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있는 정물
강시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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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모르게 안으로 스며든 것들,
물렁한 문장으로 풀어냅니다.
딱지가 앉은 은유의 입술이 부끄럽지만,
반생을 헐떡이며 오른 산과
반생이 염전으로 흘러들어간 강 사이에
내 숨소리가 거문고 현을 뜯고 있을 때
거칠고 아픈 손끝 진통을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여준 詩,
나를 견딜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웠습니다.
시는,
언제라도
내 삶의 무기였고, 참된 용기였습니다.
다만,
이미 주워 담을 수 없이 쏟아버린
절정의 신음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물렁한 문장으로 풀어냅니다.
딱지가 앉은 은유의 입술이 부끄럽지만,
반생을 헐떡이며 오른 산과
반생이 염전으로 흘러들어간 강 사이에
내 숨소리가 거문고 현을 뜯고 있을 때
거칠고 아픈 손끝 진통을 아름다움으로 받아들여준 詩,
나를 견딜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웠습니다.
시는,
언제라도
내 삶의 무기였고, 참된 용기였습니다.
다만,
이미 주워 담을 수 없이 쏟아버린
절정의 신음이 부끄러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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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시집 평설」
일탈의 매혹과 직물 대상의 표리(表裏)
- 강시연 시인, 그 묘유(妙有)의 기법과 시적 감응
엄창섭(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모던포엠」 주간)
1. 따뜻한 감성과 엄숙한 생명 외경심
모처럼 시집 평설에 앞서 부푼 설렘과 기대감 속에 첫 시집『사과가 있는 정물』(모던포엠, 2023)을 출간하는『한맥문학』 신인문학상(2016년)과 『모던포엠』 작품상(2021년)을 수상한 뒤, 시단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강시연 시인의 시 인식은 따뜻한 감성에 의해 더없이 건강하고 생명적이다. 까닭에 세속적인 틀을 헐고 부수며 암울한 세태를 의연하게 자신의 집념으로 헤쳐나가는 '창조적 영혼을 지닌 진정한 극소수의 실체이기'에 내면의 아름다움은 신선한 충동이다. 또 한편「일탈의 매혹과 직물 대상의 표리(表裏) - 강시연 시인, 그 묘유(妙有)의 기법과 시적 감응」에 결속(結束)된 생산적인 정신 행위야말로 절망의 끝이 보이지 않는 조국의 암울한 미래를 우려하는 진정한 정신작업의 종사자로서, '민족의 역사요, 혼인 모국어의 속살에 대한 항변'을 일관된 의지로 표명하고 있음은 진정한 가치를 지니기에 뜻깊다.
차제에 20세기 레바논계 미국의 신비주의 시인이며 화가인 칼릴 지브란(Khalil Gibran)이 "사랑을 품고 있는 영혼만이/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다./그런 영혼만이/아름다움과 더불어/살고 성숙할 수 있다./아름다움은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다.(참된 아름다움)"라는 합리적 해법에서 '시는 곧 마음속의 불꽃이고 수사학은 눈송임에 틀림이 없다.' 까닭에 그 자신의 제26회「모던포엠」 작품상 심사평(유창섭)에서 "일반적으로 운위 되는 서정시뿐만 아니라, 사실 읽기에도 어려운 난해 시나 해체시, 혹은 다르게 정의된 많은 시편도 그 시적 목표는 시적 감동에 이르는 방법을 찾는 노력의 일환임은 물론이고 강시연 시인의 시 속에 언급한 시적 감동과 그 감동에 이르는 상상력의 결합은 잘 어울리는 양상이다."라는 지적은 못내 타당성이 주어진다.
또 한편 '언어의 집으로 응축'되는 첫 시집의 편집구성은「제1부 향유고래(15편), 제2부 환승 구역(16편), 제3부 고래의 숲(16편), 제4부 민달팽이가 사는 마을(16편), 제5부 봄이 되는 눈사람(17편)」으로 균형감 있게 처리되었을뿐더러 자서(自序) 격인 「시인의 말」에서 "시는, 언제라도 내 삶의 무기였고, 참된 용기였습니다. 다만, 이미 주워 담을 수 없이 쏟아버린 절정의 신음이 부끄러울 뿐입니다."라는 천명(闡明)은 짐짓 관심을 표명하며 지켜볼 일이다.
어디까지나 충직한 독자로서 마치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가 자신의 시편「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서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나의 마음속에서도/사랑의 꽃이 피었어라."를 새삼 읊조리지 않더라도 '완·전·군·장 검푸른 행군은 그렇게 시작이 되기에' "오월은/젖살이 남아있는 풋풋한 미소년//잎맥이 꿈틀 하는 오전 9시/시침이 투과하는 햇살 한 모금(아름다운 한 철)"의 대척점에서 그 자신의 시적 상상력은 '잎맥이 꿈틀 하며' 시간과 공간을 무한대로 추월한다. 한편 '그늘을 핥고 간 바람에 나뭇잎은 불새가 되어 날아가는 정황에서' "푸른빛이/갈기처럼 휘날리는/그날이 또 올 것입니다.(가을로 가는 길)"에서 생명 외경의 이채로움을 이같이 망각하거나 잊고 지나치지 아니한다. 모처럼 비유적 표현과의 모양, 크기, 소리 등 직유의 수사로 '푸른빛이 갈기처럼 휘날리는' 숨 막힘의 현상에서 단절, 거리 두기가 아닌 경계 허물기이기에 신선한 감동을 안겨주는 정신작업은 또 하나의 빛남이다.
이 같은 다양성을 고려할 때 그 자신이 시적 행위를 통해 삶을 자적(自適)하며 영혼의 울림에 귀 기울이는 행위에 열중하기에 언어기호의 도식과 유희적 가식에 지나침이나 거부감이 주어지지 아니한다. 따라서 시 쓰기를 즐기는 담백한 시격(詩格)의 소유자로서 생명의 소중함을 부단히 일깨우며 삶은 새삼 진정성이 묻어난다. 까닭에 시집의 표제 시편에 해당하는「사과가 있는 정물」은 아침 햇살 빛나는 창가에서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감동의 회복이며 절대자의 선물이기에 못내 감사할 일이다.
선물로 받은 사과/바로 먹지 못해/창가 테이블 위에 둡니다//
조금 열린 창틈으로/손 뻗친 햇살이/사과의 볼을 쓰다듬습니다//
아마도 폴 세잔의/사과가 있는 정물/그대로입니다//
그녀는 매일같이/시간을 꿰매기 위해/바느질에 몰두합니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언니의 너스레가 떠오릅니다/"가시나, 인제 보니 사과 엉덩이네."//
샛별 보고 귀가하던 그땐/토끼잠에 허우적거려도/아침이면 일어서는 햇귀였습니다//
며칠 잊고 있던 사과가/조금 헐거워진 자세로/앉아 있습니다//
졸음의 껍질을 깎아내니/사각사각/입맛이 깨어납니다/햇살 스민 노란 속살에/세상은/달곰해져 돌아갑니다//
-「사과가 있는 정물」 전문
각론하고 분망한 시간대에 묶어내는 시집은 분망한 삶의 일상에서의 감성적 삶의 잠언(箴言)이 의미심장하게 수용되고 함축적인 'A=B'라는 메타 퍼로 차별화된 다의적인 교시를 진정성 묻어나게 수용하고 있다. 그렇다. 잠시 명상호흡을 통하여 숨을 고르고 손금을 보듯 찬찬히 정신적 등가물인 인용한 시편을 심도 있게 검색하면 '화자(話者)의 응시→폴 세잔의 정물→사과가 있는 정물'의 변주(變奏)는 마침내 '사각사각, 입맛, 노란 속살' 등 공감적으로 상이하게도 처리되는 양상이다.
2. 깨어있는 시 의식과 상생의 이법(理法)
어디까지나 생명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유형적 인상과 시학의 합리성을 "느림의 시학과 맑은 영혼"의 형상화에 관한 시적 행위의 극대화로 모든 감각을 오랫동안 신중하게 교란하며 그 자신의 시대적 소임을 엄숙하게 수행한「깨어있는 시 의식과 상생의 이법」에 관심과 애정을 지닌 주의집중의 반복은 결코 지나치지 아니하다. 그 같은 일면은 신비주의 시인인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이 "언어를 살려놓는 수단은 시인의 심성과 그의 입술과 그의 손가락들 사이에 존재한다... 생략... 그가 죽으면 언어는 뒤에 남아 그의 무덤 위에 몸을 던지고는 다른 어떤 시인이 와서 일으켜 세워줄 때까지 슬피 흐느껴 운다."라는 지적과 동일성을 지닌다. 비록 '푸르르 푸르르 그렇게 공기 방울처럼 가벼워진 날개 저 너머 다른 세계로' 향할지라도 "몸길이보다 긴 가지/물고 오른다/한 번의 쉼표를 찍으며//둥지에 입 벌리고 있는 새끼들(새는 날아가고)"에서 시적 정조는 지극히 자연 친화적이나 언젠가 이름도 불확실한 '한 번의 쉼표를 찍으며' 삶의 여로가 느림의 시학을 통한 기다림의 결과로 「새는 날아가고」와 맞물린 삶의 덧없음을 생의 교시로 응축시켜 줄 따름이다.
까닭에 긍정적인 사고의 창시자 노먼 빈센트 필(Norman Vincent Peale)의 "시적 치유(治癒)"를 다시금 거론치 않더라도 문학성이 눈부신 그의 첫 시집「제2부 환승 구역」에 수록된 시편「Autumn Leaves」은 김조민 시인이 〈오늘의 시〉 작품 평에서 "이렇게 의미가 깊은 계절 사이에 하나의 '정서적 계절'의 이름을 끼워 넣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왠지 모를 슬픔과 기쁨, 회한과 반추라는 감성 작용이 더없이 활발해지는 계절에는"처럼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듯 '바람의 허밍을 즐겨야 해 가을ㆍ갸을ㆍ거울ㆍ겨울'의 예시처럼 발음의 끝에 긴 고요가 흐를지라도 "가을과 겨울 사이를/가을이라 불러 볼까//옷매무새 여며/꼭꼭 잠가도 되는 그사이//우두커니 서 있는 저 나무도/가슴에 불을 붙이고/하관을 기다리는데/이젠 비우고 저물녘에 서야 할 때(Autumn Leaves)"의 시적 분위기는 짐짓 비장하다.
그렇다. '이젠 비우고 저물녘에 서야 할 때'의 느꺼운 시적 정감은 비교적 지극히 푸른 식물성 언어에 의한 자연 관조를 거쳐 생성되기에 동시대의 어느 시인보다 한층 더 사변성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또 한편 따뜻하고 섬세한 정신기후의 조성과 결속된 맑은 울림의 시 정신은 식물성 언어로 직조된 전율(戰慄) 같은 가슴 떨림이며, 그만이 체득한 황홀함이기에 놀랍도록 이채롭다. 까닭에 깊은 사유의 존재로 감지되는 그 자신의 시적 심리를 통해서 "가을볕이 내리는 빨래터/방망이 두드리며 빨래하는 여인들/빨랫감에 찌든 구설의 조각/흐르는 물에 흔들어 헹군다(세탁 공법)"와 같은 시적 구도처리는 비록 모순성이나 시적 구도에 모남이 없이 물아일체의 존재감에 결속되어 칙칙한 어둠을 말끔 씻겨 '해맑은 영롱함'으로 빛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피라칸사스 붉은 산책로 새들은 모두 발을 벗은 상태일지라도' "강골 바람에 물비늘이 춤을 추면/까마귀 떼는 덜 익은 달 주변을 배회하며/우아한 군무를 펼친다/뭔가를 부르는 성대한 의식처럼//저마다 돌아가는 길엔/노을 전등이 스위치를 내린다.(동천, 겨울빛 소묘)"에서 다시금 확증되듯 그 자신의 진정성 있는 정치(情致)함에 '깨달음이 선행되고 수행이 뒤따르는' 돈오점수(頓悟漸修)의 사상이 '동천, 그 겨울빛 소묘'에서 마침내 현현(玄玄)하는 아아(峨峨)한 청산처럼 아득한 정감의 감응은 그의 시 해석에서 주의 집중할 키워드다.
차제에 투명한 그만의 시적 감흥에 취(醉)하면 한층 더 따뜻한 카타르시스에 초조와 온갖 번뇌마저도 한순간 평정심을 회복해 감동을 회복시켜 줄 것이다. 이처럼 그의 내면의식은 '무심, 무욕의 경지에서 발현된 서정의 미감'으로 묵언의 경계가 일체의 시적 변명을 허락하지 않는 현상에도 맞물려 있기에, '푸른 융단이 벗겨져 황톳빛 맨살이 휑한 채마밭'을 모티프로 한 "봄은 아득하나/슬픔만이 다가 아니란 걸/알려주는 북극성처럼 피어서.(별)"의 보기처럼 '엄마와 딸이 나란히 걸어가던 생의 바깥'에서 무대의 조명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조명 기법인 '페이드아웃(fade out)' 처리로 "노을이 어둠 속에 안길 때/밑동에 아로새긴 퍼플색 상처/몽혼의 잠 밖에서 통증을 견뎌낸 꿈/표피 밖으로 밀려 나와/화들짝 놀라 꽃으로 피었다(페이드아웃)"라는 시적 형상화에서 툭툭 던져지고 '화들짝 놀라 꽃으로 핀' 시적 분위기는 결(結) 고운 모직물에 견주어 시의 날줄과 씨줄의 직조에도 지대한 관심을 불러줄 것이다.
각론하고 원근 조망의 관점에서 평자 나름의 존재 양식에 의한 시적 담론이라면 '거대한 도시화에 의한 인간 소외현상과 좌절감의 표출, 현실적 정서의 양감(量感)과 여백의 틈새 좁히기'라는 해법은 공감대를 일깨워주기에 스스럼이 없다. 바로 그 점은 다소 메르헨적 요소가 가미된 "저 멀리, 혹등고래 한 마리/비를 가르며 헤엄쳐 오고 있다//소녀는 고래 등에 올라탔다/우리 바다로 가요.(고래의 숲)"와는 정황을 달리할 것이나 시적 모티프가 엄숙하고 분위기가 상이(相異)한「생존의 법칙」에서 "강가 전신주에 까마귀 무리가/일렬로 앉았다 날아가고/또 다른 무리가 낙엽처럼 날아들어도/쉬이 곁을 내어 준다"의 시편에는 인생의 중량감이 다분히 실려있다. 마치 이 같은 일면은 현대시학의 전통에서 관망한 칠레의 시인 비센떼 우이도부로(Vicente Huidobro)의 창조주의 시학의 근본원리는 놀랍게도 '현실의 해체와 변형'이라는 그 인식의 동일화인 현재성이다.
특히 난해한 현대시나 지나친 말장난(言戱)의 기교적 수사를 경계한 분별력으로 그 자신이 모호성에 관해 적절히 대처하되 여백의 틈새를 좁혀내기에, 해체로서의 창조원리와 주체의 분열에 근접하여 정신작업의 종사자로서 체험을 종종 고백하는 시적 기법의 묘미는 다채롭다. 또 한편 "자신을 돌볼 틈 없이/통각을 발로 차며 걸어온 당신//이끼 낀 속을 정화하는/새 촉의 연두 알약이고 싶다(알약 업데이트)"라는 물론이고 그 자신이 '청아한 소리로 푸른 바다를 유영하였지'를 선문답 하듯 나직이 읊조린 시적 형상화에 있어 일단 '목어(木魚)는 불교 예식용 타악기'다. 또 하나 사찰 규범의 지침서인「백장청규(百丈淸規)」에서 "물고기는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기에, 수행자로 하여 깨우침에 정진하라는 뜻으로 목어를 만들었음은 유념할 점이나 "침묵의 잠 속에 꿈꾸었지//다시 돌아가고픈//저 푸른 기다림/수평선 너머 그 어디쯤.(木魚)"은 수행자나 불자에게 주어지는 종교적 의미는 못내 경건함이다.
무엇보다 그 자신의 시편에서 서정적 미감의 뛰어남으로 카타르시스는 '단절, 절망, 패배를 희망, 승화로 전이시키는 분별력'이 어법적으로 특이하게 '다정한 우리말 유음 'ㄹ''을 차별화시킨 그만의 시적 대상물로 "밥 먹었지를?, 잘 잤지를?/의문사가 되기도 하고//시장에 나가/손녀 옷 하나 샀지를/ 고등어 한 손도 샀지를/식구 신길 양말 한 다발 샀지를/접사가 되기도 한다(... 를)"라는 의중에 놀라움이 주어질 것이나 "이미 좌표를 잃은 길치의 발은/늘어진 곡선을 그으며/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민달팽이가 사는 마을)"를 통해 그 같은 기우(杞憂)나 어둠의 그림자는 말끔 씻겨나 충동적으로 안도감을 안겨줄 것이다.
그와 같이 '빛깔이 옅거나 그 형상과 비슷하다'를 뜻하는 접미사 '스름하다'의 어감을 형사(形似)하여 "투명해져 가는 나로/나의 색을 얻어 가는 너로//인연이란 서로에게 물들고/닮아가는 '스름하다'였어.(스름하다*)"를 통해 입증되지만, '옷 짓는 마음으로 사랑도 지으면 처음 이상의 사랑으로 하나의 옷을 입을 수 있으려나'라는 그 망설임 끝에 "평행선을 이루면 불량 처리되듯/우리 사랑도 그렇다//시작부터 돌아와 만나는 지점까지/온전히 받아주는 사랑이어야 한다(옷을 짓다)"라는 예시에서 인간을 포함한 만유(萬有)는 우주 생성의 연맥(緣脈) 속에 기인한다. 이처럼 하찮은 물상에도 생명을 주어 삶의 외경과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적 행위는 비교적 자연 관조를 거쳐 생성된 정관적인 면을 구축하기에 그 자신의 시 정신은 식물성 언어로 직조된 전율 같은 가슴 떨리는 황홀감으로 풀이된다.
3. 시적 상상력의 확장과 사유의 일관성
보편적으로 그 자신의 시적 차별화는 에코토피아적인 색채감에서 기인(起因)된 연계성이기에 경계 해체의 비법을 숙련된 솜씨로 유감없이 활용한 결과물이다. 이처럼 강시연 시인의 고뇌와 집념은 동일한 직물 대상을 다른 시각에서 투시하는 시적 투사(透寫)로 새롭게 시의 지평을 열어놓고 잠시 숨결을 고르는 한편, 자기만의 육성, 느낌을 담아 정렬화(整列化)한 언어 양상을 밀도 있게 조명해 보이는 까닭에 이 땅의 충직한 독자에게 일체 갈등의 요소를 충동하지 않는다.
이 같은 맥락에서 하찮게 인식되는 일상의 질료도 비중 있게 다루면서 자신의 삶을 반추하되 무심히 흘려보낸 시간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성찰하고, 사유의 깊이와 속도를 조절하며 반문하는 그의 삶은 한층 품격을 지닌 시인으로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있다. 또 한편 '바람에게 훌훌 옷 벗어주고 혼자 서 있는 겨울나무'에 빗댄「나목」도 그렇거니와 다소 들뜬 감정을 추스름 없이 영탄적 기법으로 처리된 "한 곳에 발 묻어 놓고/생의 추억을 더듬으며 끊임없이/햇살 향하는 그림자 나무여/물거울에 아른거리는 내 모습이여.(자화상)"에서 확증은 개아적 동일화 현상으로 공감대를 수용한 점이다.
어디까지나 그 나름으로 각고의 노력 끝에 독자적인 조화의 세계를 꾸준히 구축하여 온 특정한 시인의 정신적 결과물에 관해 조심스럽게 공간과 시각, 그리고 단면적이나 분할과 통합의 이론에 접근한 검색의 시도는 더없이 뜻깊은 작업이다. 특히 강시연 시인의 시적 추이(推移)는 '봄이 되는 눈사람'은 아닐지라도 '이런 바위 같은 놈이라'는 자책감에 잇닿은 '얼마나 더 닦아야 닮을 수 있을까?'라는 반문이 주어질 것이다. 차제에 "화살촉처럼 빗금 긋는 비가 내려 꽂히면/투항하듯 오롯이 길을 내어주고/물과 하나 되어 수정금을 뜯는다(북한산 마당바위)"라는 심적 정황에 시적 감응(感應)이 주어짐은 응당 스스럼없는 자연의 순리에 해당한다. 그렇다. 시적 질감으로 그 자신의 시편을 통해 시어의 다의성을 확장하고 특이성을 점화시킨 시적 수사는 유의할 점이다. 따라서 지극히 치밀한 응시를 통한 시각적 자극으로 낯선 추이는 단순한 상황의 모사나 재현이 아닌 이미지의 형상화로 신선한 충격에 잇닿아 있다.
비록 격랑의 시대에 몸담고 살아가는 위대한 창조적 영혼으로 내적 충만을 위하여 열중하는 그 자신의 눈물겨운 정신작업은 생명의 근원인 수성에 견주어 재생의 상징인 달(月)의 속성은, '음양 합일로 물ㆍ땅ㆍ여성과 밀접한 관련성'을 뜻한다. 이 같은 점에서 "구름 사이에/환한 빛을 내고 있다//저 섬에 가고 싶다//지느러미 돋은 다리/펄럭이며/저 섬에 오르고 싶다.(달섬)"의 보기에서나 또는 "콩깍지 낀 알을 깨면/어디로 어떻게 두야 하는지/갈피를 못 잡는 내 모습//몇만 볼트의 전압으로/내 가슴에 밝혔는지/군청색 하늘이 훤하다.(틀 안에 갇힌 달)"에서 시 의미의 다양성은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금 주의 집중할 일이다.
각론하고 그 자신이 극명하게 이 땅의 충직한 독자들에게 역설하는 삶의 일깨움에 앞서 여기서 초록우산은 '초록으로 상징되는 싱그러운 아이들의 미래 가능성을 우산처럼 펼쳐주고 담아주고 보호하는 사업목적'인 아동복지 전문기관을 뜻한다. 까닭에 "흰 구름 벽지 안에서/아버지 목소리가 들려요//"힘차게 손을 뻗어/그리고, 초록우산을 꼭 잡아"(초록우산)"에서 또다시 확증되듯 '벽과 벽이 둘러싼 작은방에 혼자 고립'된 그 불안감과 초조에서도 끝내 좌절하지 않고 막연한 기대치일지라도 삶의 그 존엄성은 상실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 위대한 인류의 정신적 스승인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가 "단지 하늘에 떠가는 구름뿐이라고 하여도 우리가 살아 존재하는 한 기뻐해야 한다."라는 역설처럼 감동을 회복시켜 주는 충만한 생명감이다.
결론적으로 시집 평설의 결미(結尾)에서 한결같은 평자의 기대감이라면 '사과로 파리를 정복한 화가'인 폴 세잔(Paul Cezanne)은 1880년대 초, 에밀 졸라(?mile Zola)에게 쓴 편지에서 "나는 사관 한 개로 파리를 놀라게 하고 싶다."라는 그 간절한 소망을, 1905년「사과와 복숭아가 있는 정물」로 마침내 꿈을 꽃피워냈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춰 강시연 시인의 첫 시집『사과가 있는 정물』에서 이미 확증된 결과이지만, 명백한 존재감을 확인시키려고 본질적 고독 앞에서 고뇌하는 그 자신은 '작은 신의 대행자'로서 생명의 존엄성을 실증해 줄 따뜻한 감성의 실체다. 그렇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계관시인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이 "시인의 명성을 갖는 것보다 시적인 가슴(詩心)을 갖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라는 지적은 소중하다. 모쪼록 영혼의 울림은 지상에 속한 유한적인 것에 일념(一念)치 않고, 열림과 상생을 추구하는 시적 상상력의 확장에서 시 의미의 다양성은 그 가치가 끝내 지대하다.
일탈의 매혹과 직물 대상의 표리(表裏)
- 강시연 시인, 그 묘유(妙有)의 기법과 시적 감응
엄창섭(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모던포엠」 주간)
1. 따뜻한 감성과 엄숙한 생명 외경심
모처럼 시집 평설에 앞서 부푼 설렘과 기대감 속에 첫 시집『사과가 있는 정물』(모던포엠, 2023)을 출간하는『한맥문학』 신인문학상(2016년)과 『모던포엠』 작품상(2021년)을 수상한 뒤, 시단에서 역동적으로 활동하는 강시연 시인의 시 인식은 따뜻한 감성에 의해 더없이 건강하고 생명적이다. 까닭에 세속적인 틀을 헐고 부수며 암울한 세태를 의연하게 자신의 집념으로 헤쳐나가는 '창조적 영혼을 지닌 진정한 극소수의 실체이기'에 내면의 아름다움은 신선한 충동이다. 또 한편「일탈의 매혹과 직물 대상의 표리(表裏) - 강시연 시인, 그 묘유(妙有)의 기법과 시적 감응」에 결속(結束)된 생산적인 정신 행위야말로 절망의 끝이 보이지 않는 조국의 암울한 미래를 우려하는 진정한 정신작업의 종사자로서, '민족의 역사요, 혼인 모국어의 속살에 대한 항변'을 일관된 의지로 표명하고 있음은 진정한 가치를 지니기에 뜻깊다.
차제에 20세기 레바논계 미국의 신비주의 시인이며 화가인 칼릴 지브란(Khalil Gibran)이 "사랑을 품고 있는 영혼만이/아름다움을 이해할 수 있다./그런 영혼만이/아름다움과 더불어/살고 성숙할 수 있다./아름다움은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다.(참된 아름다움)"라는 합리적 해법에서 '시는 곧 마음속의 불꽃이고 수사학은 눈송임에 틀림이 없다.' 까닭에 그 자신의 제26회「모던포엠」 작품상 심사평(유창섭)에서 "일반적으로 운위 되는 서정시뿐만 아니라, 사실 읽기에도 어려운 난해 시나 해체시, 혹은 다르게 정의된 많은 시편도 그 시적 목표는 시적 감동에 이르는 방법을 찾는 노력의 일환임은 물론이고 강시연 시인의 시 속에 언급한 시적 감동과 그 감동에 이르는 상상력의 결합은 잘 어울리는 양상이다."라는 지적은 못내 타당성이 주어진다.
또 한편 '언어의 집으로 응축'되는 첫 시집의 편집구성은「제1부 향유고래(15편), 제2부 환승 구역(16편), 제3부 고래의 숲(16편), 제4부 민달팽이가 사는 마을(16편), 제5부 봄이 되는 눈사람(17편)」으로 균형감 있게 처리되었을뿐더러 자서(自序) 격인 「시인의 말」에서 "시는, 언제라도 내 삶의 무기였고, 참된 용기였습니다. 다만, 이미 주워 담을 수 없이 쏟아버린 절정의 신음이 부끄러울 뿐입니다."라는 천명(闡明)은 짐짓 관심을 표명하며 지켜볼 일이다.
어디까지나 충직한 독자로서 마치 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가 자신의 시편「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서 "모든 꽃봉오리 벌어질 때/나의 마음속에서도/사랑의 꽃이 피었어라."를 새삼 읊조리지 않더라도 '완·전·군·장 검푸른 행군은 그렇게 시작이 되기에' "오월은/젖살이 남아있는 풋풋한 미소년//잎맥이 꿈틀 하는 오전 9시/시침이 투과하는 햇살 한 모금(아름다운 한 철)"의 대척점에서 그 자신의 시적 상상력은 '잎맥이 꿈틀 하며' 시간과 공간을 무한대로 추월한다. 한편 '그늘을 핥고 간 바람에 나뭇잎은 불새가 되어 날아가는 정황에서' "푸른빛이/갈기처럼 휘날리는/그날이 또 올 것입니다.(가을로 가는 길)"에서 생명 외경의 이채로움을 이같이 망각하거나 잊고 지나치지 아니한다. 모처럼 비유적 표현과의 모양, 크기, 소리 등 직유의 수사로 '푸른빛이 갈기처럼 휘날리는' 숨 막힘의 현상에서 단절, 거리 두기가 아닌 경계 허물기이기에 신선한 감동을 안겨주는 정신작업은 또 하나의 빛남이다.
이 같은 다양성을 고려할 때 그 자신이 시적 행위를 통해 삶을 자적(自適)하며 영혼의 울림에 귀 기울이는 행위에 열중하기에 언어기호의 도식과 유희적 가식에 지나침이나 거부감이 주어지지 아니한다. 따라서 시 쓰기를 즐기는 담백한 시격(詩格)의 소유자로서 생명의 소중함을 부단히 일깨우며 삶은 새삼 진정성이 묻어난다. 까닭에 시집의 표제 시편에 해당하는「사과가 있는 정물」은 아침 햇살 빛나는 창가에서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하는 감동의 회복이며 절대자의 선물이기에 못내 감사할 일이다.
선물로 받은 사과/바로 먹지 못해/창가 테이블 위에 둡니다//
조금 열린 창틈으로/손 뻗친 햇살이/사과의 볼을 쓰다듬습니다//
아마도 폴 세잔의/사과가 있는 정물/그대로입니다//
그녀는 매일같이/시간을 꿰매기 위해/바느질에 몰두합니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언니의 너스레가 떠오릅니다/"가시나, 인제 보니 사과 엉덩이네."//
샛별 보고 귀가하던 그땐/토끼잠에 허우적거려도/아침이면 일어서는 햇귀였습니다//
며칠 잊고 있던 사과가/조금 헐거워진 자세로/앉아 있습니다//
졸음의 껍질을 깎아내니/사각사각/입맛이 깨어납니다/햇살 스민 노란 속살에/세상은/달곰해져 돌아갑니다//
-「사과가 있는 정물」 전문
각론하고 분망한 시간대에 묶어내는 시집은 분망한 삶의 일상에서의 감성적 삶의 잠언(箴言)이 의미심장하게 수용되고 함축적인 'A=B'라는 메타 퍼로 차별화된 다의적인 교시를 진정성 묻어나게 수용하고 있다. 그렇다. 잠시 명상호흡을 통하여 숨을 고르고 손금을 보듯 찬찬히 정신적 등가물인 인용한 시편을 심도 있게 검색하면 '화자(話者)의 응시→폴 세잔의 정물→사과가 있는 정물'의 변주(變奏)는 마침내 '사각사각, 입맛, 노란 속살' 등 공감적으로 상이하게도 처리되는 양상이다.
2. 깨어있는 시 의식과 상생의 이법(理法)
어디까지나 생명의 존엄성을 인식하고 유형적 인상과 시학의 합리성을 "느림의 시학과 맑은 영혼"의 형상화에 관한 시적 행위의 극대화로 모든 감각을 오랫동안 신중하게 교란하며 그 자신의 시대적 소임을 엄숙하게 수행한「깨어있는 시 의식과 상생의 이법」에 관심과 애정을 지닌 주의집중의 반복은 결코 지나치지 아니하다. 그 같은 일면은 신비주의 시인인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이 "언어를 살려놓는 수단은 시인의 심성과 그의 입술과 그의 손가락들 사이에 존재한다... 생략... 그가 죽으면 언어는 뒤에 남아 그의 무덤 위에 몸을 던지고는 다른 어떤 시인이 와서 일으켜 세워줄 때까지 슬피 흐느껴 운다."라는 지적과 동일성을 지닌다. 비록 '푸르르 푸르르 그렇게 공기 방울처럼 가벼워진 날개 저 너머 다른 세계로' 향할지라도 "몸길이보다 긴 가지/물고 오른다/한 번의 쉼표를 찍으며//둥지에 입 벌리고 있는 새끼들(새는 날아가고)"에서 시적 정조는 지극히 자연 친화적이나 언젠가 이름도 불확실한 '한 번의 쉼표를 찍으며' 삶의 여로가 느림의 시학을 통한 기다림의 결과로 「새는 날아가고」와 맞물린 삶의 덧없음을 생의 교시로 응축시켜 줄 따름이다.
까닭에 긍정적인 사고의 창시자 노먼 빈센트 필(Norman Vincent Peale)의 "시적 치유(治癒)"를 다시금 거론치 않더라도 문학성이 눈부신 그의 첫 시집「제2부 환승 구역」에 수록된 시편「Autumn Leaves」은 김조민 시인이 〈오늘의 시〉 작품 평에서 "이렇게 의미가 깊은 계절 사이에 하나의 '정서적 계절'의 이름을 끼워 넣으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왠지 모를 슬픔과 기쁨, 회한과 반추라는 감성 작용이 더없이 활발해지는 계절에는"처럼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듯 '바람의 허밍을 즐겨야 해 가을ㆍ갸을ㆍ거울ㆍ겨울'의 예시처럼 발음의 끝에 긴 고요가 흐를지라도 "가을과 겨울 사이를/가을이라 불러 볼까//옷매무새 여며/꼭꼭 잠가도 되는 그사이//우두커니 서 있는 저 나무도/가슴에 불을 붙이고/하관을 기다리는데/이젠 비우고 저물녘에 서야 할 때(Autumn Leaves)"의 시적 분위기는 짐짓 비장하다.
그렇다. '이젠 비우고 저물녘에 서야 할 때'의 느꺼운 시적 정감은 비교적 지극히 푸른 식물성 언어에 의한 자연 관조를 거쳐 생성되기에 동시대의 어느 시인보다 한층 더 사변성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또 한편 따뜻하고 섬세한 정신기후의 조성과 결속된 맑은 울림의 시 정신은 식물성 언어로 직조된 전율(戰慄) 같은 가슴 떨림이며, 그만이 체득한 황홀함이기에 놀랍도록 이채롭다. 까닭에 깊은 사유의 존재로 감지되는 그 자신의 시적 심리를 통해서 "가을볕이 내리는 빨래터/방망이 두드리며 빨래하는 여인들/빨랫감에 찌든 구설의 조각/흐르는 물에 흔들어 헹군다(세탁 공법)"와 같은 시적 구도처리는 비록 모순성이나 시적 구도에 모남이 없이 물아일체의 존재감에 결속되어 칙칙한 어둠을 말끔 씻겨 '해맑은 영롱함'으로 빛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피라칸사스 붉은 산책로 새들은 모두 발을 벗은 상태일지라도' "강골 바람에 물비늘이 춤을 추면/까마귀 떼는 덜 익은 달 주변을 배회하며/우아한 군무를 펼친다/뭔가를 부르는 성대한 의식처럼//저마다 돌아가는 길엔/노을 전등이 스위치를 내린다.(동천, 겨울빛 소묘)"에서 다시금 확증되듯 그 자신의 진정성 있는 정치(情致)함에 '깨달음이 선행되고 수행이 뒤따르는' 돈오점수(頓悟漸修)의 사상이 '동천, 그 겨울빛 소묘'에서 마침내 현현(玄玄)하는 아아(峨峨)한 청산처럼 아득한 정감의 감응은 그의 시 해석에서 주의 집중할 키워드다.
차제에 투명한 그만의 시적 감흥에 취(醉)하면 한층 더 따뜻한 카타르시스에 초조와 온갖 번뇌마저도 한순간 평정심을 회복해 감동을 회복시켜 줄 것이다. 이처럼 그의 내면의식은 '무심, 무욕의 경지에서 발현된 서정의 미감'으로 묵언의 경계가 일체의 시적 변명을 허락하지 않는 현상에도 맞물려 있기에, '푸른 융단이 벗겨져 황톳빛 맨살이 휑한 채마밭'을 모티프로 한 "봄은 아득하나/슬픔만이 다가 아니란 걸/알려주는 북극성처럼 피어서.(별)"의 보기처럼 '엄마와 딸이 나란히 걸어가던 생의 바깥'에서 무대의 조명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조명 기법인 '페이드아웃(fade out)' 처리로 "노을이 어둠 속에 안길 때/밑동에 아로새긴 퍼플색 상처/몽혼의 잠 밖에서 통증을 견뎌낸 꿈/표피 밖으로 밀려 나와/화들짝 놀라 꽃으로 피었다(페이드아웃)"라는 시적 형상화에서 툭툭 던져지고 '화들짝 놀라 꽃으로 핀' 시적 분위기는 결(結) 고운 모직물에 견주어 시의 날줄과 씨줄의 직조에도 지대한 관심을 불러줄 것이다.
각론하고 원근 조망의 관점에서 평자 나름의 존재 양식에 의한 시적 담론이라면 '거대한 도시화에 의한 인간 소외현상과 좌절감의 표출, 현실적 정서의 양감(量感)과 여백의 틈새 좁히기'라는 해법은 공감대를 일깨워주기에 스스럼이 없다. 바로 그 점은 다소 메르헨적 요소가 가미된 "저 멀리, 혹등고래 한 마리/비를 가르며 헤엄쳐 오고 있다//소녀는 고래 등에 올라탔다/우리 바다로 가요.(고래의 숲)"와는 정황을 달리할 것이나 시적 모티프가 엄숙하고 분위기가 상이(相異)한「생존의 법칙」에서 "강가 전신주에 까마귀 무리가/일렬로 앉았다 날아가고/또 다른 무리가 낙엽처럼 날아들어도/쉬이 곁을 내어 준다"의 시편에는 인생의 중량감이 다분히 실려있다. 마치 이 같은 일면은 현대시학의 전통에서 관망한 칠레의 시인 비센떼 우이도부로(Vicente Huidobro)의 창조주의 시학의 근본원리는 놀랍게도 '현실의 해체와 변형'이라는 그 인식의 동일화인 현재성이다.
특히 난해한 현대시나 지나친 말장난(言戱)의 기교적 수사를 경계한 분별력으로 그 자신이 모호성에 관해 적절히 대처하되 여백의 틈새를 좁혀내기에, 해체로서의 창조원리와 주체의 분열에 근접하여 정신작업의 종사자로서 체험을 종종 고백하는 시적 기법의 묘미는 다채롭다. 또 한편 "자신을 돌볼 틈 없이/통각을 발로 차며 걸어온 당신//이끼 낀 속을 정화하는/새 촉의 연두 알약이고 싶다(알약 업데이트)"라는 물론이고 그 자신이 '청아한 소리로 푸른 바다를 유영하였지'를 선문답 하듯 나직이 읊조린 시적 형상화에 있어 일단 '목어(木魚)는 불교 예식용 타악기'다. 또 하나 사찰 규범의 지침서인「백장청규(百丈淸規)」에서 "물고기는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기에, 수행자로 하여 깨우침에 정진하라는 뜻으로 목어를 만들었음은 유념할 점이나 "침묵의 잠 속에 꿈꾸었지//다시 돌아가고픈//저 푸른 기다림/수평선 너머 그 어디쯤.(木魚)"은 수행자나 불자에게 주어지는 종교적 의미는 못내 경건함이다.
무엇보다 그 자신의 시편에서 서정적 미감의 뛰어남으로 카타르시스는 '단절, 절망, 패배를 희망, 승화로 전이시키는 분별력'이 어법적으로 특이하게 '다정한 우리말 유음 'ㄹ''을 차별화시킨 그만의 시적 대상물로 "밥 먹었지를?, 잘 잤지를?/의문사가 되기도 하고//시장에 나가/손녀 옷 하나 샀지를/ 고등어 한 손도 샀지를/식구 신길 양말 한 다발 샀지를/접사가 되기도 한다(... 를)"라는 의중에 놀라움이 주어질 것이나 "이미 좌표를 잃은 길치의 발은/늘어진 곡선을 그으며/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민달팽이가 사는 마을)"를 통해 그 같은 기우(杞憂)나 어둠의 그림자는 말끔 씻겨나 충동적으로 안도감을 안겨줄 것이다.
그와 같이 '빛깔이 옅거나 그 형상과 비슷하다'를 뜻하는 접미사 '스름하다'의 어감을 형사(形似)하여 "투명해져 가는 나로/나의 색을 얻어 가는 너로//인연이란 서로에게 물들고/닮아가는 '스름하다'였어.(스름하다*)"를 통해 입증되지만, '옷 짓는 마음으로 사랑도 지으면 처음 이상의 사랑으로 하나의 옷을 입을 수 있으려나'라는 그 망설임 끝에 "평행선을 이루면 불량 처리되듯/우리 사랑도 그렇다//시작부터 돌아와 만나는 지점까지/온전히 받아주는 사랑이어야 한다(옷을 짓다)"라는 예시에서 인간을 포함한 만유(萬有)는 우주 생성의 연맥(緣脈) 속에 기인한다. 이처럼 하찮은 물상에도 생명을 주어 삶의 외경과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적 행위는 비교적 자연 관조를 거쳐 생성된 정관적인 면을 구축하기에 그 자신의 시 정신은 식물성 언어로 직조된 전율 같은 가슴 떨리는 황홀감으로 풀이된다.
3. 시적 상상력의 확장과 사유의 일관성
보편적으로 그 자신의 시적 차별화는 에코토피아적인 색채감에서 기인(起因)된 연계성이기에 경계 해체의 비법을 숙련된 솜씨로 유감없이 활용한 결과물이다. 이처럼 강시연 시인의 고뇌와 집념은 동일한 직물 대상을 다른 시각에서 투시하는 시적 투사(透寫)로 새롭게 시의 지평을 열어놓고 잠시 숨결을 고르는 한편, 자기만의 육성, 느낌을 담아 정렬화(整列化)한 언어 양상을 밀도 있게 조명해 보이는 까닭에 이 땅의 충직한 독자에게 일체 갈등의 요소를 충동하지 않는다.
이 같은 맥락에서 하찮게 인식되는 일상의 질료도 비중 있게 다루면서 자신의 삶을 반추하되 무심히 흘려보낸 시간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성찰하고, 사유의 깊이와 속도를 조절하며 반문하는 그의 삶은 한층 품격을 지닌 시인으로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있다. 또 한편 '바람에게 훌훌 옷 벗어주고 혼자 서 있는 겨울나무'에 빗댄「나목」도 그렇거니와 다소 들뜬 감정을 추스름 없이 영탄적 기법으로 처리된 "한 곳에 발 묻어 놓고/생의 추억을 더듬으며 끊임없이/햇살 향하는 그림자 나무여/물거울에 아른거리는 내 모습이여.(자화상)"에서 확증은 개아적 동일화 현상으로 공감대를 수용한 점이다.
어디까지나 그 나름으로 각고의 노력 끝에 독자적인 조화의 세계를 꾸준히 구축하여 온 특정한 시인의 정신적 결과물에 관해 조심스럽게 공간과 시각, 그리고 단면적이나 분할과 통합의 이론에 접근한 검색의 시도는 더없이 뜻깊은 작업이다. 특히 강시연 시인의 시적 추이(推移)는 '봄이 되는 눈사람'은 아닐지라도 '이런 바위 같은 놈이라'는 자책감에 잇닿은 '얼마나 더 닦아야 닮을 수 있을까?'라는 반문이 주어질 것이다. 차제에 "화살촉처럼 빗금 긋는 비가 내려 꽂히면/투항하듯 오롯이 길을 내어주고/물과 하나 되어 수정금을 뜯는다(북한산 마당바위)"라는 심적 정황에 시적 감응(感應)이 주어짐은 응당 스스럼없는 자연의 순리에 해당한다. 그렇다. 시적 질감으로 그 자신의 시편을 통해 시어의 다의성을 확장하고 특이성을 점화시킨 시적 수사는 유의할 점이다. 따라서 지극히 치밀한 응시를 통한 시각적 자극으로 낯선 추이는 단순한 상황의 모사나 재현이 아닌 이미지의 형상화로 신선한 충격에 잇닿아 있다.
비록 격랑의 시대에 몸담고 살아가는 위대한 창조적 영혼으로 내적 충만을 위하여 열중하는 그 자신의 눈물겨운 정신작업은 생명의 근원인 수성에 견주어 재생의 상징인 달(月)의 속성은, '음양 합일로 물ㆍ땅ㆍ여성과 밀접한 관련성'을 뜻한다. 이 같은 점에서 "구름 사이에/환한 빛을 내고 있다//저 섬에 가고 싶다//지느러미 돋은 다리/펄럭이며/저 섬에 오르고 싶다.(달섬)"의 보기에서나 또는 "콩깍지 낀 알을 깨면/어디로 어떻게 두야 하는지/갈피를 못 잡는 내 모습//몇만 볼트의 전압으로/내 가슴에 밝혔는지/군청색 하늘이 훤하다.(틀 안에 갇힌 달)"에서 시 의미의 다양성은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금 주의 집중할 일이다.
각론하고 그 자신이 극명하게 이 땅의 충직한 독자들에게 역설하는 삶의 일깨움에 앞서 여기서 초록우산은 '초록으로 상징되는 싱그러운 아이들의 미래 가능성을 우산처럼 펼쳐주고 담아주고 보호하는 사업목적'인 아동복지 전문기관을 뜻한다. 까닭에 "흰 구름 벽지 안에서/아버지 목소리가 들려요//"힘차게 손을 뻗어/그리고, 초록우산을 꼭 잡아"(초록우산)"에서 또다시 확증되듯 '벽과 벽이 둘러싼 작은방에 혼자 고립'된 그 불안감과 초조에서도 끝내 좌절하지 않고 막연한 기대치일지라도 삶의 그 존엄성은 상실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 위대한 인류의 정신적 스승인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가 "단지 하늘에 떠가는 구름뿐이라고 하여도 우리가 살아 존재하는 한 기뻐해야 한다."라는 역설처럼 감동을 회복시켜 주는 충만한 생명감이다.
결론적으로 시집 평설의 결미(結尾)에서 한결같은 평자의 기대감이라면 '사과로 파리를 정복한 화가'인 폴 세잔(Paul Cezanne)은 1880년대 초, 에밀 졸라(?mile Zola)에게 쓴 편지에서 "나는 사관 한 개로 파리를 놀라게 하고 싶다."라는 그 간절한 소망을, 1905년「사과와 복숭아가 있는 정물」로 마침내 꿈을 꽃피워냈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춰 강시연 시인의 첫 시집『사과가 있는 정물』에서 이미 확증된 결과이지만, 명백한 존재감을 확인시키려고 본질적 고독 앞에서 고뇌하는 그 자신은 '작은 신의 대행자'로서 생명의 존엄성을 실증해 줄 따뜻한 감성의 실체다. 그렇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계관시인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이 "시인의 명성을 갖는 것보다 시적인 가슴(詩心)을 갖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라는 지적은 소중하다. 모쪼록 영혼의 울림은 지상에 속한 유한적인 것에 일념(一念)치 않고, 열림과 상생을 추구하는 시적 상상력의 확장에서 시 의미의 다양성은 그 가치가 끝내 지대하다.
목차
목차
시인의 말 ● 3
제 1 부
향유고래
아름다운 한 철 ● 10
천청색淺靑色 ● 12
바사삭 플랫폼 ● 14
가을로 가는 길 ● 16
빈집 ● 17
사과가 있는 정물 ● 18
낙상 주의 ● 20
향유고래 ● 22
장마 ● 23
새는 날아가고 ● 24
갈대의 무덤 ● 26
골목으로 들어온 작은 하늘 ● 28
양귀비 ● 30
얼음의 맨살 ● 31
토르소 ● 32
제 2 부
환승 구역
Autumn Leaves ● 36
코끼리 다릿병病 ● 38
의자 ● 39
달 띄우기 - 팥죽 ● 40
눈발 날린다 ● 41
세탁 공법 ● 42
환승 구역 ● 44
기차를 기다리며 ● 46
겨울 호수 ● 47
담쟁이 ● 48
동천, 겨울빛 소묘 ● 50
서른 ● 51
끄트머리 ● 52
별 ● 53
어떤 홈리스 ● 54
Genesis ● 56
제 3 부
고래의 숲
품 ● 60
늦여름, 비 그친 후 ● 61
페이드아웃 ● 62
엽맥葉脈 ● 63
고래의 숲
- 아마존 정글에 혹등고래 사체가 발견되었다. 그곳은 바다와
먼 곳 어떻게 왔을까? ● 64
뭔데 이리 이쁘냐 ● 66
왕십리 중앙시장 뒷골목 ● 68
어느 날엔가 가닿아 ● 70
생존의 법칙 ● 72
우물 ● 74
결 ● 76
계단을 닦으며 ● 77
알약 업데이트 ● 78
말 멀미 ● 79
목어木魚 ● 80
제 4 부
민달팽이가 사는 마을
퉁소 ● 82
두루마리 ● 83
어찌 알았을까 ● 84
폭풍을 지나다 ● 85
...를 ● 86
파장 ● 88
민달팽이가 사는 마을 ● 90
스름하다* ● 91
입암마을 갤러리 ● 92
느슨해진 시간 ● 94
옷을 짓다 ● 96
덩굴손 ● 97
칠월 ● 98
겨울 열매는 붉다 ● 99
자화상 ● 100
나목 ● 101
제 5 부
봄이 되는 눈사람
파래소 폭포 ● 104
물의 등뼈 ● 105
북한산 마당바위 ● 106
봉제선 ● 108
간절곶 ● 109
다리 ● 110
할머니의 두부 ● 112
달섬 ● 114
장어 ● 115
가시나무 새 ● 116
겨울 숲 ● 118
겨울 바다 ● 119
평행이론 - 비비안 마이어와 빈센트 반 고흐 ● 120
봄이 되는 눈사람 ● 122
틀 안에 갇힌 달 ● 123
귀환 ● 124
초록우산 ● 126
l 작품해설
일탈의 매혹과 직물 대상의 표리(表裏)
- 강시연 시인, 그 묘유(妙有)의 기법과 시적 감응 ● 130
엄창섭(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모던포엠」 주간)
제 1 부
향유고래
아름다운 한 철 ● 10
천청색淺靑色 ● 12
바사삭 플랫폼 ● 14
가을로 가는 길 ● 16
빈집 ● 17
사과가 있는 정물 ● 18
낙상 주의 ● 20
향유고래 ● 22
장마 ● 23
새는 날아가고 ● 24
갈대의 무덤 ● 26
골목으로 들어온 작은 하늘 ● 28
양귀비 ● 30
얼음의 맨살 ● 31
토르소 ● 32
제 2 부
환승 구역
Autumn Leaves ● 36
코끼리 다릿병病 ● 38
의자 ● 39
달 띄우기 - 팥죽 ● 40
눈발 날린다 ● 41
세탁 공법 ● 42
환승 구역 ● 44
기차를 기다리며 ● 46
겨울 호수 ● 47
담쟁이 ● 48
동천, 겨울빛 소묘 ● 50
서른 ● 51
끄트머리 ● 52
별 ● 53
어떤 홈리스 ● 54
Genesis ● 56
제 3 부
고래의 숲
품 ● 60
늦여름, 비 그친 후 ● 61
페이드아웃 ● 62
엽맥葉脈 ● 63
고래의 숲
- 아마존 정글에 혹등고래 사체가 발견되었다. 그곳은 바다와
먼 곳 어떻게 왔을까? ● 64
뭔데 이리 이쁘냐 ● 66
왕십리 중앙시장 뒷골목 ● 68
어느 날엔가 가닿아 ● 70
생존의 법칙 ● 72
우물 ● 74
결 ● 76
계단을 닦으며 ● 77
알약 업데이트 ● 78
말 멀미 ● 79
목어木魚 ● 80
제 4 부
민달팽이가 사는 마을
퉁소 ● 82
두루마리 ● 83
어찌 알았을까 ● 84
폭풍을 지나다 ● 85
...를 ● 86
파장 ● 88
민달팽이가 사는 마을 ● 90
스름하다* ● 91
입암마을 갤러리 ● 92
느슨해진 시간 ● 94
옷을 짓다 ● 96
덩굴손 ● 97
칠월 ● 98
겨울 열매는 붉다 ● 99
자화상 ● 100
나목 ● 101
제 5 부
봄이 되는 눈사람
파래소 폭포 ● 104
물의 등뼈 ● 105
북한산 마당바위 ● 106
봉제선 ● 108
간절곶 ● 109
다리 ● 110
할머니의 두부 ● 112
달섬 ● 114
장어 ● 115
가시나무 새 ● 116
겨울 숲 ● 118
겨울 바다 ● 119
평행이론 - 비비안 마이어와 빈센트 반 고흐 ● 120
봄이 되는 눈사람 ● 122
틀 안에 갇힌 달 ● 123
귀환 ● 124
초록우산 ● 126
l 작품해설
일탈의 매혹과 직물 대상의 표리(表裏)
- 강시연 시인, 그 묘유(妙有)의 기법과 시적 감응 ● 130
엄창섭(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모던포엠」 주간)
저자
저자
강시연
본명: 강경숙
한맥문학 신인문학상(2016년)
모던포엠 추천작품상(2021년)
시와달빛문학작가회 회원
모던포엠작가회 회원
울산남구문학회 회원
[시집]
『사과가 있는 정물』
한맥문학 신인문학상(2016년)
모던포엠 추천작품상(2021년)
시와달빛문학작가회 회원
모던포엠작가회 회원
울산남구문학회 회원
[시집]
『사과가 있는 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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