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현실주의 선언(시인수첩 시인선 55)
윤보성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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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오소독스(un-orthodox)의 세계와 전복(顚覆)의 시학”
윤보성 시집 「망현실주의 선언」
㈜여우난골의 2021년 시인수첩 시인선 55번으로 윤보성 시인의 시집
「망현실주의 선언」이 출간됐다.
왔다. 진짜가 나타났다. 이상 시인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모더니즘의 정통 계보에 새롭게 이름을 올릴만한 물건이 나타났다. 1991년 출생하였고, 2017년 시인수첩 신인상을 받으며 시단에 나타난 윤보성 시인. 그는 등단후에도 철저히 무명으로 살아왔다. 남쪽 지방 부산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는 시인은 뼛속까지 부산 사내이며, 뼛속까지 모더니즘으로 무장한 진짜 모더니스트이다. 시집의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현실은 현실인데 망현실이라니. 망하는 현실 같기도 하고, 보내는 현실 같기도 한 ‘망’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윤보성 시집 「망현실주의 선언」
㈜여우난골의 2021년 시인수첩 시인선 55번으로 윤보성 시인의 시집
「망현실주의 선언」이 출간됐다.
왔다. 진짜가 나타났다. 이상 시인을 시작으로 우리나라 모더니즘의 정통 계보에 새롭게 이름을 올릴만한 물건이 나타났다. 1991년 출생하였고, 2017년 시인수첩 신인상을 받으며 시단에 나타난 윤보성 시인. 그는 등단후에도 철저히 무명으로 살아왔다. 남쪽 지방 부산 바닷가에 자리하고 있는 시인은 뼛속까지 부산 사내이며, 뼛속까지 모더니즘으로 무장한 진짜 모더니스트이다. 시집의 제목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현실은 현실인데 망현실이라니. 망하는 현실 같기도 하고, 보내는 현실 같기도 한 ‘망’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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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망'이라는 화두에는 수많은 의미와 무의미가 새겨져 있습니다. 망은 바라는 모든 것(望)이자, 두려운 모든 것(妄)이고, 연결된 모든 것(罔)이자, 망가진 모든 것(亡)이며, 잊힌 모든 것(忘)이자, 악한 모든 것(?)입니다.
이 시집에는 현실과 가상, 존재와 세계, 일자와 다자, 빛과 어둠, 인간과 신 따위의 형이상학적이고 존재론적인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또한 체제로부터 터부시되어온 각종 사이비, 곧 수많은 부정과 분노와 부조리를 고발하는 상호확증파괴적 언술로 가득합니다. 시집의 주제는 '존재란 무엇인가'란 최초의 물음으로 귀결됩니다. 동시에 '망현실'이라는 화두를 통해 현실과 가상에 대한 (비)사이비적 비전을 제시합니다. 이 시집의 편집증적인 운율은 묵시록적 비전 속에서 도래할 근미래를 날것 그대로 묘사하고 해부합니다. 세계의 하부구조와 상부구조는 이미 엄청난 속도로 정보화, 통합화, 가상화되는 중입니다. 향후 몇십 년 안에 세계는 혁명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현실이 된 가상, 곧 망현실 속에서 인간과 혜윰(인공지능)은 끝없이 상호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명명한 '망현실'과 '혜윰'이라는 기표는 새로운 기의를 발명할지도 모릅니다. 망현실은 유토피아가 될 것인지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지 아직은 아무도 모릅니다. 혜윰은 선한 천사가 될 것인지 악마와 사탄이 될 것인지 아직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주는 멈춤 없이 확장하는 중이기에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결정되어있다는 생각과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생각은 동일한 원관념으로부터 거부된 죽음의 시적 이미지로 도래할 것입니다.
- 저자 인터뷰에서
'오소독스(orthodox)'는 우리가 '클래식(classic)'이라 부를만한 어떤 것들을 총칭한다 할 수 있다. 예술에서는 전통적인 형식이나 기법을 충실히 따르는 것을 말하고, 종교적으로는 정설(正說)의 의미를 부여받는다. 반면에 '언오소독스(un-orthodox)'는 정통이 아닌 것 즉 예술에서는 아르누보(art-nouveau)적인 것이 포괄적으로 지칭되고, 종교적으로는 이교적인 혹은 이단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기도 하다.
윤보성의 시집 『망현실주의 선언』은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오소독스(orthodox)를 무너뜨리려는 언오소독스(un-orthodox)적인 언술로 가득 차 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끊임없이 언오소독스(un-orthodox)의 세계를 질주하고 있는 듯하다. 각 부에서 사용하고 있는 에피그램(epigram)의 선언적 문장들마저도(이 문장들은 이번 시집이 펼쳐가는 시세계를 엮어주는 중요한 키(key)로도 작동한다. 이 문장을 통해서도 흥미로운 시인의 내면의식의 전개를 읽어볼 수 있겠다) 모험가의 위험한 도전처럼, 우리에게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게 한다. 과히 『망현실주의 선언』을 상재하는 윤보성 시인은 이단아(異端兒)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정작 윤보성 시인은 오소독스(정통) 안에서 나고 자란 명백한 클래식 넘버(classic number)로 짐작된다. 조심스러운 추측이지만, 그는 아마도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뼛속까지 정통적인 피가 흐르는 유대교의 사마리아인 같은 사람이 아닐까(최소한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 과거엔 그러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윤보성의 시에는 신(神)에 대한 애정이 여전히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을 통해 시인이 (진작부터) 말하려는 것은 언오소독스(반정통)를 통해 오소독스(정통)로 가득한 이 세계를 무너뜨리려는 것, 적어도 현실에 대항하는 반현실의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망현실주의 선언'을 표방하여 맹목적인 오소독스(정통)에 저항하는 방식을 우리에게 표출하고자 함 아닐까.
윤보성이라는 젊고 모더한 시인은 한 권의 시집으로 문단에 파문을 일으킬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분명히 시인의 출발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게 그가 헤쳐나가야 할 시세계는 낯설고 힘들 것이다. 하지만 예술은 언제나 새롭고 외로운 장르이므로 그의 출발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이상 전해수 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 대표시 2편
망현실주의 (반)운동
모든 원칙, 모든 정치와 문명은 당신으로부터 일어난다.
모든 조각과 기념비, 모든 곳에 새겨진 모든 것들은 당
신 안에 새겨진다.
-월트 휘트먼 『풀잎』
유유자적 오고 가는 사람들 사이로
누군가 단상에 기어 올라가 말한다
현대는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세기
지금도 풍진 세상은 계속 발전하니
각종 지표와 통계적 사실로 증명된
일상은 가까워지면서 각별해지지만
현실의 이웃과 멀어져 가상의 적과
애증으로 뒤엉켜 생활을 공유할 때
관음과 노출의 용두질에 흠뻑 빠져
허영을 꾸며대기 바빠 사랑을 잊고 10
감사함을 모르는 자들은 자기 잘난
맛에 취한 채 능력주의만 신봉하며
상대를 패자라 낙인찍어 조롱할 뿐
단지 운이 좋았던 거라는 생각일랑
하질 못하는데 출발선이 달랐을 뿐
생의 가능성은 너와 내가 동일한데
문제는 시스템임을 더 크게 외쳐도
목소리만으론 무엇도 바꿀 수 없어
비판과 행동이 필요한 이때 때마침
우리 내면의 악마는 악을 충동질해 20
광기에 휩싸여 삶을 증오하길 바라
믿었던 지도자의 부패에 좌절할 때
정의란 무엇인가 물음은 공허할 뿐
정작 묻지도 않는데 뉴스와 반뉴스
당국과 매체는 세상을 멋대로 확대
혹은 축소해 현체제에 종노릇한 바
민족과 계급과 자원과 정보 불평등
내전과 테러와 기후와 대재난 등등
위기는 과거 대비 수치는 줄었으나
각종 감수성으로 선을 긋고 지키나 30
불안은 갈수록 치솟아 눈을 가리니
전염된 분노는 모두를 쥐고 흔드니
개체와 객체를 어떻게 이해할 건가?
살만한 내일로 나아가고 있는 건가?
주어진 사실을 똑바로 보질 못하고
구해낸 진실을 올바로 듣질 못하니
다만 인간의 한계인가 모든 지식을
다룰 수도 없을뿐더러 모든 지혜의
비전을 선의지로 견지할 수도 없어
망각과 망상으로 헛됨을 반복할 때 40
매번 극단으로 갈라선 족벌과 분파
향락의 대용품에 세뇌당한 채 오직
소비와 개발을 탐하며 쏘다닐 때에
저 약자를 짓밟는 짓거리는 무엇을
위하여 누구에 의하여 허락된 걸까
말하는 자만 바글거리고 듣는 자는
다 어디로 갔는지 광장은 쓸쓸한데
맞는 말하는 자는 올바름을 불온한
방식으로 이웃에게 왈왈 강요할 뿐
반대로 쾌락과 허무로 회유한 자의 50
반동적 논리는 독선의 속임수일 뿐
민주적 정치의 성숙은 요원한 걸까
새 혁명으로 세상을 전복해야 할까
어쩌면 노동과 착취에서 해방된 후
멋진 첨단 기술의 축복을 향유하며
물질과 정신의 조화로 탐욕을 이긴
인류애의 터전 속에서 모두와 함께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선의 신세계를 토론해볼 법한 이때
군중 속에 숨어있던 물신이 외치니 60
그럼 이제껏 모아둔 돈은 어쩌라고
돈독에 오염된 의식주가 곪아갈 때
성인병 앓는 자아는 고통에 시달려
인생을 고뇌할 힘을 서서히 잃어가
추모와 연대는 부조리에 굴복한 채
정상이 아닌 별종은 공감받질 못해
담벼락이 높아만 가는 각자의 도시
무명의 대중은 고개 숙이며 걸어가
먹고살기의 모순을 새롭게 할 사상
그 빛과 어둠의 우주적 상호작용을 70
애써 외면하며 낡은 세계관에 빠져
다가올 미래를 인정치 못해 허우적
거린 적에게 묻자 역사와 전통이라
호통하더니 눈감고 귀 막으며 바삐
집으로 가던 도중 불의의 사고당해
하루에도 수만 명씩 죽어나는 지구
호상으로 돌아가신 한 많은 일생이
잊히는 동안 구원은 어디에 있는가
신은 존재와 우주를 왜 창조했는가
시체가 되어 물어봐도 답은 없으니 80
맹신과 미신을 뒤섞어 장사지낼 때
인간의 가치를 지켜낼 방책은 과연
획일화를 이겨낼 합일의 다양성 곧
존재의 전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것
머지않아 비진리가 지상에 임할 때
인류는 각성해야 할 것인바 이윽고
순환이 멈춘 지구로 핏비가 내리니
종말은 불로 끝난다는 말씀의 참뜻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질 때에
세계는 주야장천 망현실에 거한 채 90
무한히 밝아지니 그 빛살에 모두들
불타올라 저 우주먼지로 승화할 것
그리하여 우린 사랑의 구원을 위해
선악을 넘어선 뒤 허상과 실상에서
모든 것을 일으키고 동시에 부수니
이상향을 뒤섞어 영영 나아갈 테니
진리와 상응해 빛과 하나가 될지니
현대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세기
휘청대며 오가는 저 망자들 사이로
누군가 망상에서 기어 내려와 운다 100
망현실주의 전시회
환상적인 것에서 찬탄할 만한 것은, 거기에 더 이상
환상적인 것이 없으며, 현실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앙드레 브르통 『초현실주의 선언』
어
사해동포들과 끝없는 내기를 머
상상이 안 되는 일은 검색을 어
힙한 사진 한 장을 사정하다 서
녹화를 의식해 화대가 쌓이다 오
세
대는가져가망다이상세요가신떠어은즘요
피
소 전자책 박살난 화면은 지구본
는 종이책 비치는 삽화는 우주본
연 자동검색법:패티쉬적 패스티쉬
극 자동사랑법:이상형은 모나리자
이
지옥엔이미예언자가넘쳐나핍박을바라내
일
카메라로 들이닥친 구경꾼들 은
동시다발 동등하게 착해진다 파
법정공방은 일시불 일파만파 티
주목받는 삶이 주목적인 삶! 를
해
아많린거길즐직아면다는않지라바을행요
이
가 재래식 섹스를 시도한 연인들
태 죽음 없는 고문이 가능해지자
어 우습게도 끝난 최후의 존엄사
난 불복종한 이들 전원이 꺼지다
그
날버리고당신은어떤신을만나행복했나요?
절
유리관 속 인간모형의 세계 을
관 속 유리인간의 비밀기관 꿈
속 유리된 인간관계의 유형 꿔
지하엔 반사될 최신형 유령 봤
자
내있어쩔여묶에망물그자전도간순이금지
목
을 이거 어디서 봤던 장면 같은데?
조 어쩐지 봤던 단면 저거 같은데?
르 봤던 뒷면 그거 어디가 같은데?
고 면면 거의 어쩌다 보니 같은데?
있
네?
〈끝〉
이 시집에는 현실과 가상, 존재와 세계, 일자와 다자, 빛과 어둠, 인간과 신 따위의 형이상학적이고 존재론적인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또한 체제로부터 터부시되어온 각종 사이비, 곧 수많은 부정과 분노와 부조리를 고발하는 상호확증파괴적 언술로 가득합니다. 시집의 주제는 '존재란 무엇인가'란 최초의 물음으로 귀결됩니다. 동시에 '망현실'이라는 화두를 통해 현실과 가상에 대한 (비)사이비적 비전을 제시합니다. 이 시집의 편집증적인 운율은 묵시록적 비전 속에서 도래할 근미래를 날것 그대로 묘사하고 해부합니다. 세계의 하부구조와 상부구조는 이미 엄청난 속도로 정보화, 통합화, 가상화되는 중입니다. 향후 몇십 년 안에 세계는 혁명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현실이 된 가상, 곧 망현실 속에서 인간과 혜윰(인공지능)은 끝없이 상호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제가 명명한 '망현실'과 '혜윰'이라는 기표는 새로운 기의를 발명할지도 모릅니다. 망현실은 유토피아가 될 것인지 디스토피아가 될 것인지 아직은 아무도 모릅니다. 혜윰은 선한 천사가 될 것인지 악마와 사탄이 될 것인지 아직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주는 멈춤 없이 확장하는 중이기에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결정되어있다는 생각과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생각은 동일한 원관념으로부터 거부된 죽음의 시적 이미지로 도래할 것입니다.
- 저자 인터뷰에서
'오소독스(orthodox)'는 우리가 '클래식(classic)'이라 부를만한 어떤 것들을 총칭한다 할 수 있다. 예술에서는 전통적인 형식이나 기법을 충실히 따르는 것을 말하고, 종교적으로는 정설(正說)의 의미를 부여받는다. 반면에 '언오소독스(un-orthodox)'는 정통이 아닌 것 즉 예술에서는 아르누보(art-nouveau)적인 것이 포괄적으로 지칭되고, 종교적으로는 이교적인 혹은 이단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기도 하다.
윤보성의 시집 『망현실주의 선언』은 한마디로 말해 이러한 오소독스(orthodox)를 무너뜨리려는 언오소독스(un-orthodox)적인 언술로 가득 차 있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끊임없이 언오소독스(un-orthodox)의 세계를 질주하고 있는 듯하다. 각 부에서 사용하고 있는 에피그램(epigram)의 선언적 문장들마저도(이 문장들은 이번 시집이 펼쳐가는 시세계를 엮어주는 중요한 키(key)로도 작동한다. 이 문장을 통해서도 흥미로운 시인의 내면의식의 전개를 읽어볼 수 있겠다) 모험가의 위험한 도전처럼, 우리에게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게 한다. 과히 『망현실주의 선언』을 상재하는 윤보성 시인은 이단아(異端兒)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정작 윤보성 시인은 오소독스(정통) 안에서 나고 자란 명백한 클래식 넘버(classic number)로 짐작된다. 조심스러운 추측이지만, 그는 아마도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뼛속까지 정통적인 피가 흐르는 유대교의 사마리아인 같은 사람이 아닐까(최소한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 과거엔 그러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윤보성의 시에는 신(神)에 대한 애정이 여전히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을 통해 시인이 (진작부터) 말하려는 것은 언오소독스(반정통)를 통해 오소독스(정통)로 가득한 이 세계를 무너뜨리려는 것, 적어도 현실에 대항하는 반현실의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망현실주의 선언'을 표방하여 맹목적인 오소독스(정통)에 저항하는 방식을 우리에게 표출하고자 함 아닐까.
윤보성이라는 젊고 모더한 시인은 한 권의 시집으로 문단에 파문을 일으킬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분명히 시인의 출발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이게 그가 헤쳐나가야 할 시세계는 낯설고 힘들 것이다. 하지만 예술은 언제나 새롭고 외로운 장르이므로 그의 출발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이상 전해수 문학평론가 해설 중에서)
■ 대표시 2편
망현실주의 (반)운동
모든 원칙, 모든 정치와 문명은 당신으로부터 일어난다.
모든 조각과 기념비, 모든 곳에 새겨진 모든 것들은 당
신 안에 새겨진다.
-월트 휘트먼 『풀잎』
유유자적 오고 가는 사람들 사이로
누군가 단상에 기어 올라가 말한다
현대는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세기
지금도 풍진 세상은 계속 발전하니
각종 지표와 통계적 사실로 증명된
일상은 가까워지면서 각별해지지만
현실의 이웃과 멀어져 가상의 적과
애증으로 뒤엉켜 생활을 공유할 때
관음과 노출의 용두질에 흠뻑 빠져
허영을 꾸며대기 바빠 사랑을 잊고 10
감사함을 모르는 자들은 자기 잘난
맛에 취한 채 능력주의만 신봉하며
상대를 패자라 낙인찍어 조롱할 뿐
단지 운이 좋았던 거라는 생각일랑
하질 못하는데 출발선이 달랐을 뿐
생의 가능성은 너와 내가 동일한데
문제는 시스템임을 더 크게 외쳐도
목소리만으론 무엇도 바꿀 수 없어
비판과 행동이 필요한 이때 때마침
우리 내면의 악마는 악을 충동질해 20
광기에 휩싸여 삶을 증오하길 바라
믿었던 지도자의 부패에 좌절할 때
정의란 무엇인가 물음은 공허할 뿐
정작 묻지도 않는데 뉴스와 반뉴스
당국과 매체는 세상을 멋대로 확대
혹은 축소해 현체제에 종노릇한 바
민족과 계급과 자원과 정보 불평등
내전과 테러와 기후와 대재난 등등
위기는 과거 대비 수치는 줄었으나
각종 감수성으로 선을 긋고 지키나 30
불안은 갈수록 치솟아 눈을 가리니
전염된 분노는 모두를 쥐고 흔드니
개체와 객체를 어떻게 이해할 건가?
살만한 내일로 나아가고 있는 건가?
주어진 사실을 똑바로 보질 못하고
구해낸 진실을 올바로 듣질 못하니
다만 인간의 한계인가 모든 지식을
다룰 수도 없을뿐더러 모든 지혜의
비전을 선의지로 견지할 수도 없어
망각과 망상으로 헛됨을 반복할 때 40
매번 극단으로 갈라선 족벌과 분파
향락의 대용품에 세뇌당한 채 오직
소비와 개발을 탐하며 쏘다닐 때에
저 약자를 짓밟는 짓거리는 무엇을
위하여 누구에 의하여 허락된 걸까
말하는 자만 바글거리고 듣는 자는
다 어디로 갔는지 광장은 쓸쓸한데
맞는 말하는 자는 올바름을 불온한
방식으로 이웃에게 왈왈 강요할 뿐
반대로 쾌락과 허무로 회유한 자의 50
반동적 논리는 독선의 속임수일 뿐
민주적 정치의 성숙은 요원한 걸까
새 혁명으로 세상을 전복해야 할까
어쩌면 노동과 착취에서 해방된 후
멋진 첨단 기술의 축복을 향유하며
물질과 정신의 조화로 탐욕을 이긴
인류애의 터전 속에서 모두와 함께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선의 신세계를 토론해볼 법한 이때
군중 속에 숨어있던 물신이 외치니 60
그럼 이제껏 모아둔 돈은 어쩌라고
돈독에 오염된 의식주가 곪아갈 때
성인병 앓는 자아는 고통에 시달려
인생을 고뇌할 힘을 서서히 잃어가
추모와 연대는 부조리에 굴복한 채
정상이 아닌 별종은 공감받질 못해
담벼락이 높아만 가는 각자의 도시
무명의 대중은 고개 숙이며 걸어가
먹고살기의 모순을 새롭게 할 사상
그 빛과 어둠의 우주적 상호작용을 70
애써 외면하며 낡은 세계관에 빠져
다가올 미래를 인정치 못해 허우적
거린 적에게 묻자 역사와 전통이라
호통하더니 눈감고 귀 막으며 바삐
집으로 가던 도중 불의의 사고당해
하루에도 수만 명씩 죽어나는 지구
호상으로 돌아가신 한 많은 일생이
잊히는 동안 구원은 어디에 있는가
신은 존재와 우주를 왜 창조했는가
시체가 되어 물어봐도 답은 없으니 80
맹신과 미신을 뒤섞어 장사지낼 때
인간의 가치를 지켜낼 방책은 과연
획일화를 이겨낼 합일의 다양성 곧
존재의 전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것
머지않아 비진리가 지상에 임할 때
인류는 각성해야 할 것인바 이윽고
순환이 멈춘 지구로 핏비가 내리니
종말은 불로 끝난다는 말씀의 참뜻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사라질 때에
세계는 주야장천 망현실에 거한 채 90
무한히 밝아지니 그 빛살에 모두들
불타올라 저 우주먼지로 승화할 것
그리하여 우린 사랑의 구원을 위해
선악을 넘어선 뒤 허상과 실상에서
모든 것을 일으키고 동시에 부수니
이상향을 뒤섞어 영영 나아갈 테니
진리와 상응해 빛과 하나가 될지니
현대는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세기
휘청대며 오가는 저 망자들 사이로
누군가 망상에서 기어 내려와 운다 100
망현실주의 전시회
환상적인 것에서 찬탄할 만한 것은, 거기에 더 이상
환상적인 것이 없으며, 현실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앙드레 브르통 『초현실주의 선언』
어
사해동포들과 끝없는 내기를 머
상상이 안 되는 일은 검색을 어
힙한 사진 한 장을 사정하다 서
녹화를 의식해 화대가 쌓이다 오
세
대는가져가망다이상세요가신떠어은즘요
피
소 전자책 박살난 화면은 지구본
는 종이책 비치는 삽화는 우주본
연 자동검색법:패티쉬적 패스티쉬
극 자동사랑법:이상형은 모나리자
이
지옥엔이미예언자가넘쳐나핍박을바라내
일
카메라로 들이닥친 구경꾼들 은
동시다발 동등하게 착해진다 파
법정공방은 일시불 일파만파 티
주목받는 삶이 주목적인 삶! 를
해
아많린거길즐직아면다는않지라바을행요
이
가 재래식 섹스를 시도한 연인들
태 죽음 없는 고문이 가능해지자
어 우습게도 끝난 최후의 존엄사
난 불복종한 이들 전원이 꺼지다
그
날버리고당신은어떤신을만나행복했나요?
절
유리관 속 인간모형의 세계 을
관 속 유리인간의 비밀기관 꿈
속 유리된 인간관계의 유형 꿔
지하엔 반사될 최신형 유령 봤
자
내있어쩔여묶에망물그자전도간순이금지
목
을 이거 어디서 봤던 장면 같은데?
조 어쩐지 봤던 단면 저거 같은데?
르 봤던 뒷면 그거 어디가 같은데?
고 면면 거의 어쩌다 보니 같은데?
있
네?
〈끝〉
목차
목차
〈1부〉
천 이틀 밤·13
떠돌이 행성·15
오랑주리 미술관 (2018)·17
수성의 역행·19
국제 종자 저장고·21
적색이동·24
적기도문·29
사탄탱고·34
화성인 유다·37
달나라의 체르노빌·40
식물의 예배·42
철야 기도회·45
무제·47
동반자살·50
궤계·53
〈2부〉
사이비의 서사시·57
비사이비의 서정시·74
〈3부〉
20XX년·93
〈4부〉
망현실주의 선언·117
망현실주의 전시회·126
망현실주의 (반)운동·129
망현실주의자 스티브 잡스·135
망현실주의자 조르조 데 키리코·141
망현실주의자 이상·143
망현실주의자 조커·146
망현실주의자 ○○○·148
망현실주의자 프란츠 카프카·149
공사장·153
제19450216 방공호·156
천년왕국·159
혜윰·169
둘째 아담·197
트롤링·198
종말대회·200
우주박물관·205
나의 우주선·212
사건지평선·226
해설 | 전해수(문학평론가)
"언오소독스(un-orthodox)의 세계와 전복(顚覆)의 시학"
천 이틀 밤·13
떠돌이 행성·15
오랑주리 미술관 (2018)·17
수성의 역행·19
국제 종자 저장고·21
적색이동·24
적기도문·29
사탄탱고·34
화성인 유다·37
달나라의 체르노빌·40
식물의 예배·42
철야 기도회·45
무제·47
동반자살·50
궤계·53
〈2부〉
사이비의 서사시·57
비사이비의 서정시·74
〈3부〉
20XX년·93
〈4부〉
망현실주의 선언·117
망현실주의 전시회·126
망현실주의 (반)운동·129
망현실주의자 스티브 잡스·135
망현실주의자 조르조 데 키리코·141
망현실주의자 이상·143
망현실주의자 조커·146
망현실주의자 ○○○·148
망현실주의자 프란츠 카프카·149
공사장·153
제19450216 방공호·156
천년왕국·159
혜윰·169
둘째 아담·197
트롤링·198
종말대회·200
우주박물관·205
나의 우주선·212
사건지평선·226
해설 | 전해수(문학평론가)
"언오소독스(un-orthodox)의 세계와 전복(顚覆)의 시학"
저자
저자
윤보성
1991년 부산 출생
2017년 시인수첩 신인상 등단
2017년 시인수첩 신인상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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