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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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혹했던 독재의 역사 속 조난된 시간에 기억의 빛을 비추어 펼친 윤리의 문학
★ 피노체트 이후 민주주의를 성찰해 온 진실의 계주자 노나 페르난데스의 대표작
"나는 사람들을 고문했습니다." 피노체트의 폭정이 한창이던 1984년 칠레, 한 남자가 정치 잡지 《카우세》에 양심 고백을 한다. 그의 이름은 안드레스, 정치범을 표적으로 삼은 구금 시설과 특수 작전에 투입되어 온 비밀 요원이었다. 정권이 은폐한 국가 범죄를 폭로한 그의 증언은 국제 사회를 뒤흔들었다.
그로부터 30년 후, 한 다큐멘터리 작가가 그때 그 남자를 다시 좇는다. 어린 시절 《카우세》를 읽고 악몽에 시달린 기억 때문에 과거의 진실을 밝히는 일을 하게 된 작가는 칠레 역사에서 지워져 버린 안드레스 요원의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미지의 차원》은 피노체트 이후 칠레 사회와 민중의 삶, 민주주의라는 주제를 치열하게 탐구해 온 작가 노나 페르난데스의 대표작이다. 실화와 허구를 교차하며 20년에 걸친 군사 독재의 심연을 파고든다. 그 악의 체제와 얽혔던 연루자들의 세계를 직면해 정의와 윤리의 문제를 도발적으로 제기한다는 점에서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고전이 될 경탄할 만한 작품"(《엘 파이스》)이라는 평을 받았다.
2017년 스페인어권 여성 작가를 대상으로 한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상을 수상했으며 영어로 번역된 2021년에는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 피노체트 이후 민주주의를 성찰해 온 진실의 계주자 노나 페르난데스의 대표작
"나는 사람들을 고문했습니다." 피노체트의 폭정이 한창이던 1984년 칠레, 한 남자가 정치 잡지 《카우세》에 양심 고백을 한다. 그의 이름은 안드레스, 정치범을 표적으로 삼은 구금 시설과 특수 작전에 투입되어 온 비밀 요원이었다. 정권이 은폐한 국가 범죄를 폭로한 그의 증언은 국제 사회를 뒤흔들었다.
그로부터 30년 후, 한 다큐멘터리 작가가 그때 그 남자를 다시 좇는다. 어린 시절 《카우세》를 읽고 악몽에 시달린 기억 때문에 과거의 진실을 밝히는 일을 하게 된 작가는 칠레 역사에서 지워져 버린 안드레스 요원의 이야기를 이어가고자 한다.
《미지의 차원》은 피노체트 이후 칠레 사회와 민중의 삶, 민주주의라는 주제를 치열하게 탐구해 온 작가 노나 페르난데스의 대표작이다. 실화와 허구를 교차하며 20년에 걸친 군사 독재의 심연을 파고든다. 그 악의 체제와 얽혔던 연루자들의 세계를 직면해 정의와 윤리의 문제를 도발적으로 제기한다는 점에서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고전이 될 경탄할 만한 작품"(《엘 파이스》)이라는 평을 받았다.
2017년 스페인어권 여성 작가를 대상으로 한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상을 수상했으며 영어로 번역된 2021년에는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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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 "국가 폭력의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다루며 세계 문학에 공헌하는 작품" -《뉴욕 타임스》
★ 엄혹한 독재의 역사로부터 진실의 빛을 이어나가는 작가 노나 페르난데스의 대표작
역사상 가장 악랄한 독재자 중 한 명인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독재가 이어지던 1984년, 안드레스 요원의 고백은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켰다. 그는 열아홉 살 때 공군에 입대한 후 10년이나 정치범을 고문하고 처형해 왔다. 그러나 더는 "죽음의 냄새가 가시지 않는 삶"을 견디지 못했고, 독재를 비판했던 언론 《카우세》에 모든 것을 밝혔다. 그가 전한 폭력과 탄압의 실체는 칠레를 충격에 빠뜨렸다. 군부는 진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또다시 무참한 살인 사건을 저질렀고, 나아가 계엄령까지 선포했다.
"우리가 언젠가는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로부터 30년 후, 한 다큐멘터리 작가가 그때 그 남자를 다시 좇는다. 작가는 어린 시절에 남자의 인터뷰를 읽고 악몽에 시달렸으며, 당시의 미스터리를 평생 풀어야 할 과업으로 짊어진 채 살아왔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더 많은 질문에 봉착했다. 평범했던 남자가 어떻게 그토록 잔혹한 일에 가담할 수 있었던 것인지. 순진한 징집병이었다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 병기가 되기까지 도대체 어떤 세월을 거쳤던 것인지. 남자는 증언 이후 피노체트 군부를 피해 은거했다. 프랑스로 망명했고, 시골에 숨어 살며, 외부 접촉을 끊었다. 작가는 답을 내리지 못한다. 증언의 대가로 자신의 남은 삶에 고독과 부자유의 형벌을 내린 남자는 가해자이기만 할까. 독재 이후 민주화된 칠레 역사에서 남자의 자리는 어디일까.
《미지의 차원》은 피노체트 독재 시기에 성장한 후 칠레의 민주주의를 성찰해 온 작가 노나 페르난데스의 대표작이다. 실존 인물인 안드레스 요원의 증언을 추적하며 끝끝내 행방이 알려지지 않은 실종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넘었던 연루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의와 윤리, 역사와 기억의 문제를 고민한다.
2017년 스페인어권 여성 작가를 대상으로 한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상 수상 당시 "어둡고, 한편으로는 수치스러운 과거에 대한 민중의 감정을 정확히 드러내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으며 《태풍의 계절》 저자인 페르난다 멜초르는 "탁월한 지성과 집요한 진실성을 담은 빛나는 문체"를 극찬했다.
★ "안온한 이들을 기습하는, 저런 위험한 야수의 상태로, 기억은 지속되어야 한다" -본문 중
★ 공식 역사의 한계 너머 상상의 여지를 펼치며, 현재의 민주주의를 질문하는 기억의 제안
《미지의 차원》은 실화를 축으로 허구, 저자의 경험이 교차되는 논픽션과 오토픽션의 자장에 있는 소설이다. 등장인물 대다수가 실존했으며, 화자에게는 저자 자신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노나 페르난데스는 자칭 '독재의 딸'의 문제의식으로 과거를 면밀하게 탐구해 문학, 연극, 영화, TV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에서 재현해 왔는데, 그 과정을 통해 벼려온 역사관과 다채로운 서사 기법이 이 작품에 응축되어 있다.
소설은 안드레스 요원의 증언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일상을 무대에 올리듯 세세히 펼쳐 보인다. 그들은 납치, 구금, 고문, 처형의 수순을 거쳐 사라진 한 무리의 희생자이기 이전에 저마다의 세계를 일구었던 한 사람 한 사람이다. 감금된 상황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알아챈 킬라 레오의 이야기를, 아들에게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의 이름을 붙인 알론소 가오나의 이야기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밀고자가 된 카롤 플로레스의 이야기를, 반독재 활동가 어머니를 따라 비밀스러운 삶을 산 마리오의 이야기를 생생히 전한다. 공식적 역사 서술의 틀로 기록될 수만은 없는 그들, 그 평범하고 고유한 삶들이 부서졌다는 것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다.
《미지의 차원》이라는 작품 제목은 중의적이다. 그것은 공식 역사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 묘연한 행방과 은폐된 비밀의 알레고리이자 미국 CBS의 TV 드라마 시리즈 'The Twilight Zone'의 스페인어 제목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1959년에 처음으로 제작된 이래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저자의 유소년기인 1970~1980년대에 칠레에서도 방영되었다. (한국에서도 〈환상특급〉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노나 페르난데스는 정치적 사건과 당대의 대중문화를 직조해 내는데, 이런 서사 기법에는 민중의 기억을 다루는 독창적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 '현실'은 정치사회적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며, 대중문화 역시 한 세대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주요한 여건이기에 그의 작품에서 TV 드라마, 영화, 음악, 게임 등은 공통의 인식과 감각을 드러내는 모티프로 도입된다.
실제로 노나 페르난데스 자신이 그런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해 왔다. 《미지의 차원》의 화자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가 일을 나가 홀로 남겨졌던 긴긴 오후를 TV 앞에서 보냈으며, 드라마가 제시하는 인간에 대한 질문들로 현실의 미스터리를 풀어보려 한다. 안드레스 요원을, 온갖 보도와 자료에 등장한 인물과 사건 들을 자신이 사로잡힌 환상적인 이야기들에 비추어 해석해 보려 한다. 이웃들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무시무시한 소문이 무성했던 당시의 상황은 너무도 현실인 동시에 너무도 초현실이었기에 그 이야기들과 기묘하게 맞물린다. 거대한 비극을, 인간은 그렇게 살아내기도 한다. 그런 서사가 위원회 보고서의 경직된 문법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해서 진실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문학이 제안할 수 있는 기억의 방식이다. 상상의 여지를 열어주고 개입과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서사만이 과거를 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모두의 것으로, 독재의 기억을 갱신할 수 있다는 점을 이 작품은 여실히 보여준다.
★ "오늘날, 수십 년 넘게 지난 지금도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다시 살고 있다. 우리는 정말이지 그 과거를 뒤에 남겨두지 못했다." -저자 인터뷰 중
★ 그 모든 혼란을 직면하고 기꺼이 악몽에 붙들리는, 가장 용감한 예술의 윤리
비극적 역사에 대한 첨예한 기억은 후대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보루다. 하지만 진상 규명과 과거 청산을 목적으로 한 위원회와 박물관의 서사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혼란에 질서를 부여하는 선과 악의 이분법, 정권 교체의 정당성을 설득하는 선형적 진보성으로는 사회문화적 습속으로 뿌리내린 국가 폭력의 상흔을 제대로 마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완결된 서사가 아닌 현재형으로 지속되는 질문이다.
따라서 저자의 관심은 특정 시대, 특정 인물에 국한된 악의 체제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독재 종식 후 25년이 지난 시점에서 쓰인 이 소설에는 그간의 시간들이 쌓이고 겹쳐 있다. 화자는 "시제를 뒤섞어 쓰며" 군사 정권과 단절되지 못한 문민정부들의 타협한 역사를, 그 불씨가 남아 있으며 여전히 피노체트의 헌법으로 규율되고 있는 현재를, 그 뫼비우스의 띠 같은 상황을 나란히 놓는다.
게다가 안드레스 요원은 통상적인 영웅이 아니다. 그렇다고 피노체트처럼 절대적인 악인으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그는 범죄에 가담했지만 회개했고, 그렇더라도 "회개한 괴물"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이처럼 복잡한 성격 때문에 그의 존재는 역사에서 누락되어 왔다. '기억과 인권 박물관' 구석구석에 그가 밝힌 진실은 새겨져 있을지언정 그의 흔적은 없다. 안드레스 요원의 증언을 최초로 들었던 《카우세》 기자는 "그를 목 조르고 할퀴고 때리고, 고함 지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지만 동시에 "그중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는 자각"으로 무력해진다. 그것은 이 반영웅에 대해 수많은 칠레인이 공유하는 감정일 것이다. 화자 역시 그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와중에 양가적인 심경을 내비친다. 화자가 어린 시절 안드레스 요원을 보고 충격에 빠졌던 것은 학교의 과학 선생님을 꼭 닮아서였다. 평범한 사람이,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누구라도 사람들을 고문하는 남자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그 점을 되새기며 화자는 거듭 묻는다. "한 인간은 얼마나 많은 얼굴을 지닐 수 있을까? 사람들을 고문했던 남자는? 그리고 나는?"
굳이 경계를 파고들며 서사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 바로 그 지점에 이 작품의 윤리가 있다. 독자 역시 의구심을 품게 된다. 과거 악의 세계와는 당연히 구분되어 있다고 생각한 지금 여기의 세계가, 자신의 발밑이 허물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안드레스 요원에게 자신의 얼굴을 붙여보며 섬뜩함에 사로잡히게 된다. 같은 상황이었다면, 누구라도 선과 악의 경계를 넘었을지 모른다. 나라도 연루되었을 수 있다. 선인과 악인을 가르는 선은 얼마나 가늘고 희미한가. 그것을 넘거나 넘지 않는 선택에는 대체 무엇이 필요한가. 단선적인 서사로는 포획되지 않는 틈새에서만, 심연에서만, 회색 지대에서만 생겨나는 질문에, 두렵지만 가장 용기 있는 질문에 기어코 다다르게 된다.
그 모든 혼란을 직면하고 기꺼이 껴안는다면, 독자는 분명히 길을 잃을 것이지만, 화자처럼 깨어날 수 없는 악몽에 붙들릴 것이지만,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유일하게 윤리적인 기억법인지도 모른다.
★ 엄혹한 독재의 역사로부터 진실의 빛을 이어나가는 작가 노나 페르난데스의 대표작
역사상 가장 악랄한 독재자 중 한 명인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독재가 이어지던 1984년, 안드레스 요원의 고백은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켰다. 그는 열아홉 살 때 공군에 입대한 후 10년이나 정치범을 고문하고 처형해 왔다. 그러나 더는 "죽음의 냄새가 가시지 않는 삶"을 견디지 못했고, 독재를 비판했던 언론 《카우세》에 모든 것을 밝혔다. 그가 전한 폭력과 탄압의 실체는 칠레를 충격에 빠뜨렸다. 군부는 진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또다시 무참한 살인 사건을 저질렀고, 나아가 계엄령까지 선포했다.
"우리가 언젠가는 이 악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그로부터 30년 후, 한 다큐멘터리 작가가 그때 그 남자를 다시 좇는다. 작가는 어린 시절에 남자의 인터뷰를 읽고 악몽에 시달렸으며, 당시의 미스터리를 평생 풀어야 할 과업으로 짊어진 채 살아왔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오히려 더 많은 질문에 봉착했다. 평범했던 남자가 어떻게 그토록 잔혹한 일에 가담할 수 있었던 것인지. 순진한 징집병이었다가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 병기가 되기까지 도대체 어떤 세월을 거쳤던 것인지. 남자는 증언 이후 피노체트 군부를 피해 은거했다. 프랑스로 망명했고, 시골에 숨어 살며, 외부 접촉을 끊었다. 작가는 답을 내리지 못한다. 증언의 대가로 자신의 남은 삶에 고독과 부자유의 형벌을 내린 남자는 가해자이기만 할까. 독재 이후 민주화된 칠레 역사에서 남자의 자리는 어디일까.
《미지의 차원》은 피노체트 독재 시기에 성장한 후 칠레의 민주주의를 성찰해 온 작가 노나 페르난데스의 대표작이다. 실존 인물인 안드레스 요원의 증언을 추적하며 끝끝내 행방이 알려지지 않은 실종자,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넘었던 연루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의와 윤리, 역사와 기억의 문제를 고민한다.
2017년 스페인어권 여성 작가를 대상으로 한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상 수상 당시 "어둡고, 한편으로는 수치스러운 과거에 대한 민중의 감정을 정확히 드러내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았으며 《태풍의 계절》 저자인 페르난다 멜초르는 "탁월한 지성과 집요한 진실성을 담은 빛나는 문체"를 극찬했다.
★ "안온한 이들을 기습하는, 저런 위험한 야수의 상태로, 기억은 지속되어야 한다" -본문 중
★ 공식 역사의 한계 너머 상상의 여지를 펼치며, 현재의 민주주의를 질문하는 기억의 제안
《미지의 차원》은 실화를 축으로 허구, 저자의 경험이 교차되는 논픽션과 오토픽션의 자장에 있는 소설이다. 등장인물 대다수가 실존했으며, 화자에게는 저자 자신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노나 페르난데스는 자칭 '독재의 딸'의 문제의식으로 과거를 면밀하게 탐구해 문학, 연극, 영화, TV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에서 재현해 왔는데, 그 과정을 통해 벼려온 역사관과 다채로운 서사 기법이 이 작품에 응축되어 있다.
소설은 안드레스 요원의 증언에 등장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일상을 무대에 올리듯 세세히 펼쳐 보인다. 그들은 납치, 구금, 고문, 처형의 수순을 거쳐 사라진 한 무리의 희생자이기 이전에 저마다의 세계를 일구었던 한 사람 한 사람이다. 감금된 상황에서도 계절의 변화를 알아챈 킬라 레오의 이야기를, 아들에게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의 이름을 붙인 알론소 가오나의 이야기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밀고자가 된 카롤 플로레스의 이야기를, 반독재 활동가 어머니를 따라 비밀스러운 삶을 산 마리오의 이야기를 생생히 전한다. 공식적 역사 서술의 틀로 기록될 수만은 없는 그들, 그 평범하고 고유한 삶들이 부서졌다는 것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다.
《미지의 차원》이라는 작품 제목은 중의적이다. 그것은 공식 역사에서 제자리를 찾지 못한 묘연한 행방과 은폐된 비밀의 알레고리이자 미국 CBS의 TV 드라마 시리즈 'The Twilight Zone'의 스페인어 제목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1959년에 처음으로 제작된 이래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저자의 유소년기인 1970~1980년대에 칠레에서도 방영되었다. (한국에서도 〈환상특급〉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노나 페르난데스는 정치적 사건과 당대의 대중문화를 직조해 내는데, 이런 서사 기법에는 민중의 기억을 다루는 독창적 철학이 반영되어 있다. '현실'은 정치사회적으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며, 대중문화 역시 한 세대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주요한 여건이기에 그의 작품에서 TV 드라마, 영화, 음악, 게임 등은 공통의 인식과 감각을 드러내는 모티프로 도입된다.
실제로 노나 페르난데스 자신이 그런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해 왔다. 《미지의 차원》의 화자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가 일을 나가 홀로 남겨졌던 긴긴 오후를 TV 앞에서 보냈으며, 드라마가 제시하는 인간에 대한 질문들로 현실의 미스터리를 풀어보려 한다. 안드레스 요원을, 온갖 보도와 자료에 등장한 인물과 사건 들을 자신이 사로잡힌 환상적인 이야기들에 비추어 해석해 보려 한다. 이웃들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무시무시한 소문이 무성했던 당시의 상황은 너무도 현실인 동시에 너무도 초현실이었기에 그 이야기들과 기묘하게 맞물린다. 거대한 비극을, 인간은 그렇게 살아내기도 한다. 그런 서사가 위원회 보고서의 경직된 문법에 들어맞지 않는다고 해서 진실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문학이 제안할 수 있는 기억의 방식이다. 상상의 여지를 열어주고 개입과 해석을 불러일으키는 서사만이 과거를 넘어, 현재를 살아가는 모두의 것으로, 독재의 기억을 갱신할 수 있다는 점을 이 작품은 여실히 보여준다.
★ "오늘날, 수십 년 넘게 지난 지금도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다시 살고 있다. 우리는 정말이지 그 과거를 뒤에 남겨두지 못했다." -저자 인터뷰 중
★ 그 모든 혼란을 직면하고 기꺼이 악몽에 붙들리는, 가장 용감한 예술의 윤리
비극적 역사에 대한 첨예한 기억은 후대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보루다. 하지만 진상 규명과 과거 청산을 목적으로 한 위원회와 박물관의 서사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혼란에 질서를 부여하는 선과 악의 이분법, 정권 교체의 정당성을 설득하는 선형적 진보성으로는 사회문화적 습속으로 뿌리내린 국가 폭력의 상흔을 제대로 마주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완결된 서사가 아닌 현재형으로 지속되는 질문이다.
따라서 저자의 관심은 특정 시대, 특정 인물에 국한된 악의 체제를 고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독재 종식 후 25년이 지난 시점에서 쓰인 이 소설에는 그간의 시간들이 쌓이고 겹쳐 있다. 화자는 "시제를 뒤섞어 쓰며" 군사 정권과 단절되지 못한 문민정부들의 타협한 역사를, 그 불씨가 남아 있으며 여전히 피노체트의 헌법으로 규율되고 있는 현재를, 그 뫼비우스의 띠 같은 상황을 나란히 놓는다.
게다가 안드레스 요원은 통상적인 영웅이 아니다. 그렇다고 피노체트처럼 절대적인 악인으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그는 범죄에 가담했지만 회개했고, 그렇더라도 "회개한 괴물"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이처럼 복잡한 성격 때문에 그의 존재는 역사에서 누락되어 왔다. '기억과 인권 박물관' 구석구석에 그가 밝힌 진실은 새겨져 있을지언정 그의 흔적은 없다. 안드레스 요원의 증언을 최초로 들었던 《카우세》 기자는 "그를 목 조르고 할퀴고 때리고, 고함 지르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지만 동시에 "그중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는 자각"으로 무력해진다. 그것은 이 반영웅에 대해 수많은 칠레인이 공유하는 감정일 것이다. 화자 역시 그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와중에 양가적인 심경을 내비친다. 화자가 어린 시절 안드레스 요원을 보고 충격에 빠졌던 것은 학교의 과학 선생님을 꼭 닮아서였다. 평범한 사람이,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누구라도 사람들을 고문하는 남자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그 점을 되새기며 화자는 거듭 묻는다. "한 인간은 얼마나 많은 얼굴을 지닐 수 있을까? 사람들을 고문했던 남자는? 그리고 나는?"
굳이 경계를 파고들며 서사를 혼란에 빠뜨리는 것, 바로 그 지점에 이 작품의 윤리가 있다. 독자 역시 의구심을 품게 된다. 과거 악의 세계와는 당연히 구분되어 있다고 생각한 지금 여기의 세계가, 자신의 발밑이 허물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심지어 안드레스 요원에게 자신의 얼굴을 붙여보며 섬뜩함에 사로잡히게 된다. 같은 상황이었다면, 누구라도 선과 악의 경계를 넘었을지 모른다. 나라도 연루되었을 수 있다. 선인과 악인을 가르는 선은 얼마나 가늘고 희미한가. 그것을 넘거나 넘지 않는 선택에는 대체 무엇이 필요한가. 단선적인 서사로는 포획되지 않는 틈새에서만, 심연에서만, 회색 지대에서만 생겨나는 질문에, 두렵지만 가장 용기 있는 질문에 기어코 다다르게 된다.
그 모든 혼란을 직면하고 기꺼이 껴안는다면, 독자는 분명히 길을 잃을 것이지만, 화자처럼 깨어날 수 없는 악몽에 붙들릴 것이지만,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유일하게 윤리적인 기억법인지도 모른다.
목차
목차
진입 구역 ZONA DE INGRESO
접선 구역 ZONA DE CONTACTO
유령 구역 ZONA DE FANTASMAS
탈출 구역 ZONA DE ESCAPE
접선 구역 ZONA DE CONTACTO
유령 구역 ZONA DE FANTASMAS
탈출 구역 ZONA DE ESCAPE
저자
저자
노나 페르난데스 노나 페르난데스(Nona Fern?ndez)
1971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났다. 연극을 공부한 후 배우 겸 작가로 활동했다. 피노체트 군사 정권하에서 성장한 자신의 경험과 칠레 역사, 민중의 삶을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아 민주주의와 기억의 문제를 제기한 '독재의 딸아들' 세대 작가 중 한 명이다.
2000년에 첫 단편 소설집 《하늘El Cielo》을 출간했으며 2002년 산티아고를 가로지르며 "쓰레기와 시체를 흘려보낸" 강의 이름을 딴 소설 《마포초Mapocho》로 칠레에서 가장 중요한 문학상 중 하나인 프레미오 무니시팔 데 리터라투라Premio Municipal de Literatura를 수상했다. 피노체트 정권의 범죄에 동원된 군인의 양심 고백과 훗날 그 과거를 현재에 되살리려는 한 작가의 노력을 담은 2016년작 《미지의 차원》은 "칠레의 집단적 트라우마에 정면으로 맞서는 질문"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노나 페르난데스에게 스페인어권 여성 작가를 대상으로 한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상Sor Juana In?s de la Cruz Prize을 안겨주었으며, 중남미는 물론 유럽 전역에 번역되었다. 영어로 출간된 2021년에는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총 7권의 소설 외에도 《보이저》를 비롯한 에세이, 다수의 희곡과 텔레비전·영화 대본을 집필했다. 연극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남편과 함께 극단을 운영하며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서사적 실험을 하고 있다.
1971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났다. 연극을 공부한 후 배우 겸 작가로 활동했다. 피노체트 군사 정권하에서 성장한 자신의 경험과 칠레 역사, 민중의 삶을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아 민주주의와 기억의 문제를 제기한 '독재의 딸아들' 세대 작가 중 한 명이다.
2000년에 첫 단편 소설집 《하늘El Cielo》을 출간했으며 2002년 산티아고를 가로지르며 "쓰레기와 시체를 흘려보낸" 강의 이름을 딴 소설 《마포초Mapocho》로 칠레에서 가장 중요한 문학상 중 하나인 프레미오 무니시팔 데 리터라투라Premio Municipal de Literatura를 수상했다. 피노체트 정권의 범죄에 동원된 군인의 양심 고백과 훗날 그 과거를 현재에 되살리려는 한 작가의 노력을 담은 2016년작 《미지의 차원》은 "칠레의 집단적 트라우마에 정면으로 맞서는 질문"이라는 평을 받았다. 이 작품은 노나 페르난데스에게 스페인어권 여성 작가를 대상으로 한 소르 후아나 이네스 데 라 크루스상Sor Juana In?s de la Cruz Prize을 안겨주었으며, 중남미는 물론 유럽 전역에 번역되었다. 영어로 출간된 2021년에는 전미도서상 번역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총 7권의 소설 외에도 《보이저》를 비롯한 에세이, 다수의 희곡과 텔레비전·영화 대본을 집필했다. 연극 연출가이자 극작가인 남편과 함께 극단을 운영하며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서사적 실험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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