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상상의 장소
어쩌다 책방 운영자가 머문 12가지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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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방을 움직이는 것."
'어쩌다 책방' - 책장을 넘기고, 모퉁이를 돌고, 새로운 장면을 만나는 곳
열두 가지 장소, 우연과 상상으로 다시 짓는 한 사람의 삶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흔들리며 나아가는 오늘의 내가 어제와 내일의 나를 가만히 안아줄 수 있을 것만 같다."
- 이제니 · 시인
"서점에서 글을 옮기고 집에서는 가구를 옮기는 사람. 김수진에게 왜 무언가를 자꾸만 옮기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도 두서없이 먼 곳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 한승재 · 푸하하하프렌즈 소장
『우연과 상상의 장소』는 서울의 서점 '어쩌다 책방'을 10년간 운영해온 김수진이 자신이 거쳐온 열두 가지 공간을 따라 삶의 서로 다른 장면들을 펼쳐 보이는 책이다. 저자는 망원동의 작은 골목에서 시작해 연남동으로 자리를 옮긴 책방과 서울에서 거쳐 간 여덟 개의 방, 나고 자란 강릉과 가족의 기억, 우연히 길을 잃고 마주한 풍경과 사람들을 차례로 불러낸다. 그러나 그가 공간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장소의 형태나 풍경만이 아니다. 어떤 공간을 선택하고, 바꾸고, 떠나고, 다시 돌아보는 동안 한 사람의 삶이 어떤 형태로 구성되는지를 살핀다.
김수진에게 책과 공간은 서로를 비추는 존재다. 책의 표지를 여는 일은 문을 여는 몸짓과 닮았고, 목차는 길을 안내하는 지도와 닮았다. 문장을 따라 읽는 일은 걷는 행위와 같으며, 책장을 넘기거나 공간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장면이 나타난다. 이러한 사유는 그가 운영하는 책방의 공간에도 반영되어 있다. 1년 동안 약 150개의 도면을 그리며 새 책방을 구상한 끝에, 저자는 한눈에 전체가 드러나는 공간 대신 모퉁이를 돌 때마다 다른 장면과 마주하는 장소를 만들었다. 공간의 전체는 한 번에 주어지지 않고, 걷는 사람의 순서와 속도에 따라 조금씩 드러난다. 그러나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책방의 아름다운 풍경만이 아니다. 서점을 운영한다는 일은 취향과 애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매일 영업시간을 지키고, 책을 고르고, 서가를 옮기고, 손님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지난한 노동이 책방의 10년을 지탱해왔다. 저자는 이 반복적인 운영의 과정에서 공간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한다. 책방의 철학은 처음부터 완성된 기획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고 머무는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수정되고 형성되는 것이다.
저자의 오랜 별명인 '무빙룸(Movingroom)'은 이 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열쇠다. 끊임없이 가구를 옮기고 방의 배치를 바꾸던 저자는 오랫동안 그 이름을 정착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는 말로 여겼다. 그러나 글을 쓰는 과정에서 '움직이는 방'이 아니라 '방을 움직이는 것'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움직임의 주체가 바뀌는 순간, 같은 단어는 전혀 다른 삶의 태도를 가리킨다. 공간을 바꾸는 일은 주어진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 조건에 새로운 형태를 부여하는 행위가 된다. 책방 운영의 기록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고향과 가족, 상실과 애정, 우연한 만남과 관계에 대한 내밀한 고백으로 확장된다. 저자는 자신이 머물렀던 장소들을 다시 통과하며 그곳에서 겪은 불안과 실패, 기쁨과 슬픔이 어떻게 지금의 자신을 이루었는지 살핀다.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날짜가 적힌 일상의 짧은 기록들은 열두 편의 산문 사이에 놓여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를 만든다.
『우연과 상상의 장소』에서 장소는 삶이 펼쳐지는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책을 읽는 일과 공간을 걷는 일, 장소를 만드는 일과 삶을 살아가는 일은 서로 다른 행위이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 '우연'은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사건과 만남을, '상상'은 그 안에서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에 형태를 부여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우연이 삶에 새로운 변수를 가져온다면, 상상은 그 변수들 사이에 이전과 다른 관계를 설정하는 일이다. 그렇게 책의 제목이기도 한 '우연과 상상의 장소'는 하나의 책방을 설명하는 말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로 확장된다. 때로는 길을 잃고, 예상하지 못한 사람을 만나고, 익숙한 방의 가구를 다시 옮기는 사소한 움직임 속에서 삶은 새로운 모양을 얻는다. 이 책은 그렇게 우연과 상상으로 지어지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한 사람의 집이다.
'어쩌다 책방' - 책장을 넘기고, 모퉁이를 돌고, 새로운 장면을 만나는 곳
열두 가지 장소, 우연과 상상으로 다시 짓는 한 사람의 삶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흔들리며 나아가는 오늘의 내가 어제와 내일의 나를 가만히 안아줄 수 있을 것만 같다."
- 이제니 · 시인
"서점에서 글을 옮기고 집에서는 가구를 옮기는 사람. 김수진에게 왜 무언가를 자꾸만 옮기는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도 두서없이 먼 곳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할 것이다."
- 한승재 · 푸하하하프렌즈 소장
『우연과 상상의 장소』는 서울의 서점 '어쩌다 책방'을 10년간 운영해온 김수진이 자신이 거쳐온 열두 가지 공간을 따라 삶의 서로 다른 장면들을 펼쳐 보이는 책이다. 저자는 망원동의 작은 골목에서 시작해 연남동으로 자리를 옮긴 책방과 서울에서 거쳐 간 여덟 개의 방, 나고 자란 강릉과 가족의 기억, 우연히 길을 잃고 마주한 풍경과 사람들을 차례로 불러낸다. 그러나 그가 공간을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장소의 형태나 풍경만이 아니다. 어떤 공간을 선택하고, 바꾸고, 떠나고, 다시 돌아보는 동안 한 사람의 삶이 어떤 형태로 구성되는지를 살핀다.
김수진에게 책과 공간은 서로를 비추는 존재다. 책의 표지를 여는 일은 문을 여는 몸짓과 닮았고, 목차는 길을 안내하는 지도와 닮았다. 문장을 따라 읽는 일은 걷는 행위와 같으며, 책장을 넘기거나 공간의 모퉁이를 돌 때마다 새로운 장면이 나타난다. 이러한 사유는 그가 운영하는 책방의 공간에도 반영되어 있다. 1년 동안 약 150개의 도면을 그리며 새 책방을 구상한 끝에, 저자는 한눈에 전체가 드러나는 공간 대신 모퉁이를 돌 때마다 다른 장면과 마주하는 장소를 만들었다. 공간의 전체는 한 번에 주어지지 않고, 걷는 사람의 순서와 속도에 따라 조금씩 드러난다. 그러나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책방의 아름다운 풍경만이 아니다. 서점을 운영한다는 일은 취향과 애정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매일 영업시간을 지키고, 책을 고르고, 서가를 옮기고, 손님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지난한 노동이 책방의 10년을 지탱해왔다. 저자는 이 반복적인 운영의 과정에서 공간에 대한 생각을 구체화한다. 책방의 철학은 처음부터 완성된 기획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고 머무는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수정되고 형성되는 것이다.
저자의 오랜 별명인 '무빙룸(Movingroom)'은 이 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열쇠다. 끊임없이 가구를 옮기고 방의 배치를 바꾸던 저자는 오랫동안 그 이름을 정착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는 말로 여겼다. 그러나 글을 쓰는 과정에서 '움직이는 방'이 아니라 '방을 움직이는 것'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움직임의 주체가 바뀌는 순간, 같은 단어는 전혀 다른 삶의 태도를 가리킨다. 공간을 바꾸는 일은 주어진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그 조건에 새로운 형태를 부여하는 행위가 된다. 책방 운영의 기록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어느새 고향과 가족, 상실과 애정, 우연한 만남과 관계에 대한 내밀한 고백으로 확장된다. 저자는 자신이 머물렀던 장소들을 다시 통과하며 그곳에서 겪은 불안과 실패, 기쁨과 슬픔이 어떻게 지금의 자신을 이루었는지 살핀다.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날짜가 적힌 일상의 짧은 기록들은 열두 편의 산문 사이에 놓여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를 만든다.
『우연과 상상의 장소』에서 장소는 삶이 펼쳐지는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책을 읽는 일과 공간을 걷는 일, 장소를 만드는 일과 삶을 살아가는 일은 서로 다른 행위이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여기서 '우연'은 예측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사건과 만남을, '상상'은 그 안에서 다른 가능성을 발견하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에 형태를 부여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우연이 삶에 새로운 변수를 가져온다면, 상상은 그 변수들 사이에 이전과 다른 관계를 설정하는 일이다. 그렇게 책의 제목이기도 한 '우연과 상상의 장소'는 하나의 책방을 설명하는 말에서 삶을 대하는 태도로 확장된다. 때로는 길을 잃고, 예상하지 못한 사람을 만나고, 익숙한 방의 가구를 다시 옮기는 사소한 움직임 속에서 삶은 새로운 모양을 얻는다. 이 책은 그렇게 우연과 상상으로 지어지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한 사람의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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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우리가 머문 장소는 어떻게 삶이 되는가
우리는 스스로 공간을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곳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까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일 같은 문을 열고 닫고, 책 한 권의 위치를 바꾸고, 익숙한 방의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는 일은 좀처럼 특별한 사건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공간을 사용하는 동안 공간 역시 우리의 행동과 습관을 바꾸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예기치 않은 사건들은 애초에 계획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삶을 이끌기도 한다. 『우연과 상상의 장소』는 우리가 머문 장소를 돌아보며, 그곳에서의 경험이 어떻게 지금의 우리를 이루고 있는지 묻는 책이다.
'어쩌다 책방'과 '작정한 책방' 사이, 김수진의 유머와 다정함
김수진의 글에는 일상의 사소한 장면을 놓치지 않는 관찰력과 그 장면을 조금 비스듬히 바라보는 유머가 있다. 책의 서문을 쓰면서 가장 먼저 '서문은 뭘까. 서쪽에 있는 문? 앞서 있는 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오랜 시간 공들여 서점을 운영하는 모습을 본 친구들에게 '어쩌다 책방'이 아니라 '작정한 책방'이 더 어울린다는 농담을 듣는 사람. 그에게 유머는 대단한 사건이나 기발한 반전에서 비롯되기보다 익숙한 말의 뜻을 엉뚱한 방향으로 열어보거나, 자신이 진지하게 매달려온 일에서 뜻밖의 우스운 면모를 발견하는 순간에 생겨난다. 그런 문장들을 읽다 보면 저자가 사물을 관찰하는 방식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 사이에 그리 먼 거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유머의 곁에는 사람과 장소를 오래 바라보는 다정함이 있다. 김수진은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사소한 사건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며, 고향과 가족, 관계와 상실을 이야기할 때에도 감정을 앞세워 독자를 설득하기보다 그곳에 있었던 사물과 풍경, 일상의 구체적인 장면들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때로는 자신의 서투름을 인정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웃어넘기면서도,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이나 누군가가 건네준 마음을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 그의 글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지나간 시간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바꾸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시간을 함께 통과한 사람들의 말과 표정, 사소한 몸짓까지 자신의 기억 속에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열두 편의 산문 곁에 놓인 사진과 날짜가 만드는 또 다른 이야기
『우연과 상상의 장소』는 열두 편의 산문 사이사이에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날짜가 적힌 일상의 짧은 기록들을 함께 엮었다. 이 기록들은 본문에 등장하는 장소를 설명하거나 이미 지나간 장면을 재현하기 위한 자료가 아니라, 긴 이야기가 잠시 멈춘 자리에서 다른 시간의 조각을 불러오고 독자가 자신의 속도로 책장을 넘길 수 있도록 작은 틈을 만든다. 어떤 사진은 글에 적히지 않은 풍경을 보여주고, 짧게 남겨둔 문장은 그날의 감정이나 생각을 온전히 설명하지 않은 채 독자 앞에 놓인다.
산문이 지나온 장소를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바라보는 글이라면, 사진과 날짜가 적힌 기록은 그 시간의 한가운데에서 남겨진 흔적에 가깝다. 서로 다른 시점과 형식이 교차하면서 책에는 하나의 연속적인 이야기로 정리되지 않는 시간들이 공존하고, 독자는 글을 따라 읽다가 사진 앞에서 걸음을 늦추거나 짧은 기록을 통해 앞서 읽은 문장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편집 구성은 이 책이 장소를 이해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우리가 어떤 장소를 하나의 풍경으로만 기억하지 않듯, 이 책 역시 서로 다른 순간에 남겨진 글과 이미지가 느슨하게 연결되면서 한 사람의 시간을 조금씩 드러낸다.
우연을 기다리지 않고, 상상을 실행하는 사람
『우연과 상상의 장소』는 지나온 시간을 하나의 일관된 성장 서사로 정리하지 않는다. 어떤 장소는 떠난 뒤에야 비로소 의미를 얻고, 어떤 기억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으며,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일이 뜻밖의 순간에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김수진은 지나온 시간을 회고하는 데 오래 머무는 사람이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공간이 있으면 가구를 옮기고, 새로운 장소가 필요하면 직접 만들며,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조금씩 현실로 옮겨놓는다. 그에게 상상은 머릿속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 손과 발을 움직이게 하는 구체적인 동력이다.
이 책에서 우연은 그저 기다리다 맞닥뜨리는 행운이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주어진 조건을 다른 방향으로 밀어보는 사람에게 우연은 새로운 선택의 계기가 된다. 김수진은 모든 일이 뜻대로 되리라 낙관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단념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것을 다시 고치고, 익숙해진 자리를 떠나 새로운 곳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책은 삶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돌아보는 기록인 동시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온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연이 삶에 예기치 않은 변수를 가져온다면, 김수진은 그 변수를 자신의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재료로 삼는다. 그가 만드는 장소들은 그렇게 기다림보다 선택으로, 막연한 바람보다 구체적인 실천으로 조금씩 현실이 된다.
우리는 스스로 공간을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곳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까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일 같은 문을 열고 닫고, 책 한 권의 위치를 바꾸고, 익숙한 방의 가구를 이리저리 옮기는 일은 좀처럼 특별한 사건으로 기록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공간을 사용하는 동안 공간 역시 우리의 행동과 습관을 바꾸고,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예기치 않은 사건들은 애초에 계획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삶을 이끌기도 한다. 『우연과 상상의 장소』는 우리가 머문 장소를 돌아보며, 그곳에서의 경험이 어떻게 지금의 우리를 이루고 있는지 묻는 책이다.
'어쩌다 책방'과 '작정한 책방' 사이, 김수진의 유머와 다정함
김수진의 글에는 일상의 사소한 장면을 놓치지 않는 관찰력과 그 장면을 조금 비스듬히 바라보는 유머가 있다. 책의 서문을 쓰면서 가장 먼저 '서문은 뭘까. 서쪽에 있는 문? 앞서 있는 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오랜 시간 공들여 서점을 운영하는 모습을 본 친구들에게 '어쩌다 책방'이 아니라 '작정한 책방'이 더 어울린다는 농담을 듣는 사람. 그에게 유머는 대단한 사건이나 기발한 반전에서 비롯되기보다 익숙한 말의 뜻을 엉뚱한 방향으로 열어보거나, 자신이 진지하게 매달려온 일에서 뜻밖의 우스운 면모를 발견하는 순간에 생겨난다. 그런 문장들을 읽다 보면 저자가 사물을 관찰하는 방식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 사이에 그리 먼 거리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유머의 곁에는 사람과 장소를 오래 바라보는 다정함이 있다. 김수진은 자신이 지나온 시간을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사소한 사건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며, 고향과 가족, 관계와 상실을 이야기할 때에도 감정을 앞세워 독자를 설득하기보다 그곳에 있었던 사물과 풍경, 일상의 구체적인 장면들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때로는 자신의 서투름을 인정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웃어넘기면서도,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이나 누군가가 건네준 마음을 쉽게 지나치지 않는다. 그의 글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것은 지나간 시간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바꾸기 때문이 아니라, 그 시간을 함께 통과한 사람들의 말과 표정, 사소한 몸짓까지 자신의 기억 속에 남겨두었기 때문이다.
열두 편의 산문 곁에 놓인 사진과 날짜가 만드는 또 다른 이야기
『우연과 상상의 장소』는 열두 편의 산문 사이사이에 저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과 날짜가 적힌 일상의 짧은 기록들을 함께 엮었다. 이 기록들은 본문에 등장하는 장소를 설명하거나 이미 지나간 장면을 재현하기 위한 자료가 아니라, 긴 이야기가 잠시 멈춘 자리에서 다른 시간의 조각을 불러오고 독자가 자신의 속도로 책장을 넘길 수 있도록 작은 틈을 만든다. 어떤 사진은 글에 적히지 않은 풍경을 보여주고, 짧게 남겨둔 문장은 그날의 감정이나 생각을 온전히 설명하지 않은 채 독자 앞에 놓인다.
산문이 지나온 장소를 현재의 시점에서 다시 바라보는 글이라면, 사진과 날짜가 적힌 기록은 그 시간의 한가운데에서 남겨진 흔적에 가깝다. 서로 다른 시점과 형식이 교차하면서 책에는 하나의 연속적인 이야기로 정리되지 않는 시간들이 공존하고, 독자는 글을 따라 읽다가 사진 앞에서 걸음을 늦추거나 짧은 기록을 통해 앞서 읽은 문장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편집 구성은 이 책이 장소를 이해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다. 우리가 어떤 장소를 하나의 풍경으로만 기억하지 않듯, 이 책 역시 서로 다른 순간에 남겨진 글과 이미지가 느슨하게 연결되면서 한 사람의 시간을 조금씩 드러낸다.
우연을 기다리지 않고, 상상을 실행하는 사람
『우연과 상상의 장소』는 지나온 시간을 하나의 일관된 성장 서사로 정리하지 않는다. 어떤 장소는 떠난 뒤에야 비로소 의미를 얻고, 어떤 기억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으며, 그때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일이 뜻밖의 순간에 다시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김수진은 지나온 시간을 회고하는 데 오래 머무는 사람이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공간이 있으면 가구를 옮기고, 새로운 장소가 필요하면 직접 만들며,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조금씩 현실로 옮겨놓는다. 그에게 상상은 머릿속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라 손과 발을 움직이게 하는 구체적인 동력이다.
이 책에서 우연은 그저 기다리다 맞닥뜨리는 행운이 아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고, 주어진 조건을 다른 방향으로 밀어보는 사람에게 우연은 새로운 선택의 계기가 된다. 김수진은 모든 일이 뜻대로 되리라 낙관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단념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것을 다시 고치고, 익숙해진 자리를 떠나 새로운 곳에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책은 삶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돌아보는 기록인 동시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해온 사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연이 삶에 예기치 않은 변수를 가져온다면, 김수진은 그 변수를 자신의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재료로 삼는다. 그가 만드는 장소들은 그렇게 기다림보다 선택으로, 막연한 바람보다 구체적인 실천으로 조금씩 현실이 된다.
목차
목차
어쩌다,책방
무빙룸
운칠기삼
얼굴없이말하기
엄마의 아름다움
산책의 시간들
내안에 짓는 집
광부의 딸
공동집필
길을 잃는 다섯 가지 방법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낯가리는 독서모임
무빙룸
운칠기삼
얼굴없이말하기
엄마의 아름다움
산책의 시간들
내안에 짓는 집
광부의 딸
공동집필
길을 잃는 다섯 가지 방법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낯가리는 독서모임
저자
저자
김수진 2016년부터 서점 '어쩌다 책방'과 '어쩌다 산책'을 운영하고 있다.
책을 하나의 공간으로 구현하는 것에 관해 생각하며 지낸다.
책을 하나의 공간으로 구현하는 것에 관해 생각하며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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