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하나 봄
Regular price
$17.50
Sale price
Regular price
✈️
Estimated delivery date 예상 배송일
Standard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8-12 영업일
Express Shipping
불러오는 중...
주문일로부터 6-8 영업일
Couldn't load pickup availability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작품해설
사유의 길에 선 시(詩)의 순례자
곽혜란(시인, 월간 문학바탕 발행인)
소쉬르(F. de. Saussure)의 개념에 의하면 시는 일반적인 언어와 달리 기표(시니피앙)와 기의(시니피에)를 다양하게 생성하기 때문에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기도 하고 감각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
조서희 시인의 시에는 세계를 통찰하는 고독한 여정과 존재를 탐구하는 무던한 발자국들이 보인다. 새순과 꽃들이 한 겹 한 겹 겹쳐 피어나면 봄은 어느 사이 물러나고 여름 그리고 가을겨울을 맞는 유기적 순환처럼 조서희 시인의 시 또한 시니피에(finisseur)와 시니피앙(finissant)의 긴밀한 연결로 시의 완성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그의 시의 주된 소재인 "길"이라는 시니피앙은 다양한 시니피에로 변주되고 새롭게 해석되어지며 존재와 소멸이라는 상반된 구조 장치 속에 존재의 소멸이 곧 완성임을 보여준다.
조서희 시인의 철학적 사유가 깊은 시학(詩學)을 따라가 보기로 한다.
1. 존재의 탐색, 순례자의 발걸음
시에서 순례자의 모습은 단순한 여행자나 방랑자의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 존재로 자주 등장한다. 문학비평적 측면에서 순례자의 떠돎은 내적 성장, 내면 탐색, 혹은 운명적 방황을 상징하는 모티프가 된다.
조서희 시인의 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시세계는 순례자의 떠돎, 즉 구도와 탐색의 상징적 세계이다.
순례자는 본질적으로 어떤 진실이나 구원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 존재이며, 문학에서 순례의 길은 내면적 변화의 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단테의 『신곡』에서 주인공이 지옥과 연옥을 지나 천국으로 향하는 여정은 전형적인 순례자의 모습이다. 황지우의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에서의 떠나는 존재는 더 깊은 깨달음과 새로운 세계를 찾아가는 순례자로 해석되기도 한다. 조서희 시의 순례자는 신화적인 해석과 깨달음으로 가는 철학적 여정. 그리고 나아가서 소외된 채 정처 없이 떠도는 현대인의 실존적 방황까지 아우르고 있다.
구부러졌거나 곧거나
좁거나 넓거나
특별하거나 평범하거나
불편하거나 편하거나 걸어야 한다
걷는 동안 길에서 건져 올린 낱말들
기억
비우기
평온
겸손
동행
산티아고 순례길이거나 제주 올레길이거나.
- 「산티아고 순례길이거나 올레길이거나」 부분
"구부러졌거나 곧거나/좁거나 넓거나/특별하거나 평범하거나/불편하거나 편하거나" 하는 길은 세상 모든 길을 의미한다. 오롯이 곧고 편하기만 한 길이 없듯, 시종 구부러지거나 좁기만 한 길이 없듯 인생 또한 이런 길 저런 길을 걷기 마련이다.
순례자의 이미지가 두드러지는 이 시의 화자는 험난한 길, 다양한 길을 지나면서 "비우기/평온/겸손/동행" 같은 경지에 이르는 순례자 본연의 모습을 찾는다.
정선의 아침
햇살 먼저 와 발 담그는 풍경 한 폭
버짐 같은 겨울때 씻어내느라 분주한
자작나무 손길 숲길 걷다 보면
나이테 새겨지듯
헝클어진 만남도
미로 같은 마음도
제 자리 찾아가는 순례길
바람 소리 고요히 익어 가는 시간
생이란
제 안의 상처를 다독이며 성숙해진다는 걸
꽃잎 멍들지 않게 봄비 내리는
로미지안.
- 「로미지안」 전문
"자작나무 손길 숲길 걷다 보면/나이테 새겨지듯/헝클어진 만남도/미로 같은 마음도/제 자리 찾아가는 순례길"을 걷는 화자는 "바람 소리 고요히 익어 가"듯 "생이란/제 안의 상처를 다독이며 성숙해진다"는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 이 시의 제목인 "로미지안"은 어떤 장소일 수도 있고 어떤 대상일 수도 있으며 바로 시적 자아일 수도 있다. 시인은 온 세계, 온 우주를 유랑하며 헤매어도 답은 결국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는다. 조서희 시인은 시로 묻고 시로써 답을 찾는 사색적 구도의 모습이 역력하다.
실존주의 문학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길을 잃은 존재로 묘사된다. 시에서도 순례자는 종종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인물로 그려지기도 한다.
낯선 여행지
낯선 시간
낯선 시간의 산책자
그 속의 풍경들
그 속의 사연들
대단한 기대도 실망도 말라는
위로의 풍경
사진을 지우려다
더 많은 사진을 가슴에 새겨 넣는다
시간의 가장자리
길보다 멀리 뻗은 그리움
시간 너머 쌓아 올린 기억의 주름을 펴본다.
- 「시간의 산책자」 부분
사진은 시간을 멈추게 하는 행위이다. 한순간을 영원으로, 또는 반대로 그 순간이 이미 지나가버렸음을 증명하는, 때로는 아련하고 때로는 너무나 냉정하여 역설적이다. 또한 사진은 기억이면서 부재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한 장의 사진은 한 편의 시이면서 기억의 피난처이기도 하다. 사진 속 나는 웃고 있지만 그 미소 뒤의 침묵과 쓸쓸함과 렌즈 밖의 지워진 풍경…
시인은 "낯선 여행지/낯선 시간"이라는 시공간 속에 화자 또한 "낯선" "산책자"로 대상화시키고 결국 "기대도 실망도 말라는/위로의 풍경", 이 한 장면만이 남았을 뿐이다.
"길보다 멀리 뻗은 그리움", 조서희 시인의 시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길"은 이 시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움은 떠난 것과 남은 것의 사이에서 생겨난다기보다는 남겨진 것과 잊혀진 것 사이에서 생겨난다. "시간 너머 쌓아 올린 기억의 주름을 펴"는 화자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이 모든 이치를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모던적 순례자는 더 이상 '의미'를 찾는 존재가 아니다.
된추위에 외로움 발 디딜 틈 없을 때
마냥 시리지 않은 것은
내가 머물렀던 소담한 경주의 골목길 덕분이다
그 길은 탄력 있고 싱싱하다
걸을 때마다 마치 내 몸이
바람을 많이 넣은 축구공처럼
절로 튀어 올라가는 느낌이다
나는 지금 인생 간이역 어디쯤 서 있는 걸까
세월은 온 힘을 다해 타오르고
재로 남는 것
그래서 산화되는
- 「경주 하현달」 부분
"걸을 때마다 마치 내 몸이/바람을 많이 넣은 축구공처럼/절로 튀어 올라가는 느낌"일지라도 언젠가는 "세월은 온 힘을 다해 타오르"다 종국에는 "재로 남"아 "그래서 산화되"어 사라지리라.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려는 욕망이 결국 허망한 것으로 끝나버린 김춘수의 「꽃」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현대의 순례자는 오히려 끊임없이 소비되고, 목적 없이 떠돌도록 강요당하는 존재일 수도 있다. 화자는 "경주의 골목길" 어디쯤에서 "인생 간이역 어디쯤"에서 소비되다 소멸되어질 존재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듯하다.
2. 떠돎과 자유의 변주
앞에서 언급했듯 조서희 시인의 시에서 "길"은 대단히 중요한 모티프로 활용된다. 길을 떠나고 길에서 깨닫고, 버리고 다시 채우며 길을 찾고 더러는 길을 잃기도 한다. 조서희 시인의 시의 반은 "길"이 써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태어난 그 순간부터 나그네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가야할 사람들이다. 이 삶은, 이 우주는 잠시 거쳐 가는 여정일 뿐이다. 문학에서 길을 떠남은 완성을 향해 가는 과정일 수도 있고 끝없는 방황을 반복하는 과정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문명의 부조리 속에서 떠도는 현대인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
조서희 시인은 언제나 그 길 위에 있으며, 그의 여정은 독자에게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중요한 상징이 된다.
영화처럼 빨간 오픈카를 타고서라면 더 좋겠지만
오래된 구식 자동차로 달리는 맛도 괜찮다
꽃눈 날리는 섬진강 19번국도
벚꽃에 하늘을 빼앗긴 지 오래
가도 가도 끝나지 않는 꽃말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걸어가는 벚꽃들에
정이 핀다
사랑이 핀다
차 지나간 자리 바람 일면
수북이 떨어진 꽃잎
다시 솟구치며 따라오고
연분홍 배웅을 받으며
햇볕이 몸을 뉜 산과 들
오후 3시 강이
느리게 느리게 흐르고 있다
섬진강 건너편
산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붉은빛 물비늘 강물 젖어 들 즈음
재첩 잡던 섬진강 어부들도 하나둘 포구로 돌아오고
그 배 뒷머리
지지배배 노래 부르던 새들도 따라오고
벚꽃 마음도 그들 따라 날아오른다
나는 섬진강 물살 햇살이 되고 싶다.
- 「섬진강 19번국도」 전문
그의 길은 "섬진강 19번국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빨간 오픈카"는 아니지만 "꽃눈 날리는 섬진강 19번국도"를 달리며 "섬진강 물살 햇살이 되고 싶다"던 조 시인의 발길은 자연과의 합일을 꿈꾼다. 시인에게 "19번국도"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유토피아, 시인의 이상향일 것이다. 꽃, 정, 사랑, 새들이 있으며 떠나갔던 것들이 돌아오는 곳, 솟구치고 날아오르는 생명의 길.
그러나 이 길 또한 나그네에게는 지나가야 할 하나의 여정일 뿐이다.
사는 일이 버겁거든
마음 비운 풍경소리처럼
그렇게 살아보면 어떠하리.
- 「사는 일이 버겁거든」 전문
살다보면 때로 마음 부대끼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마음 비운 풍경소리처럼" 바람을 거스르지 않고 바람과 허공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풍경"처럼 자신을 내려놓기 위한 "길 떠나기"로 나그네의 "부르튼 그리움의 행선지"를 찾아가는 행위는 마치 수행자의 오체투지와 동일시된다.
오체투지(五體投地)는 불교와 힌두교에서 행하는 수행의 한 형태로 머리와 두 팔, 두 무릎을 땅에 닿게 하여 몸 전체를 바닥에 엎드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절대자에 대한 존경과 업장소멸 공덕 쌓기 등의 의미 외에도 자아를 내려놓는 수행, 깨달음과 진리로 나아가기 위한 수행 방식이다.
조서희 시인의 시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수행 또한 "산티아고"에서 "섬진강 19번국도"에서, "수품항"에서 "청령포"로, "우포늪", "내소사", "태백역", "서천 마량포구" 등을 걷고 걷는 동안 마치 오체투지를 행하는 순례자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현대시에서 떠돎, 떠도는 존재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곤 한다. 그것은 사회의 부조리 앞에서의 존재론적 방랑이며,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익명의 존재이며 뿌리 내리지 못한 불안적 존재로서의 사회적 유랑일 수 있으며, 고착되고 정형화된 길을 거부하고 이상적인 갈망으로서의 자유에의 동경일 수 있다.
도로는 체증
차는 구토 중
액셀러레이터 소리
브레이크 소리
신경은 상투를 쓴다
(중략)
도시에 내려지는
비상 동원령
적색 경고등은 당직이다
도로는 자꾸 제왕절개 되는 시대
도시를 기웃거리는 것은
추락하는
오후
오후 3시는
신나게 코를 풀거나
견인차에 끌려가거나
유행성 독감을 앓는 중
도로는 뒤집힌 채 휴식 중
일기예보에는 폭풍우가 몰려오는 중
추락하는 오후는 내부 수리 중.
- 「내부 수리 중」 부분
기계음으로 가득한 도시의 삶에 피로감이 든다. 도로는 곳곳이 갈라지며 또 다른 소음을 낳는다. "추락하"고, "견인차에 끌려가"고 "유행성 독감을 앓는 중/도로는 뒤집힌" 치열한 상황 중에 또 "폭풍우가 몰려오는 중"이라는 숨 가쁜 현대인의 표상이다. 그런 일상을 살다보면 고장이 안 날 수 없다. "내부 수리 중"이라는 슬픈 푯말이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황지우의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의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숨 막혀/떠돌다 떠돌다 떠돌다 보면은" 같은 자유를 향한 몸짓으로 표출되고 있다.
눈은 내리어
죽은 가지마다 촛불을 달고
눈은 나무들 귀를 적시고
쉰 목소리도 적신다
촛불 속 종소리도 일어난다
여름 지나 겨울
나무들 귀가 가라앉고
촛불 사이로
슈베르트는 잠들고
눈은 아득히 사랑하는 사람
속눈썹 끝에 걸리고
겨울 나그네
지금 외출 중.
- 「외출 중」 부분
눈은 시간이 지나면 녹아버리기에 망각과 소멸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독과 쓸쓸함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덮어주고 지워버리는 이미지로 해석되기도 한다. 위의 인용시에서 "눈"은 덮어주고 위로하며 지워버리는 심상으로 활용되고 있다. "죽은 가지마다 촛불"에 생명을 부여하고 "종소리도 일"으켜 세우는 초월적이며 성스러운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러나 "겨울 나그네"는 "지금 외출 중"이다. 즉 부재중이라는 의미이다.
조서희 시인의 시에서 의미 있게 등장하는 이러한 이미지, 즉 "외출 중", "내부 수리 중" "갓길 없음" "혼자 걷는" 등의 현상은 라캉의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현대인들의 존재론적 결핍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
3. 회귀, 나는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현대인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자신이 돌아갈 길을 찾지만 세상 어디에도 진정한 안식처는 없다. 더러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인식 하에 회귀를 역사적 비극이나 집단적 기억의 차원에서 찾는다. 또한 인간을 삶과 죽음,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는 존재라고 하지만 과연 진정한 회귀가 가능한 것일까 하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연어의 회귀 본능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산란하는 생명의 순환과 귀소성을 상징하는 바, 완벽한 회귀보다는 변형된 회귀의 변주라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특히 문학에서의 완벽한 회귀는 없는 것으로 그려진다. 설령 물리적으로 동일한 장소에 돌아간다 해도 환경, 대상, 기억, 느낌이 변하기에 완벽하게 "그때, 그곳"은 아니다.
불편한 자의식
감성은 나이 들지 않고
맨발로 걸어도 구김살 없던 청춘
시간은 기대만 하다가 지나가는 걸까
푸른 하늘처럼 눈부시던 시절
나무가 거꾸로 자라던 푸른 바다
여름도 좋고 겨울도 좋지만
딱 한 계절
스물하나 봄
그때는 너도 있었지만
지금은 너만 없다
그렁그렁한 눈망울은 앞을 보고 있지만
그리움이 뒤에서 발목을 잡는다
되돌아올 수 없을 만큼 먼 곳이
네가 원하던 곳이었을까
다시, 내게도 봄은 올까
그대, 다시 봄 앞에 서다.
- 「스물하나 봄」 전문
모든 것이 아름답고 좋은 계절, "스물하나 봄"이건만 "그때는 너도 있었지만/지금은 너만 없"는, 그때와는 완전 다른 봄이다. "되돌아올 수 없을 만큼 먼 곳이/네가 원하던 곳이었을까/다시, 내게도 봄은 올까"하는 불완전한 봄인 것이다.
완벽한 회귀란 없음을 조서희 시인은 이미 안다. 그럼에도 역설적이게도 회귀를 소망한다. 시인이기에 기억과 상상 속에서 회귀 추구가 가능하다. 비록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정지용 시인의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향수」) 같은 "회귀"가 시인에게는 있다. 이상화된 기억 속에서 언제든 회귀가 가능하다는 시적 상상력이 그것이다.
난 두렵지 않아
정말 두려운 건
언젠가 걸음을 멈춰야 할 순간
후회는 없어
여행은 나, 바로 나니까
- 「수품항 풍경」 부분
"걸음"을 멈추지 않고 가야할 곳이 있다. 이 시에서 중요한 요소는 여행, 걸음, 멈춤, 후회 없음이다. 회귀와 여행은 동일성이 있다. 여행은 곧 삶 자체이니까. 회귀는 곧 단순한 돌아감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모든 길과 경험들이 곧 나를 이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진정한 회귀란 특정 장소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니체는 "영원회귀" 개념을 통해 같은 삶이 무한히 반복된다 해도 그 삶을 긍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인용시 "후회는 없어"라는 대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모든 것을 긍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서희 시인 특유의 긍정과 낙천을 고스란히 잘 담아낸 부분이다.
보라. 길 위에서 시를 구하고 길 위에 시를 적는 정처 없는 시의 여행자이며 순례자, 조서희 시인의 삶에 대한 깊은 혜안은 경전의 한 구절 같은 이 짧은 시구 속에 다 함축되어 있다.
노을은 금방 사라질 테니까
인생은 빨리 저물 테니까.
- 「노을」 부분
사유의 길에 선 시(詩)의 순례자
곽혜란(시인, 월간 문학바탕 발행인)
소쉬르(F. de. Saussure)의 개념에 의하면 시는 일반적인 언어와 달리 기표(시니피앙)와 기의(시니피에)를 다양하게 생성하기 때문에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기도 하고 감각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
조서희 시인의 시에는 세계를 통찰하는 고독한 여정과 존재를 탐구하는 무던한 발자국들이 보인다. 새순과 꽃들이 한 겹 한 겹 겹쳐 피어나면 봄은 어느 사이 물러나고 여름 그리고 가을겨울을 맞는 유기적 순환처럼 조서희 시인의 시 또한 시니피에(finisseur)와 시니피앙(finissant)의 긴밀한 연결로 시의 완성도를 극대화하고 있다.
그의 시의 주된 소재인 "길"이라는 시니피앙은 다양한 시니피에로 변주되고 새롭게 해석되어지며 존재와 소멸이라는 상반된 구조 장치 속에 존재의 소멸이 곧 완성임을 보여준다.
조서희 시인의 철학적 사유가 깊은 시학(詩學)을 따라가 보기로 한다.
1. 존재의 탐색, 순례자의 발걸음
시에서 순례자의 모습은 단순한 여행자나 방랑자의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고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 존재로 자주 등장한다. 문학비평적 측면에서 순례자의 떠돎은 내적 성장, 내면 탐색, 혹은 운명적 방황을 상징하는 모티프가 된다.
조서희 시인의 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시세계는 순례자의 떠돎, 즉 구도와 탐색의 상징적 세계이다.
순례자는 본질적으로 어떤 진실이나 구원을 찾기 위해 길을 떠나는 존재이며, 문학에서 순례의 길은 내면적 변화의 과정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단테의 『신곡』에서 주인공이 지옥과 연옥을 지나 천국으로 향하는 여정은 전형적인 순례자의 모습이다. 황지우의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에서의 떠나는 존재는 더 깊은 깨달음과 새로운 세계를 찾아가는 순례자로 해석되기도 한다. 조서희 시의 순례자는 신화적인 해석과 깨달음으로 가는 철학적 여정. 그리고 나아가서 소외된 채 정처 없이 떠도는 현대인의 실존적 방황까지 아우르고 있다.
구부러졌거나 곧거나
좁거나 넓거나
특별하거나 평범하거나
불편하거나 편하거나 걸어야 한다
걷는 동안 길에서 건져 올린 낱말들
기억
비우기
평온
겸손
동행
산티아고 순례길이거나 제주 올레길이거나.
- 「산티아고 순례길이거나 올레길이거나」 부분
"구부러졌거나 곧거나/좁거나 넓거나/특별하거나 평범하거나/불편하거나 편하거나" 하는 길은 세상 모든 길을 의미한다. 오롯이 곧고 편하기만 한 길이 없듯, 시종 구부러지거나 좁기만 한 길이 없듯 인생 또한 이런 길 저런 길을 걷기 마련이다.
순례자의 이미지가 두드러지는 이 시의 화자는 험난한 길, 다양한 길을 지나면서 "비우기/평온/겸손/동행" 같은 경지에 이르는 순례자 본연의 모습을 찾는다.
정선의 아침
햇살 먼저 와 발 담그는 풍경 한 폭
버짐 같은 겨울때 씻어내느라 분주한
자작나무 손길 숲길 걷다 보면
나이테 새겨지듯
헝클어진 만남도
미로 같은 마음도
제 자리 찾아가는 순례길
바람 소리 고요히 익어 가는 시간
생이란
제 안의 상처를 다독이며 성숙해진다는 걸
꽃잎 멍들지 않게 봄비 내리는
로미지안.
- 「로미지안」 전문
"자작나무 손길 숲길 걷다 보면/나이테 새겨지듯/헝클어진 만남도/미로 같은 마음도/제 자리 찾아가는 순례길"을 걷는 화자는 "바람 소리 고요히 익어 가"듯 "생이란/제 안의 상처를 다독이며 성숙해진다"는 깊은 깨달음을 얻는다. 이 시의 제목인 "로미지안"은 어떤 장소일 수도 있고 어떤 대상일 수도 있으며 바로 시적 자아일 수도 있다. 시인은 온 세계, 온 우주를 유랑하며 헤매어도 답은 결국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는다. 조서희 시인은 시로 묻고 시로써 답을 찾는 사색적 구도의 모습이 역력하다.
실존주의 문학에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길을 잃은 존재로 묘사된다. 시에서도 순례자는 종종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인물로 그려지기도 한다.
낯선 여행지
낯선 시간
낯선 시간의 산책자
그 속의 풍경들
그 속의 사연들
대단한 기대도 실망도 말라는
위로의 풍경
사진을 지우려다
더 많은 사진을 가슴에 새겨 넣는다
시간의 가장자리
길보다 멀리 뻗은 그리움
시간 너머 쌓아 올린 기억의 주름을 펴본다.
- 「시간의 산책자」 부분
사진은 시간을 멈추게 하는 행위이다. 한순간을 영원으로, 또는 반대로 그 순간이 이미 지나가버렸음을 증명하는, 때로는 아련하고 때로는 너무나 냉정하여 역설적이다. 또한 사진은 기억이면서 부재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이렇듯 한 장의 사진은 한 편의 시이면서 기억의 피난처이기도 하다. 사진 속 나는 웃고 있지만 그 미소 뒤의 침묵과 쓸쓸함과 렌즈 밖의 지워진 풍경…
시인은 "낯선 여행지/낯선 시간"이라는 시공간 속에 화자 또한 "낯선" "산책자"로 대상화시키고 결국 "기대도 실망도 말라는/위로의 풍경", 이 한 장면만이 남았을 뿐이다.
"길보다 멀리 뻗은 그리움", 조서희 시인의 시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길"은 이 시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리움은 떠난 것과 남은 것의 사이에서 생겨난다기보다는 남겨진 것과 잊혀진 것 사이에서 생겨난다. "시간 너머 쌓아 올린 기억의 주름을 펴"는 화자의 가느다란 손가락은 이 모든 이치를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포스트모던적 순례자는 더 이상 '의미'를 찾는 존재가 아니다.
된추위에 외로움 발 디딜 틈 없을 때
마냥 시리지 않은 것은
내가 머물렀던 소담한 경주의 골목길 덕분이다
그 길은 탄력 있고 싱싱하다
걸을 때마다 마치 내 몸이
바람을 많이 넣은 축구공처럼
절로 튀어 올라가는 느낌이다
나는 지금 인생 간이역 어디쯤 서 있는 걸까
세월은 온 힘을 다해 타오르고
재로 남는 것
그래서 산화되는
- 「경주 하현달」 부분
"걸을 때마다 마치 내 몸이/바람을 많이 넣은 축구공처럼/절로 튀어 올라가는 느낌"일지라도 언젠가는 "세월은 온 힘을 다해 타오르"다 종국에는 "재로 남"아 "그래서 산화되"어 사라지리라.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려는 욕망이 결국 허망한 것으로 끝나버린 김춘수의 「꽃」을 떠올리게 한다. 이처럼 현대의 순례자는 오히려 끊임없이 소비되고, 목적 없이 떠돌도록 강요당하는 존재일 수도 있다. 화자는 "경주의 골목길" 어디쯤에서 "인생 간이역 어디쯤"에서 소비되다 소멸되어질 존재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듯하다.
2. 떠돎과 자유의 변주
앞에서 언급했듯 조서희 시인의 시에서 "길"은 대단히 중요한 모티프로 활용된다. 길을 떠나고 길에서 깨닫고, 버리고 다시 채우며 길을 찾고 더러는 길을 잃기도 한다. 조서희 시인의 시의 반은 "길"이 써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태어난 그 순간부터 나그네이다. 언젠가는 반드시 가야할 사람들이다. 이 삶은, 이 우주는 잠시 거쳐 가는 여정일 뿐이다. 문학에서 길을 떠남은 완성을 향해 가는 과정일 수도 있고 끝없는 방황을 반복하는 과정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문명의 부조리 속에서 떠도는 현대인의 자화상일 수도 있다.
조서희 시인은 언제나 그 길 위에 있으며, 그의 여정은 독자에게 삶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중요한 상징이 된다.
영화처럼 빨간 오픈카를 타고서라면 더 좋겠지만
오래된 구식 자동차로 달리는 맛도 괜찮다
꽃눈 날리는 섬진강 19번국도
벚꽃에 하늘을 빼앗긴 지 오래
가도 가도 끝나지 않는 꽃말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걸어가는 벚꽃들에
정이 핀다
사랑이 핀다
차 지나간 자리 바람 일면
수북이 떨어진 꽃잎
다시 솟구치며 따라오고
연분홍 배웅을 받으며
햇볕이 몸을 뉜 산과 들
오후 3시 강이
느리게 느리게 흐르고 있다
섬진강 건너편
산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붉은빛 물비늘 강물 젖어 들 즈음
재첩 잡던 섬진강 어부들도 하나둘 포구로 돌아오고
그 배 뒷머리
지지배배 노래 부르던 새들도 따라오고
벚꽃 마음도 그들 따라 날아오른다
나는 섬진강 물살 햇살이 되고 싶다.
- 「섬진강 19번국도」 전문
그의 길은 "섬진강 19번국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빨간 오픈카"는 아니지만 "꽃눈 날리는 섬진강 19번국도"를 달리며 "섬진강 물살 햇살이 되고 싶다"던 조 시인의 발길은 자연과의 합일을 꿈꾼다. 시인에게 "19번국도"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유토피아, 시인의 이상향일 것이다. 꽃, 정, 사랑, 새들이 있으며 떠나갔던 것들이 돌아오는 곳, 솟구치고 날아오르는 생명의 길.
그러나 이 길 또한 나그네에게는 지나가야 할 하나의 여정일 뿐이다.
사는 일이 버겁거든
마음 비운 풍경소리처럼
그렇게 살아보면 어떠하리.
- 「사는 일이 버겁거든」 전문
살다보면 때로 마음 부대끼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마음 비운 풍경소리처럼" 바람을 거스르지 않고 바람과 허공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는 "풍경"처럼 자신을 내려놓기 위한 "길 떠나기"로 나그네의 "부르튼 그리움의 행선지"를 찾아가는 행위는 마치 수행자의 오체투지와 동일시된다.
오체투지(五體投地)는 불교와 힌두교에서 행하는 수행의 한 형태로 머리와 두 팔, 두 무릎을 땅에 닿게 하여 몸 전체를 바닥에 엎드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절대자에 대한 존경과 업장소멸 공덕 쌓기 등의 의미 외에도 자아를 내려놓는 수행, 깨달음과 진리로 나아가기 위한 수행 방식이다.
조서희 시인의 시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수행 또한 "산티아고"에서 "섬진강 19번국도"에서, "수품항"에서 "청령포"로, "우포늪", "내소사", "태백역", "서천 마량포구" 등을 걷고 걷는 동안 마치 오체투지를 행하는 순례자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현대시에서 떠돎, 떠도는 존재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되곤 한다. 그것은 사회의 부조리 앞에서의 존재론적 방랑이며,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익명의 존재이며 뿌리 내리지 못한 불안적 존재로서의 사회적 유랑일 수 있으며, 고착되고 정형화된 길을 거부하고 이상적인 갈망으로서의 자유에의 동경일 수 있다.
도로는 체증
차는 구토 중
액셀러레이터 소리
브레이크 소리
신경은 상투를 쓴다
(중략)
도시에 내려지는
비상 동원령
적색 경고등은 당직이다
도로는 자꾸 제왕절개 되는 시대
도시를 기웃거리는 것은
추락하는
오후
오후 3시는
신나게 코를 풀거나
견인차에 끌려가거나
유행성 독감을 앓는 중
도로는 뒤집힌 채 휴식 중
일기예보에는 폭풍우가 몰려오는 중
추락하는 오후는 내부 수리 중.
- 「내부 수리 중」 부분
기계음으로 가득한 도시의 삶에 피로감이 든다. 도로는 곳곳이 갈라지며 또 다른 소음을 낳는다. "추락하"고, "견인차에 끌려가"고 "유행성 독감을 앓는 중/도로는 뒤집힌" 치열한 상황 중에 또 "폭풍우가 몰려오는 중"이라는 숨 가쁜 현대인의 표상이다. 그런 일상을 살다보면 고장이 안 날 수 없다. "내부 수리 중"이라는 슬픈 푯말이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황지우의 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의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숨 막혀/떠돌다 떠돌다 떠돌다 보면은" 같은 자유를 향한 몸짓으로 표출되고 있다.
눈은 내리어
죽은 가지마다 촛불을 달고
눈은 나무들 귀를 적시고
쉰 목소리도 적신다
촛불 속 종소리도 일어난다
여름 지나 겨울
나무들 귀가 가라앉고
촛불 사이로
슈베르트는 잠들고
눈은 아득히 사랑하는 사람
속눈썹 끝에 걸리고
겨울 나그네
지금 외출 중.
- 「외출 중」 부분
눈은 시간이 지나면 녹아버리기에 망각과 소멸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독과 쓸쓸함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덮어주고 지워버리는 이미지로 해석되기도 한다. 위의 인용시에서 "눈"은 덮어주고 위로하며 지워버리는 심상으로 활용되고 있다. "죽은 가지마다 촛불"에 생명을 부여하고 "종소리도 일"으켜 세우는 초월적이며 성스러운 이미지로 다가온다. 그러나 "겨울 나그네"는 "지금 외출 중"이다. 즉 부재중이라는 의미이다.
조서희 시인의 시에서 의미 있게 등장하는 이러한 이미지, 즉 "외출 중", "내부 수리 중" "갓길 없음" "혼자 걷는" 등의 현상은 라캉의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현대인들의 존재론적 결핍을 나타내는 중요한 요소로 작동한다.
3. 회귀, 나는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현대인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자신이 돌아갈 길을 찾지만 세상 어디에도 진정한 안식처는 없다. 더러는 역사는 반복된다는 인식 하에 회귀를 역사적 비극이나 집단적 기억의 차원에서 찾는다. 또한 인간을 삶과 죽음, 떠남과 돌아옴을 반복하는 존재라고 하지만 과연 진정한 회귀가 가능한 것일까 하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연어의 회귀 본능은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산란하는 생명의 순환과 귀소성을 상징하는 바, 완벽한 회귀보다는 변형된 회귀의 변주라는 표현이 맞을 듯싶다. 특히 문학에서의 완벽한 회귀는 없는 것으로 그려진다. 설령 물리적으로 동일한 장소에 돌아간다 해도 환경, 대상, 기억, 느낌이 변하기에 완벽하게 "그때, 그곳"은 아니다.
불편한 자의식
감성은 나이 들지 않고
맨발로 걸어도 구김살 없던 청춘
시간은 기대만 하다가 지나가는 걸까
푸른 하늘처럼 눈부시던 시절
나무가 거꾸로 자라던 푸른 바다
여름도 좋고 겨울도 좋지만
딱 한 계절
스물하나 봄
그때는 너도 있었지만
지금은 너만 없다
그렁그렁한 눈망울은 앞을 보고 있지만
그리움이 뒤에서 발목을 잡는다
되돌아올 수 없을 만큼 먼 곳이
네가 원하던 곳이었을까
다시, 내게도 봄은 올까
그대, 다시 봄 앞에 서다.
- 「스물하나 봄」 전문
모든 것이 아름답고 좋은 계절, "스물하나 봄"이건만 "그때는 너도 있었지만/지금은 너만 없"는, 그때와는 완전 다른 봄이다. "되돌아올 수 없을 만큼 먼 곳이/네가 원하던 곳이었을까/다시, 내게도 봄은 올까"하는 불완전한 봄인 것이다.
완벽한 회귀란 없음을 조서희 시인은 이미 안다. 그럼에도 역설적이게도 회귀를 소망한다. 시인이기에 기억과 상상 속에서 회귀 추구가 가능하다. 비록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정지용 시인의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향수」) 같은 "회귀"가 시인에게는 있다. 이상화된 기억 속에서 언제든 회귀가 가능하다는 시적 상상력이 그것이다.
난 두렵지 않아
정말 두려운 건
언젠가 걸음을 멈춰야 할 순간
후회는 없어
여행은 나, 바로 나니까
- 「수품항 풍경」 부분
"걸음"을 멈추지 않고 가야할 곳이 있다. 이 시에서 중요한 요소는 여행, 걸음, 멈춤, 후회 없음이다. 회귀와 여행은 동일성이 있다. 여행은 곧 삶 자체이니까. 회귀는 곧 단순한 돌아감이 아니라 내가 걸어온 모든 길과 경험들이 곧 나를 이루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진정한 회귀란 특정 장소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니체는 "영원회귀" 개념을 통해 같은 삶이 무한히 반복된다 해도 그 삶을 긍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 인용시 "후회는 없어"라는 대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모든 것을 긍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서희 시인 특유의 긍정과 낙천을 고스란히 잘 담아낸 부분이다.
보라. 길 위에서 시를 구하고 길 위에 시를 적는 정처 없는 시의 여행자이며 순례자, 조서희 시인의 삶에 대한 깊은 혜안은 경전의 한 구절 같은 이 짧은 시구 속에 다 함축되어 있다.
노을은 금방 사라질 테니까
인생은 빨리 저물 테니까.
- 「노을」 부분
목차
목차
시인의 말 3
Ⅰ 다시 봄 앞에 서다
스물하나 봄 10
바람의 지문 11
시간의 산책자 12
왕산초등학교 벚꽃 14
섬진강 19번국도 16
노을 18
로미지안 19
7월이 거기 서 있었어 20
양평 자전거길 22
곰배령 1 23
곰배령 2 24
곰배령 3 25
곰배령 4 26
사는 일이 버겁거든 27
엄마 28
詩人 1 29
詩人 2 30
Ⅱ 한 줌 연둣빛과 다섯 섬 가슴앓이
단 하루 32
내가 시를 쓰는 이유 33
템플스테이(Templestay) 34
다시, 봄 35
낙타의 뒷모습 36
낙타 38
섬 39
유행성 독감 40
고래의 꿈 42
일부는 벽장 속에서 길들이 난다 44
정기 휴일 45
담쟁이넝쿨 46
그림 쓰기 47
그리움의 밑변 48
한두 차례 예상된 비 50
109번째 번뇌 51
나비의 꿈 52
겨울 강 54
Ⅲ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일이다
수품항 풍경 56
거창 수승대 58
청령포 60
태백역 62
서천 마량포구 64
산티아고 순례길이거나 올레길이거나 66
경주 하현달 67
백령도 68
올레길 70
내소사 72
갓길 없음 74
제주 거문오름 76
외출 중 77
민둥산 억새 78
모슬포에서 80
보수동 책방 골목길 82
보성 녹차밭 83
우포늪 84
내부 수리 중 86
우도 88
Ⅳ 슬픔을 세탁하는 방법
흰여울길 90
소설(小雪) 91
광장시장 92
전봇대 93
헛개나무 94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95
연리지 96
울 엄마 97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98
소금 꽃피다 100
사랑 102
달항아리 103
아프니까 청춘이다 104
이별 후 105
오후 3시의 비누 106
www.너에게로 이메일을 보낸다 108
가을 풍경 110
나는 희망한다 111
고무신 112
작품해설
사유의 길에 선 시(詩)의 순례자_곽혜란 113
Ⅰ 다시 봄 앞에 서다
스물하나 봄 10
바람의 지문 11
시간의 산책자 12
왕산초등학교 벚꽃 14
섬진강 19번국도 16
노을 18
로미지안 19
7월이 거기 서 있었어 20
양평 자전거길 22
곰배령 1 23
곰배령 2 24
곰배령 3 25
곰배령 4 26
사는 일이 버겁거든 27
엄마 28
詩人 1 29
詩人 2 30
Ⅱ 한 줌 연둣빛과 다섯 섬 가슴앓이
단 하루 32
내가 시를 쓰는 이유 33
템플스테이(Templestay) 34
다시, 봄 35
낙타의 뒷모습 36
낙타 38
섬 39
유행성 독감 40
고래의 꿈 42
일부는 벽장 속에서 길들이 난다 44
정기 휴일 45
담쟁이넝쿨 46
그림 쓰기 47
그리움의 밑변 48
한두 차례 예상된 비 50
109번째 번뇌 51
나비의 꿈 52
겨울 강 54
Ⅲ 사랑은 상처를 허락하는 일이다
수품항 풍경 56
거창 수승대 58
청령포 60
태백역 62
서천 마량포구 64
산티아고 순례길이거나 올레길이거나 66
경주 하현달 67
백령도 68
올레길 70
내소사 72
갓길 없음 74
제주 거문오름 76
외출 중 77
민둥산 억새 78
모슬포에서 80
보수동 책방 골목길 82
보성 녹차밭 83
우포늪 84
내부 수리 중 86
우도 88
Ⅳ 슬픔을 세탁하는 방법
흰여울길 90
소설(小雪) 91
광장시장 92
전봇대 93
헛개나무 94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95
연리지 96
울 엄마 97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98
소금 꽃피다 100
사랑 102
달항아리 103
아프니까 청춘이다 104
이별 후 105
오후 3시의 비누 106
www.너에게로 이메일을 보낸다 108
가을 풍경 110
나는 희망한다 111
고무신 112
작품해설
사유의 길에 선 시(詩)의 순례자_곽혜란 113
저자
저자
조서희
1994년 「순수문학」 「시대시」 신인문학상에 「외출 중」 외 9편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소금 꽃피다」와 평론집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단 하나의 시」가 있다. 2012년 세계적 시인 초대석 초대시인, 2013년 글로벌문학상, 2016년 전국지역신문 주관 「문화예술대상」, 2019년 한국예술문화복지사총연합회 주관 평론대상, 2021년 아시아 문화예술 대상, 2021년 국제나눔공헌 대상을 받았다. 현재 단국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국시인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Payment & Security
Payment methods
Your payment information is processed securely. We do not store credit card details nor have access to your credit card information.
$99 이상 무료 배송
3% 리워드 크레딧 적립
Secure Paymen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