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반지하
박유하 시집
2012년 『내일을 여는 작가』신인상으로 등단한 이후 시집 『탄잘리교』를 출간한 바 있는 박유하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신의 반지하』가 출간되었다. 첫 시집 『탄잘리교』에서 “세계와 ‘나’가 불화함으로 발생하는 균열을 기꺼이 삼켜 제 안에서 더 크고 깊게 키워 내는 시인”(이병철 시인, 평론가)이라는 평을 받은 바 있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깊어진 시적 세계와 자의식의 심연을 예민하게 들여다본다. 그는 ‘나’와 ‘세계’의 불일치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기억하기 위해 스스로 다른 존재가 되는 방식을 택함으로써 비로소 유한한 존재의 아름다움을 꺼내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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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짐승만도 못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보송보송한 털과 짖는 습관이 있지만 말을 한다
안녕하세요? 인간처럼 보인다는 건 긴장했다는 뜻입니까? 질문도 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심지어 나를 보며 박수를 친다
내가 뼈가 없는 동물이라고 사전에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커스」중에서
우리는 자신의 숨을 지휘하는 새를 최대한 멀리 보내고
그것을 미행하며 숨을 잇는다
새는 숨으로만 느낄 수 있는 귀신이다
새와 가까이 지내면 숨소리가 들린다 고독할 때만이 우리는 새와 놀 수 있다
옆 좌석에 앉은 타자의 숨에 매혼된 적이 있다 나의 새보다 타자의 새와 가까이 지낸다는 건 숨이 막히는 친근이어서
타자의 숨 속에서 나는 최대한 나의 새를 몰아내며 죽은 척했다
-「새 조련사」중에서
시인에게 "나다워진다는" 것은 때로 "어둠으로 드러나는 방법을 빛으로 터득할 때"에야 보이는 것이다. "벽지 속으로 다시 스며들"거나 '얼룩말처럼 잘 달리는 얼룩'이 되거나 "수천 개의 다리가 달린" 목숨이 되어 수없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방의 침묵"을 살아냄으로써 자신의 생기를 찾아간다. 그는 먼 곳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지금 이곳, 가까운 곳 또는 작은 '방 안'에서 어떤 위험에 직면하면서도 부단히 '자신만의 방'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방'은 안과 밖을 구분하는 공간이면서, 자아와 세계의 이질적인 부딪힘들에 다친 마음을 들여다보고 치유하는 공간이다.
문득 그러한 방이 온몸을 천천히 떠돌다가
심장 소리를 품을 때가 있다
그러면 빈방은 쿵덕, 쿵덕 울리는 소리를 따라 반죽되면서
다리 다섯 개를 얻는다 -「방이 헤매는 밤」중에서
혼자 자취하는 방에 머무르면 호흡으로 나를 미행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러한 방에 들어서면 나를 오래 떠돌던 흔적이 곤죽이 된 지도같이 뭉쳐져 있다 -「방」중에서
방은 정착한 적이 없는 음악이다 방을 듣고 있으면 물 위에 떠 있는 판자의 흔들림처럼 격양되다가도 서서히 멎어 가지만 결코 한곳에 머물지 않는 구름의 속도를 지녔다-「대낮의 방」중에서
한 시인이 세계로부터 고립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방을 만들기란 쉽지 않다. 그 방은 "죽은 선인장의 밑동만 노란" 방이거나 왼쪽의 세계가 "우주처럼 자라나기도" 하는 방일 테니까. 시인에게는 세계의 확고하고 단정적인 장소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과 그곳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교차하지만, 결국 그가 삶의 구체를 느끼는 곳은 혼자 있는 방이다. 세계에 대한 출구와 입구를 열고 닫는 동안 박유하 시인은 점점 더 단단한 자신의 방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 안에서 한 방울의 흔적이 된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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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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