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방향 45도(양장본 Hardcover)
이연희 시집
오랜 망설임 끝에서 모처럼 묶어 간행하는 시집 『우측방향 45도』(모던포엠, 2023)의 편집 구도는 「제1부 사랑, 그 수직적 침윤浸潤(17편), 제2부 지금 이 순간에도(30편), 제3부 나뭇잎 사이로(19편)」의 보기처럼 3단 구성으로 화자(話者)가 살아온 삶에서 균형감각을 유지한 결(結) 고운 모직물의 직조로 치밀한 면면을 갖춘 모양새다. 그 처연한 삶의 현상에서도 행간의 여백을 통해 감지되는 뼈아픈 자기성찰과 매사에 적극적이되 헌신적인 또렷한 기억의 잔상(殘像)은 그만의 매혹이며 짐짓 새로운 호명(呼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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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이연희 시인의 내면 인식과 시적 당위성
엄창섭(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 월간『모던포엠』주간)
1. 시적 감응(感應)과 부재의 현실
모름지기 특정한 역사적 실체로 따뜻한 감성의 소유자인 '작은 신의 대언자'로 일컬어도 지나치지 아니한 시집 평설에 있어 「개아적 초월성과 『우측방향 45도』 - 이연희 시인의 내면 인식」과 시적 당위성의 검증과정은 삶의 일상에서 수용하고 체득한 자잘한 기억 흔적을 서정성으로 투시(透視)하였기에 남다른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그 같은 맥락에서 문화충돌의 21세기에 일관되게 변주와 조화를 반증하되 이 땅의 어느 시인보다도 세상에 낳아 놓은 그 자신의 빛나는 정신적 결과물은 생명체에 맞물린 따뜻한 감성적 발현(發現)으로 맑은 영혼의 큰 울림이다.
또 한편 충직한 독자의 관심사인 '시의 통로 찾기'는 오랜 망설임 끝에서 모처럼 그 자신이 묶어 간행하는 시집 『우측방향 45도』(모던포엠, 2023)의 편집 구도는 「제1부 사랑, 그 수직적 침윤浸潤(17편), 제2부 지금 이 순간에도(30편), 제3부 나뭇잎 사이로(19편)」의 보기처럼 3단 구성으로 화자(話者)가 살아온 삶에서 균형감각을 유지한 결(結) 고운 모직물의 직조로 치밀한 면면을 갖춘 모양새다. 그 처연한 삶의 현상에서도 행간의 여백을 통해 감지되는 뼈아픈 자기성찰과 매사에 적극적이되 헌신적인 또렷한 기억의 잔상(殘像)은 그만의 매혹이며 짐짓 새로운 호명(呼名)이다.
여기서 비록 그 자신이 자연의 순리를 역행하지 아니하고 소외된 인간 관계성의 회복을 위해 '느리게 사는 법'에 순응하는 차별화된 시론의 틀에 짜 맞춘 응축된 화소(話素)는, 단순한 게으름이나 빈정거림이 아닌 사유(思惟)의 속도를 늦추는 시적 작위(作爲)에 해당한다. 모처럼 시집을 묶어내는 이연희 시인의 시집 평설에서 우연의 일치는 아닐지라도 끈끈한 인연의 매듭은 동시대의 어느 시인보다 친밀성을 지닌다. 그 같은 일례로 '세계문학의 구름다리'를 자긍심으로 표방한 월간 『모던포엠』 2015년 「모던포엠 포커스」의 지면에서 「소통의 버거움과 이중적 의미망-이연희 시인의 시적 향방과 빛나는 자존감」에 관한 평자의 시적 검증을 소홀하게 지나칠 수 없지만, 본고에서 평자는 구조주의의 관점에서 '작품은 작가와 별개의 존재이고, 또 작가로부터 독립된 양식임'에 초점을 맞추기로 다짐한 것을 새삼 밝혀둘 바다.
그렇다. 애써 시적 작위(作爲)의 비법은 아닐지라도 그 자신이 간행하는 시집의 제목을 차별성 있게 『우측방향 45도』로 확정한 의중을 조심스럽게 유추(類推)하면 지극히 보편적인 개념의 합리적 당위성으로, 흔히 운전 중에 겪는 습관적인 행위도 가늠될 것이나 골프에서 백스윙의 두 번째 단계에서 최대의 비거리를 만들어 내는 동작으로 왼쪽 어깨의 회전축이 90도가 되며, 하체의 자세는 '목표 방향 우측 45도 유지가 가장 적절한 동작임'을 응당 묵시적으로 수락하고 분별할 점이다.
차제에 대다수 현대인의 정신적 결핍에서 비롯된 한순간의 격정과 증오심은 자기파멸의 고독이 아닌 '홀로 있기'에서 기인(起因)된 내면적인 결과일 것이다. 따라서 맑은 영혼과 깔끔한 시격(詩格)은 존엄한 생명 외경심의 각별한 감응과 의미망의 확장, 그리고 알맞은 토양을 조성하는 시사적(詩史的) 존재성이기에 결코 소홀하게 지나칠 수 없다. 무엇보다 가끔 시계(視界)가 불투명한 현상에서 "남아도는 시간 때문에/노래하는 것이 아니라고/속으로 되뇌었건만/내 불투명한 미래와 달리/너의 밤은 확신에 차 있다(미로)"라는 시적 변명이 주어져도, 그 자신이 '꿈속을 헤매다 헛짚어 깨었더니 또 다른 꿈속이더이다'라는 "서러움에 쫓겨 점점 작아지며/먼지처럼 허공을 떠돌더이다/꿈에서 깨어 바라보니/꿈 밖의 또 꿈이더이다(夢中夢)"라는 삶의 덧없음에 장자의 나비 꿈(胡蝶之夢)과 같은 물아일체의 일깨움은 못내 황홀경이다.
어디까지나 그 자신은 자존감을 지닌 진정한 정신작업의 종사자로서 변화발전의 지평을 열어 놓고 불투명한 미래도 가슴에 와닿는 행복감으로 충족시켜 빛나게 할 삶의 교시를 수시로 일깨워가는 실체다. 특히 깊은 사변성(思辨性)을 호흡이 긴 산문시로 형상화한 "이것은 가만있어도 어차피 오늘이라면 오늘만큼 내일이라면 또 내일만큼 덜어 내어 질 내호흡과 그리고 내 생명이란 것을 내 손으로 조금 덜어내어 그것으로 외로움이라는 걸 만드는 방편(方便)인 것이며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외로움, 나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에서의 정황과는 대조적으로 단순한 호흡의 담백한 시격(詩格)으로 응축하고 형사(形似)한 또 다른 시편의 일면에서 "오늘 낮엔 체코로 날아갔다/누군가 프라하에 봄이 왔다고 하여/밀란 쿤데라가 아직 거기에 거주하는지/궁금한 심사心事는 모를 일이다/봄엔 그도 꽃놀이를 즐기는지(참을 수 없는 가벼움)"라는 의문은 삶의 현장에서 합리적 해법으로 풀어야 할 중차대한 과제이다.
각론하고 묵음일지라도 자기변명이나 합리화에 이끌린 그만의 경계로 '의미니 무의미니조차도 생각하지 않는' 그 자신에게 "그것이 절망이든 희망이든 관심이 없다/다만 어느 한순간에 멈춰진 흑백의 사진처럼/절망이니 희망이니 따위를 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나의 노래)"라는 그 뼈아픈 자기성찰은 진실로 유의미하다. 간혹 여기서 '쓸쓸히 섞인 부드러운 입김으로 호흡하다 절망이니 희망이니 따위를 말한다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라는 적절한 사유의 속도는 끝내 미숙함을 완성시키는 역동성이 빛날 따름이다.
2. 결(結) 고운 언어 망의 접합과 현상학
어디까지나 최소한 감성의 소유자인 시인이라면 응당 맑은 투시력과 뜨거운 가슴을 지녀야 한다. 특정한 정신작업의 종사자가 그 자신의 감각적 시적 처리를 통해 어떤 언어도 필요치 않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이거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심적 작용으로 인해서 절제된 정감은 즉물적 현상에 거슬림이 없어야 한다. 그 같은 동질성에서 '현대 시단에서 타고난 시인, 의식이 깨어있는 시인'으로 일컬어도 지나치지 아니한 그 자신은 매사에 헌신적이고 적극적이기에 '적확한 언어 캐기 작업' 또한 따뜻한 감성을 충격적으로 일깨워 주기에 맛깔스러운 시적 묘미(妙味)는 극히 합리적이다. 그렇다. 본격적인 그 자신의 시적 분할과 통합에 있어 개아적 차별성을 지닌 시편은 한층 더 진솔하고 직절(直切)한 시적 형상화에 잇닿아 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내 머리 아무도 못 봐/가슴의 천둥소리는 시계의 초침//저 물 다 품어라/온몸 압지로 덮고/무겁게 엎드린 나//등 굽은 정물로 잠든다(섬)"를 통해 새삼 확증되듯 여기서 굳이 '짝 맞추다(to put together)'를 뜻하는 상징과 연계 지어 섬(島)의 상징성을 애써 서술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시의 골격을 확정 짓기 위해 쌓기와 허물기를 반복하는 그 자신의 시적 접근과 소재의 선택은 영국의 화가이자 시인인 블레이크(William Blake)식 발상으로 신비성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음도 유념하고 묵언으로 관조할 일이다.무엇보다 일찍이 경험론의 주창자인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이 "사람이 무엇을 하느냐의 문제보다도 무엇을 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더욱 중요하다."라고 지적하였듯 '위기(crisis)'란, 그냥 움츠리고 자아를 상실한 체, 무력감에 빠져 있는 태도가 아님은 주지할 점이다. 따라서 '내 머리, 가슴에서 퉁퉁 떡잎이 튀는' 현상에서 "숨이 가쁜 이유도 많고/입향기 날까 침묵한 날 허다했어도/빗질하는 손끝의 떨림/그 박자에 맞추어/지금은 졸고 있다(꿈)"의 일례도 그렇거니와 또 하나 '알 수 없는 내면의 무의식에 점차로 잠식되어 버린 후의 나는 어떠한 색채를 지닌 채 남아 있을까.'라는 그 자신의 반문(反問)에서 "반복하여 나타나는 또 다른 나의 모습,/온전한 나는 점점 사라지는 것일까./깨어있는 시간과 변해버린 시간의 괴리감에서/기억상실에 걸린 듯 달랑 백지 한 장만으로 남을 때가 많다. (나의 색)"라는 합리적 당위성은 시적 감응(感應)을 일깨워 주기에 소홀하게 지나칠 수 없다.
때로는 영혼의 잔(盞)이 비어 있어 초대로의 가능성을 열어 보이며,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상호대비 시키는 그 나름의 시적 발상은 순백의 언어로 정금을 빚어내는 연금술사의 경이로움에 견주어진다. 이같이 그 자신의 시적 분위기(情調)는 이채롭게도 '존재의 사라짐'을 서정적 미감으로 수용한 '이상성(Ideality)과 시 의미의 탐색'에 맞물려 있기에 독자의 시선을 끌어모을 역동성을 지닌다. 그 같은 맥락에서 "아침은 산란하여 우울하고/저녁엔 헛웃음으로 감정을 대체하고/복잡한 책 한 권 선택하여 책 속에 감정 이입시켜/한나절 가슴 부여안고 방안을 헤매이다 잠들기를 반복 반복.(그랬다)"의 보기나 또는 "돌아오라고 가지 말라고/내 열망의 생이 저물어 변방의 가지 끝엔/무던히 겨울이 깊다//기약 없는 날들/눈이 내리고/눈이 쌓이고/눈이 날리는/몇 번의 기다림 속에 봄은/항상 먼 남의 나라 일이 되었다(잠 못 드는 꿈)"에서 다시금 확증되듯 '내리고, 쌓이고, 날리는' 반복법의 처리로 시적 유연성은 한결 조화로움으로 일상의 평정심 또한 회복시켜주고 있다. 여기서 사전적 개념의 망연(茫然)은 '망연하다'의 어근으로 형용사 '망연스럽다', 부사 '망연스레, 망연히'에 해당한다. 그 뜻으로 '매우 넓고 아득하다'라는 점도 그럴 것이나 '혹여 그리움이란 혼자 걷는 새벽길에 나뒹구는 마른 잎 같은 것'일지라도 "지는 햇살, 노을, 당단풍 나무 별잎,/마르다, 흩어지다, 메타세쿼이아 빛바랜 가시 잎,/퇴근, 나는, 걷는다. 저문 하루 뒤를, 뒷모습, 떠나가던, 바랜.(망연)"은 끝내 이같이 '아무 생각 없이 멍할' 따름이다. 모처럼 그 자신이 앞서 발표한 시편 〈지천명에 써보는 戀書〉에서 피상적인 체면을 벗어놓고 덧없이 흘려보낸 공허함 앞에서 짐짓 '내용과 의미, 그리고 가치로 채워가는 것임'에 견주어 "나, 그대를 그리워함은/한여름 끼는 옷 사이로 바람을 집어넣고/닫힌 문 열어 환기하고/문득 생각나는 까페라떼 한 잔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연애편지는 지천명의 나이에도 쓴다)"에서 파악되듯 매혹(魅惑)의 늪에 자신을 던져애틋한 정감을 머뭇거림 없이 연서로 옮겨보는 그 멋 부림, 엉뚱하게 잠재된 전의식(前意識)을 상반된 어조로 툭툭 뱉어내는 시 쓰기의 행위는 '나, 그대를 그리워하는' 아득한 그리움에 취해 한껏 묘미를 자아낸다.
각론하고 그 자신의 수사적 기교(craft)에 있어 '언어가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라는 상징성은 시적 진실이 경험의 단편적인 축적이 재창조된 결과이다. 그처럼 무더운 여름 끝에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만개할 가을이 올 것이기에 "글쎄, 그게 그러기 전에는 나도 모르는 일이었는데 말이죠//아침저녁 바람 꼬리에 묻어오는 계절의 암호문이/늦여름 한낮의 따끔한 뙤약볕 속으로 흐르는 땀에/아직 설말라/끈적끈적한 내 살갗에 모르스적 템포로 와닿을 적에/내가 사실 그전에는 무슨 곁눈이나 떴나요?(코스모스 꽃씨에 대한 소고)"라는 반문(反問)은, '하늘엔 별, 지상에는 꽃, 그리고 마음에는 시(詩)'라는 연계 층위는 짐짓 이채로움을 일깨워 줄 것이다. 그렇다. '만남이 깊어지면 사랑과 그리움이 생기기'에 불경의 「숫타니파타」에서 세상의 이치는 거슬림이 없기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은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낼 수 있을 때야 비로소 세상과 건강한 관계가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화자인 그 자신이 '퍼져나간 타종 소린 돌아올 날 아득할지라도' "골짜기에 산 탓에/계절조차 때 아니게/이윽고 피어난 저 연꽃//목 길게 빼고/휘둘러 사방을 보니/기다란 마른 갈대가/제 계절인 줄 뽐내고 있구나(무소의 뿔처럼)"의 일깨움은 못내 신선한 충동 뒤, 그만의 시적 토양과 격조 높은 시 정신은 결 고운 질료성과 융합되어 경건함을 안겨준다. 까닭에 '범종과 연꽃'에 잇닿아 꽃은 재생이라는 순환적 이미지로 해석되는 점에 비춰 '연꽃은 태양과도 동일시되며 창조와 부활의 상징이다. 그 점은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의 상상력에 의한 '식물의 불이며, 생명의 빛'이기에 단절과 고독을 이겨내는 강인한 생명력과도 무관치 않다.
3. 정신기후의 조성과 언어의 집짓기
어디까지나 인간을 포함한 만유(萬有)는 우주 생성의 연맥(緣脈) 속에 기인한다. 따라서 하찮은 물상에서도 삶의 외경과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시적 행위는 자연의 신비(神?)를 곁들인 자기 확인의 도구로서 심상(心象)의 형상화 작업이다. 비교적 자연 관조를 거쳐 생성된 대다수 그 자신의 시편은 정관적인 면을 구축하고 있어 내면적 성찰을 통한 인생론적 체험과 일맥상통한다. 여기서 따뜻한 「정신적 기후의 조성과 행복한 집짓기」로 해명되는 시 짓기야말로 비교적 식물성 언어로 직조된 전율 같은 가슴 떨림이며, 그 자신이 겪는 경이로운 황홀경이다.
각론하고 여기서 이연희 시인의 일상화의 동질성을 지닌 삶의 여적(餘滴)은, 짐짓 뒤돌아보거나 넉넉한 여유로움 없이 다양한 체험을 겪으며 숨 가쁘게 질주해 온 인생의 여정이다. 기실 동시대의 누구보다 그 자신은 지극한 평화주의자로 온유한 심성의 소유자라는 확증은, 눈부신 생명의 꽃으로 피어나는 시편을 통해 다시금 확증된다. 최소한 정신작업에 종사하는 시인이라면 그 자신의 '체취는 풀꽃향이거나 모과향이어야 하고, 암울한 삶의 일상에서도 별을 헤아리며 가슴 조이고 지상에 속한 것을 추구하기보다 천상에 속한 것을 추구하는 자이다.
무엇보다도 그의 시 창작의 큰 틀은 '자연 친화적인 삶의 일상에서 연계된 인간 관계성의 회복, 그리고 지극선(至極善)의 드러남인 생명경외의 엄숙성'이다. 때로는 삶을 관조하면서 언어예술로 직조해 낸 그의 시편들은 나름대로 체험하고 확인된 교시적인 사념을 ' 홀로 있기'라는 과정을 통해 조심스럽게 창조해 낸 관조적 사유의 결과다. 또 한편 바람 끊긴 '천년의 땅, 하슬라'로 일컬어지는 강릉시 구정면과 왕산면 사이의 분지에 자리한 성산면 산북리 그 산자락에서 촉촉이 젖은 물안개를 극적으로 묘사한 "여린 들꽃 같은 비/허기진 심장 두드리는 어느 날/그리움이 꼼지락거린다/몽롱한 음률의 선을 밟고, 지난 경쾌한 파란 음성/귓속에서 뚜벅 걸어 나와 깔깔거리며 웃자 한다(어떤 인연)"라는 일면에서 그 자신이 따뜻한 심성과 맑은 영혼의 소유자라는 사실은 '깔깔거리며 웃자한다.'에 결부된 자존감의 눈부심이다. 차제에 그 자신의 시적 상상력의 확장은 체험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바람의 영혼처럼 일정한 거리 두기(異化)를 중시하는 분위기다. 이같이 '만남과 조화'라는 끈끈한 인연의 층위를 소중하게 인식하는 그 자신의 시 정신은 들어냄보다 감추려는 고매한 품격으로 더 없이 빛난다.
그 같은 양상은 정황상 〈밀물이 있는 새벽〉도 그렇지만 '밤에 내리는 비는 제 몸이 수직으로 하강하고 있음에 아우성치는 것'이기에 "공중을 부유하던 물방울들이/가로등 불빛을 관통하여 유리창으로/또는 듬성듬성 풀잎의 맨바닥으로 꽂힌다(밤에 내리는 비)"에서 새삼 예감되듯이 '가로등 불빛을 관통하는 유리창'을 통해 그 자신이 빚어낸 생명의 편린(片鱗)은 핵가족 중심의 현대사회에서 사각의 빌딩 숲에 자리한 '존재의 집인 가정(家庭)'이라는 공동체 인식의 조화로운 관계의 지속적인 일깨움이다. 비록 심미안을 지닌 예술가라 확정 짓지 않더라도, 그 자신이 빚어 놓은 다수의 시편이 혼돈의 이론에 익숙할지라도 따뜻한 정신기후의 조성으로 일순간 격정마저 일상의 평정심을 되돌려 회복시켜주는 역동성이다. 특히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은 담담한 마음 씀과 건강한 서 또한 접할 수 있다. 때로는 그의 동시적인 투명한 시어가 영혼을 가늠하는 시적 비법으로 변형되어 '분열된 자아의 회복'이라는 높은 격조를 수시로 확인시켜준다. 이처럼 "따뜻한 찻잔 만지며 나눈 많은 이야기/한때는 얼마나 가까운 우리였니/지금은 만날 수 없는 사이/무엇이 잘못되고 누가 더 모질었을까/지나고 생각하니 모두가 부질없는 따짐이었어(바다에서)"의 단순한 시적 추이(推移)는 이채롭다. 또 한편 생명의 본원(本源)이며 모성의 상징인 바다(海)를 즉물적 대상으로 삼고서도 대다수 깨어있는 시 의식의 소유자임을 자처한 시인과는 상이하게도 '낭만, 꿈, 대망, 항해'를 즐겨 다루지 않고, 선한 심성으로 깊은 사유, 즉 자기성찰로 맞선 시적 대응은 지대한 일깨움이다.
무엇보다 비정한 후기산업사회에서 소외된 타자 간의 관계성 회복을 위해 치밀한 구도로 주의집중은 그만의 시편에서 파생된 감동의 울림이다. 이처럼 그의 시편은 시각적인 면의 치중보다 그리움이라는 모형을 감성에 호소하기 위한 끈질긴 탐색을 불러일으킨 독자의 사랑과 관심에 잇닿아 있다. 따라서 높은 격조로 감정을 엄격히 통제하고 즉물적 현상을 적확하게 풀어 보인 그만의 시적 양상은 신선함을 지향한 지속적인 변전이야말로 내적성숙을 위해 반복하는 일체의 허물 벗기다. 결론적으로 정신적으로 빈궁한 삶의 일상에서 더없이 좋은 시인과의 조우(遭遇)는 결코 우연일 수 없다. 모쪼록 그 자신의 투명한 눈물마저도 지극히 맑은 영성(靈性)과 따뜻한 미소로 변주시키는 이연희 시인에게 거는 한결같은 기대라면, 깊은 영혼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명의 언어를 교신하되 '천상의 층계를 오르는 순례자, 작은 신의 대행자(代行者)'로서 시대적 소임을 엄숙하게 수행하라는 것이다.
목차
목차
제 1 부
사랑, 그 수직적 침윤浸潤
미로 ● 10
夢中夢 ● 11
무겁고 흐린, ● 12
사랑, 그 수직적 침윤浸潤 ● 13
안을 수 없는 것에 대하여 ● 14
외로움, 나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큰 무기 ● 16
자유, 한숨 쉬다 ● 18
그러나 ● 19
휴일의 잡념 ● 20
여자의 눈물 ● 22
다은 ● 23
참을 수 없는 가벼움 ● 24
마음의 순례자 ● 25
풀리지 않는 궁금증 ● 26
침묵 ● 28
나의 노래 ● 29
촛불은 ● 30
제 2 부
지금 이 순간에도
문 ● 32
섬 ● 34
묻지 마 ● 35
복권 판매소 풍경 ● 36
꿈 ● 38
자화상 ● 39
인생 그래픽 ● 40
지금 이 순간에도 ● 41
나의 색 ● 42
그리움, 기척에 놀라 ● 43
찾아 볼까, 내 매력 ● 44
그날처럼 ● 45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 46
미련 ● 48
그랬다 ● 50
무제 ● 51
불면에 대한 단상 ● 52
정지停止 ● 53
진공상태 ● 54
기다림 ● 55
달개비 꽃 ● 56
소주의 능력 ● 58
파장 ● 59
잠못 드는 꿈 ● 60
산다라 ● 62
망연 ● 64
기억 ● 66
연애편지는 지천명의 나이에도 쓴다 ● 67
고독한 병 ● 68
잊고 산다 ● 70
노을 ● 71
제 3 부
나뭇잎 사이로
초가을 ● 74
나뭇잎 사이로 ● 75
코스모스 꽃씨에 대한 소고 ● 76
무소의 뿔처럼 ● 79
그 산어귀에 선다 ● 80
은행 나무 아래서 ● 82
빗방울 ● 84
소나기 아직 지나가지 않았네 ● 86
어떤 인연 ● 87
그래도, 빛나는 봄 ● 88
뜨거운 태양 아래 ● 89
바다로 돌아가련다 ● 90
경포 바다 - 겨울 바다 ● 91
밀물이 있는 새벽 ● 92
소나기 ● 93
새는 왜 하늘을 날까 ● 94
밤에 내리는 비 ● 95
코스모스 ● 96
l 시집 평설
개아적 초월성과 『우측방향 45도』
- 이연희 시인의 내면 인식과 시적 당위성 ● 98
엄창섭(가톨릭관동대 명예교수, 월간『모던포엠』주간)
저자
저자
ㆍ월간 모던포엠 시부문 신인상
ㆍ제13회 모던포엠 문학상 수상
ㆍ모던포엠 이사회 사무처장
ㆍ한국문인협회 강원특별자치도지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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