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호텔의 투숙객들
송복남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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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도 계급이 있다’
소유를 위해 영혼을 농단한 ‘그랑호텔의 투숙객들’
사랑의 결핍이 부른 참사
세상의 모든 불안과 욕망은 사랑의 결핍에서 온다
역사는 변하지만 욕망은 변하지 않는다
1906년 대한제국과 뉴욕 그리고 서울의 그랑호텔과 단양 도담삼봉
120여 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욕망의 섬뜩한 변주
아이러니하지만 이 소설은 시종 영혼 얘기를 하면서도 영혼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영혼이 물질이기를 바라는 현대인들의 물질 만능주의가 관심사다. 이 얘기를 위해 1906년 청계천의 영혼결혼식과 제이콥 헨리 쉬프라는 유대인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와 리먼 브라더스의 몰락, 당시 재무부 장관 헨리 폴슨을 소환한다. 역사적 사실도 있고 허구도 있다. 대한제국의 창덕궁과 20세기 말 뉴욕대학, 2008년 월 스트리트의 풍경과 21세기 서울 옥인동 벽수산장 자리에 들어선 그랑호텔, 120년의 시공간이 이 소설의 무대다.
‘영혼은 영원불멸하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영혼을 영원불멸의 대상으로 본다. 영혼이 존재한다면 내세가 존재하고 물질의 소유 또한 영원하다고 믿는다. 조건이 있다. 영혼이 물질이어야 한다. 이 터무니없는 물질만능의 논리를 믿고 그 증거를 찾아 월 스트리트로 떠나는 그랑호텔의 투숙객들. 영혼은 있는가, 영혼은 물질인가? 월 스트리트도 그게 궁금했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호주 원주민 애버리지니 혼혈 소녀 엘라를 대상으로 기괴한 실험을 했다. 1906년 청계천 거리에서 한 미국인이 목격했다는 무당의 영혼결혼식이 발단이다. 목격은 회고록으로 남겨지고 그 실험의 증거가 ‘애버리지니 필름’이다. 실패한 이 영상이 세상에 나돌고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이 필름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이 총대를 이과수라는 그랑호텔 직원이 맡아 뉴욕으로 출장을 떠난다. 그랑호텔에서 맨해튼의 월 스트리트로, 마이애미 줄리아 모텔과 단양 도담삼봉 그리고 아르헨티나 산하비에르로 이어지는 이과수라는 인물의 고뇌와 사유는 실존주의 인물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5670세대에게는 성찰을, MZ세대에게는 분노와 저항을.
투숙객들은 자신들에게 최적화된 이 체제를 바꿀 생각이 없다.
MZ세대의 허무는 이렇게 탄생했다.
월 스트리트는 현대인들의 물질 욕망의 최대치를 상징한다. ‘투숙객들’도 마찬가지다. ‘그랑호텔’은 그들이 안전하게 머무는 그들만의 공간이다. 그들만의 우산이 있어 비가 와도 젖지 않는다. 소설의 한 대목이다.
“무법자가 되려면 뭐가 있어야 하는 줄 알아, 과수 씨?”
“권총인가요?”
양민순이 고개를 저었다. “자격이야, 권총을 가질 자격.”
그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이다. ‘그랑호텔’은 서촌이라 불리는 옥인동에 있는 옛 벽수산장이 모델이다. 지금은 없어진 친일파의 건물이지만 소설에서는 현존하는 건물이다. 친일파의 건물과 현재의 기득권 주류로 상징되는 그랑호텔이 만나 투숙객들이라는 이너서클이 존재한다. 투숙객들은 이 사회를 만든 50대와 6, 7, 80대를 가리킨다. 즉 5670세대 중 지금도 이 사회를 움직이는 ‘기득권 주류’가 그들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최적화된 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물론 자신들에게 최적화된 이 체제를 바꿀 생각 역시 없다. 나아가 자신들의 부를 영원히 소유하기 위해 이들은 영혼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부의 연좌제가 이들의 목표다. 부의 대물림에 따라 개인의 삶의 질과 자존감이 결정되는 사회의 역진화는 MZ세대에게 허무를 안겼다. 현 사회에 만연한 극단적 사고와 물질만능주의의 흐름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질 만능의 자본주의가 다른 가치를 잠식하면서 생긴 현상들이다. MZ세대가 살고 있는 이 척박한 사회의 견고함이 결코 만만치 않은 이유다.
사랑의 결핍이 부른 참사 ‘욕망’, 대안은 ‘사랑’
세상의 모든 불안과 욕망은 사랑의 결핍에서 온다. 사랑의 결핍이 부른 참사 ‘욕망’, 이 물질 만능주의의 대안으로 소설은 영혼 대신 사랑을 꼽는다. 사랑은 오랜 인류의 결핍이자 소망이다. 그 결핍이 인간에게 불안과 극단적 욕망을 부추긴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인간의 욕망과 존재의 이중성 그리고 이 둘 사이의 부조리를 인물의 성격과 퍼즐처럼 촘촘한 서사 그리고 철학적이고 종교적 사유를 통해 천착하고 있다.
20년 전 헝가리의 문학이론가 지외르지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서문에 나오는 ‘심연의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이라는 관용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작가는 이 얘기를 위해 창작과 비평사 창간 50주년 창비장편소설상 본심작에 올려졌던 작품을 10년의 걸친 긴 개작 기간을 통해 원고 4천 매의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로 만들어 냈다.
소유를 위해 영혼을 농단한 ‘그랑호텔의 투숙객들’
사랑의 결핍이 부른 참사
세상의 모든 불안과 욕망은 사랑의 결핍에서 온다
역사는 변하지만 욕망은 변하지 않는다
1906년 대한제국과 뉴욕 그리고 서울의 그랑호텔과 단양 도담삼봉
120여 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욕망의 섬뜩한 변주
아이러니하지만 이 소설은 시종 영혼 얘기를 하면서도 영혼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영혼이 물질이기를 바라는 현대인들의 물질 만능주의가 관심사다. 이 얘기를 위해 1906년 청계천의 영혼결혼식과 제이콥 헨리 쉬프라는 유대인 그리고 2008년 금융위기와 리먼 브라더스의 몰락, 당시 재무부 장관 헨리 폴슨을 소환한다. 역사적 사실도 있고 허구도 있다. 대한제국의 창덕궁과 20세기 말 뉴욕대학, 2008년 월 스트리트의 풍경과 21세기 서울 옥인동 벽수산장 자리에 들어선 그랑호텔, 120년의 시공간이 이 소설의 무대다.
‘영혼은 영원불멸하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영혼을 영원불멸의 대상으로 본다. 영혼이 존재한다면 내세가 존재하고 물질의 소유 또한 영원하다고 믿는다. 조건이 있다. 영혼이 물질이어야 한다. 이 터무니없는 물질만능의 논리를 믿고 그 증거를 찾아 월 스트리트로 떠나는 그랑호텔의 투숙객들. 영혼은 있는가, 영혼은 물질인가? 월 스트리트도 그게 궁금했다. 그걸 증명하기 위해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호주 원주민 애버리지니 혼혈 소녀 엘라를 대상으로 기괴한 실험을 했다. 1906년 청계천 거리에서 한 미국인이 목격했다는 무당의 영혼결혼식이 발단이다. 목격은 회고록으로 남겨지고 그 실험의 증거가 ‘애버리지니 필름’이다. 실패한 이 영상이 세상에 나돌고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이 필름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다. 이 총대를 이과수라는 그랑호텔 직원이 맡아 뉴욕으로 출장을 떠난다. 그랑호텔에서 맨해튼의 월 스트리트로, 마이애미 줄리아 모텔과 단양 도담삼봉 그리고 아르헨티나 산하비에르로 이어지는 이과수라는 인물의 고뇌와 사유는 실존주의 인물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5670세대에게는 성찰을, MZ세대에게는 분노와 저항을.
투숙객들은 자신들에게 최적화된 이 체제를 바꿀 생각이 없다.
MZ세대의 허무는 이렇게 탄생했다.
월 스트리트는 현대인들의 물질 욕망의 최대치를 상징한다. ‘투숙객들’도 마찬가지다. ‘그랑호텔’은 그들이 안전하게 머무는 그들만의 공간이다. 그들만의 우산이 있어 비가 와도 젖지 않는다. 소설의 한 대목이다.
“무법자가 되려면 뭐가 있어야 하는 줄 알아, 과수 씨?”
“권총인가요?”
양민순이 고개를 저었다. “자격이야, 권총을 가질 자격.”
그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이다. ‘그랑호텔’은 서촌이라 불리는 옥인동에 있는 옛 벽수산장이 모델이다. 지금은 없어진 친일파의 건물이지만 소설에서는 현존하는 건물이다. 친일파의 건물과 현재의 기득권 주류로 상징되는 그랑호텔이 만나 투숙객들이라는 이너서클이 존재한다. 투숙객들은 이 사회를 만든 50대와 6, 7, 80대를 가리킨다. 즉 5670세대 중 지금도 이 사회를 움직이는 ‘기득권 주류’가 그들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최적화된 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물론 자신들에게 최적화된 이 체제를 바꿀 생각 역시 없다. 나아가 자신들의 부를 영원히 소유하기 위해 이들은 영혼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부의 연좌제가 이들의 목표다. 부의 대물림에 따라 개인의 삶의 질과 자존감이 결정되는 사회의 역진화는 MZ세대에게 허무를 안겼다. 현 사회에 만연한 극단적 사고와 물질만능주의의 흐름이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질 만능의 자본주의가 다른 가치를 잠식하면서 생긴 현상들이다. MZ세대가 살고 있는 이 척박한 사회의 견고함이 결코 만만치 않은 이유다.
사랑의 결핍이 부른 참사 ‘욕망’, 대안은 ‘사랑’
세상의 모든 불안과 욕망은 사랑의 결핍에서 온다. 사랑의 결핍이 부른 참사 ‘욕망’, 이 물질 만능주의의 대안으로 소설은 영혼 대신 사랑을 꼽는다. 사랑은 오랜 인류의 결핍이자 소망이다. 그 결핍이 인간에게 불안과 극단적 욕망을 부추긴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인간의 욕망과 존재의 이중성 그리고 이 둘 사이의 부조리를 인물의 성격과 퍼즐처럼 촘촘한 서사 그리고 철학적이고 종교적 사유를 통해 천착하고 있다.
20년 전 헝가리의 문학이론가 지외르지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 서문에 나오는 ‘심연의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이라는 관용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작가는 이 얘기를 위해 창작과 비평사 창간 50주년 창비장편소설상 본심작에 올려졌던 작품을 10년의 걸친 긴 개작 기간을 통해 원고 4천 매의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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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존재는 사라지고 물질만 남은 우리의 자화상
개인과 세계의 부조리한 이야기
소설 문학이 해낼 수 있는 서사의 힘
장르소설의 추리적 흐름과 본격문학의 사유가 빚은 마술적 리얼리즘
영화를 보는 듯한 서사의 흐름과
퍼즐 같은 캐릭터와 서사의 치밀한 배치가 이 소설의 힘이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120년의 시공간을 통해 우리 욕망의 궤적을 추적하고 있다.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해방 직후와 1999년 새천년을 앞둔 우리의 모습과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며 우리의 욕망이 어떻게 변해왔고, 지금 누가 어떤 욕망을 추구하는지, 그 실체를 따라간다. 그리고 현재, 이 중심에는 엘리트와 지식인이 있다. 이 세계에 지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이기적인 자의식과 자신들의 안녕에 대한 고군분투만 있을 뿐.
소설의 재미 2가지
퍼즐처럼 배치된 '추리적 요소'와 '인문적 질감'이 가독성과 사유를 이끈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소설이라는 문학적 형식에 인문적 사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불교와 사르트르를 사유케 하는 서사의 결은 소설의 장르적 경계를 뛰어넘어 장르소설과 본격문학의 기질을 한 이야기 속에서 만나는 경험을 하게 한다. 4천 매가 넘는 긴 소설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의 전개와 긴장감은 장르 소설의 요소와 본격문학을 접목해 직조한 서사의 힘이 준 가독성에서 온다. 영화를 보는 듯한 서사의 흐름 역시 독자에게 영상 미장센을 읽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해 또 다른 읽을거리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이다. 가상의 공간이자 실재일 수도 있는 '그랑호텔'이라는 공간에 인물들을 살게 해 생각하고 행동하고 다투게 했기 때문이다. 장르소설의 추리와 스릴러적 요소 그리고 본격문학이 갖는 깊이가 이메일 교환과 역사적 기록을 통한 사유로 이어진다. 역사적 사실도 있고 허구도 있다. 1906년 대한제국 청계천 무당의 영혼결혼식과 현재에 이르는 120여 년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774쪽이라는 서사는 긴 소설임에도 처음과 달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 게 이 때문인 듯하다. "인간 욕망이라는 주제의 진지함과 오랜 역사적 맥락을 거슬러 오른 서사의 복잡성을 퍼즐처럼 배치한 추리적 묘사를 통해 가독성을 높였다."는 작가의 말이 빈말이 아니다. 덤으로 문장 곳곳에 들어있는 아포리즘은 이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역사는 변하지만 욕망은 변하지 않는다
모든 물질은 소멸하지만, 누군가의 물질은 영원하다
소설 속에서는 두 개념이 대립한다. 어떻게 하면 인간은 물질 욕망의 덫으로부터 여전히 고귀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을까? 누구나 영혼을 가지고 있다면, 영혼의 존재를 육체처럼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다면, 물질의 소유의 정도에 따른 차이와 차별 그리고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을까. 영혼은 고귀하므로. 반대쪽에서도 영혼은 고귀하다. 다만 용도가 다르다. 영혼이 존재한다는 물증이 있다면 현세의 물질적 부를 내세로 가져가 소유의 불멸이 가능하다고 본다. '존재'인지 '소유'인지를 묻게 하는 이 질문은 '존재와 소유'의 에리히 프롬을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세상의 모든 소유와 욕망과 불안은 사랑의 결핍으로부터 왔다
너의 고귀함은 영혼이 아니라 사랑의 힘이다
다소 진지할 수도 있는 이 소설이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사랑이다. 인간의 극단적 욕망과 불안이 모두 사랑의 결핍에서 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본문의 한 대목이다.
"그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선생님?"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답답해서 묻는 것 같았다.
"사랑이오."
"…… 더 난해해지는데요, 선생님……?"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런 거요. 우리는 스스로 그랑호텔의 투숙객인지 아닌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그런 자신을 보려 한 적이 있는지, 이 자문과 성찰이 사랑이오."
어느 시대의 어느 인간이든 욕망을 품고 펼치려 했듯, 어느 시대 누구든 결핍을 안고 살았다. 사랑이다. 사랑의 결핍이 오염된 욕망을 가능하게 했다. 소설의 한 대목이다.
…… 환상을 믿은 마지막 인간, 이과수는 불현듯 그가 보고 싶어졌다. 가만히 의자 뒤로 다가갔다. 등받이 너머에서 숨소리가 들렸다. "저 왔습니다, 지배인님……, 이 대리요." 조용했다. 이과수는 의자 등받이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천천히 의자를 돌렸다.
이 대리와 지배인을 대비시킨 이 장면은 소설의 구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욕망은 욕구와 달리 절제의 대상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그 윤리가 무너지면서 빚어진 비극이다.
인간의 욕망과 존재의 이중성과 부조리
그랑호텔 투숙객들의 욕망이며, 이 소설이 시작하는 지점이다
작가의 말이다.
"하여 나는 우리의 욕망이 어떤 역사를 써 왔는지, 어디로 우리의 욕망이 가고 있는지, 그 욕망의 저력에 대한 도덕성과 윤리를 '양심의 힘'으로 묻고 싶었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양심이다."
소설의 걱정과 달리, 어차피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자신들의 욕망이 추구한 물질적 부를 내세로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욕망을 학습한 또 다른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이 욕망을 사냥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는 짐작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예지몽이 타인과의 관계와 소통을 암울하게 만든다. 작가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작가는 극단적인 물질 만능주의를 종식할 대안으로 영혼이 아니라 사랑을 꼽는다. 사랑은 오랜 인류의 결핍이자 소망이기 때문이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인간의 욕망과 존재의 이중성과 부조리를 사건과 사유를 통해 천착하고 있다.
개인과 세계의 부조리한 이야기
소설 문학이 해낼 수 있는 서사의 힘
장르소설의 추리적 흐름과 본격문학의 사유가 빚은 마술적 리얼리즘
영화를 보는 듯한 서사의 흐름과
퍼즐 같은 캐릭터와 서사의 치밀한 배치가 이 소설의 힘이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120년의 시공간을 통해 우리 욕망의 궤적을 추적하고 있다.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해방 직후와 1999년 새천년을 앞둔 우리의 모습과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거치며 우리의 욕망이 어떻게 변해왔고, 지금 누가 어떤 욕망을 추구하는지, 그 실체를 따라간다. 그리고 현재, 이 중심에는 엘리트와 지식인이 있다. 이 세계에 지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이기적인 자의식과 자신들의 안녕에 대한 고군분투만 있을 뿐.
소설의 재미 2가지
퍼즐처럼 배치된 '추리적 요소'와 '인문적 질감'이 가독성과 사유를 이끈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소설이라는 문학적 형식에 인문적 사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불교와 사르트르를 사유케 하는 서사의 결은 소설의 장르적 경계를 뛰어넘어 장르소설과 본격문학의 기질을 한 이야기 속에서 만나는 경험을 하게 한다. 4천 매가 넘는 긴 소설이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의 전개와 긴장감은 장르 소설의 요소와 본격문학을 접목해 직조한 서사의 힘이 준 가독성에서 온다. 영화를 보는 듯한 서사의 흐름 역시 독자에게 영상 미장센을 읽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해 또 다른 읽을거리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이다. 가상의 공간이자 실재일 수도 있는 '그랑호텔'이라는 공간에 인물들을 살게 해 생각하고 행동하고 다투게 했기 때문이다. 장르소설의 추리와 스릴러적 요소 그리고 본격문학이 갖는 깊이가 이메일 교환과 역사적 기록을 통한 사유로 이어진다. 역사적 사실도 있고 허구도 있다. 1906년 대한제국 청계천 무당의 영혼결혼식과 현재에 이르는 120여 년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774쪽이라는 서사는 긴 소설임에도 처음과 달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 게 이 때문인 듯하다. "인간 욕망이라는 주제의 진지함과 오랜 역사적 맥락을 거슬러 오른 서사의 복잡성을 퍼즐처럼 배치한 추리적 묘사를 통해 가독성을 높였다."는 작가의 말이 빈말이 아니다. 덤으로 문장 곳곳에 들어있는 아포리즘은 이 소설을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역사는 변하지만 욕망은 변하지 않는다
모든 물질은 소멸하지만, 누군가의 물질은 영원하다
소설 속에서는 두 개념이 대립한다. 어떻게 하면 인간은 물질 욕망의 덫으로부터 여전히 고귀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을까? 누구나 영혼을 가지고 있다면, 영혼의 존재를 육체처럼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다면, 물질의 소유의 정도에 따른 차이와 차별 그리고 불평등은 사라지지 않을까. 영혼은 고귀하므로. 반대쪽에서도 영혼은 고귀하다. 다만 용도가 다르다. 영혼이 존재한다는 물증이 있다면 현세의 물질적 부를 내세로 가져가 소유의 불멸이 가능하다고 본다. '존재'인지 '소유'인지를 묻게 하는 이 질문은 '존재와 소유'의 에리히 프롬을 다시 고민하게 만든다.
세상의 모든 소유와 욕망과 불안은 사랑의 결핍으로부터 왔다
너의 고귀함은 영혼이 아니라 사랑의 힘이다
다소 진지할 수도 있는 이 소설이 도달하고자 하는 곳은 사랑이다. 인간의 극단적 욕망과 불안이 모두 사랑의 결핍에서 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본문의 한 대목이다.
"그게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선생님?"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답답해서 묻는 것 같았다.
"사랑이오."
"…… 더 난해해지는데요, 선생님……?"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런 거요. 우리는 스스로 그랑호텔의 투숙객인지 아닌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그런 자신을 보려 한 적이 있는지, 이 자문과 성찰이 사랑이오."
어느 시대의 어느 인간이든 욕망을 품고 펼치려 했듯, 어느 시대 누구든 결핍을 안고 살았다. 사랑이다. 사랑의 결핍이 오염된 욕망을 가능하게 했다. 소설의 한 대목이다.
…… 환상을 믿은 마지막 인간, 이과수는 불현듯 그가 보고 싶어졌다. 가만히 의자 뒤로 다가갔다. 등받이 너머에서 숨소리가 들렸다. "저 왔습니다, 지배인님……, 이 대리요." 조용했다. 이과수는 의자 등받이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천천히 의자를 돌렸다.
이 대리와 지배인을 대비시킨 이 장면은 소설의 구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욕망은 욕구와 달리 절제의 대상이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은 그 윤리가 무너지면서 빚어진 비극이다.
인간의 욕망과 존재의 이중성과 부조리
그랑호텔 투숙객들의 욕망이며, 이 소설이 시작하는 지점이다
작가의 말이다.
"하여 나는 우리의 욕망이 어떤 역사를 써 왔는지, 어디로 우리의 욕망이 가고 있는지, 그 욕망의 저력에 대한 도덕성과 윤리를 '양심의 힘'으로 묻고 싶었다. 인간이 인간다울 수 있는 최후의 보루는 양심이다."
소설의 걱정과 달리, 어차피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자신들의 욕망이 추구한 물질적 부를 내세로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욕망을 학습한 또 다른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이 욕망을 사냥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는 짐작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예지몽이 타인과의 관계와 소통을 암울하게 만든다. 작가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작가는 극단적인 물질 만능주의를 종식할 대안으로 영혼이 아니라 사랑을 꼽는다. 사랑은 오랜 인류의 결핍이자 소망이기 때문이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인간의 욕망과 존재의 이중성과 부조리를 사건과 사유를 통해 천착하고 있다.
목차
목차
차례
프롤로그
1부
이청, 그랑호텔에 투숙하다
지배인
뉴욕-서울
사사
Soul Fund
인터뷰이
체크아웃
유령
출장
2부
제이콥 헨리 쉬프
자무엘
3부
무엇을 할 것인가
데이브와 나
나는 내가 필요해
이과수
애버리지니 필름
한스 화이트
구글링
불멸화위원회
브래디는
채석장
추적하는 사람들
눈물
도담삼봉
퀵 서비스
4부
특별행사
오해
할리우드 씬
성묘
5부
산 하비에르
머피의 법칙
영혼과 형식
안녕, 당신의 이름은
최치영은 왜
종이인형
하정미
김학수 정위
강창섭 생각이 났다
탱고 바 '수르'
엽서
나그네 투숙객
마농
연극이 끝났다
이구아수
에필로그
작가의 말
힘이 되어주신 분들
프롤로그
1부
이청, 그랑호텔에 투숙하다
지배인
뉴욕-서울
사사
Soul Fund
인터뷰이
체크아웃
유령
출장
2부
제이콥 헨리 쉬프
자무엘
3부
무엇을 할 것인가
데이브와 나
나는 내가 필요해
이과수
애버리지니 필름
한스 화이트
구글링
불멸화위원회
브래디는
채석장
추적하는 사람들
눈물
도담삼봉
퀵 서비스
4부
특별행사
오해
할리우드 씬
성묘
5부
산 하비에르
머피의 법칙
영혼과 형식
안녕, 당신의 이름은
최치영은 왜
종이인형
하정미
김학수 정위
강창섭 생각이 났다
탱고 바 '수르'
엽서
나그네 투숙객
마농
연극이 끝났다
이구아수
에필로그
작가의 말
힘이 되어주신 분들
저자
저자
송복남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났다. 직업군인이던 아버지를 따라 원주와 화천, 춘천, 홍천에서 유년기와 소년기를 보냈다. 지역지와 시사주간지, 월간지에서 오랫동안 기자 일을 했고, 시사월간 〈피플〉 발행인 겸 편집장을 지냈다. 2016년 김민이라는 필명으로 〈현대시학〉 신인상에 당선되어 '국도' 외 시 4편을 발표했다. 소설 『그랑호텔의 투숙객들』은 삶이 준 고민에 대한 자신의 말이다. 사람은 개별적이며 이것이 사람을 사람답게 한다. 시대가 개별성을 공고히 하며 개별성은 시대를 통해 공고히 된다. 앞으로도 당 시대와 살아야 하는 개인의 삶, 그 부조리를 이야기하고 있을 터다.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를 읽으며 소설을 읽는다는 게 평안한 일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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