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
21편의 영화와 스무 개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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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한과 갈망, 실토와 누설 그리고 거부와 사랑의 기억을 담은,
영화를 통해 삶을 말하는 ‘영화’ 이야기가 아닌
삶을 통해 영화를 말하는 평범하면서도 이상한 영화 ‘이야기’
어떤 ‘영화’는 그 영화로부터 불려 나온 오래된 ‘기억’과 함께 정지 화면처럼 마음 깊이 저장된다. 시인이자 기획편집자며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명연 작가의 첫 에세이 『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에는 그렇게 저장된 21편의 영화와 스무 개의 기억이 담겨 있다. 지극히 사적인 느낌의 기록과 함께. 그래서 이 책 속 글들은 영화를 통해 삶을 말하는 ‘영화’ 이야기가 아닌 삶을 통해 영화를 말하는 평범하면서도 이상한 영화 ‘이야기’가 된다. 그것이 회한이든 갈망이든, 실토든 누설이든, 아니면 거부든 사랑이든.
영화를 통해 삶을 말하는 ‘영화’ 이야기가 아닌
삶을 통해 영화를 말하는 평범하면서도 이상한 영화 ‘이야기’
어떤 ‘영화’는 그 영화로부터 불려 나온 오래된 ‘기억’과 함께 정지 화면처럼 마음 깊이 저장된다. 시인이자 기획편집자며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명연 작가의 첫 에세이 『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에는 그렇게 저장된 21편의 영화와 스무 개의 기억이 담겨 있다. 지극히 사적인 느낌의 기록과 함께. 그래서 이 책 속 글들은 영화를 통해 삶을 말하는 ‘영화’ 이야기가 아닌 삶을 통해 영화를 말하는 평범하면서도 이상한 영화 ‘이야기’가 된다. 그것이 회한이든 갈망이든, 실토든 누설이든, 아니면 거부든 사랑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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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희생〉에서 〈어나더 라운드〉까지
영화로부터 길어 올린 오래된 기억과 지극히 사적인 느낌의 기록
영화를 본다는 건 무엇일까? 그럼 시를 쓴다는 건? 그리고 삶을 살아간다는 건? 시를 피해 도망친 곳에서 만난 영화 속에는 작가가 살아오며 그토록 기억하고자 했던, 하지만 잊은 줄로만 알았던 기억과 느낌들이 오롯이 남아있다. 어사무사하게 떠오르는 기억들은, 어쩌면 찰나의 순간이었던 한때는 그렇게 한 편의 영화와 만나 영원으로 기록되고, 삶과 세계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느낌들은 한 편의 영화를 매개로 모두에게 투영된다. 『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은 그렇게 '영화'와 '시'로 쓸 수 있는 가장 사적인 산문을 완성한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우리는 작가가 꼭꼭 숨겨두었던 마음 깊은 곳에 가 닿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왕가위와 스티븐 스필버그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피터 잭슨과 로베르트 베니니와 이마무라 쇼헤이와 크리스퍼 놀란과 쥬세페 토르나토레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와 로버트 알트만과 허진호와 장준환과 박찬욱이 그린 삶과 인간과 세계를 만난다. 우리는 그렇게 작가와 함께, 그가 사랑했던 장면들과 함께, 우리가 종종 그리워하는 장국영과 로빈 윌리엄스와 함께, 그리고 보르헤스와 레이먼드 카버와 이성복과 기형도와 함께 오래된 기억을 더듬고, 지나간 한때의 느낌을 떠올린다. 우리는 그렇게 〈동사서독〉의 백타산 자락 호숫가를 산책하고,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의 끝나지 않을 듯한 길을 눈으로 좇으며, 〈지옥의 묵시록〉 속 정글 칼에 떨어지는 물소의 목에 다시 한번 마음을 두들겨 맞고, 〈희생〉의 알렉산더처럼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욕실로 가서 물을 한 잔 받은 후 변기 속에 붓는 일"을 하는 마음으로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어느 한 시절이 지나가 버렸다는 것, 빛나는, 아니 빛났어야 할 시간이 가버리고 말았다는 것,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뼈아픈 사실이 한꺼번에 들이닥쳐 울었다는 것, 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 팬을 잃은 피터가 되었다는 것, 하지만 영화 속 피터처럼 팬을 다시 찾을 수는 없다는 것, 그 너무도 자연스러운 사실 때문이었다는 걸 그날 그 시간의 잘 알지도 못한 채 울던 맘인 양, 이제는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까. _「나는 엉엉 울었고, 너는 가만히 나를」 중에서
『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은 익숙한 장면에서 낯선 기억을 길어 올린다. 그것은 작가만의 기억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의 기억일 수도 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 기억들은 어느새 영화의 한 장면과 함께 각인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렇게 〈후크〉의 한 장면은 빛나는 시절이 영영 가버렸다는 뼈아픈 사실을, 〈나라야마 부시코〉의 눈(眼 / 雪)은 사랑했던 할머니의 죽음을, 〈봄날은 간다〉는 지나가 버린 첫사랑을, 〈데몰리션〉은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은사가 울음과 함께 견뎠을 시간을 떠올리게 하고, 〈지구를 지켜라〉와 〈복수는 나의 것〉은 분명 오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내게 강 같은 평화'를 읊조리는 한 사람을 만나게 한다.
삶은 기본적으로 중독이다. 습관부터 윤리까지, 모든 것은 좋든 싫든, 중독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꽤 오래전인데, 배운 지는 좀 더 오래다. 프로이트의 '반복강박', 죽음으로 향하지만 삶을 견디게 하는 존재의 몸부림을 읽었을 때, 그리고 〈어딕션〉을 봤을 때다. _「중독에 중독된 삶, 뭐, 그렇다는」 중에서
책 속 스무 편의 글에 붙잡힌 21편의 영화는 도무지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기억과 느낌을 만나 사뭇 다른 영화가 된다. 그리고 조금 어둡고 조금 슬프고 조금 밝고 조금 즐거운 기억과 느낌은 영화와 만나 평범한 기억과 느낌을 이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때, 시와 공부를 피해 하루에 네댓 편씩 영화를 몰아보기도 한 작가의 오래된 기억과 지극히 사적인 느낌은 공감과 울림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것이 어둠이든, 슬픔이든, 밝음이든, 즐거움이든, 모든 것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니기도 한 어떤 기억, 어떤 느낌은 그렇게 독자의 것이 된다. 오래돼 흉터가 된 상처를 다시 벌리기도, 이제는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회한과 갈망이 느닷없이 떠올라 마음을 휘젓기도, 농담 같은 삶의 한 장면에 잠시 읽기를 멈춘 채 슬며시 웃기도 하며 말이다.
21편의 영화에 각인된 스무 개의 장면들로 완성한
기억과 느낌의 공동체
어둠이 내려오기 시작한 길을 우리는, 최대한 천천히 내려갔다, 처음엔. 그러나 곧, 속도가 주는 묘한 흥분이 어둠이 주는 두려움과 섞여 브레이크 잡은 손을 천천히 풀게 했다. 그럴수록 바퀴는 빠르게 회전했다. 자전거는 멈추지 않았고, 종종 위험스레 멈췄다. 어둠이 완전히 내린 한계리에서 돌아본 한계령은 그저 어둠이었다. 그 속에 웅크리고 있는, 삶과 죽음이 각각의 갈래가 되어 끝없이 갈라지는 길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_「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 중에서
작가가 길어 올린 스무 개의 이야기에는 작가가 거쳐온 삶의 표정들이, 21편의 영화에 각인된 스무 개의 장면들이 붙잡혀 있다. 그 장면들을 보다 보면, 그와 함께했던 신산한 삶의 편편들을 보듬고 토닥이다 보면 독자들 역시 결코 닿을 수 없을 것 같던 기억에 이르게 되고, 어느새 작가의 기억과 느낌을 공유하게 된다. 책 속 21편의 영화는 그렇게 어둠 속에 갇혀 있던 자신만의 기억과 느낌을 스크린에 비친 영상처럼 선명하게 떠오르게 한다.
논 한가운데 있어 '논 가운데 집'이라 불리던, 여름이면 대문과 마당 사이 바람길에 둔 평상에서 낮꿈을 꾸던, 뒷간 옆 오돌개(오디)나무와 장독대 옆 앵두나무와 잿간 옆 개복숭아나무와 뒷마당 잣나무가 계절을 맡아 입맛을 더해주던, 가끔 구렁이 한 마리가 느릿느릿 지나가며 제집이기도 하다고 눙치던, 누우면 곧 코를 고시면서도 손자 등 긁어주길 잊지 않으셨던 할머니의 선하고 순하고 거친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 있던, 빈집으로도 십수 년을 간 것은 보내고 남은 것은 품으며 식구를 기다리던 그 집. _「그 이야기 2 - 토토를 부러워함」 중에서
기억은 어사무사하고, 어느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때의 눈물과 그때의 느낌은 뭉뚱그려져 모든 것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니기도 한 마음만은 오래 남는다. 그렇게 저자는 영화에 슬며시 기대 어렴풋한 기억과 명징하게 떠오르는 마음의 윤곽을 더듬어 독자들에게 전한다. 어떤 이야기는 따뜻한 한때를 떠올리게 하고, 어떤 이야기는 꺽꺽거리는 울음으로 다가온다.
누구는 노래하고, 누구는 울고, 누구는 다른 누구와 속삭이고, 누구는 다른 누구를 향해 고함치고, 누구는 제 앞에 놓인 것들을 전혀 조심스럽지 않게 치우고는 엎드려 자고, 그러는 와중에도 누구는 술과 안주를 일사불란하게 분배하는 사이, 그 하루의 술판은 끝을 준비한다. _161쪽 「오로지 술, 죽음은 말고」 중에서
대문과 마당 사이 바람길에 둔 평상에서 낮꿈을 꾸던 어린 한때를 불러온 〈시네마 천국〉, 마음에 두었던 후배와 추암 해변에서 맞닥뜨린 일출로 그린 피터 잭슨의 〈킹콩〉, 조각조각 이어 붙여 처음과 끝을 말하는 것이 무의미한 퀼트 같은 이상한 소설이 된 〈숏컷〉,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기며 묘한 흥분과 두려움으로 넘은 한계령의 구불구불한 길 위에 올린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점퍼에 기운 자리가 가려진 해진 셔츠에 가만히 얹은 손으로 쓴 〈리빙 라스베가스〉, 창의적이고 용감하게 술 연대기를 쓸 수 있게 한 〈어나더 라운드〉까지. 작가의 내밀한 기억이 독자들에게 즐거운 공감, 나직한 울림으로 다가가길 바라며 펴낸 꽃피는책의 두 번째 '기억' 에세이 『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은 독자를 '기억과 느낌의 공동체'로 초대하는 책이다. 영화를 통해, 아니 영화에 기대.
영화로부터 길어 올린 오래된 기억과 지극히 사적인 느낌의 기록
영화를 본다는 건 무엇일까? 그럼 시를 쓴다는 건? 그리고 삶을 살아간다는 건? 시를 피해 도망친 곳에서 만난 영화 속에는 작가가 살아오며 그토록 기억하고자 했던, 하지만 잊은 줄로만 알았던 기억과 느낌들이 오롯이 남아있다. 어사무사하게 떠오르는 기억들은, 어쩌면 찰나의 순간이었던 한때는 그렇게 한 편의 영화와 만나 영원으로 기록되고, 삶과 세계에 대한 지극히 사적인 느낌들은 한 편의 영화를 매개로 모두에게 투영된다. 『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은 그렇게 '영화'와 '시'로 쓸 수 있는 가장 사적인 산문을 완성한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우리는 작가가 꼭꼭 숨겨두었던 마음 깊은 곳에 가 닿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왕가위와 스티븐 스필버그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와 피터 잭슨과 로베르트 베니니와 이마무라 쇼헤이와 크리스퍼 놀란과 쥬세페 토르나토레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와 로버트 알트만과 허진호와 장준환과 박찬욱이 그린 삶과 인간과 세계를 만난다. 우리는 그렇게 작가와 함께, 그가 사랑했던 장면들과 함께, 우리가 종종 그리워하는 장국영과 로빈 윌리엄스와 함께, 그리고 보르헤스와 레이먼드 카버와 이성복과 기형도와 함께 오래된 기억을 더듬고, 지나간 한때의 느낌을 떠올린다. 우리는 그렇게 〈동사서독〉의 백타산 자락 호숫가를 산책하고,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의 끝나지 않을 듯한 길을 눈으로 좇으며, 〈지옥의 묵시록〉 속 정글 칼에 떨어지는 물소의 목에 다시 한번 마음을 두들겨 맞고, 〈희생〉의 알렉산더처럼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욕실로 가서 물을 한 잔 받은 후 변기 속에 붓는 일"을 하는 마음으로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어느 한 시절이 지나가 버렸다는 것, 빛나는, 아니 빛났어야 할 시간이 가버리고 말았다는 것,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뼈아픈 사실이 한꺼번에 들이닥쳐 울었다는 것, 울 수밖에 없었다는 것, 팬을 잃은 피터가 되었다는 것, 하지만 영화 속 피터처럼 팬을 다시 찾을 수는 없다는 것, 그 너무도 자연스러운 사실 때문이었다는 걸 그날 그 시간의 잘 알지도 못한 채 울던 맘인 양, 이제는 너무도 잘 알고 있으니까. _「나는 엉엉 울었고, 너는 가만히 나를」 중에서
『그토록 먼 이렇게 가까운』은 익숙한 장면에서 낯선 기억을 길어 올린다. 그것은 작가만의 기억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의 기억일 수도 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 기억들은 어느새 영화의 한 장면과 함께 각인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렇게 〈후크〉의 한 장면은 빛나는 시절이 영영 가버렸다는 뼈아픈 사실을, 〈나라야마 부시코〉의 눈(眼 / 雪)은 사랑했던 할머니의 죽음을, 〈봄날은 간다〉는 지나가 버린 첫사랑을, 〈데몰리션〉은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은사가 울음과 함께 견뎠을 시간을 떠올리게 하고, 〈지구를 지켜라〉와 〈복수는 나의 것〉은 분명 오지 않으리라 생각하며 '내게 강 같은 평화'를 읊조리는 한 사람을 만나게 한다.
삶은 기본적으로 중독이다. 습관부터 윤리까지, 모든 것은 좋든 싫든, 중독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꽤 오래전인데, 배운 지는 좀 더 오래다. 프로이트의 '반복강박', 죽음으로 향하지만 삶을 견디게 하는 존재의 몸부림을 읽었을 때, 그리고 〈어딕션〉을 봤을 때다. _「중독에 중독된 삶, 뭐, 그렇다는」 중에서
책 속 스무 편의 글에 붙잡힌 21편의 영화는 도무지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기억과 느낌을 만나 사뭇 다른 영화가 된다. 그리고 조금 어둡고 조금 슬프고 조금 밝고 조금 즐거운 기억과 느낌은 영화와 만나 평범한 기억과 느낌을 이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때, 시와 공부를 피해 하루에 네댓 편씩 영화를 몰아보기도 한 작가의 오래된 기억과 지극히 사적인 느낌은 공감과 울림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것이 어둠이든, 슬픔이든, 밝음이든, 즐거움이든, 모든 것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니기도 한 어떤 기억, 어떤 느낌은 그렇게 독자의 것이 된다. 오래돼 흉터가 된 상처를 다시 벌리기도, 이제는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회한과 갈망이 느닷없이 떠올라 마음을 휘젓기도, 농담 같은 삶의 한 장면에 잠시 읽기를 멈춘 채 슬며시 웃기도 하며 말이다.
21편의 영화에 각인된 스무 개의 장면들로 완성한
기억과 느낌의 공동체
어둠이 내려오기 시작한 길을 우리는, 최대한 천천히 내려갔다, 처음엔. 그러나 곧, 속도가 주는 묘한 흥분이 어둠이 주는 두려움과 섞여 브레이크 잡은 손을 천천히 풀게 했다. 그럴수록 바퀴는 빠르게 회전했다. 자전거는 멈추지 않았고, 종종 위험스레 멈췄다. 어둠이 완전히 내린 한계리에서 돌아본 한계령은 그저 어둠이었다. 그 속에 웅크리고 있는, 삶과 죽음이 각각의 갈래가 되어 끝없이 갈라지는 길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_「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 중에서
작가가 길어 올린 스무 개의 이야기에는 작가가 거쳐온 삶의 표정들이, 21편의 영화에 각인된 스무 개의 장면들이 붙잡혀 있다. 그 장면들을 보다 보면, 그와 함께했던 신산한 삶의 편편들을 보듬고 토닥이다 보면 독자들 역시 결코 닿을 수 없을 것 같던 기억에 이르게 되고, 어느새 작가의 기억과 느낌을 공유하게 된다. 책 속 21편의 영화는 그렇게 어둠 속에 갇혀 있던 자신만의 기억과 느낌을 스크린에 비친 영상처럼 선명하게 떠오르게 한다.
논 한가운데 있어 '논 가운데 집'이라 불리던, 여름이면 대문과 마당 사이 바람길에 둔 평상에서 낮꿈을 꾸던, 뒷간 옆 오돌개(오디)나무와 장독대 옆 앵두나무와 잿간 옆 개복숭아나무와 뒷마당 잣나무가 계절을 맡아 입맛을 더해주던, 가끔 구렁이 한 마리가 느릿느릿 지나가며 제집이기도 하다고 눙치던, 누우면 곧 코를 고시면서도 손자 등 긁어주길 잊지 않으셨던 할머니의 선하고 순하고 거친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 있던, 빈집으로도 십수 년을 간 것은 보내고 남은 것은 품으며 식구를 기다리던 그 집. _「그 이야기 2 - 토토를 부러워함」 중에서
기억은 어사무사하고, 어느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때의 눈물과 그때의 느낌은 뭉뚱그려져 모든 것이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니기도 한 마음만은 오래 남는다. 그렇게 저자는 영화에 슬며시 기대 어렴풋한 기억과 명징하게 떠오르는 마음의 윤곽을 더듬어 독자들에게 전한다. 어떤 이야기는 따뜻한 한때를 떠올리게 하고, 어떤 이야기는 꺽꺽거리는 울음으로 다가온다.
누구는 노래하고, 누구는 울고, 누구는 다른 누구와 속삭이고, 누구는 다른 누구를 향해 고함치고, 누구는 제 앞에 놓인 것들을 전혀 조심스럽지 않게 치우고는 엎드려 자고, 그러는 와중에도 누구는 술과 안주를 일사불란하게 분배하는 사이, 그 하루의 술판은 끝을 준비한다. _161쪽 「오로지 술, 죽음은 말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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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저자
이명연
집에서 멀지 않은 대학 국문과를 지원했는데, 잘 안 돼 재수를 했다. 햇수로는 8년이 걸린 4년도 잘 안 돼 대학원에 갔다. 어처구니없게도 시를 쓰기 위해. 한참 뒤, 운 좋게 시로 등단했고, 그보다 더 한참 뒤 '산문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러는 20년 남짓, '말하기'와 '글쓰기'를, 주로 대학 신입생을 학생 삼아 가르쳤다. 등단했지만 자질은 옅고 천생은 게을러 시집은 아직 없다. 공부가 직업이지만 공부보다는 주로 고민을 한다. 시와 시 아닌 것의 차이 혹은 사이에 관해. 가끔은 '고드름의 온도'나 '벚꽃의 주저' 같은 것에 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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