 〈백년 해로〉에서 '끓어오르는 애증 속에도 연민은 부싯돌 되어 황혼길 함께 걷는다'고 노래한다. 연민을 부싯돌로 삼는 마음이 이제까지의 시련을 이겨낸 저력이라 생각하니 숙연해진다. 삶에 대한 그 긍정적인 태도와 표현이 절묘하다. 부부를 노래한 연작시에서는 부부가 주고받는 말이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그러나 그 따뜻함이 그저 웃어넘길 수 없는 여운을 주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희비애락이 추억 속에 떠오르고, 그 추억은 '당신은 나의 힘, 당신은 나의 믿음'이 된다. 생각해 보니 '네잎클로버'에 얽힌 추억이 그립다. 배우자의 '콧노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비록 '철딱서니 없다'는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시간은 유유히 흘러 '백발 황혼에 가을 동화 같은 사랑'을 기대하는 그이에게 화자 또한 '철딱서니 없다'고 하면서 즐거워한다. 아름다운 한편의 동화 같다. 희비애락 다 겪고 나니 이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것인가? '그리움은 그리움끼리 삶을 노래'할 수 있을까? 〈부부2〉에서는 '백년가약 맺던 날 줄타기는 시작'되었는데, '참을 인'을 그리고 또 그리다가 '언젠가 그분 부르시면 가슴에 봉인된' 그 '참을 인' 한 글자에 '봄눈 녹아 흐르는 맑은 물같이 눈물 녹여 흐르리'라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모성애〉에서는 '아들의 고통'을 대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하루가 여삼추 같다고 하면서 '칠흑 바다에 불 꺼진 등댓불'로 담담하게 묘사한다. 그러나 마음속 기도는 '절절한 절규'다. 기도의 '봇물이 터졌다'는 표현으로 아픈 자식을 바라보는 어머니의 마음을 그려낸다. 그 기도의 응답으로 '말씀이 훈풍으로' 불어온다.
〈성묘〉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흉흉한' 상황에서도 '산길 내달려 친지에게 택배 봉송 꾸리'면서 '농군의 땀방울'이 '헛되지 않았음'을 담아내는 그의 시정이 참 따뜻하다. '장맛 변하면 집안이 흉가 된다는 말씀'을 지고 사셨던 어머니를 그린 〈어머니〉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애틋하다. '살얼음판' 같은 삶을 고달프게 사셨던 어머니에 대한 마음이 '세월 속에 가전 보옥'이 되어 '화수분 씨간장', '어머니 혼불'로 빛난다. 〈노부부〉의 식탁 풍경은 참으로 정겹게 그려진다. '용달 마친 그이'에게 밥을 지어 드리면서도 '국 후후 불어 마시며', 배우자의 얼굴에 떠오르는 '웃음'을 놓치지 않는다. 힘들어도 웃을 수 있는 그 마음이 넉넉하다. 이와 같이 그의 가족 사랑이 신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더욱 든든하고, 이웃으로까지 확대되는 그의 사랑이 그만큼 깊고 따뜻하고 애틋하다.
제5부 '풀꽃'은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농부의 삶을 그려낸다. 농사철에 비가 오지 않으면 가뭄으로 논이 쩍쩍 갈라져 가는 모습을 보며 애간장이 다 녹아내리고, 또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홍수가 나면 수마가 할퀴고 간 자국마다 농부들의 피눈물이 고인다. 그러나 자연을 원망하지 않고 순응하면서 살아온 자신의 삶을 통해 자부심과 긍지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농부들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긴 장마〉는 텃밭에서 수확할 농작물이 장마로 인하여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을 그린 작품이다. '예측을 벗어난 게릴라성 빗줄기'에 '시름 짙은' 농부의 마음이 애처롭다. 농사철에 적절하게 비가 내려주길 바라면서 밭으로 향하는 그의 마음이 오롯하다.
자연 속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농부의 삶을 현장감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여우비에 화들짝 놀라 모종삽을 찾는' 농부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행복'하다는 시인의 정감이 오롯하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화자의 삶이 '시집보낼 채소 모종에 안달 난 아낙'으로 드러난다. 풍년을 기원하는 농부의 마음을 〈농부는〉에서는 '콩 한 톨도 나누는 고운 심성', '꽃향기보다 짙은 땀 냄새'로 비유하면서 '절실한 기도 올리는 모습'으로 형상화한다.
〈밭갈이〉에서는 '새참 짓던 아낙 어룽어룽 소싯적' 추억을 떠올리면서 '밭갈이 여념 없는 지아비 어둠살 갈아엎고 밝은 세상 펼쳐 놓으니' 비로소 행복이 잠에서 깨어난다고 노래한다. 〈촌부〉에서는 장맛비가 그치지 않는 동안에도 '이웃과 나눔 잔치'를 생각하는 화자의 마음이 한없이 넉넉하다. 농부로서의 삶에 자부심을 갖고, 스스로 살아가는 삶에 긍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서는 눈길이 차분하면서도 정겹다. 특히 부부가 함께하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쓰다듬는 정경은 청자에게 아늑한 정감으로 다가온다.
봄 햇살 나른할 때, 촌부의 능숙한 발걸음이 논두렁 밭이랑을 누빈다. 자연은 달래, 쑥, 씀바귀에 민들레까지 여기저기 선물을 마련하였다. 서둘러 봄이 주는 선물을 요리하는 화자의 모습에 신이 난다. 〈시골 동네〉에서 그는 '하늘엔 사랑 별, 땅엔 이야기 별'을 바라보며 '이웃 간 도타운 정 나누며 살았'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 시절을 추억하는 화자의 가슴을 '멍든 들국'이 아프게 하기도 하지만, '버들치 동자개 송사리 가재, 동무들 만나 황홀한 춤사위로' 함께했던 생각으로 아픈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어 본다.
〈시월의 텃밭〉은 농부의 환한 미소가 함께할 세상, '크기도 모양도 다르지만 다양한 모습으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의 노래이다. 〈추억〉에서 화자는 '황혼의 길목에서 불 밝히는 사진첩'에 5일장에서 돌아오던 길을 떠올린다. '동구 밖까지 마중 나온 아이와 가슴 찐한 한바탕 포옹'으로 정겹고 생동감이 넘친다. '저녁노을이 얼굴 붉히며 떠난 자리'에서 '우리의 저녁은 시작된다'는 긍정적인 자세가 고단한 삶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그는 참 부지런하다. 농부의 삶에 근면은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터득한 지혜이리라. 〈텃밭〉에서 '봄 볕살 자연스레 맺은 이웃사촌 바람꽃마저' 반겨 든다고 한다. 바지에 묻은 흙을 털며 아침 일찍 밭일을 하면서 '봄 볕살'을 이웃사촌으로 맺은 부지런한 농부의 삶이다.
제6부 '초동 친구'에서는 친구들과 이웃들에 대한 그리움이 새로운 삶에 대한 동력이 되고 있다. 세상 살아가면서 친구, 특히 함께 땔나무를 하고 꼴을 베고, 물장구치며 놀았던 초동 친구는 더욱 정답고 알뜰한 친구이다. 그러니 나이가 들수록 더 찾게 되고, 더 그리운 사람들일 것이다. 또한 함께 살았던 이웃, 또 지금 함께 살고 이웃은 더더욱 소중한 사람들이 아니겠는가. 그는 이러한 사람들에 대한 살뜰한 정을 시로 표현하고 있다.
〈갑장 친구〉에서는 '전화벨 소리 요란하여 수화기 들으니 혼자된 친구'가 짧으면서도 시적인 말을 건넨다. '갈까, 올래'라는 이 말속에 함축하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우리들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은 아닐까? '대접 커피 비우고 씽긋 웃음 지으며' 이 맛에 살아간다는 그 마음이 우리들 삶을 더욱 넉넉하게 해 주고 있다. '울화병 넋두리'에도 그의 이러한 마음이 우리들에게 세상을 더욱 잘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리라고 믿는다.
〈고향 마을〉에서 그는 '그리운 추억'을 노래하면서 '나이에서 오는 그리움'으로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한다. 그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놀이터를 바라본다. 〈놀이터〉에서는 '고무줄 위에서 폴짝폴짝' 뛰면서 동요를 부르는 아이를 보고, '엄마가 섬 그늘에'라는 구절을 상기하여 그 노래에 서린 추억을 불러온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어릴 적의 '고무줄놀이 사방치기 공기놀이 술래잡기'가 영상처럼 펼쳐지고, '추억이 봄바람에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는 표현이 포근하게 느껴진다.
〈새해〉에서 그의 마음은 언제나 이웃을 위해 열려 있다. 복 지어라, 복 받으라 인사 나누며 '두루주머니'에 희망을 담는 것처럼 모두가 근심 걱정 내려놓고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러면서 〈속풀이〉에서는 '선선한 바람 맞으며 가을과 거닐고, 설레는 마음 천방지축 한바탕 놀다 보니' 속이 풀린다고 한다. 그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자연과 함께하고 있는가를 살필 수 있다.
그가 시상을 떠올리기 위해 용틀임하듯 몸부림치는 모습을 통해 그의 시에 대한 열정을 알 수 있다. '허접한 글귀가 퇴고의 강에 부딪혀 허우적댄다'는 표현은 그가 시어 하나를 건져 올리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보여준다. 농사짓듯 마음밭을 갈고, 그 밭에 씨를 뿌리고, 가꾸어가는 그의 시심이 잘 드러나 있다. 세상 무엇 하나 허투루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진리를 그의 시에서 읽을 수 있다. 세상에 대해서도 정성을 다하여 관심을 기울이고, 실마리를 찾아 온갖 뒤엉킨 매듭을 풀어나가고자 한다. 〈인연2〉는 그러한 마음이 반영된 작품이다.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불안과 불신'에 관심을 갖고서 우리들은 어떻게 그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삶에 굴레를 씌우고 지혜의 숲을 가렸다'는 현실에 대한 판단은 '평온했던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그는 '살가운 시절의 인연'을 찾고, '평화로운 양심이 살아있는 세상'을 그리워하고 있다. 〈초동 친구〉에서는 '그리운 얼굴이?웃음'을 짓고, '청보리 푸른 물결'과 '동화 나라 이야기'로 마음을 채우면, '그리움이 말을 한다'고 한다.
그의 시에서는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진다. 특히 〈향수〉에서 '꿈 날개 달고 객지에 일상 꾸리니 희미한 불빛 속에 잠자던 가로등 그리움에 찬바람이 서럽다'며 고향에 대한 정을 노래한다. 이처럼 그의 시에 흐르는 서정은 그리움이다. 이웃과 더불어 자연에서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맛깔스럽게 차려진 밥상처럼 넉넉하면서도 정겹다.
촌부의 야채 가게 같은 서정의 밭에서 함께 거닐다 보니 어느덧 마음은 그리움에 가득한 들판을 지나고 있다. 그는 밑동만 남은 그루터기에 잠시 쉬어가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는 시, 한 사람이라도 공감하고 감사할 시를 출산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밑동만 남은 그루터기 같은 자신의 삶을 통해 누군가에게 위안을 주고자 하는 시인의 서정이 시편 하나하나에 그득히 담겨 있음을 보았다. 아직은 살 만한 세상을 바라보는 따스한 눈길로 넉넉하고, 아늑하고, 아름다운 서정의 미학을 정립하고 있다.
그에게 세월의 길목은 한 여인의 삶에서 시인의 삶으로 변화하는 또 다른 출발을 의미한다. 여태까지 그러했듯 시인으로서의 삶 또한 정성을 다할 것이다. 그래서 인생 이야기를 '촌부의 야채 가게'에 상품으로 내놓듯 시집으로 엮어낸 그의 오롯한 정성에 감동한다. 돌아오는 5일장에는 또 어떤 '농작물'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살 만한 세상을 위한 그의 정겨운 노래를 계속해서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극한 정성으로 바라보는 살 만한 세상의 시적 형상화, 살 만한 세상을 위한 연가는 세월의 길목에서 그가 피워낸 서정의 미학이다.
목차
목차
추천사
시인의 말
제1부?: 황혼 여정
그리움 | 기다림 | 불면의 밤 | 삶 1 | 삶 2 | 성장통 | 아직 살 만한 세상 | 월동 대비 | 의식의 성찰 | 장날 | 진보의 세월에 | 하루를 보내며 | 황혼 여정 | 황혼 | 황혼녘 | 회억 | 2월 | 7월
제2부?: 가을의 하루
가을 | 가을의 하루 | 겨울 | 겨울비 | 결실 | 경칩 | 동지 | 봄 | 봄 노래 | 봄비 1 | 봄비 2 | 삼복 | 삼월 | 유월의 아량 | 초복 | 춘분
제3부?: 사랑의 꽃말
꿈꾸던 제주 바다 | 너와 나 | 눈 내리면 | 단풍 | 동행 | 망향 | 몽돌 | 봉선화 | 사랑의 꽃말 | 산나물 이야기 | 살다 보니 | 성산 바다 | 여행지 | 열대야의 밤 | 올여름 | 왕숙천 | 일렁이는 봄 | 장마 | 초봄 | 향수
제4부?: 젊은 엄마
가족 사랑 | 기적 | 노부부 | 모성애 | 백년 해로 | 봄소풍 | 부부 1 | 부부 2 | 성묘 | 어머니 | 오리 모자 | 오해 | 올 설 | 이사 | 저녁상 | 젊은 엄마 | 효성
제5부?: 풀꽃
겨울의 기약 | 긴 장마 | 농부 | 농부는 | 밭갈이 | 배추 | 봄나물 | 시골 동네 | 시월의 텃밭 | 아침 | 안식년 | 유월의 가뭄 | 촌부 | 추억 | 텃밭 | 풀꽃 | 하지 감자
제6부?: 초동친구
갑장 친구 | 개펄 | 거미 | 고향 마을 | 나그네 | 놀이터 | 새해 | 속풀이 | 시인 | 여파 | 인연 1 | 인연 2 | 초동 친구
작품 해설
해설
시인의 말
제1부?: 황혼 여정
그리움 | 기다림 | 불면의 밤 | 삶 1 | 삶 2 | 성장통 | 아직 살 만한 세상 | 월동 대비 | 의식의 성찰 | 장날 | 진보의 세월에 | 하루를 보내며 | 황혼 여정 | 황혼 | 황혼녘 | 회억 | 2월 | 7월
제2부?: 가을의 하루
가을 | 가을의 하루 | 겨울 | 겨울비 | 결실 | 경칩 | 동지 | 봄 | 봄 노래 | 봄비 1 | 봄비 2 | 삼복 | 삼월 | 유월의 아량 | 초복 | 춘분
제3부?: 사랑의 꽃말
꿈꾸던 제주 바다 | 너와 나 | 눈 내리면 | 단풍 | 동행 | 망향 | 몽돌 | 봉선화 | 사랑의 꽃말 | 산나물 이야기 | 살다 보니 | 성산 바다 | 여행지 | 열대야의 밤 | 올여름 | 왕숙천 | 일렁이는 봄 | 장마 | 초봄 | 향수
제4부?: 젊은 엄마
가족 사랑 | 기적 | 노부부 | 모성애 | 백년 해로 | 봄소풍 | 부부 1 | 부부 2 | 성묘 | 어머니 | 오리 모자 | 오해 | 올 설 | 이사 | 저녁상 | 젊은 엄마 | 효성
제5부?: 풀꽃
겨울의 기약 | 긴 장마 | 농부 | 농부는 | 밭갈이 | 배추 | 봄나물 | 시골 동네 | 시월의 텃밭 | 아침 | 안식년 | 유월의 가뭄 | 촌부 | 추억 | 텃밭 | 풀꽃 | 하지 감자
제6부?: 초동친구
갑장 친구 | 개펄 | 거미 | 고향 마을 | 나그네 | 놀이터 | 새해 | 속풀이 | 시인 | 여파 | 인연 1 | 인연 2 | 초동 친구
작품 해설
해설
저자
저자
장애란
평생을 자연과 함께 살았다. 자연은 거짓이 없고 나는 그들의 신용에 믿음으로 보답했다. 이제는 그들의 몸짓만 보아도, 소리만 들어도 그들이 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내 인생은 지금 가을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뿌려 놓았던 수많은 삶의 씨앗이 열매맺이를 하고 있다. 한때는 희망을 잃고 좌절한 적도 있었지만 모든 것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도전이었음을 알게 된다. 고통 속에서도 나를 살아있게 한 것은 희망이고 꿈이었다. 이제는 그 희망과 꿈이 내 앞에 와 있다. 모든 게 감사할 뿐이다. 남은 인생은 타인의 아픔을 보듬고 소외된 사람을 사랑하는 존재로 살아가고 싶다. 이것이 내게 주어진 사명이고 의식이라 생각한다.
그리움이 생각날 때마다 한두 마디씩 적어 놓았던 글을 모아 한 편의 시집으로 남겨본다.
내 인생은 지금 가을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뿌려 놓았던 수많은 삶의 씨앗이 열매맺이를 하고 있다. 한때는 희망을 잃고 좌절한 적도 있었지만 모든 것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도전이었음을 알게 된다. 고통 속에서도 나를 살아있게 한 것은 희망이고 꿈이었다. 이제는 그 희망과 꿈이 내 앞에 와 있다. 모든 게 감사할 뿐이다. 남은 인생은 타인의 아픔을 보듬고 소외된 사람을 사랑하는 존재로 살아가고 싶다. 이것이 내게 주어진 사명이고 의식이라 생각한다.
그리움이 생각날 때마다 한두 마디씩 적어 놓았던 글을 모아 한 편의 시집으로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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