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힌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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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서 또다시 동물이 탈출했다
무사히 살아서 동물원으로 돌아갔다면 해피엔딩일까
2026년 4월,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늑대 '늑구'가 탈출했다가 아흐레 만에 포획되었다. 동물원 동물의 탈출은 처음이 아니다. 2023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는 얼룩말 '세로'가 탈출했다가 포획되었고, 같은 해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에서는 침팬지가 탈출했다가 포획 뒤 사망했다. 개인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 '사순이'는 사살당했다. 2018년 오월드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 '뽀롱이' 역시 4시간여 만에 사살되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탈출과 포획, 그리고 사살의 역사 속에서 늑구 사건은 여러 질문을 남겼다. 동물 전시를 목적으로 하는 동물원의 필요성을 재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늑대를 자연으로 돌려보내자는 '리와일딩'(Rewilding)에 대한 이야기도 거론되었다.
미국의 철학자 로리 그루언은 이러한 목소리들이 바로 '공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공감'만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부족하며, 동물과 인간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을 이해해야 하고, 나아가 '얽힌 공감'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공감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늑구에게 진정으로 공감했을까, 아니면 그저 자신의 감정을 투사했을 뿐일까. 다른 존재에게 공감을 느낀다는 것은 무엇이며, 그저 공감에서 그치지 않고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무사히 살아서 동물원으로 돌아갔다면 해피엔딩일까
2026년 4월,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늑대 '늑구'가 탈출했다가 아흐레 만에 포획되었다. 동물원 동물의 탈출은 처음이 아니다. 2023년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는 얼룩말 '세로'가 탈출했다가 포획되었고, 같은 해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에서는 침팬지가 탈출했다가 포획 뒤 사망했다. 개인 목장에서 탈출한 암사자 '사순이'는 사살당했다. 2018년 오월드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 '뽀롱이' 역시 4시간여 만에 사살되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탈출과 포획, 그리고 사살의 역사 속에서 늑구 사건은 여러 질문을 남겼다. 동물 전시를 목적으로 하는 동물원의 필요성을 재고해봐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늑대를 자연으로 돌려보내자는 '리와일딩'(Rewilding)에 대한 이야기도 거론되었다.
미국의 철학자 로리 그루언은 이러한 목소리들이 바로 '공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공감'만으로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부족하며, 동물과 인간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을 이해해야 하고, 나아가 '얽힌 공감'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공감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늑구에게 진정으로 공감했을까, 아니면 그저 자신의 감정을 투사했을 뿐일까. 다른 존재에게 공감을 느낀다는 것은 무엇이며, 그저 공감에서 그치지 않고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무엇이 달라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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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동정과는 분명히 다른, 얽힌 공감의 힘"
- Boston Review
《주폴리스》를 출간한 프레스탁!이 선보이는 페미니스트 동물윤리 신간
공감을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라 관계 속 책임으로 다시 정의하는 책
인간-동물 돌봄의 논의를 사유할 언어 제안
동물정치 이론서 《주폴리스》를 국내에 소개한 프레스탁!이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관계를 돌봄윤리의 관점에서 다시 묻는 책 《얽힌 공감》을 출간한다. 미국 철학자 로리 그루언은 공감을 단순한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라, 이미 얽혀 있는 관계 속에서 타자의 안녕에 주의를 기울이고 책임 있게 응답하는 윤리로 제시한다. 늑대 '늑구'의 탈출과 포획 이후 동물원 전시, 사살, 리와일딩을 둘러싼 질문이 다시 떠오른 지금, 이 책은 "동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만으로 충분한가"라는 물음을 한국 사회에 던진다.
동물도 고통을 느낀다
그러나 닭, 침팬지, 소, 고양이가 느끼는 고통은 전부 다르다
로리 그루언은 윤리 이론과 실천의 교차점 위에서 전통적 윤리 연구에서 간과된 페미니즘·젠더·유색인종·수감자·비인간 동물을 연구하는 철학자이다. 그는 대학 시절 철학 수업에서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을 읽고 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곧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건이 되었으며, 나아가 동물해방 운동에 뛰어들었다.
동물해방 운동의 현장에서, 실험실에서 은퇴하고 생추어리에 머무는 저마다의 이름과 고유성을 가진 침팬지들을 만나면서 그는 이론이 놓친 구체적인 삶을 마주한다. 동물이 단순히 '고통을 느끼는 동물'이 아니라, 저마다 이름과 성격, 기억과 관계를 지닌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동물원에서 지내는 처지라 해도 늑대와 얼룩말이 처한 상황은 다르다. 실험실 동물이나 공장식 축산 시스템 속 동물이 겪는 고통 또한 다르다. 도심에서 살아가는 비둘기나 고양이가 맞닥뜨린 위험도, 비교적 한적한 동네에 사는 고양이와 재개발 현장에 사는 고양이의 상황도 다를 것이다. 분명한 점은 이 모든 비인간 동물과 인간이 '이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의 안녕을 위해서는 우리가 복잡하게 얽힌 현실에서 관계 맺고 있음을 인식하고, 그 관계들을 급진적으로 다시 사유해야 한다고 그루언은 말한다.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여 그가 탐구하고 발전시킨 개념이 '얽힌 공감'(entangled empathy)이다.
추상성이 제거한 맥락, '잘려나간 서사'를 알아차리기
동물해방 운동에서 오랜 시간 의지해온 전통적 윤리 이론은 크게 피터 싱어의 결과주의와 톰 레건의 권리론으로 나뉜다. 싱어는 동물은 고통을 느낄 수 있고 고통받지 않아야 할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에 우리가 이러한 이해관계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레건은 비인간 동물도 개별적인 경험을 하는 삶의 주체이기에 그들과 우리 사이에 도덕적으로 중요한 차이는 없다고 말한다. 두 사람 모두 '삶의 주체',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 근거하여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유사성에 주목한다. 유사성은 인간과 다른 동물을 분리하는 장벽을 허무는 데 도움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적 관심사를 다른 동물에게 투사하며 오만한 인간중심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윤리 이론은 논증 과정에서 추상적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 맥락을 제거한다. 누군가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보는 대신 고통이라는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고통받는 타자는 그저 도와야 할 대상이라는 고정관념에 갇힐 수 있다. 추상적 윤리 이론은 구체적인 상황의 세부를 잘라내고 규칙과 논리만 남긴다. 그루언은 이를 에코페미니스트 마티 킬의 표현을 빌려 '잘려나간 서사'라고 부른다.
예컨대 길에서 개를 데리고 있는 노숙인 여성을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싱어의 논리를 따르면 그에게 돈을 주는 것은 옳은 행동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더 큰 질문을 지워버린다. 이 여성과 개가 함께 지낼 수 있는 노숙인 쉼터가 있을까? 애초에 이 여성과 개는 왜 길에서 생활할까? 혹시 쉼터에서 개를 받아주지 않는 걸까?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사회 구조는 무엇일까? 이 여성에게 돈을 주는 건 실제로 도움이 될까, 아니면 그저 나를 영웅이 된 기분에 취하게 할까? "잘려나간 서사는 희생자와 영웅이라는 이분법을 발생시키고, 그 영웅이 더 큰 문제의 원인 중 일부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특정 요소에만 집중하게 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도덕적 문제로부터 소외시킨다고 그루언은 말한다.
페미니즘 돌봄 전통 위에서 차이에 주의를 기울이기
그루언의 '얽힌 공감'은 페미니즘 돌봄 전통 위에 서 있다. 전통적 윤리 이론이 유사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면, 페미니즘 돌봄 전통에서는 차이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촉구한다. "모든 '여성'이 똑같다거나 같은 방식으로 세계를 경험한다는 생각은 여성을 백인, 이성애자, 시스젠더, 비장애의 신체 속에 동화시키며, 지배의 여러 축이 여성에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 실제 현실을 가려버린다." 이를 동물 윤리에 적용한다면 인간과 동물이 비슷한 지능이나 인지 능력, 감수성과 정서 반응을 공유한다는 동일성을 강조할 때 "우리는 타자의 삶이 지닌 고유하고 가치 있는 측면들을 간과"하고, 인간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페미니즘적 돌봄 전통에 기반한 동물 윤리는 동물을 둘러싸고 작동하는 정치·경제·문화·젠더적 기반과 함께 권력 체계가 작동하는 구체적인 맥락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전통적 접근과 구별된다. 이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미' 관계 맺고 있음을 알아차리기
우리는 얽혀 있고 연루되어 있다
차이에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자아와 타자를 구별하는 것은 윤리적인 관계 맺기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이때 경계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자연/문화, 여성/남성, 동물/인간, 흑인/백인 같은 둘 중 하나를 우위에 두는 가치 이원론이다. 일부 환경철학자들은 이러한 구분을 폐기해야 한다거나, 자아와 타자를 구분하지 않는 확장된 생태적 자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루언은 자아를 해체해야 한다거나 이러한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환상을 품지 않는다. 자아를 흐릿하게 만드는 것은 역사적으로 지배의 논리로 작동해 왔으며, 주체성이나 행위자성을 부정당해온 이들에게 자아 정체성은 하나의 성취이기 때문이다. 공감은 그 성취를 지우는 대신 명확한 자기 인식 속에서 타자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미 관계 속에 있다는 사실"이다.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은 그저 함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 의해 구성된다는 뜻이다. 자아와 타자는 각기 존재한 다음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철학자 캐런 바라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관계의 '내부-작용' 속에서 공동으로 구성된다. 우리는 이미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그 얽힘 속에서 나와 타자의 자리가 생겨난다. 중요한 것은 이 복잡한 얽힘을 이해하는 것, 얽힌 관계 안에서 서로에 대한 의존성과 각자가 지닌 특권을 알아차리고 성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실천이 바로 '얽힌 공감'이다. 그루언은 얽힌 공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다른 존재의 안녕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는, 돌봄에 바탕을 둔 지각 방식. 우리가 타자와의 관계 속에 놓여 있음을 자각하고, 타자의 필요, 이해관계, 욕구, 취약성, 희망, 감수성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이러한 관계 안에서 응답하고 책임을 다하도록 요청받는 감정과 인지가 뒤섞인 경험적 과정.
공감은 자주 어그러지고 실패한다
필요한 건 일인칭과 삼인칭 시점을 오가기
공감은 흔히 상대의 신발을 신어보는 일에 비유된다. 그루언은 이 말의 한계를 날카롭게 짚는다. "동물은 신발을 신지 않는다!" 이 표현은 인간중심적일 뿐 아니라, 결국 상대의 자리에서도 '나'를 기준점으로 삼게 만든다. 상대의 입장에 완전히 녹아드는 것은 공감이 아니라 투사일 수 있다.
그루언은 인간의 개입이 동물에게 해롭다는 신념으로 침팬지에게 풍부화(enrichment)를 제공하지 않은 동물보호 단체의 사례를 소개한다. 추상적 원칙은 선했지만, 침팬지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돌봄은 보지 못했다. 동물의 안녕이 아니라, 동물의 안녕에 대한 인간의 바람으로 채워진 공감은 해로울 수 있다.
공감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마취가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마취 없이 고양이의 뇌를 적출한 연구자는 고양이가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공감하지 않았다. 반대로 공감이 지나쳐 현장의 고통에 압도되고 마음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그루언은 일인칭과 삼인칭 시점을 오가며, 타자의 삶을 더 많이 알려는 노력과 자기 돌봄을 함께 요구한다.
아는 존재와 알지 못하는 존재에게
가까이, 또 멀리 향하는 얽힌 공감
얽힌 공감은 가까운 존재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그루언은 침팬지 생추어리 침프헤이븐에서 어린 침팬지 '에마'를 만나면서, 아는 침팬지와 알지 못하는 침팬지, 실험실의 동물과 야생의 동물 모두와의 관계를 다시 사유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비건 가공식품에 쓰이는 팜유 플랜테이션 개발이 오랑우탄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사실 역시 우리의 실천과 소비가 먼 곳의 숲, 그곳의 오랑우탄과 호랑이, 코끼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맺는 관계는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이어진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인식의 변화가 시작된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한 발짝 내디디면 마주치는 비인간 존재들을 보며 우리는 매일 조금씩 바뀔 수 있다.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잘려나간 서사를 메우고, 내가 지닌 특권과 관계망을 이해하는 것. 『얽힌 공감』은 그 첫걸음을 제안한다.
- Boston Review
《주폴리스》를 출간한 프레스탁!이 선보이는 페미니스트 동물윤리 신간
공감을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라 관계 속 책임으로 다시 정의하는 책
인간-동물 돌봄의 논의를 사유할 언어 제안
동물정치 이론서 《주폴리스》를 국내에 소개한 프레스탁!이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관계를 돌봄윤리의 관점에서 다시 묻는 책 《얽힌 공감》을 출간한다. 미국 철학자 로리 그루언은 공감을 단순한 동정이나 연민이 아니라, 이미 얽혀 있는 관계 속에서 타자의 안녕에 주의를 기울이고 책임 있게 응답하는 윤리로 제시한다. 늑대 '늑구'의 탈출과 포획 이후 동물원 전시, 사살, 리와일딩을 둘러싼 질문이 다시 떠오른 지금, 이 책은 "동물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만으로 충분한가"라는 물음을 한국 사회에 던진다.
동물도 고통을 느낀다
그러나 닭, 침팬지, 소, 고양이가 느끼는 고통은 전부 다르다
로리 그루언은 윤리 이론과 실천의 교차점 위에서 전통적 윤리 연구에서 간과된 페미니즘·젠더·유색인종·수감자·비인간 동물을 연구하는 철학자이다. 그는 대학 시절 철학 수업에서 피터 싱어의 『동물 해방』을 읽고 동물과의 관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곧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건이 되었으며, 나아가 동물해방 운동에 뛰어들었다.
동물해방 운동의 현장에서, 실험실에서 은퇴하고 생추어리에 머무는 저마다의 이름과 고유성을 가진 침팬지들을 만나면서 그는 이론이 놓친 구체적인 삶을 마주한다. 동물이 단순히 '고통을 느끼는 동물'이 아니라, 저마다 이름과 성격, 기억과 관계를 지닌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동물원에서 지내는 처지라 해도 늑대와 얼룩말이 처한 상황은 다르다. 실험실 동물이나 공장식 축산 시스템 속 동물이 겪는 고통 또한 다르다. 도심에서 살아가는 비둘기나 고양이가 맞닥뜨린 위험도, 비교적 한적한 동네에 사는 고양이와 재개발 현장에 사는 고양이의 상황도 다를 것이다. 분명한 점은 이 모든 비인간 동물과 인간이 '이미'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모두의 안녕을 위해서는 우리가 복잡하게 얽힌 현실에서 관계 맺고 있음을 인식하고, 그 관계들을 급진적으로 다시 사유해야 한다고 그루언은 말한다.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출발하여 그가 탐구하고 발전시킨 개념이 '얽힌 공감'(entangled empathy)이다.
추상성이 제거한 맥락, '잘려나간 서사'를 알아차리기
동물해방 운동에서 오랜 시간 의지해온 전통적 윤리 이론은 크게 피터 싱어의 결과주의와 톰 레건의 권리론으로 나뉜다. 싱어는 동물은 고통을 느낄 수 있고 고통받지 않아야 할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에 우리가 이러한 이해관계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레건은 비인간 동물도 개별적인 경험을 하는 삶의 주체이기에 그들과 우리 사이에 도덕적으로 중요한 차이는 없다고 말한다. 두 사람 모두 '삶의 주체', '고통을 느낀다는 점'에 근거하여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유사성에 주목한다. 유사성은 인간과 다른 동물을 분리하는 장벽을 허무는 데 도움이 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적 관심사를 다른 동물에게 투사하며 오만한 인간중심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
또한 기존의 윤리 이론은 논증 과정에서 추상적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 맥락을 제거한다. 누군가가 처한 특수한 상황을 보는 대신 고통이라는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고통받는 타자는 그저 도와야 할 대상이라는 고정관념에 갇힐 수 있다. 추상적 윤리 이론은 구체적인 상황의 세부를 잘라내고 규칙과 논리만 남긴다. 그루언은 이를 에코페미니스트 마티 킬의 표현을 빌려 '잘려나간 서사'라고 부른다.
예컨대 길에서 개를 데리고 있는 노숙인 여성을 만났다고 가정해보자. 싱어의 논리를 따르면 그에게 돈을 주는 것은 옳은 행동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더 큰 질문을 지워버린다. 이 여성과 개가 함께 지낼 수 있는 노숙인 쉼터가 있을까? 애초에 이 여성과 개는 왜 길에서 생활할까? 혹시 쉼터에서 개를 받아주지 않는 걸까?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내는 사회 구조는 무엇일까? 이 여성에게 돈을 주는 건 실제로 도움이 될까, 아니면 그저 나를 영웅이 된 기분에 취하게 할까? "잘려나간 서사는 희생자와 영웅이라는 이분법을 발생시키고, 그 영웅이 더 큰 문제의 원인 중 일부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특정 요소에만 집중하게 함으로써 우리 자신을 도덕적 문제로부터 소외시킨다고 그루언은 말한다.
페미니즘 돌봄 전통 위에서 차이에 주의를 기울이기
그루언의 '얽힌 공감'은 페미니즘 돌봄 전통 위에 서 있다. 전통적 윤리 이론이 유사성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면, 페미니즘 돌봄 전통에서는 차이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촉구한다. "모든 '여성'이 똑같다거나 같은 방식으로 세계를 경험한다는 생각은 여성을 백인, 이성애자, 시스젠더, 비장애의 신체 속에 동화시키며, 지배의 여러 축이 여성에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 실제 현실을 가려버린다." 이를 동물 윤리에 적용한다면 인간과 동물이 비슷한 지능이나 인지 능력, 감수성과 정서 반응을 공유한다는 동일성을 강조할 때 "우리는 타자의 삶이 지닌 고유하고 가치 있는 측면들을 간과"하고, 인간의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된다. 페미니즘적 돌봄 전통에 기반한 동물 윤리는 동물을 둘러싸고 작동하는 정치·경제·문화·젠더적 기반과 함께 권력 체계가 작동하는 구체적인 맥락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전통적 접근과 구별된다. 이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미' 관계 맺고 있음을 알아차리기
우리는 얽혀 있고 연루되어 있다
차이에 주의를 기울이기 위해 자아와 타자를 구별하는 것은 윤리적인 관계 맺기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이때 경계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자연/문화, 여성/남성, 동물/인간, 흑인/백인 같은 둘 중 하나를 우위에 두는 가치 이원론이다. 일부 환경철학자들은 이러한 구분을 폐기해야 한다거나, 자아와 타자를 구분하지 않는 확장된 생태적 자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루언은 자아를 해체해야 한다거나 이러한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환상을 품지 않는다. 자아를 흐릿하게 만드는 것은 역사적으로 지배의 논리로 작동해 왔으며, 주체성이나 행위자성을 부정당해온 이들에게 자아 정체성은 하나의 성취이기 때문이다. 공감은 그 성취를 지우는 대신 명확한 자기 인식 속에서 타자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미 관계 속에 있다는 사실"이다.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은 그저 함께 있다는 것이 아니라 관계에 의해 구성된다는 뜻이다. 자아와 타자는 각기 존재한 다음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철학자 캐런 바라드의 표현을 빌리자면 관계의 '내부-작용' 속에서 공동으로 구성된다. 우리는 이미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그 얽힘 속에서 나와 타자의 자리가 생겨난다. 중요한 것은 이 복잡한 얽힘을 이해하는 것, 얽힌 관계 안에서 서로에 대한 의존성과 각자가 지닌 특권을 알아차리고 성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실천이 바로 '얽힌 공감'이다. 그루언은 얽힌 공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다른 존재의 안녕 경험에 주의를 기울이는, 돌봄에 바탕을 둔 지각 방식. 우리가 타자와의 관계 속에 놓여 있음을 자각하고, 타자의 필요, 이해관계, 욕구, 취약성, 희망, 감수성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이러한 관계 안에서 응답하고 책임을 다하도록 요청받는 감정과 인지가 뒤섞인 경험적 과정.
공감은 자주 어그러지고 실패한다
필요한 건 일인칭과 삼인칭 시점을 오가기
공감은 흔히 상대의 신발을 신어보는 일에 비유된다. 그루언은 이 말의 한계를 날카롭게 짚는다. "동물은 신발을 신지 않는다!" 이 표현은 인간중심적일 뿐 아니라, 결국 상대의 자리에서도 '나'를 기준점으로 삼게 만든다. 상대의 입장에 완전히 녹아드는 것은 공감이 아니라 투사일 수 있다.
그루언은 인간의 개입이 동물에게 해롭다는 신념으로 침팬지에게 풍부화(enrichment)를 제공하지 않은 동물보호 단체의 사례를 소개한다. 추상적 원칙은 선했지만, 침팬지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돌봄은 보지 못했다. 동물의 안녕이 아니라, 동물의 안녕에 대한 인간의 바람으로 채워진 공감은 해로울 수 있다.
공감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마취가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마취 없이 고양이의 뇌를 적출한 연구자는 고양이가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공감하지 않았다. 반대로 공감이 지나쳐 현장의 고통에 압도되고 마음을 닫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그루언은 일인칭과 삼인칭 시점을 오가며, 타자의 삶을 더 많이 알려는 노력과 자기 돌봄을 함께 요구한다.
아는 존재와 알지 못하는 존재에게
가까이, 또 멀리 향하는 얽힌 공감
얽힌 공감은 가까운 존재에게만 머물지 않는다. 그루언은 침팬지 생추어리 침프헤이븐에서 어린 침팬지 '에마'를 만나면서, 아는 침팬지와 알지 못하는 침팬지, 실험실의 동물과 야생의 동물 모두와의 관계를 다시 사유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비건 가공식품에 쓰이는 팜유 플랜테이션 개발이 오랑우탄 서식지를 파괴한다는 사실 역시 우리의 실천과 소비가 먼 곳의 숲, 그곳의 오랑우탄과 호랑이, 코끼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맺는 관계는 가까운 곳에서 먼 곳으로 이어진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서 인식의 변화가 시작된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한 발짝 내디디면 마주치는 비인간 존재들을 보며 우리는 매일 조금씩 바뀔 수 있다. 그들에게 주의를 기울이고, 잘려나간 서사를 메우고, 내가 지닌 특권과 관계망을 이해하는 것. 『얽힌 공감』은 그 첫걸음을 제안한다.
목차
목차
여는 글
들어가기
1장 대안 윤리를 찾아서
전통적 윤리 이론의 한계 | 전통적 윤리 이론과 동물해방 | 동일성에 집중할 때의 위험성 | 원칙 중심의 윤리를 넘어 | 돌봄 윤리 | 동물 윤리의 페미니즘 돌봄 전통
2장 공감이란 무엇인가?
동정과 공감 | 공감의 여러 형태 | 윤리에서 공감의 역할은 무엇일까 | 공감에 대한 흔한 오해: 투사
3장 얽힘
관계적 자아 | 얽힌 공감 | 변화무쌍한 얽힘 | 의도를 지닌 지구의 타자들 | 인식의 변화
4장 공감 능력 기르기
부정확한 공감 | 부적절한 공감 | 겸손과 희망
닫는 글
주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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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대안 윤리를 찾아서
전통적 윤리 이론의 한계 | 전통적 윤리 이론과 동물해방 | 동일성에 집중할 때의 위험성 | 원칙 중심의 윤리를 넘어 | 돌봄 윤리 | 동물 윤리의 페미니즘 돌봄 전통
2장 공감이란 무엇인가?
동정과 공감 | 공감의 여러 형태 | 윤리에서 공감의 역할은 무엇일까 | 공감에 대한 흔한 오해: 투사
3장 얽힘
관계적 자아 | 얽힌 공감 | 변화무쌍한 얽힘 | 의도를 지닌 지구의 타자들 | 인식의 변화
4장 공감 능력 기르기
부정확한 공감 | 부적절한 공감 | 겸손과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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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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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리 그루언 Lori Gruen
미국 웨슬리언 대학교 철학과 교수이자 웨슬리언 대학교 동물연구센터 소장. 페미니즘·젠더·섹슈얼리티·환경학을 가르치며, 윤리 및 정치 이론과 실천의 교차점에서 오랜 시간 소외된 존재들, 특히 여성·유색인종·수감자·비인간 동물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하고 있다.
『에코페미니즘』, 『동물 윤리 입문』Ethics and Animals: An Introduction, 『애니멀 레이디스: 젠더, 동물, 광기』Animaladies: Gender, Animals, and Madness 등을 쓰고 엮었다.
미국 웨슬리언 대학교 철학과 교수이자 웨슬리언 대학교 동물연구센터 소장. 페미니즘·젠더·섹슈얼리티·환경학을 가르치며, 윤리 및 정치 이론과 실천의 교차점에서 오랜 시간 소외된 존재들, 특히 여성·유색인종·수감자·비인간 동물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하고 있다.
『에코페미니즘』, 『동물 윤리 입문』Ethics and Animals: An Introduction, 『애니멀 레이디스: 젠더, 동물, 광기』Animaladies: Gender, Animals, and Madness 등을 쓰고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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