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가 바라보는 예수(다시 쓰는 문명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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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불교와 유교가 180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길지 않은 역사의 기독교 교세도 서구 어느 나라보다 강한 나라라고 할 수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구원이나 도를 말하는 사람들을 흔히 만날 수 있을 정도로 신앙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나라이다. 그런데 왜 한국 사회는 점점 삭막해 지고 있는가? 책은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밖으로 눈을 돌려도 세상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역병의 창궐로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사람 간 거리가 더욱 멀어지고 인종 갈등은 악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짧게는 수백, 길게는 수천 년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며 인류문명의 근간이 되어온 이데올로기나 종교는 큰 위안이 되지 않는 듯하다.
우선 이 책은 백의민족에서 인류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실마리를 찾는다. 한민족의 정신에는 모든 종교가 말하는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이 깃들어 있다. 결혼이나 환갑 같은 잔치가 있으면 동네 어려운 이웃들을 먼저 초청해 배불리 대접하는 것이 우리네 풍습이었다. 아직도 농촌에서는 첫눈이 오도록 따지 않은 붉은 감들이 매달려 있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먼 길 가는 겨울 철새를 위한 것이다. 굳이 사랑이나 자비와 같은 종교적 수사 없이도 한민족은 일상 속에서 수 천년 동안 이웃과 심지어 주변의 미물의 목숨도 귀하게 여기는 삶을 실천하며 살아왔다.
전직 국제금융 전문가에서 DMZ 평화운동가, 그리고 지금은 작가로서의 흔치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저자는 노벨상 수상작가, 석학과 외교사절 등 다양한 만남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 왔다. 지금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극심한 불평등과 환경문제를 종교를 중심으로 문명사적 관점에서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멀리 돌아오며 찾아낸 인류 미래에 대한 해법은 백의민족에 깃든 인류정신의 원형이다. 수천 년 한민족의 정신에 깃들어져 있던 ‘자타불이의 정신’이야 말로 세계세정신의 원형임을 작가는 힘주어 말하고 있다.
동서양으로 나뉘어져 있고, 국경이 어지러운 지금과 달리 수천 년 전 인류는 경계 없이 서로 넘나들며 살았던 유라시아 동포였다. 강력한 국가 탄생한 이후 국경이 그어지고 성채가 세워지면서 보편적 인류애 정신은 편협한 민족주의나 국수주의로 변질된 것이다. 말하자면 예수, 싯다르타와 공자는 고대 제국의 시대 도래와 함께 ‘보편정신’의 회복을 위해 헌신한 지성인이었다. 인류는 그들의 정신을 발굴해야 한다.
웅장한 사원이나 스테인드글라스가 영롱한 성전에서 안온한 미소를 짓고 있는 우상들은 고난의 시대와 분투했던 역사적 인물들과 거리가 있다. (중략) 싯다르타, 예수와 공자는 굳이 신이나 천사, 또는 천국과 같은 수사로 치장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삶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본문 중에서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했으나 불교로 개종한 작가는 편향되지 않은 시각으로 종교를 바라본다. 기독교 보다 오히려 불교에 더 비판적인 책의 내용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원시 불교의 독창적 철학이 교세 확장 과정에서 힌두 사상에 편입되면서 샤머니즘 종교로 변질된 불교의 전근대성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이 책은 종교의 본질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결국 세상에는 불변의 절대 진리는 있을 수 없으며 종교도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천되어 왔기에, 초기 원시교회와 불교의 전통이 유지되기는 불가능했다는 것이 책의 주요 주제이다.
우선 이 책은 백의민족에서 인류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실마리를 찾는다. 한민족의 정신에는 모든 종교가 말하는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이 깃들어 있다. 결혼이나 환갑 같은 잔치가 있으면 동네 어려운 이웃들을 먼저 초청해 배불리 대접하는 것이 우리네 풍습이었다. 아직도 농촌에서는 첫눈이 오도록 따지 않은 붉은 감들이 매달려 있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먼 길 가는 겨울 철새를 위한 것이다. 굳이 사랑이나 자비와 같은 종교적 수사 없이도 한민족은 일상 속에서 수 천년 동안 이웃과 심지어 주변의 미물의 목숨도 귀하게 여기는 삶을 실천하며 살아왔다.
전직 국제금융 전문가에서 DMZ 평화운동가, 그리고 지금은 작가로서의 흔치 않은 삶을 살고 있는 저자는 노벨상 수상작가, 석학과 외교사절 등 다양한 만남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 왔다. 지금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극심한 불평등과 환경문제를 종교를 중심으로 문명사적 관점에서 폭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멀리 돌아오며 찾아낸 인류 미래에 대한 해법은 백의민족에 깃든 인류정신의 원형이다. 수천 년 한민족의 정신에 깃들어져 있던 ‘자타불이의 정신’이야 말로 세계세정신의 원형임을 작가는 힘주어 말하고 있다.
동서양으로 나뉘어져 있고, 국경이 어지러운 지금과 달리 수천 년 전 인류는 경계 없이 서로 넘나들며 살았던 유라시아 동포였다. 강력한 국가 탄생한 이후 국경이 그어지고 성채가 세워지면서 보편적 인류애 정신은 편협한 민족주의나 국수주의로 변질된 것이다. 말하자면 예수, 싯다르타와 공자는 고대 제국의 시대 도래와 함께 ‘보편정신’의 회복을 위해 헌신한 지성인이었다. 인류는 그들의 정신을 발굴해야 한다.
웅장한 사원이나 스테인드글라스가 영롱한 성전에서 안온한 미소를 짓고 있는 우상들은 고난의 시대와 분투했던 역사적 인물들과 거리가 있다. (중략) 싯다르타, 예수와 공자는 굳이 신이나 천사, 또는 천국과 같은 수사로 치장하지 않더라도 그들의 삶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
-본문 중에서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했으나 불교로 개종한 작가는 편향되지 않은 시각으로 종교를 바라본다. 기독교 보다 오히려 불교에 더 비판적인 책의 내용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원시 불교의 독창적 철학이 교세 확장 과정에서 힌두 사상에 편입되면서 샤머니즘 종교로 변질된 불교의 전근대성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이 책은 종교의 본질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결국 세상에는 불변의 절대 진리는 있을 수 없으며 종교도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천되어 왔기에, 초기 원시교회와 불교의 전통이 유지되기는 불가능했다는 것이 책의 주요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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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왜 지금 불자가 예수를 말하는가?'
-〈오징어게임〉, 〈기생충〉을 넘어서는 가장 한국적인 서사
'인류 문명사의 대사건이었던 기독교 혁명을 촉발시켰던 당사자들은 종교인도
신학자도 아닌 목수, 어부와 세리 등의 직업을 가진 생활인이었다.'
무엇인가를 단지 언급하는 데 그치는 것과, 그것을 조명함으로써 진정한 휴먼드라마로 활용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오징어 게임』은 상투적 서사에 갇혀 불평등과 자유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다
- Mike Hale. New York Times. Oct. 11, 2021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 등의 세계적 열풍에도 불구하고 비판적인 기사도 눈에 띈다. 한국 영상물들이 불평등한 사회가 야기하는 유혈 낭자한 폭력은 질리도록 보여주지만, 평등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말하지 않는다고 비평하는 뉴욕타임스의 기사 내용은 필자가 고민해왔던 것이기도 하다. 우리 한국인들은 왜 자신들의 불행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는가? 왜 침묵하는가?'
-들어가는 글 중에서
역병으로 불평등이 심화되어 가는 시대, 작가는 예수를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외환/선물 딜러에서 DMZ 평화운동가로, 그리고 작가가 되어야 했던 저자의 첫 화두는 '예수는 누구인가?'이다.
그들의 땅에는 꽃이 지지 않는다.
한눈 팔지 않는 가지 위로 꽃들이 일렬로 피어나고
충직한 뿌리는 성수를 들이마신다.
휘어진 가지나 일탈을 열망하는 꽃잎이며
허기진 실 뿌리들의 내력은 헤아릴 겨를도 없이
경계 밖으로 유배되었다.
꽃들의 성소는 제한구역이 되었다.
살찐 명상가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 책 머리의 시 〈분재〉
이전 세기의 동서냉전 시대가 저물며 세상은 겉으론 평온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신자유주의의 말기적 현상이 지배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지만 암묵적인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 종교는 여전히 구원을 외치고 있다. 한국의 종교가 말하는 구원은 비유하자면, 조금씩 데워져 서서히 끓어오르는 어항으로부터 성긴 그물로 큰 고기들만 건져 올리는 것과 같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거나,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약자들이 대다수이다. 종교뿐 아니다. 좌우, 학벌과 지연이라는 파벌에 속하지 못하는 이들은 변방으로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18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불교와 유교가 나라, 그리고 그 역사는 짧지만 서구 어느 나라보다 기독교 교세가 강한 나라에서 사실상 세계 최고의 자살과 최저의 출생률이라는 암울한 지표는 종교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은 국내외를 넘나들며 겪었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극심한 불평등과 인간소외 문제를 문명사적인 관점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했지만, 인생 중반에 불자로 개종했던 작가는 놀라운 통찰력으로 한국사회, 나아가서는 병든 인류문명을 바라보고 있다. 통렬한 비판은 한민족, 나아가서는 지구촌 미래의 희망을 말하기 위함이다.
바둑판 위에는 가로세로 각 19개의 선, 도합 38개의 길이 있다. 길과 길들이 교차하며 수많은 길을 만들어 낸다. 수천 년 동안 인류는 그 길 위로 걸어왔지만, 천재 중의 천재가 알파고에 연전연패한 것은 인간의 길이라는 것이 얼마나 제한되고 허망한 것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 수많은 길들 중 인간이 걸어 온 길은 채 10%도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들어가는 글 중에서
책은 불자가 되기 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성경의 행간에 감추어진, 독창적이고도 심오한 구절들 속에서 기독교 정신을 새롭게 발굴함으로써 2000년 전에 이미 예수가 제시한 인류가 지향해야 할 세상을 말하고 있다. 우물가에서 이방인 여성을 맞닥뜨린 〈야곱의 우물〉 비유는 그 중 하나다. 성경 곳곳에서 편협한 도그마에 함몰되지 않는 예수를 우리는 만날 수 있다.
물은 흐르는 대로 두면 모두 한 곳에서 만난다. 만남과 동시에 차별은 사라지고 하나가 된다. 예수가 떠 주는 물은 특정한 우물 안에 갇혀 있는 물이 아니다. 사마리아인의 민족적, 종교적 자부심인 야곱의 우물을 벗어나, 종교, 인종과 지역이라는 경계를 넘어 누구나 마실 수 있는 물이다. 예수가 여성과 이방인이라는 이중의 구속에 얽매여있는 사회적 약자에게 베푸는 환대는 연민 또는 긍휼함을 넘어,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주입된 금기라는 망상의 해체를 지향하는 것으로, 그의 박애주의 사상은 정치적 의미의 정의와 균등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해방정신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책에 등장하는 작가의 다채로운 시들은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염원을 표현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백의민족에 깃든 보편적인 인류애와 생명존중 정신의 원형을 찾을 수 있다.
어린 시절 고향 마을에는
집집마다 감나무 한 그루씩은 있었다.
가을이 되면 담을 넘어온 가지 위에 감이 주렁주렁 열렸고
우리 형제들은 이웃집 감을 맛있게 따 먹었다.
어머니는 낮은 담장 너머로 호박전이며 김치를 건네곤 했다.
마을 어귀의 늙은 감나무에는
첫눈이 오도록 붉은 감들이 매달려 있었다.
먼 길 오가는 날짐승을 위해 남겨둔 몫이었다
-Prologue 중에서
공중의 새를 보라. 씨를 뿌리지도 거두지도, 그리고 곡식을 창고에 저장하지도 않지만, 하느님은 그들을 먹여 살립니다. 당신들은 그것들보다 귀하지 않소? 당신들이 걱정한다고 해서 1시간이라도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보시오. 왜 입는 옷을 가지고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이오? 수고도, 길쌈도 않는 들판의 꽃들을 보시오. 영광스러운 솔로몬도 저들보다 훌륭할 것이 없다오.
-본문의 인용 성경구절 (마태 6:26-30)
흥미롭게도 예수나 싯다르타와 같은 성인들의 세상과 우주에 대한 통찰력이나 예지력은 성전 안에서의 기도나 명상, 그리고 종교의식을 통해서만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작가는 말한다. 고대 중국, 그리스와 인도 등 유라시아 전역에서 거의 동시다발적 현상이었던 '춘추전국'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시대를 헤쳐 나가면서 체득한 것이지 신의 계시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는 작가의 주장은 아래의 글로 인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필자는 3형제 중 막내였다. 형제애가 각별했다. 끈끈한 형제애를 가능케 한 것은 아버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아버지는 나에겐 신적인 존재였는데, 그 이유는 형이 틈만 나면 아버지를 신격화했기 때문이다. 대체로 이런 식이었다. "지금 직장에 계시지만, 아버지는 우리 행동 모든 것을 지켜보고 계신다. 그러니까 절대 거짓말을 하거나 나쁜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라거나 "아버지는 천재라서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꿰뚫고 계신다." 등이었다. 나는 고민이 많았고, 유달리 죄의식을 많이 느끼는 편이었다. 하얀색 거짓말조차 능수능란하지 못했다. 중년이 되어서야 '순결한' 삶이 반드시 옳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맑은 물에 물고기가 살지 않듯이, 순결은 다른 세상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어릴 때부터 무의식 속에 강요된 도덕적 삶의 자세로 인해 젊은 시절 너그러운 삶을 살지 못한 것이 후회될 때가 많다. 어둠과 밝음,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이 세상의 모습이고 우리의 삶이다. 어쩌면 실수하고 때론 죄를 짓는 사람이 진정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실수를 너무 수치스럽게 여기게 만드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라고 믿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오히려 종교가 없는 사람들로부터 용서와 도움을 받은 적이 많다.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신앙인들은 도움을 주기보다는 훈계하곤 했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심오한 종교를 다루고 있지만 상당수 내용은 매일 전쟁 아닌 전쟁이 펼쳐지는 해외 선물(先物)시장과 승자독식이 지배하는 한국사회 삶의 체험을 기반으로 쓰여진 것이다.
(성인들은) 치열한 삶 속에서 사회 부조리에 눈을 뜨고 신정체제의 모순을 직시한 이들이었다. 미증유의 위기의 시대, 진짜 예수를 말할 때가 도래했다고 믿는다.
-책 머리 중에서
-〈오징어게임〉, 〈기생충〉을 넘어서는 가장 한국적인 서사
'인류 문명사의 대사건이었던 기독교 혁명을 촉발시켰던 당사자들은 종교인도
신학자도 아닌 목수, 어부와 세리 등의 직업을 가진 생활인이었다.'
무엇인가를 단지 언급하는 데 그치는 것과, 그것을 조명함으로써 진정한 휴먼드라마로 활용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오징어 게임』은 상투적 서사에 갇혀 불평등과 자유에 대해 성찰하지 않는다
- Mike Hale. New York Times. Oct. 11, 2021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 등의 세계적 열풍에도 불구하고 비판적인 기사도 눈에 띈다. 한국 영상물들이 불평등한 사회가 야기하는 유혈 낭자한 폭력은 질리도록 보여주지만, 평등의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말하지 않는다고 비평하는 뉴욕타임스의 기사 내용은 필자가 고민해왔던 것이기도 하다. 우리 한국인들은 왜 자신들의 불행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는가? 왜 침묵하는가?'
-들어가는 글 중에서
역병으로 불평등이 심화되어 가는 시대, 작가는 예수를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외환/선물 딜러에서 DMZ 평화운동가로, 그리고 작가가 되어야 했던 저자의 첫 화두는 '예수는 누구인가?'이다.
그들의 땅에는 꽃이 지지 않는다.
한눈 팔지 않는 가지 위로 꽃들이 일렬로 피어나고
충직한 뿌리는 성수를 들이마신다.
휘어진 가지나 일탈을 열망하는 꽃잎이며
허기진 실 뿌리들의 내력은 헤아릴 겨를도 없이
경계 밖으로 유배되었다.
꽃들의 성소는 제한구역이 되었다.
살찐 명상가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 책 머리의 시 〈분재〉
이전 세기의 동서냉전 시대가 저물며 세상은 겉으론 평온해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신자유주의의 말기적 현상이 지배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광범위하지만 암묵적인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 종교는 여전히 구원을 외치고 있다. 한국의 종교가 말하는 구원은 비유하자면, 조금씩 데워져 서서히 끓어오르는 어항으로부터 성긴 그물로 큰 고기들만 건져 올리는 것과 같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눈치채지 못하거나,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약자들이 대다수이다. 종교뿐 아니다. 좌우, 학벌과 지연이라는 파벌에 속하지 못하는 이들은 변방으로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 18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불교와 유교가 나라, 그리고 그 역사는 짧지만 서구 어느 나라보다 기독교 교세가 강한 나라에서 사실상 세계 최고의 자살과 최저의 출생률이라는 암울한 지표는 종교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은 국내외를 넘나들며 겪었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극심한 불평등과 인간소외 문제를 문명사적인 관점이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다.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했지만, 인생 중반에 불자로 개종했던 작가는 놀라운 통찰력으로 한국사회, 나아가서는 병든 인류문명을 바라보고 있다. 통렬한 비판은 한민족, 나아가서는 지구촌 미래의 희망을 말하기 위함이다.
바둑판 위에는 가로세로 각 19개의 선, 도합 38개의 길이 있다. 길과 길들이 교차하며 수많은 길을 만들어 낸다. 수천 년 동안 인류는 그 길 위로 걸어왔지만, 천재 중의 천재가 알파고에 연전연패한 것은 인간의 길이라는 것이 얼마나 제한되고 허망한 것이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 수많은 길들 중 인간이 걸어 온 길은 채 10%도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들어가는 글 중에서
책은 불자가 되기 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성경의 행간에 감추어진, 독창적이고도 심오한 구절들 속에서 기독교 정신을 새롭게 발굴함으로써 2000년 전에 이미 예수가 제시한 인류가 지향해야 할 세상을 말하고 있다. 우물가에서 이방인 여성을 맞닥뜨린 〈야곱의 우물〉 비유는 그 중 하나다. 성경 곳곳에서 편협한 도그마에 함몰되지 않는 예수를 우리는 만날 수 있다.
물은 흐르는 대로 두면 모두 한 곳에서 만난다. 만남과 동시에 차별은 사라지고 하나가 된다. 예수가 떠 주는 물은 특정한 우물 안에 갇혀 있는 물이 아니다. 사마리아인의 민족적, 종교적 자부심인 야곱의 우물을 벗어나, 종교, 인종과 지역이라는 경계를 넘어 누구나 마실 수 있는 물이다. 예수가 여성과 이방인이라는 이중의 구속에 얽매여있는 사회적 약자에게 베푸는 환대는 연민 또는 긍휼함을 넘어,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주입된 금기라는 망상의 해체를 지향하는 것으로, 그의 박애주의 사상은 정치적 의미의 정의와 균등을 넘어서는 근본적인 해방정신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책에 등장하는 작가의 다채로운 시들은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을 향한 염원을 표현하고 있다.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백의민족에 깃든 보편적인 인류애와 생명존중 정신의 원형을 찾을 수 있다.
어린 시절 고향 마을에는
집집마다 감나무 한 그루씩은 있었다.
가을이 되면 담을 넘어온 가지 위에 감이 주렁주렁 열렸고
우리 형제들은 이웃집 감을 맛있게 따 먹었다.
어머니는 낮은 담장 너머로 호박전이며 김치를 건네곤 했다.
마을 어귀의 늙은 감나무에는
첫눈이 오도록 붉은 감들이 매달려 있었다.
먼 길 오가는 날짐승을 위해 남겨둔 몫이었다
-Prologue 중에서
공중의 새를 보라. 씨를 뿌리지도 거두지도, 그리고 곡식을 창고에 저장하지도 않지만, 하느님은 그들을 먹여 살립니다. 당신들은 그것들보다 귀하지 않소? 당신들이 걱정한다고 해서 1시간이라도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보시오. 왜 입는 옷을 가지고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이오? 수고도, 길쌈도 않는 들판의 꽃들을 보시오. 영광스러운 솔로몬도 저들보다 훌륭할 것이 없다오.
-본문의 인용 성경구절 (마태 6:26-30)
흥미롭게도 예수나 싯다르타와 같은 성인들의 세상과 우주에 대한 통찰력이나 예지력은 성전 안에서의 기도나 명상, 그리고 종교의식을 통해서만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작가는 말한다. 고대 중국, 그리스와 인도 등 유라시아 전역에서 거의 동시다발적 현상이었던 '춘추전국'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시대를 헤쳐 나가면서 체득한 것이지 신의 계시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는 작가의 주장은 아래의 글로 인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필자는 3형제 중 막내였다. 형제애가 각별했다. 끈끈한 형제애를 가능케 한 것은 아버지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아버지는 나에겐 신적인 존재였는데, 그 이유는 형이 틈만 나면 아버지를 신격화했기 때문이다. 대체로 이런 식이었다. "지금 직장에 계시지만, 아버지는 우리 행동 모든 것을 지켜보고 계신다. 그러니까 절대 거짓말을 하거나 나쁜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라거나 "아버지는 천재라서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꿰뚫고 계신다." 등이었다. 나는 고민이 많았고, 유달리 죄의식을 많이 느끼는 편이었다. 하얀색 거짓말조차 능수능란하지 못했다. 중년이 되어서야 '순결한' 삶이 반드시 옳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맑은 물에 물고기가 살지 않듯이, 순결은 다른 세상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어릴 때부터 무의식 속에 강요된 도덕적 삶의 자세로 인해 젊은 시절 너그러운 삶을 살지 못한 것이 후회될 때가 많다. 어둠과 밝음, 선과 악이 공존하는 것이 세상의 모습이고 우리의 삶이다. 어쩌면 실수하고 때론 죄를 짓는 사람이 진정으로 인간을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실수를 너무 수치스럽게 여기게 만드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라고 믿는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는 오히려 종교가 없는 사람들로부터 용서와 도움을 받은 적이 많다.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 신앙인들은 도움을 주기보다는 훈계하곤 했다.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심오한 종교를 다루고 있지만 상당수 내용은 매일 전쟁 아닌 전쟁이 펼쳐지는 해외 선물(先物)시장과 승자독식이 지배하는 한국사회 삶의 체험을 기반으로 쓰여진 것이다.
(성인들은) 치열한 삶 속에서 사회 부조리에 눈을 뜨고 신정체제의 모순을 직시한 이들이었다. 미증유의 위기의 시대, 진짜 예수를 말할 때가 도래했다고 믿는다.
-책 머리 중에서
목차
목차
평화를 향한 멀고도 험한 길
들어가는 글
1. 눈물은 짜고 그 피는 붉다
식민지 청년들 26 / 우주의 그물 31 / 미물의 죽음도 지구보다 무겁다 43
2. 땅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다
길 위의 기적 56 / 절대 고독, 그 폐허에서 피어나는 꽃 65 / 인간 69
공자를 통해 예수를 만나다 Ⅰ 76 / 공자를 통해 예수를 만나다 Ⅱ 85 / 산송장 104
사후세계 105 / 기적은 있다 108 / 성인은 없다 118 / 초능력 120
3. 밀레니엄 바이러스를 기억하라
특이점을 지나다 124 / 증거들 127 / 기도가 파국을 재촉한다 137
4. 포스트모더니즘과 영성
영성과 지성 140 / 위버맨시와 붓다 144 / 구조주의와 연기론 147 /
Panopticon의 기원 150 지옥의 기원 155 / 손바닥으로 가린 하늘 174 /
역사적 예수 177 / Heterotopia 179/ 태초엔 진실 따위 없었다 182 / 마지막 물결 184
5. 밖으로부터의 혁명
초모랑마, 초고리, 칸첸중카 188 / 성전은 죄인을 양산한다 189 / 야망과 성경 199
나를 믿지 마라 202 / 인디아 205
6. 다시 쓰는 해방신학
예수의 회개 208 / 해방의 열매 219 / 우리 모두 독생자다 221 /
신보다 의사를 찾아라 223 / 천국 225
7. 그들은 어떻게 신이 되었나
감출 게 없다 228 / 문제아 230 / 아기 예수 232 / 대속 234
8. 나는 그렇게 말한 적 없다
성전을 세우지 않았다 236 / 아는 게 없다 238 / 삶의 진실 240 /
그것은 내가 한 말이 아니다 241/ 막달레나가 나를 부활시켰다 243 / 부활의 궤적 246
9. 코리아 묵시록
성철, 본회퍼, 팃낙한 248 / 종족자살 251 / 오스카상과 가짜 진보 252 /
DMZ, 신자유주의 최전선 255/ 아름다운 섬의 비극 257 /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259 한국인의 원죄 260 / 신(新) 브라만 261/ 한국 선불교 262 / 명상은 망상 264
무산된 도시 266 / 1919 268
10. 불교는 서양종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272 / 자력신앙과 타력신앙 273 /
불교적인, 너무나 불교적인 274 / 융합종교 277
11. 예수
무오류성의 오류 280 / 그의 언어 281 / 기독교가 세상을 지배하는 진짜 이유 282
신앙은 불멸이다 284 / 있는 그대로 285
나가는 글- 이 책을 쓰기까지
Jesus As I See Him As A Buddhist(영문판)
들어가는 글
1. 눈물은 짜고 그 피는 붉다
식민지 청년들 26 / 우주의 그물 31 / 미물의 죽음도 지구보다 무겁다 43
2. 땅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다
길 위의 기적 56 / 절대 고독, 그 폐허에서 피어나는 꽃 65 / 인간 69
공자를 통해 예수를 만나다 Ⅰ 76 / 공자를 통해 예수를 만나다 Ⅱ 85 / 산송장 104
사후세계 105 / 기적은 있다 108 / 성인은 없다 118 / 초능력 120
3. 밀레니엄 바이러스를 기억하라
특이점을 지나다 124 / 증거들 127 / 기도가 파국을 재촉한다 137
4. 포스트모더니즘과 영성
영성과 지성 140 / 위버맨시와 붓다 144 / 구조주의와 연기론 147 /
Panopticon의 기원 150 지옥의 기원 155 / 손바닥으로 가린 하늘 174 /
역사적 예수 177 / Heterotopia 179/ 태초엔 진실 따위 없었다 182 / 마지막 물결 184
5. 밖으로부터의 혁명
초모랑마, 초고리, 칸첸중카 188 / 성전은 죄인을 양산한다 189 / 야망과 성경 199
나를 믿지 마라 202 / 인디아 205
6. 다시 쓰는 해방신학
예수의 회개 208 / 해방의 열매 219 / 우리 모두 독생자다 221 /
신보다 의사를 찾아라 223 / 천국 225
7. 그들은 어떻게 신이 되었나
감출 게 없다 228 / 문제아 230 / 아기 예수 232 / 대속 234
8. 나는 그렇게 말한 적 없다
성전을 세우지 않았다 236 / 아는 게 없다 238 / 삶의 진실 240 /
그것은 내가 한 말이 아니다 241/ 막달레나가 나를 부활시켰다 243 / 부활의 궤적 246
9. 코리아 묵시록
성철, 본회퍼, 팃낙한 248 / 종족자살 251 / 오스카상과 가짜 진보 252 /
DMZ, 신자유주의 최전선 255/ 아름다운 섬의 비극 257 /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259 한국인의 원죄 260 / 신(新) 브라만 261/ 한국 선불교 262 / 명상은 망상 264
무산된 도시 266 / 1919 268
10. 불교는 서양종교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272 / 자력신앙과 타력신앙 273 /
불교적인, 너무나 불교적인 274 / 융합종교 277
11. 예수
무오류성의 오류 280 / 그의 언어 281 / 기독교가 세상을 지배하는 진짜 이유 282
신앙은 불멸이다 284 / 있는 그대로 285
나가는 글- 이 책을 쓰기까지
Jesus As I See Him As A Buddhist(영문판)
저자
저자
하훈
-약력: 한국외대 프랑스어/ 정치학 전공
동국대불교대학원 석사
국책은행 해외파생상품 시장개척/ 시카고 선물시장 선물거래
DMZ 국제 평화운동가
금융 및 종교 칼럼니스트
-1988-2004: 외환/ 선물딜러
80, 90년대만 해도 선물거래는 금기시될 때였다. 관치금융하에 한국의 은행들은 베어링사 파산과 한 지방은행의 선물환 손실 사건을 부각시키면서 몸을 사렸다. 재직했던 직장이 매우 보수적인 국책은행임을 감안하면 지금 생각해도 혁명적일 정도로 무모한 일이었음에도 밀어붙였다. 은행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심신이 많이 피폐해 졌다. 몇 년 후 한국은 국가부도 사태와 맞닥뜨렸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한국 사회에서 젊은 시절의 작가 체험을 바탕으로 씌어진 것이다. 이즈음 작가는 방황했고 전국 사찰을 떠돌았다. 불교철학 석사 학위 과정을 밟으며 불교에 심취했다. 불교 명상치유 콘텐츠를 제작해 보급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종교로는 풀 수 없는 내면의 갈증이 있었다. IMF 직후 대량 해고와 가족 해체로 자살률이 치솟고 있었다. 구제금융을 받아들이면서 곧 경제가 안정되며 세상은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이 기간은 한국의 승자독식 시스템이 고착화되던 시기였다. IMF 사태는 어떻게 보면 표피적 현상일 뿐 승자독식은 한국사회의 꽤 오래된 고질병이었다. 입시경쟁, 강제 징집, 극심한 취업경쟁과 뒤틀린 위계질서 등 한국 사회의 특성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약육강식이다. 그리고 그 비극은 상당부분 분단체제에 기인하고 있다.
-〈DMZ 평화순례〉 프로젝트 진행 (2008-2020)
작가는 국제 금융전문가와 불교포교사로서 국내외를 넘나들며 구축했던 인맥과 체험을 바탕으로 DMZ평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간절하게 호소했다. 해외 노벨상 수상자, 외교사절과 문화예술인 등 누구든 만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호응했고 DMZ로 모여들었다. '예의와 침묵이 미덕'인 곳에서 '행동'은 평화로 가는 험난한 여정 중 가장 위험한 구간이었다. 한국에서는 많은 경우 무시당했다. 그 대가는 가혹했고 전면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평화운동이 한국에서 평화를 얻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각인을 시켜주었던 것이다.
작가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국내 정치의 해법만으로는 풀 수 없다는 자신의 오래된 생각은 평화운동 과정에서 크게 잘못되지 않았음을 저자는 깨닫게 되었다. 식민지, 분단 그리고 신자유화는 세계 지정학적 요인과 맞물려 있다. 평화운동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작가는 국내외에 한반도 문제를 호소하고 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작가의 길로 나서기에 이르렀다. 우리말뿐 아니라 영문으로도 동시에 책을 쓰는 이유이다. 이 작업은 어쩌면 작가의 마지막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불교대학원 석사
국책은행 해외파생상품 시장개척/ 시카고 선물시장 선물거래
DMZ 국제 평화운동가
금융 및 종교 칼럼니스트
-1988-2004: 외환/ 선물딜러
80, 90년대만 해도 선물거래는 금기시될 때였다. 관치금융하에 한국의 은행들은 베어링사 파산과 한 지방은행의 선물환 손실 사건을 부각시키면서 몸을 사렸다. 재직했던 직장이 매우 보수적인 국책은행임을 감안하면 지금 생각해도 혁명적일 정도로 무모한 일이었음에도 밀어붙였다. 은행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 심신이 많이 피폐해 졌다. 몇 년 후 한국은 국가부도 사태와 맞닥뜨렸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이 한국 사회에서 젊은 시절의 작가 체험을 바탕으로 씌어진 것이다. 이즈음 작가는 방황했고 전국 사찰을 떠돌았다. 불교철학 석사 학위 과정을 밟으며 불교에 심취했다. 불교 명상치유 콘텐츠를 제작해 보급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종교로는 풀 수 없는 내면의 갈증이 있었다. IMF 직후 대량 해고와 가족 해체로 자살률이 치솟고 있었다. 구제금융을 받아들이면서 곧 경제가 안정되며 세상은 멀쩡해 보였다. 하지만 이 기간은 한국의 승자독식 시스템이 고착화되던 시기였다. IMF 사태는 어떻게 보면 표피적 현상일 뿐 승자독식은 한국사회의 꽤 오래된 고질병이었다. 입시경쟁, 강제 징집, 극심한 취업경쟁과 뒤틀린 위계질서 등 한국 사회의 특성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약육강식이다. 그리고 그 비극은 상당부분 분단체제에 기인하고 있다.
-〈DMZ 평화순례〉 프로젝트 진행 (2008-2020)
작가는 국제 금융전문가와 불교포교사로서 국내외를 넘나들며 구축했던 인맥과 체험을 바탕으로 DMZ평화 운동에 뛰어들었다. 간절하게 호소했다. 해외 노벨상 수상자, 외교사절과 문화예술인 등 누구든 만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호응했고 DMZ로 모여들었다. '예의와 침묵이 미덕'인 곳에서 '행동'은 평화로 가는 험난한 여정 중 가장 위험한 구간이었다. 한국에서는 많은 경우 무시당했다. 그 대가는 가혹했고 전면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평화운동이 한국에서 평화를 얻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일인지 각인을 시켜주었던 것이다.
작가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국내 정치의 해법만으로는 풀 수 없다는 자신의 오래된 생각은 평화운동 과정에서 크게 잘못되지 않았음을 저자는 깨닫게 되었다. 식민지, 분단 그리고 신자유화는 세계 지정학적 요인과 맞물려 있다. 평화운동만으로는 한계를 느낀 작가는 국내외에 한반도 문제를 호소하고 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작가의 길로 나서기에 이르렀다. 우리말뿐 아니라 영문으로도 동시에 책을 쓰는 이유이다. 이 작업은 어쩌면 작가의 마지막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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