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새긴 시대의 속내(융합문명연구원 포항학 총서 6)
포항의 선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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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무엇을 새기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쇠는 녹이라도 슬고 나무나 종이는 썩기라도 하지만, 돌은 지구소멸까지 불변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비석 하나라도 세우기를 조심했다. 글자 하나도, 작은 사실도, 허위나 과장이 없도록 조심하고 조심했다. 그래서 오래된 비석들은 세월의 이끼와 함께 무거운 의미를 담고 서 있다.
그러다가 요즘 갑자기 그런 조심성이 풀렸다. 신분 제약이 없어지고, 염치가 없어지자 눈치 보기도 사라졌는데, 주머니에 돈도 좀 넉넉해지자, 사람들은 돌에 글자를 새겨 세우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착하게 살자” 비슷한 비석은 고을마다 섰고, “봉사한다”라고 큼직하게 새긴 돌도 곳곳에 서 있다. 모든 돌은 반드시 세운 자의 이름도 새겼고, 심지어 조상을 추모하는 비석에조차 돈 낸 후손의 이름을 새기기도 했다.
그뿐이 아니다. ‘동부마을, 서부공장, 남부학교, 북부회사, 중부협회’ 등의 안내판도 모두 돌에 글자를 새겨 세웠고, 신이 나면 돼지를 기르는 농장 이름도 돌에 새기고, 이름 없는 조상을 고위 관직에 임명하고 돌에 새겨 세웠다.
너무 많다. 이러다가는 영세불멸의 쓰레기들이 국토를 덮을 수도 있다. 아마 결국은 뜻깊은 비석과 단단한 쓰레기가 구별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비석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읽지 않는 비석은 그저 돌덩이, 통행지장물일 뿐이다. 내용을 읽고 그 의미를 아는 이에게만 비석은 속내를 드러내고, 쓰레기에서 걸어나와 문화재로 거듭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비석을 읽지도 않고 그냥 돌덩이라고만 한다.
우리가 비석을 읽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는 한자漢字이다. 한자는 오랜 세월동안 우리 조상들의 공용문자였는데, 최근에 사용이 줄어들면서 급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다. 그래서 한자는 그냥 어려운 글자라는 느낌만 남았다. 그러나 한자 자체는 어쨌든 편리한 문자의 하나이다. 그리고 당연히, 한자로 쓰인 글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모든 시민이 한문으로 읽을 수 있기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좀 더 쉽게 비석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가공해서 제공하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이다.
그러다가 요즘 갑자기 그런 조심성이 풀렸다. 신분 제약이 없어지고, 염치가 없어지자 눈치 보기도 사라졌는데, 주머니에 돈도 좀 넉넉해지자, 사람들은 돌에 글자를 새겨 세우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착하게 살자” 비슷한 비석은 고을마다 섰고, “봉사한다”라고 큼직하게 새긴 돌도 곳곳에 서 있다. 모든 돌은 반드시 세운 자의 이름도 새겼고, 심지어 조상을 추모하는 비석에조차 돈 낸 후손의 이름을 새기기도 했다.
그뿐이 아니다. ‘동부마을, 서부공장, 남부학교, 북부회사, 중부협회’ 등의 안내판도 모두 돌에 글자를 새겨 세웠고, 신이 나면 돼지를 기르는 농장 이름도 돌에 새기고, 이름 없는 조상을 고위 관직에 임명하고 돌에 새겨 세웠다.
너무 많다. 이러다가는 영세불멸의 쓰레기들이 국토를 덮을 수도 있다. 아마 결국은 뜻깊은 비석과 단단한 쓰레기가 구별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비석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읽지 않는 비석은 그저 돌덩이, 통행지장물일 뿐이다. 내용을 읽고 그 의미를 아는 이에게만 비석은 속내를 드러내고, 쓰레기에서 걸어나와 문화재로 거듭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비석을 읽지도 않고 그냥 돌덩이라고만 한다.
우리가 비석을 읽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는 한자漢字이다. 한자는 오랜 세월동안 우리 조상들의 공용문자였는데, 최근에 사용이 줄어들면서 급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났다. 그래서 한자는 그냥 어려운 글자라는 느낌만 남았다. 그러나 한자 자체는 어쨌든 편리한 문자의 하나이다. 그리고 당연히, 한자로 쓰인 글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모든 시민이 한문으로 읽을 수 있기를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많지 않다. 좀 더 쉽게 비석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가공해서 제공하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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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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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학 총서를 발간하며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이 포항학 총서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대단히 의미 있는 사업의 성과를 이루게 되어 기쁜 마음이 앞섭니다. 융합문명연구원은 현대 문명의 전환기를 맞아 우리 사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융합 연구를 위해 설립되어 그 이름에 걸맞은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 왔습니다. 포항학 총서의 발간은 연구원이 현실과 보다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게 하는 사업으로서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연구원이 소속된 우리나라 최초의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이 그동안 지역 사회와 맺어온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닙니다.
대학과 도시는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세계 유수의 적지 않은 대학들이 대학의 설립과 더불어 형성된 도시와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지금도 도시의 랜드마크처럼 시민들의 사랑과 자부심의 대상이 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들이 적지 않습니다. 영국의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미국의 프린스턴과 버클리, 하버드, MIT,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와 프라이부르크 대학 등이 좋은 예입니다. 이러한 대학들은 도시와 일종의 공동운명체적인 관계를 맺으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포항학 총서의 발간을 계기로 포스텍과 포항시도 이와 같이 상생 발전하는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희망을 성취하기 위해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의 포항학 총서는 열린 자세를 견지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지역학이라는 분과 학문의 틀에 갇히지 않고자 합니다. 필진을 구성하는 데 있어 전문 학자에 국한하지 않을 것입니다. 포항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수행해 온 지역학적인 노력들 또한 폭넓게 끌어안고자 합니다. 둘째로 주제의 선정에 있어 유연한 태도를 갖추고자 합니다. 포항 시민과 우리나라 국민에게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확충하는 것이라면 학문적인 관심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다룰 것입니다. 셋째로 지역의 경계에 얽매이지 않으려 합니다. 포항이 고립된 도시가 아님은 물론이요 포항의 발전에 국내외 각 지역과의 교류가 긴요한 만큼, 포항시 안팎에 걸치는 다양한 필자의 다채로운 시각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포항의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미래를 꿈꾸는 데 있어서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의 포항학 총서가 의미 있게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연구, 사회와 학문의 전당이 함께 어우러지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연구로 포항학 총서를 채움으로써, 포항의 시민은 물론이요 포항에 관심을 갖는 모든 사람들이 즐겨 읽고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장을 열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성원을 믿고 기대하며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원장?박상준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이 포항학 총서를 발간하게 되었습니다. 대단히 의미 있는 사업의 성과를 이루게 되어 기쁜 마음이 앞섭니다. 융합문명연구원은 현대 문명의 전환기를 맞아 우리 사회의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융합 연구를 위해 설립되어 그 이름에 걸맞은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 왔습니다. 포항학 총서의 발간은 연구원이 현실과 보다 밀접하게 관련될 수 있게 하는 사업으로서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연구원이 소속된 우리나라 최초의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인 포스텍이 그동안 지역 사회와 맺어온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일이라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지닙니다.
대학과 도시는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세계 유수의 적지 않은 대학들이 대학의 설립과 더불어 형성된 도시와 함께 성장해 왔습니다. 지금도 도시의 랜드마크처럼 시민들의 사랑과 자부심의 대상이 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들이 적지 않습니다. 영국의 케임브리지와 옥스퍼드, 미국의 프린스턴과 버클리, 하버드, MIT,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와 프라이부르크 대학 등이 좋은 예입니다. 이러한 대학들은 도시와 일종의 공동운명체적인 관계를 맺으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포항학 총서의 발간을 계기로 포스텍과 포항시도 이와 같이 상생 발전하는 관계를 한층 더 강화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러한 희망을 성취하기 위해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의 포항학 총서는 열린 자세를 견지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지역학이라는 분과 학문의 틀에 갇히지 않고자 합니다. 필진을 구성하는 데 있어 전문 학자에 국한하지 않을 것입니다. 포항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수행해 온 지역학적인 노력들 또한 폭넓게 끌어안고자 합니다. 둘째로 주제의 선정에 있어 유연한 태도를 갖추고자 합니다. 포항 시민과 우리나라 국민에게 유용한 지식과 정보를 확충하는 것이라면 학문적인 관심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다룰 것입니다. 셋째로 지역의 경계에 얽매이지 않으려 합니다. 포항이 고립된 도시가 아님은 물론이요 포항의 발전에 국내외 각 지역과의 교류가 긴요한 만큼, 포항시 안팎에 걸치는 다양한 필자의 다채로운 시각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포항의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미래를 꿈꾸는 데 있어서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의 포항학 총서가 의미 있게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생생하게 살아 있는 연구, 사회와 학문의 전당이 함께 어우러지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연구로 포항학 총서를 채움으로써, 포항의 시민은 물론이요 포항에 관심을 갖는 모든 사람들이 즐겨 읽고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장을 열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성원을 믿고 기대하며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원장?박상준
목차
목차
머리말
제1장?선정비에 대한 공부
1. 선정비를 세우는 이유 · 13
2. 선정비의 왜곡과 훼손 · 20
3. 선정비에 대한 사전 공부 · 26
4. 포항지역 선정비의 위치와 목록 · 44
제2장?선정비 읽기
1. 옛 흥해군 · 54
2. 옛 청하현 · 150
3. 옛 연일현 · 191
4. 옛 장기현 · 269
5. 옛 경주부 · 306
6. 목관 · 339
제3장?선정비 산책
1. 선정비를 이해하면서 · 353
2. 선정비와 만나기 · 356
제1장?선정비에 대한 공부
1. 선정비를 세우는 이유 · 13
2. 선정비의 왜곡과 훼손 · 20
3. 선정비에 대한 사전 공부 · 26
4. 포항지역 선정비의 위치와 목록 · 44
제2장?선정비 읽기
1. 옛 흥해군 · 54
2. 옛 청하현 · 150
3. 옛 연일현 · 191
4. 옛 장기현 · 269
5. 옛 경주부 · 306
6. 목관 · 339
제3장?선정비 산책
1. 선정비를 이해하면서 · 353
2. 선정비와 만나기 · 356
저자
저자
김윤규
문학박사(한국문학).
한동대학교 교수. 청소년자유학교 교장.
포항에 대한 연구로, 「포항고전문학사」(2001) 「입암시가연구」(2003) 「암재창수록연구」(2015) 등의 논문과, 『죽장입암시가산책』(2011) 『다산장기시가산책』(2013) 『벗님이 새집을 지으셨으니』(2015) 『선정비의 속내』(2017) 『포항의 서원』(2019) 등의 저서와 〈포항의 선정비〉(2019) 〈충효열비〉(2020) 〈명승창화시〉(2021) 〈명승명명시〉(2022) 등의 자료조사연구가 있다.
한동대학교 교수. 청소년자유학교 교장.
포항에 대한 연구로, 「포항고전문학사」(2001) 「입암시가연구」(2003) 「암재창수록연구」(2015) 등의 논문과, 『죽장입암시가산책』(2011) 『다산장기시가산책』(2013) 『벗님이 새집을 지으셨으니』(2015) 『선정비의 속내』(2017) 『포항의 서원』(2019) 등의 저서와 〈포항의 선정비〉(2019) 〈충효열비〉(2020) 〈명승창화시〉(2021) 〈명승명명시〉(2022) 등의 자료조사연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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