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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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침묵을 깨고 마침내 '나'를 마주하는 길
잃어버린 기억으로 찾은 담담한 미래의 가능성
납치, 감금, 폭행, 입양이라는 거대한 단어들을 빗겨 나간 이 책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물론 한 인간의 삶을 뿌리째 뒤흔든 폭력의 시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어린 시절 가족과 강제로 분리되고, 낯선 장소를 떠돌며, 끝내 프랑스로 입양되어 살아가야 했던 한 아이의 삶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사건의 충격을 나열하는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오랫동안 말해지지 못한 고통이 어떻게 한 사람의 몸과 기억 속에 남는지, 그리고 침묵 속에 갇혀 있던 존재가 어떻게 다시 자기 목소리를 되찾는지를 보여 주는 내밀한 증언이다. 저자는 잃어버린 과거를 복원하려 하기보다 지워진 자신을 다시 불러내기 위해 쓴다. 이 쓰기의 여정은 과연 어디에 닿게 될까.
청취를 내려놓고
침묵의 박동을 느끼다
평화로운 침묵의 표면을 가만히 만져 보면 어떤 박동이 느껴지곤 한다. 서점순의 침묵 또한 단순한 말의 부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빈터 아래에 쌓인 무수한 토양처럼 오롯한 응축이 느껴진다. 그 응축에는 아무도 들어 주지 않았던 목소리, 믿어지지 못한 기억, 설명할 언어를 얻지 못한 고통이 겹겹이 눌려 있는 장소가 존재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명확한 시간 순서로 복원하지 못한다. 대신 직관적으로 되살아난 감각을 따라 파편처럼 흩어진 이미지들을 흐릿하게나마 모아 간다. 상처는 늘 논리적인 문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겉으로는 프랑스에서의 삶, 학업, 결혼, 육아라는 평범한 궤적이 놓여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사라진 이름과 잃어버린 가족, 받아들여지지 못한 고백 또한 자명하게 존재한다. 이는 저자의 무력감, 즉 침묵의 방증이 되기도 한다.
"침묵이 고통을 지워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리만 옮길 뿐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그 침묵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46p)
저자는 그것을 대가라고 표현했지만, 그 너머엔 청산(淸算)을 넘어선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저자가 침묵을 깬다는 행위가 고발의 길만을 걷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 본다. 물론 저자의 증언은 한국 해외입양의 그늘과 제도적 침묵을 분명하게 마주하게 한다. 그러나 이 책의 더 깊은 움직임은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다시 자기 것으로 돌려받는 과정에 있다. 그 침묵을 깨고 나온 자기고백은 고발도, 단순한 치유도 아닌 묵묵한 디아스포라의 여정을 걷는다. 저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증명하려 애쓰면서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외부의 승인만이 아님을 깨닫는다. 진정한 회복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들리는 순간, 그리고 스스로가 자기 삶의 증인이 되는 순간 시작된다.
두 언어 사이에서 감각되는
디아스포라라는 형식
『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는 프랑스어 원문을 그대로 싣는 대신,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 수록하는 형태를 택하고 있다. 이 구성은 단순한 번역상의 선택을 넘어 디아스포라적 감각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한 사람의 삶이 하나의 언어로만 설명될 수 없을 때, 책은 두 개의 언어를 나란히 놓는다. 한국어는 저자가 잃어버린 출발점과 다시 마주하려는 언어처럼 읽히고, 영어는 프랑스어 원문에 기대어 세계 독자에게 도달하려는 또 다른 통로처럼 작동한다. 이때 독자는 같은 이야기가 다른 언어의 표면을 통과하며 미묘하게 다른 결을 갖게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한 몸을 통과하는 두 개의 언어, 이는 이 책의 필연적인 형식이자 주제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끝까지 가보았고,
한때 나였던 그 아이와 나의 존엄을 위해 분명한 흔적을 남겼다.
그것만큼은 누구도 내게서 빼앗을 수 없는 승리였다."(75p)
과연 모든 디아스포라가 절대적인 하나로 수렴되는 회복을 원할까? 아니, 그것은 정말 회복일까? 어쩌면 디아스포라는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귀속되지 못하는 상태이자, 동시에 여러 장소와 언어 사이에서 자신을 다시 조립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는 들려준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같은 고통이 언어를 달리해 다시 쓰이는 모습을 본다. 그 흔들림을 가만히 감각하다 보면 알게 된다. 디아스포라의 목적은 여정의 결말이 아니라 그 정체성의 혼란을 안고도 미래로 향하는 데 있음을. 간혹 문학이, 책이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는지 막연한 질문을 해보곤 한다. 절대적인 대답이 불가능한 질문임을 알지만, 한 사람이 끝내 자신의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았을 때 글쓰기가 어떤 방식으로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 조용히 보여 주는 이 책에, 감히 구원이라는 단어를 붙여 봐도 될까.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완전히 되찾았다는 선언이 아니라, 되찾을 수 없는 것들이 있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저자는 남은 삶을 향해 걸어간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영원한 흉터도 깨끗한 새살도 아니다. 그저 침묵을 통과해 자기 자신에게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다.
잃어버린 기억으로 찾은 담담한 미래의 가능성
납치, 감금, 폭행, 입양이라는 거대한 단어들을 빗겨 나간 이 책이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물론 한 인간의 삶을 뿌리째 뒤흔든 폭력의 시간을 부정할 수는 없다. 어린 시절 가족과 강제로 분리되고, 낯선 장소를 떠돌며, 끝내 프랑스로 입양되어 살아가야 했던 한 아이의 삶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사건의 충격을 나열하는 기록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오랫동안 말해지지 못한 고통이 어떻게 한 사람의 몸과 기억 속에 남는지, 그리고 침묵 속에 갇혀 있던 존재가 어떻게 다시 자기 목소리를 되찾는지를 보여 주는 내밀한 증언이다. 저자는 잃어버린 과거를 복원하려 하기보다 지워진 자신을 다시 불러내기 위해 쓴다. 이 쓰기의 여정은 과연 어디에 닿게 될까.
청취를 내려놓고
침묵의 박동을 느끼다
평화로운 침묵의 표면을 가만히 만져 보면 어떤 박동이 느껴지곤 한다. 서점순의 침묵 또한 단순한 말의 부재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빈터 아래에 쌓인 무수한 토양처럼 오롯한 응축이 느껴진다. 그 응축에는 아무도 들어 주지 않았던 목소리, 믿어지지 못한 기억, 설명할 언어를 얻지 못한 고통이 겹겹이 눌려 있는 장소가 존재한다. 저자는 어린 시절의 기억을 명확한 시간 순서로 복원하지 못한다. 대신 직관적으로 되살아난 감각을 따라 파편처럼 흩어진 이미지들을 흐릿하게나마 모아 간다. 상처는 늘 논리적인 문장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겉으로는 프랑스에서의 삶, 학업, 결혼, 육아라는 평범한 궤적이 놓여 있었지만, 그 이면에는 사라진 이름과 잃어버린 가족, 받아들여지지 못한 고백 또한 자명하게 존재한다. 이는 저자의 무력감, 즉 침묵의 방증이 되기도 한다.
"침묵이 고통을 지워 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리만 옮길 뿐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언젠가는 반드시 그 침묵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그때의 나는 알지 못했다."(46p)
저자는 그것을 대가라고 표현했지만, 그 너머엔 청산(淸算)을 넘어선 무언가가 분명히 있다. 저자가 침묵을 깬다는 행위가 고발의 길만을 걷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 본다. 물론 저자의 증언은 한국 해외입양의 그늘과 제도적 침묵을 분명하게 마주하게 한다. 그러나 이 책의 더 깊은 움직임은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다시 자기 것으로 돌려받는 과정에 있다. 그 침묵을 깨고 나온 자기고백은 고발도, 단순한 치유도 아닌 묵묵한 디아스포라의 여정을 걷는다. 저자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증명하려 애쓰면서도,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외부의 승인만이 아님을 깨닫는다. 진정한 회복은 누군가에게 자신의 이야기가 들리는 순간, 그리고 스스로가 자기 삶의 증인이 되는 순간 시작된다.
두 언어 사이에서 감각되는
디아스포라라는 형식
『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는 프랑스어 원문을 그대로 싣는 대신,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 수록하는 형태를 택하고 있다. 이 구성은 단순한 번역상의 선택을 넘어 디아스포라적 감각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한 사람의 삶이 하나의 언어로만 설명될 수 없을 때, 책은 두 개의 언어를 나란히 놓는다. 한국어는 저자가 잃어버린 출발점과 다시 마주하려는 언어처럼 읽히고, 영어는 프랑스어 원문에 기대어 세계 독자에게 도달하려는 또 다른 통로처럼 작동한다. 이때 독자는 같은 이야기가 다른 언어의 표면을 통과하며 미묘하게 다른 결을 갖게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한 몸을 통과하는 두 개의 언어, 이는 이 책의 필연적인 형식이자 주제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끝까지 가보았고,
한때 나였던 그 아이와 나의 존엄을 위해 분명한 흔적을 남겼다.
그것만큼은 누구도 내게서 빼앗을 수 없는 승리였다."(75p)
과연 모든 디아스포라가 절대적인 하나로 수렴되는 회복을 원할까? 아니, 그것은 정말 회복일까? 어쩌면 디아스포라는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귀속되지 못하는 상태이자, 동시에 여러 장소와 언어 사이에서 자신을 다시 조립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그때 그 아이, 침묵을 깨다』는 들려준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같은 고통이 언어를 달리해 다시 쓰이는 모습을 본다. 그 흔들림을 가만히 감각하다 보면 알게 된다. 디아스포라의 목적은 여정의 결말이 아니라 그 정체성의 혼란을 안고도 미래로 향하는 데 있음을. 간혹 문학이, 책이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는지 막연한 질문을 해보곤 한다. 절대적인 대답이 불가능한 질문임을 알지만, 한 사람이 끝내 자신의 이야기를 포기하지 않았을 때 글쓰기가 어떤 방식으로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지 조용히 보여 주는 이 책에, 감히 구원이라는 단어를 붙여 봐도 될까.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완전히 되찾았다는 선언이 아니라, 되찾을 수 없는 것들이 있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저자는 남은 삶을 향해 걸어간다. 마지막에 남는 것은 영원한 흉터도 깨끗한 새살도 아니다. 그저 침묵을 통과해 자기 자신에게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한 사람의 뒷모습이다.
목차
목차
▶한국어 목차
추천사 ┃ 서문 ┃ 프롤로그: 몸이 기억할 때
빼앗긴 어린 시절
파편들
사찰과 도망
안전과 수치
남아 있는 사소한 것들
떠남
프랑스 도착
외면된 진실
학교, 그리고 분류되는 것
'아시아인'이 되다
해부
자신의 삶에 머물지 못한 채 살아가기
세 개의 정체성
단절 이전
서류, 지도, DNA
사찰로의 귀환
정의: 끝까지 가다
이해의 벽
치유의 여정
에필로그: 내게 남은 삶
▶영문 목차(English contents)
Foreword ┃ Preface ┃ Prologue: When the Body Remembers
A Stolen Childhood
Fragments
Temple and Escape
Safety and Shame
The Small Things That Remain
Departure
Arrival in France
The Ignored Truth
Learning, and Being Categorized
Becoming 'Asian'
Dissection
Living Outside My Own Life
Identities
Before Disconnection
Documents, Maps, DNA
Return to the Temple
Justice: Going to the End
The Wall of Understanding
Journey of Healing
Epilogue: My Remaining Life
추천사 ┃ 서문 ┃ 프롤로그: 몸이 기억할 때
빼앗긴 어린 시절
파편들
사찰과 도망
안전과 수치
남아 있는 사소한 것들
떠남
프랑스 도착
외면된 진실
학교, 그리고 분류되는 것
'아시아인'이 되다
해부
자신의 삶에 머물지 못한 채 살아가기
세 개의 정체성
단절 이전
서류, 지도, DNA
사찰로의 귀환
정의: 끝까지 가다
이해의 벽
치유의 여정
에필로그: 내게 남은 삶
▶영문 목차(English contents)
Foreword ┃ Preface ┃ Prologue: When the Body Remembers
A Stolen Childhood
Fragments
Temple and Escape
Safety and Shame
The Small Things That Remain
Departure
Arrival in France
The Ignored Truth
Learning, and Being Categorized
Becoming 'Asian'
Dissection
Living Outside My Own Life
Identities
Before Disconnection
Documents, Maps, DNA
Return to the Temple
Justice: Going to the End
The Wall of Understanding
Journey of Healing
Epilogue: My Remaining Life
저자
저자
서점순 1970년대 말, 열한 살 무렵 프랑스로 입양된 한국 출신의 저자는 오랫동안 두 조각으로 나뉜 삶을 살아왔다. 프랑스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한편, 자신의 출생과 뿌리에 대한 질문을 품고 살아왔으며, 2023년부터 되살아난 기억을 바탕으로 이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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