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뼈는 늘 붉을 줄만 알았다(모던포엠 작가선 189)
박주용 시집
『예언자』의 저자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이 “시는 마음속의 불꽃이고 수사학은 눈송이다. 불길과 눈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였듯, 미래의 향방이 불투명한 시간대에서, 세월의 격랑에 온몸을 던지며 주어진 삶을 뼈저리게 절감하는 일상의 감성은 아득한 정신풍경의 확장에 잇닿는다. 까닭에 ‘푸른 시와 시인’의 동공은 생명의 본체인 우주를 향해 항시 열려 있다. 일단 충북 옥천출생인 박주용 시인은 201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이후, 현재 계룡도서관 상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근간에 그 자신의 시집『지는 것들의 이름 불러보면』(지혜, 2020)을 출간하고 그 나름의 고심 끝에 「모던포엠 작가선」0189의『복숭아뼈는 늘 붉은 줄만 알았다』의 간행은 우리 평단의 지대한 관심사에 맞물린다. 차제에 그 자신이 추구한 시적 내용물과 기본 골격을 ’삶의 구조와 생명 외경’과의 합일을 합목적으로 간행한 시집의 평설「경계 허물기와 시간 추이(推移)의 분별력 - 박주용 시인의 ‘복숭아뼈’의 합리적 해법」에서 ‘복숭아 + 뼈’라는 식물성과 동물성을 이해의 충돌 없는 도식에 의한 ‘따뜻한 감성과 자기 특유의 음성, 색깔, 느낌으로 조응하여 격정을 평정시켜주기’에 한층 더 매혹적이다.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경계 허물기와 시간 추이의 분별력
- 박주용 시인의 '복숭아뼈는 늘 붉을 줄만 알았다'의 합리적 해법
엄창섭(가톨릭관동대학 명예교수, 월간 모던포엠 주간)
1. 삶의 구조와 엄숙한 생명감
각론하고 『예언자』의 저자 칼릴 지브란(Kahlil Gibran)이 "시는 마음속의 불꽃이고 수사학은 눈송이다. 불길과 눈이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였듯, 미래의 향방이 불투명한 시간대에서, 세월의 격랑에 온몸을 던지며 주어진 삶을 뼈저리게 절감하는 일상의 감성은 아득한 정신풍경의 확장에 잇닿는다. 까닭에 '푸른 시와 시인'의 동공은 생명의 본체인 우주를 향해 항시 열려 있다. 일단 충북 옥천 출생인 박주용 시인은 201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이후, 현재 계룡도서관 상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근간에 그 자신의 시집 『지는 것들의 이름 불러보면』(지혜, 2020)을 출간하고 그 나름의 고심 끝에 「모던포엠 작가선」 0189의 『복숭아뼈는 늘 붉을 줄만 알았다』의 간행은 우리 평단의 지대한 관심사에 맞물린다.
차제에 그 자신이 추구한 시적 내용물과 기본 골격을 '삶의 구조와 생명 외경'과의 합일을 합목적으로 간행한 시집의 평설 「경계 허물기와 시간 추이(推移)의 분별력」 - 박주용 시인의 '복숭아뼈는 늘 붉을 줄만 알았다'의 합리적 해법에서 '복숭아 + 뼈'라는 식물성과 동물성을 이해의 충돌 없는 도식에 의한 '따뜻한 감성과 자기 특유의 음성, 색깔, 느낌으로 조응하여 격정을 평정시켜 주기'에 한층 더 매혹적이다. 그렇다. 격랑의 시간대를 여유롭게 만보(漫步)하며 생명의 존엄성을 신앙처럼 떠받들고 세세한 바람의 선율(旋律)로 겸허한 수행자의 마음가짐을 시집의 자서격(自序格)인 「시인의 말」에서 "대접받지 못한 이름 낮은 이들과 함께 나눈 시간 몇 종지 세상에 내놓습니다."라는 자술로 빚어낸 이미지의 형상화야말로 불안과 초조, 긴장감의 칙칙함의 씻겨냄이다.
특히 자기성찰을 통한 겸허함은 1차 세계대전 영국의 젊은 시인 윌프레드 오웬(Wilfred Owen)의 "시인의 소임은 시대적 상황에 경고하는 것이다."라는 역사 인식의 깨어있음과 마침표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정직함은 삶의 의미를 일깨워주기에 그 자신의 심성은 지극히 모남이 없다. 또 한편 언어의 집으로 응축되는 이 시집은 「제1부 박제의 시간(15편), 제2부 재생의 시간(15편), 제3부 우화의 시간(15편), 제4부 상생의 시간(15편)」으로 편집 구성되었다. 더욱이 기승전결에 의한 구도로 60편의 시편이 다양한 체제로 균형 있게 직조되어 있다. 놀랍게도 시간의 추이(推移)랄까? '박제→재생→우화
→상생'의 경계 허물기는 그 나름의 깊은 「고해성사」 뒤에도 「별똥별이 성호 긋다」의 일관성과 맞물려 신선한 감동을 안겨줄 따름이다.
이 같은 다양성을 참작할 때 애써 그의 시편을 생태 시학으로 한정을 지어 분할·통합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로 단정할 수 없을 것이나, 시간 개념의 이해 차원에서 헬라어의 '크로노스(chronos)'는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이요 일련의 역사적 사건을 뜻하는 일면에 비춰 '카이로스(kairos)'는 꽉 찬 시간으로 구체적인 사건의 순간, 감정을 느끼고 구원의 기쁨을 공감하는 역사적 교훈과 의미를 부여하는 '살아있는 정신'과의 결속이다. 한편 신학적인 면에서 ①직선(直線)으로서의 시간(chronos)은 과거, 현재, 미래로 구성된 측정 가능한 시간으로서 한정된 시간을 뜻하고 이 시간 안에서 모든 것은 '생성, 소멸'을 거듭하고 끝내 무상하다. ②원(圓)으로서 시간(ion)은 종교적으로 한정이 없는 만물이 영원하고 불변한 원으로의 압축되고 초월된 의미다. ③점(點)으로서 시간(kairos)은 창조주가 역사 속에 관계하는 가장 본질적인 시간이다.
모름지기 비정한 경제 논리의 지배를 받는 대다수 기성세대는 다음의 세대를 위하여 최소한 언어에 대한 분별력으로 아름다운 정신유산을 남겨줄 바다. 까닭에 "땅이 나뭇가지 키우듯/당신은 늘 땅강아지와 함께 걷고 있었으나/나는 파인 당신의 발자국을 다독이지 못했습니다. (고해성사)"의 보기나 또는 "꽃은 피어날 때부터/난 상처가 아물지 않는다/아무는 순간 꽃이 아니므로/달맞이꽃은/폐경이 되어도 달빛 들인다 (시지푸스)"에서 차별성이 주어지는 시적 상상력은 자연의 순차에 거슬림 없다.
또 한편 다소 호흡이 긴 산문시 편인 "마당으로 들어서면 정면으로 골프용품 광고가 눈에 띄어 골프숍은 아닌지 어리둥절하지만, 세속의 때 묻은 외제 차들도 칸칸이 들어앉아 은밀한 곳 닦고 있어 글로벌 세차장임을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희한한 셀프 세차장)"에서 시사적(時事的) 의미의 역설도 그럴 것이나 "눈짓 한 번으로도 온몸에 문신 새겨지는 안개비/바람으로 일어나고, 바람으로 무너지는/태고사의 종소리에 육체의 등고선이/시를 잊고 싶은 날의 시를 쓴다 (대둔산 철쭉)"에서 최소한 정신작업의 종사자로서 주어진 그 시대적 소임은 엄숙히 수행하지 않을 수 없다.
2. 우화의 시간대와 의식의 시적 형상화
어디까지나 엄숙한 창조적 활동을 다양하게 펼쳐나가야 할 정신작업의 종사자라면 '영감의 비의를 해명하는 사제(司祭)로서 비공인의 입법자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모처럼 시적 능력의 무한 가능성을 지닌 박주용 시인의 경우, 제8회 시산맥사 기획시선 공모 당선시집이며 그의 첫 시집인 『점자, 그녀가 환하다』 (시산맥사, 2016)에서 문정영 발행인은 "이번 박주용의 첫 시집은 그의 삶의 내력으로 읽어야 한다. 그 내력을 다 읽고 나면 박주용 시인의 새로운 시편들을 잘 익은 '알곡'처럼 기다리게 될 것임"을 예감하며 첫 시집 발간을 축하했다. 또 한편 놀랍게도 호흡이 지극히 짧은 2행 처리의 단시에 해당하는 "춘삼월, 꽃 지천이니/윤사월, 준다 해도 아니 받습니다 (뇌물)"이나 또는 "어항에 개밥바라기별 뜨자/구피 모여든다/주둥이 뻐끔거리며 지느러미 살랑거린다/하느님 보시기에/우리도 저러할 것이다 (도긴개긴)"에서 응축된 시 형식의 기법처리는 이처럼 지극히 자유로워 구속됨이 없다.
어디까지나 그의 시편에서 논의의 초점은 경건한 생명 외경심을 충직하게 지켜내면서도 전율 같은 가슴 떨림에 의한 시적 작위(作爲) 뒤에 '작은 도움에도 천진한 미소로 답하던 세 모녀'를 전제하고 "뉴스에 잠깐 떠들었다 그리고 금방 고요해졌다/아무도 그들을 얘기하지 않는다. (기억하라)"의 보기처럼 비교적 차별성이 돋보이는 이 같은 시편은 그 자신이 깊은 밤에도 견고한 고뇌 끝에 깊은 사유를 거친 여백의 틈새 좁히기 또한 시적 작업의 온전한 수행에 견주어지기에 비장감마저 묻어날 따름이다.
차제에 중세의 영성문학(靈聖文學)이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Hipponensis)의 작품에서 거울에 비친 상에 의한 이미지의 상징성을 논의한 점에 견주어 인간의 정신은 거울에 비친 물질세계의 허상을 수락하지 않을 때야 비로소 신의 경건하고 성스러운 빛의 속성인 은총을 허락받는다. 따라서 "잎사귀 떨군 산사의 시린 청실배나무 꽃망울처럼 천년은 눈과 입 닫고 눌러앉았을 비구니에게 그만 하산해도 되지 않겠냐 했더니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대신 풍화혈에 부딪힌 풍경소리가 나를 배웅합니다 (은수사 비구니)"의 보기나 시적 정조가 동일성을 지닌 "버들개지 데리고 봄소식 전하는 길인데/내가 왜 요다지도 파문 일어/마음이 먼저 꽃망울 터트리는지 (마곡사 가는 길)"를 통해 확증되듯 따뜻한 감성에서 배어 나온 동화(童話)와 투사(透寫)의 혼합양상에서 수동적인 사물과 능동적인 사물을 결합하는 매개적 정신 능력의 범주로 시적 상상력이 창조적 영혼의 교감에 견주어짐은 호흡 가다듬고 묵언으로 관망할 바다.
까닭에 심상의 투사와 무채색 언어의 동질성에 관한 구도적 해법은 생명의 본체인 우주를 향한 감동의 회복이며 눈부신 정신적 산물의 축적일 것이나 그 생생한 일탈의 정신을 그만의 예술적인 질감과 터치로 시적 형상화에 의한 생명적인 시작(詩作)의 행위이다. 또 한편 그 자신의 시편이 안겨주는 역동적인 파동의 적절성은 '비공인된 입법자'로서 견고한 고독 앞에서도 깨어난 시 의식의 정체성을 자리매김하되 알맞은 정신기후의 조성에 애씀의 땀 흘림을 경건한 믿음으로 확신하는 일관성이다.
각론하고 "서녘 하늘 수놓은 저 노을처럼/어느 쪽으로도 흐르지 않는 만조의 시간/꽁치 넙치 새치 참치도/무풍지대에 닿겠지. (윈드서핑)"의 어설픈 체념도 그럴 것이나 '참새떼 날아와 간장독 물켜는' 정황에서 "입동 무렵 어머니는 장독대 근처에/푸른 멍 다독여 흙무덤 쌓고/허허로운 바람 들지 않도록 짚 마개 만들어/서리 맞은 무 들여앉혔다 (겨울 무)"와 같은 정황상의 이행에서처럼 시간은 언제나 '미각으로 기억되는 生의 한복판에서' 이채롭게도 이 지상의 위대한 모성(母性)인 어머니와 또 그렇게 맞물려 단절의 슬픔을 간직한 「겨울 무」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시각적 효과로 살려낸 위의 시편은 그 구도처리가 깔끔하게 정제되어 자못 신선한 분위기(情調)다.
그렇다. 소소한 삶의 일상에서 박주용 시인이 비교적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임은 예시의 양상에서 때로는 '처마 지나는 구름 잘게 썰어 지느러미 몇 개 얹는' 전북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에 소재한 조선 시대의 건축물인 화암사 우화루(花巖寺 雨花樓)의 시적 형상화인「우화루, 목어」야 말로 "틀니 빼면 천년쯤 나이 들어 보이는 늙은 스님이 우화루 들보에 매달린 나무토막의 아랫배 후벼 파 허공 채운다 허공으로 또 다른 허공 밀어 올려 은빛 비늘 둥글게 돋우고, 물 따라 바람 따라 세상 탁발하라고"에서 그 아쉬움이 이같이 주어질 따름이다.
특히 동일화의 관점에서 목숨의 바다 위에서도 무한의 자유공간을 지향해 비상하는 갈매기처럼 지조 높은 그 자신의 시적 생명력은 역풍 앞에서도 온몸으로 이겨내며 건강한 시인 정신을 올곧게 지켜내는 역동성이다. 그간에 오랜 날 평자는 최소한 정신작업의 종사자라면 지성인임을 자처하지 않더라도 그 자신이 처한 공간과 시간대에 애정과 관심을 지닐 것을 줄곧 요청해 왔듯이, 다행스럽게도 박주용 시인은 현재 시 짓기에도 열중하지만, 한층 더 지역주민의 문화적 감성을 일깨우는 예술의 저변 확장을 위해 누구보다 열정을 쏟아내는 존재감의 실체라는 사실이다.
모처럼 제3 시집의 간행에 앞서 이미 평자로부터 "자연과 마주하며 밝은 육감으로 다양한 자연의 표현을 채집해 시로 표현한다."라는 확증을 거쳤듯이, 그 자신이 자연의 대상을 응시하는 시각은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사물을 응시하는 연유로 타자 간의 차별화된 시선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였기에 비교적 단조로움에 짐짓 머물지 아니한다. 까닭에 지극히 단조로운 호흡의 시형으로 압축하여 형상화한 "나비의/꼬리에서/꽃대가 올라와요//칸나도/초경인 듯/입술 곱게 터지고요//세상이/처음인 것들은/칼날처럼 붉어요. (고양이와 칸나)"의 일면처럼 들숨과 날숨의 양상을 대조적으로 적절하게 구도 처리한 효용성에 자존감은 빛난다.
이 같은 맥락에서 '고양이, 칸나, 또는 모기'의 직물 대상을 일체의 거부감이나 모호성 없이 동일화 양상에서 이처럼 형사(形似)하고 있는 "사람 참 간간하여 제 입맛에 딱이라고, 날이면 날마다 주둥이 들이대며 달려들더니 지난 여름날에는 장미모텔에서 뜨겁게 빨아대며 정도 통한 사이라고, 동지섣달 기나긴 밤을 어이 혼자 지내겠냐며 겁도 없이 안방까지 찾아든다//쉿, (겨울 모기)"에서 쉽사리 유추(類推)되듯 시적 심리를 담백한 시격(詩格)으로 담아내고 잠재된 시 의식을 '오르락내리락'으로 대비시켜 주는 이미지의 형상화를 신선한 충격 뒤 짐짓 지켜볼 바다.
3. 지혜로운 삶의 잠언과 상생의 시학
모름지기 '날아가는 새도 지나치게 생각하는 일에만 열중하면 추락하는 것'처럼 지금은 정신작업의 종사자에게도 망설임 없이 각성과 결집력을 다잡아야 할 때다. 따라서 그 자신의 아집만을 고집하여 분별력 없는 무모한 행동은 작심하고 끝낼 일이다. 새삼 목적전도현상을 새삼 지적하지 않더라도 일관된 삶의 목적 아래서 자신의 의지를 표출하되 타당성을 지니고 시적 절제미와 균형성을 짜 맞춰야 한다.
까닭에 그 자신이 일상의 삶에서도 "설�겠지 입맞춤!/힘찼겠지 첫 호흡!//세상 시려 감기 들겠구나/세상 탁해 숨 가쁘겠구나//얼굴 다시 들이밀고 싶겠구나 (새싹에게 미안해)"를 통해 다시금 입증되듯 그 자신이 스스럼없이 '극소수의 창조자임'을 자처하지 않더라도 '생선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나고 향을 싼 종이에서 향 묻은 냄새가 나듯', 세계고(世界苦)를 자신의 아픔으로 수락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는 물론 비열한 이기주의에 처한 삶의 매 순간에서 '미끄러짐의 시학'을 가늠하며 동물적이고 파괴적인 금속성 언어가 아니라, 푸른 식물성 언어를 사용하고 지극선(至極善)을 다잡는데 또 이렇게나마 자조적인 작위(作爲)도 종종 취해볼 따름이다.
어디까지나 즉물적 현상을 탐색하는 예리한 눈과 사고력을 지니고 생명의 존엄성이 응축된 화자의 시편에서 삶의 교시에 관한 일관성이 수용성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지탱하고 있다. 이 같은 점에서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그 자신의 절대 의지는 충만한 생명감이다. 까닭에 삶의 처소에서 생명의 촛불이 연소되기 전에 '인간과 진리, 그리고 자신에 관한 성찰 뒤 순수한 감동'을 회복시키는 최소한 정신작업의 종사자라면 '불멸의 시혼'을 위해 진정성을 지녀야 한다.
차제에 새로운 시의 골격을 위해 쌓기와 허물기를 반복하는 그 자신에게 있어 낮은 산자락이 푸르름에 짙어가는 시간대이기에, 비록 계절적인 감각은 차별될 것이나 "추위가 대수랴/등굣길 아이들 웃음소리 발랄하다//발목 시린 장다리꽃/불끈,/힘 솟겠다 (꽃샘추위)"의 일면에서 시적 접근과 소재의 선택은 영국의 신비와 공상의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식 발상으로 신비성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다. 또 한편 영혼의 잔이 비어있음으로 하여 충만으로 그 초대의 가능성을 열어 보이며,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상호대비 시키는 시적 발상은 순백의 언어를 빚어내는 연금술사의 경이로움에 견주어진다. 이처럼 그의 시적 음계는 지상에 나직이 갈앉은 연계음이 자리매김하기에 '존재의 사라짐'을 서정적 미감으로 수용한 이상성(Ideality)과 시 의미의 추구는 매우 이채로워 독자의 시선을 끌기에 결코 거부감이 없다.
또 한편 광야의 공허하고 무의미한 외침이나 지극히 현학적이고 영적 구원과 무관치 않기에, 그 자신의 투명한 영혼과 진정한 삶의 일체감이 그대로 투사된 "강물도 절벽에 이르는 순간 폭포 되리니/앞이 깜깜할 때는 뒤를 돌아보자/밤 지나온 어머니 아버지가/새벽빛으로 거기에 서 있으리니. (길이 길에게)"의 보기와 같이 공감대를 형성함은 놀라울 따름이다. 모처럼 그 자신이 추구하는 시 의식의 하이라이트는 '절망과 화해, 그리고 그로테스크한 상상력의 확장'이다. 그렇다. 불확실한 시간대를 뛰어넘어 미국문화의 정신적 골격을 확정한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이 '자기 신뢰'에 관한 삶의 가르침을 일깨워주었 듯 "길이 이끄는 곳을 가지 말라. 대신 길이 없는 곳을 가서 자취를 남겨라."라는 보들레르(Charles Pierre Baudelaire)의 지적처럼 '새벽빛으로 거기에 서 있으리니' 훈훈한 인간 관계성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서정성의 일상화는 신선한 충동감이다.
모름지기 「지혜로운 삶의 교시와 상생(相生)의 시학」으로 잇닿는 '공동체 인식'의 시학은 그 나름의 가치와 의미를 지니기에 당당한 시적 존재감 또한 차별성을 지닌다. 까닭에 따뜻한 눈물마저 선명한 이미지로 처리하여 비교적 궁핍한 독자의 영혼에 삶의 일상에서 발아되는 식물성인 푸른 언어를 자유롭게 통신하는 친근한 동행자로서 그 소임을 엄숙하게 수행할 박주용 시인의 정신작업은 일상의 감동을 회복시켜 주기에 지극히 합목적이다. 이처럼 그 자신이 현실의 안주를 거부하고 직면하는 갈등의 현상에 온몸으로 부딪치며, 소중한 목숨의 한순간을 절박한 심정으로 인식한 행위의 결과물은 한순간 격정을 안정시키는 역동성을 지니기에 감사할 일이다.
결론적으로 「물의 변주」를 포함한 「윈드서핑」, 「고양이와 칸나」, 「겨울 박쥐」, 「은수사 비구니」, 「두계천의 사계」 등의 시편에서 이 같은 이중구조의 합성어의 묘미(妙味)는 이채롭다. 모처럼 「고해성사」로 시의 틈새를 열어놓은 시집은 「길이 길에게」로 그렇게 수행자의 선문답을 마무리하고 있다. 모쪼록 깨어있는 시 의식으로 겨냥한 발상과 이채로운 시감(詩感)을 재생시켜 '생명의 기표와 시적 형상화'로 「별똥별이 성호 긋다」의 예시처럼 끊임없이 모색하되 심층의식의 표리(表裏)를 적확하게 풀어낼 시적 응축에 일관성을 지탱하되 관념상 '복숭아뼈는 늘 붉을 줄만 알았다'의 합리적 해법은 끝내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목차
목차
제 1 부
박제의 시간
고해성사 ● 12
나침반 ● 14
시지푸스 ● 15
부여씨의 이력 ● 16
겨울 박쥐 ● 17
고로쇠나무 ● 18
동병상련 ● 20
엄사리, 싸이다 포차 ● 22
희한한 셀프 세차장 ● 24
탁발托鉢 ● 26
온난화 ● 27
대둔산 철쭉 ● 28
겨울, 마이산 ● 30
수의壽衣 ● 31
미혼모 ● 32
제 2 부
재생의 시간
뇌물 ● 34
시상詩想 탐구 영역 ● 35
어쨌거나 이번 生에는 ● 36
멸치 국시 ● 38
도긴개긴 ● 39
숲에서 비를 듣다 ● 40
빨랫줄·1 ● 42
빨랫줄·2 ● 43
죽순 ● 44
청산 국숫집 ● 45
찔레꽃 ● 46
은수사 비구니 ● 47
두계천의 사계 ● 48
마곡사 가는 길 ● 50
양정 고개 ● 51
제 3 부
우화의 시간
봄을 샴푸하다 ● 54
모서리 ● 55
윈드서핑 ● 56
제비꽃 ● 58
우화등선 ● 59
물의 변주 ● 60
고추잠자리 ● 61
간월암 ● 62
겨울 무 ● 63
때 ● 64
바랑산 비구니 ● 65
조각가, 형이 사라졌다 ● 66
화암사 ● 68
우화루, 목어 ● 69
고양이와 칸나 ● 70
제 4 부
상생의 시간
리필 ● 72
천장호의 봄 ● 73
별똥별이 성호 긋다 ● 74
겨울 모기 ● 76
도비산 동절 ● 77
셋째 아우 ● 78
새싹에게 미안해 ● 80
주걱 ● 81
사월, 그 가벼움에 대하여 ● 82
숲속 등대 ● 84
틈 ● 86
나무들의 펜싱 ● 88
꽃샘추위 ● 90
동반자 ● 91
길이 길에게 ● 92
작품해설
경계 허물기와 시간 추이의 분별력
- 박주용 시인의 '복숭아뼈는 늘 붉을 줄만 알았다'의 합리적 해법 ● 96
엄창섭(가톨릭관동대학 명예교수, 월간 모던포엠 주간)
저자
저자
ㆍ201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등단
ㆍ현재, 화요문학, 시산맥, 향적시 회원, 계룡도서관 상주작가
ㆍ 시집 『점자, 그녀가 환하다』(2016. 시산맥 공모 당선시집) 『지는 것들의 이름 불러보면』(2020. 지혜출판사, 아르코 문학나눔 우수도서 선정)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