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언덕의 백양나무숲(문학들 시인선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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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로 보는 풍경의 깊이
우주와 합일 꿈꾸는 고희의 시
내가 물이 되면 “당신은 나를 마시고” 당신이 바람이 되면 나는 “당신을 호흡하고”(「물과 바람」).
백수인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겨울 언덕의 백양나무숲』(문학들 刊)을 읽다 보면 인생 칠십, 고희는 우주와 한 몸이 되는 나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과 바람」이라는 시 속에서 화자는 “나는 죽어서가 아니라/살아서 이미 물이 되었지요” “내 몸속은 지금/향기로운 당신의 꽃바람으로 가득해요”라고 고백한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의 삶, 바로 지금의 물과 바람 속에서 나는 당신과 한 몸이 된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모든 것이 불분명한 혼돈의 바다가 있었다. “새벽 바다는 온통 혼돈의 빛깔이었죠” 경계가 모호하고 밝은 빛은 허물어지고 “뜻을 잃은 언어들만 굳세게 일어나”는 인생의 뒤안길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시인은 깨닫는다.
“중저음 뱃고동 소리가 울리며 검은 배 한 척이 느릿느릿 내 가슴속으로 들어오고 있었어요 그게 안개를 걷어내는 한 줄기 빛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지요”(「안개바다」)
연륜의 문장에는 미사여구도 치장이다. 수백 년 묵은 종가에서 우거진 풀을 매다가 무수한 뼈들을 발견한 시인은 “어떤 뼈에는 포악한 탐욕의 이빨 자국이 찍혀 있고/어떤 뼈에는 매미 우는 소리, 귀뚜라미 소리,/새들 지저귀는 소리들이 화석으로 고여 있다//시간은 수많은 바람과 소리와 그림자들과 함께 지나가 버렸지만/그 단단함은 뼈의 모습으로 땅속에 고스란히 묻혀 있었구나”(「시간의 뼈」)라고 노래한다.
간결한 언어로 빚는 명징한 이미지에 깊은 의미의 파장이 인다. 때죽나무가 있는 골짜기를 흐르는 물은 “작은 종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하얀 종소리”가 되고 그 종소리로 물고기들은 열반에 들고 시인도 그들과 하나가 된다.
“그 종소리들이 물에 녹아 흐르면 먼 강에서 수많은 물고기들이 잠깐 기절하듯 잠 속에 빠진다네요 그때 물고기들이 열반의 경지에 이른다네요 내 몸속으로 스멀스멀 들어오는 종소리들이 나를 넓적한 바위 위에 앉히고 가부좌를 틀게 하네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깊은숨을 쉬네요”(「때죽나무」)
고희에 이르러 시인은 이제 썰물을 노래하고 있다. “이제 비로소/밀물은 스스로 썰물이 된다//썰물/모든 욕망 다 버리고 돌아서는/뒷모습이다”(「밀물과 썰물」)
저자와 동향인 이대흠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귀로 보는 풍경의 깊이”라고 해설했다.
“백수인의 이번 시집은 물의 이미지가 많고, 청각적 심상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것은 시인의 사유가 깊어진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음의 눈이 밖으로 향하면, 풍경이 보일 것이고, 마음의 눈이 안으로 향하면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이제 사람의 말만이 아니라, 다른 대상들의 말을 ‘듣기’ 시작한 그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바다처럼 큰 귀로 받아들일 세계가 자못 궁금하다. 우주의 신음을 듣기 시작한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백수인 시인은 1954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시와시학』에 추천되어 시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현대시와 지역문학』, 『소통과 상황의 시학』, 『소통의 창』, 『장흥의 가사문학』, 『기봉 백광홍의 생애와 문학』, 『대학문학의 역사와 의미』, 시집으로 『바람을 전송하다』, 『더글러스 퍼 널빤지에게』가 있다. 조선대 국어교육과에서 정년퇴임했으며 한국언어문학회 회장, 한국어문학술단체연합 대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5·18기념재단 이사,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시와시학’, ‘원탁시’ 동인이며, 조선대 국어교육과 명예교수이다.
우주와 합일 꿈꾸는 고희의 시
내가 물이 되면 “당신은 나를 마시고” 당신이 바람이 되면 나는 “당신을 호흡하고”(「물과 바람」).
백수인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겨울 언덕의 백양나무숲』(문학들 刊)을 읽다 보면 인생 칠십, 고희는 우주와 한 몸이 되는 나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과 바람」이라는 시 속에서 화자는 “나는 죽어서가 아니라/살아서 이미 물이 되었지요” “내 몸속은 지금/향기로운 당신의 꽃바람으로 가득해요”라고 고백한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의 삶, 바로 지금의 물과 바람 속에서 나는 당신과 한 몸이 된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모든 것이 불분명한 혼돈의 바다가 있었다. “새벽 바다는 온통 혼돈의 빛깔이었죠” 경계가 모호하고 밝은 빛은 허물어지고 “뜻을 잃은 언어들만 굳세게 일어나”는 인생의 뒤안길이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시인은 깨닫는다.
“중저음 뱃고동 소리가 울리며 검은 배 한 척이 느릿느릿 내 가슴속으로 들어오고 있었어요 그게 안개를 걷어내는 한 줄기 빛이었다는 걸 나중에야 깨달았지요”(「안개바다」)
연륜의 문장에는 미사여구도 치장이다. 수백 년 묵은 종가에서 우거진 풀을 매다가 무수한 뼈들을 발견한 시인은 “어떤 뼈에는 포악한 탐욕의 이빨 자국이 찍혀 있고/어떤 뼈에는 매미 우는 소리, 귀뚜라미 소리,/새들 지저귀는 소리들이 화석으로 고여 있다//시간은 수많은 바람과 소리와 그림자들과 함께 지나가 버렸지만/그 단단함은 뼈의 모습으로 땅속에 고스란히 묻혀 있었구나”(「시간의 뼈」)라고 노래한다.
간결한 언어로 빚는 명징한 이미지에 깊은 의미의 파장이 인다. 때죽나무가 있는 골짜기를 흐르는 물은 “작은 종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하얀 종소리”가 되고 그 종소리로 물고기들은 열반에 들고 시인도 그들과 하나가 된다.
“그 종소리들이 물에 녹아 흐르면 먼 강에서 수많은 물고기들이 잠깐 기절하듯 잠 속에 빠진다네요 그때 물고기들이 열반의 경지에 이른다네요 내 몸속으로 스멀스멀 들어오는 종소리들이 나를 넓적한 바위 위에 앉히고 가부좌를 틀게 하네요 두 눈을 지그시 감고 깊은숨을 쉬네요”(「때죽나무」)
고희에 이르러 시인은 이제 썰물을 노래하고 있다. “이제 비로소/밀물은 스스로 썰물이 된다//썰물/모든 욕망 다 버리고 돌아서는/뒷모습이다”(「밀물과 썰물」)
저자와 동향인 이대흠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귀로 보는 풍경의 깊이”라고 해설했다.
“백수인의 이번 시집은 물의 이미지가 많고, 청각적 심상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것은 시인의 사유가 깊어진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음의 눈이 밖으로 향하면, 풍경이 보일 것이고, 마음의 눈이 안으로 향하면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이제 사람의 말만이 아니라, 다른 대상들의 말을 ‘듣기’ 시작한 그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바다처럼 큰 귀로 받아들일 세계가 자못 궁금하다. 우주의 신음을 듣기 시작한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백수인 시인은 1954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시와시학』에 추천되어 시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현대시와 지역문학』, 『소통과 상황의 시학』, 『소통의 창』, 『장흥의 가사문학』, 『기봉 백광홍의 생애와 문학』, 『대학문학의 역사와 의미』, 시집으로 『바람을 전송하다』, 『더글러스 퍼 널빤지에게』가 있다. 조선대 국어교육과에서 정년퇴임했으며 한국언어문학회 회장, 한국어문학술단체연합 대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5·18기념재단 이사,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시와시학’, ‘원탁시’ 동인이며, 조선대 국어교육과 명예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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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백수인의 이번 시집은 물의 이미지가 많고, 청각적 심상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것은 시인의 사유가 깊어진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음의 눈이 밖으로 향하면 풍경이 보일 것이고, 마음의 눈이 안으로 향하면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이제 사람의 말만이 아니라, 다른 대상들의 말을 '듣기' 시작한 그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바다처럼 큰 귀로 받아들일 세계가 자못 궁금하다. 우주의 신음을 듣기 시작한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 이대흠 시인
- 이대흠 시인
목차
목차
5 시인의 말
제1부
13 안개 바다
14 물과 바람
15 때죽나무
16 썰물 이후
17 시간의 뼈
18 밀물과 썰물
20 삭발하는 마음
22 냇물 따라 걷다 보면
24 마음으로 걷는 길
26 가을에게
27 청둥오리
28 투명한 벽
29 목련꽃 활짝 피었네
30 피안으로 가는 길
제2부
35 동백꽃
36 팽나무와 노박덩굴
38 겨울의 입구에서
40 숲속의 새들
42 나리꽃
43 맨드라미
44 백로의 날갯짓
46 맨발 걷기
48 홍도화
49 청천벽력
50 남포의 돌꽃
51 옛 대장간 앞에서
52 들판에 자귀나무 꽃 피었네
제3부
55 뒷개 바람
56 윤이상의 바다
58 토우장식항아리
60 측백나무 한 그루 서 있네
61 로드킬 - 조장鳥葬
62 바다 노인
64 고양이 한 마리 죽어 있네
66 고하도 건너가기
68 소리에 대하여 - 고향 집에 홀로 묵으며
69 고추잠자리
70 날개
72 시집 봉투
75 폐선
제4부
79 밀물
80 도깨비 잔치
82 시인 김준태
85 '칡'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
86 안중근은 살아 있다 - 영화 〈영웅〉을 보고
88 하눌타리
90 서포 김만중의 노도에 가다
92 대나무 평상
93 그날의 일기
96 아버지의 일기장 - 각수바위
98 장재도
100 임진강 건너 북녘으로 자꾸만 올라갔네
101 꽃들의 눈물
105 해설 귀로 보는 풍경의 깊이 _ 이대흠
제1부
13 안개 바다
14 물과 바람
15 때죽나무
16 썰물 이후
17 시간의 뼈
18 밀물과 썰물
20 삭발하는 마음
22 냇물 따라 걷다 보면
24 마음으로 걷는 길
26 가을에게
27 청둥오리
28 투명한 벽
29 목련꽃 활짝 피었네
30 피안으로 가는 길
제2부
35 동백꽃
36 팽나무와 노박덩굴
38 겨울의 입구에서
40 숲속의 새들
42 나리꽃
43 맨드라미
44 백로의 날갯짓
46 맨발 걷기
48 홍도화
49 청천벽력
50 남포의 돌꽃
51 옛 대장간 앞에서
52 들판에 자귀나무 꽃 피었네
제3부
55 뒷개 바람
56 윤이상의 바다
58 토우장식항아리
60 측백나무 한 그루 서 있네
61 로드킬 - 조장鳥葬
62 바다 노인
64 고양이 한 마리 죽어 있네
66 고하도 건너가기
68 소리에 대하여 - 고향 집에 홀로 묵으며
69 고추잠자리
70 날개
72 시집 봉투
75 폐선
제4부
79 밀물
80 도깨비 잔치
82 시인 김준태
85 '칡'에 대한 사회학적 고찰
86 안중근은 살아 있다 - 영화 〈영웅〉을 보고
88 하눌타리
90 서포 김만중의 노도에 가다
92 대나무 평상
93 그날의 일기
96 아버지의 일기장 - 각수바위
98 장재도
100 임진강 건너 북녘으로 자꾸만 올라갔네
101 꽃들의 눈물
105 해설 귀로 보는 풍경의 깊이 _ 이대흠
저자
저자
백수인
1954년 전남 장흥 사자산 기슭 기산 마을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조선대학교 국어교육과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를 수료했고, 전북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문학평론가로 활동하다가 2003년 『시와시학』에 추천되어 시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현대시와 지역문학』, 『소통과 상황의 시학』, 『소통의 창』, 『장흥의 가사문학』, 『기봉 백광홍의 생애와 문학』, 『대학문학의 역사와 의미』, 시집으로 『바람을 전송하다』, 『더글러스 퍼 널빤지에게』가 있다. 조선대 국어교육과에서 정년퇴임했으며 한국언어문학회 회장, 한국어문학술단체연합 대표,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 5·18기념재단 이사, 지역문화교류호남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시와시학', '원탁시' 동인이며, 조선대 국어교육과 명예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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