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동백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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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경 작가의 수필은 고독의 실상에 맞부딪히며 이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극복해나가고 있다. 잃어버린 모든 것 중 먼저 떠나버린 동반자에 대한 상실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듯한 것도 그것이 사랑의 상실로 인한 통증이기 때문이다.
작자는 이번 작품들과 함께 앞으로 이어나갈 창작의 방향으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시 분명히 설정해 놓고 있다. 이것이 감각적인 의미의 에로티시즘이나 예수와 석가와 천도교 등에서 추구하는 인간애보다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비극성에 대한 도전이요 극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런 철학적 명제에 우수한 기법을 접목시켜 나가는 박현경의 수필이 앞으로 더 보여 줄 결과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작자는 이번 작품들과 함께 앞으로 이어나갈 창작의 방향으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시 분명히 설정해 놓고 있다. 이것이 감각적인 의미의 에로티시즘이나 예수와 석가와 천도교 등에서 추구하는 인간애보다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비극성에 대한 도전이요 극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런 철학적 명제에 우수한 기법을 접목시켜 나가는 박현경의 수필이 앞으로 더 보여 줄 결과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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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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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적 고독과 사랑의 수필미학
-문학평론가 김우종
1. 노년기 문학 연령
문학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전문가는 다른 열 가지 분야에 모두 능해도 하나에만 전념하는 사람이다. 지하철에서 남들에게 떠밀리면서도 작품 구상을 하는 사람이 전문가다. 그런데 문학은 생업이 되기 어렵고 사고력과 감수성이 둔화되면 계속하기 어렵다. 그래서 문인들 대다수가 일찍 폐업하고 이름만 달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보면 수필가 박현경은 매우 특수한 존재다. 80 넘은 연령대의 한국 문단은 거의 비어 있기 때문에 그는 특수하다. 활동하는 현역 문인으로 보면 그렇다. 80 넘어서 수필집을 내고 쉴 틈도 없이 제2 수필집을 내는 사람은 박현경 작가 한 사람뿐일 것이다. 그래서 어딜 가나 최고령 작가로 대접해도 별로 사무착오가 아닐 것이다.
나이 많은 것이 벼슬은 아니다. 다른 또 하나의 특성은 문학 연령의 젊음이다. 작품은 나이만큼 성숙함이 바람직하지만, 이것은 일반론이 되기 어렵다. 나이만큼 성숙하다기 보다는 늙는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런데 문학은 늙어서는 안 된다. 80이나 90을 넘어도 갱년기 이전처럼 생기발랄해야 한다. 호적 나이는 팔구십이어도 문학 연령은 한 세대 아래라야 적당하다. 이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한국 문단에서 보면 원로는 시상식 같은 데서 단상용으로 몇 사람만 쓰다가 사라진다. 그러므로 박현경의 활동 양상은 이변이다. 그 연령인데 작품이 유난히 젊고 거의 매일 가동 중인 것 같다.
또 하나 더욱 중요한 특성은 창작의 동기다. 그의 창작 활동의 목적은 일반 상식적 가치관의 수준에서는 이해되지 않는다. 죽음을 무릅쓰고 정상으로 기어오르는 등산가에게 등산 목적을 묻고 '저기 산이 있기 때문에 올라간다'라는 대답만 들었다면 그것은 대답이 아니지만 가장 순수하고 명확한 답이 그것일 수 있다.
박현경에게는 글쓰기로서의 완성 목표가 따로 없다. 종착지를 향한 걸음이 아니라 그냥 계속해서 산을 오를 뿐이다. 다만 가장 걷고 싶은 길이 있을 뿐이다. 버팀목이 되어 온 일생의 동반자가 떠나버린 후의 인간, 이 세상에 그냥 내던져진 고독한 존재로서 인간에게서 그 구원의 길이 사랑임을 절감한 것이 이정표가 된 듯하다. 박현경 작가가 글을 쓰며 가는 길의 이정표에는 '사랑'이라 씌어 있는 것 같다. 물론 글쓰기 소재는 우물가 여인네들 수다처럼 다양해야 더 좋지만, 이 작가가 조용히 혼자 묻고 대답하는 창작행위의 방향은 사랑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주제는 근원적인 고독한 존재로서의 인간 구원을 의미하기 때문에 너무도 순수하고 아름답다. 정확한 판단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그 연령에 그런 동기의 창작행위를 계속해 나가는 예는 이 작가 말고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세 가지 특성을 좀 더 작품 얘기와 함께 부연해 보자.
내가 오르려고 하는 문학의 산은 정상이 아니다. 한걸음, 한걸음 즐기며 오르고 싶다. 우연을 가장한 행운이 따라 주어서 좋은 작품집을 펴내고 싶은 것이 전부다. 이 세상에 왔다 가는 흔적을 글 속에 남기고 싶은 바람이 오늘도 나를 컴퓨터 앞에 앉혀 놓는다.
〈어쩌다 저자〉
이것은 처음으로 등산하려는 사람의 고백이다. 사실로 첫 수필집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박현경 작가는 문인으로서 초년생이다. 영문과 출신이라는데 졸업 후 영문학 연구와 저술 등으로 얼마나 그 연장선에 머물러 있었는지 잘 모른다. 그런데 90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 출발은 남들 보기에 좀 위태롭다. 실제로 박 작가와 같은 연배라면 이미 10여 년 전에 대개 작품 활동을 멈췄다. 그런데 이 작가는 문학 연령으로는 매우 드물게 갱년기 이전이다. 문학적 연령은 객관적 평가가 어렵지만, 창작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억력, 언어 구사의 생동감, 사물에 대한 감수성, 소재의 선택 그리고 상상력과 논리적 사고력 등에서 어느 정도 검증이 가능하다.
2. 소재 선택에 나타난 문학 연령
여러 조건을 굳이 설명하지 않고 다만 '소재 선택' 하나만으로 문학 연령을 보면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어느 장르를 막론하고 작가는 연령층에 따라 소재 선택에 차이가 있다. 정확한 객관성은 아니지만, 소년 소녀들의 관심사와 갱년기 여성들의 수다와 탑골공원에서 남은 인생을 보내는 사내들의 대화 내용은 각각 유형이 다르다. 사랑의 서정시는 부부가 서로 각방 쓰며 무관심해지는 노년에는 거의 쓰지 않으며 쓰지 않는 것이 명예 유지에 해롭지 않다.
며칠 전 나의 소녀 감각이 딸을 보챈 것은 아닐까. 친구가 보낸 인천 영흥도 바다 사진을 보고 사춘기 소녀처럼 당장 바다에 가고 싶었다. 모래사장을 어루만지며 조용히 출렁이는 바다 풍경은 나를 유혹했다. 모래톱에 닿아 장난치다 도망가듯 사라지는 파도가 내 마음을 바다로 끌고 가는 느낌이었다. 당장 철썩이는 파도가 보고 싶었다. 친구에게, 딸들에게 바다에 가지 않겠느냐고 졸랐다. 코로나가 만연한 시기에 "너 참 용감하구나"라는 면박을
받기도 했다.
구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보고 싶은 것이 많아 숨이 가쁘다. 살같이 지나가는 세월을 아쉬워하는 엄마 마음을 딸에게 들킨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여행에 허기진 나는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딸의 마음을 받기로 했다.
남편이 인생의 소풍을 끝낸 지 삼 년이 지났다. 그가 떠난 후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여행 앓이를 한다. 85년을 살아온 지금, 나의 버킷리스트 첫 번째는 여행이다.
〈삶의 허기를 달래는 순간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고백으로 실제적 연령과 함께 자신의 관심사를 나타낸 것이겠지만 '사춘기 소녀처럼 당장 바다에 가고 싶었다'라고 하니 이 작가는 감성지수로 보건대 소녀 수필가다. 실제로 그 나이의 소녀는 아니지만 '보고 싶은 것이 많아 숨이 가쁘다'는 것은 작품 전반에서 감지되는 이 작가의 청춘 냄새다. 소녀처럼 들뜨고 '나의 버킷 리스트 첫 번째가 여행'이라고 한 것은 그만큼 젊음의 감수성이 싱싱하게 살아 있다는 뜻이다.
딸이 바다로 가자고 제의한 것은 이 글을 쓰는 시간에 손자가 내게 어떤 호텔 숙박을 제의한 경우와 비슷하다. 그런데 박 작가는 나와는 나이 차이도 있지만, 이 무더위에 손자가 좋은 호텔로 모시겠다는데도 고맙다는 대답 한마디 해 준 것 말고 들뜨는 감동이 없었던 것은 너무 큰 차이다.
소녀처럼 들떴다는 것은 시원하고 달콤한 물이 터져 나올 같은 복숭아와 이미 국물이 말라버린 복숭아의 차이다. 그런데 이 작가의 이런 젊음은 공짜가 아니다. 작가는 창작에서 매우 소중한 어휘 동원력을 걱정하고 감수성 문제도 걱정한다.
나이가 들어 적절한 어휘가 막힐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언어를 선택 한다. … (생략) … 순수한 마음으로 나는 글을 쓰며 세월을 낚고 있다. … (생략) … 시간이 지날수록 내 책꽂이와 책상, 식탁 위에는 손만 뻗으면 잡히는 책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어쩌다 저자〉
작가는 이렇게 글 속에서 주근깨나 검버섯 같은 언어는 빼 버리고 싱싱한 젊은이의 용어로 바꾼다. 피부과 병원에 다녀와서 얼굴이 젊어지는 기법 같다. 손만 뻗으면 어디서나 책이 닿는다는 것도 그렇다. 새로운 지식과 용어와 함께 변해가는 세상과 만나고 생각이 앞서간다. 감수성도 노화방지 기능이 계속 작동 중이다. 이것으로 보면 이 작가의 젊은 문학 연령은 매우 힘든 노력의 대가다.
이 작가가 내게 준 작품들은 분명히 추억의 소재들이 많다. 수필은 대개 자신의 직접적 경험담을 소재로 하는 경향이므로 노년기의 수필은 과거지향적인 추억담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 원로작가들은 세월에 대한 애수는 있는데 푸념으로 그치기 쉽다. 이야기 속에 촉촉한 물기가 적고 향기도 적다. 이와 달리 박현경의 수필은 소재가 달라지며 사랑의 향기와 함께 이를 품은 시와 음악과 그림이 있어서 소재 자체로서 문학 연령이 갱년기 이전이다.
그림을 감상하는 동안 내 가슴 한편에 진한 울림이 있었다. 마리는 인생길에서 얻은 고통을 내면에서 꽃피우는 성숙한 여인으로 나이 들어갔다. 억센 표정이 우아한 선의 여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나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혼자 그려 보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을 아는 글쟁이로 살았다는 기억으로 남고 싶다. 마리 로랑생 같은 품위 있는 작품을 쓰는 꿈을 꾸어본다. 그림 재능은 없지만 오랜 세월 숙성된 사랑의 글을 한편 남길 수 있을까. 나는 붉은색으로 삶을 덧입히며 사랑으로 살고 싶다.
〈나이 듦의 힘〉
이것은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의 그림 전시장을 나오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장면이다. 작가는 로랑생이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와의 사랑과 이별을 통해서 작품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갔는지를 말하며 자신이 그려 나가고 싶은 자화상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그녀처럼 슬픔까지 실화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겠지만 로랑생이 고통을 통해서 더 성숙해지고 아름다워졌듯이 자신의 자화상도 그렇게 '나는 붉은색으로 삶을 덧입히며 사랑으로 살고 싶다'라 말한 것으로 본다.
이 작가의 사고 연령이 얼마나 젊고 수필 속에서 사랑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짐작하게 된다. 로랑생의 자화상이라 할 수도 있는 그림 속 여인들의 입술이 유난히 붉은것이 사랑 때문이라 한다면 박현경의 수필은 붉은색이다.
각 작품의 연대는 분명하지 않지만 약 4년 전 수필집 《나는 사랑나무입니다》 이후는 80대 노년기 작품에 해당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의도하는 수필 세계도 여전히 사랑이다. 물론 그 사랑은 로랑생의 그것과는 좀 다르게 평생 '소풍'의 동반자이면서 연인 같았던 사람과의 만남을 말하는 것 같다.
이런 사랑의 소재는 박현경 작가에게 사랑이 무엇인지를 절실한 호소력으로 우리 가슴에 전해준다. 화가 로랑생과 시인 아폴리네르가 그랬듯이 '미라보 다리 아래'를 찾아가 더라도 흐르는 강물이 속삭이는 사랑과 이별의 전설을 들을 귀가 없다면 문학을 하기 어렵다.
그림을 통해서 사랑의 자화상을 그린 것처럼 박현경 작가는 음악에서도 사랑을 찾는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콘체르토〉도 사랑의 추억으로 잊혀지지 않는 작품 소재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전설이 작곡의 모티프가 되었기 때문에 박현경 작가도 아름다운 사랑을 전설처럼 그려 나가면서 우수작을 남기고 있다. 그 작품의 예술성은 내 개인적 경험으로는 멘델스존의 연주자들이 바이올린으로 전해주는 그것 보다 훨씬 호소력이 강할 듯하다. 그리고 이런 수필은 그만큼 젊은이다운 순수한 감수성이 따르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3. 생동하는 언어와 기법의 우수성
문학적 연령이 매우 젊다는 것은 여러 창작 조건에서 나타나는 것이며 이를 다음 문장 분석에서 보자.
나른한 졸음을 쫓고 있는 한낮에 풀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금빛 날개를 파르르 떠는 잠자리가 과꽃 위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 고요하던 골목에 매미 소리가 끼어들면서 소란스러워졌다. 소프라노로 목청껏 노래하는 매미가 등줄기로 흐르는 더위를 걷어냈다.
노래하는 매미 탓일까. 40년 전 추억이 떠올랐다. 더위에 지쳐 매미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독서를 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마음을 흔드는 악기 소리가 들려왔다.
〈삶에 밑줄을 긋다가〉
여기서 '풀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라는 후각을 촉각으로 바꾼 표현이다. 냄새는 코로 들어오지만, 발걸음 소리도 없는데 코를 간질였다는 촉각 반응으로 나타내면서 풀냄새의 농도와 느낌을 강조하고 있어서 그만큼 생동감을 지닌 언어 구사가 된다.
'잠자리가 금빛 날개를 파르르 덜고 있다'는 것과 그 이하도 신선한 감각적 표현이다. 날개의 빛깔이 노랑이나 붉은색이 아닌 금빛인 것도 적절한 선택이지만 날개가 수다를 떨고 있다는 것은 더욱 신선한 언어 감각을 들어낸다. 날갯짓에도 소리가 있지만, 수다를 떤다는 표현에서는 잠자리가 전해주는 이야기가 들린다는 뜻이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더라도 그들에게도 참으로 할 말이 많고 사연도 많으리라는 것이 '수다를 떤다'의 의미이기 때문에 잠자리가 우리와 같이 친근감을 전한다.
다음에 매미 소리가 등줄기로 흐르는 더위를 걷어낸다는 것도 화법이 신선하다. 보통은 더위를 걷어 낸다가 아니라 땀을 걷어 낸다이며 온통 제 세상인 양 가창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매미 새끼들의 합창을 말해주는 표현으로도 매력이 있다. 이만큼 수필이 첫머리부터 생동하는 언어로 독자를 끌고 있기에 박 작가는 문학 연령 지수가 젊게 나타난다.
4. 산문의 논리성
앞의 작품은 주로 감각적인 신선도를 입증하는 예로 든 것이며 이와 달리 논리적 사고로 이끌어나가는 수필의 재미는 〈나 자신이라는 줄다리기〉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부부간이나 친구 사이나 사회생활 전반에서 우리가 어떻게 밀고 당기며 공존해나가고 있고 그 기본적 원리 원칙이 무엇인지를 잘 찾아 나간 것은 논리적 사고력이다. 수필은 지성인으로서의 논리적 사고를 가장 짧은 형태로 전개시켜 나가며 깔끔한 결론을 내리는 언어예술이며 이를 매우 잘 나타낸 우수작이다. '나의 밀당은 인간학에 가깝다'라고 한 것처럼 밀고 당기며 함께 살아가는 부부관계가 특히 재미있는 수필 세계를 만들어주고 있다.
나는 한국수필이 '나'에서 '우리'로의 영역 확대로 기능을 격상시켜야 한다고 자주 강조해왔기 때문에 이 문제에 있어서는 박현경의 수필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도 '영혼이 아름다워야 아름다운 선율이 나오지 않을까'라 말하는 것이나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현실에 충실하라'고 한 키티 선생의 말을 잊지 않고 산다는 딸을 사랑하는 이상 얼마쯤은
박현경도 관심 영역이 확대될 수 있을 것 같다.
5. 여백의 미학
다른 작품들을 〈하얀 동백꽃〉과 같은 기법을 더 살리면 좋겠다. 수필은 문학으로서의 정도를 가려면 어려움이 너무 많다. 내게 있는 국어사전에는 '수필은 생각나는 대로 형식 없이 써나가는 산문의 하나'로 되어 있는데 이렇게 쓰는 글은 수필이 아니다.
또 수필은 실제적 경험을 진솔하게 펴나가는 문학이라 하지만 솔직하게 사실대로 쓰려면 지극히 좁은 울타리 안에 갇혀 있지 않는 이상 수필은 쓰기 어렵다. 솔직한 진술은 거짓말 탐지기도 할 일이 없어지는 솔직한 자백이 되며 소재에 따라서는 자신을 망칠 수 있다. 우리는 감춰야 하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사회문제도 함부로 말할 수 없고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의 소재야말로 가족을 망치고 사회적으로 고립을 자초하기 쉽다.
수필은 기본적으로 이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 그 기법이 전통적인 한국화 같은 '여백의 미학'에 있다. 이로써 오히려 예술성을 높인 대표적인 우수작이 〈하얀 동백꽃〉이다. 이 작품은 소설과 비슷하게 하나의 서사적 구조를 지닌 연애 사건이다. 개인적 경험담으로서 보편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가 되는 것이 남녀 간의 사랑인데 가장 비밀이 많을 수밖에 없는 소재도 이것이다.
이 작품은 참으로 비밀이 많다. '진솔하게 자기 경험을 서술하는 문학이 수필이다'라는 원칙을 배반하는 셈이다. 그런데 감춘 것은 형식적 기법일 뿐 실제 내용은 감춘 것이 없다. 다만 감추는 기법에 의해서 더 많은 의미를 강도 높게 함축적으로 전하며 예술성을 높이고 있을 뿐이다.
이 작품의 화자는 '나' 일 수밖에 없지만 '나'는 나타나지 않고 그 대신 '그녀'가 나를 대신하므로 3인칭 서술이 되고 있다. 그런데 그녀가 작가 자신이라면 이것은 지시대명사
로서 그녀가 작가임을 지시한 다음에 쓰여야 하는데 그런 일이 없다. 그러니까 작품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인물이 비밀 속에 숨겨져 있다.
언니도 없는데 우리 집에 왜 왔을까. 그녀는 무엇이 궁금해도 물어볼 줄을 모르는 성격이다. 그 후로도 그는 그녀 집에 종종 놀러 왔다. 그녀가 반겨하지 않아도 자주 들렀다. 이런 것을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녀가 동화백화점 5층 음악감상실(현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친구하고 있을 때면 그는 어떻게 알고 왔는지 그녀가 좋아하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신청하곤 했다.
〈하얀 동백꽃〉
여기서 그와 그녀가 나오는데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이런 모호성은 작품 전체에서 서사적 진술 형태로 나타난다. 그녀를 만나는 남자도 이름이 없다. 그는 그녀를 좋아 하지만 한 번도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 없다. 어머니가 그를 데리고 그녀의 어머니와 그와 셋이서 만나 나누는 대화는 자식들의 결혼문제이겠는데 그만큼 그와 그녀 사이의 관계가 결혼 직전까지 진전된 듯한데도 그들이 만나서 무슨 의논을 했는지 작가는 말하지 않고 있다. 그가 미국 유학으로 떠날 때 여의도 공항까지 나가서 전송하지만 두 사람 간에는 사랑의 대화가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만큼 전체가 앞이 안 보이는 농무 속의 연출이다. 이야기의 진전을 독자가 풀어나가기 위한 키워드 몇 개와 분위기가 있을 뿐이다.
시민관 명동 국립도서관 동화백화점 뉴욕제과점 등 구체적으로 장소가 제시되지만, 사랑을 했는지 싸움을 했는지 작가는 말이 없다. 그 지명들은 실명이어서 그 시대에 연기를 뿜고 달리던 버스나 택시의 냄새도 맡고 그녀에게 그가 사준 생과자도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가지만 그래도 너무 짙은 안개 속이다. 남녀가 만났겠지만 여자 둘이 만났다고 우겨도 할 말이 없고, 사내가 대학생일 듯하지만 실제로는 신원불명이다. 다만 분위기가 있다. 흰 함박눈이 내리고 멘델스존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면 살인사건은 아니다. 공항의 이별과 죽음이 있다고 했으니 로랑생과 시인 아폴리네르의 사랑처럼 비련임은 확실하다.
흰 눈과 그녀가 좋아한다는 음악 등 분위기 제시만으로 끝내기 때문에 독자는 아무런 명시적인 설명도 듣지 못하지만 그만큼 이 작품은 독자가 상상으로 풀어나가며 작품을 완성시킨다. 문학은 작가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 독자와의 합작으로 완성된다는 주장이 성립된다. 이것이 여백의 미학이다.
한지에 그린 수묵화나 담채화나 채색화의 기법이 그렇다. 그림마다 다를 수 있지만, 유화와 달리 여백이 있고 번져나간 반 여백이 있는 것이 다르다.
여백이라도 그것은 색감을 덧칠해야 할 자리가 아니고 백색 하늘도 일곱 가지 무지갯빛을 다 지닌다. 상상으로 그렇게 읽혀진다. 〈하얀 동백꽃〉에서 '그녀'는 정체불명이 아니라 여중생 박현경이 되고 대학 입시준비생이 되고 할머니 수필가 박현경이 된다. 이렇게 읽히는 것은 작품 전체가 실제의 프린트물이 아니라 이를 대신하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6. 구원과 사랑
이를 철학으로 풀어나간 것이 가스통 바슐라르의 이미지의 현상학이다. 그는 이미지에서 상상으로 원형을 찾아 나갈 때의 감동이 곧 아름다움이라 말하고 있다. 예술이 아름다움을 만드는 행위나 그 작품이라는 의미에서 이미지로부터 원형에 도달하는 그것은 문학으로서는 비유법이 된다. 보조관념을 통해서 원형에 도달하는 비유법 중에서 바슐라르가 말하는 그것은 특히 은유법이며 〈하얀 동백꽃〉이 그렇다.
그것은 '그녀'가 박현경이되 이를 감추고 기타 많은 이야기를 상상의 이미지 속에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독자가 그 보조관념을 통해서 '그녀'의 러브스토리를 쫓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독자는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사실을 직접 말해주는 것보다 가슴속의 감동적인 울림이 크기 때문에 예술성이 높아진다. 〈하얀 동백꽃〉은 그런 기법으로 비밀을 유지하며 상상 속에서 풍부한 이야기를 듣게 해준다.
박현경의 작품 소재는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영원히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는 안타까움의 정서가 짙다. 원로작가이기 때문에 살아온 긴 세월만큼 잃은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영원한 상실이며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서정적 호소력이 짙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쉽게 말하고 지나가는 얘깃거리가 아니다. 인간의 근원적 존재로서의 고독을 말하는 소재가 되고 주제가 되기 때문에 철학적 사고가 저변에 깔려 있다.
〈간이역〉은 그런 인간의 실존적 존재 양식을 매우 잘 나타내고 있다. 나이 들수록 종점을 향한 열차의 속도는 빨라진다. 그녀가 머물렀던 간이역(구둔역)에 수많은 전설을 남겨둔 채 특급으로 달리는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은 가엾다. '인간이니까 외롭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은 한 치도 어긋남이 없는 선언적 명제다.
박현경 작가의 수필은 이런 고독의 실상에 맞부딪히며 이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극복해나가고 있다. 잃어버린 모든 것 중 먼저 떠나버린 동반자에 대한 상실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듯한 것도 그것이 사랑의 상실로 인한 통증이기 때문이다. 작자는 이번 작품들과 함께 앞으로 이어 나갈 창작의 방향으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시 분명히 설정해 놓고 있다. 이것이 감각적인 의미의 에로티시즘이나 예수와 석가와 천도교 등에서 추구하는 인간애보다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비극성에 대한 도전이요 극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런 철학적 명제에 우수한 기법을 접목시켜 나가는 박현경의 수필이 앞으로 더 보여 줄 결과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문학평론가 김우종
1. 노년기 문학 연령
문학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전문가는 다른 열 가지 분야에 모두 능해도 하나에만 전념하는 사람이다. 지하철에서 남들에게 떠밀리면서도 작품 구상을 하는 사람이 전문가다. 그런데 문학은 생업이 되기 어렵고 사고력과 감수성이 둔화되면 계속하기 어렵다. 그래서 문인들 대다수가 일찍 폐업하고 이름만 달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보면 수필가 박현경은 매우 특수한 존재다. 80 넘은 연령대의 한국 문단은 거의 비어 있기 때문에 그는 특수하다. 활동하는 현역 문인으로 보면 그렇다. 80 넘어서 수필집을 내고 쉴 틈도 없이 제2 수필집을 내는 사람은 박현경 작가 한 사람뿐일 것이다. 그래서 어딜 가나 최고령 작가로 대접해도 별로 사무착오가 아닐 것이다.
나이 많은 것이 벼슬은 아니다. 다른 또 하나의 특성은 문학 연령의 젊음이다. 작품은 나이만큼 성숙함이 바람직하지만, 이것은 일반론이 되기 어렵다. 나이만큼 성숙하다기 보다는 늙는다고 보는 것이 옳다. 그런데 문학은 늙어서는 안 된다. 80이나 90을 넘어도 갱년기 이전처럼 생기발랄해야 한다. 호적 나이는 팔구십이어도 문학 연령은 한 세대 아래라야 적당하다. 이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한국 문단에서 보면 원로는 시상식 같은 데서 단상용으로 몇 사람만 쓰다가 사라진다. 그러므로 박현경의 활동 양상은 이변이다. 그 연령인데 작품이 유난히 젊고 거의 매일 가동 중인 것 같다.
또 하나 더욱 중요한 특성은 창작의 동기다. 그의 창작 활동의 목적은 일반 상식적 가치관의 수준에서는 이해되지 않는다. 죽음을 무릅쓰고 정상으로 기어오르는 등산가에게 등산 목적을 묻고 '저기 산이 있기 때문에 올라간다'라는 대답만 들었다면 그것은 대답이 아니지만 가장 순수하고 명확한 답이 그것일 수 있다.
박현경에게는 글쓰기로서의 완성 목표가 따로 없다. 종착지를 향한 걸음이 아니라 그냥 계속해서 산을 오를 뿐이다. 다만 가장 걷고 싶은 길이 있을 뿐이다. 버팀목이 되어 온 일생의 동반자가 떠나버린 후의 인간, 이 세상에 그냥 내던져진 고독한 존재로서 인간에게서 그 구원의 길이 사랑임을 절감한 것이 이정표가 된 듯하다. 박현경 작가가 글을 쓰며 가는 길의 이정표에는 '사랑'이라 씌어 있는 것 같다. 물론 글쓰기 소재는 우물가 여인네들 수다처럼 다양해야 더 좋지만, 이 작가가 조용히 혼자 묻고 대답하는 창작행위의 방향은 사랑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주제는 근원적인 고독한 존재로서의 인간 구원을 의미하기 때문에 너무도 순수하고 아름답다. 정확한 판단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그 연령에 그런 동기의 창작행위를 계속해 나가는 예는 이 작가 말고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세 가지 특성을 좀 더 작품 얘기와 함께 부연해 보자.
내가 오르려고 하는 문학의 산은 정상이 아니다. 한걸음, 한걸음 즐기며 오르고 싶다. 우연을 가장한 행운이 따라 주어서 좋은 작품집을 펴내고 싶은 것이 전부다. 이 세상에 왔다 가는 흔적을 글 속에 남기고 싶은 바람이 오늘도 나를 컴퓨터 앞에 앉혀 놓는다.
〈어쩌다 저자〉
이것은 처음으로 등산하려는 사람의 고백이다. 사실로 첫 수필집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박현경 작가는 문인으로서 초년생이다. 영문과 출신이라는데 졸업 후 영문학 연구와 저술 등으로 얼마나 그 연장선에 머물러 있었는지 잘 모른다. 그런데 90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 출발은 남들 보기에 좀 위태롭다. 실제로 박 작가와 같은 연배라면 이미 10여 년 전에 대개 작품 활동을 멈췄다. 그런데 이 작가는 문학 연령으로는 매우 드물게 갱년기 이전이다. 문학적 연령은 객관적 평가가 어렵지만, 창작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억력, 언어 구사의 생동감, 사물에 대한 감수성, 소재의 선택 그리고 상상력과 논리적 사고력 등에서 어느 정도 검증이 가능하다.
2. 소재 선택에 나타난 문학 연령
여러 조건을 굳이 설명하지 않고 다만 '소재 선택' 하나만으로 문학 연령을 보면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어느 장르를 막론하고 작가는 연령층에 따라 소재 선택에 차이가 있다. 정확한 객관성은 아니지만, 소년 소녀들의 관심사와 갱년기 여성들의 수다와 탑골공원에서 남은 인생을 보내는 사내들의 대화 내용은 각각 유형이 다르다. 사랑의 서정시는 부부가 서로 각방 쓰며 무관심해지는 노년에는 거의 쓰지 않으며 쓰지 않는 것이 명예 유지에 해롭지 않다.
며칠 전 나의 소녀 감각이 딸을 보챈 것은 아닐까. 친구가 보낸 인천 영흥도 바다 사진을 보고 사춘기 소녀처럼 당장 바다에 가고 싶었다. 모래사장을 어루만지며 조용히 출렁이는 바다 풍경은 나를 유혹했다. 모래톱에 닿아 장난치다 도망가듯 사라지는 파도가 내 마음을 바다로 끌고 가는 느낌이었다. 당장 철썩이는 파도가 보고 싶었다. 친구에게, 딸들에게 바다에 가지 않겠느냐고 졸랐다. 코로나가 만연한 시기에 "너 참 용감하구나"라는 면박을
받기도 했다.
구십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보고 싶은 것이 많아 숨이 가쁘다. 살같이 지나가는 세월을 아쉬워하는 엄마 마음을 딸에게 들킨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다. 여행에 허기진 나는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딸의 마음을 받기로 했다.
남편이 인생의 소풍을 끝낸 지 삼 년이 지났다. 그가 떠난 후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여행 앓이를 한다. 85년을 살아온 지금, 나의 버킷리스트 첫 번째는 여행이다.
〈삶의 허기를 달래는 순간들〉
이 작품은 작가 자신의 고백으로 실제적 연령과 함께 자신의 관심사를 나타낸 것이겠지만 '사춘기 소녀처럼 당장 바다에 가고 싶었다'라고 하니 이 작가는 감성지수로 보건대 소녀 수필가다. 실제로 그 나이의 소녀는 아니지만 '보고 싶은 것이 많아 숨이 가쁘다'는 것은 작품 전반에서 감지되는 이 작가의 청춘 냄새다. 소녀처럼 들뜨고 '나의 버킷 리스트 첫 번째가 여행'이라고 한 것은 그만큼 젊음의 감수성이 싱싱하게 살아 있다는 뜻이다.
딸이 바다로 가자고 제의한 것은 이 글을 쓰는 시간에 손자가 내게 어떤 호텔 숙박을 제의한 경우와 비슷하다. 그런데 박 작가는 나와는 나이 차이도 있지만, 이 무더위에 손자가 좋은 호텔로 모시겠다는데도 고맙다는 대답 한마디 해 준 것 말고 들뜨는 감동이 없었던 것은 너무 큰 차이다.
소녀처럼 들떴다는 것은 시원하고 달콤한 물이 터져 나올 같은 복숭아와 이미 국물이 말라버린 복숭아의 차이다. 그런데 이 작가의 이런 젊음은 공짜가 아니다. 작가는 창작에서 매우 소중한 어휘 동원력을 걱정하고 감수성 문제도 걱정한다.
나이가 들어 적절한 어휘가 막힐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언어를 선택 한다. … (생략) … 순수한 마음으로 나는 글을 쓰며 세월을 낚고 있다. … (생략) … 시간이 지날수록 내 책꽂이와 책상, 식탁 위에는 손만 뻗으면 잡히는 책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
〈어쩌다 저자〉
작가는 이렇게 글 속에서 주근깨나 검버섯 같은 언어는 빼 버리고 싱싱한 젊은이의 용어로 바꾼다. 피부과 병원에 다녀와서 얼굴이 젊어지는 기법 같다. 손만 뻗으면 어디서나 책이 닿는다는 것도 그렇다. 새로운 지식과 용어와 함께 변해가는 세상과 만나고 생각이 앞서간다. 감수성도 노화방지 기능이 계속 작동 중이다. 이것으로 보면 이 작가의 젊은 문학 연령은 매우 힘든 노력의 대가다.
이 작가가 내게 준 작품들은 분명히 추억의 소재들이 많다. 수필은 대개 자신의 직접적 경험담을 소재로 하는 경향이므로 노년기의 수필은 과거지향적인 추억담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 원로작가들은 세월에 대한 애수는 있는데 푸념으로 그치기 쉽다. 이야기 속에 촉촉한 물기가 적고 향기도 적다. 이와 달리 박현경의 수필은 소재가 달라지며 사랑의 향기와 함께 이를 품은 시와 음악과 그림이 있어서 소재 자체로서 문학 연령이 갱년기 이전이다.
그림을 감상하는 동안 내 가슴 한편에 진한 울림이 있었다. 마리는 인생길에서 얻은 고통을 내면에서 꽃피우는 성숙한 여인으로 나이 들어갔다. 억센 표정이 우아한 선의 여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전시장을 나오면서 나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혼자 그려 보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을 아는 글쟁이로 살았다는 기억으로 남고 싶다. 마리 로랑생 같은 품위 있는 작품을 쓰는 꿈을 꾸어본다. 그림 재능은 없지만 오랜 세월 숙성된 사랑의 글을 한편 남길 수 있을까. 나는 붉은색으로 삶을 덧입히며 사랑으로 살고 싶다.
〈나이 듦의 힘〉
이것은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의 그림 전시장을 나오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장면이다. 작가는 로랑생이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와의 사랑과 이별을 통해서 작품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갔는지를 말하며 자신이 그려 나가고 싶은 자화상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그녀처럼 슬픔까지 실화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겠지만 로랑생이 고통을 통해서 더 성숙해지고 아름다워졌듯이 자신의 자화상도 그렇게 '나는 붉은색으로 삶을 덧입히며 사랑으로 살고 싶다'라 말한 것으로 본다.
이 작가의 사고 연령이 얼마나 젊고 수필 속에서 사랑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짐작하게 된다. 로랑생의 자화상이라 할 수도 있는 그림 속 여인들의 입술이 유난히 붉은것이 사랑 때문이라 한다면 박현경의 수필은 붉은색이다.
각 작품의 연대는 분명하지 않지만 약 4년 전 수필집 《나는 사랑나무입니다》 이후는 80대 노년기 작품에 해당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의도하는 수필 세계도 여전히 사랑이다. 물론 그 사랑은 로랑생의 그것과는 좀 다르게 평생 '소풍'의 동반자이면서 연인 같았던 사람과의 만남을 말하는 것 같다.
이런 사랑의 소재는 박현경 작가에게 사랑이 무엇인지를 절실한 호소력으로 우리 가슴에 전해준다. 화가 로랑생과 시인 아폴리네르가 그랬듯이 '미라보 다리 아래'를 찾아가 더라도 흐르는 강물이 속삭이는 사랑과 이별의 전설을 들을 귀가 없다면 문학을 하기 어렵다.
그림을 통해서 사랑의 자화상을 그린 것처럼 박현경 작가는 음악에서도 사랑을 찾는다.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콘체르토〉도 사랑의 추억으로 잊혀지지 않는 작품 소재다. 이루지 못한 사랑의 전설이 작곡의 모티프가 되었기 때문에 박현경 작가도 아름다운 사랑을 전설처럼 그려 나가면서 우수작을 남기고 있다. 그 작품의 예술성은 내 개인적 경험으로는 멘델스존의 연주자들이 바이올린으로 전해주는 그것 보다 훨씬 호소력이 강할 듯하다. 그리고 이런 수필은 그만큼 젊은이다운 순수한 감수성이 따르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다.
3. 생동하는 언어와 기법의 우수성
문학적 연령이 매우 젊다는 것은 여러 창작 조건에서 나타나는 것이며 이를 다음 문장 분석에서 보자.
나른한 졸음을 쫓고 있는 한낮에 풀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금빛 날개를 파르르 떠는 잠자리가 과꽃 위에 앉아 수다를 떨고 있다. 고요하던 골목에 매미 소리가 끼어들면서 소란스러워졌다. 소프라노로 목청껏 노래하는 매미가 등줄기로 흐르는 더위를 걷어냈다.
노래하는 매미 탓일까. 40년 전 추억이 떠올랐다. 더위에 지쳐 매미 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독서를 하고 있었다. 어디선가 마음을 흔드는 악기 소리가 들려왔다.
〈삶에 밑줄을 긋다가〉
여기서 '풀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라는 후각을 촉각으로 바꾼 표현이다. 냄새는 코로 들어오지만, 발걸음 소리도 없는데 코를 간질였다는 촉각 반응으로 나타내면서 풀냄새의 농도와 느낌을 강조하고 있어서 그만큼 생동감을 지닌 언어 구사가 된다.
'잠자리가 금빛 날개를 파르르 덜고 있다'는 것과 그 이하도 신선한 감각적 표현이다. 날개의 빛깔이 노랑이나 붉은색이 아닌 금빛인 것도 적절한 선택이지만 날개가 수다를 떨고 있다는 것은 더욱 신선한 언어 감각을 들어낸다. 날갯짓에도 소리가 있지만, 수다를 떤다는 표현에서는 잠자리가 전해주는 이야기가 들린다는 뜻이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 수 없더라도 그들에게도 참으로 할 말이 많고 사연도 많으리라는 것이 '수다를 떤다'의 의미이기 때문에 잠자리가 우리와 같이 친근감을 전한다.
다음에 매미 소리가 등줄기로 흐르는 더위를 걷어낸다는 것도 화법이 신선하다. 보통은 더위를 걷어 낸다가 아니라 땀을 걷어 낸다이며 온통 제 세상인 양 가창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매미 새끼들의 합창을 말해주는 표현으로도 매력이 있다. 이만큼 수필이 첫머리부터 생동하는 언어로 독자를 끌고 있기에 박 작가는 문학 연령 지수가 젊게 나타난다.
4. 산문의 논리성
앞의 작품은 주로 감각적인 신선도를 입증하는 예로 든 것이며 이와 달리 논리적 사고로 이끌어나가는 수필의 재미는 〈나 자신이라는 줄다리기〉가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부부간이나 친구 사이나 사회생활 전반에서 우리가 어떻게 밀고 당기며 공존해나가고 있고 그 기본적 원리 원칙이 무엇인지를 잘 찾아 나간 것은 논리적 사고력이다. 수필은 지성인으로서의 논리적 사고를 가장 짧은 형태로 전개시켜 나가며 깔끔한 결론을 내리는 언어예술이며 이를 매우 잘 나타낸 우수작이다. '나의 밀당은 인간학에 가깝다'라고 한 것처럼 밀고 당기며 함께 살아가는 부부관계가 특히 재미있는 수필 세계를 만들어주고 있다.
나는 한국수필이 '나'에서 '우리'로의 영역 확대로 기능을 격상시켜야 한다고 자주 강조해왔기 때문에 이 문제에 있어서는 박현경의 수필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도 '영혼이 아름다워야 아름다운 선율이 나오지 않을까'라 말하는 것이나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현실에 충실하라'고 한 키티 선생의 말을 잊지 않고 산다는 딸을 사랑하는 이상 얼마쯤은
박현경도 관심 영역이 확대될 수 있을 것 같다.
5. 여백의 미학
다른 작품들을 〈하얀 동백꽃〉과 같은 기법을 더 살리면 좋겠다. 수필은 문학으로서의 정도를 가려면 어려움이 너무 많다. 내게 있는 국어사전에는 '수필은 생각나는 대로 형식 없이 써나가는 산문의 하나'로 되어 있는데 이렇게 쓰는 글은 수필이 아니다.
또 수필은 실제적 경험을 진솔하게 펴나가는 문학이라 하지만 솔직하게 사실대로 쓰려면 지극히 좁은 울타리 안에 갇혀 있지 않는 이상 수필은 쓰기 어렵다. 솔직한 진술은 거짓말 탐지기도 할 일이 없어지는 솔직한 자백이 되며 소재에 따라서는 자신을 망칠 수 있다. 우리는 감춰야 하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사회문제도 함부로 말할 수 없고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의 소재야말로 가족을 망치고 사회적으로 고립을 자초하기 쉽다.
수필은 기본적으로 이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 그 기법이 전통적인 한국화 같은 '여백의 미학'에 있다. 이로써 오히려 예술성을 높인 대표적인 우수작이 〈하얀 동백꽃〉이다. 이 작품은 소설과 비슷하게 하나의 서사적 구조를 지닌 연애 사건이다. 개인적 경험담으로서 보편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가 되는 것이 남녀 간의 사랑인데 가장 비밀이 많을 수밖에 없는 소재도 이것이다.
이 작품은 참으로 비밀이 많다. '진솔하게 자기 경험을 서술하는 문학이 수필이다'라는 원칙을 배반하는 셈이다. 그런데 감춘 것은 형식적 기법일 뿐 실제 내용은 감춘 것이 없다. 다만 감추는 기법에 의해서 더 많은 의미를 강도 높게 함축적으로 전하며 예술성을 높이고 있을 뿐이다.
이 작품의 화자는 '나' 일 수밖에 없지만 '나'는 나타나지 않고 그 대신 '그녀'가 나를 대신하므로 3인칭 서술이 되고 있다. 그런데 그녀가 작가 자신이라면 이것은 지시대명사
로서 그녀가 작가임을 지시한 다음에 쓰여야 하는데 그런 일이 없다. 그러니까 작품에서 중심을 차지하는 인물이 비밀 속에 숨겨져 있다.
언니도 없는데 우리 집에 왜 왔을까. 그녀는 무엇이 궁금해도 물어볼 줄을 모르는 성격이다. 그 후로도 그는 그녀 집에 종종 놀러 왔다. 그녀가 반겨하지 않아도 자주 들렀다. 이런 것을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녀가 동화백화점 5층 음악감상실(현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친구하고 있을 때면 그는 어떻게 알고 왔는지 그녀가 좋아하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콘체르토"를 신청하곤 했다.
〈하얀 동백꽃〉
여기서 그와 그녀가 나오는데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이런 모호성은 작품 전체에서 서사적 진술 형태로 나타난다. 그녀를 만나는 남자도 이름이 없다. 그는 그녀를 좋아 하지만 한 번도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이 없다. 어머니가 그를 데리고 그녀의 어머니와 그와 셋이서 만나 나누는 대화는 자식들의 결혼문제이겠는데 그만큼 그와 그녀 사이의 관계가 결혼 직전까지 진전된 듯한데도 그들이 만나서 무슨 의논을 했는지 작가는 말하지 않고 있다. 그가 미국 유학으로 떠날 때 여의도 공항까지 나가서 전송하지만 두 사람 간에는 사랑의 대화가 한 번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만큼 전체가 앞이 안 보이는 농무 속의 연출이다. 이야기의 진전을 독자가 풀어나가기 위한 키워드 몇 개와 분위기가 있을 뿐이다.
시민관 명동 국립도서관 동화백화점 뉴욕제과점 등 구체적으로 장소가 제시되지만, 사랑을 했는지 싸움을 했는지 작가는 말이 없다. 그 지명들은 실명이어서 그 시대에 연기를 뿜고 달리던 버스나 택시의 냄새도 맡고 그녀에게 그가 사준 생과자도 어떤 것인지 짐작이 가지만 그래도 너무 짙은 안개 속이다. 남녀가 만났겠지만 여자 둘이 만났다고 우겨도 할 말이 없고, 사내가 대학생일 듯하지만 실제로는 신원불명이다. 다만 분위기가 있다. 흰 함박눈이 내리고 멘델스존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면 살인사건은 아니다. 공항의 이별과 죽음이 있다고 했으니 로랑생과 시인 아폴리네르의 사랑처럼 비련임은 확실하다.
흰 눈과 그녀가 좋아한다는 음악 등 분위기 제시만으로 끝내기 때문에 독자는 아무런 명시적인 설명도 듣지 못하지만 그만큼 이 작품은 독자가 상상으로 풀어나가며 작품을 완성시킨다. 문학은 작가 혼자만의 작품이 아니라 독자와의 합작으로 완성된다는 주장이 성립된다. 이것이 여백의 미학이다.
한지에 그린 수묵화나 담채화나 채색화의 기법이 그렇다. 그림마다 다를 수 있지만, 유화와 달리 여백이 있고 번져나간 반 여백이 있는 것이 다르다.
여백이라도 그것은 색감을 덧칠해야 할 자리가 아니고 백색 하늘도 일곱 가지 무지갯빛을 다 지닌다. 상상으로 그렇게 읽혀진다. 〈하얀 동백꽃〉에서 '그녀'는 정체불명이 아니라 여중생 박현경이 되고 대학 입시준비생이 되고 할머니 수필가 박현경이 된다. 이렇게 읽히는 것은 작품 전체가 실제의 프린트물이 아니라 이를 대신하는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6. 구원과 사랑
이를 철학으로 풀어나간 것이 가스통 바슐라르의 이미지의 현상학이다. 그는 이미지에서 상상으로 원형을 찾아 나갈 때의 감동이 곧 아름다움이라 말하고 있다. 예술이 아름다움을 만드는 행위나 그 작품이라는 의미에서 이미지로부터 원형에 도달하는 그것은 문학으로서는 비유법이 된다. 보조관념을 통해서 원형에 도달하는 비유법 중에서 바슐라르가 말하는 그것은 특히 은유법이며 〈하얀 동백꽃〉이 그렇다.
그것은 '그녀'가 박현경이되 이를 감추고 기타 많은 이야기를 상상의 이미지 속에 함축하고 있다. 그리고 독자가 그 보조관념을 통해서 '그녀'의 러브스토리를 쫓게 되어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독자는 감동을 경험하게 된다. 이것은 사실을 직접 말해주는 것보다 가슴속의 감동적인 울림이 크기 때문에 예술성이 높아진다. 〈하얀 동백꽃〉은 그런 기법으로 비밀을 유지하며 상상 속에서 풍부한 이야기를 듣게 해준다.
박현경의 작품 소재는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영원히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는 안타까움의 정서가 짙다. 원로작가이기 때문에 살아온 긴 세월만큼 잃은 것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것은 영원한 상실이며 죽음으로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서정적 호소력이 짙을 수밖에 없다. 이것은 쉽게 말하고 지나가는 얘깃거리가 아니다. 인간의 근원적 존재로서의 고독을 말하는 소재가 되고 주제가 되기 때문에 철학적 사고가 저변에 깔려 있다.
〈간이역〉은 그런 인간의 실존적 존재 양식을 매우 잘 나타내고 있다. 나이 들수록 종점을 향한 열차의 속도는 빨라진다. 그녀가 머물렀던 간이역(구둔역)에 수많은 전설을 남겨둔 채 특급으로 달리는 열차에 몸을 실은 사람은 가엾다. '인간이니까 외롭다'라는 어느 시인의 말은 한 치도 어긋남이 없는 선언적 명제다.
박현경 작가의 수필은 이런 고독의 실상에 맞부딪히며 이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극복해나가고 있다. 잃어버린 모든 것 중 먼저 떠나버린 동반자에 대한 상실감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듯한 것도 그것이 사랑의 상실로 인한 통증이기 때문이다. 작자는 이번 작품들과 함께 앞으로 이어 나갈 창작의 방향으로 사랑이라는 주제를 다시 분명히 설정해 놓고 있다. 이것이 감각적인 의미의 에로티시즘이나 예수와 석가와 천도교 등에서 추구하는 인간애보다는 인간 존재의 근원적 비극성에 대한 도전이요 극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런 철학적 명제에 우수한 기법을 접목시켜 나가는 박현경의 수필이 앞으로 더 보여 줄 결과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목차
목차
작가의 말 │ 생의 바닥에서 날아오르는 새처럼ㆍ4
근원적 고독과 사랑의 수필미학 - 김우종(문학평론가)ㆍ227
Ⅰ│ 덜 취하고 덜 쓸쓸하게
하얀 동백꽃 ㆍ 13
음악이 건네는 말 ㆍ 18
몽돌 위에 그려진 시간 ㆍ 23
가을 발자국 ㆍ 27
딱딱한 시간과 살고 있는 지금 ㆍ 31
필사적 시점 ㆍ 36
어쩌다 저자 ㆍ 38
코로나와 술지게미 ㆍ 43
나의 마음 방 ㆍ 46
삭정이들의 행진 ㆍ 50
일상의 미덕 ㆍ 53
너무 아쉬워 마 ㆍ 56
낭만의 계절 ㆍ 60
Ⅱ│ 모른 척했던 나 자신이라는 풍경
나이 듦의 힘 ㆍ 67
나 자신이라는 줄다리기 ㆍ 72
아직도 꿈꾸는 어른이 ㆍ 78
꼰대와 샤방샤방 ㆍ 82
쑥부쟁이 연가 ㆍ 86
삶의 허기를 달래는 순간들 ㆍ 90
꽃이 위로가 되고 ㆍ 95
혼자 지내는 기분 ㆍ 99
내가 좋아하는 것들 ㆍ 102
너 자신을 알라 ㆍ 106
박현경 여사님께 ㆍ 110
다리가 긴 신사와 함께한 시간들 ㆍ 112
Ⅲ│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버팀목 ㆍ 117
간이역 ㆍ 122
하얀 거짓말 ㆍ 127
뭐 재미있는 얘기 있나요 ㆍ 133
지문처럼 의미가 묻어나는 구불길 ㆍ 138
거리의 악사 ㆍ 143
자두 사장 복숭아 할머니 ㆍ 147
가을 속에 도착하다 ㆍ 151
울퉁불퉁한 변증법 ㆍ 156
동백꽃과 쌍가락지 ㆍ 159
유쾌한 택시기사 ㆍ 163
겨울나무 ㆍ 167
사과의 진짜 문제 ㆍ 171
"나는 사랑나무입니다" 수필집을 읽고 ㆍ 177
Ⅳ│ 어쩔 수 없는 것들은 어쩔 수 없는대로
삶에 밑줄을 긋다가 ㆍ 181
까치발 ㆍ 186
눈물의 농담 ㆍ 190
더딘 사랑 ㆍ 194
흙 ㆍ 197
매화 한 잎 ㆍ 202
내 마음속 사랑마을 ㆍ 204
수국 ㆍ 209
홍시 ㆍ 213
바닷가에서 ㆍ 216
여행길, 멜랑콜리 ㆍ 218
대구문학관에 두고 온 시간 ㆍ 223
근원적 고독과 사랑의 수필미학 - 김우종(문학평론가)ㆍ227
Ⅰ│ 덜 취하고 덜 쓸쓸하게
하얀 동백꽃 ㆍ 13
음악이 건네는 말 ㆍ 18
몽돌 위에 그려진 시간 ㆍ 23
가을 발자국 ㆍ 27
딱딱한 시간과 살고 있는 지금 ㆍ 31
필사적 시점 ㆍ 36
어쩌다 저자 ㆍ 38
코로나와 술지게미 ㆍ 43
나의 마음 방 ㆍ 46
삭정이들의 행진 ㆍ 50
일상의 미덕 ㆍ 53
너무 아쉬워 마 ㆍ 56
낭만의 계절 ㆍ 60
Ⅱ│ 모른 척했던 나 자신이라는 풍경
나이 듦의 힘 ㆍ 67
나 자신이라는 줄다리기 ㆍ 72
아직도 꿈꾸는 어른이 ㆍ 78
꼰대와 샤방샤방 ㆍ 82
쑥부쟁이 연가 ㆍ 86
삶의 허기를 달래는 순간들 ㆍ 90
꽃이 위로가 되고 ㆍ 95
혼자 지내는 기분 ㆍ 99
내가 좋아하는 것들 ㆍ 102
너 자신을 알라 ㆍ 106
박현경 여사님께 ㆍ 110
다리가 긴 신사와 함께한 시간들 ㆍ 112
Ⅲ│ 우리를 기쁘게 하는 것들
버팀목 ㆍ 117
간이역 ㆍ 122
하얀 거짓말 ㆍ 127
뭐 재미있는 얘기 있나요 ㆍ 133
지문처럼 의미가 묻어나는 구불길 ㆍ 138
거리의 악사 ㆍ 143
자두 사장 복숭아 할머니 ㆍ 147
가을 속에 도착하다 ㆍ 151
울퉁불퉁한 변증법 ㆍ 156
동백꽃과 쌍가락지 ㆍ 159
유쾌한 택시기사 ㆍ 163
겨울나무 ㆍ 167
사과의 진짜 문제 ㆍ 171
"나는 사랑나무입니다" 수필집을 읽고 ㆍ 177
Ⅳ│ 어쩔 수 없는 것들은 어쩔 수 없는대로
삶에 밑줄을 긋다가 ㆍ 181
까치발 ㆍ 186
눈물의 농담 ㆍ 190
더딘 사랑 ㆍ 194
흙 ㆍ 197
매화 한 잎 ㆍ 202
내 마음속 사랑마을 ㆍ 204
수국 ㆍ 209
홍시 ㆍ 213
바닷가에서 ㆍ 216
여행길, 멜랑콜리 ㆍ 218
대구문학관에 두고 온 시간 ㆍ 223
저자
저자
박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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